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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3일 일요일

사찰과 공포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04-14일자 기사 '사찰과 공포'를 퍼왔습니다.
한 ‘사찰대상자’의 슬픔과 위안

<어떤 풍경>, 2004-파트리샤 아리지스

청와대 민간인 사찰 파문은 민주주의자와 전체주의자를 감별하는 리트머스시험지다. 누가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인가? 누가 거짓 자유민주주의자들인가?
지난 3월 29일 폭로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문건 가운데 하나인 '1팀 사건 진행 상황'에서 '한겨레21 박용현 편집장'이라는 아주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내가 공권력에 의해 사찰당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느낀 감정은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분노? 공포? 불안? 그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내가 찾아낼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은 "그것은 공포를 넘어선 것, 실존의 심연을 덮는 슬픔이다"( 4월 2일치 31면 '사찰당한 자의 슬픔')라는 흐릿한 문장이었다. 좀더 선명한 설명을 구하고 싶었다.
1. 사찰당한 자의 슬픔
불법사찰로 인해 침해되는 것, 그 대립항은 프라이버시다. 그런데 프라이버시(사생활)란 개념은 익숙하지만 (또는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적 권리 인식 속에 단단하게 자리잡지는 못한 것 같다. 이 개념의 유래 역시 뿌리가 깊지는 못하다. 인권학자 앤드루 클래펌은 이렇게 진단한다.
"그 기원을 추적해보면 사생활 보호란 전통적인 헌법상 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8세기 혁명에서 사생활 보호에 대한 요구는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사생활 보호는 필요에 따라 임시변통으로 개발된, 다시 말해 사생활을 침해당하면 누구나 당혹감과 분노를 느끼기 때문에 이에 대응해 만들어낸 개념인 것 같다."([인권은 정치적이다])
2. '홀로 남겨질 권리'
프라이버시가 법적인 권리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다. 훗날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가 된 루이스 브랜다이스 변호사와 새뮤얼 워런 변호사가 공동 집필한 법학논문 '프라이버시권'(The Right to Privacy)이 하버드대학 로스쿨의 법학논문집에 발표되면서부터다. 워런 변호사 딸의 결혼 소식이 원치 않게 언론에 보도된 것이 이 논문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브랜다이스는 프라이버시를 '홀로 남겨질 권리'(right to be left alone)로 규정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장돼야 할 자유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20세기 들어 프라이버시는 유엔이 제정한 세계인권선언(1948)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66), 미주인권조약(1969), 유럽인권조약(1950) 등 국제 인권규범에 당당한 보편적 권리로서 이름을 올리고, 우리나라(제5공화국 헌법)를 비롯한 각국 헌법의 기본권 항목에도 등장하게 된다.
프라이버시는 왜 이처럼 뒤늦게 급격히 부상하게 됐을까? 20세기에 인류가 나치즘·파시즘 같은 전체주의의 도전을 물리치며 이뤄낸 민주주의·인권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프라이버시는 단지 감정이나 본능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떠받치는 개인의 정체성·자유·자율과 직접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왜 자기만의 사적인 공간을 필요로 하는가? "사적 공간인 가정은 가족관계가 이루어지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고독의 장소'다. …우리는 한편으로 대중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고독을 찾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독 속에서 자신과의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의미를 발견한다."(이진우, [프라이버시의 철학]) 사적 공간은 그저 사회와의 단절을 위한 도피처가 아니라, 개인이 사회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 개성과 정체성을 찾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인격적 정체성이 없다면 의사소통이 불필요한 획일화된 형식적인 인간에 지나지 않"게 되고, "전체주의 정권이 온 힘을 다해 프라이버시를 파괴하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누군가 우리를 엿보거나 도청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도 자율과 자유의 맥락에 가닿는다. 우리는 자신의 내밀한 정보를 아무한테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정보를 털어놓고 싶은 상대방을 선택하고, 그렇게 비밀을 공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프라이버시는 이렇게 "누가 우리에 관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를 우리 스스로 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통제권을 상실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나의 행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이진우 교수는 세 가지 프라이버시 유형을 제시한다. 첫째,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처럼 노출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감시의 경우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음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이에 동의한다. 둘째,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의 경우 우리는 유출될 가능성을 인식하는 반면 유출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셋째, 엿보기나 도청의 경우 우리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며 물론 동의하지도 않는다. 나에 대한 정보의 통제권과 이에 기반한 행동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세 번째 유형이 가장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할 수 있다. 사찰이 바로 이 유형에 해당한다.
