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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7일 목요일

시사매거진 2580, 기자 얼굴 안 비추는 진짜 이유는…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26일자 기사 '시사매거진 2580, 기자 얼굴 안 비추는 진짜 이유는…'을 퍼왔습니다.
'공정방송' 배지 착용했단 이유로 기자 리포트 장면 삭제, 다른 화면으로 대체

시사매거진 2580이 지난 1994년 방송을 시작한 처음으로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기자들의 스탠드 리포팅 없이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 중간 인터뷰 장면이나 취재 과정을 보여주는 화면에서도 기자들의 얼굴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들의 모습이 보이더라도 주로 옆모습이나 뒷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시사매거진 2580은 지난 23일 우리나라 의료체계상 신속한 환자 치료가 불가능해 사고 이후 제 시간에 치료를 받아야 살 수 있는 골든타임은 드라마 내용일 뿐이라는 내용의 (골든타임은 없다)는 리포트를 냈다.
또한 지난 91년 5월 유서를 대신 써주고 동료의 죽음을 이르게했다는 강기훈씨가 2007년 진실과 화해위에서 명예회복을 하고 재심 결정이 났는데도 판결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다룬 (21년간의 외침)과 용산에 위치한 쪽방촌인 동자동 마을을 그린 (동자동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그런데 보통 스탠드업으로 시작하던 리포트는 온데 간데 없이 기자들의 오디오의 소리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방송 중간에 얼굴을 비췄던 기자들도 철저히 풍경화면으로 대체돼 베일 속에 가려졌다.
(골든타임은 없다)를 리포트한 최훈 기자는 제때 치료받지 못해 다리를 절단한 시민과 인터뷰 하는 장면과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비판하는 의사와 인터뷰 화면에서도 옆모습과 뒷모습만 볼 수 있었을 뿐이다.
(21년간의 외침)를 리포트한 정시내 기자는 강기훈씨와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잡힌 풀샷을 제외하고 뒷모습만 나왔다.
(동자동 이야기)를 리포트한 강나림 기자도 동자동 주민들과 동네 주변을 거닐고 있는 모습이 나오지만 꽤 먼 거리에서 잡힌 화면이 주로 나온다.

▲ 지난 23일자 시사매거진 2580 화면 중 일부

이 같은 장면은 지난 23일 방송 직전 편집 과정에서 기자들의 모습이 통째로 삭제가 됐거나 다른 그림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보통 기자들이 서서 전면이 나오는 오프닝 리포트는 삭제돼 오디오만 나오는 화면으로 대체됐다. 기자들이 가슴 한켠에 '공정방송'이라고 쓰여진 배지를 찬 모습이 방송에 나가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21년간의 외침)를 리포트한 정시내 기자는 당초 강기훈씨와 인터뷰하기 위해 함께 공원으로 걸어들어가는 장면이 있었지만 배지가 보인다는 이유로 뒷모습이 나온 화면으로 대체됐다.
심원택 시사매거진 2580 부장은 편집과정에서 '기자들이 차고 나온 배지가 보이는 화면은 삭제하거나 다른 그림을 무조건 덮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매거진 2580 기자들은 지난주 배지를 착용하고 방송한 책임을 물어 경위서까지 제출한 바 있다. MBC 경영진은 배지 착용에 대해 '노조에서 제작한 배지'라며 방송에서 노조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자 기자들은 자체 제작한 배지를 착용하고 23일 방송을 제작했다. 그러자 MBC 경영진은 배지가 보이는 화면 자체를 가리는 꼼수를 선보인 것이다.
시사매거진 2580은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기자들이 서서 방송 전반에 대한 주제를 설명하는 리포트를 하는 것이 전통이다. 또한 스탠드업 리포트를 하게 되면 화면 바로 아래 기자들의 이름이 나가게 되는 전통도 이번 일로 인해 사라졌다.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취재 기자의 얼굴과 이름을 같이 내보냈는데 얼굴도 이름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결국 취재기자의 이름은 프로그램 마지막 크리딧 자막으로 밀려났다.
시사매거진 2580 기자는 "공정방송 의지를 보이기 위해 양심상 배지를 착용했는데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프로그램 고유의 포맷이 하루 아침에 바뀌면서 수십년 된 시사매거진 2580의 전통이 깨져버렸다"고 토로했다.

