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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3일 수요일

구럼비의 비명…"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아"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13일자 기사 '구럼비의 비명…"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아"'를 퍼왔습니다.
[작가, 제주와 연애하다](13) 구럼비, 당신!

"이 자의 두뇌를 20년간 멈추어야 한다"는 유명한 판결문과 함께 안토니오 그람시가 20년 넘는 형을 받고 파시스트들의 감옥에 있을 때, 유럽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구명운동에 나섰습니다. 로맹 롤랑이 지속적으로 만들어 배포한 팸플릿 역시 크게 힘을 발휘하였습니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

이 유명한 경구는 로맹 롤랑의 글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를 그람시가 요약한 것입니다.

제주도 강정마을의 600명이 넘는 주민, 평화활동가들에 대한 연행, 구속, 투옥, 벌금 사태 뒤에는 불법 공사 상황이 있습니다. 주민 협의를 거치지 않은 강제 과정, 전쟁을 도발하는 안보 기지, 민군복합항이 입증되지 않은 설계도, 환경문제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공사, 인권 유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불법 요인에 대해 제주 도지사를 중심으로 제주 주요 언론은 입을 다물거나 사실을 왜곡해 왔습니다.

제주해군기지는 미 해군 설계요구에 의해 미군 핵 항모가 입항할 규모로 설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2012년 9월, 장하나 국회의원이 밝혀냈습니다.

모국어로 글을 쓰는 시인과 작가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후 대정, 세화 성산에 공군기지가, 산방산에 해병대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으며 제주도가 최전선화되는 것을 공포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대한민국 곳곳의 요지를 미군에게 내어준 형편임에도, 비무장 평화의 섬 한 곳 확보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조국은 무력한 나라인가에 대해 다만 슬퍼합니다.


군함에 의해 오염될 서귀포 바다와 기지촌으로 전락할 제주도의 고운 마을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제주도민을 위로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쓰는 일 외에 별로 잘 하는 게 없는 시인과 소설가들은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서귀포 바람, 애월의 파도, 북촌의 눈물, 위미의 수평선, 쇠소깍의 고요를 생각하며, 두려움과 연민이 어룽진 손으로 제주도민들께 편지를 씁니다. (작가, 제주와 연애하다)입니다. 필자 주

구럼비, 당신!

당신 이마에 닿은 눈은 별이 되기도 전에 금세 녹는군요. 전부터 신열이 있고 엉덩이뼈가 바스러지는 통증이 있다고 하더니 이젠 아기집이 허물어지는 중이군요.

이마의 별들은 흩어지고요. 바람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아요. 바다 갈매기 발자국에도 금이 간 거예요. 누구도 낳을 수 없고 누구도 품을 수 없는 이름이 된 거예요.

비명을 들었어요. 수술실에선 날마다 차가운 손이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다고 울었어요. 밤낮으로 거대한 굴착기가 당신의 갈비뼈를 분해하는 중이라며 또 울고 말았죠. 노곤한 잠을 깨우는 삼백예순날 잠 고문의 시간을 겪고 있는

당신! 기억이 몽롱해지고 살갗이 타들어가는 나날이군요. 당신의 아기집은 으르렁거리며 포를 단 배들로 난쟁이 되겠죠. 바다는 날마다 검은 피의 요일을 지나고, 부화하지 않는 알을 연속으로 낳을 거구요. 쓰고 있던 편지는 마침표 없이 끝날 거고, 한 점 빛도 없는 심해에 갇혀 어둠만 낳을지도 모르겠군요!

연거푸 무기력증을 들이킨 공화국의 발자국들은 당신을 짓밟는 데에 혈안이 될 거구요. 당신의 정부는 눈을 감는 것으로 이별을 통보하겠죠.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군요. 거대한 공화국은 당신의 생살을 발자국들에게 내어주며 입술을 실룩거리며 웃을 테고요.

흉측해진 얼굴과 발을 보며 당신을 기억하는 이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까 눈물로 지새우는 밤이겠군요!

수평선에 핀 집어등 별을 보며편지 쓰던 일이 이제 까마득해지겠군요!

묵묵히 이별을 준비하는 당신! 힘을 내요! 미안해요! 

ⓒ노순택

정훈교

2010년 계간(사람의 문학)으로 등단.현재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첫 시집 (4번 염색체에 대한 연구) 출판을 앞두고 있다.


