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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7일 토요일

[사설]마구잡이 동물 폐기 이제는 재고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0-26일자 사설 '[사설]마구잡이 동물 폐기 이제는 재고해야'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지역 내 동물에 대한 일괄 폐기 계획을 발표하자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녹색당+, 녹색연합,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보호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은 그제 성명을 내고 “동물의 오염도나 유해성에 대한 명백한 증거도 없이 단지 불산 가스 누출 지역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지역 내 모든 동물을 폐기 처분한다는 방침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 동물에 대한 인도적인 처우를 보장하고 대응 시스템 구축 등 재난 발생 시 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구미 불산 사고는 발생부터 초동 대처, 수습에 이르기까지 국가 재난 관리의 허점과 난맥상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엽기적 사건이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행정·정보의 폐쇄성, 당국의 안일한 대응, 사회 전반적인 위험 불감증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근저에는 환경을 소홀히 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정부의 자세도 자리잡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지 거의 한 달 만에 정부가 내놓은 ‘4000마리에 이르는 동물의 일괄 폐기’ 방침은 이 점에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가축을 재산 피해 보상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인식도 문제거니와 350만마리를 생매장하다시피 한 구제역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주)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사고 피해 정부합동종합대책반이 2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사고 지역 가축들이 불산에 노출되긴 했지만 검출된 함량은 가축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다만 불산에 노출된 가축을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식품 건전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국민 우려와 소비자단체의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식품망에는 유입되지 않도록 폐기 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유독·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묻어 있는 축산물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것의 판매 등을 금지한 축산물위생관리법(제33조)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사료만 축내고 판로는 없는 가축을 보유한 농민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살아 있는 동물의 살처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당국의 고충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불산 노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도 지당하다. 그렇다 해도 인간이 만든 재해로 고통을 당한 동물을 상품성이 떨어진 물건처럼 취급해서 일괄 폐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동물보호단체 등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정부는 구제역 사태 때처럼 밀어붙이듯 불산 노출 가축을 처리하기보다는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정확한 수의학적 점검과 그에 따른 처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살처분이 불가피하다면 동물의 특성에 맞는 안락사 방법을 검토할 만하다. 살처분해야 피해로 인정하는 보상제도라든가 이번 사태와 같은 재난에 대비한 가축 처리와 폐기 규정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생명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행정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2012년 10월 2일 화요일

반려동물에게도 한가위를 허하라


이글은 시사IN 2012-10-02일자 기사 '반려동물에게도 한가위를 허하라'를 퍼왔습니다.
한가위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걱정이 깊어진다. 명절에 집을 비우는 동안 반려동물을 혼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펫시터’를 양성하고 인증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랑은 구속’. 임지용씨(30)가 요즘 실감하는 말이다. 15분 전부터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는 그였다. “택시비 줄게 타고 가. 맛있는 것도 사줄게. 얘가 아직 혼자 밤을 보내본 적이 없어서 그래.” 서울에서 제주도로 출장을 온 지 이제 하루. 임씨는 ‘용이’ 걱정에 좌불안석이었다. 강남구 신사동 집에 혼자 있는 고양이가 걱정돼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동생에게 저녁 시간에 가달라고 조르는 중이었다. 긴 설득 끝에 동생은 결국 승낙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식사권’이 주효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풍경이다. 임씨처럼 출장이나 휴가, 명절 등을 앞두고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될 때 이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그의 고향은대전이다. 서울역에서 KTX로 한 시간 거리. 이번 명절엔 용이를 데리고 갈 계획이다. 일반 가방에 넣어서 몰래 ‘반입’할 예정. 동승하려면 예방접종 증명서를 내야 하는데 번거로워 생략하려는 것. “아이가 워낙 겁이 많아서 왔다 갔다 하며 떨까봐 걱정이다.” 추위에 떠는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지 1년. 추석을 앞둔 그는 다시 한번 실감했다. 과연, 사랑은 구속이다. 

ⓒ연합뉴스 2009년 9월 한 애견용품 업체가 마련한 ‘애견 테마 열차’ 행사 참석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열차에 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휴가철과 명절을 전후해 유기동물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동물자유연대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육센터에도 명절 연휴가 끝나면 입소하는 동물의 수가 늘어난다. 윤정임 국장은 “시골이나 본가로 내려가는데 집안 어른들이 동물이 오는 것을 싫어해서 맡길 곳을 찾다가 검증이 되지 않은 사람이나 시설에 맡겨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동해시 유기견보호소는 개를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명절이 두려울 지경이다. 작년에도 추석 연휴 3일 동안 20마리가 들어왔다. 잃어버린 건 몰라도 버린 건 확실히 알 수 있다. 여기저기 전봇대에 묶어놓고 간다.

