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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시민단체들, 홍석조 CU회장 '사문서 위조'로 고발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28일자 기사 '시민단체들, 홍석조 CU회장 '사문서 위조'로 고발'을 퍼왔습니다.
"사망진단서 위조해 자살을 지병 사망으로 위조"

시민단체들이 최근 3명의 편의점주가 잇따라 자살한 CU편의점 본사인 BGF리테일의 홍석조 회장(60) 등 관계자 4명을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편의점가맹점협의회, 전국‘을’살리기비대협 등 시민단체들은 27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GF리테일의 홍 회장, 백정기 사장, 사망진단서를 위조한 CU 직원, 사망진단서를 언론에 배포한 홍보 담당자 등 4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김씨의 사망진단서 원본에는 직접사인이 ‘급성심근경색’으로, 그 밖의 신체상황 부문에는 ‘항히스타민제 중독’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CU 측이 언론에 배포한 김씨의 사망진단서에는 ‘항히스타민제 중독’이라는 글자가 지워져 있다. CU 직원 앞에서 분노해 수면제 40알을 먹고 다음날 세상을 뜬 김씨의 사인을 자살이 아니라 김씨가 평소 앓고 있던 급성심근경색으로 보이도록 조작했다는 것. 

시민단체들은 특히 "유족의 동의도 없이,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그것도 조작한 것을 배포하면서도 보도자료를 보낸 메일을 통해 '기사 정정을 정중히 요청드리는 바이며, 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폐사에서는 법적 조치 등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함을 말씀드립니다'라고 언론사들을 협박하기도 했다"며 "CU본사는 점주의 죽음 앞에 자본을 이용해 어떻게든 언론보도를 막아보려는 행태만 보이고 있다. 그동안의 불공정행위와 횡포에 대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이 무슨 파렴치한 행위인가"라고 질타했다.

홍석조 회장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동생으로, 지난 2005년 일명 ‘안기부 X파일’ 사건에 연루돼 불명예스럽게 검찰을 떠나야 했던 검사 출신이다.

CU는 지난 3월에 두명의 편의점주, 5월에 또한명의 편의점주가 자살해 '편의점주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최병성 기자

"노예 계약 CU, 자살 편의점주 사망진단서까지 위조"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7일자 기사 '"노예 계약 CU, 자살 편의점주 사망진단서까지 위조"'를 퍼왔습니다.
2달 사이 점주 4명 자살…편의점주 아내 "남편 죽인 건 노예 계약"

"하루만 쉬게 해달라"

지난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기도 용인시의 CU편의점주 김 모(53) 씨가 죽기 직전 본사 직원에게 한 마지막 요청이다. "적자 상태의 점포를 하루라도 빨리 폐점하게 해달라", "건강이 좋지 않으니 하루만 영업을 쉬게 해달라"는 김 씨의 요청에 CU는 거액의 폐업 위약금을 요구했다. 궁지에 몰린 김 씨는 세 자녀와 아내를 뒤로하고 수면유도제 40알을 본사 직원 앞에서 삼켰다.

장례는 끝났지만, 아내는 아직 검은색 옷을 벗지 않았다. 27일 막 남편을 잃은 세 자녀의 엄마가 난생처음 기자들 앞에 섰다. "애기 아빠를 죽인 것은 CU의 노예 계약"이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녀가 마이크를 입 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기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아내는 잠시 눈을 꼭 감았다 떴다.

"글쎄요. 제가 경황은 없지만 여기까지 온 건…. 장례를 치르며 가만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 애기 아빠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편의점을 운영하던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애기 아빠가 겪었던 많은 힘든 일들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이런 일이 두 번, 세 번, 네 번,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왔습니다"

잠시 숨을 몰아쉰 아내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고인이 되신 애 아빠가 그런 말을 많이 했어요. '나도 내 돈을 투자한 사업주인데. 하지만 이 점주라는 직책은 CU 본사 직원도 아니고 내 개인 사업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내가 내 점포를 가지고 내 의사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네들이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한다'고요. 이런 노예 계약.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7일 계속되는 편의점주 자살과 관련해, 가장 최근 자살한 용인 편의점주 유가족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홍석조 BGF(상호 CU)회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유족 얼굴은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2개월 사이 4명 편의점주 벼랑 끝으로 내몬 '노예 계약'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만 해도, 최근 두 달 사이 편의점주 네 명이 자살했다. 지난 3월 13일에는 부산 수영구 CU 편의점주 윤호준(가명·43) 씨가 광안대교에서 투신했다. 사흘 후인 3월 16일에는 경남 거제시 CU 편의점주 임영민(가명·32) 씨가 자신의 편의점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3월 18일엔 용인시 기흥구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주 김 모(43) 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16일, 용인시 기흥구에서 또 한 명의 CU 편의점주 김 씨가 세상을 등졌다. 지난해 7월 점포를 열고 10개월 만이다. 사망한 넷 중 세 명이 CU 편의점주였다.

전국편의점가맹점 사업자단체협의회(이하 전편협), 참여연대, 경제민주화국민본부 등은 이 같은 연쇄적인 자살을 만든 것은 편의점 업계에 만연한 '노예 계약'이라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 설명에 따르면, 피해 편의점주들은 '최저수익 몇백만 원 보장'이란 광고를 믿고 편의점을 창업한다. 그러나 본사의 무분별한 신규출자와 가맹점 간 경쟁으로 이내 매출은 하락한다. 그렇다고 본사에 매일 또는 매월 송금하는 로얄티(수수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365일 24시간 영업과 적자 경영을 견디지 못해 폐점하겠다고 하면 본사는 거액의 위약금을 제시한다. 여기서 일정한 위약금 산정 방식은 없다. 김 씨의 경우에는, 본사에서 최초 제시한 금액이 1억 원이었으며 김 씨가 강하게 항의하자 CU는 위약금 액수를 조금씩 낮춰 불렀다고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CU 점주 8000명 가운데 30퍼센트는 잠재적 파산 상태"라고 CU경영주 모임 양진규 회장은 주장했다.  프랜차이즈 전문가인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강자와 약자가 거래할 때 '계약 해지권'은 약자에게 유리하게 구성돼야 한다"며 "그러나 편의점 가맹점과 본사 간의 계약을 보면, 정반대로 본사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인신 구속적 성격까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CU, 사망진단서 위조해 언론에 배포

이런 가운데, 김 씨의 사건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된 것은 CU가 김 씨의 사망 진단서를 위조해 일부 언론에 배포하면서다. 이에 앞서 CU는 김 씨의 유가족에게 사건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확인서 작성을 요구했단 주장도 나온 상태였다.

