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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5일 화요일

청문회 활성화가 정치개혁이다


이글은 대자보 2013-02-04일자 기사 '청문회 활성화가 정치개혁이다'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한국사회도 투명사회로 가려면 공직사회부터 맑아져야

헌재소장 후보자 이동흡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국무총리 지명자 김용준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레 사퇴했다. 국민감정을 미루어 그 숱한 흠결을 안고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리라고 깨달은 듯하다. 인사돌풍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곤혹스런 모양이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죄인심문’이니 ‘신상털기’니 하는 따위의 말로 청문회 무용론을 들고 나와 역공을 시도한다. 청문회를 탓하지 말고 먼저 전문성, 지도력, 포용력, 대중성, 정직성, 도덕성, 청렴성을 따져서 발탁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이 나라 대통령은 헌법상의 권력구조와는 상관없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한다. 이런 현실에서 그나마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있어 대통령을 견제한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에야 도입되었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 후 2003년 1월 권력기관인 국가정보원,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2005년 1~3월 노무현 정권의 교육부총리, 경제부총리, 국가인권위원장, 건설교통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도덕적 흠결로 낙마했다. 그해 7월 박근혜 대표의 한나라당이 주도하여 모든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지도층의 도덕적 불감증이 국민에게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준다. 주로 불투명한 축재가 도마에 오른다. 드문 예외를 제외하고는 투기의혹, 위장전입, 농지소유, 세금탈루, 편법상속-증여, 전관예우 등등 청렴성의 결여가 용인의 범위를 넘어선다. 논문표절-이중게재, 허위학력, 병역기피, 자녀의 미국국적, 공금유용 따위로도 도덕성, 정직성의 논란을 일으킨다. 탈법의 수준을 넘어 불법의 단계에 이르렀지만 거짓말을 예사로 안다. 그 탓에 전문성, 지도력, 포용력, 대중성을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번번이 중도에 하차한다. 

2002년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두 차례나 국회인준을 얻지 못하는 바람에 김대중 정권이 정치적 곤경을 겪었다. 2002년 7월 이화여대 총장 장상이, 2002년 8월 매일경제신문 사장 장대환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첫 여성 총리’, ‘50세 총리’라는 깜짝 발탁도 그 관문을 뚫기에는 도덕적 흠결이 너무 많았다. 이명박 정권은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를 내심 잠재적 대선주자로 키운다고 ‘40대 총리'로 발탁했다. 하지만 그도 도덕적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퇴했다. 

‘최고령 총리’를 바라보던 헌재재판소장 출신 김용준는 청문회를 포기했다. 수도권 토지 집중매입, 7, 8세 두 아들의 수십억대 부동산 소유, 두 아들의 병역면제가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느꼈던 모양이다. 김용준은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는 대법관과 헌재재판소장을 역임했다. 사법부 수장을 지냈으니 행정부에 들어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한다. 사법권의 권위와 신뢰를 실추시키고 권력분립이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문제를 말이다. 이런 대법관이나 헌재재판관이라면 재임 중에 정치적 중립을 견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동흡과 김용준이 낙마하자 인수위측에서 청문회가 ‘인격살인’을 일삼는다느니 ‘성인군자’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따위로 말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미국을 들먹이며 재산-병역-세금 등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능력검증만 공개하도록 청문회 제도를 고치겠다고 나섰다. 미국도 도덕성을 먼저 본다. 냉혹하리만치 철저한 사전검증을 통과했기에 청문회가 정책-능력 위주로 운영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93년 클린턴이 첫 여성 법무장관을 발탁했지만 불법이민자를 가정부로 고용했다는 이유로 지명을 철회했다. 

한국사회는 권위주의 시대의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무한경쟁 사회가 되었다. 배금사상과 연고주의-출세주의가 팽배하면서 가치관이 전도되어 목적보다는 수단이 우선한다. 이런 현실에서 기득권층이 부패구조에 서식하면서 거대한 지배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문범위와 함께 청문기간도 늘려야 한다. 1987년 체제 이후만 보더라도 역대정권이 실패한 이유는 공인의식이 결여된 무자격자-무능력자들을 중용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는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한국사회도 투명사회로 가려면 공직사회부터 맑아져야 한다. 청문회가 공직사회에 각성제 노릇을 하고 일반사회에도 청정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자라는 세대에게 장차 공직사회에 진출하려면 학창시절부터 도덕적으로 근신하는 자세를 갖도록 시사하는 중요한 의미도 갖는다. 청문회 활성화가 정치개혁으로 가는 길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2013년 1월 8일 화요일

황석영 "점령군처럼 나대며 색깔론 매도 안돼"


이글은 노컷뉴스 2013-01-08일자 기사 '황석영 "점령군처럼 나대며 색깔론 매도 안돼"'를 퍼왔습니다.

CBS

- 朴, 선거때처럼 자상하게 소통해야 - 백척간두 민초들의 절망 직시하라 - 安, 감성정치 넘어 민생현장 다녀야 - 야권, 제3의 장소서 정치개혁 할때 

■ 방송 : FM 98.1 (07:00~09:00)■ 진행 : 김현정 앵커■ 대담 : 소설가 황석영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대통합 문제부터 인수위 논란까지. 보수와 진보, 사회원로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소설가 황석영 선생,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최근에 ‘여울물 소리’ 라는 신간을 내셨네요?

