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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7일 일요일

촛불 든 작은예수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종교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 2013-01-24일자 기사 '촛불 든 작은예수들'을 퍼왔습니다.



4년 전 용산참사 뒤 목요일마다
투쟁현장 찾아 159번 촛불예배
벼랑 끝 철거민·해고자 등 위로
촛불교회 “벼랑 내몰린 사람들
현장 목소리가 성서의 메시지”

추웠다. 용산 재개발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 남일당 일대는 벌판으로 남아 있었다. 4년 전 건물들이 철거된 뒤 분초를 다투듯 성급히 추진되던 재개발은 이뤄지지 않은 채였다.그 한편 주차장으로 쓰이는 남일당 앞터에 17일 저녁 7시 100여명이 모였다. 매주 목요일이면 이곳을 찾아와 예배를 하는 ‘촛불교회’ 동참자들이었다.재개발을 이유로 철거민들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이 숨지고, 검거된 27명의 철거민에 대한 기소와 투옥이 이어진 그 현장은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렸다.“살려고 살아보려고 잘살아보려고 몸부림친 곳이 벼랑 끝이었습니다. 가공할 방법으로 자행된 공권력을 막지 못한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서로 다른 말과 서로 다른 생각으로 서로 짓밟고, 관계는 금이 가고 공동체는 파괴된 괴물 같은 바벨탑, 너도나도 그 위에 서고자 이 미쳐 돌아가는 사회를 막아내지 못한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야외 간이의자에 앉은 이들이 입을 모아 중보기도를 낭송했다. 입을 열 때마다 입김이 어둠을 살랐다. 그들은 손에 손에 촛불 하나씩을 쥐고 있었다. 멀리 바벨탑처럼 솟구친 용산시티파크를 돌아 바람이 휘몰아쳤다. 4년 전 공권력 앞에서 떨던 용산의 철거민들과 죽음을 택한 23명의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가족들, 지금도 고공에서 황소바람을 뼛속으로 받아들이는 평택 쌍용자동차, 울산 현대자동차, 유성기업 노동자들처럼 촛불이 떨고 있었다.
절망 속에서 대중은 물론 제자들까지 떠나버린 예수의 무덤을 마지막까지 지킨 세 여자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 ‘살로메’인 양, 몇몇 여성들의 눈망울이 유난히 컸다. 사회를 본 서울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와 용산참사 유족 대표로 눈물을 토해낸 전재숙 집사, 설교를 한 한백교회 양미강 목사도 여성이었다.



양 목사는 “예수가 처형당하자 분노는 절망을 낳고 절망은 포기로 이어져 하나둘 십자가 현장을 떠난 뒤 여인들만 남아 무덤을 막은 커다란 돌을 치워야 했지만, 경비병은 말할 것도 없고 군중과 제자들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지난 4년 동안 우리도 그랬다. 그러나 무관심과 절망, 포기만 있었다면 빈 무덤의 부활 사건은 없었다. 희망이 없는 절망의 나락에서 꽃핀 게 예수의 부활이다”라고 설교했다.
촛불교회는 용산참사가 발생한 그달부터 매주 목요일 절망의 현장들을 찾아갔다. 재능교육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 현장, 제주 강정마을과 4대강 공사 현장 등이었다. 예배 뒤엔 헌금을 모아 현장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이번 남일당 예배가 159번째다.이 촛불예배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과 긴급조치 구속자 석방을 위해 이해동·문동환 목사 등이 주축이 돼 매주 목요일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 모여 열었던 목요기도회의 정신을 이은 것이다. 독재정권의 탄압에 맞서, 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이던 목요기도회를 잇기 위해 모인 ‘예수살기’ 회원 60여명이 켜기 시작한 촛불은 꺼지지 않고 4년을 달려왔다.촛불을 든 사람들이 몰리면서 고립무원의 절망 속에 있던 철거민과 해고자와 유족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삶의 희망을 찾았다고 했다. 서울 동교동에서 철거당한 두리반 철거민은 촛불교인들의 성원과 공동투쟁에 힘입어 건설사로부터 보상을 받아 홍대 앞에 새로 칼국수집을 내기도 했다.촛불교회 총무로 예배를 준비하는 데서 나아가 철거반이 들이닥칠 때면 예수살기 회원들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곤 했던 최헌국 목사는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오는 성서의 메시지가 아닌가. 살아 있는 현장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과연 목회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책임과 사명을 새롭게 깨닫게 되고, 예전 건물 안에서 목회할 때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유족이나 철거민들만큼이나 위로받고 변화한 것은 바로 ‘고난에 동참하는 이들’ 자신이었다. 함께하는교회 담임으로 촛불교회 운영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방인성 목사는 “현장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무관심했음을 자성하고, 깨어 있는 영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아픔을 위로하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면서 정작 영적인 힘을 얻은 것은 나였다”고 고백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영성, 수행, 치유, 공동체에 대한 글을 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누리꾼들에 의해 ‘인문교양도서’ 1위에 뽑혔다. 기독교 숨은 영성가를 발굴한 (울림)은 감신대, 서울신대, 장신대, 한신대의 ‘100대 교양 필독도서’. (은둔)이 불교출판문화상과 올해의 불서상을, (하늘이 감춘땅)이 불교언론문화상을 수상. (인도오지기행),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됐다.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119       페이스북 : hoosim119   

2012년 7월 15일 일요일

"하수구 하나 때문에 시장이 직접 나올 줄이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7-13일자 기사 '"하수구 하나 때문에 시장이 직접 나올 줄이야"'를 퍼왔습니다.
수해 피해 막고자 현장 누비는 박원순 서울시장

ⓒ온라인커뮤니티게시판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빗물받이가 막혀있다'는 시민의 제보에 직접 현장을 찾아 살펴보고 있다.

