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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8일 수요일

[갑의 횡포 을의 눈물]반품 안 받고 이틀 전 제품주문 일방통보… ‘재고 손실’로 우울증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08일자 기사 '[갑의 횡포 을의 눈물]반품 안 받고 이틀 전 제품주문 일방통보… ‘재고 손실’로 우울증'을 퍼왔습니다.

ㆍ크라운베이커리 가맹점주가 말하는 ‘대기업 불공정’ 사례

2003년 7월 충남 천안시 신부동 주택가에 ‘크라운베이커리’ 간판을 달 때만 해도 유제만씨(58)는 꿈에 부풀었다. 20여년 동안 하던 농기계 정비를 그만두고 새로 시작하는 일이었다. 농촌이 고령화돼 농기계 수요까지 줄어 속앓이하던 때와 다를 줄 알았다. 크라운베이커리. 그 이름만으로도 평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다. 

그의 기대는 몇 달 만에 깨졌다. 휴일도 없이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문을 열었지만 장사가 안돼 직원을 둘 형편이 안됐다. 아내와 둘이 가게를 맡았다. 2009년 맞은편에 경쟁업체 제과점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결국 가게를 다른 동네로 옮겼다.

유씨는 점포를 이전하면서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본사에 5500만원을 지불했다. 냉장고와 에어컨 등을 설치하느라 2000만원가량이 또 들었다. 큰돈을 들여 이전했지만 본사가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유씨의 ‘악몽’이 시작됐다.
본사는 2010년 6월부터 생크림 케이크의 주문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실시간 주문하던 것을 낮 12시까지만 하라고 했다. 이때 주문한 케이크는 다음날 새벽 배송된다. 케이크는 주로 오후 5시부터 밤 10시 사이에 판매되는데, 다음날 저녁에 팔릴 케이크를 예상해 낮 12시 전에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2011년 주문 마감시간이 오후 5시로 늦춰졌지만 가맹점주들은 여전히 예측 주문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본사는 지난해 초 반품 제도를 폐지했다. 일요일 배송중지도 일방 통보했다. 지난 6일부터는 빵과 원재료, 제빵 반죽 등 전 제품의 주문을 이틀 전 낮 12시까지 마감하도록 했다. 유씨는 “일요일에 배송을 안 해줘 매장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밖에 없다”며 “고객들이 빵을 집어들다가 유통기한을 보고 벌레를 본 듯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문 판단을 조금만 잘못하면 재고는 쌓이고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그의 아내는 우울증까지 앓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점주협의회는 본사가 가맹사업 철수를 위해 가맹점의 ‘자진 폐업’을 유도한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유씨는 7일 참여연대 등이 국회에서 연 ‘재벌·대기업 불공정 횡포 피해사례 발표회’에 참석해 “사업을 접고 싶어도 본사에서 신규 매장 입점을 허용하지 않아, 신규 점주에게 받아야 할 권리금 등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2013년 2월 8일 금요일

박 정부 공약 ‘국민행복기금’ 기대, 대출 연체율 급등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08일자 기사 '박 정부 공약 ‘국민행복기금’ 기대, 대출 연체율 급등'을 퍼왔습니다.
[이슈 브리핑] 아파트 거래량 사상 최저 수준… 초중고생 105만명 우울증 증세

1. 오늘 오전 10시. 인수위 발표가 예정돼 있네요. 총리 후보자가 발표될까요.

= 총리 후보자와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데 확실치는 않습니다. 문제는 설 연휴에 신문을 안 내는 곳도 많아서, 그러니까 오늘부터 쉬는 신문사들도 많다는 이야기죠. 가뜩이나 석간 신문들은 누가 임명됐다는 정도만 실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오후에 깜짝 발표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제는 내일 발표할 거라고 흘리기만 했죠. 윤창중 대변인, “결정됐다면 왜 굳이 오늘 발표하지 않고 내일 발표하느냐”는 물음에 “10시로 미룬 게 아니고 10시로 예정한 것이다”, 동문서답을 했죠. 기자들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내일 신문 제작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알고 있다”면서 “신문 발행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설 연휴 기자들은 쉬어도 된다는 말”이라고도 했습니다.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 시점도 설 연휴 직전이어서 언론의 사전 검증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2. 총리 후보로 누가 거론되고 있나요.

= 아직은 추측만 무성할 뿐,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오늘 아침 1면에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유력하다고 보도해 눈길을 끕니다. 전남 광양 출신이고.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사람인데. 웬만한 자신감이 없으면 이렇게 1면에 확정적으로 쓰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죠. 동아일보가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는 특종을 많이 하기도 했죠. 최근에는 조선일보가 총리 후보자였다가 사퇴한 낙마한 김용준 인수위 위원장을 감싼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새 정부에서 헤게모니를 차지하려는 신경전으로 보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인 진영 새누리당 의원 등이 거론됩니다.

