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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6일 수요일

“기자가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되는 것, 바로 ‘팩트’”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15일자 기사 '“기자가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되는 것, 바로 ‘팩트’”'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위 심석태 위원장

“서울의 북쪽 끝 도봉산. 산등성이마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천연색 수를 놓았습니다. 붉은 빛깔로 물든 암자는 한 폭의 수채화입니다.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은 울긋불긋한 산세를 내려다 보며 산행의 피로를 잊었습니다.”
“친인척 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을 딛고 일 중심의 경제 사령탑 행보를 재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주 접하는 방송 뉴스의 리포트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가. 그렇다면 이미 기자들의 ‘전지적 작가 시점’ 화법의 익숙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취재대상의 속내까지 꿰뚫는 기자의 독심술에 둔감해졌다는 의미다.
방송기자연합회(회장 이재강)는 10일 라는 책을 냈다. 현업 언론인들과 교수 등이 머리를 맞대고 방송보도 저널리즘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사실관계 확인 부족,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출입처 동화,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 집착, 관습적 기사 작성 등이 그것이다.(▷바로가기: 방송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SBS 심석태 기자는 14일 와의 인터뷰에서 “저널리즘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이런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제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만 해 왔는데 우연히 기회가 닿았다고 한다.
심석태 기자는 ‘정당 저널리즘’을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점으로 짚었다. 특히 요즘 들어 정치적 편향성이 심해진 부분을 지적했다. 심석태 기자는 언론의 정당 편향 보도에 대해 “당에서 말하는 것과 언론 보도가 거의 다르지 않다”며 “단순히 조중동의 저널리즘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엄정한 저널리즘 원칙을 갖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이 ‘문제 많은’ 기사를 쓰는 원인을 물었더니 심석태 기자는 “기자들 스스로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출발할 때의 마음을 잘 가지고 가라”고 조언했다.
심석태 기자는 “정보 유통 창구가 다양해지는 것과 언론 기능의 축이 바뀌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이런 때일수록 정보 검증을 체계적으로 해 줄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난무하는 정보 속에서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신문, 방송 등 기존 언론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다음은 심석태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 전문.