▲ 시사매거진 2580 기자들이 방송에서 착용했던 배지

특히 심원택 부장은 편집에 항의하는 기자들을 향해 '방송이 안되면 책임져라'고 말해 사실상 이 문제로 불방이 될 경우 기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이 단순한 헤프닝을 넘어 갈등이 깊어지면 방송 파행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시사매거진 2580 기자들은 업무복귀 이후 안철수 원장 아이템이 폐기되고 이에 항의하는 두명의 기자들이 징계성 조치로 교육발령을 받은 일이 이어지는 등 MBC 경영진들이 방송 파행 사태를 유도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일 역시 양심에 따른 행위까지도 방송 파행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 기자들의 주장이다.
한 기자는 "이 문제로 인해 방송 파행까지 가는 것을 기자들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라며 "배지 착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MBC 경영진의 모습을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MBC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애초 공정방송 배지는 보도국 조합원들이 업무 복귀를 하면서 노조에 제안해 제작하게 된 것"이라면서 "MBC 경영진이 배지 착용에 대해 노조활동의 일환이라고 하는데 시사매거진 2580 기자들이 자체 제작한 배지까지 문제를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간사는 "배지 착용은 기자들 스스로 공정방송을 하자는 다짐이지 노조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기자라면 당연히 지켜야할 가치이고 다짐이다. 공정방송을 못했기 때문에 시청자와의 약속을 밖으로 표현한 것이 뭔가 잘못된 건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시사매거진 2580도 노조탄압 아이템 ‘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3일자 기사 '시사매거진 2580도 노조탄압 아이템 ‘킬’'을 퍼왔습니다.
노조에 얼차려 강요 등 발레오 만도 이슈 거부당해… MBC 연상시킨 탓?

MBC 금요와이드에서 방송 직전 불방이 됐던 노동자 인권 탄압 아이템이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아이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요와이드 제작진은 지난 8월 24일 '이슈 클로즈업' 코너에서 경주에 소재한 발레오 만도와 구미에 소재한 KEC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인권 탄압 문제를 방송할 예정이었다.
방송은 사측이 노조 조합원에게 푸쉬업, 오리 걸음, 한강철교 등 얼차려를 강요하거나 상급 산별노조를 탈퇴하지 않은 노동자에게 풀 뽑기,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인권 탄압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MBC 경영진은 사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뿐 아니라 MBC 경영진은 사전 미보고와 지시불이행을 들어 이영백 PD와 김정민 PD에 대해 각각 정직 3개월과 2개월의 징계를 내리고, 사내망에 MBC 경영진에 불방 책임을 물어 비판 의견을 개진한 민병선 PD에 대해서도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번 사태를 두고 MBC 경영진이 아이템으로 제출한 노동인권 탄압 내용을 보고 업무 복귀 이후 보복성 징계 조치가 계속되고 있는 MBC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해 방송 불가를 결정하고 과도한 징계 조치까지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금요와이드 제작진이 다루려고 했던 발레오만도 노동 인권 탄압 문제를 아이템으로 제출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에 따르면 9월초 이영백 PD의 허락을 얻고 금요와이드에서 불방이 결정된 노동인권 탄압 아이템을 제출했다. 하지만 금요와이드가 속한 교양제작국에서 회사 쪽 반론을 취재해오면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템이 폐기된 게 아니라면서 결국 시사제작국 소속의 시사매거진 2580팀에서 해당 아이템을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냈다.