◆ 황석영> 네. 전통시대의 이야기꾼의 일생을 다룬 건데요. 50년 작가생활을 돌아보면서 소설로 쓴 작가론 비슷한 거죠. 

◇ 김현정> 올해가 등단 50주년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전국을 돌면서 힐링사인회도 하고 계시고요. 

◆ 황석영> 네. 

◇ 김현정> 이것은 책의 내용하고 연결이 되는 겁니까? 

◆ 황석영> 내용하고 연결되는 건 아니고요. 제가 50주년을 맞으면서 전업작가로서 글 쓰고 먹고 살았는데요. 50년 동안 제가 굉장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에도 한결 같이 제 책을 읽어주시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고요. 또 다른 하나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선거과정에서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단일화도 촉구하고, 국민연대도 결성하고 이러면서 부지런히 뛰어다녔는데요. 정권교체하고 사회변화를 간절히 갈망했던 사람으로서 저도 박탈감과 상실감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거는 유권행사를 했던 절반의 국민이 모두 정신적 외상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 김현정> 그런 보도들 나오더라고요. 

◆ 황석영> 네. 투표를 독려하고 그랬던 거지. 이상으로 작가로서 또 책무가 있지 않냐, 이렇게 생각한 겁니다. 

◇ 김현정> 그래서 ‘힐링사인회’ 라는 제목으로 지금 전국을 순회하고 계신거군요?

◆ 황석영> 네. 그러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대선 끝나면 언제나 당선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다른 후보들은 다 낙선하기 마련인데. 왜 유독 이번에는 그렇게 야권 지지자들의 낙심이 큰가요? 

◆ 황석영> 하다못해 자기가 응원했던 축구팀이 져도 그 후유증이 며칠 간다고 그러잖아요. 세상의 변화를 바랐던 절반의 민심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저를 비롯해서 야권 지지자들은 정권교체가 되지 않으면, 현 정권이 그동안 해 왔던 과오들을 돌아본다면 이게 더 악화될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고 걱정이 많았던 거죠. 그렇지만 한 쪽이 선거에 이겼다고 해서 세상을 모두 얻은 것도 아니고, 또 졌다고 그래서 세상이 다 끝난 것도 아니거든요. 

선거과정에서 내건 공약들이 서로 여야가 비슷한 걸로 보이는데요. 이것이 실천만 잘한다면 한 때의 걱정과 근심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걸 확인시켜주길 바라고요. 나머지 국민들도 일단 차분하게 지켜보자고 권유해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요. 지난 5년 동안처럼 역사적으로 거꾸로 간다거나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그런 보수가 되선 안 될 거고요. 진보의 가치가 분단사회의 색깔론으로 매도되어서도 안 될 겁니다. 

◇ 김현정> 색깔론이 등장해도 안 된다는 말씀? 

◆ 황석영> 네. 그야말로 좌우의 균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인데. 여권은 말 그대로 새 시대를 교체하겠다, 새 시대로 가겠다, 스스로 밝혔듯이 정말 과거와는 다른 좌우균형을 잡아야 될 때고요. 야당은 그야말로 정당이나 정치개혁 없이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으니까 국민들도 그냥 좌시하지 않겠다, 옆에서 참견하고 질책하면서 야당의 정치개혁도 바라보겠다, 이런 심정입니다. 

◇ 김현정> 여하튼 박근혜 후보가 당선이 됐고, 지금 하나하나 인수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첫 단추는 잘 끼워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황석영> 처음에 행보를 보면, 물론 아직은 이미지에 지나지는 않겠지만. 중소기업을 방문한다든가 민생을 살핀다든가 하는 행보를 보였지 않습니까? 그리고 인수위를 꾸리는 과정도 너무 일방적인 게 아니냐, 소통 좀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 현재를 두고 보면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고 그래서 선거가 끝난 뒤에도 서로 반대편 지지자를 적대시하고 공격하고 그런 게 올바른 시민의식이 아니다, 이렇게 보입니다. 요즘 보니까 인터넷 검색어 1위가 야권지지자였던 김여진 등등 연예인들의 방송출연불가조치 이런 것이 보이는데. 

◇ 김현정> 문재인 후보를 공개지지 했다는 이유로 방송출연 정지당한 것 같다, 이런 거요? 

◆ 황석영> 네. 새 정부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정권인수의 중대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서 이제 우리 세상 왔다고 점령군처럼 나대서 앞으로 5년 내내 갈등과 불신만 깊어질 것 같은데 말이죠. 국민대통합의 실천이 있어야지. 이렇게 서로 적대시해서 되겠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대통합을 중시해 왔던 박근혜 당선인이기 때문에 대통합을 방해하는, 그러니까 지금 대두되고 있는 색깔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색깔론 같은 것?

◆ 황석영> 이제 우리 세상이니까 너희들은 찍소리 마라는 식으로 이렇게 색깔론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그러는데. 이래서 어떻게 대통합이 이루어지겠어요? 