CU 본사인 BGF리테일은 지난 21일 일부 언론사에 고인이 '지병인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보도자료를 위조된 사망 진단서와 함께 배포했다. 진단서 원본에는 급성 심근경색과 함께 '항히스타민제(중추신경을 억제해 수면을 유도하는 물질) 중독'이 사망원인의 하나로 적혀 있었으나, BGF리테일이 배포한 진단서에는 '항히스타민제 중독' 글귀가 삭제돼 있었다.

이에 대해 BGF 리테일은 "해당 직원 개인의 잘못"이라고 해명했으나, 참여연대 등은 "꼬리 자르기"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와 전국'을'살리기 비상대책협의회 등은 BGF리테일 홍석조 회장과 홍보 책임자들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형법 제231조는 병원에서 발급하는 진단서를 비롯해 사실 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진단서 원본과 CU가 위조 후 언론사에 배포한 진단서. 사망 원인에 '항히스타민제 중독'이 삭제돼 있다. ⓒ참여연대 제공

홍석조 회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구체적인' 재발 방치 대책 요구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아내와 전편협, CU 경영주모임 등은 △홍석조 회장의 진심 어린 사과 △사망진단서 위조 및 무단 배포 경위에 대한 진상 공개 △위약금 제도 폐지등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재발방치 대책 마련 △CU편의점주협의와의 단체 교섭 시행을 촉구했다.

앞서 23일 BGF리테일이 발표한 '상생 방안'에 대해서는 "꼼수"라고 이들은 비판했다. BGF리테일은 140억 원대 규모로 상생 협력펀드를 조성하고, 자율 분쟁해결센터를 설치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회견 참가자들은 "상생 방안이 막연하고 구체적인 실천방법이 빠져 있다"며 "이는 6월 국회에서 논의될 가맹사업법을 개정 저지하기 위해 물타기를 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BGF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진단서 위조 경위를 파악 중이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 관련 기사 : [현장에서 본 '경제민주화'] '벼랑 끝' 중소상인 3인 방담

(1) "하루 18시간 일하고도 빚지는 내가 바로 노예"
(2) "진흙탕인 줄 알면서도 벌어먹고 살려고 했는데…"


/최하얀 기자

2013년 4월 25일 목요일

‘주가조작 의혹’ CNK 전 부회장 자살… 유서 발견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25일자 기사 '‘주가조작 의혹’ CNK 전 부회장 자살… 유서 발견'을 퍼왔습니다.

씨앤케이(CNK) 전 부회장 임모 변호사(54)가 2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 변호사는 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사업과 관련해 외교통상부 명의의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부풀렸다는 ‘CNK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검찰과 경찰은 임 변호사가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주차장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 시신 주변에는 타고 남은 번개탄이 있었다. 또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임 변호사는 CNK에서 부회장과 이사, 감사를 맡았다. 임 변호사는 CNK 부회장으로 근무하던 중 외교부에서 ‘CNK가 카메룬 정부로부터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할 것이란 소식을 ㄱ사에 몰래 알려 ㄱ사가 시세 차익을 얻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 변호사는 자녀들 이름으로 차명 대출받은 돈으로 CNK 주식을 사들여 합쳐서 30억원대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임 변호사와 주변 인사가 거둔 시세 차익은 모두 1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3000원 내외였던 CNK 주가는 보도자료 발표 이후 1만6000원 대로 5배 이상 폭등했다.

임 변호사는 이 같은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당시 임 변호사와 CNK 안모 고문, 박모씨 등 회계사 2명, CNK 주가조작에 연루된 김은석 전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의 주범인 오덕균 CNK 대표는 카메룬에서 1년 넘게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오 대표를 기소중지하고 인터폴에 수배했다.

임 변호사의 재판은 지난달 말 처음 열렸으며 두 번째 재판은 오는 5월 열릴 예정이었다. 임 변호사가 사망함에 따라 법원은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2013년 4월 18일 목요일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잇단 자살·분신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17일자 기사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잇단 자살·분신'을 파왔습니다.

ㆍ기아차 신규사원 ‘세습채용’에 정규직 전환 기다리다 ‘좌절감’
ㆍ기아차 노조 특별교섭 요구 등 노동계 불법파견 대책 재개

현대차 촉탁계약직 노동자의 자살 후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분신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법원과 행정당국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에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아 억눌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좌절과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이 더해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의 갈등은 회사가 생산직 을 신규채용하면서 내부적으로 나이 제한을 둬 10년 넘게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배제되고, 정규직 자녀는 우선 채용키로 합의한 데서 비롯됐다. 기아차는 2월부터 진행해온 광주공장 신규채용 과정에서 공식적으로는 나이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서류심사에서 제한 연령을 만 35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라인 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460명 중 35세 이상인 110여명(25%)은 아예 채용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12일 기아차 정규직 노동조합이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채용 가산점 을 부여하기로 합의하면서 비정규직의 박탈감은 커졌다.
17일 오후 광주 서구 내방동 기아자동차 2공장에서 사내하청분회 근로자 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광주 | 뉴시스


기아차 광주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강모씨는 “지난 2월 채용공고 가 나면서 많은 사내하청들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정규직이 비정규직 우선 채용보다는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사측과 합의했다”며 “비정규직이 정규직 자녀를 따돌리고 채용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신을 시도한 김모 비정규직 노조 조직부장이 “자식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줄 수 없다”고 외친 것도 ‘정규직 세습’에 대한 좌절감 때문으로 보인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회사를 위해서 10년 넘게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발원점은 보다 구조적이다. 현대차에는 8000여명, 기아차에는 27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생산공정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한국지엠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 법원은 자동차 생산라인 전반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있다. 그만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희망과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회사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것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기아차 노조는 회사와 맺은 단체협약 에서 사내하청, 장기근속자 자녀 등 우선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사내하청의 경우 얼마의 가산점을 준다는 구체적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2일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한 가산점 부여 조항에만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현대차의 불법파견 특별교섭도 회사가 ‘3500명 신규채용안’을 고집하는 가운데 합의방식을 둘러싼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간의 의견충돌로 지난해 말 중단됐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법의 빈틈을 교묘하게 악용해 촉탁계약직을 이용하고, 불법파견을 계속하면서 다른 사업장에서 사내하청 문제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기아차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우선 채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정규직과 사내하청의 이해관계를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 후에도 사내하청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신규채용을 진행하면서 사내하청의 불만이 폭발한 상황”이라며 “자동차업계에 광범위한 사내하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고 정규직노조가 노사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의 분신시도 후 기아차지부는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위한 특별교섭을 요구하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기아차지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질 때까지 사측과 진행하던 증산 협의를 중단하고 18일까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교섭창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19일부터 광주공장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중단됐던 현대차 특별교섭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직지회 3자는 다음주쯤 교섭단회의를 열고 불법파견 특별교섭 재개 일정을 논의키로 했다. 금속노조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입장과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영경·광주 | 강현석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외톨이 대구 고교생, 애완 거북이 남긴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18맇자 기사 '외톨이 대구 고교생, 애완 거북이 남긴채…'를 퍼왔습니다.