▲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 심석태 위원장

1. (방송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라는 책을 내게 된 계기는? 저널리즘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저널리즘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에 재작년에 이라는 책을 알게 됐다. 번역된 걸 보다가 부족한 것 같아서 영문판을 사 봤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자는) 이런 움직임이 미국에서는 활발하다는 것을 알았다. 중견 언론인, 원로급 언론인이 문제의식을 갖고 모여, 재단 지원을 받아 계속 활동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쯤 누군가가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할 텐데 하면서 고민하다가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을 하던 임대근 선배와 마침 그 이야기를 하게 됐다. 선배도 같은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방송기자연합회 차원에서 먼저 해 보자, 이렇게 해서 이런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23년째 기자를 하고 있지만 원로 언론인들만큼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인사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서주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우선 시작한 후, 나중에 좀 더 비중 있는 사람들을 영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작업 시작할 때, MBC, KBS 등 언론사들의 연쇄 파업이 시작돼 위원회 구성에 애를 먹었다. 현업 기자들 중심으로 짜다 보니까. 7월에 겨우 시작돼서 이제 보고서가 나왔다.
2. 저널리즘특위의 활동과 책 발간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언론현업단체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되돌아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움직임은 ‘처음’이었다. 일단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생각을 하고, 기사를 쓰다가도 참고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고, 출발을 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아직 앞으로의 계획이 잡히진 않았다. 시간을 두고 피드백을 받아 구체화시킨 후, 좀 더 심도 있는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3. 서문에 “방송 저널리즘이 신문이나 인터넷 저널리즘에 비해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대목이 있다.
그나마 낫다는 거다. 신문을 보면 조중동과 조중동 비슷한 것이 있고 다른 편에는 한겨레 경향, 요새는 한국까지 세 개의 신문이 있다. 제가 볼 때는 양쪽 다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한쪽 편을 들면서 상대방은 아주 나쁜 언론이라고 한다. 현장에 있을 때나, 예전에 언론노조에 있을 때나 항상 주장한 바가 있다. 경향 한겨레가 기본적으로 조중동 저널리즘을 비판하려면 이중기준을 쓰지 않고 당당하게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 한겨레도 민주당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비판보다는 감싸려고 하고, 당시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뭐 걸리는 게 있으면 세게 쓴다. 최근에 한 언론도 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MBC를 조지기 위한 도구로 쓰더라. 이 책을 소개하는 기사에서조차 말이다. 이러니 방송이 신문, 인터넷 언론에 비해 좀 낫다고 보는 것이다.
방송은 요즘 좀 특이한 현상을 겪고 있다. 김재철 사장 등등.. MBC가 많이 망가져 있다. SBS만 놓고 보면 SBS는 영향을 덜 받는 쪽이다. 이쪽, 저쪽에서 다들 자기 편이라고는 말 못한다. 2007년 대선 현장반장을 하면서 열린우리당 쪽 취재를 할 때 그쪽에서도 항의, 어필을 받았고 한나라당에서도 어필을 받았다. 왜? 양쪽 다 비판하니까. 비판할 게 있으면 하니까. 그런 것들을 보면 방송이 신문보다 정파적인 양상은 좀 덜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신문 입장에서는 (우리가) 무슨 사건이 터졌을 때 시원하게 말 못한다, 기회주의적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언론이 이중 기준을 가져선 안 된다고 본다. 내가 속해 있는 그룹에 이익이 되느냐 안 되느냐 따지는 것이 기사 판단에 큰 영향을 주는데, 저널리즘적 판단이 우선해야 한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기자가 되면 안 되고, 정치를 해야 한다.
4.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를 ‘사실관계 확인 부족’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출입처 동화’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 집착’ ‘관습적 기사 작성’ 등으로 정리하며, 기사 작성의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점은?
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우선순위가 없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실관계 확인 부족이 제일 문제다. 그런데 요즘은 정치적 편향을 비롯한 ‘편향’이 가장 문제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과 소속기관에 따라 정치적 편향 기사를 쓰고, 이익에 따라서 광고주 편향 기사를 쓰고, 같은 출입처 다니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출입처 동화 기사를 쓴다.
개인적으로는 자사 이기주의의 심각성을 짚고 싶다. 요즘 많은 기자들이 회사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발벗고 나선다. 회사원처럼. 자기 회사와 정치적으로 맥을 같이 하는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뛰기도 한다.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팩트 확인이 덜 돼도 막 내보내는 경향이 있다.
5. 이런 문제점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기자들이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 왜 기자가 필요한지도 생각지 않고. ‘있어 보이니까’, ‘괜찮아 보이니까’ 기자를 한다. 모두들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무엇무엇을 바로잡겠다”고 한다. 그런데 입사하자마자 순식간에 브레인 워시하고 철저한 조직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럼 기자는 없고 회사만 남는다. 한국 사회의 기자교육 시스템에서 ‘기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숙고가 사라져서 그런 게 아닐까. 출발할 때의 생각을 잘 갖고 가야 한다.
6. 책에서 언급한 사례에 대한 본인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아주 많다. 나도 그런 경험이 많고 주변에서도 많이 봤다. 이런 일들이 주변에서 너무나 많이, 태연하게, 아무 문제의식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일 뿐이다.
7. 방송 뉴스의 한 꼭지는 보통 2분이 안 된다. 이런 형식이 굳어져 있어 변화를 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형식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는 없다고 본다. 2001년에 쓰나미 났을 땐 그날 점심부터 다음날까지 하루 종일 방송했다. 내용에 따라 1~2분짜리를 여러 개 넣을 수도 있고, 5~6분짜리를 구성할 수도 있다. 포맷은 지금도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떤 문제를 본질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도 필요한 부분을 다 담을 수 있다. 특히나 훈련된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8. 기자도 ‘휴일 스케치’에 대해서는 보도라기보다는 ‘쉬어가기’의 의미로 이해했기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왔다. 시청자들 역시 기자들이 전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 설명’에 익숙할 듯한데.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까. 단순히 ‘구색 맞추기용’라면 아예 없애도 되는 것인가.
사람들의 의견이 많이 갈렸다. 현업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교수위원들은 부정적으로 봤다. 적어도 뉴스 시간에 굳이 넣을 정도라면 정확한 정보가 포함된 기사로 넣거나, 그게 아니면 그림 보여주기로 가든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 막 들어와서 기사 쓰기 훈련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문학작품 쓰듯이 기사를 쓰는 것은 상당히 좋지 않다. 각 방송사 보도국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9. 방송기자연합회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기자들의 기본적인 업무 매뉴얼로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에게 많이 전달되고 있는지. 또, 이 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많이 찍어서 돌리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각 보도국으로 몇 십권 씩은 갔다. E-book으로 올라와 있기도 하고. 많이 홍보가 돼 사람들에게 널리 전파됐으면 좋겠다.
10. 새로운 소식을 얻는 통로가 많아져 방송뉴스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점을 고쳐 원칙을 지키는 보도를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통로는 많아졌지만 그곳에서 유통되는 내용, 정보 자체는 여전히 체계를 갖추고 제도화되어 있는 언론사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널리즘 원칙 면에서 보더라도 현재 SNS 등에서 나오는 정보는 자기 생각, 자기 정보인 경우가 많다.
요즘도 검증되지 않은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나. 수개표하자는 주장은 SNS를 통한 자가정보에 의해 나왔고 확대재생산됐다. 이를테면 출구조사 결과가 몇 시에 뒤집혔다더라 하는 것 등.. 정작 출구조사한 사람들은 모르는 팩트를 자기들끼리 만들어내 기정사실화했다.
정보 유통 창구가 다양해지는 것과 언론 기능의 축이 바뀌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 오히려 지금처럼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언론이 제자리를 찾는 게 훨씬 중요하다. 과거는 정보가 없어서 문제였지만 지금은 가짜 정보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정보 검증을 체계적으로 해 줄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디어스도 마찬가지고.
11. 문제점은 잘 분석돼 있지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은 부족한 것 같다. 특위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사실 하루에 끝낼 일은 아니다. 누가 밀어붙일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12. 현재 우리 언론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해결 방향은.
‘정당 저널리즘’이다. 당에서 말하는 것과 언론 언급이 거의 다르지 않다. 정파성을 가진 게 문제다. 경향 한겨레가 조중동을 비판해도 조중동 보는 사람들은 꿈쩍도 안 한다. 저들도 자기 편 들어주는 건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편에 유리한 기사 나올 땐 세게 쓰고, 나쁜 일이면 줄여 쓰니까. 하지만 이럴 경우 백전백패다. 조중동은 몇 백만 부를 보지만 여기는 몇 십만 부를 본다. 편 들어주기를 하면 30만 명을 끌어오겠다고 하면서 상대쪽이 300만 명을 경도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다. 엄정한 저널리즘 원칙을 갖고 가는 것이 산술적으로 봐도 유리하다.
명분이 없는 것도 문제다. 박근혜 당선인이 세종시 문제로 MB를 비판할 때는 잘한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아 이게 박근혜 후보를 도와준 게 됐네’라고 생각하며 그 다음부터 조지기 시작하는 거다. 이런 이중기준으로 경향 한겨레도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이래서 되겠냐, 기준이 있어야지 하면서. 이렇듯 공정성, 중립성에 대해 돌아보는 움직임이 일반화되어야 한다.
13. 마지막 질문이다. 기자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가치 하나만 꼽는다면?
(웃음) 되게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팩트’가 모든 것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팩트만 제대로 확인하면 기사의 반은 옳게 가게 돼 있다. 조선일보가 예전에 4대강 비판한 걸 본 적이 있나? 그런데 요즘은 한다. 그건 팩트를 제대로 본 게 아니다. 아니면 예전에 제대로 본 게 아니든지. 정권이 바뀌려고 하니 같은 일에 대한 평가가 바뀌는 것이다.
취재를 통해 균형 잡힌 팩트를 찾고, 그게 공감이 되면 다음부터는 대화가 된다. 문제 해결에 대해 논할 수 있다. 하지만 아예 ‘틀린’ 팩트를 갖고서는 얘기가 안 된다. 앞으로 SNS든 뭐든 아무리 새롭고 기발한 것이 나오더라도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춘 언론의 필요성은 유효하다.

