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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5일 수요일

“입금 못하면 오늘 죽어!” 갑질하는 목소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14일자 기사 '“입금 못하면 오늘 죽어!” 갑질하는 목소리'를 퍼왔습니다.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대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남양유업 사태에 대한 입장발표 및 공동회견을 열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남양유업 영업사원 녹취록 추가공개…협박·욕설
대리점주 입금 난색에 “나하고 X발 원수졌어”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을 퍼부으며 물건 밀어내기를 하는 통화녹음 파일이 추가로 공개됐다. 남양유업 욕설 파문의 피해자인 김아무개(53) 전 남양유업 치즈대리점주는 최근 (한겨레)와의 단독 인터뷰(“매번 욕…그날 하루만 그런 게 아니었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6623.html)에서 “영업사원은 수시로 욕을 하며 물건 밀어내기를 압박했다”고 말한 바 있다.14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통화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해당 영업사원은 “입금 못하면 당신 오늘 죽을 줄 알아. 내가 못 죽일 것 같애?”라고 말하는 등 김씨를 협박했다. 김씨는 남양유업 본사의 과도한 물건 밀어내기로 제품을 모두 팔지 못해 입금날짜를 제때 지키지 못한 상황이었다.김씨는 이같은 압박을 당한 끝에 공황장애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통화는 2010년 6월11일 이뤄졌다. 앞서 욕설 파문을 불러일으킨 통화는 같은 해 6월30일 녹음된 것이다.김씨는 2000년 남양유업 치즈대리점을 시작했다가 2011년 7월 문을 닫았다. 김씨는 남양유업 본사의 물량 떠넘기기로 매달 100만원씩 적자를 냈지만, 아내가 동네마트에서 일해 벌어오는 월급 100만원으로 “12년을 버텨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나마 나는 빚을 2000만원 정도 진 선에서 대리점을 그만둬 운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다음은 가 단독 입수한 통화내용을 정리한 것이다.[영상] ‘남양유업 막말’ 추가 공개...“입금 못하면 오늘 죽어”


-영업사원/2400만원어치 물건 다 갖다놓을테니까 그렇게 하자고요. 담보로 다 처리할테니까. 응? 담보. 오늘 내용증명 보낼거니까 그렇게 알고 계시고요. 입금 못하실거면 더이상 대리점 할 의미가 없어. 이제 매출도 못맞춰. 입금도 못해. 뭔데? 내가 이렇게 될거라고 그렇게 얘기했죠? 응?=김아무개씨/ 내가 그랬죠. 2500 정도는 입금시킨다고.-아니 2500으로 왜 ‘쇼부’를 치냐고? 야. 내가 마감금액 2500 불렀어요?=나머지 1400억 정도가 말그대로 밀림 당한 거 아냐. 내가.-그럼 본인이 알아서 처리해요. 본인이. 실적 못맞춰서 그렇게 별 지랄 다해서 해줬는데 지금와서 또 그얘기예요? 응? 입금 10일까지 해준다고 했잖아요.=안해줬어.-그럼 전화해서 물어봐요.=해봤어요. 안했겠어 내가? 입금이 안돼 있데. 자기도.-그럼 빨리 전화해서 해서 더 달라고 해요. 입금해야 된다고.=하…-아니 지금 장난하냐고 지금. 대체 당신은 뭔데? 나하고 X발 무슨 원수를 졌어. 대체 뭐냐고요.=…-말을 해요. 입금 못하면 당신 오늘 죽을 줄 알어. 내가 못죽일 거 같애?=내가 미쳐버리겠다.-입금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한테는 미수를 봐주면 계속 미수를 까고 가. 내가 X발 한두번 당해, 당신한테? 거의 1년동안 수금 못받아 처먹고 그렇게 속썩이고는 장려금 그렇게 많이 받아 쳐먹고. 본인이 X발. 돈 다 때려박고 지금와서 돈. 이제 끝날꺼니까. X발. 그게 지금 나한테?=그렇게 해?-무슨 X발놈아.=무슨 말을 그렇게 해.-너도 그따위로 해. X새끼야. 입금하라고. 입금해. 입금하라고요. 논리적인 김OO 사장님. 내가 지금 당신한테 가고 싶은데, 가면 사고칠까봐 지금 안가고 있거든. 내가 나가는 순간 당신은 나하고 죽는 거야. 나 어떻게 될지 몰라요. 입금하세요. 그리고 X발. 말을 해도 입금을 못하면 왜 못하는지 X발 그렇게 해야지. 다 긁어모아도 안된다. 배째라는 거요? X발 통보야? 회사한테?=배째라는게 아니고-입금 못한다고 통보하는 거냐고=상황이 그렇게 됐잖아. 이 소장도 알다시피.-X발 내가 뭘알아. 당신이. 당신한테 망하랬어? 그렇게 X발 그렇게 하라고 해도 안하더니. 지금 와서 그 따위 소리 하냐고. 지금 어디야.=대리점이야-(찾아갈테니까) 기다려.(전화 끊김)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2013년 5월 6일 월요일

뺨 때리고 협박하고 ‘갑의 횡포’…“못 참겠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05일자 기사 '뺨 때리고 협박하고 ‘갑의 횡포’…“못 참겠다”'를 퍼왔습니다.


‘라면 상무’ ‘빵 회장’ 이어 ‘조폭 우유’ 등장
남양유업 영업사원, 대리점주에 욕설 녹음 공개


이른바 ‘갑’의 ‘을’에 대한 횡포를 상징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갑·을’은 계약 관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린 표현으로, 흔히 사회적 우위에 있는 쪽을 ‘갑’, 열위에 있는 쪽을 ‘을’이라고 일컫는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는 4일 자사 누리집에 ‘공식 사과문’을 통해 “통화 녹취록과 관련해 실망을 안겨드린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3일 유튜브 등에 공개된 남양유업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통화 녹취록에 대한 사과다.

3년전 통화내용을 녹음한 이 녹취록에는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한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함께 물량 떠넘기기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30대로 밝혀진 영업사원은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점주 김아무개(53)씨에게 “물건 못 들어간다는 소리 하지 말고 당신이 책임지라”며 각종 욕설을 퍼부었다. 남양유업 쪽은 해당 영업사원이 이 문제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대리점주들은 자주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2월부터 남양유업 대리점을 하다 적자 누적으로 지난해 11월 폐업한 정승훈(41)씨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억지로 물건을 떠넘기면서 막말을 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녹취록에 나온 대리점주는 그 일이 있고 1년 뒤 대리점을 그만뒀다. 밀어내기와 폭언이 반복되다 보니 공황장애까지 얻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도 보인다. 일부 편의점 점주들은 매장 안에 ‘남양유업의 유제품을 받지 않는다’고 적은 뒤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며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alvi****)는 “남양유업 영업소장 욕설파일 괜히 들어봤다 싶다. 아 화가 나다 못해 눈물 날 거 같음. 불매운동 할 만하네. 파일명 안 보고 들으면 사채업자인 줄 알겠어”라고 적었다.

