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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8일 수요일

[갑의 횡포 을의 눈물]반품 안 받고 이틀 전 제품주문 일방통보… ‘재고 손실’로 우울증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08일자 기사 '[갑의 횡포 을의 눈물]반품 안 받고 이틀 전 제품주문 일방통보… ‘재고 손실’로 우울증'을 퍼왔습니다.

ㆍ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가 말하는 ‘대기업 불공정’ 사례

2003년 7월 충남 천안시 신부동 주택가에 ‘크라운베이커리’ 간판을 달 때만 해도 유제만씨(58)는 꿈에 부풀었다. 20여년 동안 하던 농기계 정비를 그만두고 새로 시작하는 일이었다. 농촌이 고령화돼 농기계 수요까지 줄어 속앓이하던 때와 다를 줄 알았다. 크라운베이커리. 그 이름만으로도 평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다. 

그의 기대는 몇 달 만에 깨졌다. 휴일도 없이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문을 열었지만 장사가 안돼 직원을 둘 형편이 안됐다. 아내와 둘이 가게를 맡았다. 2009년 맞은편에 경쟁업체 제과점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결국 가게를 다른 동네로 옮겼다.

유씨는 점포를 이전하면서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본사에 5500만원을 지불했다. 냉장고와 에어컨 등을 설치하느라 2000만원가량이 또 들었다. 큰돈을 들여 이전했지만 본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유씨의 ‘악몽’이 시작됐다.
본사는 2010년 6월부터 생크림 케이크의 주문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실시간 주문하던 것을 낮 12시까지만 하라고 했다. 이때 주문한 케이크는 다음날 새벽 배송된다. 케이크는 주로 오후 5시부터 밤 10시 사이에 판매되는데, 다음날 저녁에 팔릴 케이크를 예상해 낮 12시 전에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2011년 주문 마감시간이 오후 5시로 늦춰졌지만 가맹점주들은 여전히 예측 주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본사는 지난해 초 반품 제도를 폐지했다. 일요일 배송중지도 일방 통보했다. 지난 6일부터는 빵과 원재료, 제빵 반죽 등 전 제품의 주문을 이틀 전 낮 12시까지 마감하도록 했다. 유씨는 “일요일에 배송을 안 해줘 매장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밖에 없다”며 “고객들이 빵을 집어들다가 유통기한을 보고 벌레를 본 듯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문 판단을 조금만 잘못하면 재고는 쌓이고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그의 아내는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점주협의회는 본사가 가맹사업 철수를 위해 가맹점의 ‘자진 폐업’을 유도한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유씨는 7일 참여연대 등이 국회에서 연 ‘재벌·대기업 불공정 횡포 피해사례 발표회’에 참석해 “사업을 접고 싶어도 본사에서 신규 매장 입점을 허용하지 않아, 신규 점주에게 받아야 할 권리금 등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2013년 5월 6일 월요일

뺨 때리고 협박하고 ‘갑의 횡포’…“못 참겠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5-05일자 기사 '뺨 때리고 협박하고 ‘갑의 횡포’…“못 참겠다”'를 퍼왔습니다.


‘라면 상무’ ‘빵 회장’ 이어 ‘조폭 우유’ 등장
남양유업 영업사원, 대리점주에 욕설 녹음 공개


이른바 ‘갑’의 ‘을’에 대한 횡포를 상징하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갑·을’은 계약 관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린 표현으로, 흔히 사회적 우위에 있는 쪽을 ‘갑’, 열위에 있는 쪽을 ‘을’이라고 일컫는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는 4일 자사 누리집에 ‘공식 사과문’을 통해 “통화 녹취록과 관련해 실망을 안겨드린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3일 유튜브 등에 공개된 남양유업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통화 녹취록에 대한 사과다.

3년전 통화내용을 녹음한 이 녹취록에는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한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함께 물량 떠넘기기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30대로 밝혀진 영업사원은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점주 김아무개(53)씨에게 “물건 못 들어간다는 소리 하지 말고 당신이 책임지라”며 각종 욕설을 퍼부었다. 남양유업 쪽은 해당 영업사원이 이 문제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대리점주들은 자주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2월부터 남양유업 대리점을 하다 적자 누적으로 지난해 11월 폐업한 정승훈(41)씨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억지로 물건을 떠넘기면서 막말을 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녹취록에 나온 대리점주는 그 일이 있고 1년 뒤 대리점을 그만뒀다. 밀어내기와 폭언이 반복되다 보니 공황장애까지 얻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도 보인다. 일부 편의점 점주들은 매장 안에 ‘남양유업의 유제품을 받지 않는다’고 적은 뒤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며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alvi****)는 “남양유업 영업소장 욕설파일 괜히 들어봤다 싶다. 아 화가 나다 못해 눈물 날 거 같음. 불매운동 할 만하네. 파일명 안 보고 들으면 사채업자인 줄 알겠어”라고 적었다.

본사가 대리점보다 우월한 ‘갑’의 지위를 남용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4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김아무개(43)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올해만 편의점 점주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때문에 본사가 기존 편의점 인근에 무작위로 점포를 허가하고, 계약 해지 때 과도한 위약금을 내도록 하는 등 횡포를 부린 탓에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고객’의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는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대한항공 여승무원에게 가한 폭행과 막말에 대한 항공사 내부자료가 유포된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이 벌어져 기업 대표가 나서 사죄했고, 지난달 24일에는 제빵회사 ‘프라임베이커리’의 강수태 회장이 한 호텔 현관에서 주차 시비 끝에 직원을 때린 사실이 알려져 ‘빵 회장’으로 불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과도한 승자독식 문화가 전근대적인 계층의식과 만나 이런 ‘갑’의 횡포 현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돈이나 권력이 있는 ‘갑’들이 ‘내가 어떤 경쟁을 뚫고 이 자리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약자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기고 있다. 합리적이고 수평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최항섭 국민대 교수(사회학)는 “평범한 ‘을’들이 모여 있는 에스엔에스 등에서는 소수 특권계층이라 할 수 있는 ‘갑’의 횡포에 대한 비판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처럼 여론 등의 외부 자극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계층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갑’은 정작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판여론뿐 아니라 사법당국의 일벌백계 등 강제적인 통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환봉 권오성 기자 
bonge@hani.co.kr

■ 남양유업 사원 ‘폭언·욕설 통화’ 음성파일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r3adKxxAu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