 /정훈교 시인

2012년 9월 9일 일요일

새까만 두 형제 신부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 조현글방 2012-09-07일자 기사 '새까만 두 형제 신부'를 퍼왔습니다.

강정마을을 지키고 있는 문정현(맨 왼쪽) 신부와 피켓을 들고 있는 문규현 신부

지난 4일 해질무렵 제주 강정 마을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두 신부를 만났습니다. 문정현 문규현 두 형제 신부입니다. 제주에서 개통되는 천주교순례길 취재차 내려갔다가 기자들의 요청으로 버스를 잠시 강정마을에 멈추고 돌아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수십명의 강정마을 지킴이들과 함께 강정마을을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안에서 본 강정마을은 이미 파헤쳐지고, 아름다운 구럼비 해안은 파괴돼 시멘트 트리포드가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해군기지 공사현장

공사현장에 설치된 철구조물들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가 있는 해안은 이미 시멘트 트리포드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해군은 바다에 기지를 만들기 위해 거대 구조물 50개를 만들어 그 가운데 7개를 이곳에 옮겨왔는데, 이번 태풍으로 다 유실되고 2개만 남아있다. 이 구조물 `케이슨'은 무려 8800톤으로 한번 설치되면 해체가 불가능한데,유실돼 해양 오염이 문제될 뿐 아니라 이 두개의 케이슨도 기울여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 붍투명한 상태로 알려졌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구럼비 해안 인근에서 그림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미 해군기지 공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도로에서 지킴이들이 저항했지만, 그날도 트럭이 90대나 공사현장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문정현 신부는  시위도중 공중에서 떨어져 몸을 크게 다쳐서 운신이 어려운데도, 손으로 허리를 부여잡고 현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공권력이 미사중에 가톨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기는 성체를 짓밟은 것에 대해 자신의 몸을 짓밟은 것보다 더 분노했습니다.

 문규현 신부는 도로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부안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해 몸을 돌보지 않고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했고, 4대강 반대를 위한 삼보일배까지 했던 그는 작년에 갑자기 심장이 멎어 사지를 다녀왔습니다. 얼굴은 너무 검어서 흑인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금경축을 앞둔 문정현 신부

문규현 신부

강정마을 지킴이들

강정마을지킴이들

구럼비야 사랑해 걸개그림

구럼비를 지키다 수감중인 송강호 전도사의 그림이 걸려 있다

문정현 문규현 신부는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달려가 몸을 돌보지 않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둘은 너무도 다정한 형제입니다. 삼보일배를 하던 당시 수경 스님이 농담처럼 하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부자라에서 문규현 신부님이 형아! 하고 부르면서 응석을 부리고, 둘이서 간지럼을 태우고 장난을 치는 걸 보면서 저렇게 어린애처럼 순수한 형제는 보다 보다 처음'이라던 말이.

 문정현 신부는 사제 서품 50년을 맞는 금경축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거리에서 먹고 자면서 울분이 젖은 강정마을 사람들을 달래며 그들을 대신해 공권력에 맞서고 있습니다. 두형제를 거리에 두고 돌아서는 길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글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영성, 수행, 치유, 공동체에 대한 글을 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누리꾼들에 의해 ‘인문교양도서’ 1위에 뽑혔다. 기독교 숨은 영성가를 발굴한 (울림)은 감신대, 서울신대, 장신대, 한신대의 ‘100대 교양 필독도서’. (은둔)이 불교출판문화상과 올해의 불서상을, (하늘이 감춘땅)이 불교언론문화상을 수상. (인도오지기행),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됐다.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119       페이스북 : hoosim119   

2012년 9월 6일 목요일

정부, 해외 환경운동가 5명 잇따라 입국 거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5일자 기사 '정부, 해외 환경운동가 5명 잇따라 입국 거부'를 퍼왔습니다.

ㆍ제주 ‘자연보전총회’ 참가자… 강정마을 방문 막으려 한 듯

6일 제주에서 개막되는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참가하려던 외국 환경운동가 5명의 입국이 거부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주최하는 세계자연보전총회는 180여개국 1100여개 단체의 회원 1만여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환경회의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5일 성명서를 내고 “세계자연보전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오던 해외활동가 5명의 국내 입국이 잇따라 좌절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8월 이후 제주를 방문하려는 외국인들의 입국 거부가 20건에 달한다”며 “정부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외국인 환경활동가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일상적으로 사찰하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의원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일본 나리타공항을 출발해 낮 12시쯤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일본 반전평화운동가 야기 류지(45)가 입국 거부 통보를 받고 일본으로 되돌아갔다.