결국 "프라이버시가 전제하는 것은 개인의 비밀과 독립 '이상의 것'"이며 "프라이버시는 공적 영역과의 관계에서 개인의 자유와 차이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프라이버시가 없다면 자유도 없다"는 인식에 도달하는 것이다.
불법사찰은 이처럼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독의 공간'에 누군가 허락 없이 들어오는 침입이자, 내가 나에 관한 정보를 통제함으로써 내 뜻대로 타인과 관계 맺는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간섭이다. 그러니 사찰을 당한다는 건 자유로운 존재의 소멸, 실존의 심연을 덮는 슬픔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프라이버시가 절대적인 권리인 것은 아니다. 다른 사회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경우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범죄 수사를 위해 가택을 압수수색하고 전화 통화를 감청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이 예에서도 알 수 있듯, 불가피한 프라이버시 침해라도 절차와 방식에서 엄정한 제한(법원의 영장 발부 등)이 필요하다. 유럽인권재판소의 접근법이 좋은 본보기다.
3. 개인보다 사회의 가치를 우선할 이유
유럽연합 국가의 국민은 유럽인권조약에 보장된 권리를 침해당할 경우 자기 나라를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이때 유럽인권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국가의 인권침해 행위가 정당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첫째, 국가의 인권침해 행위가 정당한 목적을 갖고 있는가. 둘째, 그 행위가 명백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법률에 의해 규정돼 있는가. 셋째, 그 행위가 앞서의 정당한 목적을 이루는 데 비례하는 조처이며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일인가.
루마니아정보국(RIS)이 안보상 목적을 위해 개인에 관한 비밀파일을 작성해 보관한 데 대해 피해 당사자가 제기한 소송(로타루 대 루마니아·2000)에서 유럽인권재판소는 국가 안보라는 목적의 정당성과 비밀파일 작성이 법(RIS 설치·운영에 관한 법)에 규정돼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유럽인권조약 제8조(프라이버시 권리)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국가의 권한 행사(비밀파일 작성·보관)에 제약을 가하는 조항, 예를 들어 비밀파일에 기록될 수 있는 정보의 종류, 감시할 대상의 범주, 그런 감시 수단을 써도 되는 상황,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 등이 법에 전혀 규정되지 않았다. 또한 행정부가 개인의 권리를 제약할 경우에는 사법부의 실질적인 감독 아래 놓여야 하는데, 그런 법 규정이 없다." 즉, 두 번째 기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은 어떤가? 우선 정당한 목적이 있느냐는 점부터 문제가 된다. '정권 보위' 차원의 사찰은 정당성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공무원 감찰이라는 표면상의 목적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두 번째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한다. 정부는 공직자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민간인도 사찰할 수 있다는 판례를 들어 정당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률'상의 규정이 아니다. 유럽인권재판소가 '로타루 대 루마니아' 사건 판결에서 밝힌 것과 같은 세세한 안전장치 규정은 더더구나 찾아볼 수 없고, 사법부의 감독 작용 역시 배제돼 있다. 이렇게 허술한 법 규정으로 인해,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이 자행돼도 적발하지 못하고 적발해도 제대로 처벌조차 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다.
만약 공직자 감찰 과정에서 그와 연루된 민간인 사찰이 불가피하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범위까지 할 수 있는지 명백한 법 규정을 만들어야 하고, 이 과정을 사법부가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물론 이보다 더 바람직한 방안은 공직자 감찰 과정에서 민간인 연루자가 등장하는 순간 감찰기관은 즉시 손을 떼고,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을 가진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는 것이다.
4. 가짜 자유민주주의자들의 정체
프라이버시 침해는 자유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전체주의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21세기 들어 서구 선진국들에서도 '테러와의 전쟁' 등 안보상 목적을 이유로 통신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하는 각종 법률을 만들고, 이로 인해 시민사회에서 전체주의의 발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도 현 정부 들어 시민의 입을 틀어막고 감시를 강화해가는 '파시즘적 경향'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지 사찰의 전모를 밝히고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을 넘어,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자와 전체주의자를 감별하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의 실체가 드러났고, 말로는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이런 세력을 옹호하는 거짓 자유민주주의자들의 정체가 폭로된 점은 그나마 잘된(?) 일이다. 이로써 깊은 슬픔에 한 가닥 위안을 찾는다.

