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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일요일

"운용에 50조원…" F-35 사업 먹구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24일자 기사 '"운용에 50조원…" F-35 사업 먹구름'을 퍼왔습니다.

지난 12월 전해진 캐나다의 F-35 도입 전면 재검토 소식은 F-35 사업에 치명타였다. KPMG가 캐나다 정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독립적인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65대의 F-35를 운용하는 데 드는 총비용이 약 49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캐나다는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였고, 그 여파는 F-35 도입을 추진하고 있던 싱가포르나 호주 등에 미치고 있다.

F-35A의 초도생산품의 비행 모습 ⓒ Lockheed Martin / Paul Weatherman

지난 12월 12일, 한 보고서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세계적인 회계감사 업체인 KPMG가 캐나다 정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이 보고서는 캐나다가 F-35를 운용하는데 드는 총비용인 수명주기비용(LCC: Life Cycle Cost)을 추산하고 있다. KPMG의 결론에 따르면 캐나다가 F-35를 운용할 경우 총 42년에 걸쳐 약 450억 캐나다달러(한화 약 49조 원)가 든다. 이 파문으로 캐나다의 하퍼 정부는 F-35 도입 결정을 '리셋'하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의미에서 F-35 사업에 치명타를 안겼다. ▲F-35 사업 참가국들 중에서도 가장 사업에 우호적이었던 캐나다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등을 돌렸으며 ▲객관적으로 추산된 F-35 운용비용이 매우 과도하여 이미 구매를 결정한 국가들마저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사업 추진 주체인 정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외부 업체에 의해 독립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현재까지 나온 가장 객관적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F-35 60대의 도입 가격을 15조 원으로 보고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F-35의 비싼 가격이 다시 한번 논란이 되었다. 여기에 캐나다에서 산정한 운용비용을 더하면 총 50조 원이 넘는 혈세가 F-35를 위해 투입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KPMG에서 추산한 F-35 65대에 대한 수명주기비용

이 보고서의 추산을 우리나라에 적용하여 보자. 개발과 획득 비용을 제외한 수명주기비용을 합산하면 359억 캐나다달러(한화 약 38.7조 원)가 된다. 우리나라는 60대를 구매할 예정이므로 이 차이를 반영하면 F-35 60대를 30년간 운용하는 데 약 35조 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최근 보도된 15조 원을 더하면 도입과 운용 등에 총 50조 원의 비용이 든다는 계산이 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차기전투기 사업이 속개되면 F-35의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는 계속 록히드마틴 측을 따라다닐 것이다.

갈수록 불어난 총비용
160억… 250억… 결국 450억 달러

최초에 캐나다 국방부가 발표했던 F-35 65대의 수명주기비용은 160억 캐나다달러였다. 그러나 작년 4월에 발표된 캐나다 감사원의 보고서는 국방부의 발표가 국민들에게 F-35 사업의 비용초과와 제작 지연에 대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감사원이 추산한 F-35의 수명주기비용은 250억 캐나다달러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하퍼 정부는 해당 사업의 예산을 동결함과 동시에 캐나다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NGFC: Next Generation Fighter Capability)의 주체를 국방부에서 공공사업부로 이관시켰다. 또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F-35의 운용비용에 관한 독립적인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작년 9월, 하퍼 정부는 KPMG에게 그러한 용역을 맡겼다.

KPMG의 보고서가 완료된 것은 작년 11월 27일. 언론에 그 내용이 흘러나온 것이 12월 초였고, 정부에서 보도 내용을 시인한 것이 12월 12일이었다. 정부가 보고서의 결론을 두고 상당히 고심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초의 160억에서 곱절 이상이 불어난 450억 캐나다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야당의 비난이 빗발친 것은 물론이다. 국방부의 획득 분야 차관보를 역임했던 앨런 윌리엄스 또한 캐나다의 정치 전문지 에 "획득 과정 전체가 처음부터 왜곡되었다. 관료들이 매우 피상적인 옵션 분석을 갖고 F-35를 추천했다"며 사업 진행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윌리엄스는 십여 년 전 캐나다가 F-35 사업에 참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또한 윌리엄스는 "지난 2년 동안 지금까지 관료들이 말해 왔던 것들이 잘못되었다는 정보가 끊임없이 나왔음에도 왜 빨리 발을 빼지 않았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리셋' 이후 캐나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전투기를 선택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미 F-35를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았기 때문에 다른 전투기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소요목록(SOR: Statement Of Requirement)이 그대로라 F-35를 다시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캐나다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한 비판자들은 정부가 진정으로 재검토를 하고자 했다면 소요목록을 다시 작성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사이먼 미셸은 동아시아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의 질문에 "무모한 사람이나 신통력을 가진 사람만이 F-35 같은 사업에 대해 확정적인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F-35 사업에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개발만 완료된다면 F-35는 캐나다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가들이 구입할 수 있는 최고의 전투기가 될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별로 없다. 미셸은 이를 강조하면서 "또한 F-35 구입은 미국과 정치적으로 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과 시간이다. F-35 사업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아직 언제 완성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F-35 사업,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당초 F-35 합동공격전투기(JSF: Joint Strike Fighter) 사업의 목적은 F-16처럼 운용비용이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F-35 사업은 미국의 국방 획득사업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되고 있는, 그다지 영예롭지 못한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 F-35 사업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캐나다의 공영언론 CBC 소속의 브라이언 스튜어트는 타국의 경쟁을 일찌감치 따돌리려는 워싱턴의 과욕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분석했다. 펜타곤은 2007년, 비행 시험을 치르기도 전에 F-35의 초기 생산을 시작했다. 록히드마틴의 스텔스 기술이 빨리 시장을 독주하게끔 하여 타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비행 시험을 생략하고 생산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펜타곤 내부에서도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상부에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듯하다. 사업은 그 이후 새로 부임한 펜타곤의 획득 분야 책임자인 프랭크 켄달로부터 작년 초 "획득 부정(acquisition malpractice)"이라는 신랄한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당초 펜타곤에서는 F-35를 3천 대 이상 구매할 계획이었다. 또한 록히드마틴은 F-35를 해외에서만 1천 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발 지연과 비용 상승 등으로 업계의 몇몇 전문가들은 최근 F-35의 생산량이 계획된 생산량의 절반 정도만 달성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는 F-35의 해외 구매자들이 치러야 하는 단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발표와는 달리 초도생산 단가는 더 올라

지난 12월 14일, 펜타곤과 록히드마틴은 F-35의 5차 초도생산품(LRIP: Low Rate Initial Production) 생산에 관한 마지막 분할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과 더불어 F-35의 합동사업사무국(Joint Program Office)에서는 5차 초도생산에서 4차 생산에 비해 단가를 4% 떨어뜨렸다고 발표했다. 총 32대인 이번 5차 초도생산에서 일반형인 F-35A(22대)의 단가는 1억 5백만 달러, 수직이착륙(STOVL)형 F-35B(3대)는 1억 1천 3백만 달러, 함재기형 F-35C(7대)는 1억 2천 5백만 달러라고 사무국은 밝혔다. 평균 1억 1천 4백만 달러(한화 약 1,210억 원) 가량이다.

