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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2일 일요일

대추리·강정·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의 폭력대집행


이글은 한겨레21 201208-13일자 제923호 기사 '대추리·강정·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이란 이름의 폭력대집행'을 퍼왔습니다.
[특집] ‘제3자’ 용역업체 등이 철거 등 행정 대신하고 비용은 ‘원인 제공자’ 철거민 등에게 징수하는 행정대집행… 철거지역 경비, 이주 업무까지 맡는 용역업체들은 강제 철거 전에도 세입자 등에게 폭행·협박 자행

‘2230만원’.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청이 판자촌인 일명 ‘포이동 재건마을’(현 개포동 1266번지) 주민대표 조철순씨에게 이런 비용을 청구했다. 그해 6월 화마로 인해 살 곳을 잃어버린 주민들이 직접 설치한 임시주택 세 채를 강제 철거하는 데 들어간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른바 ‘행정대집행’ 비용이다. 행정대집행이란, 행정상 의무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청이나 제3자가 이를 대행한 뒤 소요 비용을 의무자에게 징수하는 강제집행 제도다.

명도 소송 통한 철거, 계고장도 필요 없어

강제 철거가 있던 지난해 8월12일 새벽 6시, 강남구청 직원 60명과 철거용역업체 직원 80명이 포이동 재건마을로 들이닥쳤다. 주거 대책을 놓고 주민과 구청이 두 달째 갈등을 빚던 중이었다. 주민과 용역 간 충돌은 불 보듯 뻔했다. 아비규환 속에서 주민 3명이 다쳤다. 앞서 구청은 이재민들에게 서울시 7개 구에 위치한 임대주택 50가구를 마련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대료와 보증금조차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어르신이 많았다. 더구나 구청이 1991년부터 ‘시유지 무단 점유’를 이유로 집집마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부과한 토지변상금을 떠안은 상태에서 섣불리 마을을 떠날 수 없었다. 재건마을은 1981년 도시빈민·부랑인 등으로 구성된 자활근로대 일부가 이 지역으로 강제 이주돼 형성된 가난한 동네다. 주민들은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대집행 비용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철거 현장에 집행 책임자가 나오지 않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었고,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라는 행정대집행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구청은 절차상 하자가 없었으며, 공익을 해할 위험이 있는 ‘불법 건축물’을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맞섰다.
취약 주거계층, 미군기지 건설 등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 재개발 지역의 영세 세입자, 노점상 등의 집이나 가게를 합법적으로 철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1954년 제정된 뒤 거의 바뀐 부분이 없는 행정대집행 절차를 따르거나, 민사집행상 명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공공의 이익, 또는 사적 재산권을 수호한다며 이뤄진 법 집행 과정에서 늘상 약자들에 대한 ‘폭력’이 방조돼왔다. 적절한 보상 대책이나 제대로 된 이주 합의가 없었다는 근원적인 문제는 고려 사항이 되지 못했다. 강제 철거는 효율적인 집행을 내세워 불시에 일어난다. 특히 명도 소송을 통한 강제 철거의 경우, 거주민에 계고장을 발부하는 등의 고지 의무조차 없다.
과거엔 하루라도 빨리 개발 이익을 보려는 시행사가 인력을 고용해 구청과 짜고 공권력인 양 위장해 현장에 투입시켰다. 지금은 철거용역업체라는 허울 좋은 외피를 쓴 외주화된 폭력이 그 자리를 꿰찮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서울시의 한 구청 공무원은 “정비 업무 때 대개 용역업체 인력을 쓰는데, 이 업계엔 조직폭력배 출신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이런 업체들 중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주차장 경비 업무 등을 위탁받아 돈만 받은 뒤 사업장을 폐쇄하는 ‘먹튀’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 집행관과 철거용역업체 직원 등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상도11구역 에서 빈 집을 대상으로 명도집행을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1980년대 이래 성장가도 달리는 철거용역회사
최근 물의를 일으킨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의 정관을 보면 사업 목적에 ‘행정대집행업’이나 ‘가로정비업’ 등이 명시돼 있다. 물리력을 필요로 하는 행정대집행 역시 이런 업체들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행정대집행을 수행한 용역업체들은 주먹구구식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지자체가 이를 집행해왔다. 이런 이유로 국가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행정대집행 비용 산정 기준 개선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업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가 일방적으로 산정한 금액을 행정청이 별다른 검증 없이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재 ‘민중주거 생활권 쟁취를 위한 철거민연합’(민철연) 연대사업국장은 이런 문제를 두고 “나라가 노점상에게서 돈을 걷어 용역업체에 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합법적 강제 철거 및 퇴거에 이르지 않더라도,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이나 세입자 등은 퇴거를 종용하는 폭력과 공포에 시달린다. 재개발조합 등과 계약을 맺은 철거용역업체들은 이주 업무까지 함께 수행한다. 이런 철거용역회사는 1980년대 중반부터 등장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업체들은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자로 규정되는데 동시에 경비업 허가를 보유한 경우도 있다. 2009년 1월20일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 남일당이 포함된 용산 4구역에도 시공사 및 조합과 ‘건설물 해체 및 잔재처리공사 도급계약’을 맺은 호람건설과 현암건설산업이라는 철거용역업체가 들어와 있었다. 이들이 맺은 계약서에는 ‘약정 기간 내에 철거를 끝내지 않으면 지체 1일에 대해 공사 금액의 1천분의 1을 보상금으로 배상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2008년 2월께부터 철거용역업체는 강제 철거를 반대하는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폭행·협박·영업방해 등을 통해 퇴거를 압박했다. 상가 세입자들은 철거용역업체의 폭력과 압박에 맞서 남일당 건물 옥상에 올랐다 참변을 당했다.
강제 철거 현장에서의 폭력과 충돌은 거주민뿐 아니라 용역들의 목숨도 위협한다. 2005년 경기도 오산시 수청동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 현장에서 주민들과 대치하던 20대 용역 직원이 숨진 경우가 그렇다. 당시 (한겨레) 보도를 보면, 철거 현장에 거의 무방비로 투입된 용역 직원 43명 대부분이 단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이들은 경찰과 대한주택공사 직원들이 현장에 있었지만 위험한 상황을 통제하기는커녕 수수방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권위 개선 권고에도 변함없는 현실