왕따. 자살

방에서 숨진채 발견…자살로 추정
평소 또래·가족과 거의 대화 안해

친구가 거의 없이 외톨이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진 고교생이 집에서 코와 입에 테이프가 감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18일 0시21분께 대구 남구 단독주택 2층 안방에서 ㅎ(16·고교 2년)군이 코와 입 부위에 마스크 모양의 투명한 비닐테이프가 붙은 채 이불 위에 엎드려 숨져 있는 것을 부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ㅎ군의 방 안 쓰레기통에서는 마스크 모양으로 만든 투명한 비닐테이프가 여러개 발견됐다. 현관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외부에서 침입하거나 저항한 흔적,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교사인 아버지(49)와 공무원인 어머니(50)는 지난 16일 오후 3시께 경북 청도군 친척집에서 제사를 지내러 집을 나서 귀가할 때까지 집을 비웠다. ㅎ군은 16일 오후 4시께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는 누나(19·2년)에게 전화를 걸어 컴퓨터게임의 비밀번호 등을 물어본 뒤 ‘안녕’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ㅎ군이 17일 새벽 3시~오전 9시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ㅎ군은 지난해 5월 학교에서 시행한 정서행동발달 선별 1차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다. 평소 ㅎ군 상태가 이상하다고 여긴 담임교사가 같은달 2차 검사까지 받게 했지만 역시 뚜렷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8~10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특이한 점은 없었으며, 비정규직 상담사가 근무하는 위클래스(학교상담교실) 등에서 학교폭력 등의 문제로 상담을 받은 적도 없었다.ㅎ군이 다니던 고교의 교감은 “무단결석 등 문제행동도 없었다. 다만 말이 거의 없었고 수업을 집중해 듣는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한 명 있었지만, 그다지 절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ㅎ군은 가족과도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으며, 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는 등 이따금 이상한 행동을 해 중학생 시절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컴퓨터도 거의 하지 않았고, 자신의 방에서 애완용 거북이를 키우고 있었다.경찰은 ㅎ군이 우울증·자폐증 등의 증세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숨진 방법이 특이한 점 등을 고려해 유족과 학교 쪽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013년 2월 8일 금요일

자살한 기관사의 마지막 기록, "미친 듯이 지적 확인"


이글은 프레시안 2013-02-08일자 기사 '자살한 기관사의 마지막 기록, "미친 듯이 지적 확인"'을 퍼왔습니다.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④] 4분 때문에 인생이 바뀐 어느 기관사 이야기

(프레시안)은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기획을 통해 기관사의 근무 환경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에는사고를 낸 기관사의 심리 상태를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지난해에 발생한 '오산대역' 사고는 기관사가 느끼는 압박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족 등의 2차 피해 가능성 때문에 기사에서 실명은 생략했다. (편집자)


돌이킬 수 없는 4분,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다

1년여 전인 지난해 1월 15일 오후 7시 46분, 경부선 오산대역 하행선에서 지하철 1호선 열차가 역을 지나쳐 운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 역에서 예정 시간보다 1분 늦게 출발한 이 전동차 기관사는 가속 운전을 했고, 승강장을 지나치는 실수를 했다. 함께 탄 열차 승무원이 비상 제동을 걸었다. 정차 위치에서 312미터 나간 지점에서, 전동차는 멈췄다.

  
▲ 지하철 기관사들은 '사고'에 민감하다. 사고 전에도, 사고 후에도 '감정 노동'에 시달린다. ⓒ연합뉴스

기관사는 퇴행(후진)을 해야 했다. 왜 지나쳤을까. 아픈 아이의 건강에 대해 걱정을 하기는 했었다. 기관사는 순간의 실수에 당황했다. 게다가 예정된 시간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속도를 냈다. 퇴행 시 규정 속도(시속 25킬로미터)를 넘겨 시속 29킬로미터를 찍자 함께 탄 승무원이 다시 비상 제동을 걸었다. 33미터 정도 퇴행한 후였다.

시간이 없었다. 당황한 기관사는 다시 퇴행을 했고 속도 표시판은 시속 46킬로미터를 찍었다. 정차 위치를 다시 지나쳤다. 다시 전방으로 이동해 간신히 승강장에 멈췄다. 승객을 내리고 태운 후 전동차가 움직였다. 예정 시간보다 4분 늦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언론은 이 실수를 크게 보도했다. 한 유력 신문은 "이번에도 기관사 '딴 생각'…코레일, 또 역주행"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기관사에게 쏠렸다.

사고 당일 있었던 승무적합성 검사를 보면 해당 기관사는 음주, 질병, 휴양 관계에서 모두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7시간 수면을 취한 상태였다. 건강하던 이 기관사는, 이 4분 때문에 남은 생을 괴로워하다 지난해 6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지는 지탄, 중징계, 그리고…

  
▲ 기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 자신의 상태에 대해 어지러운 자필 글씨로 써 내려갔다. ⓒ프레시안(박세열)

지하철은 앞뒤 몇 분 간격으로 직렬 운행된다. 뒤에서 오는 열차와 앞에 가는 열차 사이에서 끼여 4분을 허비한 기관사의 마음도 앞뒤로 폐쇄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은 5일 이 기관사의 유품들과 사고 관련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료를 보여준 철도노조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열차가 3~4분 지연돼 마음이 조급해진 기관사가 속도를 내다가 곡선 구간에서 탈선하는 사고도 있었다"며 "오산대역 사고 때도 몇 분의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빠른 속도로 퇴행을 했다. 결국 그것이 징계의 주요 사유가 된 것"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사고를 낸 기관사는 이후 죄책감에 시달렸다. 다음날 중징계가 내려졌다. 43일간 독방에서 고등학생이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숙제로 '깜지'를 쓰듯 철도 운전 규정을 필사해 검사를 받았고, 복도 청소도 해야 했다. 이전에는 사실상 사문화됐던 징계 방법인 '기관사 인증 재심의'까지 거쳐야 됐다. 일종의 기관사 면허 시험인 인증 심의를 다시 받는다는 것은, 대학생이 중학교 입학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징계로 인증 심의를 다시 받게 한 전례는 없었다. 굉장히 굴욕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관사는 그해 2월 28일 업무에 복귀했지만, 조울증에 시달렸다. 동료 기관사들은 당시 이 기관사가 "어느 날은 '난 이제 운전을 할 수 없어'라고 좌절하다가, 그다음 날에는 '난 운전이 천직이야'라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 기관사는 감봉 처분을 받고 전직을 요청해야 했다. 그는 '차량 검수'로 전직을 요청하면서 그해 6월 22일, 삐뚤빼뚤한 자필로 '고충신청서'를 힘겹게 작성했다. 그날 이 기관사와 승무사업소장의 면담 내용은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그는 그날 소장과 담당 팀장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한 후 귀가했다. 다음 날, 그는 자신의 아파트 옆 동에 올라가 투신했다. 