본사가 대리점보다 우월한 ‘갑’의 지위를 남용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김아무개(43)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만 편의점 점주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때문에 본사가 기존 편의점 인근에 무작위로 점포를 허가하고, 계약 해지 때 과도한 위약금을 내도록 하는 등 횡포를 부린 탓에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고객’의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대한항공 여승무원에게 가한 폭행과 막말에 대한 항공사 내부자료가 유포된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이 벌어져 기업 대표가 나서 사죄했고, 지난달 24일에는 제빵회사 ‘프라임베이커리’의 강수태 회장이 한 호텔 현관에서 주차 시비 끝에 직원을 때린 사실이 알려져 ‘빵 회장’으로 불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과도한 승자독식 문화가 전근대적인 계층의식과 만나 이런 ‘갑’의 횡포 현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돈이나 권력이 있는 ‘갑’들이 ‘내가 어떤 경쟁을 뚫고 이 자리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약자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기고 있다. 합리적이고 수평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최항섭 국민대 교수(사회학)는 “평범한 ‘을’들이 모여 있는 에스엔에스 등에서는 소수 특권계층이라 할 수 있는 ‘갑’의 횡포에 대한 비판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처럼 여론 등의 외부 자극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계층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갑’은 정작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판여론뿐 아니라 사법당국의 일벌백계 등 강제적인 통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환봉 권오성 기자 
bonge@hani.co.kr

■ 남양유업 사원 ‘폭언·욕설 통화’ 음성파일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r3adKxxAuP4

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박 “김지태씨가 먼저 헌납” 실제론 “석달 가두고 회사 망하게 한다 협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22일자 기사 '박 “김지태씨가 먼저 헌납” 실제론 “석달 가두고 회사 망하게 한다 협박”'를 퍼왔습니다.

박후보 회견 사실왜곡 점철
 박 “김씨 부정부패 지탄받던 사람”
당시 중정 부산지부 “김씨 국가에 큰 도움”

박 “정수장학회는 새 재단” 
“부일장학회 재산이 재단 기본재산의 핵심”

박 “운영 문제없었다” 
“정수, 45년 3만8천명…부일, 4년 1만명 지원”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지난 21일 기자회견 내용은 ‘부정축재자 재산을 헌납받아 장학회를 만들었다. 다른 독지가들 도움도 받아 장학사업을 활발히 하고 산하 언론사들도 성장했으니 떳떳하다’는 입장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사실 왜곡과 아전인수로 점철된 주장임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헌납인가 강탈인가? 
 박 후보는 “김지태씨가 처벌을 면하려고 먼저 헌납의 뜻을 밝히고 부산일보와 문화방송 주식 등을 헌납했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에서도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김씨 유족이 낸 소송에)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말했다가, 법원의 판단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자 이를 번복했다.이미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과거사위)는 2005년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구속 상태였던 김씨가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중앙정보부와 국가재건최고회의 쪽의 압력에 의해 기부승낙서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1962년 군사정부는 일본에 있던 김씨를 귀국시키려고 아내 송혜영씨를 구속했고, 김씨 측근에게 “살고 싶으면 부정축재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는 것이 좋다”고 위협도 했다.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사학과)는 “사람을 석 달이나 가둬두고 회사 망하게 한다고 협박했다면 ‘헌납이냐 강탈이냐’고 박 후보에게 역으로 묻고 싶다”고 말했다.

■ 김지태씨는 부정축재자? 
 박 후보는 “김지태씨는 부정부패로 지탄받던 사람이며 5·16 때도 부패 혐의로 7년형을 구형받기도 했다”며 김씨와 유족 쪽을 공격했다. 박 후보 캠프는 김씨가 일제강점기에 동양척식회사에서 일했다면서 ‘과거사 역공’까지 하고 나섰다.그러나 과거사위 보고서를 보면, 중앙정보부(중정) 부산지부는 김씨가 재구속당하기 전인 1962년 2월 보고서에서 그가 “부일장학회 장려로 국가에 큰 도움이 되고 학생 각자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김씨의 차남 김영우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 자금 500만환을 요구했지만, 아버지가 이를 거절하자 부정부패사범으로 몰고갔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위 보고서에도 이런 정황들이 나온다.군사정권은 1961년 5·16 직후에도 부정축재자라는 이유로 김씨를 구속하는 등 기업인 120명을 조사해, 결국 김씨는 5억4570만환을 납부했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따라서 1962년에 유독 김씨만을 부정축재자로 몰아 다시 구속한 것은 “특정 목적을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범법사실이 있다면 그에 맞게 처벌할 일이지, 김씨만을 연속해서 구속하고 재산을 빼앗은 것은 짜맞추기 수사였다는 말이다.당시 고원증 전 법무장관은 김씨에게 적용된 외환관리법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기록을 봤더니 중죄도 아니”라며, 거액을 “혁명정부”에 헌납까지 했으니 공소취소를 해야 한다는 건의를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게 했었다고 국정원 과거사위에 밝혔다.

■ 부일장학회는 정수장학회 전신 아니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는) 국내 독지가와 해외 동포의 성금과 뜻을 더해 새롭게 만든 재단이었다”고 한 것도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박 후보 캠프의 이정현 공보단장은 나아가 “1962년부터 79년까지 11억3600여만원의 장학금이 조성됐고, 이 가운데 김지태씨가 헌납한 규모는 전체의 5.8%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22일 김씨가 헌납한 재산의 규모는 1962년 7월 출범 당시 기준으로도 정수장학회 자산의 5.8%에 불과했다며 또다른 주장을 했다.국정원 과거사위는 “5·16장학회는 설립 전후에 하와이 교포들로부터 1000만여환을 모금하고 당시 장학회 이사였던 이병철 전 삼성 회장으로부터 1억환, 김연수 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부터 3000만환을 기부받은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5·16장학회의 기본재산은 언론 3사의 주식과 토지 10만147평 등 김씨로부터 강제 헌납받은 재산으로 구성돼 있다”고 못박았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김씨가 석방된 뒤 군사정부가 이미 5·16장학회로 넘어간 사옥 신축 비용까지 그에게 떠넘긴 사실도 밝혀냈다. 또 당시 국민은행 등 3개 시중은행은 김씨가 빼앗긴 언론사 지분 평가액만 3억4875만환으로 평가했다. 이 단장과 이 대변인은 뚜렷한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이에 배치되는 주장을 하면서 자신들끼리도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다.한 교수는 “현재 정수장학회의 기본 재산(문화방송·부산일보 주식, 경향신문 터)만 봐도 부일장학회가 소유했던 자산이 핵심”이라며 “정수장학회 30년 책자에도 부일장학회와 5·16장학회 등의 법통을 이었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김영우씨는 “우리는 정수장학회의 기본 자산을 반환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박 후보 캠프가 장기간에 걸쳐 조성·사용된 전체 장학금 규모를 강탈 자산 규모와 견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 정수장학회 운영 문제없었다? 
박 후보 쪽은 정수장학회 운영에 문제는 없었고 사회적 역할에 충실했다고 밝히고 있다.국정원 과거사위 보고서를 보면, 김씨가 세운 부일장학회는 1961년까지 4년간 1만2364명에게 장학금을 줬다. 반면 정수장학회는 장학사업을 시작한 1966년 1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대학·대학원생 3만8000여명에게 장학금을 줬다. 한 교수는 “김씨가 4년 동안 장학금을 지급한 숫자대로만 계속 지급했어도 지금까지 15만명쯤은 혜택을 입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던 10여년간 모두 11억3720만원을 섭외비 및 보수로 지급받은 점도 논란거리다. 서울시교육청은 2005년 정수장학회 감사 뒤 “이사장 연봉이 목적 사업에 비해 과다하다고 볼 수 있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한 탈세 논란이 일자 소득세 1억2000만원을 납부했다.