용사 참사가 일어난 직후인 2009년 2월 국가인권위는 그동안 강제 철거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해왔는데도 이를 최소화하려는 적극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충분한 사전고지·협상 및 적절한 보상 없는 강제 철거,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한 강제 철거 등을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 정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 예방·금지 규정 및 불이행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마련 △경찰청장에게 강제 철거 현장에서 발생하는 철거 및 경비업체 직원에 의한 폭력 문제, 법적 자격 없이 경비업체 업무를 수행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감독 강화 등을 권고했다. 2012년 8월,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 들어온 공권력 및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 서울국토관리청은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농지를 비우지 않으면 8월6일 강제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법이라는 방패막 뒤로 난무하는 폭력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22명의 죽음,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2일자 기사 '"22명의 죽음,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을 퍼왔습니다.
[쌍용차, '죽음의 행진'을 멈춰라] 정리해고 제도 및 행정의 개혁과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가 천 일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동안 무려 22명의 해고노동자 및 가족이 해고의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진단하는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이번 기고를 통해 여러 전문가들이 다각적인 시선에서 쌍용차 사태의원인을 진단하고, 사회적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전체 종업원의 37%에 달하는 2,646명을 구조조정한다는 그 정리해고 규모도 놀라운 것이었고, 노동조합이 77일간의 장기간 파업이 상징하듯 노사합의 없이 대규모 대량해고가 추진되었다는 것도 서규유럽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었다.

대규모 희망퇴직, 정리해고, 무급휴직 이후 22명에 달하는 근로자와 그 가족이 자살하는 등 대책 없는 정리해고로 인한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의 심각성도 자신이 직접 겪지 않는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욱 더 실망스러웠던 것은 고용노동부가 보여준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소극적인 노동행정이었다. 대규모 해고를 사전에 막거나 줄이기 위한 예방행정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정리해고 이후 사업장이 정상화되어 신규 근로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전방위적인 노동행정의 부실이 보여지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5조나 단체협약에서 정한 무급휴직자, 정리해고자에 대한 우선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데도 고용노동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식의 소극적인 태도는 다른 서구유럽국가들에서 보여지는 적극적인 노동행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의 구조조정 사건에서 독일정부는 대량해고를 막기 위하여 노동시간 단축이나 휴직 등을 유도하고 줄어드는 임금에 대하여는 50%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노사가 정리해고를 최대한 회피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합의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동복지정책을 보여주었다.