사람 처지에서야 동물과 동행할 때 가장 마음이 놓인다. 코레일의 경우 광견병 예방접종 등 증명서를 지참하면 동행이 가능하다. 비행기는 항공사마다 대당 마릿수와 무게에 제한이 있지만 미리 예약을 하면 된다. 고속버스 역시 케이지(장)에 넣어 동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정과 현실은 자주 다르다. 혼자 개를 키우는 고태현씨(가명·33)는 지난 설, 고속버스에 개를 태우기로 결심했다가 탑승을 포기했다. 운전기사가 무작정 화물칸에 실으라고 한 것. 전전긍긍하며 무사히 귀향에 성공해도 문제는 남는다. 고향집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난색을 표할 땐 난감하다. 이종태씨(45)가 그 경우. “집안 어르신들이 아이와 개를 한데 키우는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개를 먼 데까지 데리고 다니는 문화 역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먹이와 물을 잔뜩 놓아두고 하루 이틀 자리를 비운다. 개가 영리해 먹이를 한 번에 다 먹지는 않지만 늘 걱정이 따라붙는다.


동물호텔은 추석 앞두고 예약 꽉 차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절을 앞두고 동물과 동행하는 대신 동물호텔과 펫시터를 찾는 이도 많다. 동물호텔의 경우 도심은 동물병원이나 동물카페 등에서, 도시 외곽은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동물훈련소의 형태로 운영된다. 반려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폐회로(CC)TV를 설치한 곳도 있다. 용산의 한 백화점 동물호텔은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받아 실시간으로 반려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장에 가둬만 두는 게 아니라 스파, 훈련실, 놀이터 등 움직일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일일 이용료는 5kg 기준으로 일반실 2만원, 스위트룸 3만원이다. 서울 시내 동물호텔은 추석을 앞두고 대부분 예약이 찼다. 

고양이 전용 호텔은 또 다르다. 고양이는 특성상 밖에 나가는 걸 꺼리기 때문에 쾌적한 실내를 마련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고양이 호텔은 방이 13개다. 장이 아니라 캣워커, 쿠션, 하우스, 웹카메라 등을 넣은 방으로, 하나당 한 반려인의 고양이가 사용할 수 있다. 이정민 대표는 “한 장소에 여러 마리를 넣으면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민한 동물이라 사실상 방문해 돌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미국 시에선 펫시터 라이선스를 내주어 은퇴한 노인들이 주로 펫을 돌보는 일을 맡는다”라고 말했다. 

펫시터(pet sitter)는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돌보듯 동물을 돌봐주는 사람이다. 일반 가정집에서 하기 때문에 대개의 호텔처럼 장에 가둬두지 않는다. 애견·애묘 관련 카페에 가보면 펫시터를 모집하거나 광고하는 게시판이 따로 있다. 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한두 마리씩 더 돌보기도 하고, 명절 같은 휴일에만 반짝 하는 이들도 있다. 1박에 1만~2만원이다.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빈집에 개를 반나절만 혼자 둬도 동물학대로 신고가 되기 때문에 데리고 다니거나 펫시터를 쓰는 일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파크백화점 제공 서울의 한 백화점에 있는 동물호텔(위). 훈련실·놀이터 등 반려동물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펫시터 김재선씨(56)는 은퇴하고 개를 돌보는 경우다.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7마리의 개를 돌보고 있다. 차로 픽업하기도 한다. 시작한 지는 1년. 때에 맞춰 먹이를 주고 산책을 시켜준다. 밥은 일괄적으로 주지만 볼일은 제멋대로라 그 뒤치다꺼리가 쉽지 않다. 그는 “동물병원은 전문적으로 하는 장점이 있는 대신 많은 애들을 키우다보니까 균이 많다. 그래서 피부병에 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소수로 키우니 한 마리 한 마리 공을 들이게 된다는 것.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우리도 펫시터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거나 인증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펫시터가 소홀한 사이 동물을 잃어버렸다든지 심지어 팔아버렸다는 끔찍한 증언도 나온다. 펫시터관리협회 같은 걸 만들어 라이선스를 주고 등록제를 실시하면 믿고 맡길 수 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여전히 동물과의 동행은 쉽지 않고 누군가에 맡기기는 더더욱 어렵다. 1년차 반려인 임지용씨는 고양이 한 마리를 더 입양하고 싶다고 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둘 땐 두 마리가 나을 것 같아서다. 마당 넓은 집을 꿈꾸게 된 것도 그 때문. 일단 이번 추석 때 KTX 동행을 무사히 마치는 게 우선이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2012년 8월 5일 일요일