이어 오후 4시에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일본인 오키나와 평화활동가 도미타 에이지, 다카하시 도시오, 도미야마 마사히로도 입국이 거부됐다.

이들은 장하나·김재윤 의원실이 주최하는 ‘동아시아 미군기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강정마을도 방문할 계획이었다. 이들은 국회의원의 초청장과 신원보증서를 지참하고 있었다.

4일에는 의사이자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는 재미교포 차임옥씨가 입국 거부 통보를 받고 30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차씨는 ‘제주 지키기 긴급행동위원회’의 회원으로 활동해왔다.

이들에 대한 입국 거부는 국가정보원이 법무부에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외국인 활동가 입국 거부는 한국 정부가 스스로 인권옹호자 탄압국, 인권침해국이라는 불명예를 자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2012년 8월 4일 토요일

"강정의 상처, 돈 냄새 묻은 손으로 만지지 말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03일자 기사 '"강정의 상처, 돈 냄새 묻은 손으로 만지지 말라"'를 퍼왔습니다.
[포토] 비바람 속에서도 계속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평화대행진'

제주에서 무엇인가를 용서해야 한다면 그것은 풍경의 강제입니다. 제주 풍경은 일방적으로 우리 마음을 평화로 물들여 버립니다.

옥색 바다와 하늘의 묵묵하고 깊은 숨소리, 바람 탄 나무들의 비명 같은 스톱 모션, 한림에서 곽지로 펼쳐지는 여름의 초록빛 아사 치마에 색색 수를 놓다가 활짝 돌아보며 웃어주는 코스모스들까지.

서진 팀이 행군 나흘째인 8월 2일 아침을 기진맥진으로 시작한 까닭은 전날의 뙤약볕 강행군 때문이었습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해변 야영을 포기하고 30킬로미터를 넘게 걸어 도착한 한림체육관에서는 샤워시설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참 매정하지요?

제대로 씻지 못하고 습한 곳에서 밤새 성난 태풍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선잠을 잔 250여명 그들이 한림 읍내를 빠져나와 수원초등학교에 이르기 전 완연히 원기를 회복한 건 순전히 제주 자연이 뿜어주는 생명력 때문이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마땅히 사람의 힘입니다.

행군 길 중간 중간 버스 정류소쯤에는 줄곧 함께 걸으실 수 없는 강정마을 어르신들이노란 티셔츠를 입고 앉아 계셨습니다. 사열하듯 그 웃음 앞을 지나며 그렇게 반갑고 힘이 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보며 무구하게 웃을 수 있는 순간. 행복의 작고 뽀송한 손을 잡는 기분이 들었죠.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유쾌한 동행은 축지법

한림을 거의 벗어나 켄싱턴리조트 이정표가 있는 교차로를 지나며 옆에 걷는 분과 대화를 텄습니다. 유쾌하나 수다스럽지 않은 동행과의 대화, 이건 사실 축지법에 해당합니다. 두 아들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아침 비행기로 내려왔다는 엄마였습니다.

정부와 해군이 저지른 불법 요인을 법리적 물리적 폭력 행위로 무마하고 있는 사실을 외면하는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의아함이 우리의 첫 이야기였습니다.

"참 길어진 싸움이죠?"

"네, 그래도 큰 힘을 가진 그들이 조금만 진정을 가지고 일해주면 이 많은 사람들이 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요. 왜곡된 현실이 자명한데 동문서답하는 그들을 보면 이권 개입을 의심하게 되기도 해요."

"중앙에 있는 정치인들도 주민과 소통하기 전에 일단 동료인 지역 정치인들에게 상황을 묻고 판단하겠지요. 그들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면 그렇게 받아들였겠죠."

"지난 총선 때도 모두들 강정에 입을 대고 간을 봤지만 문제 해결 의지는 없고, 강정을 어떻게 이용할까에만 혈안이더라구요. 심지어 새누리 후보들까지도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 입장을 내놓았잖아요. (웃음)"

이렇게 적고 보니 꽤 무거운 내용 같지만 우린 툭툭 내리는 비도 조금 맞으며 사진도 찍히며 웃으며 걸었다. 정치권에 몸담은 적 있는 그에게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처음 제주해군기지 예산이 책정될 때 문제 제기를 했어야 하는데요. 국회의원들이 큰 사안을 놓치는 이유가 '쪽예산' 때문이에요. 지역구 이익과 관련된 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큰 사안을 내주고 마는 거죠."