그동안 F-35 사업은 치솟는 기체 생산 단가로 많은 염려를 낳았다. 초도생산을 통해 생산 라인을 능률화하고 기술 성숙을 도모하여, 완전생산(FPR: Full Rate Production) 단계에서는 현재의 절반까지 단가를 낮추겠다는 것이 사무국의 계획이다. 5차 초도생산의 단가 하락은 바로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사무국의 의견이다. 그러나 사무국의 대변인 조 델라비도바는 이러한 가격이 산출된 과정의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의 지오반니 드 브리간티는 보다 정확한 단가를 산출하기 위해 F-35의 5차 초도생산과 관련된 계약들을 모두 종합하여 분석하였다. 미 국방부는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 금액을 비롯한 세부 내용들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5차 초도생산과 관련된 모든 계약을 찾아 그 금액을 합산하고 이를 총 생산대수인 32대로 나누었다. 이는 매우 단순한 방법이지만 그만큼 이점이 있다. 대당 단가를 낮추어 보고하기 위해 동원하는 회계학적 '꼼수'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브리간티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4차 초도생산과 5차 초도생산의 대당 단가를 산출하였다. 그 결과 4차 초도생산의 단가는 1억 7920만 달러, 5차 초도생산의 단가(5차의 경우 엔진 가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4차의 엔진 단가를 적용하였다)는 1억 8360만 달러였다. 4차에서 5차를 거치면서 대당 단가는 4% 절감은 커녕 오히려 2.5% 증가한 것이다. 사무국 대변인은 이에 관한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의 질의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의 시험 장면 ⓒ Lockheed Martin / Dane Wiedmann

전문가들 "4세대 전투기에 최신 무기 장착이 대안"

이미 F-35 사업에 파트너로 참가하고 있는 국가들은 물론이고 잠재적인 구매국가들도 사업의 진행 추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호주의 경우 본래 100대를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주문은 단 두 대에 불과하다. 사업이 난항을 겪고 호주에서도 국방예산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F-35 구매를 두고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로위 국제정책연구소(Lowy Institute for International Policy)의 군사 분야 연구원 제임스 브라운은 (더 디플로맷)에 "F-35와 잠수함 사업이 [예산 감축의] 가장 명확한 타겟이 될 것"이라 말했다.

호주의 본래 계획은 2015년경 퇴역하게 될 F/A-18 호넷 70여 대를 F-35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F-35의 양산이 계속 지연되자 2007년 F/A-18F 수퍼호넷 24대를 주문하여 2010년에 도입하였다. 지난 12월 13일 호주 국방부는 미국에 수퍼호넷에 대한 요청서(LOR: Letter of Request)를 보낸다고 발표했다. 호주 국방부는 최대 24대의 수퍼호넷을 추가로 구입할 의향을 갖고 있다. 요청서 발송이 항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위 연구소의 브라운 연구원은 "소량의 수퍼호넷을 추가로 구매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 주문량을 줄여 F-35를 구매하면 예산을 절약함과 동시에 F-35 사업이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사이먼 미셸은 "가장 발전된 4세대 전투기를 구입하고 여기에 최신의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 여러 나라들에게 있어 단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경에는 F-35에 기대하고 있는 역할을 스텔스 무인기가 대부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미 '군산복합체' 호강의 60년... 이제 잔치는 끝났다

"우리는 지난 60년간 군사력의 호강(gravy train)을 누려왔다. 그리고 이제 그 종말의 징조를 보고 있다." 미 공군의 4개년 국방검토(QDR) 책임자로 최근 임명된 스티븐 콰스트 소장이 지난 10월 미 공군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적보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생산하던" 냉전 시대의 패러다임은 오늘날에는 통하지 않으며,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본도 챙길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후 미국이 오랫동안 누려왔던 기술적 우위는 중국과 같은 후발주자들에게 조금씩 따라잡히고 있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그늘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멈출 줄 모르고 팽창을 거듭했던 미국의 국방 예산은 9/11 이후 처음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이러한 상황에 사업 관리의 난맥까지 겹쳐 F-35는 안팎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F-35 사업은 냉전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추진되던 국방 획득사업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현실과 정면충돌한 가장 극적인 사례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들의 F-35 도입 계획 및 현황
(출처: [글로브 앤 메일], AFP통신)

○ 호주
100대를 구매하는 것이 최초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후한 폭격기 교체가 시급해지면서 F/A-18F 수퍼호넷 24대를 구입했다. 현재까지 F-35는 14대만 주문이 들어간 상태이고 추가 24대에 대해서는 2015년까지 결정을 미루었다. F-35 생산 일정이 자꾸 늦어지자 수퍼호넷 24대를 추가로 구매할 의향도 보이고 있다.

○ 영국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 138대를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비용 문제로 25% 더 저렴할 것으로 보이는 함재기 버전 F-35C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치솟는 가격으로 구매 물량이 줄어들 소지가 크다. 전문가들은 전체 구매량이 30% 이상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구매한 물량은 3대에 불과하다.

○ 덴마크
F-35 콘소시엄의 일원이지만 덴마크는 아직까지 구매 주문을 내린 적이 없다. 정부는 결정을 계속 연기하는 와중에 F-16 20여 대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세웠다.