◇ 김현정> 어느 부분에서 그런 걱정스러운 시그널, 조짐들을 느끼세요?

◆ 황석영> 대단히 보수라고 자칭하는 논객들의 SNS나 인터넷 활동들이 대개 많이 그렇게 이루어지는데, 이렇게 알려진 사람들일수록 서로 자제해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혹시 황석영 선생께서도 공격을 받으셨어요? 

◆ 황석영> 저도 일상적으로 받고 있죠. 그런데 저야 늘 옛날부터 한 50여 년 동안 겪어오던 일이라. 옛날에 잡혀가고 두드려 맞고 그런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 김현정> 윤창중 대변인 인사에 대해서는 그럼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48%는 공산화 세력이다. 국가전복세력이다.’ 이게 윤창중 대변인의 발언인데요.

◆ 황석영> 아.. 지나치고 위험한 생각입니다. 아니, 그건 스스로 자신이 알아서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죠.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사퇴? 

◆ 황석영> 글쎄, (웃음) 제가 얘기할 입장은 아니네요. 

◇ 김현정> ‘밀봉인사’, ‘밀봉인수위’ 이런 신조어가 또 나오고 있어요. 비밀엄수 이런 건데요. 이거는 어떻게 보세요? 

◆ 황석영> 제가 볼 때는 인사를 하면 인사 당사자가 나와서 국민들에게 자상하게, 그 전의 선거 때처럼 자상하게 나오셔서 설명도 하시고. 좀 더 따뜻하게 국민들과 소통하는 계기가 될 텐데. 좀 그렇지 않아서 당황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중간과정이 외부에 알려지면, 언론에 알려지면 괜히 왈가왈부하다 보니까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혼선이 빚어진다.’ 이런 의견도 있는데요? 

◆ 황석영> 네. 그런 것도 있겠죠.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런 검증 또는 그런 혼선, 그런 논란, 이런 것들 가운데에서 또 서로 고쳐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사전에 알리는 것은 혼선이 아니라 오히려 여론을 조정하는 소통의 작업이라는 말씀? 

◆ 황석영> 네. 소통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 김현정> 그런 시작, 첫 단추 끼는 작업을 보면서 앞으로 이런 것들은 좀 조심해서 했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 주의해라, 어떤 조언을 주신다면요? 

◆ 황석영> 저는 사실 현재 박근혜 새 대통령의 새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는데요. 그 이유는 정말 그야말로 과거의 업보를 벗어나서 새 시대로 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입장에 서 있는 당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공을 하신다면 그야말로 박정희 시대의 과오까지 전부 이렇게 탕감을 하시고. 그리고 새 시대를 여는 당사자가 되는 셈인데요. 정말 잘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부친과는 다른, 말하자면 정치적 열린 자세, 국민과 소통하는 자세,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가진.. 정치적 견해가 다른 여러 각 계층의 사람들과도 끊임없이 서로 얘기하고 대화하려는 자세, 이런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되는군요. 

◇ 김현정>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의 귀도 열어라, 이런 말씀이군요? 

◆ 황석영>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안고 가라, 끌어안고 가라, 이런 말씀. 

◆ 황석영>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한편 패배한 진보진영은 이제 어떻게 해야 될 건가, 여기에 대한 조언도 좀 해 주시죠. 

◆ 황석영> 이게 참 문제인데요. 그동안 한 10여 년 동안 너무 게을렀고, 그리고 민초들의 그런 풀뿌리 일상, 이런 데 너무 게을렀어요. 그리고 프로젝트 주의, 이념 또는 진영논리 이런 거 벗어나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좌우균형을 잡으면서.. 정말 현 정부도 민생을 제일 첫번째 과제로 삼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정당정치개혁을 민생과 더불어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그런 풀뿌리운동, 대중운동 이런 것들을 신경을 써야 되지 않나. 

◇ 김현정> 안철수 전 후보는 돌아오면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보세요? 

◆ 황석영> 글쎄요. 제가 거기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저기는 없고요. 다만, 이제처럼 감성이나 이미지로 되는 게 아니라 정말 뼈를 깎는 실천과 노력 속에서 민생현장으로 두루 다니고, 그리고 거기서 올라오는 소리 듣고. 우선 대중운동에 대한 공부를 좀 했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일단 밑바닥으로 가라, 안철수 전 후보도? 

◆ 황석영> 네. 

◇ 김현정> 일단 정치하기로 이미 결심은 했으니까요. 

◆ 황석영> 네. 정치권이 다 그런 반성하지 않겠어요? 

◇ 김현정> 안철수 전 후보의 측근들, 또 안철수 전 후보와 민주당이 야권을 위해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황석영> 저는 제3의 장소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당조직이나 정치개혁이 이루어져도 좋다고 봅니다. 그건 선거 전부터 무슨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내놓겠다거나 중앙당 폐해를 없애겠다거나 여러 가지 얘기를 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어떻게 실천되는지, 이런 것들을 좀 옆에서 감시하고, 그리고 참견하면서 시민들이 계속 간섭을 해야 될 것 같죠. 