큰 사안을 내주는 것으로 정치적 기반이 확고해진다면 더욱, 열렬히, 무사통과에 손들지 않겠나 싶기도 했습니다. 작년 겨울 어느 식사자리에서 보니 제주도 국회의원들은 2012년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삭감시켰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더군요. 올해도, 그 다음 해에도, 치열하게 방책을 세워, 모름지기 그 자부심을 이어주기 바랄 뿐입니다.

탄식이 후렴으로 붙던 우리 대화에는 이런 생산적 제안도 있었습니다.

"지역구가 다르지만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편에 선 국회의원들이 여럿 있어요. 도종환, 이학영, 유은혜, 장하나 의원 같은 분들요. 그분들이 강정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요?"

"음, 민주동행이나 초선의원 모임인 초생달에 속한 분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편에 선 국회의원들을 한 그룹으로 묶어 강정마을회가 지속적으로 현장 정보를 서면으로나마 브리핑하고 마을 소식과 문제점들을 알려주는 일이 참 중요하겠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였습니다.

갑자기 도움을 청하면 피차 갈피가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국회의원들이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강정에 대해 발언하게 될 경우, 평소에 꾸준히 브리핑해온 강정 상황은 매우 주효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었습니다. 그 일을 꾸준히 맡아줄 인력이 강정에 있을까 잠시 걱정했는데, 뭐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평소 제 마음을 심히 답답하게 하던 문제를 이야기할 때 그쳤던 비가 후루루 내려 마음을 식혀 주기도 했습니다.

"제주 도지사가 금과옥조처럼 부르짖는 윈윈정책 말이에요. 강정을 해군기지로 내주면 1조 5천억 민간 투자 유치해준다고 중앙 정부가 약속했다잖아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국고 지원도 아니고 민간 투자요? 기업들이 대통령 말 듣고 무조건 투자하지 않죠."

"그렇죠? 정권 바뀌면 그 약속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할 텐데, 제주도민 일부는 그 말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

"그건 참."

"실제로 면피용 투자를 약간 유치한다 해도 기업들이 자기 이윤 추구를 우선시하지 제주도의 이익을 도모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아, 제주도 투자 유치에 부응한다는 핑계로 특혜를 요구하고, 특히 환경 파괴 부분을 눙치려고 할 행태가 빤하게 보일 때마다 가슴 답답한 이가 한둘이 아니겠지요.

10여 킬로미터를 걸으며 허심탄회 나눈 이야기들, 이만하면 참 잘 걸은 걸음 아닙니까?

곽지 해수욕장, 긴 휴식은 어제에 대한 보상

힘 센 자들이 편법과 폭력으로 자꾸 억압하니까, 법보다 우위인 뜻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끝에 가서야 우리는 수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그러나 점심 식사 지점인 곽지해수욕장이라는 이정표는 썩 중하고 반가웠습니다. 시원하게 탁 트인 해안에 사람도 별로 없었으므로 꽤 너른 햇빛가림막 아래가 모두 우리 차지가 되어도 눈치 볼 일은 없었습니다.

점심 메뉴는 돼지고기양배추 두루치기와 우무를 넣은 오이냉국. 밥 위에 두루치기를 얹어주고 냉국 한 사발이었습니다. 기독교 측이 식사와 집회 인도를 맡은 8월 2일 점심식사 하이라이트는 '쉰다리'라는 후식이었습니다.

통에 가득 담긴 건 분명 막걸린데, 막걸리 아니고 '제주 특산 쉰다리'라는 거예요. 제주 토종 막걸리 이름인가 했더니 알콜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음료라네요. 급궁금. 제주 어머니들이 여름에 살짝 쉰밥을 버리지 않고 발효시켜 만들기 시작했다는 마실거리에 감탄했습니다. 부러진 갈대를 아주 꺾어버리지 않는 연민은 경에서 새삼 배우는 게 아니고 우리 속에 늘 있어왔던 것입니다. 심지어 멀쩡한 자연을 도륙하고, 온당한 자기주장을 하는 백성을 잡아가두다니, 명백히 범죄입니다.

