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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윤창중 KBS 보도지침 두고 “종박언론” 질타 봇물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11일자 기사 '윤창중 KBS 보도지침 두고 “종박언론” 질타 봇물'을 퍼왔습니다.
“공영방송의 추악한 저널리즘… 이러고도 수신료 인상 원하나”

KBS가 10일 윤창중 전 대변인 보도 시 청와대나 태극기 등 정부와 관련돼 있는 자료화면을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을 두고, 트위터리안들은 “공영방송이 권력의 나팔수임을 증명하는 것”, “공영방송의 추악한 저널리즘”이라며 비판했다. 

▲ KBS가 10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게시했던 윤창중 전 대변인 관련 지침 ⓒKBS 새 노조 제공

KBS는 윤창중 전 대변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 일정 중 현지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오후, 신관 3층 보도영상편집실에 ‘공지사항’이라는 문건을 게시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 그림 사용 시 주의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청와대 브리핑룸 브리핑그림 사용금지, 뒷 배경화면에 태극기 등 그림 사용금지’라는 내용과 함께 ‘윤창중 그림 쓸 경우는 일반적인 그림을 사용해 달라’는 권고 사항이 들어 있다. 

해당 소식을 1보로 전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보도영상편집실의 기자가 문제제기를 하자 KBS 측은 3시간 만인 오후 6시쯤 게시물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KBS 홍보팀은 “영상편집부 데스크가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화면을 빼라고 구두로 지시한 것이 의사전달 과정에서 와전됐다”, “윤창중 그림 관련 지시는 태극기 배경화면이 불쾌하다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영상편집부 자체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새 노조)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정부의 ‘신 보도지침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임창건 보도본부장이 취임한 지 3일 만에 일어난 일임을 들어, “임창건 보도본부장이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고 청와대나 권력의 안위를 감싸려는 행태를 보여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창건 보도본부장은 이 지침이 어떤 과정을 거쳐 기자들에게 전달됐는지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보도국 간부들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전했다. 새 노조는 사측에 ‘윤창중 보도지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공정방송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계획이다.

“공영방송의 추악한 저널리즘… 이러고도 수신료 인상을 원하나”

노종면 기자(‏@nodolbal)는 (경향신문)의 기사를 링크해 KBS의 보도지침 소식을 전했다. “윤창중이 청와대 브리핑 하던 장면이나 태극기가 배경에 나오는 화면 사용 금지.. 이는 청와대 대변인을 일반인처럼 화면 구성하라는 지시”라는 노종면 기자의 트윗은 155회나 리트윗되며 알려졌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choijinsoon)는 “KBS ‘청와대·태극기 사용 말라… ‘윤창중 보도지침’. 공영방송의 추악한 저널리즘. 이러고도 수신료 인상을 원하나?”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BHJun)은 “도대체 유신의 부활인가! 5공의 부활인가?~ KBS 청와대·태극기 사용 말라… ‘윤창중 보도지침’”이라는 트윗을 올려, 언론 보도 방향에 대해 일상적으로 지침을 내렸던 70~80년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냈다.

트위터리안들은 KBS의 보도지침을 두고 “공영방송이 권력의 나팔수임을 여실히 증명하누나.. 퉤퉤~”(@fo***********), “‘윤창중 보도지침’이라고 하는데 만일 사실이라면 ‘명불허전 캐백수’ 완벽한 5공으로 회귀”(@oo****), “한심한 KBS… 박근혜 보호가 중요?”(@ju*****), “KBS 보도지침 끝내 주네요. 밑에 ‘국가 혁명 위원회’라고 쓰면 더 대박일텐데…”(@TC********), “역시 종박언론”(@ga****)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트위터리안(@v1*****)은 “성범죄자 윤창중을 보도함에 있어서도 KBS가 보도지침을 내렸다면 청와대나 박근혜 같은 자들의 보도에는 어떤 보도지침을 내리겠는가? KBS는 국민이 직접 내는 돈으로 운용하는데 왜, 국민을 속이는 방송이 되었는가”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트윗도 있었다. 한 트위터리안(@pe******)은 “보도지침에 셀프사과에 덮기 급급하고 향후 5년 정말 그림이 그려지네요. 매트릭스 카피가 막 생각납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고, 다른 트위터리안(@ba*******)은 “지금 청와대에선 사실 당장 너무나 쪽팔려서 무언가로 덮기 위해 앵무새 언론에 보도지침 내려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2013년 1월 19일 토요일

방송뉴스 연성화…“저널리즘 흔들리고 있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18일자 기사 '방송뉴스 연성화…“저널리즘 흔들리고 있다”'를 퍼왔습니다.
인수위 등 중요 현안 간략히, 한파·사건사고 비중 커

방송3사의 메인뉴스가 중요한 사회 현안 보다는 한파, 사건 보도에 더 많은 비중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연성화 경향은 방송뉴스의 저널리즘 기능이 현저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4대강 사업의 부실성 확인, 인수위 기자실 해킹 의혹, 인수위의 공약 이행 의지 재확인, 이동흡 비리 의혹 등 많은 뉴스가 있었지만, KBS·MBC·SBS 메인 뉴스는 한파 혹은 사건사고 보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KBS 톱 기사, ‘동해안 폭설’

▲ 17일 KBS <뉴스9> 캡처. 1~4번째 꼭지가 모두 한파 보도였다. 독감주의보가 도니 노약자나 어린이 위주로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생활정보성 보도도 앞 꼭지에 배치됐다.

KBS (뉴스9)는 17일 주요 헤드라인 5꼭지 중 2꼭지를 ‘한파 보도’에 할애했고, 순서도 가장 앞에 두었다. ‘동해안 50cm 폭설…출근길 불편·혼란’, ‘동해안 10년 만의 최대 강설량, 원인은?’, ‘독감 유행주의보…앞으로 한 두달 주의!’, ‘효과적인 독감 예방 방법은?’ 등 총 네 꼭지를 각각 1~4번째 꼭지로 선정, 가장 빨리 전달했다.
17일은 감사원이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전체 수중보 가운데 한 곳을 뺀 나머지 보의 바닥보호시설이 파손됐다”고 밝혀,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함이 드러난 날이었다. (뉴스9)는 주요 헤드라인 4번째 꼭지에서 ‘4대강 부실투성이… 시공, 준설도 엉망’이라며 4대강 관련 뉴스를 전했으나, 본 뉴스에서는 한파 소식에 밀려 8번째로 보도됐다.
다만 인수위 소식은 5, 6번째에 배치하고 ‘이슈&뉴스’ 꼭지(5분 44초)에서 공약 이행을 위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돌아보는 등 비교적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 꼭지에서는 새누리당조차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드러내며, 박근혜 당선인이 제시한 세입 마련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수위 기자실 해킹 소동은 7번째 꼭지로 보도됐다.

SBS, 신세계 그룹 노조 탄압 보도 ‘단독’이지만 사건 사고에 밀려

▲ 17일자 SBS <8> 캡처. 산후조리원 총기 난동 등 선정적인 사건을 단독 보도, 4대강 관련 보도보다 앞서 배치했다. SBS가 단독 보도한 신세계 전 계열사 노조 사찰 건은 16번째 뉴스였다. MBC 역시 산후조리원 총기 난동 뉴스를 8번째 리포트로 다뤘다.

SBS (8시 뉴스)는 인수위가 새누리당이 제기한 ‘공약 폐기 및 속도 조절’에 대해 반박한 내용을 첫 꼭지로 실었고, 뒤이어 인수위 기자실 해킹 소동을 보도했다.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의혹이 나오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소식도 3번째 꼭지에 배치해 앞서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 꼭지를 제외하고는 ‘법정원한 50대, 산후조리원서 총기 난동’, ‘취객 깔렸는데 또다시 뺑소니…잔인한 택시’, ‘6년 전 달력 그대로…독거남 백골시신 발견’ 등 한파, 사건 사고 소식이 주요하게 보도됐다.
눈에 띄는 것은 SBS의 단독 보도조차 한파와 단순 사건사고 보도에 밀렸다는 점이다. SBS는 이날 직원을 불법사찰, 기록한 문건이 드러나 논란이 된 이마트뿐만 아니라 신세계 전 계열사에서 사찰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하지만 이 소식은 단독 보도라는 말이 무색하게 16번째에 배치됐다. 지역 시청자들이 보기 힘든 8시 30분대에 방송된 것이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발표 소식 역시 30분을 넘어서 방송됐다.

제일 심각한 MBC, 생활 밀착형 뉴스 집중

▲ 17일자 MBC <뉴스데스크> 캡처. 1~6번째 꼭지가 한파 보도였고 시사 현안은 뉴스 후반부로 밀렸다. ‘심층취재’에서는 설 연휴를 앞두고 단골 뉴스꺼리인 설 물가 이야기를 다루었다.