3. 정부 조직 개편에 2조원이 들 거라는 분석이 있네요.

= 미래창조과학부나 해양수산부 등 부처 신설과 명칭 변경에 따른 비용을 감안하면 조직개편에 따른 비용이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습니다. 이데일리 보도인데요. 인수위 핵심 관계자 이야기입니다. “간판만 바꾸는 데 7000만원 정도 드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데요. 현판 교체, 인터넷 홈페이지 부처 로고 교체, 새 직인 ·깃발 제작 등. 지난 2010년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바꿀 때 4억8000만원이 들었다고 하죠.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왜 이렇게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는 말씀이 있는 것도 잘 안다”면서도 “한 마디 감히 말씀 드리면 정치는 레토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서라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이는 단순히 몇 천만 원, 몇 억 원의 가치보다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했네요.

4. 어제 백화점 폭발 협박 전화가 있었네요. 놀라신 분들 많았겠어요.

= 아마 금방 잡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북 전주에서 “롯데백화점 전주점을 폭파시키겠다”며 거액을 요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방송사에 먼저 전화를 해서 공원묘지로 나와달라고 한 다음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빨간색 승용차를 지켜보라”고 했다고 하죠. 잠시 뒤 승용차가 폭발했습니다. 백화점에 전화를 걸어서 “폭발물을 설치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객들을 대피시키면 즉시 폭파하겠다”고 했는데요. 자살 사이트 운영자라고 밝힌 이 남성은 “5만원권 17억원을 준비하라고 전하라”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백화점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고요. 결국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승용차 폭발 때 가스통을 쓴 걸 보면 폭탄을 제조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5. 아파트 거래량이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요.

=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값은 전월 대비 0.4% 떨어져 21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대 하락폭입니다. 서초구가 –6.8%, 강남 3구의 하락폭이 컸고요.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157건,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면서 감면이 부활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요. SBS에서는 사라진 강남 불패라는 표현을 썼네요.

6. 박근혜 당선인 공약이었죠? 국민행복기금 때문에 빚을 안 갚는 사람들이 많다고요?

©연합뉴스

= “정부에서 빚 갚아주겠다고 하는데 지금 갚을 필요 없잖아요.” 그런 이야기들 많이 한다고 합니다. 2003년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에서 채무 탕감 정책을 내놓은 후 채무자들이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서 카드대금과 카드론 연체율이 오히려 급등한 사태를 말합니다. 대부업체 연체율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상위 10개 대부업체 평균 연체율이 지난해 12월 기준 11.99%,. 정부에서 모럴해저드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7. 자살로 위장해 가족을 살해한 사건, 어제 현장검증이 있었다고요.

= 경찰은 보험금과 유산 등 50억원 규모의 재산을 노리고 가족을 살해했다고 보고 있는데요. 프로파일러의 분석은 다릅니다. 연합뉴스에 실린 프로파일러 박주호씨, “범행 동기의 80%는 심리적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 범인의 경우, 강박적 성향이 강하고 불안과 스트레스 증세를 보인다는 겁니다. 부모와의 갈등, 집안의 채무, 여자친구와의 갈등, 성장과정 중 트라우마 등이었다”면서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불안 증세를 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재산을 노렸다기보단 ’삶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

8. 아이들 마음이 아프다, 정신 건강이 우려된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 초중고교생 5명 중 1명꼴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중·고등학생 648만명 가운데 105만명(16.3%)이 우울증 징후에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관심군이고, 그중 22만명(4.5%)은 바로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주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조사에서는 결손가정 아이들이 대거 빠졌는데, 이번에는 거의 전수조사. 빙산의 하단처럼 그동안 물에 잠겨 보이지 않던 부분이 겉으로 드러났다는 이야기입니다.

9.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상부에서 덮었다는 뉴스가 있네요.

=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엄청난 사건이란 이야기도 나오는데 언론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의심스런 정황이 있는 아이디 30여개를 확인해 경찰에 넘겼는데 경찰 상부에서 묵살했다고 합니다. 뒤늦게 “민주통합당 고발장에 적시된 국정원 직원의 혐의가 인정돼야 추가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하는데요. 언론 보도 이후에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워터게이트 사건과 비슷하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원칙적으로 믿고 싶지만, 정치적 힘에 기대지 않으면 그 자리에 오르기 힘든 현실에 길들여진 두 기관의 고위 간부들이 강한 사명감과 의식만 갖고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요?