프랑스 정부도 대량의 정리해고를 하려고 할 때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에 근로시간을법정근로시간인 주35시간 미만으로 단축하거나, 일부근로자들을 휴직하게 하고 줄어드는 임금을 지원하는 소위 부분실업제도를 통하여 대량해고를 최대한 막으려는 적극적인 노동행정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에서 정리해고의 정당성의 요건을 심사하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정부의 노동복지정책 지원을 수용하여 노동시간단축, 근로조건변경 등을 통한 해고회피 노력을 적극적인 노력을 하였는가는 중요한 심사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사건을 보면,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지원 가능한 고용유지지원금의 15% 정도만이 사용되었을 뿐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인 휴업수당과 휴직수당의 경우에사용자는 2008년 12월부터 2009년 4월까지 휴업수당 총57억원, 휴직수당 5.7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으나 쌍용자동차 노사가 정리해고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2009년 8월 6일까지 겨우 휴업수당 9억원, 휴직수당 1.6억원만을 지급받았을 뿐이었다. 사용자는 휴업수당, 휴직수당 등 고용유지원금을 지원받아 해고회피의 노력을 하기 보다는 정리해고를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으나, 정부의 노동행정은 사용자가 신청하지 않는데 어떻게 개입하느냐는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가능한데도 이러한 고용복지적 정책지원을 받아 조업단축과 무급휴직 등의 해고회피 노력을 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강행하거나 규모를 확대한다면 해고회피의 노력이 다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흠결이 있을 수 있다. 노동부도 2009년 5월 26일 정리해고의 절차 및 요건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쌍용자동차 사용자측에 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그 당시 정리해고에 관한 훈령이나 예규 등 구체적인 행정지침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구유럽국가의 정리해고법제에서 해고회피 노력이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독일은 우리의 "해고회피의 노력"의 요건에 해당하는 "해고 대상자에 대한 재교육, 훈련 또는 근로조건의 변경을 통한 계속 근로"의 노력을 사용자가 하지 않은 경우 정리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의 요건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정리해고 전에 사용자는 직업향상 교육과 적응조치에 대한 노력을 선행해야 하고, 기업차원에서 근로자에게 근로자의 기존 일자리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 일자리, 또는 이러한 일자리가 없을 경우에는, 그 보다 낮은 가치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해고회피의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해고대상 근로자를 다른 직종이나 사업장에 재배치하는 해고회피 노력과 으로의 노력과 재배치가 불가능한 해고대상 근로자에 대해서 직업훈련의 실시나 직업알선 직업훈련기간 중 임금보전 등 전직지원 내지 고용유지 등의 계획과 사업장이 정상화되었을 때 해고근로자를 우선고용할 의무를 포함하는 사회계획(Social Plan)은 밀접히 결합되어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대량 해고전에 이러한 해고회피 계획과 사회계획에 관한 내용을 노사간 합의하고 노동관서에 이러한 해고회피 계획과 고용유지, 전직지원 등의 사회계획을 신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리해고 전에 미리 사업장 또는 기업내의 다른 사업장으로 재배치를 위한 직업능력향상 교육 등이 실시되거나 다른 직장으로 전직을 원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직업훈련계획이 수립되거나 직업훈련업체와 직업훈련위탁계약이 체결되어야 하고, 필요하면 최종 정리해고 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전직이나 자영업창업 등을 위한 개별 근로자에 대한 상담과 직업알선 등이 해당 기업 차원이나 노동행정의 지원이 결합되어 수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이 해고회피의 노력인데, 한국의 경우는 정리해고 보다는 퇴직금 등의 보상이 좀 더 많은 희망퇴직이 사실상 해고회피 노력의 주된 내용이 되고 있다. 희망퇴직자에 대한 직업훈련, 창업지원 등의 프로그램이 사전에 추진되지는 않고 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의 경우, 77일간의 파업을 종료하면서 체결된 단체협약에서 정리해고 회피 노력으로 영업직군을 신설해 직무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면 전직지원금 월55만원을 지원받으면서 전직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나 이러한 해고회피 노력이 사전에 계획되지 못하였다.