7월 11일 오전 11시께 다음 아고라에 '공사를 이 따위로?'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게재된 글은 '프레스센터 인근 상인들이 나와 청소하며 화를 내고 있습니다. 공사를 했는데 시멘트 부스러기를 치우지 않았다는 것 입니다..길가 빗물받이를 보니 서너 군데는 막혀 있더군요. 그 옆 도로가에는 빗물들이 고여 있었고요. 제보합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같은날 오후3시30분께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다음 아고라를 확인했다. 시민의 제보를 본 박 시장은 직접 프레스센터 인근 현장으로 달려갔다. 박 시장은 빗물받이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불편한 것을 꼼꼼히 살펴본 뒤 담당 공무원들에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원순씨'는 진작부터 수해현장 돌기 시작해

ⓒ뉴시스 우면산 복구현장을 찾은 서울시 박원순 시장

박 시장은 지난 6월에도 수해대비체제 구축을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1일 박원순 시장은 작년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던 현장을 둘러보고 수해 방지 대책에 관심을 쏟았다. 박 시장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T/F를 꾸려 산사태 및 재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을 둘러보던 박 시장은 환경단체 회원등과 풀 없이 흙과 돌만 보이는 곳을 짚어가며 관계자들에게 상황과 대책을 꼼꼼히 물어봤다. 

박 시장은 우면산 복구현장을 둘러보면서 "산지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했다. 너무 개발만 하는 바람에 산에 영향을 줬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어 "현재 기술, 지식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서 적어도 이번 여름에는 무사할 수 있도록 공사를 했다"며 "앞으로 조사를 계속해 부족한 것이 있다면 금년 여름은 말할 것도 없고, 내년 여름, 그 이후를 대비해서라도 계속 보완, 수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우면산 복구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강서소방서, 신월동 일대 등을 비롯한 지역에 수해 방지 대책이 잘 마련되고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했다.

서울시 올해 수해대책은 '시민중심 대비'에 중점

ⓒDAUM 화면 캡처 수해분야 커뮤니티 맵

박 시장은 수해 우려 지역을 현장 방문하는 한편 한 시민이 빗물받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직접 현장을 찾아 조치를 취했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했을까?

지난해 서울시에는 7월26~27일 이틀동안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저지대 주택가가 침수되고 강남과 광화문 등 시내 중심부는 물바다가 됐다. 

이에 서울시는 ▴시민과 함께하는 재난 대비 ▴시가 주도하는 방재사업이 아닌 전문가․시민의견을 반영한 저지대 상습 침수지역 방재대책 추진 ▴작은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꼼꼼하게 ▴산사태와 같은 대형 피해 방지 등을 주요 골자로 해 올 여름 수해안전대책을 세웠다.

그 전면에 박 시장이 나서서 현장을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수해가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피해지역의 복구 및 정비를 완료했고, 취약지역에 침수방지시설을 지원했다. 꼼꼼하게 현장을 체크해 되풀이를 막으려 한 것이다.

아울러 박 시장은 시민과 함께하는 재난 대비의 일환으로 구축된 '수해분야 커뮤니티 맵'(커뮤니티 맵) 서비스를 개통, 직접 시민들이 제보한 현장을 찾았고 그 자리에서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은 수해 대비책에 있어서 세심한 부분까지도 챙긴다. 작은 주택안의 침수 방지를 위해서도 세밀하게 신경을 쓴다"며 "역대 다른 시장들보다도 수해 대책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박 시장도 수해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힘을 100% 막을 수는 없지만 여름철 반복적인 침수에 주민들이 밤잠을 설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까짓 하수구에 시장님 나올 줄이야!

ⓒ온라인커뮤니티게시판 프레스센터 인근 빗물받이를 들여다 보고있는 모습.

박 시장의 현장방문 일화를 전해들은 시민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이 시민 제보 지역을 직접 답사한 사진을 올린 글에는 "이게 바로 사람 사는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다", "요즘처럼 서울이 부러운 적이 없다", "진정 부럽다. 투표만 잘하면 저런 사람을 시장으로 앉힐 수가 있다" 등 천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인근 침수 피해자인 한모(64·남)씨는 "빗물받이를 넓히는 공사 후 시멘트가 쌓여있어 치우고 있는데 한 남성이 내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더라"며 "그걸 보고 박원순 시장이 현장에 나왔다. 이런 일도 챙기는 모습을 보니 존경심이 생기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이까짓 하수구에 시장이 나오는게 말이나 되냐"며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 다음날 시청에 전화도 했다. 꼭 들러서 식사라도 하고 가셨으면 좋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