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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7일 화요일

[사설] KTX 민영화, ‘챙길 것 다 챙기자’는 것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6일자 사설 '[사설] KTX 민영화, ‘챙길 것 다 챙기자’는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넘기는 작업을 강행할 모양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달 안에 사업제안서 요건을 확정하고 신청 공고를 낼 것이라고 한다. 사업자 신청 공고는 케이티엑스 민영화의 출발점이다. 그 뒤 여러 민간사업자들의 경제적 이해가 얽히면 케이티엑스 민영화는 점차 되돌리기 힘들어진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정부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내세우는 민영화의 명분은 모순투성이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국민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독점하고 있는 철도 운영사업에 민간업체를 끌어들이면 서로 경쟁을 해 요금이 내려가고 서비스도 좋아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틀린 주장이다.
철도는 필수공공서비스이며 자연독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민간사업자는 어떤 경우에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되어 있다. 손실을 보면 정부나 공공기관이 떠안고 과도한 이익을 내면 결과적으로 국가로부터 특혜를 보장받는 셈이 된다.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 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갈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부실 덩어리였던 민영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국토부의 민영화 구상이 공정경쟁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코레일한테는 원천적으로 경쟁여건이 불리해진다.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부산, 수서~목포 간 케이티엑스는, 정부의 추정으로도 20%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알짜 노선’이다. 민간사업자는 이 알짜 노선만 운영하는 반면, 코레일은 적자 노선과 차량까지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면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만약 코레일마저 경쟁력을 갖추려고 적자 사업을 정리하면 철도의 공공성은 무너진다. 철도 운영 주체가 노선별로 달라질 경우 안전 문제도 생긴다. 일원화된 관제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도와 같은 국가 기반시설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재산이다. 그 재산을 이용한 사업도 공공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에 충실해야지 함부로 공공재인 국민 재산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챙길 것은 다 챙기자’는 속셈이 아니라면 당장 케이티엑스 민영화 일정을 중단해야 한다.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사설] 도대체 누구를 위해 고속철도 민영화 밀어붙이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12일자 사설 '[사설] 정연주 무죄 확정, ‘언론장악 청문회’ 열어 진상 밝혀야'를 퍼왔습니다'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에게 어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애초부터 무리한 기소였으니 사필귀정이라 할 만하다. 정 전 사장은 강제해임을 주도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와 함께 수사 검사들도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이 이에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여는 등 좀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조처가 필요하다.
현 정권은 지난 2008년 임기가 남은 정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벌이고, 한국방송 이사였던 신태섭 동의대 교수를 학교에서 강제해임한 뒤 이를 빌미로 이사직을 박탈하는 등 용의주도한 ‘공작’을 진행했다. 감사원과 방송통신위·교육부·국세청 등 정부기관이 총동원됐고, 결국 검찰이 배임죄로 기소를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법인카드 사용 명세까지 샅샅이 뒤졌는데도 개인 비리를 찾아내지 못하자 국세청과의 세금반환 소송에서 재판부 조정에 응한 것을 꼬투리 잡아 배임죄로 몰아붙인 것이다. 이것이 말도 안 되는 검찰권 행사였음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 분명하게 재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무죄판결과 관련자들의 사과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방송장악 시나리오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으면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초인 언론자유가 위협받게 된다. 이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된 종편채널의 출범과 횡포·특혜는 아직도 언론계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몰아넣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언론장악공작 진상규명 청문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대야소 상황이라 어렵다면 총선 이후라도 반드시 관련자들의 불법 탈법 행위가 밝혀져야 한다.
정 전 사장은 어제 “최시중 위원장이 강제해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밝히고 “국회에서 두 번이나 나의 무죄가 확정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퇴로 끝나선 안 된다. 신태섭 교수 강제해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감사원 감사나 검찰 고발과는 무관한지 등 방송장악 공작의 전모를 밝혀 필요하면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정 전 사장은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의 이기옥 검사, 박은석 조사부장(현 대구지검 2차장), 최교일 1차장(현 서울중앙지검장), 명동성 지검장(현 변호사)과 임채진 검찰총장(현 변호사)의 책임도 물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최소한의 법률상식을 가진 검사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강행한 게 누구의 지시 때문이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소장 검사들은 수사권 문제만이 아니라 이런 검찰의 치부를 드러내 치유하는 일에도 앞장서기 바란다.

2011년 12월 27일 화요일

"MB, 인천공항도 모자라 고속철도까지 팔아 치우려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6일자 기사 '"MB, 인천공항도 모자라 고속철도까지 팔아 치우려나?"'를 퍼왔습니다.
27일 국토부 관련 업무보고 예정…철도공사 노사 한목소리로 '반대'

이명박 대통령이 KTX '부분 민영화' 방안을 담은 업무 보고를 받기로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국토해양부로부터 2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독점해 온 철도 운영에 민간 업체를 참여시키는 '철도 경쟁 체제 도입'과 관련된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명박 정부가 1899년 경인선 개통 이래 113년간 지속되온 철도 공공 운영의 원칙을 깨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분할 민영화 작업(서울~수서 등 신규 노선 운영권 매각)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의 기대효과'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말 완공을 목표로 서울 강남구 수서와 경기도 평택을 연결하는 수도권 고속철도(KTX)를 새로 놓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진애 의원 등에 따르면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이르면 내년 2월까지 사업자 선정 등을 마치고 첫 삽을 뜨게 될 전망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호남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2015년부터 수서-평택을 거쳐 부산, 목포까지 가는 KTX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

즉 건설사 등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강남(수서)~부산, 강남~목포 행 KTX를 2015년에 선보이겠다는 것. 그렇게 되면 서울역, 광명역 등지에서 출발하는 '공공 KTX'와 수서에서 출발하는 '민영 KTX'가 경쟁하게 된다. 수도권, 호남 고속철도 건설에 정부는 총 14조 원의 예산을 들일 계획이다.