▲ 지난 8월 금요와이드 제작진이 다루려고 했던 발레오만도 노동인권 탄압 모습. ⓒMBC 노조 제공

하지만 이영백 PD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김철진 교양제작국장에게 시사매거진 2580팀이 아이템을 다루려고 했는데 교양제작국에서 한다고 거절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면서 "이미 시사매거진 2580팀에게는 해당 아이템을 다뤄도 좋다고 허락했다. 노동인권탄압 아이템을 다루지 않기 위해 시사제작국과 교양제작국이 서로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PD는 "좋은 얘기로 교육발령이라고 하지만 직무와 무관하게 브런치를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는 MBC의 모습들이 아이템으로 다루려고 했던 노동인권 탄압 모습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민망해 하면서 아이템을 거부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 관계자도 "교양제작국에서 절차상 문제만 제기하고 아이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절차 문제를 지키고 회사 쪽 입장까지 취재해 반영하겠다고 했는데도 아이템으로 다룰 수 없다고 한다면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 사실상 노조탄압 모습을 담은 방송 내용이 (업무 복귀 이후)MBC 분위기와 연결해 생각해서 방송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은 시사제작국이 아이템 수용 여부를 놓고 교양제작국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다음주 께 노동인권 탄압 아이템을 다시 한번 제출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아이템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노동 현장에서 심각히 인권을 탄압한 이 같은 현장을 시사매거진 2580에서 다루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다음주 반응을 보고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요와이드 이영백 PD와 김정민 PD, 민병선 PD 등 3명의 징계 조치를 포함해서 업무 복귀 전후로 해고 1명, 정직 7명, 교육 10명, 강제발령 7명 등 총 25명의 PD가 보복성 징계 조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사교양 PD 협의회는 "시사교양PD 조합원 중 42%에 달하는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고통 속에 떠돌고 있다"면서 "김철진 교양제작국장은 25명을 학살한 충실한 대리인이다. 본인의 무능력·무책임을 감추고 조직원들에 대한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김철진을 즉각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9월 12일 수요일

MBC ‘시사매거진 2580’도 결방 사태 맞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1일자 기사 'MBC ‘시사매거진 2580’도 결방 사태 맞나'를 퍼왔습니다.
보복성 징계에 반발, 후임 팀장도 “나도 징계하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내홍을 겪으면서 결방 위기 사태를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 7일 MBC 경영진이 (시사매거진 2580) 고현승 데스크와 김희웅 기자에 대해 교육발령 조치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3개월 대기발령 기간이 끝나고 교육발령을 받은 사람과 달리 지난 7월 업무 복귀 후 현직에 배치돼 아무런 문제없이 업무를 진행해왔는데 갑작스럽게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우다. 


특히 이번 인사 조치가 시사매거진 심원택 부장의 ‘막말’에 대한 공식 사과와 교체 요구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심원택 부장은 지난달 안철수 원장 관련 아이템을 폐기하면서 기자들에게 '종북 좌파'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기자들은 김현종 시사제작국장 정책설명회에서 심원택 부장의 교체를 공식 요구했다. 기자들을 대표해서 심 부장의 교체를 강하게 주장했던 사람이 바로 고현승 데스크와 김희웅 기자다. 


(시사매거진 2580) 관계자는 "심원택 부장이 자기가 만나서 함께 업무를 보기에 껄끄럽다는 이유로 보복 징계를 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다룬 아이템 역시 역시 윗선에서 껄끄러워할 주제를 다루면서 MBC가 교육발령 조치로 이들을 쫓아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현승 기자는 (시사매거진 2580)이 지난 8월부터 방송을 재개할 때부터 공기업 민영화 문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 문제, 표현의 자유 문제, 용역업체 컨텍터스 폭력 문제 등 정권에 민감한 주제의 아이템을 다뤄왔다.


김희웅 기자도 6주에 걸쳐 각 당 대선 후보들의 경제 민주화 정책을 취재해 이번 주 방영을 앞두고 있었지만 교육발령을 받으면서 방송이 불투명해졌다. 관행상 징계성 조치를 받더라도 방송 예정 아이템을 맡았다면 방송일까지 제작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끝내 김희웅 기자의 최종 제작을 허락치 않아 다른 기자에게 아이템이 넘어갔다.

▲ 시사매거진 2580 홈페이지 화면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후임으로 온 인사까지도 반발해 자신을 징계 조치해달라는 웃지 못할 모습도 나오고 있다.

보도국 사회2부 수도권취재팀에 소속돼 있던 박광운 차장은 지난 7일 고현승 기자가 맡았던 데스크의 역할을 맡아달라는 심원택 부장의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박 차장은 오히려 대기발령과 교육발령을 포함해 징계성 인사 조치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 차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후배들(고현승, 김희웅)의 인사 조치는 부당 인사이고, 그런 자리에 제가 온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정기 인사도 아니고 저만 달랑 교육발령이라는 문책성 인사의 대타로 온 형식도 잘못됐다. 저도 노조원이고 파업에 참가해 최저 업무 평가인 R등급을 받았다. 교육발령을 포함해서 인사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시사매거진 2580) 기자들도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등 결방 사태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사실상 윗선에서 (PD수첩)처럼 결방을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매거진 2580) 한 관계자는 "MBC에서 유일하게 시사프로그램으로써 목소리를 내고 있는 프로그램마저 결방이 되고 입맛에 맞는 시용기자로 채우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현재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방송을 사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6월 3일 일요일