자살한 기관사가 남긴 기록…"미친 듯이 지적 확인" 

이 일이 있은 후 철도공사 노사는 징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와 별개로 이 기관사가 남긴 기록은 사고를 겪은 기관사의 심리 상태를 잘 드러내준다. '안전 규정'을 필사하는 굴욕을 당하고 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수첩에 메모를 했다. 자신에게 '호통'을 치는 형식을 취한 모습도 확인된다.

이 기관사는 "잊지 말자 오산대역 사고(잡념)"라고 큼지막한 메모를 했다. 수첩 곳곳에 "지적 확인(기자 : 기관사가 운전을 할 때 일일이 손으로 계기판 신호등 등을 가리키면서 신호 상황, 작동 상황 등을 점검하는 일) 환호 응답의 생활화", "자신을 보호하고 업무상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하여"라고 적었다.

그는 특히 "지적 확인"을 수차례 반복해 적었다. "큰소리로 팔을 곧게 펴고 정확히 발음한다", "미친 듯이 지적 확인, 틀리면 바로 기립 집무, 창문 개방", "위규 운전은 엄벌에 처함", "비상(제동)을 아까워하지 말라", "이 모든 것을 지적 확인으로 막을 수 있는데 왜 안 하려고 하느냐. 정년까지 무사히 가려면 지적 확인은 필수, 규정에 입각한 조치는 꼭 필수, 위규 운전(조치는) 최악(최대의) 벌(중징계)이다"라고 자신에게 처절하게 말을 걸었다.

오산대역 퇴행 시 속도 조절을 하지 못한 것을 떠올린 듯 "임의 퇴행하면 죽는다 (명심) X된다(절대 퇴행 금지)"라는 식으로 속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사고 발생 과정과 문제점을 끊임없이 복기하며, 그날의 '악몽'을 되새기는 작업이었다. "지적 확인만이 살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꼭 꼭 (지루함)" 이라는 글귀도 보인다.

기관사들은 수도 없이 사고를 겪는다. 지난 4일 부산 지하철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던 한 20대 여성이 맞은편에서 들어오는 전동차 앞으로 뛰어드는 일도 일어났다. 다행히도 그 여성이 곧바로 선로 사이 기둥에 숨어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이 신문 사회면 '단신'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눈앞에서 뛰어드는 여성을 본 기관사에 대한 소식은 그 단신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기관사는 "자살하기 위해 눈앞에 뛰어드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 적이 있다는 기관사들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 사고를 겪고 내일 운행 걱정을 하는 기관사의 마음은 아플 수밖에 없다.

  
▲ 기관사가 남긴 수첩의 일부. ⓒ프레시안(박세열)

/박세열 기자

2013년 1월 29일 화요일

"동료들 연이어 자살…이젠 나도 날 못 믿겠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8일자 기사 '"동료들 연이어 자살…이젠 나도 날 못 믿겠다"'를 퍼왔습니다.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① - 운전실 동승 취재] 사람 잡는 '1인 승무제

1월 19일, 서울 지하철 6호선 기관사 황아무개 씨가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에게 출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황 씨는 회사에 가는 대신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황 씨는 삶을 마감하기 얼마 전 가족에게는 "회사 가는 것이 힘들다"고, 동료들에게는 "차에 타는 것이 힘겹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가족과 동료들은 '기관사를 천직으로 알고 15년간 성실히 일한 사람'으로 황 씨를 기억한다. 그런 황 씨가 변한 건 지난해 10월 사고를 겪으면서다. 한 승객의 가방이 황 씨가 운행하는 열차의출입문에 낀 사고였다. 다행히 승객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황 씨는 이 일로 회사에서 심하게 질책을 당했다. 이를 계기로 황 씨는 이전과 달리 강박증과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공황장애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과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은 이번 비극이 황 씨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관사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운행해야 하는 구조, 그리고 "기관사에게 모든 책임을 몰아 매도하는 조직 문화"가 비극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다.  수많은 기관사가 생전의 황 기관사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이들은 경고한다. 황 씨처럼 공황장애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기관사가 2012년 한 해에만 3명이나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하철 기관사의 노동 조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의 발'을 안전 운행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기관사들의 고충에 눈감는다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언제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프레시안)은 지하 터널을 누비는 지하철 기관사들의 현실을 짚는 기획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는 고(故) 황 기관사가 일한 지하철 6호선의 운전실 동승 취재다. 취재에 협조해준 기관사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에 기관사의 실명, 취재 당일 운행 노선 등은 밝히지 않는다. (편집자)

"기관사는 사람이 치여 죽은 자리를 다 안다"

"기관사는요, 사람이 치여 죽은 자리를 다 알아요. 매일 그 자리를 지나가는 거죠. 방금 OO역 지났는데, 여기에서도 사고가 있었죠. 기관사가 운전실 밖으로 나갔는데, 선배(기관사)가 치였어요. 돌아가셨죠. 이를테면 이 역에 잊기 힘든 기억이 생긴 거예요."

좁고 검은 터널이 이어졌다. 서울시민 수백만 명이 매일 이 터널을 달린다. 퇴근길 6호선의 운행을 책임지는 기관사 박철민 씨(가명)가 '마스콘'(주제어기, Master Controller)을 쥔 채 기자에게 말했다. 박 씨의 가슴에는 검은색 '근조' 리본이 달려 있었다. 그의 얼굴에 푸르고 흰 터널 벽 형광등이 환등기 영상처럼 지나갔다.

낮인지 밤인지, 시계를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고 한다. 새벽 '주박지'에서 첫차가 나갈 때,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타면 '지금 비가 오는구나' 생각한다고 박 씨는 설명했다. 박 씨는 이날 오후 5시쯤 출근했다. '야간 근무'다. 기자는 6호선의 한 역에서 박 씨가 운행하는 지하철 운전실에 동승했다. 직장인들이 잠시나마 지하철 승객이 되는 퇴근 시간대였다.

"외로울 것 같다고요? 그런 생각은 하면 안 돼요.(웃음) 노선이 길잖아요. 처음에는 저도 앉아서 쓸데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하려고 합니다."