글•박용현 전 (한겨레21) 편집장. 현 (한겨레) 오피니언넷 부장. (정당한 위반)(2011)과 (정봉주는 무죄다)(공저·2012)를 썼고, (인권은 정치적이다)(2010)를 번역했다.

2012년 4월 10일 화요일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 이게 뉴스인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09일자 기사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 이게 뉴스인가'를 퍼왔습니다.
[미디어초대석] 동료들 떠난 빈 자리, 기계적 중립이 민망하다

두 번의 대선에서 닉슨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윌리엄 새파이어는 1973년 뉴욕타임스로 자리를 옮겨 칼럼니스트가 된다. 뉴욕타임스의 논조가 너무 진보적이라고 판단한 사주의 균형 맞추기용 보수논객 채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거캠프인사의 언론인 변신을 기자들이 그냥 받아들일 리 만무했고, 새파이어는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따돌림 당했다. 사직을 고려하던 그의 처지는 그러나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변하게 된다.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
민주당 선거캠프는 물론 기자들까지 도청대상이 된 사실이 폭로되자 새파이어는 자신의 칼럼으로 닉슨을 그야말로 불같이 공격했다. 그가 정파적 이해에서 독립돼 있다는 점을 확인한 기자들은 그제야 그를 동료로 인정했고 그로부터 32년 뒤 은퇴하기까지 새파이어는 미국 보수주의를 대변한 명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2년 민간인 사찰이 화두가 된 한국에선 정반대의 ‘새파이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불같은 비판을 택한 새파이어와는 달리 ‘중계’와 ‘기계적 균형’이라는 일견 세련된 저널리즘을 구사하고 있다.

KBS 새노조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리셋뉴스9의 사찰문건 폭로 뉴스

먼저 지난달 20일 ‘내가 몸통’이라는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의 폭로가 있었던 날 이를 다룬 MBC 뉴스데스크 톱리포트를 보자. 기사문의 모든 문장의 주어가 이 전 비서관일 정도로 “윗선은 없다”는 기자회견문 요지를 낭독하듯 전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인 사찰은 애초부터 없었다”거나 “야당총재와 공개토론을 하자”는 허황된 주장까지 아무 가치판단 없이 그대로 중계했다.
민간인 사찰문건 폭로와 청와대의 반박이후 나타난 보도양상도 중계저널리즘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폭로된 사찰문건의 80%는 참여정부의 것이었다는 청와대의 반박을 대부분의 언론들은 그대로 중계했고 이로 인해 민간인사찰이란 이슈는 ‘현 정권의 명백한 과오’에서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없는 ‘논란의 영역’으로 옮겨가게 됐다. 청와대의 반박회견이 있었던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KBS)을 보자. 청와대 회견을 그대로 요약한 톱 리포트에 이어 여야의 반응을 엮은 후속 리포트가 붙는, 즉 ‘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하는 배치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특히 청와대가 참여정부의 것이라고 주장한 ‘80퍼센트 문건’의 대부분이 정상적인 감찰자료였다는 점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야당의 ‘주장’으로만 짧게 서술되고 만다.



물론 선거전 보도에서도 이 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 여당의 선거유세 보도라며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의 민생탐방이 단독 리포트로 완결성 있게 중계된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그리고 자유선진당 등은 한 리포트로 묶여 종합되곤 한다. 그런가하면 정치경력은 물론 여론조사 지지율도 현격히 차이 나는 문재인 후보와 손수조 후보 간의 선거전이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며 ‘불꽃 튀는 양자 대결’로 보도되기도 한다. 

전봉기 MBC 기자
비리를 감추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중계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찬반 논란으로 물타기하는 것이 결코 객관적일 리 없다. 이런 중계 혹은 기계적 균형 보도기법이 처음 나왔던 미국에서조차 객관저널리즘이 단순 중계나 방송시간의 동등한 제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판정난지 이미 오래됐다. 미국의 저널리즘도 기계적 균형은 현실을 왜곡시킬 뿐이라는 공감대 아래, 대신 보도의 진실성과 취재대상으로부터 독립성을 객관성 판단의 잣대로 삼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가장 큰 존재의의는 시민들이 자치(自治)를 실현할 수 있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그래서 선거 보도가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공정언론을 되살리겠다고 떠난 동료들의 빈자리에서 중계와 기계적 균형의 보도를 양산하고 있는 ‘남은 기자들’. 그들에게 정치인에서 언론인으로 거듭난 윌리엄 새파이어의 선택을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2012년 4월 5일 목요일