제일 심각한 곳은 MBC다. 한파, 생활 밀착형 뉴스가 톱부터 연달아 배치되면서 인수위 등 시사 관련 뉴스는 17번째 후반으로 밀렸다.
대선 기간에도 대선 보도보다 한파 보도에 여념 없는 모습을 보였던 MBC (뉴스데스크)는 17일자 뉴스에서도 1~6번째 꼭지를 모두 한파 소식으로 채웠다. 생활의 지혜에 가까운 정보성 소식을 시사 관련 소식보다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대로,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나올 법한 뉴스의 비중도 타사보다 월등히 높았다. ‘현장M출동’, ‘집중취재’에서는 땔감 난방 사고와 학교 식중독 예방 오존살균기를 다루었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발표는 17번째로 밀렸으며, 인수위 소식은 20번째 리포트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 18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정연우 학회장은 “방송 뉴스가 (중요 사회 현안보다) 재밋거리나 단순 해프닝을 더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저널리즘 기능이 현저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 국민들이 알아야 하고 공론화시켜야 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보도하지 않아 방송이 사회적 이슈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우 회장은 “방송 뉴스는 이명박 정권 내내 가장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었던 4대강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자기반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추진한 의제에 이해관계가 달린 사람들이 왜 방송에서 공정하게 다뤄지지 못하는지 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MBC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이재훈 간사는 주요 현안에 비해 한파 보도가 우선 보도되는 것에 대해 “한파 보도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중요한 뉴스를 가리기 위해 사용됐다면 문제”라고 짚었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관련 발표 소식이 뒤로 미뤄진 것에 대해 이재훈 간사는 “감사원 자료가 5시에 나와 8시 뉴스에 싣는 데 제작상의 애로점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문제가 있다”며 “엄청난 예산을 들인 사업에서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는데 뒤쪽에 배치한 것은 뉴스 가치를 무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  |  poorenbyul@mediaus.co.kr

2013년 1월 17일 목요일

'테러범' 김현희가 "국가문란행위"를 논하는 촌극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16일자기사 ''테러범' 김현희가 "국가문란행위"를 논하는 촌극'을 퍼왔습니다.
[비평] MBC의 '막장' 대담, 저널리즘 고민 있었나?

1987년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시켰다고 자백한 김현희씨가 15일 MBC 특별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에 출연해 KAL기 사건의 전말과 '가짜 김현희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방영 전부터 MBC 노조는 "(뉴라이트와 같은) 사회 특정세력의 요구를 방문진이 수용해, 방송된 지 10년이나 지난 프로에 대해 갑자기 진상조사를 요구해 온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고 KAL기 실종자 가족회도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피해자들이 있는데 가해자만 불러 맨날 (방송)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 15일 방송된 MBC 특별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

MBC는 이 같은 반발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특별대담 (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15일 오후 11시 15분에 방영했다. 기자가 지적하고 싶은 건 김현희를 둘러싼 논쟁(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 (미디어스) 기사의 일독을 권한다. 기사링크)이 아닌 공영방송 MBC가 망각하고 있는 '저널리즘 원칙'이다.

1. 보도할 가치가 없는 내용…MBC, 종편의 생존 방식 답습하다.

이날 김현희의 주장은 그간 TV조선에서 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현희는 지난해 6월 종합편성채널 에서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본격적으로 저를 두고 가짜 몰이를 하기 시작했다"며 "(내 거처는) 보안사항인데 MBC가 습격해 노출시켰고, 이후 방송 3사가 모두 저를 가짜로 모는 편파 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15일 특별대담에서도 'KAL사건의 전말'과 함께 "MBC가 저희 집을 촬영했는데 테러와 다르지 않았다"며 "공영방송 MBC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김씨는 "지상파 방송들이 공정보도를 해야 하는데, 가짜 의혹 조성에 앞장 섰던 방송들이 여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기사와 방송됐던 것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법적인 대응도 할 것"이라며 (PD수첩)에 대해 날카롭게 날을 세웠다.
두 방송에서 김현희 주장의 요는 '본인은 명백한 테러범'이라는 점과 '좌파(?)정부와 그 국가 기관, 그리고 MBC (PD수첩)이 본인을 가짜라고 매도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 중 팩트로서 새로운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발화자의 주장에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면 보도의 가치는 현격히 떨어지는 게 저널리즘의 원칙이다. 보도할 가치가 없는 것을 보도할 경우, 남는 것은 '방송의 선정성'과 언론사의 '정치적 의도'뿐이다.
종편의 경우, 미국의 FOX방송처럼 자극과 선정성을 기반으로 자사 언론을 향유하는 특정 계층의 정치적 욕망을 충족시킨다. 이는 시청률을 자극하며 돈벌이에 혈안이 된 우파 언론들의 생존 방식이다. 종편과 같은 매체가 '보다 더 자극적, 보다 더 선정적' 콘텐츠로 방송 편성을 채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MBC는 공영방송이 아닌 우파 언론의 고루한 보도방식을 답습했다. 어쩌면 MBC경영진은 MBC의 위상이 처참하게 뭉개진 현실과 더 이상 공영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루한 방식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2.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조차 지키지 못한 특별대담

김현희는 대담 내내  (PD수첩) '16년간의 의혹,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 편의 내용을 지적했다. 그는 "내가 가짜면 대한민국이 KAL 858기를 폭파한 테러국이 되는 것이고 테러를 한 당사자 북한은 누명을 쓰는 것이 된다" "진짜가 가짜라고 말할 수 있냐"며 (PD수첩) 보도에 반박했다.
그렇다면 그가 찾아가야 할 곳은 MBC 스튜디오가 아니라 '언론중재위원회'였다. 언론보도에 의해 본인이 피해를 입었다면, 혹은 반론보도가 필요했다면 행정 절차를 밟으면 될 일이다. 명예가 훼손됐다면 소송을 통해 실추된 명예를 되찾으면 된다. 언론사에서 '정정보도'가 갖는 의미를 간파했다면, 그 절차에서의 승리가 본인 명예회복과 사실 정정에 더 유익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정말 (PD수첩)의 사과를 원한다면 말이다.
한학수 MBC PD도 16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김현희씨와 긴급히 특별방송할 정도로 새로운 사실이 있었는가. 당시 방송3사의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면, 김현희씨는 언론중재위와 소송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선정적인 자료화면을 곁들여가며, 1시간 동안 반론하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지적했다.


▲ 15일 오후 이진숙 MBC본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스튜디오로 향하는 'KAL858기 폭파사건' 김현희(오른쪽)씨. ⓒ오마이뉴스 유성호

행정 절차의 복잡다단함 때문이었을까? MBC가 스스로  김현희의 '입'이 됐다. 그 결과 MBC가 김현희의 '입'을 통해 자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을 비난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공영방송이라면 이런 식의 일방향 대담이 아니라 김현희 발언에 반대적 입장을 가진, 이를 테면 국가원 진실위·진실화해위에 몸 담았던 전문가나 당시 (PD수첩)의 PD 등을 패널로 참석시켜 구색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즉, MBC는 '기계적 중립'도 포기했다.
당시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조준묵 PD는 16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족들이 가짜 김현희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에 방송을 한 것"이라며 "국정원 관계자가 진짜임을 확인해 주는 대목도 나온다"고 반박했다. 김현희는 (PD수첩)이 무엇을 짚고 있는지 사전 파악도 못한 것이다. 유족들은 현재까지도 김현희에게 공개 토론회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이날 방송은 방송의 객관성과 중립성 원칙도 무너뜨렸다. "좌파 정부에서는" "이적 단체" "국가 문란 행위" 등 김현희는 '가짜 김현희' 의혹을 반박하는 것을 넘어서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찍기를 서슴지 않았다. 사회자였던 신동호 아나운서는 이에 대한 저지나 경고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인간 김현희'의 모습을 부각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논리적 근거 대신 '인신 공격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김현희에게 공영방송 MBC는 무엇을 듣고 싶었는지 의문이다. MBC 경영진들의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3. 본인의 주장대로 테러범이라면, 공중파에 버젓이 나와도 될까?

유족들이 주장하고 있는 '가짜 김현희 의혹'을 잠시 제쳐두고 그의 주장대로 그가 명백한 테러범이라면, 115명을 살해한 살인자가 버젓이 방송에 나와 요리 이야기를 하며, 속 편하게 본인 가정사를 이야기 해도 되는 걸까? 애먼 죽음을 당한 이들의 유족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황에서?
MBC가 보도 윤리에 대한 '머뭇거림'이 있었다면, 그리고 국가 폭력에 희생된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인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사전에 진행했다면 이렇게 무책임하게 방송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상식이다. 종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파급력을 갖는 방송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세한 MBC 특별대담은 '테러범' 김현희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내면서, 테러범을 석상에 앉히는 촌극을 연출했다.
대담이 끝나고 기자와 친분이 있는 MBC의 한 취재기자는 "우리가 과연 언론인가"라며 자조적인 문자를 보내왔다. 언론이라면 응당 지켜야 할 선을 보란듯이 넘은 MBC경영진에 대한 원망과 기자로서 느꼈을 무력감을 고려해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최소한의 보도 윤리마저 포기해 버린 MBC는 이대로 망가질 것인가? 김현희 특별대담이 향후 5년 동안의 MBC 모습일 것 같아 쓴웃음만 나온다. '막장' MBC보도의 정상화는 시청자들과 시민 단체, 그리고 MBC 내부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풀지 않는 한 요원한 일로 남을 것이다.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3년 1월 16일 수요일

“기자가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되는 것, 바로 ‘팩트’”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15일자 기사 '“기자가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되는 것, 바로 ‘팩트’”'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위 심석태 위원장

