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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1일 목요일

세계화된 자본, 세계화되지 않은 민주주의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20일자 기사 '세계화된 자본, 세계화되지 않은 민주주의'를 퍼왔습니다.
[김병권의 한국사회의 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년이 지나면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입 실적을 두고 해석이 제각각이다.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무역 신장률은 극히 저조했다. 그 와중에 대미 수출이 4.1%로 그나마 전체 수출 증가율을 상회한 것을 두고 정부는 한미FTA 효과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반대로 FTA를 맺은 지 2년 가까이 된 EU의 수출이 -11.4%로 폭락한 것은 유럽 위기 탓이란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자의적 해석이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정작 자유무역과 자유시장, 개방과 세계화가 정말 의심할 여지가 없이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서 늘 긍정적이기만 한 것인지 반성적으로 돌이켜 보려는 조짐은 전혀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되고, 이후에도 회복의 실마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세계화라는 요인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사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유럽 위기야 말로 통화동맹을 추진하며 내걸었던 ‘하나의 통화, 하나의 시장’이라는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현실에서 실패로 돌아가고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현재 세계경제는 과연 얼마나 ‘세계적’일까. 얼마나 한미FTA와 같은 자유무역이 일반화돼 있을까.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를 가진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은 “일반적인 통념과 전문가의 대체적인 의견과 달리 국제경제의 통합은 놀랄 만큼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상품무역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자유로워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자본의 이동은 자유롭고 빠르게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이 점에서 가장 세계화된 것은 자본이 아닐까 싶다. 대니 로드릭은 가장 세계화된 자본조차도 일반적인 포트폴리오의 원리에 입각한 적정량보다 많은 양의 자산을 자국시장에 투자하고 있고 국가 간 금리차이도 여전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그러나 자본의 세계화와는 정반대로 노동은 전혀 세계화돼 있지 않다. “대부분의 나라가 노동인력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나라가 오히려 예외적”이다. 각 국가들이 국경을 넘는 노동인력을 통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언어적·사회적·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국경을 넘어 취업하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로존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자본은 금리가 높고, 임금이 싸며, 지대와 세금이 낮은 곳을 찾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노동은 더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찾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국경을 넘어 세계화되기 더 어려운 것도 있다. 바로 정치다. 행정권력·입법권력·사법권력은 국민국가라고 하는 국경을 한 발자국만 넘어서도 거의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유엔을 포함한 각종 국제기구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초국가적인 권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정치권력과 정치제도는 자본의 세계적 활동을 위해서는 장애요인일 수밖에 없다. 자본은 정치를 세계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예 각 국가의 정치영역을 축소시킴으로써 자본 세계화를 실현하고자 한다. 때문에 자본은 작은 정부라는 이름 아래 시장에 간섭하지 말 것을 각 국가에게 요구하거나 투자자국가제소권(ISD) 같은 제도를 동원해 각 국가의 고유권한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정치와 함께 세계화되지 못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민주주의다. 아직까지 인류는 국경을 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민주적으로 대의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직을 세계시민이 민주적 투표로 선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1국1표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다못해 통화동맹을 맺은 유로존조차 유럽 집행위원회, 유럽 중앙은행 등 모든 유로기구와 대표들은 전혀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경제력이 막강한 독일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유럽중앙은행·유럽집행위원회)가 남유럽 국가들의 민주적 의사와 대립하는 긴축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는 의외로(?) 세계화돼 있지 않다. 오직 자본만이 상대적으로 높은 세계화를 달성하고 그 이익을 누리고자 할 뿐이다. 정보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세계는 점점 더 빠르게 소통하고 점점 더 가까운 느낌으로 살아가는 세상이 됐고 앞으로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보가 지구적 차원에서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서 사람들의 생활이 지구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지구 반대편 사람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세상이 됐다고 해서 지구 반대편으로 실시간으로 이동해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소리는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된 직장과 민주주의적 사회에 살면서 세계와 더 가깝게 소통하는 것이다. 오직 자본만의 세계화로 인해 일자리가 위협받고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그런 세계화의 세상에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자본이 세계화된 만큼 노동과 민주주의를 세계화시킬 수 없다면, 노동과 민주주의가 잘 보호받는 정도만큼 자본의 세계화 수준을 조절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05년까지 IT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살아왔다. 새사연 창립을 함께 하면서 지금은 새사연 부원장으로 있다.

2013년 3월 2일 토요일

국제비교로 한국사회 불평등 들여다보기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2-28일자 기사 '국제비교로 한국사회 불평등 들여다보기'를 퍼왔습니다.
추천 보고서 (3) OECD 불평등 보고서

[목 차]

1. 불평등 이해하기_국제비교
2. OECD 자료의 특징과 불평등 보고서
3. 불평등은 어떻게 악화되고 있는가?
4. 불평등 해소를 위한 OECD 제언과 시사점

[본 문]

1. 불평등 이해하기_국제비교
불평등은 인류역사 이래 해결된 적이 없지만,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번영할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했던 산업사회가 본격화 된 90년대 들어 불평등이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낡지만 새로운 이슈”이다. 한국사회 역시 외환위기 이후 심각해지고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불평등에 대한 연구가
2천 년대 들어 본격화되고 있으나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한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료는 같은 지표로 측정한 사회수준의 국제비교다. 하지만 국제비교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비교지표가 일치해야 하고, 국가별로 자료산출의 방법과 비교방법이 같아야 한다. OECD에서는 고용·의료 사회정책 가족 및 아동정책, 연금제도 국제이민정책(International migration policies and data)에 대한 일관된 지표, 자료산출방식, 비교방식을 통일해 핵심 지표와 기본 통계 및 국제비교, 정책제언을 실시하고 있다.


2. OECD 자료의 특징과 불평등 보고서

OECD 통계와 보고서의 특징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입되어 있고, 일관된 지표와 통계산출방식을 요구하며, 국내 작업을 수행하는 기관이 대부분 공적 기관 및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떤 국제 통계보다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OECD 가입을 기점으로 국내 자료 및 통계 수집과 분석의 기술적 수준이 향상되어 왔다. OECD 자료는 국제비교를 통해 한국사회의 현 수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연구하고 있다.
특히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는 ‘Growing Unequal? : Income Distribution and Poverty in OECD Countries OECD(국가 소득분배와 빈곤의 불균형 심화 보고서)(2008)’과 ‘Divided We Stand(심화되는 불평등)(2011.12)’의 두 보고서에서 의미 있게 다루고 있다. 이 두 보고서는 OECD 한국 지부인 대한민국 OECD 정책센터에서 번역, 출판하였으며 본 추천보고서는 한국어판을 기초로 작성하였다.
‘Growing Unequal?(2008)’에서는 90년대 이후 악화되고 있는 불평등을 단일 이슈로 불평등의 악화유무, 불평등의 원인, 정부사회지출의 재분배효과, 빈곤문제, 세대간 이동성과 공공서비스, 가계자산 등의 영역에 대해 30개국의 중장기 변화 추이를 수집하고 시사점을 도출 하였다.
‘Divided We Stand(2011.12)’는 2008년 발간된 ‘Growing Unequal?’의 후속 보고서로서 OECD 회원국의 소득 불평등(income inequality) 현황에 대한 분석 및 정책적 함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세계화, 기술발전, 시장(노동, 생산)의 규제개혁, 가구 구조의 변화, 조세와 급여정책의 변화 등이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확대되는 불평등에 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세 및 분배정책 등에 대한 검토와 정책적 제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3. 불평등은 어떻게 악화되고 있는가?

◯ 소득 불균형은 지난 20년간 완만하지만 상당한 규모로 증가해왔다.

