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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일 화요일

반려동물에게도 한가위를 허하라


이글은 시사IN 2012-10-02일자 기사 '반려동물에게도 한가위를 허하라'를 퍼왔습니다.
한가위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걱정이 깊어진다. 명절에 집을 비우는 동안 반려동물을 혼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펫시터’를 양성하고 인증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랑은 구속’. 임지용씨(30)가 요즘 실감하는 말이다. 15분 전부터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는 그였다. “택시비 줄게 타고 가. 맛있는 것도 사줄게. 얘가 아직 혼자 밤을 보내본 적이 없어서 그래.” 서울에서 제주도로 출장을 온 지 이제 하루. 임씨는 ‘용이’ 걱정에 좌불안석이었다. 강남구 신사동 집에 혼자 있는 고양이가 걱정돼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동생에게 저녁 시간에 가달라고 조르는 중이었다. 긴 설득 끝에 동생은 결국 승낙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식사권’이 주효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풍경이다. 임씨처럼 출장이나 휴가, 명절 등을 앞두고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될 때 이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그의 고향은대전이다. 서울역에서 KTX로 한 시간 거리. 이번 명절엔 용이를 데리고 갈 계획이다. 일반 가방에 넣어서 몰래 ‘반입’할 예정. 동승하려면 예방접종 증명서를 내야 하는데 번거로워 생략하려는 것. “아이가 워낙 겁이 많아서 왔다 갔다 하며 떨까봐 걱정이다.” 추위에 떠는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지 1년. 추석을 앞둔 그는 다시 한번 실감했다. 과연, 사랑은 구속이다. 

ⓒ연합뉴스 2009년 9월 한 애견용품 업체가 마련한 ‘애견 테마 열차’ 행사 참석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열차에 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휴가철과 명절을 전후해 유기동물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동물자유연대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육센터에도 명절 연휴가 끝나면 입소하는 동물의 수가 늘어난다. 윤정임 국장은 “시골이나 본가로 내려가는데 집안 어른들이 동물이 오는 것을 싫어해서 맡길 곳을 찾다가 검증이 되지 않은 사람이나 시설에 맡겨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동해시 유기견보호소는 개를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명절이 두려울 지경이다. 작년에도 추석 연휴 3일 동안 20마리가 들어왔다. 잃어버린 건 몰라도 버린 건 확실히 알 수 있다. 여기저기 전봇대에 묶어놓고 간다.

사람 처지에서야 동물과 동행할 때 가장 마음이 놓인다. 코레일의 경우 광견병 예방접종 등 증명서를 지참하면 동행이 가능하다. 비행기는 항공사마다 대당 마릿수와 무게에 제한이 있지만 미리 예약을 하면 된다. 고속버스 역시 케이지(장)에 넣어 동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정과 현실은 자주 다르다. 혼자 개를 키우는 고태현씨(가명·33)는 지난 설, 고속버스에 개를 태우기로 결심했다가 탑승을 포기했다. 운전기사가 무작정 화물칸에 실으라고 한 것. 전전긍긍하며 무사히 귀향에 성공해도 문제는 남는다. 고향집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난색을 표할 땐 난감하다. 이종태씨(45)가 그 경우. “집안 어르신들이 아이와 개를 한데 키우는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개를 먼 데까지 데리고 다니는 문화 역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먹이와 물을 잔뜩 놓아두고 하루 이틀 자리를 비운다. 개가 영리해 먹이를 한 번에 다 먹지는 않지만 늘 걱정이 따라붙는다.


동물호텔은 추석 앞두고 예약 꽉 차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절을 앞두고 동물과 동행하는 대신 동물호텔과 펫시터를 찾는 이도 많다. 동물호텔의 경우 도심은 동물병원이나 동물카페 등에서, 도시 외곽은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동물훈련소의 형태로 운영된다. 반려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폐회로(CC)TV를 설치한 곳도 있다. 용산의 한 백화점 동물호텔은 스마트폰에서 앱을 다운받아 실시간으로 반려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장에 가둬만 두는 게 아니라 스파, 훈련실, 놀이터 등 움직일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일일 이용료는 5kg 기준으로 일반실 2만원, 스위트룸 3만원이다. 서울 시내 동물호텔은 추석을 앞두고 대부분 예약이 찼다. 