○ 이스라엘
이미 2010년에 20대를 주문하였으나 전투기를 인도받으려면 2017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본래 75대 도입을 계획하였으나 개발이 자꾸 지연되면서 임시방편으로 F-15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 이탈리아
131대를 구매하겠다는 것이 본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계약은 하지 않았다. 정부가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90대 구입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현재 이탈리아 해군은 새로운 항공모함에 놓을 함재기 22대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 22대가 주문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

○ 일본
42대 구매 계획을 발표했으며 작년 6월경 4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이 이 42대 구매 이후 본격적으로 F-35를 운용하게 되면 미래에 100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 지연과 가격 상승으로 작년 초 다나카 나오키 방위대신이 전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네덜란드
85대를 구매하려던 본 계획이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현재 F-35의 가격 추산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분석가들은 40대만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결정은 2015년으로 연기되었다.

○ 노르웨이
52대를 주문할 계획이나 인도가 2024년에나 완료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35 컨소시엄 참가국들 중 거의 유일하게 F-35 프로그램에 아직까지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 터키
터키도 컨소시엄 참가국으로 처음에는 100대를 구매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으나, 올해 1월 11일 결국 첫 주문(2대)을 연기했다. 가격 상승과 아직 F-35의 기술적 성능이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것이 이유이다. 한편 터키 국방부는 여전히 100대 구매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공군 최초의 패트리어트 작전장교(TCO) 중 하나. 번역서로 [우정의 가치(까만양)], [실비오 게젤의 경제학의 정신(인카운터)]이 올해 출간 예정.
이메일 : subin.b.kim@gmail.com       트위터 : @delcinabro       블로그 : http://plug.hani.co.kr/thew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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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7일 일요일

"운용에 50조원…" F-35 사업 먹구름


이글은 한겨레신문 디펜스21 2013-01-24일자 기사 '"운용에 50조원…" F-35 사업 먹구름'을 퍼왔습니다.

지난 12월 전해진 캐나다의 F-35 도입 전면 재검토 소식은 F-35 사업에 치명타였다. KPMG가 캐나다 정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독립적인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65대의 F-35를 운용하는 데 드는 총비용이 약 49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캐나다는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였고, 그 여파는 F-35 도입을 추진하고 있던 싱가포르나 호주 등에 미치고 있다.

F-35A의 초도생산품의 비행 모습 ⓒ Lockheed Martin / Paul Weatherman

지난 12월 12일, 한 보고서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세계적인 회계감사 업체인 KPMG가 캐나다 정부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이 보고서는 캐나다가 F-35를 운용하는데 드는 총비용인 수명주기비용(LCC: Life Cycle Cost)을 추산하고 있다. KPMG의 결론에 따르면 캐나다가 F-35를 운용할 경우 총 42년에 걸쳐 약 450억 캐나다달러(한화 약 49조 원)가 든다. 이 파문으로 캐나다의 하퍼 정부는 F-35 도입 결정을 '리셋'하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의미에서 F-35 사업에 치명타를 안겼다. ▲F-35 사업 참가국들 중에서도 가장 사업에 우호적이었던 캐나다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등을 돌렸으며 ▲객관적으로 추산된 F-35 운용비용이 매우 과도하여 이미 구매를 결정한 국가들마저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사업 추진 주체인 정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외부 업체에 의해 독립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현재까지 나온 가장 객관적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F-35 60대의 도입 가격을 15조 원으로 보고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F-35의 비싼 가격이 다시 한번 논란이 되었다. 여기에 캐나다에서 산정한 운용비용을 더하면 총 50조 원이 넘는 혈세가 F-35를 위해 투입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KPMG에서 추산한 F-35 65대에 대한 수명주기비용

이 보고서의 추산을 우리나라에 적용하여 보자. 개발과 획득 비용을 제외한 수명주기비용을 합산하면 359억 캐나다달러(한화 약 38.7조 원)가 된다. 우리나라는 60대를 구매할 예정이므로 이 차이를 반영하면 F-35 60대를 30년간 운용하는 데 약 35조 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최근 보도된 15조 원을 더하면 도입과 운용 등에 총 50조 원의 비용이 든다는 계산이 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차기전투기 사업이 속개되면 F-35의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는 계속 록히드마틴 측을 따라다닐 것이다.

갈수록 불어난 총비용
160억… 250억… 결국 450억 달러

최초에 캐나다 국방부가 발표했던 F-35 65대의 수명주기비용은 160억 캐나다달러였다. 그러나 작년 4월에 발표된 캐나다 감사원의 보고서는 국방부의 발표가 국민들에게 F-35 사업의 비용초과와 제작 지연에 대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감사원이 추산한 F-35의 수명주기비용은 250억 캐나다달러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하퍼 정부는 해당 사업의 예산을 동결함과 동시에 캐나다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NGFC: Next Generation Fighter Capability)의 주체를 국방부에서 공공사업부로 이관시켰다. 또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F-35의 운용비용에 관한 독립적인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작년 9월, 하퍼 정부는 KPMG에게 그러한 용역을 맡겼다.