- 선진국에서 소득 상위 10%의 평균소득은 하위 10%인구의 약 9배- 전통적으로 평등주의를 강조한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의 국가들에서조차 빈부간 소득격차는 1980년대에 5대 1에서 오늘날은 6대 1로 늘어남.- 신흥경제국가의 경제성장으로 빈곤의 발생은 급감했으나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BRICS국가(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경제 5국)중 브라질은 유일하게 불평등이 감소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빈부 소득비율이 50대 1임-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산층의 소득수준 저하가 두드러짐(평균 소득에 대한 중위 소득의 비율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1980년대 중반, 혹은 그 이전부터 떨어지기 시작)- 낮은 급여(부가가치급여비율이 낮음)의 일자리 증가가 90년대 이후 소득 불균형을 설명함

◯ 대다수 OECD 국가에서 소득불균형이 증가하고 있다

[그림 1] 소득 불평등의 지니계수, 198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이 가장 심각해지고 있다.

- 임금차이의 광범위하고 커다란 증가가 소득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이다.- 많은 OECD 국가들은 25년간 D9/D1율(최하위 10% 근로자의 소득 대비 최상위 10% 근로자의 소득을 의미함.)이 1/5에서 1/4 상승함- 미국, 영국 등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음- 한국의 임금불평등추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급감하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임- 최상위 집단이 근로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최하위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것은 최상위 소득자의 특히 가파른 근로소득 증가가 원인임

◯ 노동시장정책, 제도, 규제의 완화가 불평등에 영향을 미쳤다.

- 노동관련 제도 지표로는 노조가입률, 고용보호법(EPL), 상품시장규제(PMR), 총실업수당대체율 평균, 조세격차(총 임금+고용주 사회보장기여금과 급여세가 노동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 최저임금 등을 사용하고 있음- 임금불평등의 증가는 노동조합과 최저임금결정방식 등 노동시장의 제도와 정책이 좀더 관대해짐에 따라 발생함- 노동시장 제도가 많고 정책의 강도가 높은 OECD국가에서 줄어들고 있음. 노조가입율, 고용보호법과 상품시장규제의 엄격성, 조세격차 모두 특히 많이 줄어들었으며 최저임금이 존재하는 국가에서 중위임금대비 최저임금비율은 특히 크게 감소함. 노조협상적용율은 비교적 안정되게 유지된 반면, 노조 조정은 임금 협상의 분권화 경향을 보여 줌.- 상품시장규제변화와 임금불평등간의 약한 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임시직 근로자를 위한 고용보호법과 임금불평등 추세 사이에 약간의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

◯ 세계화는 급여와 소득 격차 확대와 연관이 있다.

- 늘어난 금융흐름과 기술적 변화(무역과 금융시장의 통합과 기술적 진보)가 불평등에 영향을 끼쳤음- 대부분의 정책 및 제도의 개혁(규제 개혁)은 급여격차 확대에 기여함- 기술, 정책, 교육의 추세가 OECD 지역의 임금 불평등 및 고용 변화의 주요 원인- 근로소득 불균등 수준은 파트타임 근로자와 개인사업자를 포함시킬 경우 휠씬 높아짐-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더 많이 감소함- 가구 근로소득 분배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인구학적 변화는 노동시장 추세보다 덜 중요함- 자본소득은 주로 부유한 가구에서 더 큰 소득의 원천이 됨

◯ 인구구조의 변화와 가족규모의 변화가 불평등에 악영향을 미쳤다.

- 1인 가구, 한 부모 가정, 자녀 없는 부부의 증가는 가구의 규모를 축소시키고 저임금 일자리 진입으로 소득불균형을 초래함- 결혼을 통해 불평등이 강화되는 경향이 존재함(동일 부류 결혼과 고학력 배우자 노동시장 진입 활성화가 원인임)- 전통적 외벌이 모델에 근거하고 있는 사회정책이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하며 기존 사회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함

◯ 정부사회지출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함

- 재분배체제는 소득 상위계층보다 하위계층의 소득격차 완화에 기여함- 보조금은 사회적 기여금, 세금 등 다른 주요 현금 분배 도구들보다 불균형에 훨씬 강한 영향을 미침- 현금지급은 독신자들과 자녀가 없는 가구에 대해 역진적 성격을 띄기도 함- OECD 국가를 통틀어 교육 의료 돌봄 등 공공서비스는 소득 불균형을 평균 1/5 감소시켰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재분배적 효과는 2000년대 내내 변함없이 유지됨- 효과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OECD 국가에서의 세금 및 보조금 제도는 소득불균형을 줄여주고 있으며 그 영향은 북유럽 국가에서 가장 크고 미국과 한국에서 가장 작음

◯ 정부사회지출이 불평등 해소에 미치는 영향이 90년대 중반부터 감소하고 있다.

- 시장소득은 순소득보다 훨씬 더 불평등하게 분배됨- 소득 불평등의 원인은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의 불균형에 있는 것으로 분석됨-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급여 불평등의 심화이며 더 불평등한 임금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보장의 대상이 됨- 사회보장 대상의 증가로 인해 사회지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감소에 기여하지 못함(시장소득 불균형이 증가한 것에 비해 세금/이전을 통한 재분배는 많은 국가에서 덜 효과적이게 됨)- 지난 20년 동안(85-05년) 시장소득 불균형은 재분배보다 두 배 증가하였으며 정부재분배 정책의 불평등 완화 효과는 점차 감소함-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불평등 추세의 주요 원인인 시장소득 격차 확대를 어느 정도 상쇄하는데 도움이 됐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2005년까지 세금-보조금 시스템의 재분배 능력 감소가 가구소득격차가 늘어난 주된 원인이 됨([표 2] 참조) - 세금 보조금 정책은 OECD 국가의 불평등 해소에 1/4정도 기여하며 이는 북유럽, 벨기에가 높고 칠레, 아이슬란드, 한국, 스위스와 미국에서 재분배 수준은 평균 수준을 훨씬 밑돔- 세금/보조금의 혜택수준보다는 지원자격 기준의 강화로 수급자 수가 감소한 것 역시 불평등에 영향을 미침(비정규직의 증가로 실업수당 대상자의 감소 등)- 세금의 누진성 역시 감소함- 결론적으로 세금/보조금 제도는 하위층의 소득증대에는 영향을 미쳤으나 상위층에게 집중되는 소득불균형을 해소하는데 한계를 보이며 이 경향은 90년대 중반 이후 가속화 됨

◯ 공공사회지출은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 소득의 개념을 확대하여 현물보조를 포함시키는 경우 가구의 경제적 자원이 상당히 증가하고 불균형과 빈곤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침(모든 사회적 공공서비스가 가처분현금소득으로 환산된다면 가구의 자원은 평균 30%가까이 증가함)- 교육과 의료서비스 혜택의 불평등 해소 영향이 제일 큼- 공공서비스의 재분배효과는 빈곤위험률이 높은 특정 인구집단에 효과가 더 강력함


4. 불평등 해소를 위한 OECD 제언과 시사점

1) OECD의 제언

◯ 조치가 취해져야 할 첫 번째 장소는 노동시장이다.

세금과 보조금 정책을 개혁하는 것이 재분배를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소득개편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고, 특히 오늘날과 같이 국가재정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도 하다. 불평등을 타개할 가장 유망한 방법은 고용을 통한 방법이다. 사람들을 빈곤에서 탈출시키고 직업전망을 제공하는 양질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선진국에서는 불평등으로 흐르는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세금과 지출을 늘려왔는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사회 정책에 더 많은 재정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불평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불평등의 증가에 대응하여 세금 부과와 지출을 늘리는데 의존하는 것은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불평등을 감소시키기 위해 지속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자본소득과 급여간의 격차 증가를 막는 것이다. 특히 고용을 활성화하고 국민들이 자신과 가족을 빈곤으로부터 지킬 수 있을 만큼의 급여를 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다시 말해 선진국은 국민들이 실업급여, 장애인 수당, 조기퇴직급여에 의존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일자리를 공급하고 좋은 고용 전망을 제시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 불평등의 심화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노동력에 대한 투자(유아기에 시작되어서 공식교육을 통해 계속되고
학교에서 직장으로 이전되어야 함), 신흥국의 소득불평등은 비공식 노동문제의 해결, 교육, 의료와 가정양육 등 무료로 접근이 가능한 고품질의 공공 서비스 제공이다. 정부 이전과 세금에 근거한 재분배 전략만으로는 효과적이지도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도 않으며 더 많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더 집중적인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포용적인 고용 장려, 제대로 기획된 세제/이전 재분배 정책이라는 세 가지 중심축에 기반 해 진행되어야 한다.