‘사각지대’에 갇힌 고래상어


이글은 한겨레21 2012-08-06일자 제922호 기사 ' ‘사각지대’에 갇힌 고래상어'를 퍼왔습니다.
[줌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전시된 고래상어 두 마리 입수 경위 논란… 동물보호단체, 멸종위기 고래상어 포획·전시 규제 미비 비판하며 야생 방생 촉구

파파실링기(Papa Shillingi), 마로킨타나(Marokintana), 카옹(Ca Ong), 키카키(Kikaki)….
이 낯선 단어들은 모두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 각각 ‘고래상어’(Whale Shark)를 부르는 말이다. 바다에 사는 가장 큰 물고기로 알려진 고래상어 가운데 확인된 최대 크기만 몸길이 12.65m에 몸무게 21.5t이다. 난류를 타고 이동하는 고래상어는 등에 하얀 점이 가득하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신이 고래상어 등에 동전(영국 화폐단위인 ‘실링’)을 뿌려놓은 것 같다”고 해 ‘파파실링기’라고 부르고,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등에 별이 빼곡히 들어찬 듯 보인다”며 ‘많은 별’을 뜻하는 현지어인 ‘마로킨타나’라고 부른다. ‘고래처럼 큰 상어’지만, 상어답지 않게 순해 필리핀·타이 등에서는 바다에서 고래상어를 관찰하는 스노클링·스쿠버다이빙 여행상품도 있다.

» 지난 7월25일 오후 제주 성산읍 '아쿠아플라넷 제주' 지하 1층 초대형 수조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고래상어. 제주해경은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고래상어를 입수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겨레21 김성환

제주해경, 고래상어 우연한 포획인지 조사
이처럼 ‘먼 나라 물고기’로 여겨지던 고래상어가 최근 한국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 주인공은 최근 제주 성산읍에 문을 연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전시돼 있는 고래상어 두 마리다. 얼마 전 제주 앞바다에서 산 채로 그물에 걸렸다며 수족관으로 옮겨진 이 고래상어의 입수 경위를 두고 의혹 제기가 잇따른 탓이다. 게다가 야생동물보호단체·환경단체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진 고래상어를 즉시 야생으로 방생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14일 문을 연 ‘아쿠아플라넷 제주’(제주해양과학관)는 제주도가 처음으로 발주한 민간투자시설사업(BTO) 방식으로 세운 수족관 겸 해양생태연구관이다. 운영권은 서울 63수족관 등을 가지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한화)가, 소유권은 제주도가 갖는다. 수조 용적량만 1만800t이다. 그동안 아시아 최대 규모 수족관으로 유명했던 일본 추라우미 아쿠아리움(1만400t)보다 크다. 고래상어는 ‘제주의 바다’라고 부르는 수족관 지하 1층 초대형 메인 수조(가로 23m, 높이 8.5m)에 있다. 한마디로 수족관의 핵심 볼거리다.
이들 고래상어 두 마리가 수족관에 들어온 건 지난 7월8일과 9일이다. 제주 애월읍 하귀리 앞바다에 펼쳐둔 ‘정치망’(물고기가 대량으로 들어오도록 대규모로 고정해 쳐놓은 그물)에 걸린 고래상어를 이곳 어민인 임영태씨(상자 기사 참조)가 기증을 했다는 것이다. 한화 쪽은 “임씨가 지난 7월7일 오전 아쿠아플라넷 제주 매표소로 전화해 기증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마침 이날은 ‘만타레이’(쥐가오리) 등 여러 어종을 옮기는 날이어서 일본 추라우미 아쿠아리움에서 온 전문가와 각종 장비가 그 다음날 고래상어 이동 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7월8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고래상어가 또 발견돼 모두 두 마리가 수족관에 자리잡게 됐다.
언뜻 한 편의 영화 같던 ‘제주 고래상어 발견기’가 의혹의 눈초리를 받게 된 건 개장을 준비하던 한화의 뒷사정이 알려지면서다. 앞서 한화는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상징을 고래상어로 삼을 만큼, 오래전부터 초대형 메인 수조에 고래상어를 전시하려는 작업을 해왔다. 중국 하이난성 지방정부와 협의를 마치고 개장일에 맞춰 고래상어 두 마리를 정식 수입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중국 농업부가 서해안에서 벌어지는 한-중 어업분쟁을 빌미로 주중 한국대사관에 ‘반출 불가’를 통보했다. 개장을 불과 보름 앞두고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고래상어 기증자가 나타나자, 인터넷 등에서는 한화가 전시를 위해 고래상어를 밀수하거나 고의로 포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중국에서 가져오려던 고래상어와 기증받은 고래상어 수도 공교롭게 같았다. 지난 7월18일, 제주해양경찰이 고래상어를 정말 우연히 포획했는지 확인하겠다며 조사에 나서 사태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신용희 제주해경 수사과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수준으로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아쿠아리스트(사육사)들이 지난 7월8일 제주 애월읍 하귀리에 있는 임영태씨의 정치망에서 고래상어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화호첼앤드리조트 제공