= 며칠 전 장애인 재활 시설인 오순절 평화의 마을, 교사들의 증언대회가 있었습니다. “재활원 생활은 한 마디로 사육이었다”, 그런 충격적인 폭로가 쏟아졌는데요.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는 한 원생이 대변을 많이 본다는 이유로 식사량을 줄이기도 하고. 물을 못마시게도 하고. 저녁 7시면 불을 끄고 잠을 자게 했다고 하고요. 남성 교사가 고등학생 나이의 여성 장애인을 목욕시키기도 했다고 하죠. 한 교사는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훈육 방법들이 일상화되니까 죄책감도 사라지고 버릇처럼 이용자들을 혼내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낮에 일하는 교사들은 4~5명인데, 돌보는 이용자들이 23명이나 되다 보니 통제가 어려워서 이용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쉬운 훈육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10-1. 영화 도가니 이후 장애인 인권문제에 관심이 늘어나긴 했는데. 해결이 안 되는 모양이에요.

=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이라는 단체가 있는데요. 활동가 여준민씨, “도가니가 준 영향이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극악한 사건에만 집중된 나머지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면 인권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 경향을 양산했다”고 말합니다. “일상생활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무시와 학대 또한 심각한 인권문제”라는 겁니다.

10-2. 근본적인 해법이 없을까요.

= 가족들이 돌보기 어려운 장애인들이 이런 곳으로 오는데 무조건 시설에 집어넣기 보다는 사회에 나와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탈시설 운동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인권 침해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래서 좋은 시설을 만드는 걸로는 부족하고 시설이 아닌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어디 있어? 그런 말이 나오지 못하도록 말이죠.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취급하지 말고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2년 12월 6일 목요일

구사대 동원 트라우마, 유성기업 노동자 자살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5일자 기사 '구사대 동원 트라우마, 유성기업 노동자 자살'을 퍼왔습니다.
직장 폐쇄 이후 노동자 70% 우울증…"제2의 자살 나올 수도"

반(半)강제노역과 구사대 동원으로 우울증에 시달려왔던 유성기업 아산공장 노동자가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성기업 아산공장의 유 모(50) 씨는 이날 오후 2시40분께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씨는 직장폐쇄로 공장에 고립된 상태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구사대로 동원돼 동료를 진압하다가 우울증을 겪어 지난 8월 산재 승인을 받은 바 있다. (☞ 관련 기사 : 구사대 동원된 노동자 우울증 산재 인정) 

지난 30여 년간 유성기업에서 일해 온 유 씨는 지난해 5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탈퇴하는 조건으로 직장폐쇄 11일 만에 공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한 뒤 사측은 공장 밖의 금속노조 조합원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공장 현관문을 걸어 잠갔다. 유 씨는 공장 바닥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자는 반(半) 감금상태에서 51일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유성기업은 또한 작업 중에 유 씨에게 쇠파이프와 삼각대를 나눠주며 금속노조 조합원과 대치하는 '구사대' 활동을 강요했다. 유 씨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이라 마스크나 수건으로 얼굴을 가려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며 "공장 복귀에 대한 후회와 자괴감, 나를 구사대로 동원한 회사에 대한 배신감에 시달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복귀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온 그는 회사와 자택에서 총 5차례 자살을 시도한 바 있으며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딸 두 명, 아들 한 명이 있다.

공격적인 직장폐쇄 이후 유성기업에서 우울증을 앓는 노동자는 유 씨뿐만이 아니다.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는 "지난 8월 심리치료를 한 결과 지회 조합원 150여 명 중에 70%가 매우 심각하게 우울하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원 중에 잠을 설치거나 용역 깡패들이 폭행하는 꿈을 꾸거나, 잠꼬대에서도 욕설을 한다는 가족들의 증언이 있다"며 "제 2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5일 논평을 통해 "유 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강제노동과 다름없는 노역을 시키며 동료에게 폭력을 행사하라고 강요했던 유성기업"이라며 "5년 집권 내내 노조에 대한 병적 적대감을 드러내며 노조파괴를 선동했던 정부 책임자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지난 10월 21일부터 △노조 파괴 사측 책임자 처벌 및 교섭 성사 △해고자 복직 △제2노조 해산 등을 내걸고 유성기업 정문 앞 굴다리에서 무기한 고공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김윤나영 기자

2012년 6월 16일 토요일

노조 파업 때문에 정아율 자살? 출연료 지급 늦지 않았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15일자 기사 '노조 파업 때문에 정아율 자살? 출연료 지급 늦지 않았다?'를 퍼왔습니다.
"통상 15~10일, 제작 관행 문제지만 파업 엮는 건 억지"