2) 한국의 시사점

이 보고서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이 충분하게 담겨있지 않다. 국제기준에 맞는 통계를 생산한 기간이 짧고, 세부 분야 통계가 부족하며, 국제통계 수집 및 분석에 시간이 걸려 최근 몇 년간의 변화가 담기기 어려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득불평등 수준은 국제 수준에 비해 높지 않다. 하지만 장기추세는 U 자형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 급격히 감소하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다시 같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천년대 들어 소득불평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세와 급여 시스템의 불평등 감소율은 7%에 불과하였으며, 이 수준은 OECD 평균인 2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정부사회지출로 인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거의 바닥수준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가구의 가처분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OECD국가에서 가장 높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공공서비스는 그보다는 높으나 GDP의 9.1% 정도로서 OECD평균 지출 수준인 GDP의 13%보다 낮으며, 현금지원의 경우도 대략 GDP의 2.5%로서 OECD 평균 지출수준인 11% 보다 매우 낮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시장의 회복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여 임금소득에서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빠른 정부사회지출의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이 두마리 토끼를 심각한 경제 저성장 국면에서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구의 경우 자본주의 황금기였던 1950~1970년대에 실질임금의 증가와 정부사회지출을 통한 노동시장의 재분배와 조세-보조금-공공서비스의 2차 재분배를 실현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과제를 지속적 성장이라는 과제와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고를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의 산물로 재분배를 하는것이 아니라 재분배를 통한 경제성장으로 모멘텀을 전환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튼튼한 재분배 제도에 기초한 북유럽과 일부 유럽 국가들의 성공적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두편의 보고서는 다양한 통계와 소득, 빈곤, 불평등, 노동시장, 조세 및 공공서비스 등 사회 핵심 제도에 대한 접근 방법론과 분석을 제시하고 있어 한국 사회 개혁방향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에서 사회정책 및 보건의료 분야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3년 2월 7일 목요일

1984년을 살아가는 2013년 한국사회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07일자기사 '1984년을 살아가는 2013년 한국사회'를 퍼왔습니다.
[법으로 본 미디어]이마트 사찰이 보여주는 '빅 브라더' 문제

▲ 지난달 16일 민주통합당 장하나, 노웅래 의원과 전수찬 이마트 노동조합 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마트 직원사찰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영국과 남북 아메리카를 아우르는 오세아니아국의 런던에 살고 있었다. 오세아니아는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 국가로 그곳의 통치자는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이다. 빅 브라더는 모든 주민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이 생활하는 방에 ‘텔레스크린’ 설치하여 주민을 감시한다.
윈스턴은 가게 진열장에 놓인 공책에 매료되어 공책을 구입한다. 그리고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피해 그동안 상상만 해왔던 일을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윈스턴은 때때로 빅 브라더에 반역적인 말을 적곤 했다.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윈스턴은 어느 날 국가의 거짓과 죄악을 폭로한 책을 읽고 있다가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 그리곤 윈스턴이 가장 두려워하는 쥐를 이용한 고문을 받은 뒤 석방된다. 석방 후 윈스턴의 모습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그런데 텔레스크린에 의해 감시받는 사회! ‘이 소설 속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만은 아니구나’ 라고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얼마 전 일요일 오전에 MBC의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시청하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는 개인 정보를 담은 칩으로서 인체에 이식할 수 있는 ‘베리칩(Verichip)’이 소개되었는데 내용이 꽤 충격적이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 칩을 개발해 왔다. 그런데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개인의 사생활 보호보다 안전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베리칩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개인 정보가 들어 있는 베리칩을 인체에 이식하게 되면 자신의 신원을 쉽고 빠르게 증명할 수 있고, 금융정보 또한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베리칩을 이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 프로그램에서는 미국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를 통해 미국 정부가 베리칩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민단체들에 의하면 베리칩 이식의 최종적인 목표는 미국 정부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빅브라더 시대’를 열기 위해서이고 미국 정부는 베리칩을 이식받은 사람들의 생명까지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빅 브라더의 감시가 존재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6위(2011년 기준) 수준, 최근에는 답보상태이나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과 IT산업의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광고, 상거래, 금융 등 많은 활동들이 편리하게 이루어지고, 등기부, 토지대장, 가족관계증명서 등 우리나라 행정기관의 공문서 대부분이 전산화되어 전국 어디서나 쉽게 공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심지어 서울에서는 일부 지하철역에 무인발급기가 설치되어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를 편리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편리함의 대명사였던 인터넷과 컴퓨터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가 해킹되어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가 하면, 회원 가입을 위해 수집했던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함부로 제3자에게 팔아넘기기 일쑤다. 그리고 이렇게 불법적으로 획득한 개인정보는 다시 보이스 피싱과 같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3월 29일 개인정보 보호법을 제정하여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 등에 관하여 규제하고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 외에 함부로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자를 모두 처벌하고 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그러나 위 법률은 그다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기 이전인 2008년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 법이 시행된 이후인 2012년 7월에도 KT 휴대전화 가입자 87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건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 수준이 달라져야 함은 물론 개인정보 수집 방법에도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의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 출생지, 성별 등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인터넷에서도 각종 회원 가입이나 상품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사회보장번호가 있으나 쉽게 알아낼 수 없는 번호이고 회원 가입이나 상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회보장번호를 제시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는 다양한 형태로 전산화 되어 관리되고 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찍는 열손가락의 지문은 국가에 의해 전산화 되어 관리되고 있다. 매일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 찍는 신용카드는 내가 언제 어디에 갔는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내가 타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의 내용은 내 핸드폰에서 삭제해도 복원이 가능하다. 내가 타인과 나눴던 휴대전화는 기지국 확인을 통해 내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말해 준다.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된 길거리의 CCTV 또한 매일 나를 지켜보고 있다.
한마디로 나에 관한 개인정보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 의해 수집·관리·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6월 MBC PD수첩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불법으로 사찰한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게다가 최근 이마트가 이마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이마트 노조원들을 밀착 감시하고 노조원이 퇴사한 이후에도 동향 파악해 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 권력뿐만 아니라 사기업체에서 조차 공공연히 개인을 감시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의 오세아니아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 사회에 빅 브라더의 텔레스크린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성춘일 / 합동법률사무소 여송  |  mediaus@mediaus.co.kr

2013년 2월 5일 화요일

청문회 활성화가 정치개혁이다


이글은 대자보 2013-02-04일자 기사 '청문회 활성화가 정치개혁이다'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한국사회도 투명사회로 가려면 공직사회부터 맑아져야

헌재소장 후보자 이동흡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국무총리 지명자 김용준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레 사퇴했다. 국민감정을 미루어 그 숱한 흠결을 안고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리라고 깨달은 듯하다. 인사돌풍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곤혹스런 모양이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죄인심문’이니 ‘신상털기’니 하는 따위의 말로 청문회 무용론을 들고 나와 역공을 시도한다. 청문회를 탓하지 말고 먼저 전문성, 지도력, 포용력, 대중성, 정직성, 도덕성, 청렴성을 따져서 발탁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이 나라 대통령은 헌법상의 권력구조와는 상관없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한다. 이런 현실에서 그나마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있어 대통령을 견제한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에야 도입되었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 후 2003년 1월 권력기관인 국가정보원,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2005년 1~3월 노무현 정권의 교육부총리, 경제부총리, 국가인권위원장, 건설교통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도덕적 흠결로 낙마했다. 그해 7월 박근혜 대표의 한나라당이 주도하여 모든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지도층의 도덕적 불감증이 국민에게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준다. 주로 불투명한 축재가 도마에 오른다. 드문 예외를 제외하고는 투기의혹, 위장전입, 농지소유, 세금탈루, 편법상속-증여, 전관예우 등등 청렴성의 결여가 용인의 범위를 넘어선다. 논문표절-이중게재, 허위학력, 병역기피, 자녀의 미국국적, 공금유용 따위로도 도덕성, 정직성의 논란을 일으킨다. 탈법의 수준을 넘어 불법의 단계에 이르렀지만 거짓말을 예사로 안다. 그 탓에 전문성, 지도력, 포용력, 대중성을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번번이 중도에 하차한다. 