“서울의 북쪽 끝 도봉산. 산등성이마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천연색 수를 놓았습니다. 붉은 빛깔로 물든 암자는 한 폭의 수채화입니다.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은 울긋불긋한 산세를 내려다 보며 산행의 피로를 잊었습니다.”
“친인척 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을 딛고 일 중심의 경제 사령탑 행보를 재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주 접하는 방송 뉴스의 리포트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가. 그렇다면 이미 기자들의 ‘전지적 작가 시점’ 화법의 익숙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취재대상의 속내까지 꿰뚫는 기자의 독심술에 둔감해졌다는 의미다.
방송기자연합회(회장 이재강)는 10일 라는 책을 냈다. 현업 언론인들과 교수 등이 머리를 맞대고 방송보도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사실관계 확인 부족,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출입처 동화,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 집착, 관습적 기사 작성 등이 그것이다.(▷바로가기: 방송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SBS 심석태 기자는 14일 와의 인터뷰에서 “저널리즘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이런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제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만 해 왔는데 우연히 기회가 닿았다고 한다.
심석태 기자는 ‘정당 저널리즘’을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점으로 짚었다. 특히 요즘 들어 정치적 편향성이 심해진 부분을 지적했다. 심석태 기자는 언론의 정당 편향 보도에 대해 “당에서 말하는 것과 언론 보도가 거의 다르지 않다”며 “단순히 조중동의 저널리즘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엄정한 저널리즘 원칙을 갖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이 ‘문제 많은’ 기사를 쓰는 원인을 물었더니 심석태 기자는 “기자들 스스로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출발할 때의 마음을 잘 가지고 가라”고 조언했다.
심석태 기자는 “정보 유통 창구가 다양해지는 것과 언론 기능의 축이 바뀌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이런 때일수록 정보 검증을 체계적으로 해 줄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난무하는 정보 속에서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신문, 방송 등 기존 언론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다음은 심석태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 전문.

▲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 심석태 위원장

1. (방송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라는 책을 내게 된 계기는? 저널리즘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저널리즘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에 재작년에 이라는 책을 알게 됐다. 번역된 걸 보다가 부족한 것 같아서 영문판을 사 봤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자는) 이런 움직임이 미국에서는 활발하다는 것을 알았다. 중견 언론인, 원로급 언론인이 문제의식을 갖고 모여, 재단 지원을 받아 계속 활동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쯤 누군가가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텐데 하면서 고민하다가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을 하던 임대근 선배와 마침 그 이야기를 하게 됐다. 선배도 같은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방송기자연합회 차원에서 먼저 해 보자, 이렇게 해서 이런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23년째 기자를 하고 있지만 원로 언론인들만큼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인사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서주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우선 시작한 후, 나중에 좀 더 비중 있는 사람들을 영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작업 시작할 때, MBC, KBS 등 언론사들의 연쇄 파업이 시작돼 위원회 구성에 애를 먹었다. 현업 기자들 중심으로 짜다 보니까. 7월에 겨우 시작돼서 이제 보고서가 나왔다.
2. 저널리즘특위의 활동과 책 발간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언론현업단체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되돌아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움직임은 ‘처음’이었다. 일단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생각을 하고, 기사를 쓰다가도 참고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고, 출발을 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아직 앞으로의 계획이 잡히진 않았다. 시간을 두고 피드백을 받아 구체화시킨 후, 좀 더 심도 있는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3. 서문에 “방송 저널리즘이 신문이나 인터넷 저널리즘에 비해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대목이 있다.
그나마 낫다는 거다. 신문을 보면 조중동과 조중동 비슷한 것이 있고 다른 편에는 한겨레 경향, 요새는 한국까지 세 개의 신문이 있다. 제가 볼 때는 양쪽 다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한쪽 편을 들면서 상대방은 아주 나쁜 언론이라고 한다. 현장에 있을 때나, 예전에 언론노조에 있을 때나 항상 주장한 바가 있다. 경향 한겨레가 기본적으로 조중동 저널리즘을 비판하려면 이중기준을 쓰지 않고 당당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 한겨레도 민주당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비판보다는 감싸려고 하고, 당시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뭐 걸리는 게 있으면 세게 쓴다. 최근에 한 언론도 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MBC를 조지기 위한 도구로 쓰더라. 이 책을 소개하는 기사에서조차 말이다. 이러니 방송이 신문, 인터넷 언론에 비해 좀 낫다고 보는 것이다.
방송은 요즘 좀 특이한 현상을 겪고 있다. 김재철 사장 등등.. MBC가 많이 망가져 있다. SBS만 놓고 보면 SBS는 영향을 덜 받는 쪽이다. 이쪽, 저쪽에서 다들 자기 편이라고는 말 못한다. 2007년 대선 현장반장을 하면서 열린우리당 쪽 취재를 할 때 그쪽에서도 항의, 어필을 받았고 한나라당에서도 어필을 받았다. 왜? 양쪽 다 비판하니까. 비판할 게 있으면 하니까. 그런 것들을 보면 방송이 신문보다 정파적인 양상은 좀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신문 입장에서는 (우리가) 무슨 사건이 터졌을 때 시원하게 말 못한다, 기회주의적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언론이 이중 기준을 가져선 안 된다고 본다. 내가 속해 있는 그룹에 이익이 되느냐 안 되느냐 따지는 것이 기사 판단에 큰 영향을 주는데, 저널리즘적 판단이 우선해야 한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기자가 되면 안 되고, 정치를 해야 한다.
4.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를 ‘사실관계 확인 부족’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출입처 동화’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 집착’ ‘관습적 기사 작성’ 등으로 정리하며, 기사 작성의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점은?
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우선순위가 없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실관계 확인 부족이 제일 문제다. 그런데 요즘은 정치적 편향을 비롯한 ‘편향’이 가장 문제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소속기관에 따라 정치적 편향 기사를 쓰고, 이익에 따라서 광고주 편향 기사를 쓰고, 같은 출입처 다니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출입처 동화 기사를 쓴다.
개인적으로는 자사 이기주의의 심각성을 짚고 싶다. 요즘 많은 기자들이 회사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발벗고 나선다. 회사원처럼. 자기 회사와 정치적으로 맥을 같이 하는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뛰기도 한다.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팩트 확인이 덜 돼도 막 내보내는 경향이 있다.
5. 이런 문제점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기자들이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 왜 기자가 필요한지도 생각지 않고. ‘있어 보이니까’, ‘괜찮아 보이니까’ 기자를 한다. 모두들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무엇무엇을 바로잡겠다”고 한다. 그런데 입사하자마자 순식간에 브레인 워시하고 철저한 조직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럼 기자는 없고 회사만 남는다. 한국 사회의 기자교육 시스템에서 ‘기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숙고가 사라져서 그런 게 아닐까. 출발할 때의 생각을 잘 갖고 가야 한다.
6. 책에서 언급한 사례에 대한 본인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아주 많다. 나도 그런 경험이 많고 주변에서도 많이 봤다. 이런 일들이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태연하게, 아무 문제의식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일 뿐이다.
7. 방송 뉴스의 한 꼭지는 보통 2분이 안 된다. 이런 형식이 굳어져 있어 변화를 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형식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는 없다고 본다. 2001년에 쓰나미 났을 땐 그날 점심부터 다음날까지 하루 종일 방송했다. 내용에 따라 1~2분짜리를 여러 개 넣을 수도 있고, 5~6분짜리를 구성할 수도 있다. 포맷은 지금도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떤 문제를 본질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도 필요한 부분을 다 담을 수 있다. 특히나 훈련된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8. 기자도 ‘휴일 스케치’에 대해서는 보도라기보다는 ‘쉬어가기’의 의미로 이해했기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왔다. 시청자들 역시 기자들이 전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 설명’에 익숙할 듯한데.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까. 단순히 ‘구색 맞추기용’라면 아예 없애도 되는 것인가.
사람들의 의견이 많이 갈렸다. 현업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교수위원들은 부정적으로 봤다. 적어도 뉴스 시간에 굳이 넣을 정도라면 정확한 정보가 포함된 기사로 넣거나, 그게 아니면 그림 보여주기로 가든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 막 들어와서 기사 쓰기 훈련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문학작품 쓰듯이 기사를 쓰는 것은 상당히 좋지 않다. 각 방송사 보도국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9. 방송기자연합회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기자들의 기본적인 업무 매뉴얼로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에게 많이 전달되고 있는지. 또, 이 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많이 찍어서 돌리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각 보도국으로 몇 십권 씩은 갔다. E-book으로 올라와 있기도 하고. 많이 홍보가 돼 사람들에게 널리 전파됐으면 좋겠다.
10. 새로운 소식을 얻는 통로가 많아져 방송뉴스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점을 고쳐 원칙을 지키는 보도를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통로는 많아졌지만 그곳에서 유통되는 내용, 정보 자체는 여전히 체계를 갖추고 제도화되어 있는 언론사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널리즘 원칙 면에서 보더라도 현재 SNS 등에서 나오는 정보는 자기 생각, 자기 정보인 경우가 많다.
요즘도 검증되지 않은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나. 수개표하자는 주장은 SNS를 통한 자가정보에 의해 나왔고 확대재생산됐다. 이를테면 출구조사 결과가 몇 시에 뒤집혔다더라 하는 것 등.. 정작 출구조사한 사람들은 모르는 팩트를 자기들끼리 만들어내 기정사실화했다.
정보 유통 창구가 다양해지는 것과 언론 기능의 축이 바뀌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오히려 지금처럼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언론이 제자리를 찾는 게 훨씬 중요하다. 과거는 정보가 없어서 문제였지만 지금은 가짜 정보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정보 검증을 체계적으로 해 줄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디어스도 마찬가지고.
11. 문제점은 잘 분석돼 있지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은 부족한 것 같다. 특위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사실 하루에 끝낼 일은 아니다. 누가 밀어붙일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12. 현재 우리 언론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해결 방향은.
‘정당 저널리즘’이다. 당에서 말하는 것과 언론 언급이 거의 다르지 않다. 정파성을 가진 게 문제다. 경향 한겨레가 조중동을 비판해도 조중동 보는 사람들은 꿈쩍도 안 한다. 저들도 자기 편 들어주는 건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편에 유리한 기사 나올 땐 세게 쓰고, 나쁜 일이면 줄여 쓰니까. 하지만 이럴 경우 백전백패다. 조중동은 몇 백만 부를 보지만 여기는 몇 십만 부를 본다. 편 들어주기를 하면 30만 명을 끌어오겠다고 하면서 상대쪽이 300만 명을 경도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다. 엄정한 저널리즘 원칙을 갖고 가는 것이 산술적으로 봐도 유리하다.
명분이 없는 것도 문제다. 박근혜 당선인이 세종시 문제로 MB를 비판할 때는 잘한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아 이게 박근혜 후보를 도와준 게 됐네’라고 생각하며 그 다음부터 조지기 시작하는 거다. 이런 이중기준으로 경향 한겨레도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이래서 되겠냐, 기준이 있어야지 하면서. 이렇듯 공정성, 중립성에 대해 돌아보는 움직임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13. 마지막 질문이다. 기자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가치 하나만 꼽는다면?
(웃음) 되게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팩트’가 모든 것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팩트만 제대로 확인하면 기사의 반은 옳게 가게 돼 있다. 조선일보가 예전에 4대강 비판한 걸 본 적이 있나? 그런데 요즘은 한다. 그건 팩트를 제대로 본 게 아니다. 아니면 예전에 제대로 본 게 아니든지. 정권이 바뀌려고 하니 같은 일에 대한 평가가 바뀌는 것이다.
취재를 통해 균형 잡힌 팩트를 찾고, 그게 공감이 되면 다음부터는 대화가 된다. 문제 해결에 대해 논할 수 있다. 하지만 아예 ‘틀린’ 팩트를 갖고서는 얘기가 안 된다. 앞으로 SNS든 뭐든 아무리 새롭고 기발한 것이 나오더라도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춘 언론의 필요성은 유효하다.