KPMG의 보고서가 완료된 것은 작년 11월 27일. 언론에 그 내용이 흘러나온 것이 12월 초였고, 정부에서 보도 내용을 시인한 것이 12월 12일이었다. 정부가 보고서의 결론을 두고 상당히 고심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초의 160억에서 곱절 이상이 불어난 450억 캐나다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야당의 비난이 빗발친 것은 물론이다. 국방부의 획득 분야 차관보를 역임했던 앨런 윌리엄스 또한 캐나다의 정치 전문지 (힐 타임즈)에 "획득 과정 전체가 처음부터 왜곡되었다. 관료들이 매우 피상적인 옵션 분석을 갖고 F-35를 추천했다"며 사업 진행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윌리엄스는 십여 년 전 캐나다가 F-35 사업에 참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또한 윌리엄스는 "지난 2년 동안 지금까지 관료들이 말해 왔던 것들이 잘못되었다는 정보가 끊임없이 나왔음에도 왜 빨리 발을 빼지 않았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리셋' 이후 캐나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전투기를 선택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미 F-35를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았기 때문에 다른 전투기를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소요목록(SOR: Statement Of Requirement)이 그대로라 F-35를 다시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캐나다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한 비판자들은 정부가 진정으로 재검토를 하고자 했다면 소요목록을 다시 작성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사이먼 미셸은 동아시아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의 질문에 "무모한 사람이나 신통력을 가진 사람만이 F-35 같은 사업에 대해 확정적인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F-35 사업에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개발만 완료된다면 F-35는 캐나다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가들이 구입할 수 있는 최고의 전투기가 될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별로 없다. 미셸은 이를 강조하면서 "또한 F-35 구입은 미국과 정치적으로 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과 시간이다. F-35 사업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아직 언제 완성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F-35 사업,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당초 F-35 합동공격전투기(JSF: Joint Strike Fighter) 사업의 목적은 F-16처럼 운용비용이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F-35 사업은 미국의 국방 획득사업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되고 있는, 그다지 영예롭지 못한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다. F-35 사업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캐나다의 공영언론 CBC 소속의 브라이언 스튜어트는 타국의 경쟁을 일찌감치 따돌리려는 워싱턴의 과욕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분석했다. 펜타곤은 2007년, 비행 시험을 치르기도 전에 F-35의 초기 생산을 시작했다. 록히드마틴의 스텔스 기술이 빨리 시장을 독주하게끔 하여 타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비행 시험을 생략하고 생산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펜타곤 내부에서도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상부에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듯하다. 사업은 그 이후 새로 부임한 펜타곤의 획득 분야 책임자인 프랭크 켄달로부터 작년 초 "획득 부정(acquisition malpractice)"이라는 신랄한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당초 펜타곤에서는 F-35를 3천 대 이상 구매할 계획이었다. 또한 록히드마틴은 F-35를 해외에서만 1천 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발 지연과 비용 상승 등으로 업계의 몇몇 전문가들은 최근 F-35의 생산량이 계획된 생산량의 절반 정도만 달성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는 F-35의 해외 구매자들이 치러야 하는 단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발표와는 달리 초도생산 단가는 더 올라

지난 12월 14일, 펜타곤과 록히드마틴은 F-35의 5차 초도생산품(LRIP: Low Rate Initial Production) 생산에 관한 마지막 분할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과 더불어 F-35의 합동사업사무국(Joint Program Office)에서는 5차 초도생산에서 4차 생산에 비해 단가를 4% 떨어뜨렸다고 발표했다. 총 32대인 이번 5차 초도생산에서 일반형인 F-35A(22대)의 단가는 1억 5백만 달러, 수직이착륙(STOVL)형 F-35B(3대)는 1억 1천 3백만 달러, 함재기형 F-35C(7대)는 1억 2천 5백만 달러라고 사무국은 밝혔다. 평균 1억 1천 4백만 달러(한화 약 1,210억 원) 가량이다.

그동안 F-35 사업은 치솟는 기체 생산 단가로 많은 염려를 낳았다. 초도생산을 통해 생산 라인을 능률화하고 기술 성숙을 도모하여, 완전생산(FPR: Full Rate Production) 단계에서는 현재의 절반까지 단가를 낮추겠다는 것이 사무국의 계획이다. 5차 초도생산의 단가 하락은 바로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사무국의 의견이다. 그러나 사무국의 대변인 조 델라비도바는 이러한 가격이 산출된 과정의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의 지오반니 드 브리간티는 보다 정확한 단가를 산출하기 위해 F-35의 5차 초도생산과 관련된 계약들을 모두 종합하여 분석하였다. 미 국방부는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 금액을 비롯한 세부 내용들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5차 초도생산과 관련된 모든 계약을 찾아 그 금액을 합산하고 이를 총 생산대수인 32대로 나누었다. 이는 매우 단순한 방법이지만 그만큼 이점이 있다. 대당 단가를 낮추어 보고하기 위해 동원하는 회계학적 '꼼수'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브리간티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4차 초도생산과 5차 초도생산의 대당 단가를 산출하였다. 그 결과 4차 초도생산의 단가는 1억 7920만 달러, 5차 초도생산의 단가(5차의 경우 엔진 가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4차의 엔진 단가를 적용하였다)는 1억 8360만 달러였다. 4차에서 5차를 거치면서 대당 단가는 4% 절감은 커녕 오히려 2.5% 증가한 것이다. 사무국 대변인은 이에 관한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의 질의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의 시험 장면 ⓒ Lockheed Martin / Dane Wiedmann

전문가들 "4세대 전투기에 최신 무기 장착이 대안"

이미 F-35 사업에 파트너로 참가하고 있는 국가들은 물론이고 잠재적인 구매국가들도 사업의 진행 추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호주의 경우 본래 100대를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주문은 단 두 대에 불과하다. 사업이 난항을 겪고 호주에서도 국방예산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F-35 구매를 두고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로위 국제정책연구소(Lowy Institute for International Policy)의 군사 분야 연구원 제임스 브라운은 (더 디플로맷)에 "F-35와 잠수함 사업이 [예산 감축의] 가장 명확한 타겟이 될 것"이라 말했다.

호주의 본래 계획은 2015년경 퇴역하게 될 F/A-18 호넷 70여 대를 F-35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F-35의 양산이 계속 지연되자 2007년 F/A-18F 수퍼호넷 24대를 주문하여 2010년에 도입하였다. 지난 12월 13일 호주 국방부는 미국에 수퍼호넷에 대한 요청서(LOR: Letter of Request)를 보낸다고 발표했다. 호주 국방부는 최대 24대의 수퍼호넷을 추가로 구입할 의향을 갖고 있다. 요청서 발송이 항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위 연구소의 브라운 연구원은 "소량의 수퍼호넷을 추가로 구매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 주문량을 줄여 F-35를 구매하면 예산을 절약함과 동시에 F-35 사업이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사이먼 미셸은 "가장 발전된 4세대 전투기를 구입하고 여기에 최신의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 여러 나라들에게 있어 단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경에는 F-35에 기대하고 있는 역할을 스텔스 무인기가 대부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미 '군산복합체' 호강의 60년... 이제 잔치는 끝났다