2002년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두 차례나 국회인준을 얻지 못하는 바람에 김대중 정권이 정치적 곤경을 겪었다. 2002년 7월 이화여대 총장 장상이, 2002년 8월 매일경제신문 사장 장대환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첫 여성 총리’, ‘50세 총리’라는 깜짝 발탁도 그 관문을 뚫기에는 도덕적 흠결이 너무 많았다. 이명박 정권은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를 내심 잠재적 대선주자로 키운다고 ‘40대 총리'로 발탁했다. 하지만 그도 도덕적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퇴했다. 

‘최고령 총리’를 바라보던 헌재재판소장 출신 김용준는 청문회를 포기했다. 수도권 토지 집중매입, 7, 8세 두 아들의 수십억대 부동산 소유, 두 아들의 병역면제가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느꼈던 모양이다. 김용준은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는 대법관과 헌재재판소장을 역임했다. 사법부 수장을 지냈으니 행정부에 들어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한다. 사법권의 권위와 신뢰를 실추시키고 권력분립이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문제를 말이다. 이런 대법관이나 헌재재판관이라면 재임 중에 정치적 중립을 견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동흡과 김용준이 낙마하자 인수위측에서 청문회가 ‘인격살인’을 일삼는다느니 ‘성인군자’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따위로 말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미국을 들먹이며 재산-병역-세금 등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능력검증만 공개하도록 청문회 제도를 고치겠다고 나섰다. 미국도 도덕성을 먼저 본다. 냉혹하리만치 철저한 사전검증을 통과했기에 청문회가 정책-능력 위주로 운영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93년 클린턴이 첫 여성 법무장관을 발탁했지만 불법이민자를 가정부로 고용했다는 이유로 지명을 철회했다. 

한국사회는 권위주의 시대의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무한경쟁 사회가 되었다. 배금사상과 연고주의-출세주의가 팽배하면서 가치관이 전도되어 목적보다는 수단이 우선한다. 이런 현실에서 기득권층이 부패구조에 서식하면서 거대한 지배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문범위와 함께 청문기간도 늘려야 한다. 1987년 체제 이후만 보더라도 역대정권이 실패한 이유는 공인의식이 결여된 무자격자-무능력자들을 중용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는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한국사회도 투명사회로 가려면 공직사회부터 맑아져야 한다. 청문회가 공직사회에 각성제 노릇을 하고 일반사회에도 청정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자라는 세대에게 장차 공직사회에 진출하려면 학창시절부터 도덕적으로 근신하는 자세를 갖도록 시사하는 중요한 의미도 갖는다. 청문회 활성화가 정치개혁으로 가는 길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2013년 1월 18일 금요일

우리의 가정이 가난한 진짜 이유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1-18일자 기사 '우리의 가정이 가난한 진짜 이유'를 퍼왔습니다.
[김병권의 한국사회의 창]

2011년부터 경제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했으니 3년째다. 특히 지난해는 2.0% 수준밖에 성장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별히 주목할 경제적 충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던 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다. 새로 취임하는 박근혜 정부는 예산집행을 상반기에 몰아서 할 뿐 아니라 추경편성까지 해서라도 경기악화를 막으려 할 것이지만 체감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럼 하반기는 어떨까. 그건 그때 가 봐야 한다. 유럽위기 향방 등 대외적 변수들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나라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2012년 실적은 최고의 신기록 행진을 했다. 지난해 매출액 잠정집계는 201조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8.4%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더 놀랍다. 29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전년 대비 거의 두 배인 88.84%가 증가했다. 이 정도 어마어마한 규모면 우리 국민들에게 떡고물이라도 떨어졌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우리경제에서 ‘부자 삼성 가난한 국민’의 특징이 점점 더 짙어져 간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왜 그럴까. 한국은행에서 이에 대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이슈보고서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민소득 가운데 기업이 이윤·이자·배당금으로 가져가는 몫이 계속 커져 온 반면 가계에게 차례지는 몫은 줄어 왔다고 분석한다. 외환위기 직전인 95년 국민소득 가운데 가계의 비중은 70.6%였다. 그런데 2011년에는 61.6%까지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의 몫은 16.6%에서 24.1%까지 늘어났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신자유주의 영향 등으로 가계소득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에서 유독 가계의 몫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2011년 기준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76.4%, 일본 65.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69.0%였다. 한국이 61.6%였음을 비교해 보라. 언론에서는 우리 사회가 '격차 사회'라고 난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남성과 여성의 격차 등 수많은 격차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격차의 근원에는 기업과 가계가 가져가는 몫의 격차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보자.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가계소득이 예전에 비해 늘지 않은 이유를 세 가지 차원에서 설득력 있게 정리했다. 첫째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를 임금증가가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90년대에는 연평균 임금 증가율이 11.7%였고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2.8%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양상이 달라진다. 임금상승률은 7.2%에 불과한데, 영업이익률은 10.2%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은 훨씬 더 올랐을 것이다. 결국 기업이 이윤을 내고 성과를 올려 거둔 몫을 노동자에게 비례해서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자 삼성, 가난한 가계의 숨은 비밀은 이처럼 단순한 곳에 있었다.
두 번째는 기업의 노동자뿐 아니라 취업자에서 28.2%나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됐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수익 역시 임금과 유사하게 90년대까지는 괜찮았지만 2000년대 오면서 현저히 줄어들었다. 90년대에 자영업자 연평균 영업이익은 10.2% 증가해 기업 영업이익과 비슷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자영업자 영업이익이 고작 1.5%밖에 늘지 않았고 기업은 10.2%가 늘었으니 당연히 기업에 비해 자영업 가계의 소득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임금노동자보다 못한 영세 자영업의 확산은 여기서도 확인된다.
세 번째는 바로 가계부채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의 저축률이 10%가 넘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 덕분에 부채에 대한 이자상환보다 저축에 대한 이자수입이 많아서 순이자소득이 14%씩 늘어났다. 그런데 2000년대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다. 순이자소득이 마이너스 13.3%로 역전된 것이다. 2011년 기준 1천조원의 가계부채 때문에 상환해야 할 이자가 연간 44.5조원 규모로 불어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반면 기업은 2000년대 들어와 부채 비율이 크게 축소됐고, 금융비용도 줄어들었다. 들어오는 수입은 충분히 오르지 않고 나가야 할 지출만 늘어난 곳은 가계뿐이었다.
이런 분석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소득 확대→소비증가→고용창출→인적자본 축적→성장지속→소득확대'의 선순환을 이루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체제로 바꿔야 한다. 새사연은 이를 ‘소득주도 성장모델’이라고 부른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빼 버렸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첨예한 이슈가 된 경제민주화가 그 해답이 되지 않을까.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05년까지 IT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살아왔다. 새사연 창립을 함께 하면서 지금은 새사연 부원장으로 있다.  