김수정 기자  |  poorenbyul@mediaus.co.kr

2013년 1월 12일 토요일

"기사 요건도 못 갖춘 사이비 기사 넘쳐난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12일자 기사 '"기사 요건도 못 갖춘 사이비 기사 넘쳐난다"'를 퍼왔습니다.
심석태 SBS 기자,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 "광고주 편향, 출입처 동화도 심각"

기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사가 많다. 사실 관계 확인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실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작위적인 기사, 억지 기사, 허위 기사를 쓰는 경우도 많다. 심석태 SBS 기자는 최근 펴낸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 특별위원회 보고서,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에서 “이런 식으로 작성된 기사는 애초에 가장 기초적인 요건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기사를 가장한 유사 기사, 사이비 기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심 기자가 분류한 7가지 문제 유형은 첫째, 사실 관계 확인 부족. 둘째, 정치적 편향, 셋째, 광고주 편향, 넷째, 출입처 동화, 다섯째, 자사 이기주의, 여섯째, 시청률 집착, 일곱째, 관습적 기사 작성 등이다. 심 기자는 “사실 관계를 충분하게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하는 이유는 정치적 평향이나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 다른 문제 유형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사는 지난 대선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보도가 대표적이다. 방송이 나가기 두 시간 전에 반론 취재를 시작한 데다 방송 직전에 반론이 도착했는 데도 이를 방송에 내보내지 않고 “이런 의혹에 대해 안철수 후보 측은 ‘후보와 논의해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고만 보도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명백하게 위반한 보도였다.