"우리는 지난 60년간 군사력의 호강(gravy train)을 누려왔다. 그리고 이제 그 종말의 징조를 보고 있다." 미 공군의 4개년 국방검토(QDR) 책임자로 최근 임명된 스티븐 콰스트 소장이 지난 10월 미 공군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적보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생산하던" 냉전 시대의 패러다임은 오늘날에는 통하지 않으며,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본도 챙길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후 미국이 오랫동안 누려왔던 기술적 우위는 중국과 같은 후발주자들에게 조금씩 따라잡히고 있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그늘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멈출 줄 모르고 팽창을 거듭했던 미국의 국방 예산은 9/11 이후 처음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이러한 상황에 사업 관리의 난맥까지 겹쳐 F-35는 안팎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F-35 사업은 냉전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추진되던 국방 획득사업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현실과 정면충돌한 가장 극적인 사례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들의 F-35 도입 계획 및 현황
(출처: [글로브 앤 메일], AFP통신)

○ 호주
100대를 구매하는 것이 최초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후한 폭격기 교체가 시급해지면서 F/A-18F 수퍼호넷 24대를 구입했다. 현재까지 F-35는 14대만 주문이 들어간 상태이고 추가 24대에 대해서는 2015년까지 결정을 미루었다. F-35 생산 일정이 자꾸 늦어지자 수퍼호넷 24대를 추가로 구매할 의향도 보이고 있다.

○ 영국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 138대를 구매할 계획이었으나 비용 문제로 25% 더 저렴할 것으로 보이는 함재기 버전 F-35C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치솟는 가격으로 구매 물량이 줄어들 소지가 크다. 전문가들은 전체 구매량이 30% 이상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구매한 물량은 3대에 불과하다.

○ 덴마크
F-35 콘소시엄의 일원이지만 덴마크는 아직까지 구매 주문을 내린 적이 없다. 정부는 결정을 계속 연기하는 와중에 F-16 20여 대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세웠다.

○ 이스라엘
이미 2010년에 20대를 주문하였으나 전투기를 인도받으려면 2017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본래 75대 도입을 계획하였으나 개발이 자꾸 지연되면서 임시방편으로 F-15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

○ 이탈리아
131대를 구매하겠다는 것이 본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계약은 하지 않았다. 정부가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90대 구입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현재 이탈리아 해군은 새로운 항공모함에 놓을 함재기 22대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 22대가 주문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

○ 일본
42대 구매 계획을 발표했으며 작년 6월경 4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이 이 42대 구매 이후 본격적으로 F-35를 운용하게 되면 미래에 100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 지연과 가격 상승으로 작년 초 다나카 나오키 방위대신이 전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네덜란드
85대를 구매하려던 본 계획이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현재 F-35의 가격 추산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분석가들은 40대만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결정은 2015년으로 연기되었다.

○ 노르웨이
52대를 주문할 계획이나 인도가 2024년에나 완료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35 컨소시엄 참가국들 중 거의 유일하게 F-35 프로그램에 아직까지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 터키
터키도 컨소시엄 참가국으로 처음에는 100대를 구매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으나, 올해 1월 11일 결국 첫 주문(2대)을 연기했다. 가격 상승과 아직 F-35의 기술적 성능이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것이 이유이다. 한편 터키 국방부는 여전히 100대 구매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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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군 최초의 패트리어트 작전장교(TCO) 중 하나. 번역서로 [우정의 가치(까만양)], [실비오 게젤의 경제학의 정신(인카운터)]이 올해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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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6일 일요일

한전 "수리때 고압전류 끄지마", 55명 감전사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8-25일자 기사'한전 "수리때 고압전류 끄지마", 55명 감전사'를 퍼왔습니다.
비용 아끼려다 하청업체 배전공들 죽음으로 내몰려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비용을 아낀다는 이유로 하청업체 배전공들에게 고압전류를 끊지 않은 상태로 작업을 시켜, 지난 3년 사이에 55명이 감전사하고 1천400여명이 다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25일 SBS 에 따르면, 지상 10m 위 고압선 보수 공사 현장에서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2만 볼트 넘는 고압선의 연결부위를 매만지는 작업을 한 배전공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배전공은 작업이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2만2천900볼트를 활선 상태, (전기를) 살려 놓은 상태로 살려 전기 작업을 하니까 더 위험할 수밖에 없죠"라며 "한전 방침이 무정전, 통전하면서 공사를 해야 되는 방침이 있는데…"라고 밝혔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진단 뜻이다.

예전엔 임시 케이블로 안전하게 이어놓고 작업 구간엔 전류를 끊은 상태에서 공사를 했으나, 작업 시간이 많이 들어 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한국전력은 2000년대 들면서 하청업체에 전류를 끊지 않고 작업을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결과는 참혹했다. 최근 3년 동안 감전 사고로 다친 배전공은 1천400여명으로 하루 1명이 넘고, 목숨을 잃은 사람만도 55명이나 된다.

2009년 말 고압선 작업 중에 감전돼 두 팔을 잃은 황모씨는 "여기 살을 다 걷어내고 등에 있는 살을 뜯어다가 여기 붙인 거거든요"라며 참담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전은 전류를 끊지 않고 작업하는 이른바 '무정전 방식'이 오히려 선진 기법이라며 사고원인은 하청업체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 관계자는 "사고난 것들이 보게 되면 수칙 미준수가 대부분"이라며 "제대로 된 장갑을 끼고 고압전선을 만져도 아무로 안 다칩니다"라며 책임을 배전공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한전이 시키는 대로 작업할 뿐이라며 억울하단 입장이다.

SBS는 "한전과 하청업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배전공들은 오늘도 목숨을 건 위험한 작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보도 직후 트위터 등 SNS에서는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행태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관련자 문책 등을 촉구하는 글들이 빗발치는 등 파문이 급확산되고 있다.

최병성 기자 

2012년 8월 12일 일요일

대추리·강정·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의 폭력대집행


이글은 한겨레21 201208-13일자 제923호 기사 '대추리·강정·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의 폭력대집행'을 퍼왔습니다.
[특집] ‘제3자’ 용역업체 등이 철거 등 행정 대신하고 비용은 ‘원인 제공자’ 철거민 등에게 징수하는 행정대집행… 철거지역 경비, 이주 업무까지 맡는 용역업체들은 강제 철거 전에도 세입자 등에게 폭행·협박 자행

‘2230만원’.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청이 판자촌인 일명 ‘포이동 재건마을’(현 개포동 1266번지) 주민대표 조철순씨에게 이런 비용을 청구했다. 그해 6월 화마로 인해 살 곳을 잃어버린 주민들이 직접 설치한 임시주택 세 채를 강제 철거하는 데 들어간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른바 ‘행정대집행’ 비용이다. 행정대집행이란, 행정상 의무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청이나 제3자가 이를 대행한 뒤 소요 비용을 의무자에게 징수하는 강제집행 제도다.