◇ 김현정> 일단 야권이 일어서는 모양새는 제3의 지역에서 같이 뭉쳐라, 그러면서 민생현장 돌아라, 이런 말씀인가요? 

◆ 황석영> 네. 그런 얘기입니다. 

◇ 김현정> 지금 이런 주문들이 들어오는데 어떤 거냐면, 황석영 선생의 힐링메시지를 듣고 싶다. 혹시 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황석영> 네. 다른 거보다도 저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낙담에 잠겨 있고, 몇 분은 자살까지 하시고. 지금 현재에도 철탑 위에 올라가서 농성하고 계시는데요. 이런 거를 풀고 어떻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지를 않거든요. 

전 정권이 교체되면 현실이 어떻게 달라질 거라 이렇게 기대를 했다가 그 기대가 어긋나니까 좌절감이.. 야, 또 5년을 어떻게 과거처럼 어떻게 그렇게 견디면서 사냐, 이러고 낙담하고 절망하고 그러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중산층이 몰락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양반들 보다 더 한 게 이 노동계층인데요. 정치권은 여야가 다 같이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민초들의 막바지의 절망을 정말 똑바로 직시해야 될 겁니다. 

◇ 김현정> 백척간두에 서 있는 이 민생, 서민들 돌아봐라. 이 말씀이 참 아프게 들리네요. 이 얘기가 위에도 전달돼서 아파하는 서민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힐링되는 사회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바로가기]

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아름다운 자기희생 , 국민은 잊지 않는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24일자 기사 '아름다운 자기희생 , 국민은 잊지 않는다'를 퍼왔습니다.
[데스크 칼럼] 안철수의 사퇴, 정치개혁의 신호탄이다

안철수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대선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한국 정치사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정치인의 아름다운 자기희생적 결단이다.  단일화 방안을 두고 치닫던 양 캠프 간 갈등으로 꺼질듯 사그러들던 정권교체 희망을 자신을 던져 되살려 낸 것이다.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입니다. 저는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11월 23일 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안철수 후보

사퇴의 변에 나온 이 말들에 안철수 후보의 진심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 누가 그 어떤 정치 공학적 수사를 동원해 해석하고 평가하든 그의 사퇴는 그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새 정치의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상처 주지 않는 정치’. 그것이 바로 그가 바라고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의 핵심적 가치이며, ‘안철수 현상’의 본질이다. 
지난 5년 MB정권 치하에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자기 이권’에 눈이 먼 권력자와 그 알량한 권력에 빌붙은 그 일파들과 그 지지세력으로부터 수많은 상처를 받았는가. ‘부자감세’가, ‘4대강’이, ‘내곡동’이, ‘저축은행’이 ‘공기업민영화’가 그랬으며 ‘형님’이 그랬다. 그들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고를 사금고화한 반면, 국민들의 권리는 짓밟았고,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털어갔다.  
지난 세월 이렇게 상처받은 국민을 치유하기 위해 그가 나섰고, 또한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가 사퇴를 한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국민에게 상처를 준 세력을 심판하고, 한국 정치의 장을 새롭게 열겠다는 것이다.  어제의 사퇴로 그는  새 정치가 무엇이라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한국 정치의 상징이 됐다.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와 동고동락했던 그의 동지들도 눈물을 흘렸다. 발표하던 그 순간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안철수도 인간이다. 인간이기에 자기를 내려놓은 고통이 얼마나 컸을 것인가. 그의 동지들와 지지자들의 마음은 또 어떠하겠는가. 그들 역시 인생의 희노애락을 품고 사는 인간이다. 자신이 걸었던 희망의 상징이 내려오는 것은 참기 힘든  슬픔이다. 그들도 자기를 내려놓는 고통을 함께 겪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내려놓은 이들의 눈물이 결코 헛되지 않아야 한다. 수많은 ‘안철수의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팔을 활짝 펴서 이들과 어깨동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재인 후보도,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내려놓는 희생적 결단이 필요하다. 단일화 경쟁에서 이겼다고 자만했다가는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는다. 지금도 많은 국민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진절머리나게 똑같은 놈들”이란 인식이 분명있다. 안철수 현상이 MB정권과 여당 새누리당에게만 해당된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안철수가 그리고 안철수 현상을 만든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정치개혁의 모습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지 당장 내놓아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대선에서도 보여준 안철수의 자기희생적 결단은 그 자체로 한국정치를 바꿔놓을 것이 분명하다. 안철수의 사퇴는 분명 한국 정치의 새로운 개혁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윤성한 기자 | gayajun@mediatoday.co.kr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안철수, 파격적 단일화 생각할 수도 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13일자 기사 '"안철수, 파격적 단일화 생각할 수도 있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협치포럼 최태욱 교수가 말하는 안철수의 정치개혁

처음부터 문제적 인물이었다. 등장부터 출마까지, 그리고 출마 후의 행보도 자주 파격적이었다. 지난달 인하대학교에서 내놓았던 의원수 축소 등의 내용이 담긴 정치개혁안은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새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로 정치의 길을 선택한 안 후보가 내놓은 '새정치'에 관한 일성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의 최소 3분의 1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그가 가진 생각의 폭과 깊이는 여전히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논란은 그래서 더 컸다.