이렇게 서구유럽국가에서는 노동행정의 핵심을 이루는 전직지원제도가 정리해고 전에 사전에 계획되어 운영되지 못하다 보니, 쌍용차 자동차 사건의 경우 재배치, 전직훈련, 재취업 알선 등 사회계획(Social Plan)으로 추진된 사업들의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단체협약에서 합의된 영업직 전직이 된 근로자는 1명뿐으로 사실상 해고회피나 고용유지 노력으로는 실효성이 없었다. 노동부가 시행한 전직지원 서비스도 실효성이 낮아 2011.3까지 희망퇴직자와 해고자 2652명 중 749명(28.2%)만이 재취업을 하거나 188명(7.0%)이 자영업으로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해고는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해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영상의 어려움 등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경영상의 어려움이 극복되고 사업장이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가 각국마다 입법이나 단체협약 등을 통하여 보편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사업장 정상화로 신규채용할 때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채용한다는 내용을 해고사유에 기재하도록 하거나, 신규채용시 사용자가 해고 근로자에게 우선 채용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도록 하고, 프랑스의 경우에는 이러한 사용자의 해고근로자 우선재고용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일정한 금액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25조도 이러한 보편적인 입법례를 본받아 정리해고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근무한 업무와 동일한 업무에 신규채용을 하는 경우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우선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2007.4.11.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의 구근로기준법 제32조는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훈시규정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구 근로기준법에 의한 판례는 사용자가 경영적 판단에 의하여 신규채용시 해고된 근로자가 아닌 다른 근로자를 우선 채용하였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였으나, 207.4.11. 시행된 근로기준법 제25조는 위와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수준의 훈시규정을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전환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고용노동부도 이러한 법규정의 전환으로 근로자 보호 및 고용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에서는 이러한 정리해고자 우선재고용 조항이 아무런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2009년 8월 6일 노사합의에서 무급휴직자에 대해서는 1년 경과 후생산물량에 따라 순환근무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경영상태가 호전되어 신규인력이 발생할 경우 무급휴직자, 희망퇴직자, 영업전직자를 복기, 채용한다는 등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으나, 2012년 쌍용자동차는 평균가동율이 78%로 사실상 정상화되어 신규인력까지 채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급휴직자나 영업전직자의 복귀나 희망퇴직자, 정리해고자 등에 대한 우선재고용 의무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신규 채용하는 근로자가 생산직이 아니라 생산연구직, 영업직 등으로 무급휴직자나 희망퇴직자와 정리해고자 등이 담당했던 종전의 업무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2012년 쌍용자동차의 채용공고는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하고 있으나, 정리해고자에는 생산직 뿐만 아니라 연구, 영업직의 근로자도 포함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업무라는 것이 직전의 동일업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해고의 회피노력으로 시행되는 전환배치시 재배치될 수 있는 업무까지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볼 때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2009년 8월 6일 단체협약에서 생산직을 영업직으로 전환하여 해고를 회피하기로 하고 실제로 생산직 중 일부가 직무연수 후 영업직으로 전환하였던 사례가 있는 만큼, 다른 무급휴직자, 희망퇴직자 중에서도 영업직으로의 재고용을 원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우선고용의무가 있다고 보여진다. 법리적으로도 정리해고의 "해고 회피의 노력"의 요건과 우선재고용의무는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니 만큼 우선재고용의 대상이 되는 종전의 업무의 범위에는 해고 회피의 노력으로 시행되는 전환배치 업무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실무에서 근로기준법 제25조의 우선재고용 조항이 전혀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정리해고 전에 사전적으로 전직지원협정 등의 사회계약의 내용이 미리 계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서구유럽처럼 사회계획이 정리해고 전에 노사간의 합의로 수립되어 노동부의 승인이나 확인절차를 밟도록 하면 그 규범력이 높아질 것이다. 정리해고된 근로자는 정리해고 후 일정기간내에 재취업의 의사를 표시하도록 하고 사용자는 정기적인 채용통지 의무 등을 부과하여 우선 재고용의무의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이를 위반할 경우 프랑스 등의 예처럼 이러한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규정 등 강제할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러한 손해배상 등의 제재규정도 도입되어야 한다.



 
▲ ⓒ프레시안(김윤나영)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