동물보호단체 “전시로 폐사 가능성 높아져”
이처럼 파문이 커지자 ‘기적의 입수‘라고 홍보하던 한화 쪽도 지난 7월20일 입수 경로에 대해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한화는 밀수 의혹에 대해 “고래상어를 해외에서 들여오려면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비싼 운송비용과 숨길 수 없는 큰 몸집 때문에 고래상어를 아무도 모르게 가져온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어류로 분류하는 고래상어는 포획했을 때 해경 등에 신고해야 하는 법 규정이 없으며, 국제적으로도 정치망에 잡힌 것만 허용하는 포획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화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입수 경위가 아닌 멸종위기에 놓인 고래상어를 전시용으로 활용하는 게 올바른지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가 지난 7월25일 서울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류 후 정치망에 또 걸려들어 폐사할 확률에 관해서는 차후 어망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 살아 있는 생명체를 가두어 전시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고래상어가 수족관에 적응해 야생성을 잃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본래의 서식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처를 하라”고 주장했다. 현재 고래상어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의 적색목록 ‘취약종’(VU·Vulnerable)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는 ‘부속서 2종’(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동식물)으로 분류돼 있다. 한국을 포함한 회원국들은 이 기준에 따라 국가 간 거래 등에서 고래상어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CITES ‘부속서 2종’에서는 전시·연구 등 상용 목적의 국제 거래는 허용하고 있어서 해양생태연구관이 있는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중국에서 고래상어를 들여오는 데에는 제약이 없다. 고래상어가 워낙 생소한 탓에 국내법엔 고래상어 포획·매매에 대한 규제가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경우 그 기준에 맞춰 국내 멸종위기종 관리체계를 만드는데, 고래상어는 그동안 법적 필요성을 못 느껴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멸종위기종 반영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는 아무런 제약 없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전시 공간에 두려는 것이 오히려 폐사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6월26일 여수 돌산도 앞바다에 고래상어가 정치망에 산 채로 잡혀 여수엑스포 전시장 안에 있는 ‘아쿠아플라넷 여수’ 관계자가 연락을 받고 이동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고래상어가 죽었으며,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전시하려고 국내로 반입하던 만타레이가 운송 중에 사망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만타레이는 고래상어와 같은 IUCN의 적색목록 ‘취약종’이다.