정부 사찰문건 "4대강 반대 단체들은 불순세력"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4-05일자 기사 '정부 사찰문건 "4대강 반대 단체들은 불순세력"'을 퍼왔습니다.
환경단체들 "우리와 천주교가 불순세력이라니 황당"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4대강 공사 반대 시민단체들도 "불순세력"으로 규정한 뒤 동향 파악 등 사찰을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5일 환경운동연합이 입수한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 작성 사찰자료에 따르면, 지원관실은 지난 2009년 8월10일 작성한 ‘4대강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결과보고서'(총 4쪽)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남한강 사업의 기본 현황’, ‘진행상황’, ‘향후 일정’, ‘주요 현안 사항 및 문제점’, ‘향후 계획’ 등을 점검했다. 

이 가운데 ‘4대강 결과보고 주요 현안 사항 및 문제점’(2쪽과 3쪽)에는 양평 두물지구 등의 ‘사유지 수용 및 영농지 상실에 의한 민원발생’을 언급하면서 "외부세력이 주요 민원 예상지에 침투하여 연계투쟁 우려", "불순한 외부세력이 민원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 들어와 이들과 함께 연대투쟁할 가능성 상존함"라고 적시돼 있다.

두물머리 지키기 싸움을 주도한 천주교와 환경단체들을 "불순세력"으로 규정한 셈이다.

또한 문건 3쪽 ‘향후 계획’란에도 "민원발생지에 불순세력 개입 상황파악"이라고 적시, 4대강사업 반대단체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문건을 공개하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제시한 ‘불순한 외부세력’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4대강 결과 보고서 문건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지만 당시 팔당 농민들의 저항을 함께 한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와 천주교 사제단 등 종교계 등으로 보인다"며 "MB 정권이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4대강 반대 진영에 대한 대대적인 사찰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이번 4대강 결과보고서 문건이 뒷받침해 준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 ⓒ환경운동연합

2012년 4월 4일 수요일

YTN 공채 1~12기 “배석규 나가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03일자 기사 'YTN 공채 1~12기 “배석규 나가라”'를 퍼왔습니다.
노조 사장실 점거 용역과 충돌…4일부터 매일 오전 규탄집회

국무총리실 사찰 문건에 YTN 인사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YTN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YTN에서는 공채 기수별 성명이 잇달아 발표되었고 조합원들은 4차 파업 마지막 날인 3일에도 사장실 앞으로 진입, 배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아울러 4일 언론노조 YTN 지부는 언론노조 등과 함께 불법 사찰 관련자들을 고발할 예정이다.

YTN에서는 2~3일 공채 1~12기가 배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YTN에 오점 남겨(1기)”, “정권 요구에 입안의 혀처럼 놀아나(2기)”, “정권에 충성하는 사장이 어찌 언론사를 이끌 수 있나?(8기)”, “어떤 피해자가 사장 임명되나(10기)” 등 기수별 성명에 나타난 구성원들의 분노는 높았다. 11기는 “언론사에서 기수별 성명이 갖는 의미, 말 안 해도 잘 아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사측이 3일 배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의 사장실 점거에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임원실 입구를 막아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종욱 YTN 지부장은 “자기 회사 공간 들어가는 사원들을 용역을 동원해 막은 행위는 위법하다”며 “사측은 불법파업인 상황에서는 (사장실 점거 등이)불법이라 주장하지만 우리는 합법파업 중이며 이는 회사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배석규 YTN 사장이 중식을 위해 이동하던 중 사장실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과 만났다. 노조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임장혁 공추위원장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계속 자리에 있겠다는 거냐"고 묻자 배 사장은 "그건 일방적인 얘기"라고 답했다. 사진=YTN 노조