유선희 음성원 기자 duck@hani.co.kr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성폭행에 자매 자살, 충격 못이긴 父까지…비극


이글은 노컷뉴스 2012-10-10일자 기사 '성폭행에 자매 자살, 충격 못이긴 父까지…비극'을 퍼왔습니다.
자살한 성폭행 피해자, 가해자 협박에 못이겨 고소 취하한 것성폭행범 실형 비율 10% 미만엑스트라, 불안한 신분 때문에 엑스트라 반장 영향력 아래 놓여보조 출연자 임금체불율 45%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2년 10월 9일 (화) 오후 7시 45분■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

▶정관용> 전면 재조사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께 말씀을 좀 들어야겠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또 충격도 많으시고 해서 정확하게 지금 기억 못하시는 것도 많은 것 같은데요. 최민희 의원, 안녕하세요?▷최민희> 예, 안녕하세요?

▶정관용> 이 사건 언제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최민희> 일단 제가 알게 된 것은 한 종편 방송에서 이것을 방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을, 이런 이야기를, 보조 출연자 박희석 씨 문제를 같이 해결하면서 이런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이제 그 종편에서 이 방송을 했을 때 아, 저거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일이고 너무나 억울한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파헤쳐보게 되었지요.

▶정관용> 지금 조금 아까 어머니께 말씀 들으니까 아르바이트 하던 도중에 성폭행 당하고, 그때부터 정신 약간 이상 상태가 오고, 그래서 조금 치료가 된 다음에 이제 경찰에 고발을 했는데, 그때 수사기록 같은 것 혹시 보셨나요?▷최민희> 수사기록 요청했는데 아직 안 왔습니다. 요청해서 받아내겠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때 무혐의가 되었는지 혹시 그 정황은 잘 모르세요?▷최민희> 그게 무혐의가 아니고요, 이제 수사를 했는데, 아까 어머니 말씀대로 극심한 협박을 받은 정황을 말씀하시잖아요.

▶정관용> 협박?▷최민희> 그러니까 피해자가 가해자들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을 당했고요, 그리고 이제 수사를 하면서도 기본적인 피해자 인권보호 조치를 하나도 안 하고 한 거예요. 그러니까 바로 옆방에서 막 이렇게 조사를 하고, 그러니까 피해자가 무슨 말을 하는 지를 가해자가 다 듣고. 그러면 다시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서 협박하고. 그래서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서 종결된 겁니다.

▶정관용> 고소 취하했어요?▷최민희> 예. 

▶정관용>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이나 이런 것을 제대로 보호 못했다, 라고 하는 것은 기록에 다 남아 있습니까?▷최민희> 예, 그것은 일단 저희가 경찰 기록을 받아봐야 되고요. 이 부분은 이제 이 자매와 가까이 있던 친구가 있어요. 중간에 매개해주시는. 그분한테서 이제 다 전해들은 이야기이고요. 그런데 이제 저희가 이게 개연성이 있고 그럴 거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요, 성폭행 관련 모든 사건이 이렇게 진행이 됩니다.

▶정관용> 그래요?▷최민희> 그러니까 피해자들은 일차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요. 그러면 이 성폭행을 당한 정서적인 고통에 시달리는데, 가해자가 대개 주변을 떠돌면서 피해자를 감시하지요. 그리고 이게 경찰로 가게 되면 경찰은 이것을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거나...

▶정관용> 저런...▷최민희> 여성에게 문제를 돌려요. 아직 인식이 안 되어 있는 거예요. 그리고 경찰 조사과정에서 조금 아까 말씀드린 그런 보호를 받지 못하다보니... 뿐만 아니라 성폭행 관련 기소율은, 뭐 기소율이 굉장히 낮고, 그리고 기소되어도 그게 실형을 받는 비율이 10% 미만입니다.

▶정관용> 이게 8년 전이라고 그렇습니까, 지금, 요즘도 그래요?▷최민희> 요즘도 이런 일이 있습니다. 최근에 이제 우리가 성폭행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경각심이 높아지고, 국회에서 성폭력 대책특위가 만들어지면 좀 달라질 것 같지만, 사실은 반짝하고 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정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관용> 이렇게 당하고 경찰 수사에서도 제대로 보호를 못 받고, 뭐 고소를 취하하는 형식으로 끝났고, 그 후에 이제 자살을 한 것 아니겠습니까?▷최민희> 그렇지요. 그래서 언니가 자살을 했고, 그리고 나니까 동생이 언니를 이제 보조 출연자 하자고 한 거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최민희> 그러니까 견디다 못한 동생이 또 자살을 했고요.

▶정관용> 아이고.▷최민희> 그리고 자매 두 명이 자살을 하니까 아버지가 충격을 받아서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또 돌아가신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저희가 이것 하면서 경찰의 기록을 계속 받으려고 하는 것은, 지금 어머니가 너무나 심리적 충격이 크시잖아요.

▶정관용> 예, 말씀을 잘 못하실 정도로.▷최민희> 그래서 사실은 기초적인 사실파악이 어렵긴 해요. 그래서 경찰 조사서나 이런 것을 받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상태인 것이지요.

▶정관용> 그런데 현행법상 이렇게 고소 취하 형식으로 수사가 끝난 것을 다시 재조사하는 게 가능합니까?▷최민희> 일단 제일 큰 문제, 저희가 걸린 문제는 이 성폭행 사건이 2004년에 일어났잖아요. 그런데 성폭행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가 5년이에요. 그런데 이제 이 사람이 자살한 시점은 2009년이거든요. 그러니까 저희는 추정컨대, 추적하면 단지 성폭행뿐만 아니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가해가 있지 않았겠냐, 하고 추정해보는 거지요.