2013년 1월 8일 화요일

2013년, 한국사회를 움켜쥐려는 괴벨스의 후예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07일자 기사 '2013년, 한국사회를 움켜쥐려는 괴벨스의 후예들'을 퍼왔습니다.
[서평]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 괴벨스의 눈으로 정부의 선전선동을 경계하라

지난 5년 간 한국 언론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해외인물은 아마 요제프 괴벨스(1897~1945)일 것이다. 독일 나치의 국민계몽 선전장관으로 히틀러의 전체주의체제를 정당화하며 국민을 전쟁터로 내보냈던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숱한 언론인 해고와 공영방송의 편파보도,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표현의 자유 위축 사건들이 벌어질 때마다 입에 오르내렸다.
지난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명박 정부가 검찰권을 남용한 사례를 정리했다. 그 중 언론 자유 침해에 해당하는 주요 사건으로 △미네르바 전기통신기본법위반 혐의 수사(2008)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혐의 적용 수사(2008)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관련 명예훼손 혐의 수사(2008)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시국선언 발표에 대한 수사 및 정당가입 추가 수사(2009) △G20 포스터 쥐 그림 수사(2010) 등이 있었다.
참여정부가 임명한 언론사 사장은 사실상 강제로 내쫓았고, 정부정책을 비판한 프로그램은 명예훼손으로 옥죄고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그린 사람은 끌려갔다. 2012년 국경 없는 기자회는 국가별 언론자유 수준을 평가하며 한국을 아프리카 보츠와나·가나보다 낮은 44위로 발표했다. 2009년에는 69위까지 내려간 바 있다. 민주주의 척도를 평가하는 미국의 보수성향 단체 프리덤하우스는 2012년 한국을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강등시켰다. 지난 5년 간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가 얻어낸 ‘성과’다.
문제는 ‘언론탄압과 여론조작’의 상징과 같은 괴벨스가 박근혜 정부 5년 간 또 다시 회자 될 것 같다는 사실이다. ‘박근혜의 입’인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경우 안철수 전 대선후보를 두고 “젖비린내가 난다”고 했고, 조국 교수를 두고는 “지성의 탈을 쓴 더러운 강아지”라고 표현하는 등 논란이 됐다. 이런 인물을 대변인으로 기용하며 박근혜 당선인의 언론관에도 우려가 높다. 더욱이 박 당선인은 군사독재시절 아버지 박정희가 언론을 다뤘던 방식을 기억하고 있다.

▲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

2013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히틀러의 입’이었던 괴벨스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미 MBC로 대표되는 공영방송과 조중동 종합편성채널은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권력에게 순치된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를 닫고 사회문제의 본질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호도할 것이다. 최근 대안방송 논의가 활발한 것도 언론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괴벨스의 눈을 통해 향후 있을지 모를 정부의 선전선동을 경계해야 한다. 이미 괴벨스를 다룬 EBS 편도 훌륭한 참고가 되지만 책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1990,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저, 김태희 옮김, 교양인)이 괴벨스의 자세한 행적을 담고 있다. 
1930년대 독일 나치당 선전국은 언론·방송·영화·연극·선전 5개 분과를 단일한 대규모 조직 내에 통합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괴벨스는 선전을 창조적 과정으로 미화했으며 “언론은 정부의 손 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 정부가 연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괴벨스는 언론을 프랑스 혁명에서 터져 나온 계몽정신의 산물이자 자유주의적 도구로 파악했으며, 신문을 ‘부패의 전령’, ‘몰락의 인도자’로 표현하며 정부의 언론 장악을 정당화했다.
나치주의자들은 조직적으로 언론사에 침투했다. 그 결과 주요 통신사 두 곳과 신문사 하나가 독일통신사로 통합됐다. 이곳은 국가 독점 회사로서 선전부의 업무감독을 받았다. 이른바 보도지침이다. 1930년대 초 선전장관이던 괴벨스는 편집인 법률을 통해 신문과 잡지의 편집인도 국가의 간섭을 받게 했고, 미움을 사면 수용소로 보냈다. 1933년 ‘독일민족수호’ 법령 이후 (전진)과 (적기)를 비롯한 좌파 언론은 폐간 조치됐다.
괴벨스의 언론장악정책은 크게 △금지 △재정압박 △편집인 정화였다. 이는 법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뒤로는 돈 줄을 끊고 언론사 사장을 압박하는 형태였다. 괴벨스는 또 제국정부 언론심의회를 만들어 언론을 조종했으며, 언론사 간부들을 상대로 ‘방향 설정’이란 이름의 회의를 진행했다. 1933년에서 1945년 사이 나치가 언론에 지시한 것만 공식적으로 75000건이었다.
이 회의와 함께 제국공보실이 운영하는 (주의 환기), (금주의 구호), (우리의 의지와 길), (비밀 정보들)이 언론조종의 중추를 이루었다. 나치의 언론 트러스트는 독일 출판사의 80% 이상을 합병했다. 나치당 제국언론지도자 롤프 린하트르는 독일신문발행인제국협회 부회장으로서 신문 분야의 권한을 한 손에 쥐고 독일 언론 전반에 인사권까지 행사했다. 자연스럽게 언론은 획일화됐다.
괴벨스는 라디오에 주목했다. 괴벨스는 라디오가 본질적으로 권위주의적이라고 보았고, 전체주의 체제에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복무하게끔하는 선동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로 이용했다. 괴벨스는 길거리와 광장에 제국 스피커를 설치하고 저렴한 수신 장비 생산도 추진했다. 라디오만이 국민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했다. 이후 시대가 흘러 라디오의 영향력은 TV로, 인터넷으로 옮겨왔다. 현재 TV에선 화편의 편파적 편집, 인터넷에선 특정후보를 위한 댓글 알바단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괴벨스는 방송국 사장들을 베를린의 방송회관으로 소집해 연단을 내리치며 권력을 과시했다고 전해진다. 괴벨스는 “우리는 방송이 우리의 이념에 복무하도록 할 것이다. 방송에서는 그 어떤 다른 이념에 대해서도 발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국에 ‘마르크스주의 잔당’을 제거하는 작전을 지시했으며, 독립성을 잃은 방송국 사장들과 보도국 기자들은 쫓겨나거나 희생됐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노골적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았던 한국의 언론사들이 퍼뜩 떠오르는 대목이다.

▲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

언론장악 이후에는 온갖 형태의 정치적 감화와 선전 선동이 이어졌다. 괴벨스는 “국가에 대한 비판은 오로지 수용소로 가는 것을 겁내지 않는 자들에게만 허용된다”고 협박했다. 히틀러 생일 전날 저녁 모든 방송국을 통해 송출된 연설에서는 히틀러를 ‘민족의 구원자’로 찬미했다. 국민들은 단순하고 격정적인 그의 구호에 반응했고, 독일민족의 우수성에 열광했으며, 그렇게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했다.
미디어는 거대한 악을 무감각하게 만들 수 있다. 괴벨스가 참고했다고 전해지는 선전 전략의 고전 격인 (프로파간다)(1928년, 에드워드 버네이스, 강미경 옮김, 공존)에 따르면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권력을 가진 소수는 대중의 생각을 조종함으로써 대중이 보통선거제로 새롭게 얻은 힘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게 됐다. 버네이스가 “선전은 보이지 않는 정부의 실행 부대”라고 평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버네이스는 “읽고 쓰는 능력의 보편화는 대중에게 사고를 가져다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중을 거수기로 만들어버렸다”고 평가하며 “모두 똑같은 거수기가 된 상황에서 똑같은 자극에 노출되면 똑같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주제든, 입헌제든, 민주제든, 공산제든 정부의 성패는 여론의 지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버네이스의 메시지를 가장 충실하게 공부한 괴벨스는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20세기 최고의 선전선동가가 되었지만 그 결과는 비극이었다. 
버네이스는 자신의 책에서 “선전이 좋은지 나쁜지는 내세우고자 하는 명분의 가치와 발표되는 정보의 정확성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리의 확산은 조직화된 노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으며 사람들은 언론과 연단을 최선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21세기에도 권력가들은 여전히 선전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들은 언론의 편파에 무감각해질수록 점점 말 할 자유를 잃어갈 것이다. 2013년에도 ‘괴벨스의 후예들’은 언론사 논설위원실에서, 청와대에서, 각종 정부부처에서 한국사회를 움켜쥐려 할지 모른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3년 1월 2일 수요일

한국사회 가장 큰 고민은 ‘노후’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31일자 기사 '한국사회 가장 큰 고민은 ‘노후’'를 퍼왔습니다.