세금 14조 원을 쏟아붓고 운영권만 30년 간 민간 기업에 헐값으로 넘기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 기업에 고속철도 건설 비용 면제, 역사 및 차량 기지, 고속철도 차량 등을 저가로 임대하는 방식까지 제시했다. 이 '민영 철도'에 현재 D건설, S건설, D그룹 등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사가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부문이 KTX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권을 사들일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특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마을, 무궁화호 등 경쟁력이 없는 부문을 떼서 민영화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수익 구조가 안착된 부문을 떼서 민간에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인천공항 민영화' 방안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정부의 KTX 부분 민영화 방안이 공개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

14조 들여 인프라 깔고 대기업에 팔며 특혜까지?

정부는 철도 분할 민영화와 관련해 KTX 요금 인하, 효율성 확보, 서비스 향상, 안전 확보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통연구원은 KTX 사업 민간 개방과 관련해 설문조사 결과 70%가 찬성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또 연구원의 '철도운영 경쟁체제 실천 방안'에 따르면 철도 부분 민영화에 따라 여객 서비스, 역사 운영, 유지 보수, 기술 인력 등 14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그러나 민영화를 위한 최대 논리인 요금 인하 부분과 관련한 설명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은 지난 10월 19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속철도사업부분은 2005년 이래 계속 흑자를 기록했고 2010년에도 약 3200억 원 정도의 흑자를 기록했다 고속철도 사업이 이런 과다한 이익을 줄이면 우선 요금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현재 흑자가 과도하므로 이를 요금 인하 쪽으로 돌리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철도공사는 수익이 나는 KTX 부분에서 '교차 보조' 등을 통해 공공 성격이 강한 무궁화, 새마을호 등 적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본부장이 설명한 것은 경쟁 도입을 위한 요금 인하 구상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KTX의 교차 보조가 없어지게 돼 공공 성격이 강한 적자 노선의 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왜 굳이 흑자가 나는 KTX 노선을 민간에 넘기려고 할까?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철도공사 측의 설명을 들으면 보다 명확해진다. 철도공사는 '고속철도 민간 개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문서를 통해 "고속철도 운영 시장 개방을 위해서는 민간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한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 생리상 수익 노선이 아니면 참여 유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간 대기업에서는 2015년 수도권 고속철도 개통을 앞둔 지금을 (철도 민영화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자 노선은 기업에 매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흑자 노선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작은 정부론'과 맥이 닿아 있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허상을 잘 보여주는 지적이다. KTX 부분 민영화와 닮은 꼴인 인천공항 매각 문제의 경우, 이 대통령의 조카가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외국계 회사 이름이 거론되면서 '음모론'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철도공사는 이어 "(교통연구원의) 분석 내용을 보면, 역사 및 차량기지 등을 인수하지 않고 저가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임대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해 예상 수입을 높이거나 불분명한 근거에 바탕해 운영 비용을 낮게 책정하는 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 민간 기업은 공기업보다 자금 조달 금리가 높아 연간 수백억 원의 금융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민영화 시 요금 인하'의 허상을 지적했다.

효율성 제고에 대해서도 철도공사는 "오히려 중복투자가 발생하고 기존 자원의 활용이 불가능해져 철도 산업 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비스 수준 향상에 대해서는 "고속버스나 수도권 전철 등에서도 운영 기관별 특별히 차별화된 서비스나 가격 경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 확보도 "관제사와 철도 운영자의 조직 이원화로 명령 체계에 혼란을 유발하게 될 수 있다. 시설 관리자, 유지 보수 수행주체가 각각 달라져 사고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70%가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는 교통연구원 측의 설문 조사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찬반 의견을 질문하면서 "경쟁체제가 도입되면...그에 따라 요금이나 서비스 등도 경쟁하게 돼 차별화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식으로 문구를 짰고, "귀하께서는 독일, 일본 등 철도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철도 운영에 경쟁체제를..."이라고 답변을 유도하는 등 KTX 부분 민영화에 유리한 질문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독일, 일본의 경우 장거리 노선은 모두 정부가 독점 운영하는 등 철도 운영 시장 개방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설문 문항을 작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공사 노조 측 역시 "고속철도를 민간에 허용한다는 것은 수익성이 낮은 부분은 공공부문에 남기고 수익이 나는 상품만 민영화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사측과 노조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김진애 "1%에 충실한 MB정부, 마지막 먹튀로 철도까지 팔아먹나"

민주당 김진애 의원과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세금과 호주머니를 털어 민간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제2의 철도 민영화 정책이 이명박 정부 1년의 임기를 남겨두고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4대강사업, 한미FTA, 영리병원 도입, 인천공항 매각 등 사회 전반의 공익보다는 1% 자본의 이익 챙겨주기에만 충실해왔던 이 정부가 마지막 '먹튀'로 철도까지 팔아먹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철도를 민영화할 경우 요금 인상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 특히 한미FTA 통과 이후 국가 기간산업의 공공성이 풍전등화인 현실에서 민영화되는 철도에 외국 자본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국부 유출 뿐 아니라 지역 적자선 운영, 교통 약자에 대한 요금 지원, 공공 요금 정책 등은 완전히 파탄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