안철수 후보가 생각하는 진짜 새로운 정치란 무엇일까. 안 후보의 정책자문기구 협치포럼의 대표인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에게 물었다. 최 교수는 문제의 인하대학교 강연 이전, 안철수 캠프 내에 정치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고 그 논쟁이 아직 완전히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최태욱 교수는 안 후보의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와 방향성은 굳게 믿고 있었다. 정치 초보지만, 관찰자일 때도 깊은 고민을 해 와 대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뛰어나고, 그래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의외의 파격적인 방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된 최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안부터, 신당 창당에 이르기까지의 얘기를 풀어놓은 이날 인터뷰는 전홍기혜 정치팀장이 진행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캠프 내 정책자문기구 협치포럼 대표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최태욱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문제의 인하대 강연 있기 전, 정치개혁 둘러싸고 안철수 캠프 내 이견 있었다

프레시안 : 11일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공약을 내놓았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의 배경으로 국민의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을 꼽았었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이 주목 받는 이유인데 큰 기조를 설명해본다면?

최태욱 : 세 가지 목표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정치 시스템이다. 사회적 약자의 선호와 이익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득권 타파다. 현재의 양대 정당은 사실 지역기득권 정당이다. 이를 타파해야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다. 셋째는 소통과 합의의 정치 시스템이다. 이 세 가지는 굉장히 잘 잡았다.

프레시안 : 안철수 캠프에서 정치관련 대안을 내놓는 곳이 김호기 교수가 대표로 있는 정치혁신포럼이었는데 최근 최 교수가 협치포럼을 별도로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그 배경을 설명해 준다면?

최태욱 : 정치개혁은 범위가 넓다. 검찰과 같은 권력 기관의 민주화부터 정치행위자를 고치는 것이 먼저냐, 정치제도가 먼저냐도 갈린다. 그 모든 것을 (정치혁신포럼에서) 다루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에는 정치혁신포럼 안에 선거제도 및 권력구조 개혁을 위한 특별 분과를 뒀었다. 저까지 두 명 정도가 시작했는데 인력도 부족하고 이견도 있었다. 행위자냐, 제도냐의 차이였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역할 분담을 하기로 했다. 협치제도포럼을 만들어 여기서는 선거제도, 정당구조와 권력구조 등 제도만 전담하고, 나머지 문제는 정치혁신포럼이 맡기로 했다. 협치포럼이 출발한 것이 10월 15일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걸려 제도개혁안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10월 22일이다.

프레시안 : 10월 22일은 안철수 후보가 인하대학교 강연에서 정치개혁안 3가지를 내놓았던 날이다.

최태욱 : 우리가 첫 개혁안을 제출한 것이 그날 아침이었다. 그러니 인하대 강연 때는 본부에 우리 안이 아직 전달이 안 된 상태였고, 당연히 후보도 우리 안을 보지 못했을 때다.

프레시안 : 행위자를 강조하는 쪽과 제도를 강조하는 쪽 사이의 이견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나?

최태욱 : 안철수 캠프 뿐 아니라 정치학자 사이에 논쟁이 되는 지점이다. 행위자가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대통령을, 국회를, 정부를 먼저 생각한다. 제도가 중요하다는 사람들은 제도가 바뀌면 행위자는 자연히 바뀌게 된다고 본다. 나는 안 후보가 내놓을 정치개혁안의 첫 번째 내용에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개혁의 방향성이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행위자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그 얘기는 일단 꺼내 놓으면 복잡하고 논쟁이 되니 나중으로 미루자고 했다. 강조점의 차이였다.

"의원수 축소 주장, 숫자가 본질이 아니라 비례대표 비율이 본질이다"

프레시안 : 다시 정치개혁의 3가지 목표로 돌아가 보자. 각각의 목표에 대한 좀 구체적인 얘기를 해본다면? 일단 선거제도부터 얘기해보자.

최태욱 : 첫째,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이 최소 50%는 돼야 한다. 민주당의 안은 비례대표 100석, 지역구 200석이니 그 비율이 33%다. 그 비중으로는 비례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 둘째, 권역별이 아니라 현행대로 전국단위 선거구여야 한다. 셋째, 전국구 비례대표 의원과 지역구 의원을 어떻게 혼합할지에 대해서는 시민의 힘을 빌렸으면 한다. 독일식 연동제가 가장 이상적인데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직 생경한 제도다. 좋다고 밀어붙일 수도 없고,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관철될 리도 없다. 이미 기득권을 쥐고 있는 이들의 반대를 뚫어야 하는데, 여기서 시민의 힘으로 하자는 것이 세 번째 골자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의원 정수는 그대로 하자는 것인가? 안철수 후보는 인하대 강연에서 축소를 얘기했다.