김수정 기자  |  poorenbyul@mediaus.co.kr

2013년 1월 12일 토요일

"기사 요건도 못 갖춘 사이비 기사 넘쳐난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12일자 기사 '"기사 요건도 못 갖춘 사이비 기사 넘쳐난다"'를 퍼왔습니다.
심석태 SBS 기자,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 "광고주 편향, 출입처 동화도 심각"

기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사가 많다. 사실 관계 확인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실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작위적인 기사, 억지 기사, 허위 기사를 쓰는 경우도 많다. 심석태 SBS 기자는 최근 펴낸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보고서,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에서 “이런 식으로 작성된 기사는 애초에 가장 기초적인 요건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기사를 가장한 유사 기사, 사이비 기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심 기자가 분류한 7가지 문제 유형은 첫째, 사실 관계 확인 부족. 둘째, 정치적 편향, 셋째, 광고주 편향, 넷째, 출입처 동화, 다섯째, 자사 이기주의, 여섯째, 시청률 집착, 일곱째, 관습적 기사 작성 등이다. 심 기자는 “사실 관계를 충분하게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하는 이유는 정치적 평향이나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 다른 문제 유형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사는 지난 대선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보도가 대표적이다. 방송이 나가기 두 시간 전에 반론 취재를 시작한 데다 방송 직전에 반론이 도착했는 데도 이를 방송에 내보내지 않고 “이런 의혹에 대해 안철수 후보 측은 ‘후보와 논의해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고만 보도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명백하게 위반한 보도였다.

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습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사실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는 기사도 많다. “제주도가 7대 세계 자연경관에 포함돼 연간 1조2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는 발표를 대부분의 언론이 일방적으로 인용 보도했다. G20 세계 정상회의는 경제효과가 30조원이라고 떠들었을 때도 기자들은 합리적 의심 없이 관습적으로 인용 보도했다. 기업이 발표하는 파업 손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파업이 지속돼야 그런 손실이 발생하는지 설명이 없고 정작 파업 쟁점이 뭔지도 관심이 없다.

정치적 편향은 MBC가 특히 심각했다. 지난해 8월26일, MBC 뉴스의 기사 첫 문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37.1%로 1위를 지켰다”고 돼 있는데 양자구도 조사 결과는 안철수가 앞섰다.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얼마나 앞섰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12.6%포인트로 앞서고 있다고 친절하게 수치를 읽어주기도 했다.

MBC의 박근혜 띄우기는 교묘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9월10일에는 기사 첫 문장이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 박 후보가 안 후보를 7.5%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박 후보가 양자 구도에서 앞선 날은 양자구도를 먼저 보여줬지만 10월3일, 다시 박 후보가 뒤쳐진 것으로 나타나자 다자구도를 강조했다. 박 후보의 지지율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첫 문장은 늘 박 후보가 1위인 것으로 전달됐다.

심 기자는 “사안 자체가 특정 정파나 진영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반대의 측면이 무시되거나 축소돼 사안의 본질을 넘어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기자는 “해당 사안의 비중이나 본질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의 기사를 취급해 물타기하거나 전혀 다른 사안을 같은 비중으로 묶어서 처리하기도 하고 비중이 다른 사안을 기계적인 균형을 내세워 동등하게 취급하는 경우도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광고주 편향은 훨씬 더 노골적이다. 역시 MBC 보도인데 지난해 8월1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구속됐을 때 MBC는 “김 회장이 직접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해 성사시킨 신도시 건설사업, 세계 1위를 목표로 미국 기업까지 인수합병해 추진한 태양광 사업, 회장 이름을 내걸고 밀어붙였던 사업들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도 곁들였다.

심 기자는 “광고주 편향은 단순히 광고주인 재벌과 대기업, 대자본을 칭찬, 미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장을 검증없이 받아들이는 행위, 관련된 개인들을 미화하거나 신비화하는 행위도 포함된다”면서 “노동자 등 다른 세력과의 갈등관계에서 성장이나 안정, 시민들의 불편을 내세우는 것도 역시 광고주 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실 관련 보도를 연상하게 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 관련 보도도 사례가 될 수 있다.

기자들이 흔히 취재 대상과 심리적 거리 두기에 실패하는 건, 폐쇄성이 높은 출입처일수록기자와 취재원이 정상적인 관계를 넘어 유착이라고 표현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이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청와대 내부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친인척 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을 딛고 일 중심의 경제 사령탑 행보를 재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문장은 기자라기 보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어법을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논란도 저널리즘의 위기를 드러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청와대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도 없고 대통령실과 공동명의로 구입한 정황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보여주지 않았다. 심 기자는 “기사를 살펴보면 관찰자가 아니라 해명 당사자가 된 듯한 화법을 사용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밝혔다’나 ‘주장했다’도 아닌 사실 그 자체로 묘사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심 기자는 “청와대와 재벌과 관련된 기사에서는 심정적인 동화까지 나타나 객관적인 관찰자로서가 아니라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내면 묘사를 하는 등 상상력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식의 기사 작성은 기자가 취재원과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의도적으로 출입처 관리를 위해 행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언론의 기본적인 신뢰를 상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마찬가지 해악을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사 이기주의 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는 KBS의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보도다. 2011년 4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수신료 공청회를 보도하면서 17개의 녹취 가운데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내용은 3개 밖에 안 됐다. 국민 70%가 수신료 인상을 찬성한다는 자체 설문 조사 결과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애초에 설문 구성부터 결과가 뻔한 조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KBS는 민주당과 도청 공방 등에서도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를 되풀이했다.

권재홍 앵커가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맞아서 허리 부상을 입었다는 MBC 보도는 자사 이기주의의 극단을 보여준 사례다. 폐쇄회로(CC)TV 화면이 공개되자 다음날 MBC는 정신적 충격이라고 말을 바꿨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사로 내보낸 것도 문제지만 자사 앵커의 동정을 메인 뉴스 첫 소식으로 다룬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스를 자사 이기주의의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본문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심 기자는 “무서운 것은 언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용상의 선의의 경쟁이 아닌 이런 자사 이기주의에 의탁한 비정상적인 경쟁 행태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일선 기자들이 이런 문제를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의 자사 이기주의 사례는 회사 이익의 극대화라기 보다 회사 내 특정 세력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뉴스의 사유화라고 규정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도 의미심장하다.

심 기자는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에 동원되는 기자들은 해당 사안을 직접 종합적으로 취재해서 보도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정한 입장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하면서 기본적인 기사 작성의 원칙에 무감각해지게 된다”면서 “회사에 충성하는 통상의 회사원으로 스스로를 규정함으로써 언론인으로서의 비판적 사고 방식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시청률에 집착하는 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8월24일 SBS 보도가 꼽혔다. 스쿨존에서 과속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인데 어린이들을 차로 들이받는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선정성을 넘어 끔찍한 수준이었다. 성매매 업소에 급습하는 영상이나 무참한 폭력이 자행되는 CCTV 영상, 각종 동물 관련 기사 등 박력있는 영상,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영상에 집착하는 편집이 부쩍 늘어난 것도 주목된다.