열차가 눈앞에 뻗어 있는 좁고 검은 구멍을 가르면 쉭쉭 소리가 터널 벽과 차체 사이를 빠져나와 귀를 때렸다. 선로 이음새 위를 덜컹거리고 지나갈 때마다 차체는 카랑카랑 소리를 내며 파르르 떨었다. 운전실은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2.68㎡, 약 0.81평).전조등도 켜지 않고, 터널 벽 형광등과 붉고 푸른 계기판 불빛에 의존하며 박 씨는 능숙하게 고갯짓을 하고 손짓을 했다.

출발한 뒤 제한 속도를 지키며 3~4분 남짓 달리자 또 '목적지'가 나왔다. 40센티미터 정도만 벗어나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1초, 1센티미터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열차를 부린 박 씨는 출입문 개폐 버튼에 손을 올리고, 오른쪽 전방에 붙어 있는 화면 속 뒤로 길게 뻗은 스크린도어 주변을 꼼꼼히 응시했다. "출입문 닫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박 씨는 '지적 확인'을 했다. 출입문을 닫고, 전방 신호를 손으로 지적해가며 일일이 확인한 후 자동 운행 버튼을 눌렀다.

"예전에는 터널에 형광등도 잘 안 켰어요. 하나 건너 하나 켜서 지금보다 더 어두웠죠.절전이 목적이라고도 하고…. 5호선 같은 경우는 한강도 땅 밑으로 가요. 해저터널인데, 지날 때마다 불안감이 생기죠. 군데군데 금 간 곳도 보여요. 농담으로 기관사들은 '한강 밑을 가다가 터널이 무너지면 다 죽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해요. 시절이 좋을 때는 지하철에 승무원이 네 명씩 탔대요. 앞 운전실에 두 명, 뒤 운전실에 두 명. 그런데 서울도시철도는 태어날 때부터 1인 승무제였어요. 운전실에서 단 한 명이 전철을 움직여요. 기관사 한 명이 출발지부터 종착역까지 운행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거죠."


▲ 7호선 지하철 운전실에 앉아 있는 기관사(자료 사진) ⓒ연합뉴스

사람 잡는 '1인 승무제'

1990년 6월 서울 지하철 5호선이 착공된 후 1994년 1월 15일, 서울메트로(1·2·3·4호선 운행)와 별도로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가 탄생했다. 박 씨는 "공사가 왜 두 개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 하는 일은 거의 똑같다"고 말했다. 새로 탄생한 도시철도공사는 처음부터 '1인 승무제'를 채택했다. '2인 승무제'를 고수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와 달리 한 명의 기관사가 모든 돌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자동화 기술의 발전과 같은 이유들이 붙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했다. 그러나 이는 기관사 한 명에게 극한의 스트레스를 집중시키는 근무 방식이다.

크고 작은 고장은 일상다반사다. 간혹 승객이 문에 끼이거나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런 상황으로 연착이 되거나 승객들의 '항의'가 들어오면, 그 책임은 모두 기관사가 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관사의 근무 평가는 악화되고, 기관사가 속한 조의 성적도 낮아진다. 각종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 기관사들은 자신들 중 30% 정도가 '사상 사고'를 경험한다고 한다. 이 경우 근무 평점도 평점이지만, 기관사 본인은 극도의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박 씨가 운행하는 전철은 어두운 터널 속을 1시간 정도 달려 종착역에 도착했다. 모든 승객이 내렸다. 복잡한 신호 체계를 몸으로 체득한 듯 보이는 박 씨는 기지로 향하는 전철을 능숙하게 다뤘다. 기지는 종착역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다. 기지에서 근무 관련서류를 작성한 후 박 씨가 캔 커피를 뽑아서 마신 시간은 저녁 8시 20분 무렵. 해가 떨어진 지는 오래이고, 바람은 유달리 차가웠다.

종착역에서 다음 운행 열차를 받기로 한 시각은 오후 9시 10분. 50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기지에서 종착역까지 승무원 전용 '운행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15분 정도를 빼면 종착역에서 출발하는 기차 운전대를 잡기 전에 30~40분 정도 쉬는 셈이다. 박 씨는 가슴에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단 동료 기관사들 몇 명과 안부 인사를 나눴다.

"며칠 전 일어난 회기역 사고(1월 24일 발생) 얘기 들었어요?""네""뉴스 보고 화가 났어요. 미친 것 아냐? 사람이 치여 죽었는데, 그 기관사를 구로역까지 운행시켰다는 것 아녜요…. '빠릿빠릿하게' 했으면 청량리쯤에서 바꿔줄 수도 있었을 텐데."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박 씨는 '승객들이 불편하더라도, 당장 운행을 중단시키고 다른 기관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당시 회기역플랫폼에서 청량리역 방면으로 150미터 떨어진 선로에 웬 남자가 앉아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기관사는 사고를 낸 후, 시신이 수습되자 곧바로 운행에 투입됐다고 했다. 정신적 충격에 빠진 기관사에게 사고 후 1시간 동안 운행을 맡긴 것이다. 박 씨는 "한번 사고가 나면 기관사들은 선로나 플랫폼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착시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말을 끊고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플랫폼에 박 씨와 앉아 얘기를 나눴다. 어두운 운전실에 앉아 빨갛고 파란 계기판을 보며 운행을 할 때보다는 그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어두운 곳에서 소음에 갇혀 장시간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징크스' 같은 것도 있을 것 같다"고 질문을 던지자 박 씨가 입을 열었다.

"주박지라고 있어요. 첫차가 양 끝 기지에서 출발하면 중간에 있는 역에서는 한 시간쯤 후에 첫차를 받잖아요. 그래서 중간에서 출발하는 첫차들이 있어요. 주박 근무자들은 터널에서 잠을 자고 새벽에 첫차를 몰아야 하죠. 기차가 출발하는 곳이 주박지예요. 주박지에는 도저히 뭐가 있을 것 같지 않은 터널 구석에 작은 문이 있고, 침실이 있어요. 주박 근무는 보통 저녁 9~10시쯤 시작하는데, 새벽 1시쯤 막차 운행이 끝나면 그날 주박 근무 기관사들은 주박지로 걸어 들어가 잠을 청하죠. (새벽) 4시 반이 되면 일어나서 첫차를 몰게 되는데, 3시간 정도 쉬는 시간이 있잖아요? (하지만) 자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저도 주박 근무 들어가면 무서워서 잠을 안 자요. 잠깐 피곤해서 눈을 붙이게 되더라도 불은 절대 끄지 않아요. 주박지가, 6호선 라인만 따지면 11개 있죠. 야근하는 인원이 40명 정도라고 하면 그중 11명은 주박지로 들어가는 거예요. 주박지에서 귀신 봤다는 사람도 있고 거기에서 자다가 가위에 눌리는 사람도 있어요. 주박지 근무만 오면 휴가를 내는 사람도 많죠. 새벽 도시의 지하 터널에 있는 조그만 방에 들어가 침대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주박지 안에서 불을 절대 끄지 않는 것, 그게 제 '징크스'라면 '징크스'죠."