▶정관용> 아, 2009년에 이르기까지? ▷최민희> 예, 그러니까 2004년에서 2009년까지 버티다가 자살한 건, 그 사이에 잘 이렇게 돌봄을 받았으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안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이 드네요.

▶정관용> 그리고 지금 일부 보도에 보면,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아직도 보조 출연자 업체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요? ▷최민희> 예, 그러니까 지금 성폭행을 직접 한 사람은 4명이다, 이렇게 지목되고 있고요. 나머지 8~9명 정도는 성추행을 했다, 이렇게 이제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13명 중에 6명이 바로 그 자리에서 같은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지금도?▷최민희> 예, 그래서 보조 출연자를 관리하는 관리자로 있다고 합니다.

▶정관용> 그리고 최민희 의원 조금 아까 처음 말씀 시작하실 때 보조 출연자들에게 이런 일들이 많다, 라고 들었다고 하셨잖아요. 실제로 그런가요?▷최민희> 그러니까 그건 듣는 거기 때문에 제가 뭐 그렇다, 안 그렇다, 이렇게 말하는 게 또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으로 볼 때, 이게 이제 일 자체가 이게 뭐 일의 조건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정관용> 그러니까 뭐 지방에서 촬영이 이루어진다든지 또 야외 촬영, 밤샘 촬영이 많다든지 이런 것 말입니까?▷최민희> 그런 것도 한 조건이 될 것 같아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보조 출연자들의 신분이 불안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매도 이제 아르바이트를 해보자, 돈을 벌어보자, 이렇게 가는 거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최민희> 그런데 이제 보조 출연자를 진짜 밥벌이로 하는 분들도 많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분들이 근로자로서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다 보니까 노동권의 보호를 받지 못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뭐 관리자, 엑스트라 반장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대개 이제 영향력을 크게 받게 되겠지요. 그래서 저는 여러 가지 밤일이라든지 지방촬영의 조건도 한 이유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조 출연자들의 사회적 신분이 너무 열악하고, 그로 인해서 그 일 자체를 지속하기 어려운 조건, 이게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들어요.

▶정관용> 전형적인 비정규직이라고 봐야 되지요?▷최민희> 비정규직은 나름대로 노동자로서는 인정을 받잖아요.

▶정관용> 그런데 그것도 안 된다?▷최민희> 예, 이번에 박희석 씨 돌아가셨는데, 그 이후에 이제 제가 같이 뭐 같이 이렇게 해보면, 이분들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 인정도 못 받는 상태였어요. 그리고 이분들이 어떤 경우 자영업자처럼 취급을 받더라고요.

▶정관용> 자영업자로요?▷최민희> 예, 그러니까 그냥 개인사업자처럼. 그러니까 법의 보호를 못 받고 있는 거지요. 

▶정관용> 그렇군요. 몇 번 언급하셨는데 그 드라마 각시탈에 엑스트라로 출연한 박희석 씨의 사망 말씀하시는 거지요?▷최민희> 예.

▶정관용> 어떻게 하다가 또 그런 일이 있었지요? 그것 조금 소개해주세요.▷최민희> 이것도 제가 파악을 해보니 주연급 배우들이 타는 차나 이런 것은 굉장히 조심해서 모는데, 보조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차를 굉장히 험하게 몰아서 왜 이러지, 이렇게 서로 하다가 사고가 나서 돌아가셨더라고요. 그러니까 정말 인명 경시 풍조 만연한 것 같고요. 그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이제 태양기획이라는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었어요, 이분이. 그런데 100일이 넘도록 일인시위를 해서 겨우 산재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이제 산재 신청이 결과 나올 것 같고요. 그런데 이게 정말 이상한 것은 법원이 이미 보조 출연자를 산재로 인정한 판례가 있음에도 근로복지공단이 이걸 받아들이지 않는 거지요.

▶정관용> 왜 그럴까요?▷최민희> 그러니까 이게 근로자성 인정 문제 때문입니다.

▶정관용> 지금 저희가 알기로는 보조 출연자, 엑스트라들의 노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최민희> 예, 그런데 이제 노조라는 것도 사실 근로조건이 어느 정도 되어야 그 가입률도 높고 결속력도 높은데요. 보조 출연자들이 너무 열악한 조건인 거지요. 그러니까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근로계약서 없이 일한다는 뜻이거든요.

▶정관용> 그렇지요.▷최민희> 그러니까 구두계약을 하고 일하니까, 사실은 임금이, 평균 연봉이 연 623만원이에요. 그런데 이것 최저 생계비보다 훨씬 적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최민희> 그런데 임금 체불을 겪는 사람이 45%예요. 경험 있는 사람이. 그런데 이 45%보다 훨씬 높을 거다, 왜냐하면 나 임금 체불 겪고 있어, 라는 답조차 못할 조건의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요.

▶정관용> 그 말을 하면 또 다음 일감을 못 받을까봐?▷최민희> 그렇지요. 그래서 저희가 제가 국회에 들어와서, 그러니까 우리가 봤던 큰 의제들 외에 이렇게 정말 해결해야 될 중요한 그런 일들이 많더라고요.

▶정관용> 그렇지요.▷최민희> 그래서 보조 출연자 문제만큼은 이번에 어떻게든 해결해보자, 그런 생각이고요. 그 다음에 그 시작을 근로계약서를 쓰게 하자.

▶정관용> 그렇지요.▷최민희> 일단 표준 근로계약서를 개발해서 쓰게 하면 계약서를 쓰면 근로자로 인정받거든요, 노동법이.

▶정관용> 그렇지요.▷최민희> 그래서 그렇게 해보려고 지금 애를 쓰고 있는 중이고요. 그러기 위해서 이제 보조 출연자들의 노조가 활성화되어야 되고, 저는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열악한 조건의 이제 말하자면 여러 비정규직 근로자들, 그 다음에 노동자들, 특히 보조 출연자들께서 지금 처지에 만족하거나 박희석 씨의 죽음을 우리 늘 그랬잖아, 이렇게 하지 마시고.

▶정관용> 나서야지요.▷최민희> 예, 이번에 한번 좀 같이...

▶정관용> 알겠습니다.▷최민희> 예, 가슴이 너무 아파요.

▶정관용> 두 갈래로 일단 가야될 것 같아요. 먼저 이 억울한 죽음, 그것에 대한 진상조사가 어떤 식으로든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고요. 그와 별도로 지금 쭉 후반부에 강조해주신 이 보조 출연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적인 노력, 이게 아울러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최민희> 예, 그렇게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정관용>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최민희> 예, 고맙습니다.

▶정관용>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의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그냥 슬쩍슬쩍 스쳐지나가는 분들, 그 속에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줄 정말 몰랐네요.