ㆍ경향신문 여론조사… 3명 중 1명 “최대 가치는 복지”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은 2013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복지’를 꼽았다.

경향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8~29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 ‘2013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복지’라는 대답이 34.5%로 가장 많았다. ‘성장’(26.4%)이 그 다음이었다. 이어 ‘통합’ 13.0%, ‘안보’ 12.4%, ‘소통’ 11.1% 순이었다. 

‘요즘 생활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문제’로는 응답자의 30.5%가 ‘노후 문제’라고 대답했다. 노후 문제가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민생 현안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어 ‘주택자금 마련’(20.7%), ‘취업 등 일자리’(19.7%), ‘교육비’(18.4%), ‘육아·보육’(6.6%) 등이 가장 고민스러운 문제로 지목됐다.

오는 2월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가장 잘 해결해야 할 국정 과제’에는 ‘경제성장’(30.9%)과 ‘빈부격차 및 사회양극화 해소’(26.8%)가 1, 2위로 꼽혔다. 이어 ‘일자리 창출 등 고용 문제’ 17.1%, ‘집값 안정 등 부동산 문제’와 ‘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비 문제’가 각각 7.6%, ‘정치개혁’ 5.7%, ‘남북관계’ 3.5% 등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 직무 수행에는 80.9%가 ‘잘할 것’이라고 대답해 새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1.96%포인트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한국사회의 '저열한 노동인식' 드러낸 "버스파업" 보도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2일자 기사 '한국사회의 '저열한 노동인식' 드러낸 "버스파업" 보도'를 퍼왔습니다.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버스파업"…"노동문제에 대한 무관심 방증"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22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조선일보 22일 [지하철 운행 늘리고 전세버스 투입…등교 1시간 늦추기로])
"버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교통대란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중앙일보 21일 온라인판 [버스 파업 D-1 …"출근길 교통대란 어쩌나"])
"22일 0시 전국 버스의 동시 전면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동아일보 21일 ['대중교통 택시'에 뿔난 버스 "내일 전면파업"])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데 반발해, 버스업계가 22일 새벽 첫차부터 모든 버스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한겨레 22일 [오늘 전국 버스 파업…서울 마을버스는 정상 운행])
"버스업계가 오는 22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경향신문 21일 [정치권 때문에…버스·택시 '대중교통법'충돌])
지난 21일 '버스운행 전면 중단' 예고로 언론이 뜨거웠다. 언론들은 이 사태를 '버스파업' '운행중단' '버스대란' 등의 용어로 다양하게 표현했으나 그 중에서도 '버스파업'이 가장 많이 사용됐으며 이는 진보, 보수언론 가릴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버스 운행 중단 사태를 '파업'이라고 표현해도 되는 걸까? 구체적으로, 버스 운행 중단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파업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포털 사이트에 '버스파업'으로 검색한 결과 - 포털 사이트 화면 캡처

이번 사태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아래 버스연합회) 측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택시 대중교통법'에 반발해 생긴 갈등이다. 버스업계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고 있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타격은 버스 보조금이다. 택시가 대중 교통으로 인정되면, 버스 업계는 1조 4천억원(1년 기준)의 버스 보조금을 택시 업계와 나눠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버스 운행 중단 사태의 주체는 노동자가 아닌 '버스연합회'라는 사용자였고 그 목적 역시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한다기보다 사용주의 이권을 위한 갈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언론들이 '운행중단'을 '파업'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민주노총 정호희 대변인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연결에서 "파업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파업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지칭하는 말이다. 버스연합회가 보여주는 사태는 거칠게 말하면, 자본가들의 이권에 따른 운행 중단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호희 대변인은 "파업은 정당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언론이) 파업이 아닌 것을 파업으로 규정함으로써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버스사업주들의 '버스운행중단'에 반발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는 21일 "버스사업주들의 자기 뱃속을 채우기 위한 버스운행 중단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운행중단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 한겨레신문 22일자 기사

노동문제에 민감해야 할 진보언론들 마저도 '업무 중단 사태'와 '파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수준이 떨어짐을 방증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업무 중단, 업무 거부를 파업이라고 볼 수 있느냐 물어보면 아니라고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 노동법상으로 보면 버스운행 중단 사태는 파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언론들은 예전에 의약분업시 의사들의 폐업에 대해서도 '의사파업'이라고 기사화했었다. 이번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파업을 포함한 노동쟁의 행위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의미한다. 
하종강 학장은 "(진보언론들을 포함해 우리 사회가) 업무중단과 파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수준이 저열함을 보여준다. 노동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현상으로서 이것 자체가 문제"라며 "외국에서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파업과 폐업, 업무 중단을 구분해서 가르친다"고 밝혔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는 정부는 강력하게 법으로 엄단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어떤 근거도 없이 자본가들이 업무를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전혀 없다"며 노동자와 사용자의 단체행동에 대한 사회의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하종강 학장은 "한 사람의 노동자가 업무를 거부하면 생존을 박탈하는 가혹한 징계를 당하지만 자본주들이 이처럼 시민의 발을 붙잡고 업무를 중단해도 우리사회는 이들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자본가들이 폐업을 해서 노동자들을 실직상태로 만들어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9월 21일 금요일

안철수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1일자 기사 '안철수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들'을 퍼왔습니다.
[이태경의 고공비행] 한국사회 특수성 깊이 이해해야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에게 쏟아진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생각할 때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안철수에게 쏠리는 관심과 지지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안철수표 국가발전모델이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안과 모순들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안철수 캠프가 국가발전모델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열거하고자 한다.

한국사회가 지닌 특수성을 중심에 놓고 사고해야

안철수 캠프는 국가발전모델을 설계함에 있어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지닌 특수성에 착목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지닌 특수성을 열거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한국사회의 사익추구집단(재벌, 관료, 조중동, 검찰 등)과 진보,개혁 진영이 가진 물적, 상징적 자원의 비대칭성이 심각하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 더욱이 사익추구집단은 사익이라는 공통의 절대목표가 있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는 무시하고 단결하는 반면, 진보, 개혁 진영은 계기만 있으면 분열을 거듭한다. 양 세력이 가진 자원의 크기가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사익추구집단은 설혹 실수를 하거나 집권에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언제나 기회가 있지만, 진보, 개혁 진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양 진영이 지닌 힘의 차이는 집권 기회뿐 아니라 집권 이후의 국정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신자유주의 이외의 한국사회 특유의 구조적 모순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사회는 식민통치, 외세에 의한 해방과 분단, 전쟁, 군사독재, 압축적ㆍ폭력적 산업화, 민주화 등을 1세기 만에 경험한데다 그 이행과정이 질곡으로 점철돼 있기에 식민, 분단, 반민주 등의 적폐가 여전히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런 적폐들이 반칙, 특권, 불공정, 비합리, 몰상식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양태들이 공정한 경쟁의 부재, 승자 독식 및 패자부활전의 부재, 불로소득 추구행위의 만연, 패거리주의와 학벌주의의 기승, 사익추구행위의 창궐 등이다.