명도 소송 통한 철거, 계고장도 필요 없어

강제 철거가 있던 지난해 8월12일 새벽 6시, 강남구청 직원 60명과 철거용역업체 직원 80명이 포이동 재건마을로 들이닥쳤다. 주거 대책을 놓고 주민과 구청이 두 달째 갈등을 빚던 중이었다. 주민과 용역 간 충돌은 불 보듯 뻔했다. 아비규환 속에서 주민 3명이 다쳤다. 앞서 구청은 이재민들에게 서울시 7개 구에 위치한 임대주택 50가구를 마련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대료와 보증금조차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어르신이 많았다. 더구나 구청이 1991년부터 ‘시유지 무단 점유’를 이유로 집집마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부과한 토지변상금을 떠안은 상태에서 섣불리 마을을 떠날 수 없었다. 재건마을은 1981년 도시빈민·부랑인 등으로 구성된 자활근로대 일부가 이 지역으로 강제 이주돼 형성된 가난한 동네다. 주민들은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대집행 비용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철거 현장에 집행 책임자가 나오지 않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었고,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라는 행정대집행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구청은 절차상 하자가 없었으며, 공익을 해할 위험이 있는 ‘불법 건축물’을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맞섰다.
취약 주거계층, 미군기지 건설 등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 재개발 지역의 영세 세입자, 노점상 등의 집이나 가게를 합법적으로 철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1954년 제정된 뒤 거의 바뀐 부분이 없는 행정대집행 절차를 따르거나, 민사집행상 명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공공의 이익, 또는 사적 재산권을 수호한다며 이뤄진 법 집행 과정에서 늘상 약자들에 대한 ‘폭력’이 방조돼왔다. 적절한 보상 대책이나 제대로 된 이주 합의가 없었다는 근원적인 문제는 고려 사항이 되지 못했다. 강제 철거는 효율적인 집행을 내세워 불시에 일어난다. 특히 명도 소송을 통한 강제 철거의 경우, 거주민에 계고장을 발부하는 등의 고지 의무조차 없다.
과거엔 하루라도 빨리 개발 이익을 보려는 시행사가 인력을 고용해 구청과 짜고 공권력인 양 위장해 현장에 투입시켰다. 지금은 철거용역업체라는 허울 좋은 외피를 쓴 외주화된 폭력이 그 자리를 꿰찮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서울시의 한 구청 공무원은 “정비 업무 때 대개 용역업체 인력을 쓰는데, 이 업계엔 조직폭력배 출신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이런 업체들 중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주차장 경비 업무 등을 위탁받아 돈만 받은 뒤 사업장을 폐쇄하는 ‘먹튀’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 집행관과 철거용역업체 직원 등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상도11구역 에서 빈 집을 대상으로 명도집행을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1980년대 이래 성장가도 달리는 철거용역회사
최근 물의를 일으킨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의 정관을 보면 사업 목적에 ‘행정대집행업’이나 ‘가로정비업’ 등이 명시돼 있다. 물리력을 필요로 하는 행정대집행 역시 이런 업체들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행정대집행을 수행한 용역업체들은 주먹구구식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지자체가 이를 집행해왔다. 이런 이유로 국가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행정대집행 비용 산정 기준 개선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업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가 일방적으로 산정한 금액을 행정청이 별다른 검증 없이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재 ‘민중주거 생활권 쟁취를 위한 철거민연합’(민철연) 연대사업국장은 이런 문제를 두고 “나라가 노점상에게서 돈을 걷어 용역업체에 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합법적 강제 철거 및 퇴거에 이르지 않더라도,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이나 세입자 등은 퇴거를 종용하는 폭력과 공포에 시달린다. 재개발조합 등과 계약을 맺은 철거용역업체들은 이주 업무까지 함께 수행한다. 이런 철거용역회사는 1980년대 중반부터 등장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업체들은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자로 규정되는데 동시에 경비업 허가를 보유한 경우도 있다. 2009년 1월20일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 남일당이 포함된 용산 4구역에도 시공사 및 조합과 ‘건설물 해체 및 잔재처리공사 도급계약’을 맺은 호람건설과 현암건설산업이라는 철거용역업체가 들어와 있었다. 이들이 맺은 계약서에는 ‘약정 기간 내에 철거를 끝내지 않으면 지체 1일에 대해 공사 금액의 1천분의 1을 보상금으로 배상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2008년 2월께부터 철거용역업체는 강제 철거를 반대하는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폭행·협박·영업방해 등을 통해 퇴거를 압박했다. 상가 세입자들은 철거용역업체의 폭력과 압박에 맞서 남일당 건물 옥상에 올랐다 참변을 당했다.
강제 철거 현장에서의 폭력과 충돌은 거주민뿐 아니라 용역들의 목숨도 위협한다. 2005년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 현장에서 주민들과 대치하던 20대 용역 직원이 숨진 경우가 그렇다. 당시 (한겨레) 보도를 보면, 철거 현장에 거의 무방비로 투입된 용역 직원 43명 대부분이 단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이들은 경찰과 대한주택공사 직원들이 현장에 있었지만 위험한 상황을 통제하기는커녕 수수방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권위 개선 권고에도 변함없는 현실

용사 참사가 일어난 직후인 2009년 2월 국가인권위는 그동안 강제 철거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해왔는데도 이를 최소화하려는 적극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충분한 사전고지·협상 및 적절한 보상 없는 강제 철거,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한 강제 철거 등을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 정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 예방·금지 규정 및 불이행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마련 △경찰청장에게 강제 철거 현장에서 발생하는 철거 및 경비업체 직원에 의한 폭력 문제, 법적 자격 없이 경비업체 업무를 수행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감독 강화 등을 권고했다. 2012년 8월,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 들어온 공권력 및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 서울국토관리청은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농지를 비우지 않으면 8월6일 강제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법이라는 방패막 뒤로 난무하는 폭력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2012년 8월 7일 화요일

"온 국민이 주치의 두는 세상, 어렵지 않아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07일자 기사 '"온 국민이 주치의 두는 세상, 어렵지 않아요!"'를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국민 주치의 제도, 비용보다 편익 크다

우리 국민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때, 어느 병원 또는 어느 전문의를 찾아가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수준과 관계없이 온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어디가 아프면 바로 자신의 주치의에게 진료를 예약하거나 전화 상담을 하는 주요 선진국 국민들의 의료이용 관행과는 사뭇 다르다. 즉, '의료'라는 넓고 위험한 정보과학기술의 바다 앞에서 타야 할 배와 목적지를 정해야 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개개인이 위험부담을 안고 이러한 결정을 해야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자신의 건강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이를 대신해 준다.