시사자키 정관용

"새누리 염동열, 강원랜드 협박해 150억 기부 강요"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0일자 기사 '"새누리 염동열, 강원랜드 협박해 150억 기부 강요"'를 퍼왔습니다.
민주, 협박 동영상 공개…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새누리당 본색 재확인"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가 "새누리당 염동렬 의원이 강원랜드 이사진을 협박해 기부금 150억 원을 강제로 기부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10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본부장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염 의원의 협박 내용이 담긴 동영상과 의사록을 공개했다.

박 수석부대표에 따르면, 염 의원은 지난 7월 12일 강원랜드 이사회에 시의원 등과 함께 참석해 이사진을 회유·협박해 강제 기부케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이사회에서 의결된 '폐광지역 협력사업비 기부(안)'은 강원랜드가 태백시 오투리조트에 150억 원을 기부하는 내용이다.

이 의결에 앞서 강원랜드 법무팀은 "상법상 선관주의 의무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의결시 배임가능성을 경고했고, 이를 보고받은 지식경제부 역시 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기부 추진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불법행위 소지가 있음에도 염 의원은 이사진에게 이사회 의결을 강요한 셈이다.

동영상에는 안건이 강행 처리되는 과정이 생생히 포착됐다. 강원랜드의 김동철 이사가 "기권을 하든 안하든 내 소신인데 당신이 이래라 저래해서는 안 된다"고 하자 염 의원은 "내가 협박했냐"고 물으며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또 이사회 진행 중 염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염 의원은 "내 개인 신상에 대해 손해가 나는데 그럼 기권이라도 해주십시오"라며 회유하며 "김동철 이사는 크게 (손)봐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염 의원은 "오늘 여기 안되면 이관섭 실장(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과 홍석우 장관(지식경제부) 그 다음에 이달곤 정무수석 등 전부 다 옷 벗기게 하기 위해서 투쟁해 주셔야 한다. 제가 앞장설테니"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동영상은 당시 염 의원과 동행한 지역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재됐던 것으로, 박 수석부대표는 "염 의원이 자랑스러운 양 지역언론사를 동행케하고 동영상을 게재한 것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라고 말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염 의원이 배임죄 성립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이사진에 결정을 강요한 데 대해 "초법적 발상으로 심각한 범죄 교사 행위이자 협박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며 "찬성 못할 바엔 기권할 것을 종용하는 장면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새누리당의 본색을 재확인시켜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이어 민간인 불법사찰, 선관위 디도스 사건, 안철수 후보 불출마 협박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고, 법이 보장하고 있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투표행위를 방해해 왔다"고 말했다. 또 "소규모의 의사결정 구조에서조차 새누리당이 개입하여 협박하며 윽박지르는 장면은 새누리당이 보여 온 반(反) 민주적 행태의 압축판"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한 향후 민주당의 대응 방침도 밝혔다. 박 수석부대표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지식경제위를 비롯해 관련 상임위 활동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우선 규명하고, 위법과 불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당시 공천의 최종 책임자였던 박근혜 후보의 입장 표명을 아울러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동영상을 보니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들이 쳐다보고 있는데 이런 분이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 가슴이 답답하다"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염 의원은 태백·영월·평창·정선 출신으로, 현재 새누리당의 인재영입위원과 박근혜 후보 대선공약을 개발하는 미래도약공약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어리 기자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反철수 바이러스’ 제거 중…


이글은 시사IN 2012-09-17일자 기사 '‘反철수 바이러스’ 제거 중…'을 퍼왔습니다.
안철수 원장의 ‘불출마 협박 폭로’는 커다란 효과를 거두었다. 미적미적하던 야권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검증 프레임을 사찰과 협박으로 바꾸어 ‘독재자의 딸 대 사찰 피해자’라는 굵직한 프레임을 만들어냈다.

9월6일 오후 1시42분. 기자들에게 일제히 문자가 떴다. “금태섭 변호사입니다. 언론에 설명할 내용이 있어 오늘(6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만나뵙고자 합니다.” “뭐지?” 대부분 최근 며칠 사이에 쏟아져나온 안철수 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전세살이, 포스코 스톡옵션 행사, 포스코 사외이사 시절의 행적 등)에 대한 해명 자리일 거라고 짐작했다. 

일각에서는 “출마 여부와 관련한 것 아니냐”라며 상상의 나래를 폈다. 한 언론사 기자는 ‘출마’ ‘불출마’ 두 가지 경우의 기사를 초벌로 써 들고 서울 태평로 프레스클럽에 나타났다. 마침 그 시간은 민주통합당 경선의 최대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광주·전남 경선의 후보자 연설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시사IN 자료

금태섭·송호창·조광희·강인철 변호사 4명이 나란히 들어설 때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내용은 놀라웠다. 금 변호사는 “9월4일 오전 7시57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라고 말했다. 

정준길씨가 거론했다는 ‘뇌물과 여자 문제’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밝혔다. 뇌물 건은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창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그와 관련하여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는 내용이고, 여자 건은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고 있었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 변호사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경찰의 안철수 원장에 대한 사찰 논란 및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는 정준길씨의 언동에 비추어, 정보기관 또는 사정기관의 조직적인 뒷조사가 이뤄지고 그 내용이 새누리당 측에 전달되고 있지 않느냐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라고 마지막 어퍼컷을 날렸다. 


내용 발표 직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통화 내용을 녹취한 게 있나.”

“없다. 하지만 이건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화요일 상황을 왜 목요일에야 밝히나?” 

“여러 사람과 상의하고 많이 고민했다.” 

“안철수 원장 반응은?” 

“4일 아침에 말씀드리니 ‘정말인가요?’라고 물었다. 사실 확인 작업을 했고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을 한다고 했더니 별말씀 없었다.”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 건가?”

“상의해보고 추후에 결정하겠다.”

‘뇌물과 여자 문제’에 대해 더 캐묻거나 ‘출마 여부’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할 여지가 없이 10여 분 만에 기자회견이 끝났다. 

ⓒ뉴시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변인인 금태섭 변호사가 9월6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철수식 출마 선언, 혹은 상황 반전

이 과정을 생방송을 통해 지켜본 정치권 인사들은 “안철수 원장이 드디어 링 위에 올랐다”라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통위원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튿날 트위터에 “박근혜·새누리 협박전화 받고 안 나오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아예 대못을 박았다. “왜 하필이면 민주당 전당대회 시간이냐”라며 툴툴대던 민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출마 선언도 참 희한하게 한다. 저것도 안철수식이냐?”라며 연신 실룩거렸다.   