심 기자는 “과도한 연성화도 시청률 집착의 전형적인 현상”이라면서 “단순한 눈요깃거리 기사, ‘동물농장’ 류의 기사, 아무런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삶의 체험 현장 스타일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도 시청률 집착과 경쟁을 위해 저널리즘을 희생시키는 잘못된 행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사실 확인 없이 서둘러 내보내 네티즌들의 관심에 편승하려는 경우도 흔하다.

다음 기사를 보자. “서울의 북쪽 끝 도봉산. 산등성이마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천연색 수를 놓았습니다. 붉은 빛깔로 물든 암자는 한 폭의 수채화입니다. 정산에 오른 등산객들은 울긋불긋한 산세를 내려다 보며 산행의 피로를 잊었습니다.” 심 기자는 “기자는 산 정상에 오른 등산객을 보았을 뿐이지만 기사에서는 ‘산행의 피로를 잊었다’며 등산객들의 생각을 미뤄 짐작해 묘사한다”며 “일종의 독심술”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방송국에서 아이템 결정권은 국장-부장-데스크-기자 순으로 이어지는 하향식 구조 안에 있다. 개별 기자의 취재에 의해 발굴되는 상향식 구조도 있지만 그 구조는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심 기자의 설명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기자 사회 교육은 선배-후배의 도제식 교육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나마 경찰 기자 시절을 제외하면 체계적 재교육의 기회가 드물다. “선배들에게 입력돼 있는 관습을 무의식적으로 내재화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심 기자는 가장 폐해가 큰 것은 “이목이 집중되는 기사가 있을 때 경쟁을 위해 무리하게 기사를 벌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관습적인 벌리기 편집의 폐해는 기사를 위한 기사를 씀으로써 불필요한 과장과 왜곡을 낳고 더 나아가 이런 왜곡된 편집으로 인해 다른 의제들이 실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주말에는 날씨 스케치를, 여름에는 해병대 병영 체험을, 겨울에는 특전사 동계 훈련을 배치하는 강박관념이 기사를 위한 기사를 만든다.

심 기자는 “스케치 기사 자체로는 비난거리가 아니지만 원론적으로 기사는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며 이런 표현 양식에 길들여져 비판정신을 잃어버릴 경우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기사를 생산하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기자는 “날씨 스케치의 표현 방식이 대통령이나 재벌 회장의 마음을 읽고 미묘한 감정까지 묘사해 낼 수 있는 능력으로 변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석태 기자의 보고서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는 방송기자연합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http://reportplus.kr/?p=5634&aid=5635&sa=1)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2년 9월 23일 일요일

‘옛다 저널리즘’과 ‘고객만족 서비스’의 상처 입은 공존


이글은 한겨레21 2012-09-24일자 제929호 기사 '‘옛다 저널리즘’과 ‘고객만족 서비스’의 상처 입은 공존'을 퍼왔습니다.
[기획] 온라인 뉴스 편집기자와 네이버 뉴스캐스트 담당자들의 가상 대담

온라인 뉴스 편집기자와 네이버 뉴스캐스트 담당자들을 가상으로 합석시켰다.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는 온라인 편집기자의 말을 직접 들어본 기획이 없었고, ‘욕심쟁이’ 거대기업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담당자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는 자리도 없어서다. 각 인물의 말은 전자우편·전화 인터뷰와 대면 인터뷰, 보내온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대부분 가명 처리를 원해 최락선 (사)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장에게도 B라는 이름을 주었다. 기자 본인 또한 온라인 편집기자 이력을 앞세워 ‘생소리’를 내는 것으로 했다. 이 계통 없는 ‘포스트모더니즘’ 대담이 자신을 쫓는 추격자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다. 온라인 뉴스 편집기자들은 왜 지옥도를 그리고 있는가, 왜 네이버는 이쪽저쪽 아무것도 못하고 엉거주춤해 있는가. 질문에 답은 있으나, 스포일러하자면 늪으로 향하는 추격전을 멈출 해답은 없다.


A: 네이버에서 ‘수원 성폭행 여대생 사망 원인이… 경악’ 기사를 클릭했다.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다. 사망 원인이 대체, 어떻게 한 줄도 없을 수 있단 말인가. 나도 낚시꾼이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편집자가 이 따위 제목 다는 이유는… 경악’이라고 댓글이라도 달까 했는데, 이미 뭐 욕으로 넘쳐나고 있어서 참았다.

충격이란 말이 ‘제목 마침부호’쯤 되나

B: 한 선배가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 사이트에 ‘○○닷컴, 이건 제목이 아니므니다’란 글에 이 사이트의 네이버 제목들을 모아놓고 있다. 선배는 이 사이트 제목의 성격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① ‘충격’ ‘경악’ ‘헉’ 등의 자극적 단어 사용 ② 말줄임표나 의문부호 사용 ③ 주어나 서술어 등 생략 ④ 팩트나 주제와 상관없는 곁가지 내용에서 제목 추출. 선배가 쓴 글에 따르면, 보통 이 두 가지 유형이 결합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이트는 문법이 맞지 않는 사례도 속출한다. ‘갑자기’ ‘바로’ ‘그만’ 등의 부사로 끝나거나 뜬금없이 목적어나 보어로 마무리를 하기도 한다. “양궁 미녀 3총사 ‘충격 고백’, 영국 가기 전 사실” “‘노장투혼’ 유도 金 송대남, 감독 보자 돌발행동을” ‘“北 20대 세련女, 김정은 손잡고 여기저기서” “‘강남 굴욕’, 은마아파트마저… 그 가격도 겨우”… 사례가 끝이 없다.
C: 네이버 뉴스캐스트 모니터링 게시판을 가보면 네티즌이 ‘제목에 많은 것들’이라며 모아놓은 게 있다. ‘인터넷 신문기사에 들어가는 수식어 모음집 v2.0’이란다. 열거하면 이렇다. 왜?, 충격, 발칵, 알고 보니, 속보, 이럴 수가, 헉, 허걱, 아찔, 깜짝, 경악, 사연은?, 이유는?, 무슨 일이?, 파문, 일파만파, 시끌, 글쎄?, 돌연, 논란, 아뿔싸, 설마!, 글쎄?, 폭로, 섬뜩, 화들짝, 끝내, 멘붕, 멘탈붕괴, 이유가…, …말이, …보니, ~더니. ‘기업비밀’ 다 들키고, 밑바닥까지 다 보인 거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낚시질이 된다는 걸 기자들도 아는 모양이다. 어떤 기자가 전화해서 이러더라. “기사 제목을 ‘뭐뭐 ~해보니’ 하면 안 될까요?” 젊은 기자였다. 우리끼리는 ‘감각 있다’고 했다.
A: 온라인 제목은 지면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문처럼 한눈에 제목·부제·사진을 보여줄 수도 없고, 오직 한 줄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해야 하는 온라인에서는 지면과 뭔가 다른 제목을 붙여야 하는 게 맞다. 문제는 요즘 온라인 제목들이 너무 ‘충격과 경악’으로만 몰아가거나, 어떻게든 두루뭉술 배배 꼬아서 독자가 클릭하도록 ‘구라’를 친다는 거다. 예를 들어 ‘“내 딸이 강남서…” 여자친구 엄마 전화에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무슨 사건이 벌어졌나 싶어 클릭해보니 신혼부부 예단에 관한 기사였다. ‘성폭행범 범행 자백… 엄마와 ‘충격’’ 등에서 보듯 충격이란 말이 ‘네이버 제목 마침부호’쯤 되는 건가. 문장 끝에 충격만 붙이면 제목이 되는 줄 아나 보다. 또 웬 성폭력 기사가 이렇게 많은지. 네이버 사회 뉴스의 반이 성폭행으로 덮여 있는 건 아무래도 입맛이 쓰다.

» 연성 뉴스와 경성 뉴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한 언론사의 ‘투톱 시스템’. 롤링되는 투톱 시스템에서 톱뉴스 중 하나는 유머 사이트에나 나올 법한 짤막한 기사다. 두 군데 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톱뉴스 운영 가이드라인에 맞춰 개편했다. 한 신문사의 뉴스캐스트. 경악, 허걱, 울화통, 무려 등 인터넷 ‘전용’ 제목들이 즐비하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실시간 조회 수 사이트에 중독되다