이튿날 점심식사 지점으로 예상된 지역까지 당겨 걸었기 때문에 행진 나흘째의 점심 휴식은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바다에 뛰어들어 해수욕을 제대로 즐기는 이들이 많았고 일부는 개신교회가 인도하는 집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가림막 아래 누워 쉬는 이들도 꽤 되었습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 사온 아이스크림 250개가 휴식을 마쳐가는 순례자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코 무관심하거나 찬성 하는 게 아니라는 제주도민들

저도 아이스바 하나를 얻어들고 페이스북을 열었습니다. 점심 이후에 동부해안도로를 걷고 있는 동진 팀 소식을 찾기 위해였습니다. 오전에 비바람이 거세서 종달리에 있는 종달교회에 들어가 잠시 비바람을 피했다는 소식, 그 자리에 김두관 씨가 김재윤 의원과 함께 나타났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한 선명한 발언도 없이 주민들의 고난 행군을 삐죽 들여다보는 정치인들, 여러 번 등치고 간 빼는 수작에 당하다보니 조금 섬찟해지기까지 합니다. 함부로 부는 정치인 비바람을 피할 교회는 어디일까 하릴없는 질문을 혼자 던져보았습니다.

동진 팀으로 가기 위해 곽지를 떠나기 전에 들은 제주도민 부아무개씨(일도이동 거주)의 말은 제주 도지사와 지도층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제주 사람들이 관심이 없고 상황을 잘 모른다는 오해를 받는데요, 제주 지역사회가 좁다보니 앞에 나섰다가 자신이나 가까운 가족친지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이 돼서 움츠리고 있을 뿐이지요. 물론 민군복합관광미항이 생기면 경제가 조금이라도 좋아질까 기대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분들조차도 해군기지의 폐해나 민군복합항의 허구를 올바로 공론화하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라고 봐요."

"공론화에 책임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일까요?"

"우근민 도지사지요. 국회의원들, 공무원들, 대학교수들 이런 분들이 평화의 섬 선포할 때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는 걸 보면 어이가 없어요.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게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고 지금은 또 입장을 바꾸는 게 이익이 되나 봐요."

서울 향린교회 임아무개 목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데리고 첫날부터 계속 걷고 있었어요. 장준하 선생과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에게 "와, 이름이 크구나." 했더니 맞장구치듯 활짝 웃은 아이는 땡볕과 비바람 속의 걷기나 거친 잠자리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걸으면서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역시 사람이 힘입니다.

곶자왈 평화학교 아이들의 위문 공연

제주시를 통과하여 동진팀이 있는 월정리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강정의 몸부림이 아무런 파장도 미치지 않는 것만 같은 제주시, 도심. 눈에 안 보일 따름이겠지요.

동진 팀은 마침 월정해안에서 잠시 휴식 중이었고, 곶자왈 평화학교에 평화 캠프를 온어린이들이 모래사장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위문공연이라고 했습니다. 어른들은 항상 아이들에게 위안을 받습니다. 갖은 시름과 피로가 휘발되는 효과는 여름바다를 배경으로 한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때가 최고라고 말해도 되겠더군요.

우리 어릴 때는 전쟁 아닌 것이 평화라고 배웠습니다. 그렇게 알고 살았기 때문에 전쟁 상황만 아니면, 굶지만 않으면, 학비만 있으면, 얼마간 인권을 유린당해도, 권력과 돈줄에 억압당해도, 법리적 왜곡에 휘말려도 죽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여기고 지냈습니다.

저 아이들은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것입니다.

세계가 가진 위험 요인은 전보다 커졌으나, 파괴력이 가공할 지경에 이른 무기들로 인해 전쟁이란 결코 일어나서 안 될 일이 되었습니다. 도발한 나라도 침공 당한 나라도 피차 죽게 되니까요. 더 큰 대안, 더 예민한 외교력이 필요하며, 전 세계 어린이들이 환경과 생명 존중을 최고 가치로 삼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쟁이나 환경오염으로 인한 인류멸망 시나리오가 불현듯 현실화될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강정평화대행진은 어용 언론들이 나발 부는 '강정 주민 사익 챙기기'나 '평화활동가들의 민심 혼란 행위'나 '이념 싸움'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싸움입니다. 더불어 사는 평화의 문. 과거와 현재의 사리사욕에 눈 먼 자들은 그 문을 열지 않습니다.