민주당이 못마땅해하든 말든 이번 ‘불출마 협박’ 폭로는 대선 103일을 앞두고 전체 대선판을 크게 출렁이게 만드는 변곡점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당장 두 갈래로 수세에 몰리던 안철수 원장이 공세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안 원장이 정치권에 핵심 변수로 등장하기 시작한 게 딱 1년 전이다. 2011년 9월 ‘서울시장 출마설’이 보도되고 5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안 원장은 순식간에 대선주자급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이후로 내내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서울시장 출마를 접었고, 2012년 총선에 ‘나오라’ ‘나오라’ 하는데도 비켜갔고, 발간을 전후로 대선 출마에 대한 지지층의 요구가 폭발적인데도 여전히 견해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안 원장의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얘기가 거듭될수록 지지층에서조차 ‘너무 잰다’라며 짜증이 생겨나던 터였다. 

그 와중에 ‘최태원 구명 탄원서 서명’ ‘재벌 2, 3세와의 V소사이어티 활동’ ‘룸살롱 출입 논란’ ‘아파트 딱지 구매 의혹’ ‘포스코 스톡옵션 행사’ 따위 그를 둘러싼 논란과 안 원장 측의 해명을 보며 사람들 사이에 점차 ‘안철수=CEO=착한 이명박’이란 이미지가 형성되던 참이었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강남 전세가 무슨 서민의 아픔을 알겠느냐. 부잣집에서 자라 승승장구한 안 원장의 서민 코스프레가 행적이 드러날수록 들통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지율도 여론의 짜증을 감지했다. 폭로 직전에 나온 리얼미터 조사(9월4~5일)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다자 구도 지지율이 22.9%까지 하락했다. 

그런데 이번 ‘협박’ 폭로로 상황이 180도 반전됐다. 안 원장이 의외의 지점에서 박근혜 후보 측을 한 방 세게 때림으로써 지지층의 짜증을 일거에 날린 데다, 금태섭 변호사나 송호창 민주당 의원이 ‘협박’을 넘어 ‘사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안 원장이 ‘착한 MB’에서 ‘사찰 피해자’로 자리바꿈한 것이다. 

특히 ‘검증’을 ‘사찰과 협박’으로 프레임 전환하는 전략은 두 가지 효과를 거두었다. 먼저 야권의 지지 확보다. 당초 송호창 의원의 기자회견 참석을 두고 민주당은 물론 기자들 사이에서도 고깝게 보는 기류가 강했다. “아무리 안철수 원장과 친하다지만 민주당 의원이, 그것도 경선 선관위원을 맡고 있는 그가 광주·전남 경선이 열리는 시각에 안 원장 측 기자회견에 나오는 게 맞느냐”라는 시각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송 의원은 자신이 친분관계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의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조사특위 위원의 자격으로 참석했음을 애써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을 죽이겠다고까지 협박한 근거가 되는 내용들은 정보기관이나 국가기관의 철저한 사찰에 의하지 않고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박정희 시절에 중앙정보부가 했던 정치인 사찰과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일들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진상규명을 할 때 안 원장 사건도 포함해 조사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뉴시스 안철수 원장 측에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당사자로 지목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이 9월6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송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짬짜미 의혹까지 제기했다. “박근혜 후보가 안 원장에 대한 뒷조사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이명박 대통령과 두 시간 독대하면서 그런 얘기가 오갔는지 직접 해명하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안 그래도 지난 9월2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가 독대한 것을 놓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밀약’이니 ‘선거법 위반’이니 하며 야권의 비판이 거세던 참이었는데, 거기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이처럼 안철수 ‘검증’이 여권의 ‘공작정치와 사찰’로 틀이 바뀌고, 그것을 자기 당 의원이 주도하는 모양새가 되자 민주당도 발을 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안철수가 민주당 경선을 망쳤다”라고 비판하던 민주당은 다음 날(9월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새누리당 정치공작을 위한 이명박 정권 불법사찰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우윤근 의원을 위원장으로, 송호창 의원을 간사로 임명했다(19쪽 기사 참조).   

그러나 ‘사찰’ 프레임의 확산을 통해 안 원장 측이 얻은 가장 큰 효과는 유권자의 기억에서 가물가물 사라져가던 ‘유신의 악몽’을 끄집어낸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의 공식 후보가 된 후 곧바로 ‘100% 대한민국’을 앞세워 이른바 ‘통합 행보’를 하고 있다. 

자신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히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김대중·전태일 등 유신 피해자들에 대한 ‘방문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박 후보가 9월7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을 방문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런 행보는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 정치’라는 야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중도층을 공략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 캠프 쪽 인사가 지지율 1위의 야권 주자에게 출마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그 이유로 댄 것들이 ‘공작정치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박근혜=유신공주’라는 이미지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한 시사평론가는 “때마침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까지 재조명되고 있는 터라 박근혜 후보에게는 상황이 더 불리해졌다. ‘박정희 대 장준하’ ‘유신 대 저항’ ‘공작정치 대 투옥·사형’ 등이 오버랩되면서 ‘독재자의 딸 박근혜 대 사찰 피해자 안철수’라는 굵직한 프레임이 만들어졌다”라고 진단했다.

물론 이번 폭로전의 여운이 얼마나 오래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주말을 지내면서 곧바로 ‘약발’이 떨어지리라고 본다. 새누리당이 정준길 공보위원을 곧바로 사퇴시키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고, 박근혜 후보까지 나서 “친구 사이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냐”라며 폭로자를 ‘비정한 친구’로 몰아가고 있다(18쪽 기사 참조). 

보수 언론은 ‘협박’이나 ‘사찰’을 양측의 진실게임으로 의미를 축소하는 대신, ‘안철수 검증’ 쪽으로 다시 한번 물꼬를 돌릴 기세다. 는 아예 첫 보도부터 1면 톱이 아닌 사이드로 다루면서 ‘진실 공방’에 초점을 맞췄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런 뉴스가 11월에 나왔으면 모를까 지금은 판세를 흔들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말했다. 야권의 한 전략통은 “며칠 지나고 나면 결국 사람들 머리에 남는 건 ‘안철수의 여자’뿐일 거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웬만한 검증 먹히지 않을 것

하지만 친안철수 인사들은 일단 ‘프레임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에 지지층의 이완을 막을 수 있고, 앞으로 나올 웬만한 검증은 잘 먹히지도 않을 것이라 기대했다. 실제로 중도 성향의 한 40대 주부는 “새누리당이 그렇죠 뭐. 당연히 사찰했겠죠”라고 지레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이번 폭로를 계기로 제2, 제3의 폭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동안 입을 닫은 채 눈치만 보고 있던 인사들의 제보가 야권 유력 주자 쪽으로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9월6일 대정부질문에서 폭로한 ‘묵우회’(이명박 정부 장관 보좌관들의 모임)의 존재와 공작정치 의혹도 내부 고발자의 제보에 의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래저래 이번 ‘폭로’가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었다는 계산서가 나온다.