KBS 드라마 (사랑아 사랑아)에 출연 중인 신인탤런트 정아율씨가 돌연 숨진(자살로 추정) 것과 관련해 ‘KBS 새노조의 파업 여파로 출연계약과 출연료 지급이 늦어져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이른바 파업책임론이 제기돼 제작진이 반발하고 있다.
제작진은 출연자의 첫 방송 이후 한 달에서 한 달 반 이후 지급되는 출연료 지급 관례에 비춰 많이 늦어진 것이 아니라며 이를 파업과 엮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아율 자살의 파업 책임론을 가장 먼저 거론한 스포츠조선은 고 정씨의 빈소를 방문해 정씨의 측근과 소속사 관계자에게서 들은 말을 토대로 지난 14일 출고한 기사에서 유족들이 우울증으로 접근하는 경찰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정씨의 경제적 어려움”을 강조했다.
스포츠조선은 “빈소에서 만난 고인의 측근들은 ‘정아율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고 말했다”며 “고 정아율은 최근까지 KBS2 아침드라마 ‘사랑아 사랑아’에 황선희의 친구 역으로 출연했고, 그에 앞서 2편의 CF를 찍었다. 하지만 KBS 새노조 파업의 여파로 출연계약이 미뤄져 드라마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았고, CF의 경우도 방송 2~3개월 후에 출연료가 지급되는 업계 관행상 아직 출연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여러 스포츠신문 뿐 아니라 일부 일간지에서도 보도됐다. 경향신문은 15일자 (촉망 받던 신인 여배우 자살로 내몬 ‘연예계 관행’)에서 광고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내용과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었지만 방송사 파업 여파로 계약서조차 쓰지 못했다”고 전했다.

KBS 드라마 <사랑아 사랑아>에 출연했던 고 정아율씨

이밖에도 “‘사랑아 사랑아’말고는 다른 활동이 없었던 정아율은 최근 KBS 새 노조의 파업으로 출연 계약이 계속 미뤄지면서 출연표를 제때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헤럴드생생뉴스·동아닷컴 등)의 보도가 잇달았다.
이를 두고 스타급 연예인을 제외한 연기자에 대한 출연료 지연 지급관행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안인희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국장은 15일 “방송사와 연기자노조의 단협 상에는 ‘방송된지 10일 이내에 지급되도록 돼있지만, 지연 지급되는 경우가 있다”며 “정아율씨가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 나서지는 못하지만 출연료 지연지급 문제와 관련해 조만간 입장을 내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양재원 민원실장은 “단협에는 방송뒤 1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돼있지만, 통상 자체 제작일 경우 조금 지연되더라도 방송시작 15~20일이면 지급하고 있고, 외주제작일 경우 한 달에서 두 달 말까지 지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출연료 지연 지급 자체가 갖는 본질적인 문제점과 달리 95일간 이어져온 KBS의 새노조 파업이 자살로 이르게 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재원 연기자 노조 민원실장은 “출연료 지급시기가 늦어지는 것이 문제가 있지만 KBS 새노조의 파업 때문에 자살했다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제작진을 비롯해 드라마 PD들도 정씨 자살을 새노조 파업 여파로 연결짓는 것은 억지라는 입장이다.

KBS 드라마 <사랑아 사랑아>

KBS 드라마 (사랑아 사랑아)의 책임자인 김성근 CP(책임프로듀서)는 “통상 출연자와 계약을 체결하면 방송에 나간 시점부터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만에 출연료를 지급한다”며 “정씨의 경우 첫방이 아닌 일주일 정도 지난 뒤부터 출연하기 시작해서 최근까지 모두 15차례 방송에 나온 상태여서 지급이 많이 늦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CP는 “출연료 계약이 이뤄졌다 해도 이번주나 다음주가 돼서야 출연료가 지급된다”며 “현재 다른 출연자의 (출연료 지급에 대한) 서류작업중이며, 계약이 안된 연기자와는 다음 주 쯤에 완료되거나 한 주 정도 늦어질 수 있다. 출연료가 지급된 이들은 대부분 단역들”이라고 설명했다.
파업 여파로 출연료지급이 늦어졌다는 주장에 대해 김 CP는 “파업 때문에 늦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가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정씨 뿐 아니라 유족에게도 가슴이 아프다. 조만간 정씨의 출연료는 절차대로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KBS 새노조 드라마 중앙위원인 김정민 PD는 “정씨 자살 문제를 파업에 연결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정규 KBS 드라마 PD도 “파업 때문에 생활고 시달릴 정도로 출연료가 늦어져 자살했다는 것은 너무나 말이 안되는 억지같다”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6월 5일 화요일

‘썼다 찢은 유서’ 로 대구 자살 고교생 심리분석해보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4일자 기사 '‘썼다 찢은 유서’ 로 대구 자살 고교생 심리분석해보니…'를 퍼왔습니다.