월정해안에서 김녕까지는 멀지 않았습니다.

구좌 체육관에 도착한 일행이 김치찌개 덮밥을 먹고 수박을 먹고 상처 난 발들을 내보이며 물집을 터뜨릴까 말까하는 무렵에 완연히 저녁이 왔습니다. 손으로 터뜨리지 말고 의료팀에게 치료 받고 약 바르는 게 좋겠다는 말. 당연하고 맞는 말이지요.

강정의 상처, 제주도의 평화도 돈 냄새 묻은 손으로 만지지 말기 바랍니다. 강정 주민들의 삶이 약입니다. 제주 도민들의 오래 된 침묵이 평화의 말로 풀려나오게 해주어야 합니다. 제주해군기지가 백지화되는 날, 그날이 오면, 수년에 걸친 싸움과 미움과 억울함과 원망과 반목이 일거에 사라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모두가 거름이 되어 역사 이래 처음으로 우리는 더불어 사는 평화를 얻어냈기 때문입니다. 유구하게 이어져 내려온 일상의 평화, 자연의 본래, 그것을 지키는 힘이 잘 익은 과실처럼 우리를 통과하여 우리 자손들에게 전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날까지 강정평화대행진은 계속되겠지요. 그날이 오면, 오늘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 '공구리쳐진' 구럼비에 모여앉아 한바탕 크게 울어도 좋겠습니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위한 '강정평화대행진'이 지난 달 29일 시작돼 8월4일까지 제주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에서 시작해 제주의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져 5박 6일 동안 섬 전체를 일주하는 일정입니다. 현지에서 조정 시인과 손문상 화백이 글과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 에서 사진 더 보기

 /조정 시인,손문상 기자(=서귀포)

2012년 7월 23일 월요일

다음 대통령이 덜 친미적이면 덜 위험해질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23일자 기사 '다음 대통령이 덜 친미적이면 덜 위험해질까?'를 퍼왔습니다.
[정욱식의 '오, 평화'] 다시 제주 해군기지의 의미를 묻는다 (中)

☞다시 제주 해군기지의 의미를 묻는다 (上): 강정마을, '해방구'에서 美 전초기지까지

현재 일정대로 2015~16년 사이에 제주 해군기지가건설될 경우, 이 기지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미래 정부의 몫이다. MB 정부처럼 '친미ㆍ친일' 정권이 집권하면 제주 해군기지의 전략적 위험성은 대단히 커질 것이다. 그럼 이보다 자주적인 정권이 집권하면 제주 해군기지의 위험성은 사라지게 될까? 그 위험성이 일부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거의 그대로 남을 공산이 크다.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한국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가령 이명박 정부는 '이어도-독도 함대'를 창설해 제주 해군기지를 모항으로 사용하고, 이어도에 대한 해군 초계 활동도 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대로 한다면, 중국의 군사적 맞대응을 야기해 이어도 인근 수역은 분쟁 지역이 되고 한국의 국익에도 치명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해 이어도에 대한 초계 활동을 할 것인가의 여부는 한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만약 미래의 정부가 해군 함정 투입이 한중관계에 미칠 위험성을 간파해 군사적 접근을 자제하고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둔다면, 위에서 언급한 우려는 기우로 끝날 수 있다.

미국과 무관할 수 없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한국의 주권 '밖'에 존재하는 제주 해군기지의 위험성은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한미동맹의 법적ㆍ제도적 측면이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따라 미국은 "적절한 통고"를 하면 "대한민국의 어떠한 항구 또는 비행장에도 입항료 또는 착륙료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출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함정이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을 한국측에 통보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막는다면 SOFA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SOFA 규정상 미군이 우리 시설을 활용하려면 관련 정부, 외교통상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OFA 규정 어디에도 이러한 내용은 없다. 실제로 미국 핵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는 부산항에 수시로 입항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얻지 않은 상태에서 '통고'만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 2003년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를 배치할 때에도, 미군기지인 오산공군기지와 군산공군기지는 물론이고 한국군 기지인 수원비행장과 광주비행장에도 통고만 하고 배치했었다.