MBC 기자회장 "두번 해고 당한 심정을 아십니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02일자 기사 'MBC 기자회장 "두번 해고 당한 심정을 아십니까?"'를 퍼왔습니다.
[인터뷰]박성호 MBC 기자회장 '김재철 사장 퇴진이 파업 사태 해결'

지난 2009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안을 맴돌았던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는 2012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언론인들에게 올해는 ‘잔인한’ 한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인 총파업이 장기화되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언론인들이 해고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쌍용차의 구호대로라면 두번의 살인을 당한 언론인이 있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 기자회장은 지난 2월 29일 제작 거부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이후 재심을 청구해 정직 6개월로 감경됐지만 지난 30일 직장 질서 문란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재심 절차가 남아있다고 하지만 두번의 해고를 당한 이상 감경 조치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해고 통보 이틀 후 6월 첫째날, MBC 지하식당에서 박 기자회장을 만났다. 예상한대로 그의 얼굴은 어두워 보였다. "속이 상한다"는 한마디로 담담한 심경을 전한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가족들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두번째 해고 통보를 받은 날은 장인어른이 간암 수술을 받은 날이었다. 아내는 병원에서 장인어른의 수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박 기자회장은 집에서 둘째 아이를 재우고 있을 때 해고 조치가 내려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두 번의 해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회사로부터 최종 해고 통보 전화를 받을 때 둘째가 무릎팎에 안겨 있는데 이상하게 아이를 세게 안게 되더라고요"
지난 2월 첫번째 해고를 당하고 이튿날에는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었다. 박 기자회장은 당시를 기억하면서 "묘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첫째 애한테는 회사에서 나쁜 사장님과 싸우는데 아빠가 대장이 돼서 뉴스를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는데 큰 아이는 싸움에서 졌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부모님은 첫번째 해고를 당했을 때는 옳은 일을 하는 거니까 신념을 갖고 잘 하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몸 좀 사리지 그랬냐고 말씀하셨죠.(웃음)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몸이 안 좋으시기도 하고 조선일보를 보시는데 우리 기사를 잘 다루지 않아서...이럴 때는 조선일보가 좋네요"
넉달 째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 생활도 어려워졌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도 아내가 박 기자회장 모르게 끊었다. 어렵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던 아내에게 "장을 볼 때 걱정 없이 봤으면 좋겠다"는 말도 들었다.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었던 마이너스 통장이 실제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박 기자회장에게 가족들은 가장 든든한 우군이다. 두번째 해고를 당한 날 그의 아내는 "신경쓰지마, 어차피 당신이 대세야. 조만간 복귀될 텐데 긴 휴가라고 생각해. 마음 편히 갖자"고 위로해줬다.
"권재홍 보도본부장 괜찮은 선배였는데"