이숙이 기자 | sook@sisain.co.kr 

2012년 9월 11일 화요일

택시기사 "정준길, 내 차에 타 금태섭 협박" 증언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1일자 기사 '택시기사 "정준길, 내 차에 타 금태섭 협박" 증언'을 퍼왔습니다.
금태섭 "정준길, 통화 중 '좌회전하라' 해"…정 "당일 직접 운전"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이른바 '불출마 협박' 논란과 관련, 한 택시 기사가 통화 당시 정 공보위원이 자신의 차에 타고 있었으며 통화 내용을 들어본 결과 협박이 맞다고 언론에 제보해 주목된다.

11일 (한겨레)는 택시 기사 이 아무개 씨(53)가 "두 사람의 통화 현장을 봤으며, '저렇게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협박에 가까웠다"며 "정 위원의 목소리가 굉장히 컸고 고압적인 태도로 말해 친구 사이라기보다는 아랫사람에게 협박을 하는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4일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 차가 막히지 않았던 시각, 성수동 쯤에서 광진경찰서 부근까지 제 택시를 이용한 사람이 나중에 보니 정준길 위원이었다"면서 "정 위원이 통화를 하면서 뒷자리에 올라타 '안철수 원장한테 꼭 전해라. 주식 뇌물 사건과 최근까지 만난 목동 여자 문제까지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 나오면 죽는다' 이런 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신문에 말했다.

이 씨는 "내가 들은 건 정 씨의 이야기밖에 없는데 나중에 금 변호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동일했다. '상대방이 누군지 몰라도 저렇게 얘기해도 되나' 싶었고, 한편으로는 '안 원장에게 그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대화 내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정 씨가 통화 중에 탑승해서 목적지를 말하지 못했다. 곧장 가라는 손짓을 했고 자양사거리에서 '좌회전'이라고 두 차례 말했다. 또 통화중에 한 차례 (정 전 위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돌아보니 끊겼는지 다시 걸려는 듯 전화를 만지고 있었다"고 당시 정황을 전했다.

이같은 이 씨의 증언은 금태섭 변호사의 기억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금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통화 중에 누군가에게 지시하듯 '좌회전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서 (정 전 위원의 해명 기자회견 때) '운전을 하다 갑자기 친구가 생각나서 전화했다'는 얘기를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전 위원이 통화 도중 '좌회전하라'고 했다는 얘기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정 전 위원은 "당일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고 광화문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내 차를 직접 운전하고 출근했다"며 전면 부인했다.

 /곽재훈 기자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어린 백셩(愚民)' 속여먹기…유신도 그랬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0일자 기사 ''어린 백셩(愚民)' 속여먹기…유신도 그랬다'를 퍼왔습니다.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 '협박이 이슈 되지 않게 하라'고?

이야기의 초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대선 출마 문제를 놓고, 정준길 씨와 금태섭 씨 사이에 오간 대화의 성격이다. 한 쪽에서는 정 씨가 '뇌물'과 '여자관계'를 들어 협박하며, 안철수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친구로서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를 전한 사적(私的) 대화를 금 씨가 과대포장했다고 항변한다.

요컨대 위협 섞인 불출마 권유였는지, 참고하라는 정도의 '우정 어린' 대화였는지 양 측 주장이 팽팽하다. 알다시피 정 씨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공보위원을 맡은 검사 출신이고, 금 씨는 안철수 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는 변호사다. 두 사람은 서울법대 86학번 입학 동기이면서 검찰 1년 선후배 '친구 사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것을 보면 두 사람의 맡은 일은 성격상 서로 상반돼있다. 한마디로 창과 방패다. 정준길 공보위원은 주로 안철수 원장과 관련된 의혹들을 증폭시켜 공격하는 쪽이었고, 금태섭 변호사는 그 같은 공격을 방어하고 해명하는, 네거티브 사안에 대한 '대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 6일 기자회견하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왼쪽) ⓒ연합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 이번 사태의 빌미가 된 문제의 대화가 이 예민한 시기에, 적어도 서로 경쟁해야하는 두 진영(지금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에서, 업무의 성격상 서로 대결관계에 있는 '예민한 공적지위'에 있는 공인 두 사람이 주고받은 '사적한담(私的閑談)'일 수는 없다. 더구나 근래 들어 두 사람은 상대방이 하고 있는 일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서로 은근히 견제까지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친구사이'라는 두 사람의 우정도 지금 양 쪽을 비교할 때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특히 정준길 씨(정 씨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공보위원직을 사퇴했다)는 금 변호사와의 우정을 유난히 강조한다. 새누리당도 두 사람이 아주 가까운 사이였음을 총력을 다 해 주장하며, 금 변호사의 '우정에 대한 배신'을 말했다. 때맞춰 이른바 보수언론들도 금 변호사가 '협박·불출마 종용'이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26년 친구가 1시간 만에 정적이 되었다고 썼다.

금태섭 변호사가 정치적인 이유로 우정을 배신한 듯한 느낌을 주는 기사들이었다. 아마도 '사적대화'쪽으로 몰고 가는 것이 박근혜 후보 쪽에 보탬이 된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지난날 두 사람의 교분이 어떠했건 적어도 지금은 서로의 처지를 분명히 하는 게 옳다. 지극히 간단한 원칙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준길 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어있다.

더구나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에서 정 씨의 언행에는 수긍이 가지 않는 해괴한 대목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정 씨가 안철수 원장의 비리 의혹이라며, 금 변호사에게 말한 뇌물과 여자관계 의혹 가운데 특히 뇌물 부분은, 안 원장이 지난 1999년 신주 인수권부 사채 발행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벤처투자팀장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미 2002년의 검찰 수사과정에서 결론이 나와 있다.

산업은행 팀장이 구속됐고, 안 원장도 수사대상에 올랐으나 혐의가 없어 불기소 처분된 사건이었다. 문제는 이 사건을 수사한 사람이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의 '정준길' 검사였다는 점이다. 자기가 수사해서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새로 밝혀진 안 원장의 비리가 있는 듯이,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라며 흔들어 댔다. 금태섭 변호사로서는 바로 수사를 담당했던 정 씨가 뭔가 꼬투리를 잡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래서 "출마하면 죽는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고 등줄기에 식은땀깨나 흘렸을 게 틀림없다.