고양이 전용 호텔은 또 다르다. 고양이는 특성상 밖에 나가는 걸 꺼리기 때문에 쾌적한 실내를 마련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고양이 호텔은 방이 13개다. 장이 아니라 캣워커, 쿠션, 하우스, 웹카메라 등을 넣은 방으로, 하나당 한 반려인의 고양이가 사용할 수 있다. 이정민 대표는 “한 장소에 여러 마리를 넣으면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민한 동물이라 사실상 방문해 돌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미국 시에선 펫시터 라이선스를 내주어 은퇴한 노인들이 주로 펫을 돌보는 일을 맡는다”라고 말했다. 

펫시터(pet sitter)는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돌보듯 동물을 돌봐주는 사람이다. 일반 가정집에서 하기 때문에 대개의 호텔처럼 장에 가둬두지 않는다. 애견·애묘 관련 카페에 가보면 펫시터를 모집하거나 광고하는 게시판이 따로 있다. 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한두 마리씩 더 돌보기도 하고, 명절 같은 휴일에만 반짝 하는 이들도 있다. 1박에 1만~2만원이다.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빈집에 개를 반나절만 혼자 둬도 동물학대로 신고가 되기 때문에 데리고 다니거나 펫시터를 쓰는 일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파크백화점 제공 서울의 한 백화점에 있는 동물호텔(위). 훈련실·놀이터 등 반려동물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펫시터 김재선씨(56)는 은퇴하고 개를 돌보는 경우다. 경기도 한 아파트에서 7마리의 개를 돌보고 있다. 차로 픽업하기도 한다. 시작한 지는 1년. 때에 맞춰 먹이를 주고 산책을 시켜준다. 밥은 일괄적으로 주지만 볼일은 제멋대로라 그 뒤치다꺼리가 쉽지 않다. 그는 “동물병원은 전문적으로 하는 장점이 있는 대신 많은 애들을 키우다보니까 균이 많다. 그래서 피부병에 잘 걸린다”라고 말했다. 소수로 키우니 한 마리 한 마리 공을 들이게 된다는 것.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우리도 펫시터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거나 인증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펫시터가 소홀한 사이 동물을 잃어버렸다든지 심지어 팔아버렸다는 끔찍한 증언도 나온다. 펫시터관리협회 같은 걸 만들어 라이선스를 주고 등록제를 실시하면 믿고 맡길 수 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여전히 동물과의 동행은 쉽지 않고 누군가에 맡기기는 더더욱 어렵다. 1년차 반려인 임지용씨는 고양이 한 마리를 더 입양하고 싶다고 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둘 땐 두 마리가 나을 것 같아서다. 마당 넓은 집을 꿈꾸게 된 것도 그 때문. 일단 이번 추석 때 KTX 동행을 무사히 마치는 게 우선이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개 때문에 삼천만 원 빚...너무한가요?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26일자 기사 '개 때문에 삼천만 원 빚...너무한가요?'를 퍼왔습니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 2009년 돌만이와 길동이. ⓒ 전경옥

나: "오늘 강아지 미용 예약하려는 데요."강아지 미용실 직원: "아 네~ 2시에 시간이 비었네요. 강아지들 이름이 뭐죠?"나: "돌만이와 길동이요."강아지 미용실 직원: "아 네~(풋)"

내가 강아지들 이름을 말할 때 웃지 않는 사람이 없다. 강아지들의 이름을 붙일 때 대부분 자기 취향에 따라 만드는데 내 경우 토속적이고 구수한 한국적인 이름이 좋았다. 똘마니를 조금 더 부드럽게 발음할 수 있는 '돌만이'와 길에서 온 유기견 출신이라 이름 붙여진 '길동이'는 개이지만 실질적인 나의 가족 구성원이다.

지난 6월에 돌만이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남은 유일한 가족은 길동이인 셈. 물론 혈연에 기초한 가족도 있다. 그러나 성인이고 이미 독립해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고 내 이름으로 계약한 집에 매일매일 함께 자고 함께 생활하는 생명체는 개이니, 지금 길동이는 내 가족과 다름없다. 

내 유일한 가족은 반려동물 '길동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인간과 정서적 정을 주고받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반려동물'. 1983년 10월 동물 행동학자로 노벨상 수상자인 K.로렌츠의 80세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한 자리에서 개·고양이·새 등 애완동물의 가치성을 재인식해 반려동물로 부르도록 제안한 것이 시작이다.