둘째는 한미동맹의 변화 추세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중국을 겨냥한 지역 동맹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는 1990년대부터 존재했고, 2001년 부시 행정부 정부 들어 본격화됐다. 노무현-부시 정부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용산기지와 2사단을 평택권으로 이전하는데 합의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도 합의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동맹화는 한미 전략동맹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 들어 가속화되어 오늘날에는 한미일 3각동맹의 맹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미동맹이 이처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깊숙이 포섭되고 있고, 그 핵심적인 양상이 해상 미사일방어체제(MD) 체제인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 구축 및 해양안보(maritime security) 확보에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에 건설 중인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과 무관해지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자주적이고 균형 외교를 지향하는 정부가 등장하면 이러한 추세를 되돌릴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김대중 정부 때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 때 본격화되었다는 사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합의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 중국 내에서 급격한 국력 신장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군비경쟁의 양상을 보더라도 미중 관계가 패권 경쟁에서 협력으로 대전환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제주 해군기지 완공이 예정된 2015년 이후에 패권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이 시기를 전후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최신예 핵항모인 '제럴드 포드호'(USS Ford)를 실전배치할 예정이다. 중국도 2015~2020년 사이에 첫 항모인 '바라크호'를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은 ABMD를 위해 이지스함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는데, 2015~2020년 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미중간에 동아시아 패권 경쟁이 완화될 가능성보다 격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을 예고해주는 대목들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아무리 자주적인 정부라고 하더라도 한미동맹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의 마찰이 심해지면 크게 두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에서부터 주한미군 재배치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노무현 정부의 대미정책을 '공미형(恐美形) 친미주의'라고 부를 수 있었던 까닭이다.

또 하나는 한미동맹이 국내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한미관계 악화는 보수진영의 정치 공세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노무현 정부 때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정권이 대등한 미일동맹을 주창하면서 미국에 도전했다가 단명 정권으로 막을 내린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지난 20일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인 하와이호(7천800t)가 21일 오후 정박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주권적 선택의 비주권적인 결과

엄연한 주권 국가이자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위와 같이 지적하면 기분은 나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미관계와 이에 종속된 국내 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강대국과의 동맹관계는 안보를 보장받는 대신에 정책 자율성, 즉 일부 주권의 양보를 골자로 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를 것'이라는 호기를 부리기에 앞서 한미관계의 정확한 본질을 깨달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 해군기지의 미국 이용 문제를 한국의 주권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SOFA 및 그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개정의 핵심 골자는 미국 군사력의 유출입과 관련해 '사전 동의'를 명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이후 SOFA 규정 하나를 바꾸는 것도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해왔다. 또한 미국은 자국 군사력 운용에 타국이 간섭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참여정부가 미일동맹처럼 '사전 협의'를 추진했다가 실패했던 사례도 있다. 한국이 한미동맹의 파기까지 각오하지 않는 한, '사전 동의'를 추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이다.

결론적으로 제주 해군기지의 위험성은 정권의 성격이나 변화와 관계없이 존재할 공산이 크다. 그 위험성의 핵심은 미국이 해군기지를 사용하고자 하는데 한국이 반대하면 한미관계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거꾸로 미국이 사용하게 되면 한중관계에 일대 파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주권적 선택이 가장 비주권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여부'는 우리가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 글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한국의 전략적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남방 해역의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등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절차적인 문제는 인식하면서도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에는 동감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는 것에 대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2012년 5월 17일 목요일

해군기지 건설되면 이 은어들은 어디로…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17일자 기사 '해군기지 건설되면 이 은어들은 어디로…'를 퍼왔습니다.
[포토] 봄철 맞아 강정천 오르는 은어들

제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조성봉 독립영화 감독은 지난해 4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구럼비야 사랑해'(☞ 바로 가기)에 '진달래산천의 눈'이라는 게시판을 개설하고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강정마을과 구럼비 해안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으로 남겨 왔다.

16일 조 감독은 구럼비 해안에서 강정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은어들의 사진을 게시했다. 학문적인 연구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구럼비 해안이 은어의 겨울철 보금자리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구럼비 앞 바다의 바닥이 모래로 되어 있어 겨울철 은어가 머물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조 감독의 허락을 구해 은어들의 모습을 싣는다.



▲ '냇깍'이라고 불리는 강전천 끝자락. 봄철이 되면 은어가 강을 거슬러 오른다.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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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란기를 맞은 흑로가 은어를 사냥하고 있다. ⓒ조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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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봉 독립영화감독(=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