최태욱 : 의원수 축소는 사실 본질이 아니다. 비례대표 확대를 위해 의원 수를 늘리자고 주장해 왔던 입장에서, 처음에는 (안 후보의 말을 듣고) 나 자신도 굉장히 당황했다. 하지만 본질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안 후보의 얘기는, 새 정치를 만들려면 기득권자로 인식돼 온 행위자들이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100명은 예시였고, 집합적 행위자인 국회가 자기 살을 깎으라는 것이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그 다음해에 26개 의석을 줄였다. 국회가 우리도 고통분담 하겠다는 상징적 행위였다. 그 후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면서 줄었던 의석이 거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늘어나 지금 300석에 이르렀다. 비례대표제 개혁의 본질은 결국 비율이다. 설령 잠정적으로 의원정수를 28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140명 대 지역구 140명으로 간다면, 의석수는 지금보다 줄지만 비례대표의 비율은 확대되지 않나. 총 의석수는 그 비율을 유지하며 국민의 동의를 얻어 점차 증대해가면 된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의원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늘리면 결국 중대선거구제로 가겠다는 의미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최태욱 : 일부 그런 얘기도 있지만 중대선거구제는 최악의 선거제도이다.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문재인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역 기득권 인정해 달라는 개악에 불과"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얘기한다.

최태욱 : 심각하다.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은 전체적으로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 과거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비록 33% 수준이지만 민주당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단, 아쉬운 것이 권역별이라는 점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은 선거구의 크기 측면에서 말하자면 개악에 해당된다. 지역주의가 엄존한 상태에서 그것은 지역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권역별로 투표하면 영남의 두 권역에서는 새누리당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유지할 것이고, 호남은 민주당이 그럴 것이다. 지금보다 다소 나아져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한두 명 나오더라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결국 지역의 기득권을 인정해 달라는 의미다. 그러니 개악이다.

두 번째 문제는 비례성 제고 효과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일본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은 비례대표 의원 180명을 11개 권역으로 나눠서 뽑는다. 일본의 사민당이 새롭게 거듭나 전국에서 5%를 얻었다고 가정해 보자. 전국구였다면 180석의 5%, 9석을 얻는다. 그런데 권역별이라면, 각 권역에서 평균 16명씩 뽑으니 16명의 5%는 0.8명이다. 한 석도 못 가져간다. 5%대의 득표율 정당이 5개라고 하면 25%가 날아간다. 이 지지가 다시 거대 정당에 배분되니 소정당은 과소대표되고 거대정당만 과다 대표되는 현상이 그대로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100명을 권역으로 나눠서 뽑자는 민주당의 안은 비례성을 높이자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앞서 말했던 얘기 가운데 "시민의 힘" 부분은 다소 생소한 얘기다.

최태욱 :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어느 나라나 선거구제 개혁은 어렵다. 기존 제도로 뽑힌 기득권자들이 스스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민주당 의원들도 지금 선거 때니까 개혁안을 내놓지, 자기 안대로 고치자고 해도 전원이 다 동의해줄 리가 없다. 결국 국민의 힘으로 해야 한다.

그 중 제일 좋은 방식이 캐나다와 네덜란드의 예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시민회의(Citizens' Assembly)'를 구성한다. 시민의원 수는 상징적으로 국회의원 수와 동일하게 300명으로 한다고 하면, 구성은 무작위로 선정한다. 가치나 이념 등으로부터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예컨대 4개월 간 선거제도 학습을 시킨다. 그리고 다음 4개월은 주요 사회경제집단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한다. 그리고 나머지 기간 동안 어느 선거제도가 제일 좋은지를 놓고 공개 토론을 하는 것이다. 이 토론을 통해 최적안을 만들어내면 대통령이 그 안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민투표에 회부한다. 만약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안으로 국회에서 가부 투표만을 하게 한다. 시민회의가 작동되는 1년간은 선거제도 문제가 계속 공론화된다. 그 정도가 되면 국회가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이 방식은 새누리당이 반대해도 대통령이 추진하면 할 수 있다.

"안철수 캠프 내 극소수, 원내정당화론 주장…공약집에 정치개혁안 빠진 이유"

프레시안 : 시민회의는 상당히 신선한 제안인 것 같다. 두 번째 목표가 기득권 타파, 즉 정당개혁인데?

최태욱 : 큰 틀은 중앙당의 권력기구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어떻게 민주적 정당으로 유인하느냐에 대한 방안이다. 이는 너무 당연한 얘기다. 중앙당은 권력 행사보다는 당원이나 지지자 관리, 정책 개발, 선거 관리 등의 업무만 하도록 하고, 중심은 시도당으로 가야 한다. 공천권도 상당 부분 시도당으로 이양할 수 있다. 공천심사위원회를 각 당에서 구성은 하지만, 지금처럼 당 대표나 소수 권력자가 장악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성이 보장되도록 하고, 지역구 후보자를 두 배수나 삼 배수 정도로 추천하면 최종 결정은 시민공천배심원단이 하는 것이다. 시민배심원단은 일반 배심원과 전문가 배심원을 5:5 정도로 구성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중앙당의 권력기관화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프레시안 : 안 후보가 중앙당 폐지를 언급하면서 논쟁이 있었는데, 보다 큰 문제는 중앙당의 권력화보다 정당이라는 시스템과 국민 사이의 연결 고리가 깨진 상태 아닌가. 지난 총선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완전국민경선제를 시도했지만, 지역으로 가면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있다.