지난 2일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고등학생 김아무개(16)군의 빈소가 차려진 대구 ㄱ병원 장례식장에서 4일 오후 조문객들이 문상하는 동안 김군의 아버지(맨 오른쪽)가 눈물을 닦고 있다. 대구/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넉달전 유서에 “이제 절 잊고”…그건 ‘도와달라’ 외침이었다

극단적 우울증 가능성
 가족·친구에 ‘미안하고 고맙다
’자살 직전 상태인 자책 드러내
학교 심리상담으론 발견 한계


비극 막을 방법은 없나
 ‘내 애는 괜찮겠지’ 생각은 금물
죽음 암시땐 심리치료 도움을


지난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ㅅ고 김아무개(16)군은 적어도 지난 2월부터 강도 높은 자살 충동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김군은 3쪽에 걸친 유서 형식의 메모를 쓴 적이 있다. 김군의 아버지(45)로부터 이 메모를 건네받아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맡겼더니 “우울증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높고 강도 높은 자살 징후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당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김군이 자필로 쓴 메모에는 마침표가 없다. 문장은 정렬되지 않고 혼란스러우며, 글자는 흐릿하다. 글의 내용도 논리성이 떨어진다.
유서를 살펴본 최승원 대전대 교수(임상심리학)는 “자살 직전까지 몰린 사람들은 합리적 의사판단이 어려워져 논리적인 글을 쓰기가 힘들어진다”고 분석했다. 강원대 의대 황준원 교수(소아청소년정신과)는 “심리적으로 불안·초조감이 심하면 글의 내용이 혼란스러워지고 글씨를 평소와 다르게 휘갈겨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유서를 쓰던 지난 2월 이미 ‘자살 직전’ 상태였다는 것이다.
죽음을 결심한 김군은 유서에서 거듭 “미안하고 고맙다”고 썼다. “엄마, 정말 죄송해요. 그래도 저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빠 사랑해요. 성질내서 죄송해요.” “○○(동생)아, 정말 미안해. 언제나 고마웠어.” “○○(친구),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언제나 신경써줘서.”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0대 중반의 김군이 극심한 ‘자기 책망’ 상태였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최승원 교수는 “자살 직전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타인을 원망하기보다는 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군의 고통을 주변에선 알아차리지 못했다. 김군은 이 유서를 썼다가 찢어 버렸다. 나중에 부모가 알게 돼 무슨 일인지 물었으나 “아무 일 없다”고만 답했다고 김군의 아버지는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김군의 상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자살을 결심한 아이들은 이미 부모나 교사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상태이므로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며 “유서를 쓰기 훨씬 이전부터 자살 결심을 했을 것”이라고 최승원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도 김군의 고통을 눈치채지 못했다. ㅅ고 관계자는 “올해 초, 학교에서 실시한 심리상담에서도 김군의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선 학교의 심리상담은 ‘가벼운 문제’만 감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울증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람은 적극적으로 외부에 도움을 구하게 되므로 일선 학교의 심리상담에서 발견될 수 있지만, 김군처럼 중증의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엔 설문조사 수준의 심리상담에서 자기를 속이는 응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중고생 자살을 막겠다는 취지로 실시되는 학생 심리상담의 한계이기도 한데, 유일한 방법은 증세가 가벼울 때 일찍 발견하는 것뿐이다.
여기에 전통적 가치관이 강한 대구의 지역적 특성도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승원 교수는 “대구처럼 권위적 문화가 강해 (부모간 또는 사제간) 상하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내 아이에게 심리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죽음의 릴레이’를 막는 근본적 해결 방법도 여기에 있다. 최 교수는 “아이들로부터 부정적 소식을 듣는 것을 부모가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고, 황 교수는 “죽음과 관련된 글 또는 그림을 낙서나 메모 형태로 남기거나 혼잣말로 하면, 위급 상황으로 판단하고 빨리 정신보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말했다.
“이제 절 기억에서 잊고 편하게 사세요”라고 김군은 유서 마지막 대목에 적었다. 김군의 이 글은 자신에게 신경을 써달라고 외치는 강렬한 요구이기도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2012년 2월 14일 화요일