▲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기관사 동료들의 연이은 자살…이젠 나도 나를 못 믿겠다"

열차 시간이 가까워지자 박 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차를 타기 전에는 무조건 화장실에 갑니다. 뭐가 안 나와도 갑니다. 버릇이에요." 그는 아침을 거르는 게 습관이 됐다고 덧붙였다.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운행 중에 배가 아플 때 어떻게 하느냐는 것인데, 소변기를 들고 탄다든지 하는 얘기들도 있지만 운행 중에 배가 아프면 고통보다도 공포심이 들어요. 땀에 흠뻑 젖어서 두 시간 동안 화장실도 못 간 채 참고 운행을 마쳤던 기관사 얘기도 있죠."

열차가 도착했다. 시간은 정확했다. 회차하는 차량이라 기지에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박 씨가 교대해 운행하게 된다. 전철에 올라타니, 미처 못 내린 할아버지 한 분이 안절부절못하고 서 있었다. 박 씨는 "조금만 기다리세요. 조금 있다가 출발하기 전에 반대편 문을 열어드릴 테니 내리세요"라고 친절히 일러두었다.

박 씨는 마치 터널 속의 터널 같은 지하철의 긴 객차 속을 뚫고 걸어가 반대편 운전실에 들어간 뒤 문을 걸어 잠갔다. 새로 운행을 시작해야 한다. 비상 상황일 때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마이크 테스트와 안내 방송 테스트를 하느라 창문을 잠깐 열었다. 창밖에 귀를 기울이던 그는 문을 닫았다. 1분 후면 출발한다. 출발하기 전, "운전할 때는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며 박 씨가 '우울한 얘기'를 마지막으로 꺼냈다.

"예전에 한 기관사 선배가 이런 얘길 입버릇처럼 했어요. '야 니네 버튼 누르고 다니다가 그냥 가는 수가 있다.' 농담처럼 하는 얘기죠. 그 선배가 어느 날 휴가를 내더니 고향 여수 바닷가에 가서 투신 자살을 했어요. (1월 19일 세상을 떠난) 황아무개 기관사는 애가 셋이에요. 큰애가 아홉 살, 둘째가 네 살, 막내가 한 살이에요. 그런데, 자살을…. 작년에 스스로 목숨을 던졌던 이아무개 기관사는 원래 기관사 출신도 아니에요. 전직을 해서 온 사람이에요. 기관사 중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은 다른 곳으로 전직을 시키는데, 기관사가 승무직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면, 다른 직군에서 기관사로 또 와야 하잖아요. 그렇게 온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도 자살을 하는 것을 보고 '야, 전직한 사람도 그러는구나' 하고 충격을 받았죠.

황 씨가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닌데…, 자살을 하는 것을 보고, 다른 동료 기관사가 혹시나 해서 병원에 가봤대요. 전혀 몰랐는데, 원래 자기 몸은 자기가 알잖아요, 그 기관사,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 받고 바로 입원을 했어요.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정신장애로 입원한 상황. 이해하세요? 그런 걸 겪으니, 이젠 나도 나를 못 믿겠어요. 내 내면에 뭐가 있는지…. 내가 모르는 다른 영역이 있는 것 같아요."


 /박세열 기자

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자살 부른 노조 손배 158억원, MBC 노조는 무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4일자 기사 '자살 부른 노조 손배 158억원, MBC 노조는 무려…'를 퍼왔습니다,
MBC사측 노조 상대 청구액 무려 195억원 … 노조 계좌·노조 간부 7명 부동산은 지난 3월 가압류

지난 21일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에 대한 대책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인 노조를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로 수백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언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MBC는 지난 6월 파업 중인 MBC노조와 집행부 16명을 상대로 19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아직까지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MBC는 지난 3월 노조를 상대로 33억86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청구액을 195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당시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한국 언론역사는 물론 노동운동 역사에 그 악명을 길이 남길 만한 도발을 또 다시 자행했다”며 “파업으로 인한 조업 손실 등을 구실로 사용자측이 그동안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굵직굵직한 손해배상 소송 관련 기사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김재철 사장이 자행한 195억원이란 천문학적 금액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고 반발했다.
앞서 MBC는 3월 노조와 노조 집행부 16명의 개인 재산을 상대로 가압류 신청을 냈고 서울남부지법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영하 위원장과 강지웅 사무처장(각각 1억2500만원), 김인한·박미나 부위원장, 장재훈 국장(각각 7500만원), 채창수·김정근 국장(각각 3000만원)의 부동산(주택)이 가압류됐다.

MBC 사옥. 이치열 기자 truth710@

노조 계좌(22억6000만원)와 이용마 홍보국장의 급여·퇴직금 1억2500만원에 제기된 가압류 신청도 인용됐다. 현재 노조 계좌로는 조합원들의 조합비가 입금되고 있지만 계좌 가압류로 인해 노조가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금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가장 악랄하게 탄압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돈이 없는 노동자를 상대로 피해를 부풀려서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을 회사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어 “역대 언론사에서는 노조에 손해배상을 제기한 적이 없는데 MBC는 상상할 수도 없는 19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은 노조를 어떻게든 말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비판했다.
이전에 언론사에서 노조를 상대로 가압류를 신청한 것은 2008년 YTN 사태 당시 YTN이 노조 계좌에 가압류를 신청했던 사례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1일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은 민주노조 사수와 158억원 손해배상 철회를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주노총은 21일 성명을 내고 “사회대통합을 이루겠다는 대통령이라면 일말의 책임을 느끼길 바란다”며 “조속히 사회적 재해와 다름없는 정리해고와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는 자본의 손배탄압에 대한 대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사설]박 당선인은 노동자들의 절규를 듣고 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24일자 기사 '[사설]박 당선인은 노동자들의 절규를 듣고 있나'를 퍼왔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노동계의 기류가 심상찮다. 지난 21일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모씨가 사무실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다음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 이모씨가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같은 날 민권연대 활동가인 또 다른 최모씨가 자취방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극심한 생활고, 외상 후 스트레스, 대선 결과에 따른 절망감 등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5년을 또… 못하겠다” “양심이 허물어진 삶은 의미 없다”는 그들의 마지막 말이 예리하게 가슴을 저민다.

이런 죽음의 행렬을 바라보며 애석함보다 더한 것은 산 사람들의 자괴감이다. 사지로 내몰린 그들의 절규에 귀를 막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지난 10월8일 23번째 쌍용자동차 사태 희생자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노조파괴 사업장으로 알려진 유성기업에서 유모씨가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등 노동자의 죽음이 최근까지도 이어졌지만 노동 현실의 개선은 지지부진했다. 지금도 최병승씨 등 현대자동차 노동자가 70일째, 홍종인씨 등 유성기업 노동자가 66일째, 한상균씨 등 쌍용차 노동자가 36일째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잘 말해준다. 