사측은 노조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측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오늘 아침 물리력을 동원해 17층 임원실 앞을 점거하고 회사 업무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또다시 저질렀다”며 “4년 전의 극심한 혼란으로 몰고 가려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은 노조에 있다”며 “아울러 ‘사찰 문건’을 들먹이며 적법하게 선출된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정치공세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사측은 “문제의 문건은 해당 기관이 첩보 등을 바탕으로 자체 판단에 따라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일 뿐 회사는 그 내용을 알 수도 없으며,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사측은 “과거 정권과 이 정권 초기 전 노조 집행부 일부가 정권의 실세와 접촉하며 정치권 인사를 사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것에 대한 노조의 해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이건 4년 전부터 사측이 주장하는 실체 없는 허위사실유포”라며 “그동안 일축해왔지만 이제는 이 뻔뻔한 작태에 대해 법적대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YTN노조는 4일 오후 언론노조, MBC 본부, KBS 본부와 함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정길·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정동기·권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 등 20여명을 ‘언론 장악·불법 사찰 목적의 직권 남용’으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사측에 대한 대응수위를 높여 4일 부터 매일 오전 8시, 회사 후문에서 배석규 사장 규탄집회를 열예정이며 6일부터 9일까지 5차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기간에는 사회1부 법조팀, 정치부 국회팀, 영상취재부 국회팀, 선거기획팀 등이 파업 대신 “총선 편파·왜곡 보도 저지에 주력”할 것이라고

2012년 4월 1일 일요일

"사찰 문건 80% 노무현 때 작성? 물타기 마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31일자 기사 '"사찰 문건 80% 노무현 때 작성? 물타기 마라"'를 퍼왔습니다.
참여정부 자료 많지만 불법사찰은 MB 정부 이후…KBS 새노조 "모든 문서 공개 용의"

청와대가 KBS 새노조가 폭로한 사찰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됐다고 반격에 나섰지만 핵심을 빗겨간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지적이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31일 "80%가 넘는 2200여건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총리로 재직하던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이라고 밝히면서 "현 정부에서 작성한 문건은 공직자 비리와 관련된 제보, 투서,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조사한 400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수석은 "사찰 문건 대부분이 지난 정부에서 작성됐지만, 민주통합당은 마치 2600여건 모두 현 정부의 문건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의 해명은 문건의 양과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뒤섞으면서 국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KBS 새노조가 입수한 문건 중 상당수(청와대 80% 주장)가 노무현 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이라는 것은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이 문건들은 감찰 업무를 맡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실 등이 작성한 것이다. KBS 새노조 측은 해당 내용 역시 정당한 감찰 활동을 통해 작성된 자료라고 밝히면서 "모든 문건을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합법과 불법 여부다. KBS 새노조는 당초 문건을 폭로하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이 입증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BH하명'이라고 뚜렷하게 명시된 문건에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주변 인물 사찰 뿐 아니라 KBS, YTN 동향 보고, 국회의원 내사 지시, 4대강 비판 정보 유출자 색출 지시 등 합법적인 감찰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을 토대로 이명박 정부의 전방위적인 불법 사찰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 작성된 내용 대부분 불법 딱지를 붙일 수준의 사찰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개 문건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의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문건이라는 점을 청와대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공직자 감찰기구로 출범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관실은 7개팀으로 이뤄졌고, 창설 멤버가 40명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이명박 정부와 관련된 문건 내용으로 짐작했을 때 나머지 6개팀에서도 불법 사찰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은 셈이다. 

KBS 새노조는 청와대의 반박에 대해 "총리실 사찰 사태의 핵심은 민간인 불법 사찰"이라면서 "청와대가 밝힌 '80%는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사찰 문건'이라는 말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지적했다.
KBS 새노조는 "청와대가 말하는 80%의 문건은 대부분 경찰의 내부 감찰이나 인사 동향 등 단순 보고 문건"이라며 "청와대가 언급한 문건들은 (리셋KBS뉴스9)가 보도한 민간인과 정관계 인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불법 사찰 문건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KBS 새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건 중에 문서 작성 시기가 누락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불법 사찰을 벌였다는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청와대가 주장하는 노무현 정부 시기 작성된 문건도 모두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직접 사찰에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다"면서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관련 특검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한 만큼 청와대는 보고받은 하명사건의 명단과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2012년 3월 31일 토요일

내부 고발자 색출하라, 무시무시한 '하명 사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30일자 기사 '내부 고발자 색출하라, 무시무시한 '하명 사건''를 퍼왔습니다.
사찰 문건 2차 공개… 4대강 비판 등 내부 제보자 색출, 여야 정치인·민간인 등 전방위 사찰