가족을 생각하면 미안한 감정이 들지만 징계를 내린 MBC와 김재철 사장을 생각하며 분노할 수밖에 없다.
박 기자회장은 "첫 번째 징계는 일정 정도 징계를 무릎쓰고 단체행동을 한 것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제가 대표해서 다칠 수 있다고 각오를 하고 있어서 마음이 무겁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로 해고를 당하니까 화가 난다. 노사 대치 속에서 노조를 제압하기 위해 전술적인 측면이 짙어 보이는데 이런 식으로 한 개인을 짓밟아도 되는지 분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꽤심죄가 적용돼 해고를 당한 경우다.
두 번째 해고는 지난 3월 보도국 농성과 지난 5월 16일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퇴근 저지 과정을 문제 삼았다. 특히 지난 16일 상황을 놓고 뉴스데스크 톱뉴스로 권 본부장의 부상 소식을 다루면서 극한 상황이 연출됐다. MBC 기자회는 자사 회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와 2억원의 손해배상까지 청구해둔 상태다. MBC 입장에서는 박 기자회장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야간 상황에 대해 저희들을 완전히 무슨 폭력 노조원들처럼 뉴스에 이미지를 심었다. 권 본부장은 보도국의 제일 큰 어르신인데, 차라기 화가 났으면 내부 입장 발표를 할 수 있고 엄단하겠다고 하던가, 저를 불러서라도 용서치 않겠다고 하던지 여러 방안이 있는데 뉴스데스크 톱으로 보도를 해버렸다. 이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은 미디어의 횡포에 저항하는 피해자로써 법적 구제수단을 호소한 것인데, 바로 다음날 인사위에 회부해버리더라. 정정보도 청구에 이의제기하고 절충점을 찾자고 하면 우리가 거부를 했겠나?"  
지난 16일 노조는 시용기자 채용이 부당하다는 뜻을 모아 권재홍 본부장과 면담을 추진했지만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보도국 5층 전체 층도 봉쇄해버렸다. MBC 기자회 소속 기자들이 권 본부장의 퇴근길에 대화를 요구했던 이유다.
박 기자회장은 "대답없는 회사 책임자에게 몰려가서 얘기를 듣겠다고 했는데 거부를 했고 길을 터준 것이 해고의 사유가 된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사용자 측에 파리 목숨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법적으로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 박성호 MBC 기자회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금은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지만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박 기자회장이 16년 전 MBC에 입사해 수습 기자를 하고 있을 때 사건 데스크를 맡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종군기자를 거쳐 편집부로 복귀했을 때 편집부장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지난 16일 박 기자회장이 차창 문 밖에서 "권 선배님이 이런 선배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던 이유도 두 번의 인연을 걸쳐 권 본부장이 '좋은 선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기자회장은 "후배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큰 줄기를 잡아주면서 후배들을 따뜻히 대해줬다. 합리적이고 그렇게 극단적으로 치우친 사람은 아니었다"며 "파업 기간 중이 아니었으면 기자회장과 보도본부장으로서 충분히 대화를 했을 것이다. 김재철 사장 대 MBC 노조의 극한 대치 속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부당하다며 막겠다는 상황에서 야기한 슬픈 상황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등록금 집회 있다고 하니 “집회 선동하느냐”
이번 해고 조치의 시발점이 됐던 시용기자 채용 논란에 대해서도 박 기자회장은 할 말이 많았다. '1년 근무(시용) 후 정규직 임용'이라는 채용 조건으로 시용기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에 MBC 기자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같은 반발을 보고 일각에서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하지만 박 기자회장은 이같은 비난은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희가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MBC에 수많은 경력기자가 입사해 있다. 신입 대 경력 비율이 6 대 4 정도 된다. 경력기자를 선발해서 조직 내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경력기자 채용 문제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MBC 대다수 종사자들이 김재철 사장 체제 하에서는 공영방송을 할 수 없다고 일손을 놨고, 애를 쓰고 있는데 그 상황을 뻔히 알면서 MBC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면 동시대 언론인으로서 지향점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채용되면 알게 모르게 편을 가르게 되고 서로 적대시하게 되고 불신하게 된다. 조직 문화에 얼마나 큰 해악이겠나? 지금 응시하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린다. 방송이 정상화되고 채용문이 열릴 때 박수를 받고 올 수 있는 장이 있다. 좀 만 참아달라"
애초부터 기자들이 제작을 거부하고 파업에 돌입하게 된 이유는 공정방송 훼손과 제작 자율성 침해에 있다. 박 기자회장도 별 이유 없이 정부 비판 뉴스가 누락된 것을 숱하게 지켜봤다. 기자출신이지만 지난해부터 앵커직을 맡았던 (MBC 뉴스투데이)에서도 박 기자회장은 참담한 심경을 느꼈다.