정준길 씨는 공보위원으로 있으면서 트위터를 통해 '가지가지'를 했다. 8월31일에는 "안철수연구소의 BW발행과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쉽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안 원장과 관련해 "어느 정도 내용이면 핵폭탄일까요"라는 글도 띄웠다. "금태섭 변호사 더 바빠지겠네요"라는 빈정거림도 있었다. 그래놓고도 6일의 기자회견 때는 금 변호사와의 우정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사람을 한껏 두들겨 패 정신을 잃게 하거나, 손발을 묶은 뒤 금품을 가져가도 강도이지만,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째려보는 것만으로 '항거불능'케 한 뒤 재물을 가져가도 강도가 된다. 전문가들은 마찬가지로 "협박은 '상대가 어떻게 받아 들었느냐'로 판단하는 것이 법학의 기초"라 말한다. 따라서 정준길 씨는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 대한 협박죄'를 적용해 법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법학자들이 적지 않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그런 정준길 씨에 대해 "협박을 하고 말고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속내를 털어 놓은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그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서너 가지의 이유가 있다. 지금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 원장일 것이다. 바로 안 원장 문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정준길 전 공보위원 만한 인물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우선 안 원장 캠프를 압박하는 역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은 못한다.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 쪽과 '뜻'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채널이 확보돼 있으면서 전후좌우를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의욕적인 사람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둘째 2002년 산업은행 뇌물사건을 수사했던 정준길 당시 검사만큼 안철수 원장의 비리 가능성을 많이 들여다 본 사람이 당 안팎에 없다. 따라서 그의 언행에는 적지 않은 비중이 실려 있다. 이번 금태섭 변호사와의 '통화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안 원장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뜬구름 잡는 것일지라도 그의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하게 되어 있다. 애당초 대선 캠프 공보단에 유일한 검사출신 위원으로 발탁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셋째 정준길 씨가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고 말 했듯이 정 씨만큼 검찰 등 사정기관과 소통하는 인물이 흔치않다. 해박한 법률지식도 그러려니와, 특히 대선기간 중 당과 검찰의 중간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사람은 안다. 이와 함께 연속적인 안철수 원장 '깎아 내리기 작업'과정에서 보았듯이 정 씨 개인의 능숙한 트위터 작업능력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정준길 씨는 '보물'이었을 것이다. 드러내놓고 "그렇다"며 시인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정준길 공보위원 '폄하' 발언은 본 뜻을 잘 알아들을 필요가 있다. 정준길 씨는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 정준길 전 공보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이쯤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안철수 원장의 출마를 막으려한 일련의 작업들은 결코 정준길 전 공보위원 혼자 해 냈을 리 없다. 새누리당이 되었건 어느 정보기관이 되었건 아니면 그들이 함께 모였건, '뒷조사하고 논의하고 분석하고 조정하는' 거대한 콘트롤 타워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본인 아니면 알 수 없는 개인정보들이 줄줄이 새어나와 유통되고 있는 것도 배후의 '힘 있는' 기관들의 역할 때문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우리가 조사해서 다 알고 있다"거나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거나 하는 소리들, 다 그래서 나오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다. 사실은 이런 게 다 범죄 행위이고 바로 국민이 피해자가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금태섭 변호사가 '협박폭로' 기자회견을 하던 6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에게 한 통의문자메시지가 날아든다. '안철수 관련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하고, 사실 관계가 이슈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진실 확인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러쿵저러쿵 사실 관계를 왈가왈부함으로써 우선 안철수 원장에게 상처를 입히는 쪽으로 사태가 발전돼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자기들이 여기저기 그토록 들쑤셔도 사실관계가 나오지 않자, 확인되지는 않지만 우선은 귀에 솔깃한 루머들을 마구 퍼뜨려 안 원장에게 흠집을 내놓고, 출마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영문 모르고 있는 국민들이 잘못 판단하도록 속이자는 이야기다. 때문에 '협박·종용'과 관련된 음모규명이 시급하다. 중요하다.

부정한 음모에 속아 넘어가고, 그렇게 잘못 판단해서 잘못 선택하고, 나라의 운명이 그래서 잘못 결정되기도 했다. 그렇게 나라와 국민이 거대한 피해를 본 적도 있다. 그저 그게 최고의 가치인줄 알았던 '돼지의 행복'조차 마음껏 누리지 못하면서 우리가 겪어야 했던 참혹한 세월을 잊을 수는 없다. 사정없이 '속여먹기' 당하던 시절이었다. 특히 유신 때 그랬다.

유신 자체에 대한 문제 지적은 이제 막 본격화 된 느낌이지만, 부정투성이였던 유신헌법 투개표 과정은 지금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채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듯하다. 워낙 규모가 큰 거대한 '속여먹기' 판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필자 같은 사람에게도 '그 때'와 관련된 제보가 꼬리를 물고 있다.

계엄령을 선포하며 겉으로는 유신헌법에 대한 찬반토론을 금지하면서도 박정희 정권은 뒤로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를 저질러댔다.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들을 동원해 각 마을별로 이른바 '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였다. 표면적으로는 투표독려였으나 내용인 즉슨 대대적인 '찬성 독려활동'이었다. 속여먹기 활동이었다. 국력을 극대화해야 북한의 위협을 막아 통일을 앞당길 수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게 박정희 대통령을 밀어줘야 한다는 설득 작업이었다.

반상회 하듯 사랑방 좌담을 마친 결과는 교감에게 보고해야했다. 투표하는 날, 정당 참관인을 배제한 투표소에서는 대리투표가 스스럼없이 이뤄졌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군대에서처럼 공개투표까지 자행됐으나, 투개표 과정에서 공정성이나 투명성을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날 밤 개표 업무에 차출된 교사들은 투표함을 열면서 접히지도 않은 채 사전에 무더기로 집어넣은 투표용지 뭉치를 무수히 보았다고 했다.

찬성이건 반대건 100장 묶음 위에 찬성표 한 장 올려놓고 '찬성 100표 한 묶음'으로 계산하기도 했다. 92.9% 투표율에 91.5% 찬성률 기록은 그렇게 탄생했다. 박근혜 팬 카페인 '근혜동산'에 들어가 보면 그 "유신헌법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900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 적혀있다. 북한침략을 사전 대비해 엄청난 국민의 희생을 막아냈다는 설명이다.

유신이 선포된 1972년 10월17일, 그 25일 전인 9월22일 필리핀에서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박정희 씨와 동갑인 1917년생이다)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정적과 언론인을 구속했다. '공산주의와 이슬람 반군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내걸렸다. 그 때 마르코스가 내 건 슬로건이 '신(新)사회(New Society)건설'이었다. '유신'의 '신'도 새신(新)자다. '마르코스'와 '박정희'의 이 기막히게 절묘한 닮음이여! 당시 우방국들의 민주화를 줄곧 촉구해 오던 미국은 필리핀 사태에 그저 팔짱만 끼고 구경했다. 대통령선거가 목전에 닥쳐있기 때문이었다.

박정희 씨는 필리핀 사태에서 힌트를 얻어 안심하고 유신을 결행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분명한 것은 두 나라 다 백성 속여먹기를 한 것이었다. 국민들은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유신이나 '협박·불출마종용'이나 다 백성 속여먹기를 목표로 하고 벌어진 일들이다.

바야흐로 커다란 속여먹기 판을 만들어 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눈 부릅떠야 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오홍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