동물을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만 본다면 개처럼 비경제적인 동물이 없다. 나를 위해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닐 뿐 더러 개 때문에 초래된 불편으로 치면 그야말로 할 말 많아지기 때문이다. 혼자 살기 때문에 사실상 큰 집이 필요없지만 집을 고를 때 공간이 넓은 곳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개 때문이다. 

개와 함께 사는 것을 싫어하는 주인을 만날까 미리 정보를 알아보게 되고 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집주인과는 계약자체를 꺼리게 된다. 개를 키우지 못할 법적 권리는 집주인에게 없지만, 살면서 이런저런 갈등을 겪고 싶지 않아서다. 

내가 겪는 갈등이나 고통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어떤 일이 발생해 나와 길동이가 헤어지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거다.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길동이가 먼저 세상을 뜰 것이고 내게는 '우리는 결코 헤어질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혹시라도 길을 잃거나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될 때 길동이가 받을 충격과 낯선 환경에서 겪게 될 공포감이 싫다. 

▲ 침대를 다 차지하고 누운 개들. 반려동물과의 삶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 전경옥

반려동물과 살다 보면 일정한 나만의 스토리가 생긴다. 길동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함께 산책다니는 골목길, 산책 때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나눈 이야기 등. 길동이의 다양한 표정과 반응이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아마 반려동물과 살다 헤어지게 되면 그 추억이 내내 마음속에서 일어나 괴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추억이 있는 장소에 지금은 그 동물이 없다는 사실. 나와 비슷한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면 새로운 대화의 창이 열린다. "이럴 때 이런 행동을 해요"라고 이야기하면 터져  나오는 환성. "아아, 맞아요. 우리 애도 그래요"라는 화답이 이어진다.

만약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서로 자기 자식자랑하느라 여념없는 주책바가지 아줌마로 보일 것이다. 자식자랑하면 팔불출이라던데 누가 팔불출이라고 하든 말든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지는데 어쩌랴.

몇 시간이고 몇 날 며칠이고 우리는 모였다 하면 각자의 개들 이야기로 시간을 온통 다 보내게 된다. 이쯤 되면 일종의 오타쿠인데, 일반적 오타쿠와는 조금 다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즐거운 취미생활이 아니라 깊은 책임감과 눈물로 점철된 생활의 연속이니 말이다. 내가 만나고 정을 주고받고 함께 살았던 개를 떠올리면 기쁨보다는 눈물부터 나온다. 추억은 모두 눈물범벅이다.

개 때문에 대출받은 삼천만 원

사실 개와 함께 산 것은 돌만이가 처음은 아니었다. 2000년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가 있었는데 당시 나는 군관사에 살고 있었다. 내가 개 한 마리 데리고 산책다니는 것을 본 이웃들이 하나 둘 개를 키우기 시작했고 개를 키우는 집들이 늘어나자 어느 날 개를 치우라는 상부 지시가 내려졌다. 나는 상부 지시의 위법성을 따지기 위해 변호사상담도 받았는데,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 서로 무릎에 올려달라고 졸라 결국 두 마리를 다 무릎에 올려야 하는 상황.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도 어쩔 수 없다. ⓒ 전경옥

사실 군은 상명하복의 원칙이 가장 확고한 집단이 아닌가. 결국 개를 어디로 보내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문제는 돈이었다. 그 개와 살기 위해 대출받은 돈은 총 삼천만 원. 결국 관사를 떠나 전세를 얻었다.(2000년 집을 얻어 함께 살게 된 요크셔테리어 달구는 2002년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당시 나에게 그 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의미였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자식과 가족 간의 사랑을 돈으로 계산하겠는가. 그냥 함께 있고 싶고 정을 나누고 싶은 거다. 극한의 상황에 도달하더라도 사랑하는 내 가족은 버리고 싶지 않은 거다. 아프게 하고 싶지 않고, 상처주고 싶지 않고 아낌없이 주고 싶은 거다. 사랑에 이유가 있을까.   

사람에게나 쓰는 아이라는 표현을 쓰고 나를 스스로 길동이 엄마라고 칭하고 '개효도' 한다는 핀잔에 부모님에게 한없는 미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길동이를 사랑한다고 해서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을 덜 사랑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종류가 다른 것이고 오히려 우리 부모님이 내게 주신 무한한 사랑이 다시 길동이를 향해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항상 약자를 먼저 생각하고 배우고 공부한 것을 사회를 위해 쓰라는 가르침은 우리 부모님이 내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다. 