노동자들의 절규에 누구보다 귀를 기울여야 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본다. 그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힘이 박 당선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드실 수 있도록 국민 한 분 한 분의 생활을 챙기겠다”는 것은 대선 후 박 당선인이 국민에게 한 첫 약속이기도 하다. 진정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박 당선인에 대해 가장 절망하는 계층부터 먼저 보듬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지금 노동자들은 선거 결과에 절망하면서도 박 당선인의 입만 쳐다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번이라도 그들의 편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는 데서 국민통합은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시급한 노동현안에 대해서는 대선 전이라도 정치권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여러 차례 촉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도 쌍용차 국정조사의 대선 직후 실시를 약속한 바 있다. 이제 대선도 끝난 만큼 정치권은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긴급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은 박 당선인에게 있다고 본다. 말 한마디가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새 정부 준비에 여념이 없겠지만 노동자들의 절망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2012년 12월 24일 월요일

“해고노동자들 잇단 자살, 박근혜는 논평하나 없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3일자 기사 '“해고노동자들 잇단 자살, 박근혜는 논평하나 없다”'를 퍼왓습니다.
진보정의당 공동행동 제안, “벼랑끝 노동자들 극단적 상황 너무 위험… 정권교체 한 가닥 희망도 잃어”

지난 21일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 이어 22일에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4년 전 해고된 노동자가 자살했다. 그러나 대선 전, 노동자들의 권리보호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말하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23일 현재 논평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자 진보정의당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을 위해 긴급조치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정의당은 “지금 이 순간 여야 없이 정치가 국민을 살려야 한다”며 “민주당 등 야권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도 지금 바로 문제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함께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진보정의당은 “노동자들의 비극이 잇따라 발생하는 까닭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그들의 비참한 현실 때문”이라며 “부당한 대량해고와 길고 긴 투쟁, 그리고 사측의 무지막지한 손배가압류 등 탄압과 이에 뒤따르는 생활고는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산산이 망가트렸고 정권교체에 실패하자 한 가닥 희망마저 잃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의당은 이어 “하지만, 아무리 힘겨운 현실이라 할지라도 부디 안타까운 선택만은 피해달라”며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냉혹한 상황에 처해있다 해도,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해서는 안 되며 살아서 함께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 심상정 전 대선후보, 유시민 전 선대위원장(왼쪽부터)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를 향해서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노동자들의 절망스러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가장 시급히 기울여주기 바란다”며 “절망의 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외면한다면, 그간 내세웠던 공약들은 대통령 취임 전에 이미 헛공약이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야권을 향해서도 진보정의당은 “충격과 절망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기엔 벼랑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상황이 지금 너무나 위험하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연이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관련한 환경노동위원회 긴급회의 개최는 물론 대량해고 진상조사 등 최선의 노력들이 한시 바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잇따르고 있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서 온 국민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며 “19일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현대자동차는 2,000여명의 용역을 투입해서 폭력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했고 이는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기다렸던, 바로 그런 태도”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내몰린 노동자들이 박근혜 후보 당선 이후 절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고 있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가장 먼저 인수해야할 것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사지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이 끝나면 (쌍용차)국정조사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현대차.한진중공업 등 거대자본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자본에 의해서 가진 자들이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폭력을 짓밟아도 좋다는 신호탄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란다”며 “민주당은 내부 권력투쟁보다 중요한 것이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노동자들의 삶이기 때문에 함께 긴급 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12월 22일 토요일

“박근혜 되고 5년 또… 못하겠다” 유서 남기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1일자 기사 '“박근혜  되고  5년 또… 못하겠다” 유서 남기고...'를 퍼왔습니다.
자살한 한진중공업 복직 노동자 유서 발견…“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복직노동자의 공개된 유서에는 생활고와 회사의 노조탄압으로 인해 절망감이 겹겹이 쌓여가던 찰나 이번 대선 결과에 마지막 희망마저 완전히 사라진 노동자의 심정이 절절히 표현돼 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었던 고 최강서씨는 죽기 하루 전날 저녁 7시경 휴대전화 메모에 '유서'라는 제목으로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내가 못 가진 것이 한이 된다"는 글을 남겼다.
최씨는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이라며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못하겠다"이라고 자신의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여태껏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 꼭 돌아와서 승리해주십시오…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돈이) 더 힘들다…"라고 남겼다. 이 메모는 최씨의 동생이 유품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견해 금속노조에 보내왔다. 

▲ 고 최강서씨가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

그는 경찰이 발견한 유서에서도 "사랑하는 내 가족. 먼저 나쁜 생각 해서 미안합니다. 나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힘듦입니다. 이제야 내가 많이 모자란 걸 압니다. 슬픕니다"라고 절망적인 심정을 밝혔다. 
그는 "날 죽여서 저만 행복하게 가렵니다. 죄송합니다. 민주노조 사수. 158억"이라고 남겼다. '158억 원'은 한진중공업 측이 금속노조에 업무방해를 이유로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이다.
유서에는 남은 자식들에 대한 걱정도 담겨 있다. 유서에는 "가게 번성은 아니지만 잘 팔아서 돈 없는 설움 안 주게 영업시켜라. 손해가 무섭다. 아니 돈이 무섭다"라고 돼 있다. 

▲ 고 최강서씨의 친필유서


금속노조 유장현 교선부장은 최씨가 박근혜 당선자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노동자 후보가 당선되지 않아도 이명박 정권이라도 바뀌면 뭔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대선 결과가 나왔을 때 분위기는 '침묵' 그 자체였다. 모두 절망감을 느꼈다"고 대선이 끝난 뒤 노조의 분위기를 전했다. 
유 부장은 "단순히 민주화냐 아니냐, 박정희냐 아니냐,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앞으로 한진중공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는가의 문제였다. 회사는 계속 탄압하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후 펼쳐질 상황을 우려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문기주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명박근혜의 친자본 정책으로 또 한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며 "언제까지 자본의 이윤 때문에 노동자가 죽어야 하나"라고 추모글을 남겼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 중 22명도 해고 이후 지속된 생활고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국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 지회는 21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민주노조 사수, 손배 158억 철회, 사회적 타살, 강제 정리해고와 강제 무기한 휴업이 부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2012년 12월 6일 목요일

구사대 동원 트라우마, 유성기업 노동자 자살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5일자 기사 '구사대 동원 트라우마, 유성기업 노동자 자살'을 퍼왔습니다.
직장 폐쇄 이후 노동자 70% 우울증…"제2의 자살 나올 수도"