신자유주의에서 기인하는 구조적 모순과 한국사회의 전근대성 혹은 불공정성에서 기인하는 구조적 모순은 구별되어야 하며 그 처방도 달라야 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신자유주의의 개념적 징표들을 나열해 보면 각종 정부 규제의 철폐, 경제의 금융화경향, 주주자본주의, 민영화, 시장개방, 무역자유화, 고용유연화, 경쟁의 촉진, 제조업에 대한 금융업의 우위, 사회보장제도의 축소 등일 것이다. 확실히 신자유주의적 정책 가운데 어떤 것들은 부자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들이 더 가난해지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현안인 양극화(산업간, 기업간, 지역간, 노동간, 계층간)의 주범이 신자유주의인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부동산 및 주식 불로소득의 편중으로 인한 자산양극화 및 부동산 가격 폭등, 기회(교육과 의료, 금융 서비스 등)불균등의 심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불공정 경쟁으로 인한 내수 시장의 위축 및 실업률 상승 등이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주지하다시피 위와 같은 문제들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특권과 반칙이다. 신분제 사회에서나 횡행하던 특권과 반칙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주름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대한민국은 아직도 근대 이전에 있으며 특권과 반칙, 불공정성, 비정상성, 반/비합리성을 폐절하고 근대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이 절박하다.

셋째, 한국인들 특유의 집단심성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특수한 역사적 기원과 경로를 통해 형성된 한국인들의 집단적 심성에 주목해야 한다. 증세하더라도 복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우세한 현실,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국가모델이 미국이라기 보다는 스웨덴이라는 여론이 우세한 현실 이면에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것 보다 좋다'라는 여론이 엄존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집단 심성의 일단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즉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든 걸 국가가 해 주는 후견적 국가 보다는 사회 안전망을 튼실히 구축해 주는 국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가, 출발의 합리적 평등과 결과의 합리적 불평등을 지지하는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건국 이후의 역사적 경험과 발전 경로가 한국인들의 심성을 그렇게 주조한 것이다.

넷째, 토지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토지가 지닌 중요성은 새삼 긴 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토지문제 해결은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첩경이다. 토지문제를 단순히 주거복지나 집값 안정 차원에서 다루지 말고 국가발전모델을 구성함에 있어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토지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국가경쟁력 제고, 조세의 형평성과 효율성 담보, 자산 및 소득 불평등 완화, 부정과 부패 청산, 저성장모델의 탈피, 예산의 왜곡과 낭비의 시정 등을 실현할 길은 없다.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 시장과 노동에 대한 적절한 관점을 세워야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며, 시장과 노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도 안철수표 국가발전모델을 설계하는데 무척 중요한 포인트다. 국가는 개인이 창의와 자유를 바탕으로 공정하게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하도록 법과 제도로 보장하고, 경쟁에 참여할 수 없거나 경쟁에서 낙오한 개인들을 보살펴주는 후견적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시장은 불완전하고 국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지만 현존하는 최적의 생산시스템이라는 인식, 노동은 생산요소의 하나이며 자본과의 힘의 비대칭성을 보완하기 위해 국가가 헌법과 법률로 노동 3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관점이 시장과 노동에 대한 적확한 관점이 아닐까 싶다.

안철수표 국가발전모델은 정의롭고 평등하며 지속가능해야

안철수표 국가발전모델은 총체적이고 유기적이어야 하며, 현실적합성이 있어야 하고지속가능해야 한다. 또한 자유와 평등, 정의와 형평, 분배와 효율 같이 길항관계에 있다고 평가되는 요소들이 그 안에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 요컨대 안철수표 국가발전모델은 정의롭고, 평등하며,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2012년 6월 15일 금요일

MB의 '천안함 이중왜곡', 17세기식 종교재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14일자 기사 'MB의 '천안함 이중왜곡', 17세기식 종교재판'을 퍼왔습니다.
[기고] 한국사회는 최소한의 합리성을 언제 회복할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28일 제91차 인터넷 라디오연설에서 천안함 사건을 또 다시 두 번이나 왜곡했다. 천안함 침몰이 북의 어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과학적 증거를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합조단의 조사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 '종북세력'이라는 터무니없는 사실왜곡을 한 것이다. 이는 매카시즘이냐 사상검증이냐의 문제 이전에 사실관계의 문제이고, 이 사실관계는 명확하게 집고 넘어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설에서 천안함과 관련하여 세 가지 주장을 펼쳤다. 즉 (1) "2010년도 천안함 폭침 때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2) "북한은 똑같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했고 (3) "이들(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입니다"라는 것이다. 이중 (2) 북한이 천안함 책임을 부인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1)과 (3)은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명확한 과학적 증거"는 '폭침설' 부정

천안함 사건 이후 나온 "명확한 과학적 증거"는 이명박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합조단의 북한 어뢰설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즉, 합조단이 주장한 어뢰의 수중폭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어뢰와 천안함을 인과관계로 연결지어주는 핵심적 물증으로 제시된 데이터가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모의폭발실험에서 나왔다는 '흡착물'이 알루미늄산화물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그래프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데이터였다. 폭발로 생성되었다면 합조단의 주장과 같이 알루미늄산화물일 것이고, 그렇다면 이 물질을 에너지분광데이타(EDS)로 분석할 때 알루미늄과 산소 피크(그 원소가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프상의 표기)의 비율이 1:0.25정도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합조단 보고서에 실려 있는 그래프에서 이 비율은 1:0.9로 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데이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조작이외에는 설명할 방도가 없다.

또 캐나다 매니토바대학의 양판석 박사와 안동대의 안기영교수가 천안함 함체와 어뢰파편에서 채취한 '흡착물'을 분석한 결과 이는 폭발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아니라는 것도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다. 합조단이 공개한 샘플을 두 과학자가 서로 다른 연구실에서 독립적으로 분석을 한 결과, 이 물질은 수산화알루미늄 계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물질은 저온에서 장시간 침전의 결과로 생성되는 것이므로 폭발로 생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과학적 사실은 합조단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이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험폭발로 생성된 '흡착물'도 공개하여 성분을 밝히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국방부는 무엇이 두려운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명확한 과학적 증거"는 이미 나와 있다. 즉 어뢰 폭발의 물증은 없다는 것이고,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라고 내세운 데이터 중 적어도 하나의 데이터는 조작됐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과학적 증거"에 정반대되는 '폭침론'만을 주장하며 또 하나의 왜곡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 천안함 함체와 '1번 어뢰'에서 나온 물질 ⓒ국방부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 중 (3) 부분은 천안함과 관련한 두 번째의 사실왜곡이다. 즉 "북한은 똑같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과 한국에서 많은 이들이 천안함 조사보고서의 결론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두 개의 사실을 잘못된 선후관계와 왜곡된 인과관계로 엮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적 선후관계로 봐서도 필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수많은 네티즌들이 먼저 의혹을 제기했고, 내용적으로 봐서도 우리들이 제기한 내용들을 나중에 북한이 되풀이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뒤집어서 마치 북한이 먼저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했고, 우리는 나중에 북한이 한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왜곡한 것이다.

천안함이 2010년 3월 26일 침몰한 직후부터 정부의 초동대응이 미진했고, 이에 대한 정부의 보고는 의혹투성이였다. 사고의 위치와 시간에 대한 발표도 여러 차례 바뀌었고, 함미는 3월 28일 밤 어선이 찾아낼 때까지 며칠 동안 그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어뢰설계도'는 5월 20일 조사결과 발표 당시 잘못된 것을 제시했다. 어뢰가 폭발을 했으면 당연히 생겼어야 할 70미터 높이의 물기둥이 없었던 점, 생존한 병사와 죽은 병사의 시신의 깨끗한 생태, 어뢰추진체의 부식상태, 스크루 날개의 손상상태, 프로펠러 축에 감겨있던 그물 등 상식인에겐 '어뢰폭침설'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들 투성이였다.