최태욱 : 완전국민경선제는 사실 정당의 존재 의미를 없게 만든다. 책임정당제와 어울리지 않는 제도다. 상향식 공천제도는 적절한 제도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각 정당은 각자의 이념과 가치에 부합하는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맞다. 그 이후 과정에서 시민이 참여해 적임자를 걸러내는 것이다.

11일 발표된 공약집에 정치개혁안이 안 들어간 이유가 사실 있다. 협치포럼이 늦게 출발해 시간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막판에 발언권이 있는 극소수가 원내 정당화를 주장하면서 이견이 생겼다. 협치포럼 안의 골자는 책임정당으로서의 위치는 유지하되, 단지 고질병인 중앙당의 권력기구화 문제를 해결하고 대신 풀뿌리 정당정치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약집에 포함되기 직전에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그쪽 주장의 핵심은 국회직 중심의 국회운영, 완전국민 경선제, 기초지방선거에서의 정당 공천 배제인데 이것은 완전히 정당 정치의 무력화 방안으로 읽혀질 소지가 큰 주장이었다. 한국 정치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현실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 안이다. 원내 정당으로 간다는 것은 결국 정치 엘리트와 테크노크라트들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사회와의 연결 고리가 지금보다 더 옅어진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어갈 수가 없다. 도저히 타협할 수 있는 안이 아니었다.

내부 토론을 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이 안은 어차피 캠프 내에서도 채택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안 후보가 늘 강조해 온 '민의 반영이 제대로 되는 정치시스템의 구축'과도 거리가 있는 안이 아닌가.

프레시안 : 하지만 안 후보가 처음 강연에서 정치개혁안을 얘기했을 때, 사람들은 원내정당을 하자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했었다. 강제당론 없애자는 얘기도 했었다.

최태욱 : 그렇게 해석하지 말자는 것이다. 기득권 내려놓기에 대한 요구로 봐야 한다. 중앙당 폐지도 권력기구로서의 중앙당 폐지를 의미하나 것이지 정당의 기능을 없애거나 줄이자고 한 얘기는 아니었다. 중앙당의 폐지 또는 축소를 얘기한 것을 원내정당화 주장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어차피 민주당과 정치개혁안을 협의해야 하니, 그 과정에서 원내정당화론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는 안이기 때문이다.

"분권형 4년 중임제, 필수전제조건은 정당의 개혁"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권력구조 개혁안에 대해 얘기해 달라.

최태욱 : 민감한 문제다. 제일 우려하는 것은 이 논쟁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지 않을까이다. 그러나 권력구조의 개편은 원칙적으로 필요하다. 후보가 강조했던 협치 민주주의와 합의의 정치 시스템이 확립되기 위해선 결국 권력구조가 개편돼야 한다. 그 방향은 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의 전환이다. 어떻게? 대통령과 국회의 문제 이전에 정당 간 권력의 분산이 필요하다. 이는 결국 비례대표제와 연관돼 있다. 특정 정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되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 정당 간의 대화와 타협이 불가피하다.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연합 정치, 연립 정부가 정상 상태인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의원내각제인가, 분권형 대통령제인가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의원내각제는 현실적이지 않다. 유럽에서도 의원내각제는 왕이 있는 나라에서의 권력구조다. 왕이 없는 나라에서는 상징적으로라도 대통령을 선출한다. 국민의 구심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대통령제는 87년 민주화의 상징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마저 빼면 국민이 너무 재미없어 하지 않겠나. 이 두 가지 이유에서라도 분권형 대통령제가 한국에 맞다.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까지는 원칙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지만, 이론상 옳은 것과 현실은 또 다르다. 국민이 과연 그 안을 받아들여줄지도 또 다른 문제다. 때문에 이 문제 역시 선거제도와 마찬가지로 시민회의 방식으로 가야할 것 같다. 1년 보다 더 오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또 이 원칙에는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있다. 비례대표제 강화가 그것이다. 정당체제가 가치와 정책 중심으로 구조화된 후에 가야한다. 안 그러면, 분명히 명망가정당 혹은 지역정당들끼리 대통령과 총리, 장관을 거래하는 식으로 될 것이다. 그건 개악이다. 노골적인 담합 체제 혹은 과두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지역중심의 정당이 가치와 정책 중심 정당으로 바뀌어야만, 사회경제적 문제의 정치적 해법을 놓고 벌어지는 제대로 된 연합 정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다음 정부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추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먼저 비례대표제의 획기적 강화를 통해 정당이 제대로 구조화된 연후에 2년 정도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적절한 분권형 대통령제 방안을 도출한 후 그 개헌안을 2016년에 출발하는 20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의결이 될 경우 국민투표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따라서 새로운 권력구조는 빨라야 2017년에 취임하는 19대 대통령에서부터 적용될 수 있다. 그 경우 19대 대통령은 처음부터 자기 임기가 2년 3개월이고, 중임제가 적용된다는 것을 알고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이 순리적 일 게다. 당장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에게 '너는 3년 반만 해'라고 하는 것은 다소 무리다.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인 스케줄인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나. 개헌은 집권 초기에 못 하면 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태욱 : 선거 공약으로 던지면서 아예 시간표까지 발표해야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구속력이 있지 않을까. 선거제도 개혁은 취임하자마자 시민회의를 구성해 1년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프레시안 : 안철수 후보의 이런 공약도 결국 후보 단일화 국면이 되면서 한쪽의 얘기가 됐다. 두 후보가 합의하는 정치개혁안에 이런 내용이 어느 정도까지 들어갈 수 있을까?