반(半)강제노역과 구사대 동원으로 우울증에 시달려왔던 유성기업 아산공장 노동자가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성기업 아산공장의 유 모(50) 씨는 이날 오후 2시40분께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씨는 직장폐쇄로 공장에 고립된 상태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구사대로 동원돼 동료를 진압하다가 우울증을 겪어 지난 8월 산재 승인을 받은 바 있다. (☞ 관련 기사 : 구사대 동원된 노동자 우울증 산재 인정) 

지난 30여 년간 유성기업에서 일해 온 유 씨는 지난해 5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탈퇴하는 조건으로 직장폐쇄 11일 만에 공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한 뒤 사측은 공장 밖의 금속노조 조합원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공장 현관문을 걸어 잠갔다. 유 씨는 공장 바닥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자는 반(半) 감금상태에서 51일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유성기업은 또한 작업 중에 유 씨에게 쇠파이프와 삼각대를 나눠주며 금속노조 조합원과 대치하는 '구사대' 활동을 강요했다. 유 씨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이라 마스크나 수건으로 얼굴을 가려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며 "공장 복귀에 대한 후회와 자괴감, 나를 구사대로 동원한 회사에 대한 배신감에 시달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복귀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온 그는 회사와 자택에서 총 5차례 자살을 시도한 바 있으며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딸 두 명, 아들 한 명이 있다.

공격적인 직장폐쇄 이후 유성기업에서 우울증을 앓는 노동자는 유 씨뿐만이 아니다.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는 "지난 8월 심리치료를 한 결과 지회 조합원 150여 명 중에 70%가 매우 심각하게 우울하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원 중에 잠을 설치거나 용역 깡패들이 폭행하는 꿈을 꾸거나, 잠꼬대에서도 욕설을 한다는 가족들의 증언이 있다"며 "제 2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5일 논평을 통해 "유 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강제노동과 다름없는 노역을 시키며 동료에게 폭력을 행사하라고 강요했던 유성기업"이라며 "5년 집권 내내 노조에 대한 병적 적대감을 드러내며 노조파괴를 선동했던 정부 책임자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지난 10월 21일부터 △노조 파괴 사측 책임자 처벌 및 교섭 성사 △해고자 복직 △제2노조 해산 등을 내걸고 유성기업 정문 앞 굴다리에서 무기한 고공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김윤나영 기자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김무성 “노무현, 스스로의 부정 감추기 위해 자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1일자 기사 '김무성 “노무현, 스스로의 부정 감추기 위해 자살”'을 퍼왔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 뉴시스

새누리, 정책경쟁 선거 하겠다더니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잇단 막말로
네거티브 운동 주도하고 있다 비판 일어

새누리당의 선거운동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무성 중앙선대위원회 총괄본부장의 막말 행진이 도를 넘고 있다. 새누리당이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정책경쟁 선거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선거 사령탑인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잇단 막말과 모략성 발언으로 네거티브 운동을 주도·지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있다.김무성 총괄본부장은 21일 2008년 광화문 촛불집회와 관련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부정을 감추기 위해 자살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김 본부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농어업경쟁력강화혁신특별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당선시켰는데 국가 공권력 집행을 제대로 못해서 정권 초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은 대못을 빼내야 할 시기에 ‘병든 소 수입해 우리 국민을 다 미치게 만든다’는 말도 안되는 말에 우리나라 심장인 광화문이 점령당해 (국정이) 마비됐다”며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죠.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 촛불을 보며 아침이슬을 불렀다고 자랑스럽게 공개해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비난했다.이어 그는 “권력형 부정부패의 사슬이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부정해 그걸 감추기 위해 자살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김 총괄본부장은 곧 “기자들도 와있네. 내가 말을 못하겠다”며 말을 접었다.민주통합당은 즉각 논평을 내어 김 총괄선대본부장의 발언이 “패륜적 범죄”라고 비판했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신들에 의해 죽음을 당한 전직대통령을 정략적인 목적을 위해 부관참시하려는 새누리당의 행태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포기한 패륜적 범죄이다. 광우병 촛불시위에 대해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죠’라고 말한 인식은 5·16쿠데타와 유신쿠데타 두 번의 쿠데타로 종신독재를 꿈꿨던 독재자의 후예답다”고 맹비난했다.김무성 총괄본부장은 10월24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복지 정책공약에 대해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사회를 주창하면서 쓴 슬로건”이라며 “대한민국 장래를 연구원 같은 안 후보에게 맡길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안 후보는 복지 재원 확충에 대해 ‘능력대로 내고 필요한 만큼 쓴다’는 말을 저서에서 언급했는데 이는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사회를 주창하면서 쓴 슬로건”이라면서 안 후보를 비난했다.김 본부장은 또 지난 9월24일엔 “노무현 전 대통령은 6월 항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안에 나같은 민주화 세력이 있다. 우리가 6월 항쟁을 우리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사실을 왜곡한 모략 발언임이 드러났다. 당시 노무현재단은 즉시 성명을 내고 “노 전 대통령은 1985년 부산민주시민협의회에 창립 때부터 참여했고, 1987년 6·10대회 때부터 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았다”며 밝혔다. 인터넷에서는 노 전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이던 1987년 민주화 시위 선두에 나서서 행진하던 사진이 회람되며 김 본부장의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김무성 본부장의 잇딴 ‘노무현 때리기’에 누리꾼들도 격분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자신의 트위터(@funronga)에 “김무뇌, 뉴스에 나오고싶은 모양일세”라고 조롱했다. 트위터 아이디 @hwangt****는 “지나가던 개도 웃겠다. 부정부패의 온상이 MB정부와 새머리당인줄 모르는가, 천막당사의 기억을 잊었는가”라고 비판했다. @LUV****는 “김무성씨 같은 분은 이념을 떠나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분. 기득권 가진자가 증오를 부추기고 분노를 동원하는 것, 몹시 위험한 일”이라고 피력했다. “선거 빨리 끝나야지 헛소리 듣는것도 지켜워”(@qa**), “김무성 허위사실 유포로 감방 보내야”(@shin****), “어디까지 추락해야 사람노릇이라도 할까요? 화가 나다 못해 불쌍하군요”(@jkc****)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김 본부장이 2008년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 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헌법질서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문재인 후보 캠프의 반부패특위 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jhohmylaw)에서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국민들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 박탈하겠다는 것 아닌가? 다시 유신 철권통치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디 @goodto*****는 “새누리당 니들의 공권력은 사회의 안녕이 아닌 무력 탄압의 도구인 거냐? 유신정당 새누리당”이라고 비판했다. @fx**는 “(촛불집회) 그때 당시 전경들에게 맞아서 다친 사람들이 법원으로부터 배상판결 받고 있는데요. 김무성이 말은 전경으론 안되고, 5·18때처럼 군대를 투입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라고 적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