개 한 마리를 호사시키며 내 사랑이 낭비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나눈다고 몫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확장되고 커지는 것이 아닐까. 부모님이 주신 사랑이 길동이에게로, 그리고 세상의 많은 약자와 동물들에게로 확장되고 퍼져나가는 가슴 뛰는 경험. 

내가 이런 길을 가게 된 데에는 사람에게 받은 사랑이 큰 몫을 했다. 인간보다 동물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동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와 아무런 연고도 없고 유전자가 같은 것도 아닌 동물에게 보내는 우리 인간의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가.

마지막 가는 길, 내 품에서 지켜주고 싶다

▲ 혼자 남은 길동이. ⓒ 전경옥

사람들은 내가 개를 너무 좋아해서 많은 개들과 함께 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이다. 늘 생각한다. 나에게 개는 길동이가 마지막이고 다시는 개와 정을 주고받지 않겠다고. 

사랑에는 너무 많은 책임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개는 인간보다 수명이 짧다. 그래도 개들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내가 가져야 할 마지막 책임감은 마지막을 편안하게 지켜주겠다는 약속이다. 절대로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하지 않을 것이고 마지막 가는 길은 내 품안에서 지켜주겠다는 결심이다. 그러나 누군들 십여 년을 함께 산 존재를 보내는 일을 달갑게 할 수 있을까. 지속적으로 그런 일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인 거다. 

간혹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혼자 살고 있다가 집에서 갑자기 죽게 되면 개가 굶어 죽게 될지 모르니 우리 집 키를 따고 들어와 문을 열고 내가 죽었는지 확인한 후 가족에게 연락해줘. 그리고 우리 개들이 낯선 주인에게 넘겨져 고생하고 공포에 떨며 살아갈 수 있으니 안락사해줘."

내 후배에겐 이미 우리집 키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혹 불의의 사고가 나서 내가 세상을 갑자기 뜨게 된다면 우리 길동이를 어떻게 할지도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내 후배들에게 길동이라는 무거운 짐을 주고 싶지 않다. 내 개를 책임지라고 등 떠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길동이 안락사비용과 장례비용은 미리 통장에 넣어두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책임감 그리고 미래의 준비,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을 위해 준비해야 할 최소한의 것이다.

길동이가 개라서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때, 바로 그 장소에서 나타났고 내 곁에 와 함께 살게 됐기 때문에 같이 하는 것이다. 5년 전 큰 대로변을 질주하며 교통사고를 당할뻔한 녀석을 구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반드시 거대하고 큰 기획에 따라 가족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우연히 함께 살게 되고, 그러다 감정이 깊어지고 사랑하게 되면 더 오래 있고 싶고,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거 아닌가. 

큰 눈망울이 예쁘고, 부드럽고 하얀 털을 만지면 기분이 좋고, 집에 돌아오면 예외 없이 꼬리 치며 안기고, 내가 눕기만 하며 펄쩍 침대 위로 뛰어 올라와 내 등에 자기 등을 대고 자고 싶어 하고. 내가 이 방으로 가면 이 방으로, 저 방으로 가면 저 방으로, 나를 쫓아다니는 길동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고 나만 주목하는 존재. 이건 삶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경이로운 기적이다.

최근 들어 반려동물로 키우는 동물의 종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에 맞지 않고 사육환경이나 습성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동물을 함부로 가정에서 키웠다가 쉽게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버려진 반려동물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갈 수도 있다. 

개를 버리면 눈에 잘 띄지만 뱀을 버리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제안에 주목해보자. 너무 당연한 상식이지만 감당할 수 없다면 처음부터 집에 들이지 말아야 한다. 

▲ 아픈데도 치료받지 못하고 검은 비닐봉투안에 버려진 고양이. 안에는 신문지와 소세지 하나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 동물학대방지연합

주인의 가난함에 건강검진도 못 받지만

길동이가 살아난 게 운이 좋았던 것이라면, 아쉬운 점은 주인이 너무 가난하다는 것. 이미 나이를 먹은 길동이는 아직 종합건강검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빨이 너무 좋지 않아 치료도 해야 하지만 사실 나도 건강검진도 못하고 스켈링도 못하고 있으니, 핑계라면 핑계일 거다. 가난하고 바쁜 주제에 개와 산다고 누군가 욕을 할지 모르나 그냥 현재 답이 이것밖에 없으니 그냥 최선을 다해 함께 살아가는 것뿐이다.