▲ 박성호 MBC 기자회장
"제가 작년 6월 10일 아침 뉴스 클로징 멘트로 대학생 반값 등록금 촛불 집회가 야간에 예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24년 전 6월 10일에는 대학생들이 민주화를 외치면서 시청 앞에 모였는데 오늘날 대학생은 반값 등록금을 외치면서 서울 광장에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시대 흐름 의 변화와 오늘날 등록금 천만원 시대 고통을 집약해서 표현한 것인데 부장과 부국장으로부터 앵커가 왜 집회 시위를 선동하느냐고 하더라"
지난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내곡동 사저 문제를 지적하며 대통령을 만나 백지화를 건의하겠다고 한 뉴스가 별다른 이유 없이 누락되는 것도 옆에서 지켜봤다. 박 기자회장은 관련 뉴스가 아침 조간신문 톱으로 장식돼 있는데, 전날 뉴스데스크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것을 알고 따져 물었다.
박 기자회장은 "정치부에 문의를 해보니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했다. 그런 것을 왜 요구를 하느냐, 그게 문제가 되느냐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다.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이 정말 문제가 아니냐"며 "이런 일이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있었다. 그런 일을 추적하고 따지면 굉장히 편집방향에 비판적이거나 여권이 불편하는 기사를 좋아하는 냥 비쳐지는 것 같더라. 앵커 입장에서는 메뉴판에 뭐가 빠지는 것이 없느냐를 보는 것이 기본인데 그때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앵커를 할 거면 언제 그만둬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 퇴진이 파업 사태 해결
박 기자회장이 지난 2005년 (시사매거진2580) 기자로 있을 때 김재철 사장은 보도제작 국장을 맡고 있었다. 짧은 기억이지만 당시 아이템 선정 문제나 취재에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박 기자회장 말대로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공정방송이 훼손됐다는 직접적 '실증 사례'들이 무수히 많다.   박 기자회장이 이번 파업 사태의 해결 중 하나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으면 본인이 어떤 부분이 억울한 측면이 있을지 몰라도 본인과 후배들 고통을 함께 덜고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데, 본인이 아쉽더라도 통 큰 결단을 하시면 박수 받고 떠날 수 있다"
한편에서는 김 사장의 개인적 비리 의혹에 힘을 쏟으면서 이번 파업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김재철 사장과 무용수 J씨의 관계 의혹도 반드시 해소시켜야할 대상이라는 것이 박 기자회장의 생각이다.
박 기자회장은 "노조에서는 근거있고 구체적인 방대한 양을 취재한 의혹을 제기했는데, 회사는 근거가 빈약해보이고 흠집내기라고 하고 있다. 수사당국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서 결론을 내면 된다"며 "제기된 의혹은 무용수 J씨가 많이 등장해서 그렇지, 본질은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고 CEO로서 회사의 해를 끼친 것으로 볼만한 것들이 수두룩하게 있고, 그렇다면 공영방송 사장이 갖춰야할 덕목으로써 보도 공정성 수호와 윤리 도덕적인 자질 측면 모두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언론사 파업 문제 해결 나서야
박 기자회장은 이번 파업은 국내외 언론인 투쟁 역사를 따질 때 의미가 크다고 역설했다.
"김재철 사장 개인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됐지만 근본은 공영방송사가 정권의 영향력 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원래 본연의 전파가 허가되고 부여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시정하려는 노력이라고 본다. 프랑스에서는 1968년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 보도 누락 지시와 간섭 때문에 총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1975년 이탈리아에서도 공영방송이 정권 편향적이라고 해서 총파업을 한 적이 있다. 공영방송제를 채택하는 나라들에서는 끊임없이 정권과 방송 사이에 근원적 갈등이 있다고 본다.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을 전리품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행태에 대한 언론인들의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저항이 있는 것이다. 이번 언론인 총파업은 모두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박 기자회장은 정치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사태 해결을 주문했다. 그는 "정치권이 이 문제를 직장 내 문제로 치부할 성질은 아니라고 본다. 해외 사례들도 보면 의회와 내각이 나서서 해법을 모색했었다"며 "저희가 스스로 힘으로 싸우고 있지만 손을 빌려 달라는 것이 아니다. 사태 해결에 대해서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도 본질적인 고민과 관심을 꾀할 때"라고 말했다.
박 기자회장은 마지막으로 넉 달 넘게 방송사 파업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파업이 길어지니까 시청자들도 인내심이 떨어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저희만 과거에 백번 잘했고 사장만이 잘못이다’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성원과 비판 모두 느끼고 있다. 저희들도 시민들의 지적을 잊지 않고 복귀하면 일하는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양해를 부탁 드린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저녁 6시가 넘기면서 끝이 났다. 지하 식당을 나와 MBC 로비에 들어서자 어김없이 기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 기자회장과 헤어지고 저녁 8시경 MBC 구성원 35명이 기습적으로 대기발령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MBC는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6명이 해고를 당하고, 105명이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그리고 이날 또다시 언제 징계를 받을지 모르는 35명의 명단이 추가됐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