건강을 개인의 책임이라고 보거나 의료서비스를 상품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의료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여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제분야와 달리 의료분야에서 이러한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제 때 받아야 할 의료서비스나건강검진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의약품의 중복이나 오남용, 진단 검사의 반복,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용이 낭비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국민 개개인에게 자신의 주치의를 두게 하는 것도 이 같은 부작용과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주치의제도는 국민의 건강문제를 개인의 책임영역을 벗어나 사회의 연대의식 속에서 해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주치의를 두지 않은 채 자유롭게 의료이용을 할 때의 위험성을 일반 국민은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그 결과가 다른 요인들과 함께 복합적으로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뚜렷하게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세계 어느 나라도 조기검진을 권하지 않는 갑상선 암에 대해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5~10배 많이 조기검진을 하고 있어서 수많은 사람이 암 공포감과 함께 평생 호르몬을 복용해야 하는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주치의제도의 부재와 건강검진의 상업화가 갑상선암 과다진단과 발생률 증가의 배경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좀처럼 인지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주치의제도 도입 논의가 미미했던 점은 매우 유감이다.

일차의료와 주치의 제도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지역사회의 일차의료 영역에서 건강문제의 80-90%를 해결한다. 고도로 전문화되어 고비용적인 병원의 의료서비스를 구태여 받지 않아도 일차의료 영역에서 충분히 건강이 관리되는 것이다. 일차의료의 수준이 높은 국가의 국민은 그렇지 않은 국가의 국민보다 자국 의료체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합리적이고 형평성이 높은 건강관리가 가능하여 건강수준도 우수하다.

그렇다면 일차의료란 무엇일까? 일차의료란 병원의료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국내 일차의료연구회 연구(2007)에 따르면, "일차의료란, 건강을 위하여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의료를 말한다.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하여 주민에게 흔한 건강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이다. 일차의료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보건의료인들의 협력과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일차의료는 최초접촉, 포괄성, 관계의 지속성, 조정기능이라는 네 가지의 핵심적인 속성을 갖는다. 이러한 일차의료의 핵심 속성들이 잘 구현되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주치의제도이다.

주치의는 일차의료 전문의

주치의는 개인이나 가정을 대상으로 최초접촉 진료를 수행하는 일차의료 전문의(일차의료 의사)이다. 북미대륙에서는 대체로 가정의학 전문의(family physician; 가정의), 유럽에서는 일반의학 전문의(general practitioner; GP)로 호칭하기도 한다. 신체의 특정장기나 질병만을 전공하며, 주로 병원에 종사하는 자문의(단과전문의)와 분명하게 구별된다. 대부분은 지역사회의 일차의료기관(의원)에 종사하며, 지역사회 일차보건의료 팀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의대 졸업 후 3~6년의 임상수련(레지던트) 과정을 마쳐야 일차의료 전문의로서 환자 진료를 할 수 있다. 전체 의사들 중에서 일차의료 의사의 비중은영국 45%, 프랑스 50%, 호주 60%, 캐나다 50% 등으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30-5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차의료 전문의에 해당하는 의사는 가정의인데, 전체 의사 중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처럼 개원하고 있는 내과와 소아과 전문의 등을 일차의료 영역에 포함시키면 일차의료 의사는 약 20%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 일차의료 전문의 수가 부족하고, 국민 개개인이 모든 분야의 전문의를 스스로 선택하여 최초접촉 진료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개개 질환별로 담당 의사를 두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예를 들면, 고혈압에 대해서 대형 병원 심장전문의 진료를 받거나, 두통은 신경과, 요통은 신경외과, 비염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담당 의사로 두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서비스 분절화 현상은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으로 의약품 중복투여, 검사의 반복, 체계적인 평생건강관리 부실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주치의제도는 바람직하고 지속적인 '의사-환자 관계'를 위한 것

주치의제도란, 일차의료 전문의(주치의)가 자신을 선택한 주민(환자)의 명부를 활용함으로써 지속적인 의사-환자 관계 속에서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이 같은 명부를 활용하여 환자들을 질병별로 쉽게 구분해 냄으로써 주치의가 만성질환 관리를 효과적으로 행하고 있다. 흔히 일차의료에서의 문지기 기능(gate-keeping)을 주치의제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지기 기능은 의뢰체계(referral system)에 해당하며, 주치의제도를 구성하는 일차의료의 특징들 중 하나에 해당한다.

주치의제도가 잘 정착된 나라들로는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페인, 뉴질랜드 등이 있고, 지난 10년 동안에 도입되어 과도기에 있는 국가들로는 스웨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이 있다. 선진국들 중에서 주치의제도는 없지만 강력한 문지기 기능은 있는 나라로는 캐나다와 핀란드를 들 수 있고, 느슨한 문지기 기능을 유지하는 나라로는 미국과 호주를 들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문지기 기능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차의료의 개념조차 확실히 자리 잡지 못한 상태이다. 미국이 보편적 건강보장제도가 없어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부러워한다지만, 일차의료 수준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도 뒤처져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서 주치의제도가 필요한 이유

보건의료체계의 성과를 가늠하는 지표들(2010년)에서 우리나라를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최상위 또는 최하위 수준에 속하는 지표들이 많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인구 천 명당 급성기 병상 수(5.5, OECD평균 3.4), 인구 백만 명당 CT 보유대수(35.3, OECD평균 22.6), 국민 1인당 1년간 의사 방문 횟수(12.9, OECD평균 6.4), 의사 1인당 1년간 환자 진료건수(7,251, OECD평균 2,543; 2007년), 그리고 보건의료비 지출의 증가속도(연9%, OECD평균 4.5%)에 있어서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는 일차의료 전문의 대신 각 분야별 질병 전문의들의 비중(>90%)이 최고 수준이다.