언론과 네티즌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초기부터 의문을 제기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민간전문위원으로 합조단의 조사에 참가하고 있던 신상철대표는 3월27일 언론에 공개된 사진에 근거해서 좌초설을 제기했고, 사고 이틀후인 28일 폭발 가능성을 (KBS)에서 언급했던 해상전문가 이종인 대표는 4월 15일 인양된 함미의 모습을 보고 천안함이 좌초된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있던 박선원 박사는 노무현정부에서 군사안보분야의 대통령보좌관시절에 얻은 군사지식에 근거해서 4월 22일 의문을 제기했다. 서재정 교수는 5월 20일 합동조사단이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기 직전 (프레시안)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여러 가지 의혹의 근거를 제시하고 합조단이 이를 해명할 것을 촉구했으나, 보고서가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합조단의 주장 중 모순되는 부분들과 미흡한 부분들을 본격적으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합조단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필자들은 2010년 6월 1일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된 불일치 현상(고온에서야 타는 외부 페인트는 소각되고, 저온에서도 타는 매직 잉크는 타지 않은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과학적 문제점들을 제기했다. 이밖에도 최문순 당시 민주당 의원, 이정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 해상전문가 이종인대표, 노종면 기자, 양판석 박사, 정기영 교수등 예전에는 서로를 알지도 못하던 많은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자신들의 전문지식에 기반을 두고 사건의 진실을 찾았던 것이다. 6월초 한국을 방문했던 러시아조사단도 천안함 침몰이 북의 소행이라고 확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천안함 사건 초기 한국 내에서는 무수한 의혹이 제기되고 논란이 있었지만 북은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3월 31일에는 중국 지안(集安)시와 합작으로 압록강 수력발전소 건설에 착수하고, 4월 9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2차회의를 진행하는 등 천안함 사건에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일정을 이행했다. 심지어 5월 3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공헌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치하하고, 양자는 "9.19공동성명의 입장에 근거해 한반도비핵화 목표실현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 이며 "6자회담 참가국들이 반드시 성의를 보여,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합의하기도 했다. 즉 한국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지만 북은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천안함 사건을 무시하다시피 하던 북이 공식적으로 천안함을 언급한 것은 한국의 합동조사단이 보고서를 발표한 5월 20일이었다. 한국 측에서 공식적으로 "천안함은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되었다"고 발표하자마자 북 국방위원회는 성명서를 발표, 이를 "모략극, 날조극"이라고 규정하고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한국에 파견하겠다고 선언했다. 북의 이러한 성명서는 이미 한국에서 무수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 나왔지만 한국에서 제기되던 구체적 문제점들은 지적하지 못한 채, 오히려 한국에서는 그 누구도 주장하지 않던 "모략극, 날조극"이라는 주장만을 내세우고 실현가능성도 없는 '검열단 파견'만을 선언했던 것이다.

북이 천안함과 관련한 입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소명한 '진상공개장'을 밝힌 것은 2010년 11월 2일이었다. 합조단의 1차보고서가 발표된 5월 20일에서 거의 반년이 지났고,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9월 13일에서 거의 두 달이나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그동안 한국 언론에서 제기되었던 의혹들을 재탕하는 수준이었다. 어뢰 추진체의 부식과 관련해서는 "남조선의 한 해상전문가의 실험결과"를 인용했고, 언론과 국회에서도 지적이 되었던 열상관측장비(TOD) 문제 및 '1번'과 '방탄형광등' 등 네티즌들이 오래 전에 지적했던 의혹들을 재탕했다.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원회가 지적했던스크류 변형 문제를 되풀이하는 한편, "미국과 카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 물리학자들"을 인용하며 소위 '흡착물'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북 국방위원회가 공개한 '진상공개장'이란 것에는 심지어 표절의 의혹까지 있다. 다음의 두 문단을 비교해 보라.

"《1번》글씨는 페인트가 아니라 마지크같은것으로 씌여졌다. 지금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마지크에 사용되는 잉크는 크실렌, 톨루엔, 알콜로 이루어져있다. 매 성분의 끓음점은 138.5℃(크실렌), 110.6℃(톨루엔), 78.4℃(알콜)라고 한다. 따라서 추진체후부에 300℃의 열만 가해졌더라도 잉크는 완전히 타없어졌을것이다. 외부페인트가 탔다면 마지크로 씌여진 《1번》글씨도 타버려야 했고 그 《1번》글씨가 남아있다면 외부페인트도 남아있어야 한다. 이것은 과학이다.   그러나 고열에 견딜수 있는 외부페인트는 타버렸고 저온에도 타는 내부잉크는 남아있는 이러한 불일치는 입이 열개라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북 국방위원회 검열단 진상공개장, 2010년 11월 2일)

"'1번'은 페인트가 아니라 매직펜 같은 것으로 쓰여 있고, 그 잉크의 성분은 분석이 완료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잉크는 크실렌, 톨루엔, 알코올로 이뤄져있다. 각 성분의 비등점은 섭씨 138.5도(크실렌), 110.6도(톨루엔), 78.4도(알코올)이다. 따라서 후부 추진체에 300도의 열만 가해졌더라도 잉크는 완전히 타 없어졌을 것이다. 비등점이 이보다 높은 유성잉크나 페인트를 사용했더라도 어뢰 외부의 페인트가 타버릴 정도였다면 내부의 유성잉크나 페인트도 함께 탔을 것이다. 이러한 불일치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외부 페인트가 탔다면 '1번'도 타야 했고, '1번'이 남아 있다면 외부 페인트도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과학이다. 그러나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외부 페인트는 타버렸고, 저온에도 타는 내부 잉크는 남아 있다." (서재정.이승헌, "'1번'에 대한 과학적 의혹을 제기한다", (경향신문), 2010년 6월 1일)

필자들이 2010년 6월 초에 경향신문에 발표한 기고문을 북한당국은 2010년 11월에 거의 그대로 옮겨 쓰지 않았는가. 북한의 최고기관이라는 국방위원회 검열단이 진상공개장이라고 발표한 것이 이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에, 당시 한국 국방부도 "북한의 주장은 남한에서 제기된 의혹을 반복한 수준"이라고 일축할 정도였다.

필자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에 대한 정부 보고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의심이었고, 과학에 근거한 이의제기였다. 이에 비해 북한은 주체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기 보다는 많은 부분 한국 내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재활용했고 심지어는 한국에서 발표된 글을 표절하기조차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 부정하고 사실의 선후관계를 거꾸로 뒤집어 놓는 왜곡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왜곡은 합동조사단의 결론에 의혹을 제기한 러시아 조사단마저 '종북세력'에 포함시킨다는 외교적 결례마저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왜곡의 정점이 "종북세력"이라는 색깔론이다. 과학을 부정하고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이제는 과학과 합리적 이성에 빨간 칠을 입히는 중세유럽식 종교재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세 당시의 수구세력이 신봉하던 천동설이 과학적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갈릴레오를 처단하고 이단시한 17세기 유럽을 21세기 한국이 뒤쫓아 가고 있다. 무려 4세기를 퇴보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한국사회는 최소한의 합리성을 언제 회복할 것인가.

▲ 천안함의 절단면. ⓒ프레시안(최형락)

*이 기고문은 14일자 (한겨레) '왜냐면' 코너(29면)에 실린 "이명박 대통령의 위험한 천안함 왜곡발언"을 필자들이 보다 자세히 보충, 확대해 보낸 글입니다.

 /서재정 美 존스홉킨스대 교수,이승헌 美 버지니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