간혹 바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 개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충고한다. 

"그 개의 입장에서는 노숙을 하더라도 당신과 함께 살고 싶어할 것이다. 그 개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돈도 명예도 아니다. 그냥 당신과 함께 영원히 사는 것이다. 가족이니까."

마음과 의지와 사랑만 있으면 아무리 난관이 있어도 뚫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은 힘든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가치가 있다. 사랑과 가족 없이 살아가기에 이 세상은 너무 삭막하고 혹독하지 않은가.  

전경옥(pigamojara)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백사마을에 버려진 ‘백구’들… 무슨 일 있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0일자 기사 '백사마을에 버려진 ‘백구’들… 무슨 일 있었나'를 퍼왔습니다.
ㆍ기르던 동물 버리고 이주… 유기동물 처리 한 해 100억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에서 불암산 자락으로 올라가는 길 중턱에 강아지 한마리가 비닐봉지에 코를 파묻고 있었다. 모양새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흰색 털은 씻지 않아 회색 빛을 띠고 있다. 주인 잃은 강아지는 카메라를 들이대자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쳤다.

유기견은 백사마을에서 낯설지 않은 존재다. 

“(개들이) 돌아다니고 쓰레기 뒤지는 거 보면 마음이 안 좋죠. 눈에 익은 것들인데….”

40년간 백사마을에 살았다는 차만영씨는 “떠난 사람들이 개도 함께 버리고 간 것”이라며 혀를 찼다.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유기견 한 마리가 대문 틈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는 백사마을의 재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올해 말부터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2016년 말 완공이 목표다. 재개발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1170여가구 가운데 이미 249곳이 비었다. 

버려진 개에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는 사치다. 마을의 절 두 곳에서 버려진 개를 몇 마리씩 거둬 키우지만 한계가 있다.

활동가 이경자씨(가명)는 “상당수 주인들은 이사하면서 데려가지 못하는 개들을 개농장에 2만~3만원을 받고 식용으로 판다”며 “재개발지역에는 개장수들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는다. 절반 이상의 유기견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일부는 주민들에게 포획당해 관청에 넘겨진다. 노원구 관계자는 “10일간 주인이 찾지 않고 입양조차 받지 못하면 안락사 대상으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올해 말부터 재개발이 시작되는 백사마을 전경.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를 보면 2010년 집계된 유기견 수는 5만7893마리에 이른다. 이중 네 마리 중 한 마리 꼴로 안락사를 당한다. 살처분 비용도 마리당 10만원에 달한다. 물론 환경에 적응하는 개들도 있다. 최근 북한산 국립공원 주변을 무리지어 떠도는 들개도 버려진 유기견들이 산에서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견 문제는 앞으로 백사마을이 겪어야 할 홍역 가운데 하나다.

백사마을은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홀로 세들어 사는 1인 가구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강아지는 도둑을 지키는 고마운 존재다. 산중턱에 걸친 빈집을 지나자 한 집 건너 한곳씩 개짓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고스란히 유기견으로 남을 운명이다. 

백사마을처럼 재개발을 앞둔 지역은 전국적으로 부지기수다.

그러나 정부는 유기견 대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유기견을 생명이 아닌 일종의 ‘재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기견이라 할지라도 주인이 엄연히 있는 이상 보호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재건축지역의 유기견 통계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관할 지자체에서는 고작 직원 1~2명이 유기견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만 포획에 나설 뿐이다.

내년부터 애완동물 및 소유자 정보를 국가 동물등록번호체계 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반려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예산 문제도 있다. 2010년 유기동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02억2600만원에 이른다. 이중 유기견 비용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는 “정부가 동물 생명권 차원에서 유기견 문제를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 현장마다 구조적이고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유기견 문제를 시민과 민간단체의 자선에만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얘기다.

심샛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재개발지역 반려동물이 개발과 동시에 버려지게 될 것을 예상하고도 예방조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백사마을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살처분하는 방식을 버리고 보호소를 만들어 입양을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백인성 기자 fxm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