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습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사실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는 기사도 많다. “제주도가 7대 세계 자연경관에 포함돼 연간 1조2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는 발표를 대부분의 언론이 일방적으로 인용 보도했다. G20 세계 정상회의는 경제효과가 30조원이라고 떠들었을 때도 기자들은 합리적 의심 없이 관습적으로 인용 보도했다. 기업이 발표하는 파업 손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파업이 지속돼야 그런 손실이 발생하는지 설명이 없고 정작 파업 쟁점이 뭔지도 관심이 없다.

정치적 편향은 MBC가 특히 심각했다. 지난해 8월26일, MBC 뉴스의 기사 첫 문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37.1%로 1위를 지켰다”고 돼 있는데 양자구도 조사 결과는 안철수가 앞섰다.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얼마나 앞섰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12.6%포인트로 앞서고 있다고 친절하게 수치를 읽어주기도 했다.

MBC의 박근혜 띄우기는 교묘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9월10일에는 기사 첫 문장이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 박 후보가 안 후보를 7.5%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박 후보가 양자 구도에서 앞선 날은 양자구도를 먼저 보여줬지만 10월3일, 다시 박 후보가 뒤쳐진 것으로 나타나자 다자구도를 강조했다. 박 후보의 지지율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첫 문장은 늘 박 후보가 1위인 것으로 전달됐다.

심 기자는 “사안 자체가 특정 정파나 진영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반대의 측면이 무시되거나 축소돼 사안의 본질을 넘어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기자는 “해당 사안의 비중이나 본질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의 기사를 취급해 물타기하거나 전혀 다른 사안을 같은 비중으로 묶어서 처리하기도 하고 비중이 다른 사안을 기계적인 균형을 내세워 동등하게 취급하는 경우도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광고주 편향은 훨씬 더 노골적이다. 역시 MBC 보도인데 지난해 8월1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구속됐을 때 MBC는 “김 회장이 직접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해 성사시킨 신도시 건설사업, 세계 1위를 목표로 미국 기업까지 인수합병해 추진한 태양광 사업, 회장 이름을 내걸고 밀어붙였던 사업들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도 곁들였다.

심 기자는 “광고주 편향은 단순히 광고주인 재벌과 대기업, 대자본을 칭찬, 미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장을 검증없이 받아들이는 행위, 관련된 개인들을 미화하거나 신비화하는 행위도 포함된다”면서 “노동자 등 다른 세력과의 갈등관계에서 성장이나 안정, 시민들의 불편을 내세우는 것도 역시 광고주 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실 관련 보도를 연상하게 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 관련 보도도 사례가 될 수 있다.

기자들이 흔히 취재 대상과 심리적 거리 두기에 실패하는 건, 폐쇄성이 높은 출입처일수록기자와 취재원이 정상적인 관계를 넘어 유착이라고 표현할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이다. “칠흙 같은 어둠 속에 청와대 내부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친인척 측근 비리 의혹의 충격을 딛고 일 중심의 경제 사령탑 행보를 재개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문장은 기자라기 보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어법을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논란도 저널리즘의 위기를 드러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청와대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도 없고 대통령실과 공동명의로 구입한 정황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보여주지 않았다. 심 기자는 “기사를 살펴보면 관찰자가 아니라 해명 당사자가 된 듯한 화법을 사용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밝혔다’나 ‘주장했다’도 아닌 사실 그 자체로 묘사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심 기자는 “청와대와 재벌과 관련된 기사에서는 심정적인 동화까지 나타나 객관적인 관찰자로서가 아니라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내면 묘사를 하는 등 상상력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식의 기사 작성은 기자가 취재원과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의도적으로 출입처 관리를 위해 행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언론의 기본적인 신뢰를 상실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마찬가지 해악을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사 이기주의 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는 KBS의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보도다. 2011년 4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수신료 공청회를 보도하면서 17개의 녹취 가운데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내용은 3개 밖에 안 됐다. 국민 70%가 수신료 인상을 찬성한다는 자체 설문 조사 결과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애초에 설문 구성부터 결과가 뻔한 조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KBS는 민주당과 도청 공방 등에서도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를 되풀이했다.