» 지난 7월25일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단체가 서울 을지로 한화 본사 앞에서 고래상어 방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필리핀·인도에선 포획도 금지
전시·연구 등을 위해 야생 생물을 항공기 등으로 옮기는 과정도 폐사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야생동물 운송에 드는 비용에는 동물의 몸값보다는 관세·보험료·운송비 등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화가 중국에서 들여오려다 무산된 고래상어 한 마리의 몸값이 5억원인 것도 대부분 운송비 때문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국내의 한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부르는 화물용 항공기의 임대료가 ‘부르는 게 값’이고, 취항하지 않는 오지에서 들여오다 보면 두세 번 갈아타게 돼 운송비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에서 거래되는 고래상어 값도 한 마리당 1천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분홍돌고래 두 마리를 들여온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대전 아쿠아월드’의 경우, 베네수엘라 발렌시아에서 항공편을 기다리던 분홍돌고래 한 마리가 스트레스로 폐사해 결국 들여오지 못한 일은 업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동물보호단체는 싱가포르의 ‘고래상어’ 논란 사례를 예로 들며 고래상어 방생을 촉구하고 있다. 2006년 싱가포르에 들어서는 첫 종합 리조트 ‘리조트월드센토사’(Resort World at Sentosa) 개발계획 발표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 수족관 ‘머린라이프파크’(Marine Life Park)의 운영 계획이 공개됐다. 그러나 당시 리조트 개발업체가 고래상어를 전시하겠다고 발표하자, 동물학대방지협회(SPCA) 등 싱가포르와 국제 동물보호단체 7곳이 9천여 명의 온라인 반대 서명을 모아 계획 철회를 요구해 3년 만인 2009년 사실상 고래상어 입수를 백지화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는 남해안을 중심으로 해류 변화 때문에 고래상어를 목격했다는 소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2006년 10월 해군기지 공사장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길이 5.5m의 고래상어를 풀어준 적이 있고, 같은 해 9월에는 부산 해운대 동백섬 앞에서 바위틈에 낀 고래상어를 구조해 바다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듬해 9월에는 진도 앞바다와 경북 울진군 죽변 오산항에서, 2009년 9월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고래상어가 잡혔다. 같은 바닷물을 헤엄치고 있지만 우리에겐 생소한 어류라 수조에 가두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없는 탓에 마구 잡아들인 필리핀·인도에서는 포획까지 아예 금지하고 있다.
한화는 이미 2008년 11월 대형 아쿠아리움 사업을 회사의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모든 역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2013년 12월에는 경기 일산에도 새 수족관을 연다. 빈 수조에는 새로 담을 물고기가 필요하다. 고래상어는 먹이를 찾아 북상하다가 또다시 남해 앞바다 어딘가에서 그물에 걸릴지 모른다. 고래상어는 어디로 가야 할까.
제주=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고래상어 발견한 제주 어민 임영태씨 인터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풀어줄 걸”

» 제주 애월읍 하귀리에서 정치망 어업을 하고 있는 임영태(52)씨의 모습. 한겨레21 김성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풀어줄 걸 그랬어요.”
7월25일 아침 찾은 제주 북서쪽 작은 포구 마을인 애월읍 하귀리 앞바다는 고요했다. 마을에서 만난 임영태(52)씨는 전날 그물 손질을 끝낸 정치망에 활어를 낚으러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7월7일 마을 앞바다에서 고래상어를 발견한 주인공이다. 태풍 카눈이 몰려오기 전 고래상어를 발견한 뒤, 그의 일상도 태풍을 겪었다. 제주해양경찰서에만 두 번씩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고래상어를 밀수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는 “고래상어를 직접 잡은 게 맞다”며 그저 헛웃음만 지었다.
“목격자도 많아요. 고래상어 들어왔다고 알려준 것도 동네 사람이라니까요.” 7월7일 아침 전화를 한 통 받았다고 한다. 한치잡이에 나선 마을 주민이 “어망 안에 시커먼 큰 물체가 왔다갔다 한다”고 알려왔다. 정치망은 바다 위에 가두리처럼 자연스럽게 물고기가 들어오도록 만든 고정형 그물이다. 임씨의 그물망은 3개의 관문을 통과하는데, 한치·독가시치·오징어 등이 많이 잡힌다.
배를 타고 나가 정치망 안을 들여다보니 4m는 족히 넘을 듯한 시커먼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올해로 11년째 정치망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그지만, 처음 보는 물고기였다. 고래인지 상어인지 몰랐다. 그는 우선 제주도에 있는 해양수산연구원에 전화했다. 지난해 11월 이 마을에서 죽은 밍크고래가 그물에 걸려 올라왔을 때도, 가끔 고래뼈를 건져올릴 때도 마을 사람들은 해양수산연구원에 연락하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요일이라 사무실에는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아들 정호(31)씨가 “성산에 문을 여는 제주해양과학관(아쿠아플라넷 제주)에라도 전화를 해보자”고 했다. 인터넷으로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했더니 오후에 담당자가 확인을 하러 오겠다고 했다.
사실 그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고래상어를 애타게 찾고 있는 줄 몰랐다. 그는 “아쿠아플라넷 제주 관계자가 ‘추라우미 수족관도 지역 어민들이 잡은 어류를 중심으로 전시를 한다’며 기증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어차피 위판장에 내다 팔아봤자 사료용으로 쓰이기에, 여러 사람이 구경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증을 허락했다. “수족관에서는 고래상어를 옮기는 사흘 동안 조업을 하지 못하는 비용과 그물 등 어구 값을 보상해줬죠.” 한화 쪽에서는 고래상어를 옮긴 운송업체를 통해 임씨에게 약 1억원의 보상 비용을 전달했다.
그도 고래상어를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물고기를 보내주면 복이 돌아온다고 하는데. 처음 본 게 하도 신기해서 전화를 했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하필이면 왜 우리 정치망에 걸렸나 싶어요. 스트레스만 잔뜩 받았으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