C: 뉴스를 보면 현재를 알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뉴스캐스트를 보면 지금이 어떤 때인지를 짐작할 수 없다. 철 지난 이야기를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재탕해서 올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사진과 함께 오른 기사(사진 기사)가 재탕 기사라고 뉴스 모니터링 게시판에 누가 지적을 해놓았다. 5월11일에 올라온 기사 ‘북한 김태희 식당 납치 사건 발생?’이 9월11일에 올라온 기사 ‘北 해외식당 미모 女종업원 납치사건, 사실은…’과 동일하다. 똑같이 인턴기자가 작성했다. 온라인 편집국의 속보 양산 시스템의 경쟁이 지나쳐 네티즌을 자극할 수 있는 기사를 시기에 상관없이 양산해낸다. 뉴스 연성화의 지표다. 경성·연성을 판단하는 지표에 당일 다뤄야 할 만큼 시의적인가라는 ‘시의성’이 있다. 그 밖에 공적·사적 프레임이냐, 인간적 관심사와 감성적 반응을 유발하냐 그렇지 않으냐 등(‘김예란의 연성화 지표’)이 있다. 뉴스캐스트가 말랑말랑해도 너무 말랑말랑하다. 이미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졌으니까 제목을 최대한 자극적으로 달아 옛다 하는 느낌으로 던지고는 죄책감이 없다.
A: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물론 페이지뷰 때문이다. 사실 제목에 ‘충격’이라고 쓰면 많이 보긴 한다. 언젠가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기사가 있어 팩트를 정확하게 넣어 제목을 만들었다. 그런데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페이지뷰가 나오는 거다. 그래서 ‘결과봤더니… 충격’이라고 제목을 바꿨더니 원제목에 비해 4~5배 이상 페이지뷰가 올랐다. 단어 하나 바꾼 것만으로 마치 낚싯대 하나로 고기 잡다가 쌍끌이 어선으로 쓸어담는 효과를 보니 편집자들이 독한 단어를 골라 쓰게 된다. 솔직히 이런 선정성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헉, 충격, 이런 말들은 가능하면 안 쓰려고 하지만 ‘이렇게 바꾸면 엄청 볼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 조금만 더 세게 해볼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망설이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게 된다. 매체의 영향력이나 광고수익은 페이지뷰와 비례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실시간으로 페이지뷰를 확인하며 ‘쪼임’을 당하는 편집자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조회 수를 올리려고 별수를 다 쓰게 된다. 이런 상황은 인터넷 언론이나 메이저 언론이나 마찬가지다.
C: 기자들은 ‘실시간 조회 수’ 사이트를 끼고 산다. 처음엔 잘 들어가지 않았다. 선임이 “일주일쯤 뒤면 다를 것”이라며 이러는 거다. “좀 있으면 중독될 거다.” 아니나 다를까, 사이트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제목을 바꾸고 나서 반영되기까지 10분, 몇 번의 새로 고침을 한다. 예상외로 저조하다. 제목 바꾸기에 들어간다. 다시 새로고침을 한다. 기다리는 사이 다른 사이트에는 어떤 식으로 제목이 걸렸는지도 살핀다. 초조하니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사온다. 돌아와 조회 수 새로고침을 한다. 다시 제목을 고친다. 조회 수는 제목의 ‘점수’다. 이쯤 되면 중독이다.
B: 만약 신문사 기자들도 매일의 판매수익을 봐야 한다면 비슷한 압박을 느낄 것이다. 분단위 시청률이 PD들에게 끼치는 영향처럼. 그런데 이게 광고수익과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다. 조회 수가 고만고만한 차이가 나는 것으로는 광고 단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검색어 기사를 쏟아내고, 네이버에만 적절한 기사를 양산하는 기자를 대거 채용하는 등 시스템적 변화가 주어지지 않는 한 광고 단가 상한선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편집기자들을 돈 안 들이고 써먹고 있다?

A: 네이버의 책임도 크다. 지금 네이버는 ‘우리는 공간을 만들어줬을 뿐 모두 언론사 잘못’이라는 태도로 수수방관하고 있지만,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 네이버다. 네이버의 첫 화면에는 수십 개 언론사가 들어가 있고, 모두 랜덤으로 돌아간다. 비슷비슷한 경쟁자들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독자의 눈에 띄려고 ‘무한경쟁’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더 선정적인 제목,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 더… 더… 야하게… 이런 진흙탕 상황을 만들어놓고 네이버가 오직 언론사만 탓할 수 있나? 잘 모르겠다.
B: 2005년 인터넷 저널이 강조되던 시기에 입사했다. 당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후 뉴스캐스트가 도입되자 이런 성과들이 무화되고 ‘클릭 지상주의’가 되었다. 오로지 제목으로 커버하려고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클릭 나오는 제목 달기는 쉽다. 그러면 부정확한 제목이 되고, 그러고 나면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 많은 기자들이 자신의 일에서 소외돼 있다.


E: 네이버는 사악한 ‘보이지 않는 손’이다. 언론 자유 시장의 판을 연 듯하지만, 실제로는 언론시장의 판을 조종하고 있다. 신문사들은 네이버가 연 시장에 코딱지만 한 점포를 열고 손님을 끌려 애쓴다. 앞다퉈 독자의 관심을 끌려고 제목에 분칠·떡칠하고 조미료 푹푹 친다. 각 신문사 편집기자들이 자사 사이트의 제목보다 네이버 제목에 몇 배 더 공들인다. 신문사들은 이렇게 네이버 손바닥 안에서 경쟁한다. 이런 경쟁과 수고의 성과물의 상당 부분은 네이버가 챙긴다. 네이버 클릭 수가 엄청 올라간다. 네이버는 신문사들·편집기자들을 돈 안 들이고 써먹는 셈이다. 네이버가 선정성을 규제하는 척하며 방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C: 네이버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지만 편집기자들은 금세 익숙해진다. 톱뉴스와 네이버 톱뉴스가 일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생기고 나서는 두 개의 톱을 가진 사이트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언론사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운영된다. 한 신문사에서 ‘인혁당 재심 판결 존중’ 기사와 ‘대학교수가 길가는 20대女 다리에 뿌린 건… DNA 분석 결과 정액’ 같은 기사가 함께 톱으로 걸린다. 또 경제지 사이트는 ‘상위 1% 평균소득… 연평균 소득이 어마어마…’ 기사와 ‘PC방 주인의 부탁… 팀킬당하지 않으려면’이라는 유머 사이트 글 같은 5줄짜리 기사가 동시에 톱에 오른다. 네이버의 톱뉴스에는 정액 뿌린 대학교수, PC방 주인 기사가 걸린다. 제목을 일치시키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뒤에는, 네이버로 간 제목에 맞춰 원래 기사 페이지의 제목을 바꾼다. 일이 하나 더 늘었을 뿐이라고 얘기한다. 가이드라인이 생긴 뒤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

빨간 폰트 전자우편, 새벽의 전화…

D: 예전부터 언론사 사이트는 그대로 놔두고 네이버에는 낚시 제목을 보냈다. 자기 사이트를 그렇게 망가뜨릴 줄은 몰랐다. 지난해 트위터 유명인사가 네이버의 선정성 문제를 공론화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압력이 주어졌다. 그런데 선정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성이 들어간 단어가 몇 개까지 있으면 선정적인 것일까, 치마 길이는 몇cm까지일까. 미국의 포터 스튜어트 대법관이 남긴 유명한 판례가 ‘보면 안다’(I know it when I see it)다. 그래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시민모니터링단을 모집했다. 지난해 4월25일 YWCA, 언론인권센터, 인폴루션제로 등 3곳에서 뽑은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언론인권센터 대신 여성연합이 합류했다.
E: 시민모니터링단의 단속이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주제 불일치나 사진 불일치 등은 제외 조처가 되지 않지만(오랫동안 수정이 없을 경우는 제외 조처된다), 시민 모니터링단의 의견은 절대적이다. 경고 뒤 바로 3시간 제외 조처가 이루어진다. 반박을 해서 들어준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게임의 점증하는 선정성을 지목한 기사의 사진이 야하다며, 박경신 교수의 표현의 논란을 보여준 사진이 야하다며 모두 제외 조처시켰다. 선정성 규제라는 규율은 명료하고 확정적이어서 누구든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네이버는 명확한 선정성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시민옴부즈맨의 임의적 판단에 의거하고 있다. 또한 신문사들 기사마다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이러니 네이버에 선정적인 제목과 내용이 끊이지 않는다.


D: 제외 조처에 대한 항의가 많다. 솔직히 무리를 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문성을 의심받을 정도로 과도한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론의 여지가 있다면 네티즌들이 반발할 것이다. 신문사들은 “틀린 제목이 아니다. 이 이용자는 우리 신문의 안티다. 이용자 한 명의 의견에 왜 기사가 휘둘려야 하나”라고 말한다. 항의 강도도 세다. 전자우편 내용이 빨간색 25포인트의 글자로 날아온다. 열어보고 깜짝 놀란다. 전화를 웃으며 받으면 왜 웃느냐고 하기도 한다. ‘후배라 치고 하나 가르쳐주지’라는 비아냥거리는 전자우편을 매일 받는다. 새벽 2~3시에 항의 전화를 하기도 한다.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 현재 담당자들이 정신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회사에 요청한 상태다.
E: 뉴스가 세상을 보는 창이라면 뉴스캐스트의 창은 시궁창에 나 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뉴스에는 저널리즘이 없다. 저널리즘이 없는 뉴스에 무얼 바라겠는가.

네이버가 경찰이 될 수 있겠는가

D: 네이버는 서비스 사이트다. 그런데 뉴스캐스트를 이용하는 사람의 60~70%는 네이버 페이지라고 생각한다. 신문사 뉴스 페이지의 선정적 광고도 네이버에 문의하곤 한다. 네이버가 좀더 강도를 높여 경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개 사기업이 언론 중재를 하고 기준을 정하고 편집권을 가질 순 없다. 페널티를 주는 식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기준만 정해지면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도 확보돼 있다. 하지만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일단은 언론사 설정이 쉽도록 하는 이용자 설정 서비스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


이글은 대자보 2012-07-10일자 기사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를 퍼왔습니다.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 영국 현장 언론인과 저널리즘 학계 각각의 입장 소개, 양쪽 소통 강조 눈길

 
▲ 표지 ©명인문화사
매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저널리즘이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다. 지금의 다매체 다채널시대 신문, 방송 뿐 만 아니라 온라인 저널리즘의 역할이 중요시 된다. 기사작성, 기자 윤리의식, 취재원과 관계 등 언론인들이 가져야 할 소양이 무엇인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 때가 됐다. 또한 언론인이라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때가 됐다. 