[사설] “함께 살자”는 쌍용차 해고자의 1000일째 호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3일자 사설 '[사설] “함께 살자”는 쌍용차 해고자의 1000일째 호소'를 퍼왔습니다.
2009년 5월22일 시작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싸움이 내일로 1000일을 맞는다. 그사이 계절은 10번도 넘게 바뀌었지만, 해고노동자 2646명과 그 가족들에겐 1000일 모두가 꽁꽁 언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나날이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입에 올리는 것은 위선이나 다를 바 없다.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은 3년 가까운 세월을 벼랑 끝에 매달려 살아왔다. 쌍용차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극심한 생계 압박에 시달렸고, 77일에 걸친 장기파업과 정리해고의 후유증으로 몸과 마음은 더없이 피폐해졌다. 지난해 4월 녹색병원 등이 실시한 쌍용차 구조조정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을 보인 사람이 80%에 이르렀다. 파업이 끝난 2009년 8월에 71%였으니, 지금은 우울증을 앓는 해고자가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20명의 해고자와 가족이 자살 등의 극단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떠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 “함께 살자”는 것이다. 2009년 8월 노사 대타협을 통해 1년 뒤 복직을 약속받은 무급휴직자 457명은 하루빨리 공장으로 복귀시키고, 나머지 희망퇴직·정리해고자 2100여명도 작업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한다. 이들에게 쌍용차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소중한 기반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다. 해고자들은 2009년 3만4000대까지 추락했던 자동차 판매 대수가 2010년 8만대, 2011년 11만3000대로 올라서며 경영위기 이전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데도 회사 쪽은 해고자 복귀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의 기대만큼 경영 상황이 좋아지면 2014년께나 검토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사이 얼마나 많은 해고자들이 벼랑 아래로 추락할지 모른다.
쌍용차는 노동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복직 및 재고용 일정표를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옳다. 정부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복직과 재고용에 필요한 사안을 논의하고, 쌍용차와 노동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여야 정당도 4월 총선을 겨냥한 장밋빛 노동 공약만 남발할 게 아니라 쌍용차 문제 해결에 당장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절박한 현실에 눈을 감고 환상만 심어주려 해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2012년 2월 9일 목요일

'학교 폭력' 진짜 원인은 '일진'도 '게임'도 아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9일자 기사 ''학교 폭력' 진짜 원인은 '일진'도 '게임'도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공작의 꼬리 경쟁] '교육 폭력'과 '학교 폭력'

요즈음 학교 폭력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었다. 그에 따라 정부의 대책들이 있어 왔지만 학교 폭력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고, 더 잔인해졌다.

학교 폭력이 몇 십 년 꾸준히 악화되는 동안, 우리 사회의 대응은 반창고 붙이는 식의 간헐적인 예방 대책이나 사후 처벌 대책 등이 고작이었다. 손 놓고 있다가 사회적으로 물의가 되는 엽기적 사건이 터져 이슈가 되어야 뭔가 하는 걸 보여줘야 하는 압박에서 임기응변으로 나오는 대책들은 대부분 실제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며칠 전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 대책이 발표되었는데 이슈될 때마다 비슷한 대책들을 발표하는데 급급하기보다, 이제 그러한 많은 대책들이 왜 실패했는지를 한 번 생각해 볼 때도 되지 않았을까? 신문이나 방송에 크게 뭔가 한다는 것을 공표하기보다는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을 알아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정책으로 반영하여 꾸준히 개선해가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 글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폭력, 특히 학생들에게 가하는 교육 폭력이 학교 폭력의 원인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려 한다. 입시 경쟁이라는 교육 폭력의 결과로 학생들이 고통 받으면서 그들의 심성이 피폐해 졌다. 학교 폭력, 우울증과 자살 등은 학생들의 겪고 있는 고통을 보여준다.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고 그리고 그들의 피폐한 심성을 치유하지 못하면, 학교 폭력 문제나 우울증과 자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 폭력을 고치지 않고는 어떠한 예방과 처벌 대책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한국의 교육 폭력

현재 학생들은 사회로부터 경쟁 교육이라는 집단적이고 체계적인 아동 학대를 당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학생들이 입시 경쟁 체제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당하는 고통은 수 없이 많이 있다. 한 가지 예로 입시 경쟁으로 아이들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데, 잠을 안 재우기 것은 일종의 고문이다. 그것도 1년 이상 몇 년이나 지속되는 혹독한 고문이다.