KBS 새노조가 30일 오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내용을 담은 2차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우선 정권에 비판적이면 정관계, 단체, 민간인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사찰이 이뤄진 정황이 뚜렷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의 사찰 내용도 포함돼 있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 감찰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떠나 철저히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사찰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이세웅 전 한국적십자사 총재, 김문식 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 등의 이름이 올랐고, 사건 처리 진행 상황을 명시했다. 이들 모두는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인사다. 청와대의 '충남홀대론'을 비판한 당시 이완구 충남지사도 하명 사건 처리 대상이 됐다.
이 문건에는 또한 촛불집회 검거 수범사례 보고, 문제단체 현황, 인터넷 VIP 비방글,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 서울대 병원 비방벽보 등이 하명사건에 올랐다. 2008년 당시 한창 촛불 시위가 일면서 정부 비판 여론이 잠재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009년 첩보 입수 대장'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피내사자'로 각종 단체 사람들의 첩보 내용을 명시해놓고 있다. 문건 중에는 금품수수와 비리, 부적절한 접대 관련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철저히 탄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하명사건 처리부’ 문건에는 조선일보 박은호 기자가 쓴 "댐을 세우면 수질 되레 악화"라는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환경부내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라는 '총리실' 하명에 따라 사건을 종결시킨 것으로 나와있다. 환경전문기자인 박 기자는 내부자의 말을 빌려 4대강의 환경오염 문제를 줄곧 제기해왔다.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에서는 임호선 진천경찰서장이 ‘대운하 반대 등 국정철학과 배치되는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사건 처리 대상에 올랐다.
2009년 당시 김유정 민주당 국회의원도 사찰 대상이 됐다. '2009년 내사처리부(자체)' 제목의 문건에서 김 의원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경찰청 홍보담당관실로 용산사태 대비책 관련 E-메일 발송 확인 사항"이라는 하명 내용에 따라 사찰 대상이 됐다.
김 의원은 2009년 2월 11일 용산참사에 대한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설 연휴를 전후해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이 경찰 홍보담당관실로 '용산 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시키려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문건을 보냈다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2009년 당시 박진규 대전동부경찰서장의 경우는 서울동작서장 재임 때 호남향우회를 결성해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호남편중인사로 조직내 위화감과 불신(을)조성"했다며 사찰 대상이 됐다.
정권 비판적인 민간단체에 대해서는 '좌익세력'이라는 이름을 붙여 동향을 보고하도록 했다. '2009년 정책 점검 대장(자체)'라는 문건에서는 "09년 좌익세력의 동향 및 대응방안"을 점검하도록 했다.
반면 '2009년 제도 개선 대장(자체)'에는 "행정안전부에서 비영리민간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보수단체에 지원할 수 있는 방안 강구"하도록 했다. 실제 행정안전부는 2009년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보조금 49억원을 지원하는 공익활동지원사업 대상에서 ‘촛불시위 참가 단체’ 6곳을 제외시키면서 예비역대령연합회(대표 신영철), 국민행동본부(대표 서정갑), 시대정신(대표 안병직) 등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단체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하지만 선정된 보수단체들이 사업공모 마감을 앞두고 한달 간 무더기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거나 심지어 사업공모 마감일에 등록하는 등 행안부의 졸속, 부실 심사 의혹이 일었다.
2010년 김종익 KB한마음 대표를 사찰한 사건을 심층 취재한 내용도 자료에 포함됐다. 'PD수첩 방영 내용'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방송 내용을 일일이 문자화했고, 'PD수첩 방영 내용 중 허위 내용'이라는 문건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방송 내용을 적시하고 바로 옆에 '우리측 주장 및 사실관계'를 실었다.
일례로 PD수첩 앵커가 "김종익씨처럼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안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명예훼손으로 수사방향을 돌린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라는 대목에 대해 "처음부터 명예훼손과 공금횡령 2가지 혐의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수사방향을 돌린 것이 아님"이라고 반박하는 식이다.
또한 '김종익 비리 관련' 문건에는 영등포 지역의 신용정보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에 대해 "김종익과 철천지 원수로 동기 부여시 고급정보 확보 개연성 높음"이라고 파악했다. 사찰 대상자가 된 사람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까지 조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찰 문건이 정국을 뒤흔들 정도의 휘발성이 큰 사안인 만큼 야권도 전면 문제 제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MB심판국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는 4월 1일 사찰 관련 자료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