최근 이런 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 책이 번역돼 나왔다. 영국의 언론 현장을 배경으로 토니 하컵(Tony Harcup) 영국세필드대학교 교수가 쓰고, 황태식 번역가가 옮긴 (명인문화사, 2012년 6월)는 저널리즘의 본질적인 기초를 바탕으로 해 원리와 실제를 함께 다루었다. 

비록 서구(영국) 사회의 맥락에서 쓰인 책이지만, 우리 같이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에서 활동해야 하는 언론인들이 알아야할 내용을 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영국 현장 언론인과 저널리즘 학계 각각의 입장을 소개했고, 나아가 양쪽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정보공개법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 제시와 블로거 활용, 웹에서 비디오, 오디오의 사용, 비연속적 일괄방송, 쌍방향 지도 그리고 온라인 저널리즘의 여타 방법들에 대해 기술했다. 

21세기 저널리즘의 통합적인 속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저널리즘의 기초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다양한 세대, 다양한 배경, 다양한 미디어를 고려해 광범위한 영국 언론인들을 인터뷰해 이 책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현재의 언론인들은 현장을 파악해 국민을 대변하는 ‘저널리즘’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재구성해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처널리즘’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인이 되려했던 사람들 중에서 일부는 형편없는 임금 사정을 알게 됐을 때, 실제로 열정을 잃어버린다. 기자들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확인하면서 기사를 베끼느라 책상 앞에서 꼼짝 못하고 장시간 근무하는 편집실의 작업환경을 보면서 환상을 버리기도 한다. 저널리즘(journalismr)이 아니라 처널리즘(churnalism)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이다. 처널리즘(churnalism)이란 대량생산을 뜻하는 churn out와 journalism을 결합한 신조어로 보도자료를 재구성해 뉴스를 대량생산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본문 ‘저널리즘 개론’ 중에서- 

그리고 언론인들에 대한 제약과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언론인의 업무는 법적 제약, 규제제도, 미디어 소유구조, 조직의 일과, 시간 부족, 시장원리, 광고상황, 문화적 편견, 애국심, 직업정신 업무현장에서 성 인종 계급불균형과 같은 다양한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제약과 상충하는 충성심으로 인해 개인은 언론의 생산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그런 제약들은 거부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본문 ‘언론인에 대한 제약과 영향’ 중에서- 


저자는 “새롭고 특이한 것을 중심으로 세상에 일어난 사건들을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뉴스라고 하지만, 모든 뉴스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면서 “상당수 뉴스는 예측 가능하며, 때로는 결코 사건들과 관련되지 않는 것도 있다”라고 피력하고 있다. 이어 “언론인들은 무엇이 특정 수용자의 관심을 끄는 지를 염두에 두면서 직업적인 기준에 따라 기사항목을 확인하고 선정하고 생산한다”면서 “음으로 양으로 언론인들은 소위 뉴스 가치라는 일련의 기준에 비추어 잠재적 기삿거리를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널리즘의 당면과제로 윤리적 책임, 자신만의 호기심과 독립적 관찰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민 교양화라는 저널리즘의 사회적 역할과 삶에 대한 저널리즘의 영향 때문에 언론인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비판적 숙고를 통해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인들을 억누르는 구조적 압력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언론인 개인이나 단체들은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선택의 여지가 있다. 인터넷 시대에 저널리즘은 설교보다는 대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취사선택이나 검증과 같은 언론인들의 기술들은 여전히 중요해 보인다. 언론계에 갓 발을 들어 놓은 사람들은 경험이 많은 언론인들로부터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배워야 하지만, 자신 만의 호기심과 독립적인 관찰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본문 ‘저널리즘의 당면 과제’ 중에서- 

이 책은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왜 어떻게?(저널리즘 개론)▲언론인에 대한 제약과 영향 ▲뉴스란 무엇인가? ▲뉴스의 출처 ▲객관적 보도자로서 언론인 ▲탐사자로서의 언론인 ▲엔터테이너로서의 언론인 ▲인터뷰 ▲뉴스 작성 ▲특집기사 작성 ▲이미지를 활용한 보도 ▲언론인이 갖추어야할 스타일 ▲저널리즘의 당면 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부록으로 영국언론노조 행동강령이 실렸다. 

토니 하컵 영국 세필드대학교 교수가 쓴 < Journalism : Principles and practice >을 옮긴 황태식 번역가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Theolgy석사와 오클라호마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학했다. 현재 네바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김철관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


이글은 대자보 2012-07-10일자 기사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를 퍼왔습니다.
21세기 저널리즘, 원리와 실제 그리고 당면과제 영국 현장 언론인과 저널리즘 학계 각각의 입장 소개, 양쪽 소통 강조 눈길

 
▲ 표지 ©명인문화사
매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저널리즘이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다. 지금의 다매체 다채널시대 신문, 방송 뿐 만 아니라 온라인 저널리즘의 역할이 중요시 된다. 기사작성, 기자 윤리의식, 취재원과 관계 등 언론인들이 가져야 할 소양이 무엇인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 때가 됐다. 또한 언론인이라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문제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때가 됐다. 

최근 이런 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 책이 번역돼 나왔다. 영국의 언론 현장을 배경으로 토니 하컵(Tony Harcup) 영국세필드대학교 교수가 쓰고, 황태식 번역가가 옮긴 (명인문화사, 2012년 6월)는 저널리즘의 본질적인 기초를 바탕으로 해 원리와 실제를 함께 다루었다. 

비록 서구(영국) 사회의 맥락에서 쓰인 책이지만, 우리 같이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에서 활동해야 하는 언론인들이 알아야할 내용을 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영국 현장 언론인과 저널리즘 학계 각각의 입장을 소개했고, 나아가 양쪽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정보공개법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 제시와 블로거 활용, 웹에서 비디오, 오디오의 사용, 비연속적 일괄방송, 쌍방향 지도 그리고 온라인 저널리즘의 여타 방법들에 대해 기술했다. 

21세기 저널리즘의 통합적인 속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저널리즘의 기초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다양한 세대, 다양한 배경, 다양한 미디어를 고려해 광범위한 영국 언론인들을 인터뷰해 이 책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현재의 언론인들은 현장을 파악해 국민을 대변하는 ‘저널리즘’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재구성해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는 ‘처널리즘’에 가깝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인이 되려했던 사람들 중에서 일부는 형편없는 임금 사정을 알게 됐을 때, 실제로 열정을 잃어버린다. 기자들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확인하면서 기사를 베끼느라 책상 앞에서 꼼짝 못하고 장시간 근무하는 편집실의 작업환경을 보면서 환상을 버리기도 한다. 저널리즘(journalismr)이 아니라 처널리즘(churnalism)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이다. 처널리즘(churnalism)이란 대량생산을 뜻하는 churn out와 journalism을 결합한 신조어로 보도자료를 재구성해 뉴스를 대량생산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본문 ‘저널리즘 개론’ 중에서- 

그리고 언론인들에 대한 제약과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언론인의 업무는 법적 제약, 규제제도, 미디어 소유구조, 조직의 일과, 시간 부족, 시장원리, 광고상황, 문화적 편견, 애국심, 직업정신 업무현장에서 성 인종 계급불균형과 같은 다양한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제약과 상충하는 충성심으로 인해 개인은 언론의 생산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그런 제약들은 거부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본문 ‘언론인에 대한 제약과 영향’ 중에서- 


저자는 “새롭고 특이한 것을 중심으로 세상에 일어난 사건들을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뉴스라고 하지만, 모든 뉴스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면서 “상당수 뉴스는 예측 가능하며, 때로는 결코 사건들과 관련되지 않는 것도 있다”라고 피력하고 있다. 이어 “언론인들은 무엇이 특정 수용자의 관심을 끄는 지를 염두에 두면서 직업적인 기준에 따라 기사항목을 확인하고 선정하고 생산한다”면서 “음으로 양으로 언론인들은 소위 뉴스 가치라는 일련의 기준에 비추어 잠재적 기삿거리를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널리즘의 당면과제로 윤리적 책임, 자신만의 호기심과 독립적 관찰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민 교양화라는 저널리즘의 사회적 역할과 삶에 대한 저널리즘의 영향 때문에 언론인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비판적 숙고를 통해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인들을 억누르는 구조적 압력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언론인 개인이나 단체들은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선택의 여지가 있다. 인터넷 시대에 저널리즘은 설교보다는 대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취사선택이나 검증과 같은 언론인들의 기술들은 여전히 중요해 보인다. 언론계에 갓 발을 들어 놓은 사람들은 경험이 많은 언론인들로부터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배워야 하지만, 자신 만의 호기심과 독립적인 관찰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본문 ‘저널리즘의 당면 과제’ 중에서- 

이 책은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왜 어떻게?(저널리즘 개론)▲언론인에 대한 제약과 영향 ▲뉴스란 무엇인가? ▲뉴스의 출처 ▲객관적 보도자로서 언론인 ▲탐사자로서의 언론인 ▲엔터테이너로서의 언론인 ▲인터뷰 ▲뉴스 작성 ▲특집기사 작성 ▲이미지를 활용한 보도 ▲언론인이 갖추어야할 스타일 ▲저널리즘의 당면 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부록으로 영국언론노조 행동강령이 실렸다. 