교육이 아이들에게 가하는 이러한 폭력은 학생들끼리의 학교 폭력보다 더 심각한 폭력이다. 왜냐하면 이 폭력은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며,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차원의 폭력 아래서는 이를 피할 수 없을뿐더러 학부모나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자녀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학생들은 등수로 서열이 매겨지고 그에 따라 비교 평가를 받는다. 학생들 자신이 등수로 평가 받듯이 그들 역시 친구와 인간의 가치를 서열로 판단한다. 그래서 급우들이 계급으로 나누게 된다. 학생들은 잘난 아이와 못난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잘 사는 아이와 가난한 아이, 힘이 센 아이와 약한 아이로 나누고 차별 대우를 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급우를 나름대로 평가 기준에 따라 구분하고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은 학생들 자신이 학교와 가정에서 등수에 따라 차별 대우를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가장 중요한 학교 폭력의 예방책은 우정으로 형성된 급우 관계일 것이다. 그러나 등수 경쟁 상황에서는 친구가 경쟁의 대상이 되고 이겨야 하는 라이벌이 된다. 급우를 배려하기보다는 1등 하는데 방해되는 라이벌로 여기는 풍토에서는 친구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와 달리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업 평가를 등수로 표시되지 않는다. 등수로 누가 몇 등 했는지 그 서열 자체가 없고 등수로 서로 비교하는 경우 역시 없다. 그래서 수석 또는 꼴찌라는 말 자체가 없다.

입시 경쟁의 압박 강도는 살인적이다. 학생들은 아침 일찍부터 학교 수업으로 시작해서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그렇게 장기간 강도 높은 노동(?)을 시키려면 그에 따른 강도 높은 압박이 필요하다. 강한 압박을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밀착 통제, 잔소리, 심하면 구타로 연결되는 권위를 바탕으로 한 통제가 필요하다.

패자나 바닥에 떨어지는 사람이 버림받는 존재가 되는 곳이 한국 사회이다. 그래서 패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모두가 경쟁에 매진하게 된다. 극단의 경쟁은 극단의 불안감에서 나온다. 학부모들은 자식이 패자가 될지 모른다는 극단의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입시 경쟁 아래 자녀들이 당하는 고통을 알아도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좋은 대학 입학을 위해 자녀를 경쟁에 밀어붙여야 한다. 자녀가 커서 사회에서 패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사회이기 때문에. 강도 높은 경쟁의 달성으로 패자를 천대하여 비참하게 만드는 비정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모두 패자가 될까 두려워하게 되며 경쟁에 전력투구하게 된다.

학부모들이 갖는 자녀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라고 하며 좋은 대학의 입학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게 만든다. '기러기 아빠' 현상이 보여주듯이 자녀의 교육을 위해 가정의 기본 단위가 쪼개져 이산가족이라는 전시나 기근과 같은 극한 상황 외에는 보기 힘든 병적인 사회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교육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유일한 방법은 입시 경쟁, 즉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교육을 포기하는 것은 보통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패자가 멸시받는 혹독한 경쟁 사회에서 주류 교육을 포기한다는 것은 자녀를 패자로 만드는 것과 같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포기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을 가거나 자녀를 유학을 보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극소수 계층에 해당 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선택이다.

입시 경쟁은 아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교육은 무시하고 등수에 의해 평가되는 강압적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이 인간 성장의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에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한다. 그 피폐한 마음에서 당연히 예상되는 것들 중의 하나가 학교 폭력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경쟁 교육은 어린 학생들에게 사회가 가하는 폭력이다. 결국 경쟁 교육이 학교 폭력 등 학생들의 여러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학생들이 죽어 가는데 아직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압적 경쟁 교육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쟁 교육은 학생들에게 가하는 폭력이고 이 폭력 아래서 학생들이 피폐한 심성의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권위에 근거한 강압적 경쟁 교육은 독립적 사고, 또는 창의력보다는 권위에 따르는 복종적 사고를 강요한다. 경쟁 교육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경쟁력은 열심히 일하는 복종적 직장인의 양성을 통한 이윤의 경쟁력을 말할지는 몰라도, 안정된 심성에 기반을 둔 독립적 사고를 하는 창조적 인간을 양성하는 경쟁력을 말하는 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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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사회의 폭력