권재홍 앵커가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맞아서 허리 부상을 입었다는 MBC 보도는 자사 이기주의의 극단을 보여준 사례다. 폐쇄회로(CC)TV 화면이 공개되자 다음날 MBC는 정신적 충격이라고 말을 바꿨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사로 내보낸 것도 문제지만 자사 앵커의 동정을 메인 뉴스 첫 소식으로 다룬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스를 자사 이기주의의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본문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심 기자는 “무서운 것은 언론사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용상의 선의의 경쟁이 아닌 이런 자사 이기주의에 의탁한 비정상적인 경쟁 행태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일선 기자들이 이런 문제를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의 자사 이기주의 사례는 회사 이익의 극대화라기 보다 회사 내 특정 세력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뉴스의 사유화라고 규정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도 의미심장하다.

심 기자는 “자사 이기주의적 보도에 동원되는 기자들은 해당 사안을 직접 종합적으로 취재해서 보도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정한 입장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작성하면서 기본적인 기사 작성의 원칙에 무감각해지게 된다”면서 “회사에 충성하는 통상의 회사원으로 스스로를 규정함으로써 언론인으로서의 비판적 사고 방식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시청률에 집착하는 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8월24일 SBS 보도가 꼽혔다. 스쿨존에서 과속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인데 어린이들을 차로 들이받는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선정성을 넘어 끔찍한 수준이었다. 성매매 업소에 급습하는 영상이나 무참한 폭력이 자행되는 CCTV 영상, 각종 동물 관련 기사 등 박력있는 영상,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영상에 집착하는 편집이 부쩍 늘어난 것도 주목된다.

심 기자는 “과도한 연성화도 시청률 집착의 전형적인 현상”이라면서 “단순한 눈요깃거리 기사, ‘동물농장’ 류의 기사, 아무런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삶의 체험 현장 스타일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도 시청률 집착과 경쟁을 위해 저널리즘을 희생시키는 잘못된 행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사실 확인 없이 서둘러 내보내 네티즌들의 관심에 편승하려는 경우도 흔하다.

다음 기사를 보자. “서울의 북쪽 끝 도봉산. 산등성이마다 노랗고 붉은 단풍이 천연색 수를 놓았습니다. 붉은 빛깔로 물든 암자는 한 폭의 수채화입니다. 정산에 오른 등산객들은 울긋불긋한 산세를 내려다 보며 산행의 피로를 잊었습니다.” 심 기자는 “기자는 산 정상에 오른 등산객을 보았을 뿐이지만 기사에서는 ‘산행의 피로를 잊었다’며 등산객들의 생각을 미뤄 짐작해 묘사한다”며 “일종의 독심술”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방송국에서 아이템 결정권은 국장-부장-데스크-기자 순으로 이어지는 하향식 구조 안에 있다. 개별 기자의 취재에 의해 발굴되는 상향식 구조도 있지만 그 구조는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심 기자의 설명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기자 사회 교육은 선배-후배의 도제식 교육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나마 경찰 기자 시절을 제외하면 체계적 재교육의 기회가 드물다. “선배들에게 입력돼 있는 관습을 무의식적으로 내재화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심 기자는 가장 폐해가 큰 것은 “이목이 집중되는 기사가 있을 때 경쟁을 위해 무리하게 기사를 벌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관습적인 벌리기 편집의 폐해는 기사를 위한 기사를 씀으로써 불필요한 과장과 왜곡을 낳고 더 나아가 이런 왜곡된 편집으로 인해 다른 의제들이 실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주말에는 날씨 스케치를, 여름에는 해병대 병영 체험을, 겨울에는 특전사 동계 훈련을 배치하는 강박관념이 기사를 위한 기사를 만든다.

심 기자는 “스케치 기사 자체로는 비난거리가 아니지만 원론적으로 기사는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며 이런 표현 양식에 길들여져 비판정신을 잃어버릴 경우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기사를 생산하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기자는 “날씨 스케치의 표현 방식이 대통령이나 재벌 회장의 마음을 읽고 미묘한 감정까지 묘사해 낼 수 있는 능력으로 변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석태 기자의 보고서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는 방송기자연합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http://reportplus.kr/?p=5634&aid=5635&sa=1)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