토니 하컵 영국 세필드대학교 교수가 쓴 < Journalism : Principles and practice >을 옮긴 황태식 번역가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Theolgy석사와 오클라호마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학했다. 현재 네바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김철관

2012년 5월 16일 수요일

“보수언론 선거복합체, 방치하면 민주주의는 끝장이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16일자 기사 '“보수언론 선거복합체, 방치하면 민주주의는 끝장이다.”'를 퍼왔습니다.
[창간 17주년]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인터뷰

장행훈(75)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언론계 원로 가운데 한 명이다. 195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파리 특파원과 외신부장, 출판국장, 편집국장을 지냈고 논설위원과 문화사업국장을 거쳐 1995년에 퇴직했다. 군부독재에 백지광고로 맞섰던 시절부터 동아투위 사태를 견뎌내고 조중동이 한 묶음으로 매도되는 최근까지 동아일보의 영욕의 세월을 온 몸으로 겪어온 셈이다. 
2005년 초대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2008년부터 김중배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함께 언론광장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장 대표는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보수언론과 거대자본의 선거복합체를 경계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언론의 카르텔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장 대표의 지적이다. 편집자 주.
- 저널리즘의 실종 현상이 심각하다. 민간인 불법 사찰이나 파이시티 인허가 특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거나 파편화된 채로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사회비판 의식이 사라지고 가십성 연성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싸우는 기자들이 줄어들고 탐사보도도 사라진지 오래됐다. 저널리즘을 복원하기 위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좋은 언론이건 나쁜 언론이건 언론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일단 뉴스를 만들어 내보내고 있으니까.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도 특종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신문들을 좋은 언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좋은 언론을 평가하는 척도는 민주주의를 얼마만큼 진전시키느냐,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정치권력에 반영시키느냐에 있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면 좋은 언론이 아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서 언젠가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두고 보수언론과 보수정권의 선거복합체가 완성이 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보수언론이 기득권과 결탁해 여론을 호도하고 어젠더를 왜곡시켜 보수정권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미국에도 뉴욕타임즈나 LA타임즈 같은 좋은 신문들이 있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보수기독교가 주류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가 그걸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이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토마스 프랭크에 따르면 이건 계급배반일 뿐만 아니라 자학행위, 자해행위라고 할 수 있다.
- 조중동이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보다 7배 이상 발행부수가 많다. 보수언론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박정희의 향수가 진보적 가치를 잠식하는 이런 문화적 퇴행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그게 바로 미국의 기독교 보수가 집권하는 원리다. 정치 이야기는 안 한다. 이를 테면 낙태를 금지하자고,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득권의 논리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거가 끝나면 국회의원 의석 수를 이용해 법을 만든다. 국민들을 속여서 당선된 다음에는 기득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쏟아낸다. 그게 선거 복합체가 작동하는 원리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나 금융산업 분리 완화 같은 정책을 선거 이슈로 내걸지는 않는다. 선거할 때는 정치 이슈는 빼놓고 가치를 내건다. 이를 테면 기독교적 가치, 생명 중시 같은 것, 요즘 미국에서 이슈가 되는 동성애 반대 같은 것들. 언론이 여론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데 앞장선다다. 가치 대결이 사라지고 감성 정치가 판을 친다. 선거 복합체가 시스템화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프랑스의 경우를 보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의 웬만한 큰 언론을 다 잡고 있었다. 상업방송 사주들이 사르코지와 의형제나 마찬가지였다. 공개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친구가 아니라 아주 가까운 친구라고. 사르코지가 재선에 실패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사르코지의 낙선은 두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구독자 수는 적지만 좌파 신문들이 살아있다. 르몽드는 발행부수가 30만 밖에 안 된다. 리베라시옹은 더 적다. 그렇지만 신뢰도는 높다.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가 확산되면서 우파 신문의 공세가 통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보수언론이 아무리해도 안 통할 정도로 확산된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4·11 총선에서 야권연대의 패배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방송 뉴스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고 그만큼 방송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도 같다. 지난 총선 결과에 반영된 민심의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나.
“다시 그래서 문제는 민주주의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다수의 국민을 대표하는 정권이 아니고 소수의 특권을 강화하는 정권이 탄생한다. 민주주의가 과두정치로 변질된다. 조중동은 말이 언론이지 사주들의 기업이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같은 사람들이 여론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여론을 만든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소수가 다수의 여론을 조작하는 거다. 권력감시가 언론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기능을 할 때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권력에 불리한 것을 보도하지 않거나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을 알려주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한국 언론은 미국의 폭스뉴스처럼 변질되고 있다. 언론을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느냐, 그리고 언론의 윤리를 지키느냐.
한국 언론은 언론의 사명을 다하지 않으면서 창피한 줄은 모른다. 언론도 기업인데 돈 벌어야 월급도 주고 하겠지. 그게 나쁜 게 아니다. 다만 우선순위가 있는 거다. 돈을 벌기 위해 언론의 윤리가 두 번째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 그 순간부터 언론은 끝나는 거다.”
- 이번 선거에서도 조중동과 지상파 방송사들의 카르텔이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종편이 출범할 때 여론 다양성이 깨진다고 우려했는데 며칠 전에 보니까 동아일보에서 채널A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기사를 한 바닥 썼더라. 채널A에서는 다시 동아일보 기사를 받아쓰고. 자사 이익을 위해 지면을 내주고 재벌 칭찬이나 하고 신문과 방송이 서로의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자본의 이해와 맞물려 돌아가는 건데, 이게 선거 때는 선거복합체로 나타나고 선거 이후에는 보수 기득권 계급의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다.”
-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프로젝트가 실제로 효과가 컸다.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니 방송이 변질됐고 종편이라는 떡밥을 던지니 신문이 줄을 섰다. 언론인들을 법정에 세우니 정치권력의 눈치를 봤다. 언론자유가 이렇게 쉽게 무너지리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파시즘에서 제일 강조하는 게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거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파시즘과 다를 바가 없다. 방송 파업이 100일이 넘었는데 이런 비상상황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언론에 개입하는 게 안 좋다고 한다. 짚고 넘어갈 건 언론은 민간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를 살리고 죽이는 엄청난 사명을 다해야 하는 공적인 기업이다. 그런데 상관 없다고? 우리는 흔히 공적인 걸 사적인 걸로 혼동하는데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만든 착시현상이다.
언론도 기업일 수 있지만 기업이 언론이 될 수는 없다. 언론자유를 보장하라는 건 언론자유를 실현시키라는 말이다. 언론자유가 지켜지지 않을 때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냥 언론도 아니고 공영방송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사장을 반대하는 파업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몰라라 할 수가 있나. 이건 직무유기다. 심각한 상황이다. 언론이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다.”
- 방송파업이 100일 이상 계속되고 있는데 낙하산 사장들은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사실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는 법으로 보장돼 있기도 하다. 방송파업의 해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국회의원들이 조중동과 보수언론을 무서워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종합편성채널이나 미디어렙 관련법안 통과시킬 때 떠올려 봐라. 국회의원들 한 명도 제대로 나서서 비판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보수언론을 비판했다가 집중공격을 받고 낙선했던 정청래 전 의원(당선자)이 대표적일 텐데 언론에 밉보여서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는 것 같다.”
-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이 문제가 되는데 사실 낙하산 논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있지 않았나.
“KBS 정연주 전 사장과 김인규 사장의 차이는 뭘까. 처음에 박권상씨를 임명했다가 반대가 심하니까 정연주 사장으로 바꿨다. 그리고 정 전 사장은 적어도 대선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한 사람은 아니었다.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많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구인데 언론도 권력이라고 본다면 언론사의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 권력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다.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들은 누가 됐든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KBS 사장의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꿔서 파면할 수 있는 권리를 없앴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정연주 전 사장을 강제로 끌어내렸다. 만약 방송법을 바꾼다면 파면권을 명확하게 규정하되 엄격한 조건을 두는 게 나을 것 같다.”
- 권력의 압박도 문제지만 자본에 예속되는 현상도 심각한 것 같다.
“자유민주주의는 경제적인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치는 건데, 그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우리는 그걸 쉽게 잊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시장경제를 부인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의 자유가 평등을 해치거나 공동체를 무너뜨린다면 그건 당연히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 언론의 역할이 환경감시와 권력비판이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틈을 타서 부정과 부패, 권력 남용이 만연한 시대를 살고 있다. 권력과 자본에서 진정 자유로운 독립언론이 가능할까.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는 비영리 언론이 필요하다. 비영리 언론을 지원하는 공적기금 같은 걸 만들 수도 있고 양심적인 자본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기부나 후원 모델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도 광고를 수익모델로 하는 이상 자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본이 언론을 흔드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건 모든 언론이 함께 싸워야 할 문제다. 이를 테면 조선일보가 삼성에게 한겨레를 탄압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본분을 지키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 위키리크스가 폭로 문건을 뉴욕타임즈와 가디언과 슈피겔에만 줬는데 이 신문들은 모두 좌파신문이다. 왜냐, 그나마 좌파신문들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윤리를 지키는 우파신문이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 그렇지만 영국에서 뉴스오브더월드가 도청 사건을 일으켰을 때 좌우 떠나서 모든 언론이 이 신문을 거세게 비판했다. 저런 놈들은 언론이 아니다, 그런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언론의 상호 비판이 필요하다. 동업자 윤리를 깨야 한다. 사이비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논조와 지향은 다를 수 있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거나 거짓을 말하는 언론은 좌우를 떠나 비판 받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건 민주주의의 문제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죽는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방송파업에 모든 언론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국민들을 움직여야 한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