한국의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이 있었지만, 경제 성장 우선과 경쟁 논리의 급격한 확대로 사회 전반에 걸쳐 국가 차원의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로 전환되었다. 학생들은 그 사회의 가치를 배우고 반영하는 거울이다. 학교 폭력 역시 사회의 폭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학교 폭력이 왜 증가하고 잔인해지고 있는지 원인을 살피면, 학생들에게 자살이나 정신병의 급격히 증가한 원인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겪는 고통을 보면 사회 전반에 퍼진 많은 고통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보일 것이다. 근원적 치료를 위해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고통들이 왜 그렇게 급격하게 증가했는지, 게다가 그 고통들은 연결되어 있으며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무한 경쟁이라는 경쟁병에 걸려 있다. 이 병은 근래에 우리 사회에 경제 성장이 우선되고, 차등화 강화와 국제 경쟁력이 강조되면서 무한 경쟁이라고 하는 경쟁 위주의 사회로 돌입하면서 발생했다. 현재 경쟁이 그 도를 넘어서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고, 사회적으로 막대한 낭비를 초래하며, 경제성장 동력마저도 저하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권력이 남용되면 그것이 폭력이다. 경쟁 위주의 권위 사회에서는 그 권위 또는 권력이 약자를 배려하는 데 사용되지 않고 개인의 이기적 이해를 위해 남용된다. 재벌의 횡포와 같은 돈의 권력 남용, 부정부패라는 정치권력의 남용, 사법부의 권력 남용, 언론 권력의 남용과 같이 권력이 약자 위에 군림하는 폭력으로 나타난다.

큰 권력을 지닌 사람이나 단체만이 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위에 약자를 괴롭히는 무수한 조그만 권력들도 남용되고 있으며, 폭력으로 변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벌어지는 약자를 멸시하는 풍조나 권력의 남용은 학생들이 보고 배운다. 그들은 나름대로 일진회와 같은 권력을 형성하고 약자 위에 군림한다.

경쟁이 심해지면 주위 사람이 친구가 아닌 라이벌, 이겨야 하는 적이 되고 만다. 적대적 관계 속에서 상대를 해치더라도 내 이익만 차리려고 한다. 적대적 관계 속에서 상대가 못 되어야 내가 잘된다는 인식이 형성된다. 그래서 상대를 배려하고 함께 기쁨과 고통을 나누기보다는 시기와 질투를 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묻지 마 살인'과 같이 남이 잘되는 것을 못보고 고통을 받게 함으로써 만족을 얻는 심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적대적 관계에서는 학교 폭력에서 보듯이 친구가 적이 되고 친구의 고통조차 느끼는 못한다.

경쟁이 심해지면 사람들이 더욱 이기적이 되고, 이기심의 강조는 또 경쟁을 조장한다. 이기적인 기업주는 돈을 많이 벌어도 직원을 더 혹사시킨다. 이기적 상관은 부하를 희생시켜서라도 업무 실적만을 생각한다. 이기적 교장은 선생과 아이들을 희생해서라도 학교의 명성을 높이려 한다. 이기적 재벌 기업들이 구멍가게들을 없애고 서민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유통구조를 장악하려 한다. 이기적 급우는 우정이나 배려보다는 친구를 돈을 갈취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경쟁이 심해지면 남을 믿지 않는 사회가 되고 구성원 사이의 유대가 약화된다. 사람들은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 아래 주위 사람들은 승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인간의 관계가 우정이나 신뢰와 같은 가치가 아닌 서로의 이용 가치에 기초한 사회에서는 서로가 이용하려고만 하고 서로를 믿지 않게 된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기쁨과 아픔을 공유하는 우정에 바탕을 둔 관계는 약화되고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불신의 관계가 강화된다. 급우를 우정으로 대하는 관계라면 현재 목격되는 잔인할 정도의 학교 폭력들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경쟁의 강화는 그 도를 넘어서 '경쟁병'이 되었고 사회 곳곳에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의 우울증 증가하고(2000~2007년 정신병 증가는 남자 100퍼센트, 여자는 200퍼센트)라든가, 여성들의 출산을 거부하고(한 여성 당 평균 출산율이 1.2), 어린 학생이 밤 10시 이후까지 학원에서 혹사당하고, 직장인들이세계에서 가장 일 많이 하고(한국의 직장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연간 약 60일 또는 490시간을 더 일한다), 자살률은 세계 2위(1989~2009년 사이 자살률 500퍼센트 증가)가 되는 것과 같이 '경쟁병'의 증상이 만연했다.

이러한 증상들은 무한 경쟁이라는 가치에 기초한 우리 사회가 그 구성원들에게 가하는 폭력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교육 폭력 역시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이러한 폭력의 한 부분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그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 자신들 역시 그 폭력을 배우고 동시에 급우에게 고통을 주는 폭력을 행사한다.

학교 폭력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 폭력 특히 입시 경쟁이라는 교육 폭력의 포기라는 큰방향 전환이 요구 된다. 교육의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경쟁 교육이 이대로 가면 미래 세대는 희망이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필요로 한다. 과거 1997년 외환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이 한국 사회가 보여준 저력이 있다. 그들은 공동체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기꺼이 단결하고 협동했다. 이러한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 구성원들이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을 인식하고 위기 위식을 갖게 된다면 경쟁 교육을 바꾸는 방향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서상철 캐나다 윈저 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