보건의료체계를 지탱하는 두 개의 큰 기둥을 들자면 재원조달체계와 의료제공체계를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 두 기둥이 모두 부실하여 이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기관 대부분(>90%)이 민간자본으로 건립되었고, 법적으로는 비영리이나 사실상 영리를 추구한다.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이 정착되어 있다고는 하나 국민의료비 중 공적재원 비중(2010)은 58.2%로 OECD평균(72.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 최초접촉이 이루어지는 일차의료의 개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고 의뢰체계가 유명무실하다. 경증 환자를 두고도 의원과 의원 사이의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병원과 의원이 환자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한다. 이러한 무질서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주치의제도를 도입하면 주요 당사자인 국민, 의료인, 국가는 다음과 같은 편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1) 국민이 누리게 될 편익

첫째, 아플 때 어느 의료기관, 어느 전문의를 찾아가야 할 지 바로 주치의에게 전화나인터넷으로 상담을 할 수 있다. 둘째, 아프지 않을 때라 해도 건강증진/질병예방 상담과 교육,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건강검진을 받거나 안내받을 수 있다. 셋째, 언제 큰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지, 어떤 특정분야의 전문의를 찾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주치의로부터 안내받을 수 있다. 넷째, 주치의가 의료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므로 중복진료, 중복투약, 중복검사 등의 부작용이 최소화된다. 다섯째,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가 향상된다. 주치의제도가 정착된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의료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2) 의료인이 누리게 될 편익

첫째, 환자-의사 관계의 지속성이 향상 되므로 신뢰관계 속에서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셋째, 지불제도의 개편으로 진단 및 치료 행위의 빈도를 늘리지 않아도 되고, 임상진료지침에 따르는 교과서적인 진료가 가능해진다. 넷째, 의뢰-회송체계의 확립으로 일차의료 전문의와 특정분야 전문의 또는 병원 사이에 협력관계 구축이 가능하다. 다섯째,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의사의 만족도가 향상된다. 주치의제도 국가의 일차의료 의사들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일차의료 의사들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3) 국가가 누리게 될 편익

첫째,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과 형평성이 크게 개선된다. 환자의 합리적인 의료이용으로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이게 되며, 환자 본인부담이 줄게 되어 무상의료 실현이 쉬워진다. 둘째, 주치의제도를 통해 일차의료의 속성들(최초접촉, 지속성, 포괄성, 조정기능)이 잘 구현되면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의 급증에 따른 의료비 증가에 잘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의료비 지출을 적정수준에서 안정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시키고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따라서 일차의료 부문의 주치의제도 도입과 병원 부문의 지불제도 개편은 국가가 당면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우리나라 주치의제도 도입 정책의 실패 경험과 교훈

우리나라에서도 주치의제도의 시범사업을 시도하려 했던 때(1996년도)가 있었다. 당시 보건복지부 내의 1개국이 이에 주도적이었는데, 대국민 홍보의 부족, 정부의 준비 소홀, 의사단체의 반대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말았다. 그 후 김대중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에 단골의사제도(1998년도)라는 명칭으로 포함되어 있기는 했으나, 의약분업 파동(2000년도)의 여파로 의사와 정부 사이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영리병원 도입-의료민영화 정책'의 시발점이 되었던 노무현 정부나 이를 심화시키려 했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서는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과거의 정책 실패 경험을 통해서 미루어 볼 때, 향후 제도 도입 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도 도입에 앞서, 일차의료의 개념과 가치, 그리고 주치의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 형성과 사회적 의제화가 필요하다. 둘째,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가 필요하다. 표준 일차의료기관 모형의 설정과 확대, 일차의료 인력의 양성, 지불제도의 개편, 건강정보체계의 확립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를 넘어서는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가 필요하다. 셋째,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의료제공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넷째,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현실에서 실행 가능한 방식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미 왜곡된 의료체계에 적응된 업무처리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어렵다. 관련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유의사항을 염두에 둔다면, 다음과 같은 이 바람직할 것이다.제 1단계: 대국민 홍보와 여론 형성을 통한 사회 의제화(1년차)제 2단계: 관련 당사자 의견수렴과 일차의료 특별법 제정(1-2년차)제 3단계: 표준 일차의료기관('마을 건강센터') 모형의 설정 및 확대(1-5년차)제 4단계: 전 국민 '주치의 갖기 운동' - 이용자 인센티브를 통한 권장(2-3년차)제 5단계: '환자목록' 보유-제출에 대한 제공자 인센티브 제공(광역시-전국)(4-5년차)

전 국민 주치의제도의 도입, 대선 공약에 포함되어야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의 공공성이 취약하다. 공공의료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시장의 논리를 들이 대며 경쟁을 강조하는 경우, 질병 치료 중심의 첨단 대형병원들만 발달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의료서비스는 날로 상품화되어 구매 능력이 떨어지는 환자들의 의료이용은 더욱 제한받게 될 것이며, 건강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일차의료는 퇴조할 것이며, 주치의제도는 요원해 질 것이다. 만일, 건강을 기본권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국민이 형평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옹호하며, 시장의 논리 보다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치지도자가 집권하면, 일차의료는 강화될 것이고 주치의제도 도입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우리 보건의료의 역사에서,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의 도입이 보편적인 공적 재원조달체계의 성립이었다면, 이를 하나로 통합하였던 2000년 '국민건강보험'의 창설은 재원조달체계의 형평성과 공공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이제 우리는 보건의료분야의 또 다른 과제인 일차의료와 의료제공체계의 문제에도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데, 그 해법이 주치의제도에 달려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불과 4개월 정도 남았다. 유력 후보들이 주치의제도의 도입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도록 시민사회와 보건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 환자들로 붐비는 대형병원 대기실. '동네병원'을 믿지 못해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대형병원)의 외래진료비(입원을 제외한 통원 치료비) 점유율은 2005년 10.1%에서 2009년 14.1%로 늘었지만, 의원은 52.5%에서 47.5%로 줄었다. ⓒ연합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