최태욱 : 새정치공동선언문이 발표된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안까지는 담지 못할 것이다. 단일화 이후까지 공약을 다듬는 과정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개혁안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안이 단일후보의 최종 공약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몫이다. 시민들이 야권연대의 정치개혁안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줘야 한다. 비록 안 후보의 공약집에는 협치포럼 안이 들어가지 못했지만, 아직도 희망이 있다.

"정치 초보 안철수, 단점보다는 장점…파격적인 단일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대선에서는 결국 후보 본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안 후보가 정치 영역에서는 사실 초보이다 보니, 캠프에서 만들어낸 내용과의 차이점이 더 부각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최태욱 : 나는 그것이 안 후보의 장점이라고 봤다. 기존 정치의 구태 논리, 현실 정치권의 정치공학적 논리에 물들지 않았다. 그런데 또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 그러니까 사회 구성원 중 하나에 불과했을 때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왜 정치가 이렇게밖에 안 될까에 대한 고민의 결론이 처음에 말했던 세 가지 목표로 나온 것이다. 다만 정치 초보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정치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 해법까지는 정확히 꿰고 있지 못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장점일 수 있다. 순수하게 고민을 해 왔던 사람이라,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공하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점이 될 가능성은 물론 있다. 다른 논리로도 설득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한 것이 여러 모로 아쉽다.

프레시안 : 안 후보의 인하대 강연 이후 캠프에서도 본질은 그게 아니라는 해명이 여러 차례 나오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나 밖에서 하는 해석 말고 후보 본인의 진짜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옆에서 보기에 어떤가?

최태욱 : 의원 정수가 많으냐, 적으냐가 관심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다만, 기득권으로 보는 것도 분명하다. 국회를 하나의 집합적 행위자로 볼 때, 하는 일에 비해 몸집이 너무 크지 않냐는 생각이 안 후보에게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원내 정당화론의 논리 체계 속에 나온 것은 아닌 것 또한 분명하다.

프레시안 : 민주당 얘기를 잠깐 해보자. 두 후보의 단일화 합의 이전부터 이른바 민주당의 쇄신 방향을 놓고 인적쇄신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였다. 아직 사퇴하지는 않고 있는데?

안철수 : 안 후보의 단일화 의지는 분명하다. 단일화를 하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민주당과 연대를 하게 될테지만, 지금 민주당이 가진 문제를 그대로 두고 연대하기는 힘들다. 안 후보 본인도, 지지층도, 민주당은 문제 있는 정당이라고 보는 것 아닌가. 그러나 가능성이 있는 정당이니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죽여야 하는데, 그 방식 중에 인적쇄신이 들어갈 수 있다. 두 사람의 단일화는 별로 의미가 없다. 두 후보의 지지층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지지층 이탈을 최소화하려면 민주당의 쇄신이 불가피하다.

프레시안 : 안 후보가 단일화 의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는데, 선호하는 방식이 있나?

최태욱 : 모르겠다. 그런데 파격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문재인도, 안철수도 한국 정치사에서는 보기 드물게 순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참모들이 생각하는 정치 공학적인 방식이 아니라 조금 더 감동적인 방안이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은 두 사람에게 있다.

프레시안 : 단일화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다면, 본선에서 야권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는 것인가?

최태욱 : 방식이 제일 중요하다.

"막연한 국민연대, 대선 후 쇄신된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중도진보정당 탄생으로?"

▲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어느 후보로 단일화되든 위기감은 다 있는 것 같다. 일단 상대방의 지지층이 다 온전하게 올 것인가가 제일 크다. 안 후보는 거기에 더해 무소속 대통령에 대한 불안감도 있을 수 있다.

최태욱 : 안 후보가 국민연대라는 표현을 계속 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신당 창당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본다. 쇄신된 민주당이 포함된 제대로 된 중도진보정당이 탄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당이 2010년에 강령을 바꾸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넣어 강령만 놓고 보면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에 가까운데, 구성원들로 보면 전혀 안 그렇다. 사민주의는 아직 우리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진보적 자유주의 정도의 이념에 동의하는 제 정파가 모인다면 국민연대의 실체가 보일 것이다. 중도에 속하는 시민들도 자유주의 이념에는 거부감이 없고, 민주당 내외의 좌파들도 진보주의에는 동의하지 않겠나. 외부의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동의해줘, 막연한 국민연대 개념을 확실한 진보적 자유주의정당으로 이어지게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창당을 한다면 대선 후인가?

최태욱 : 대선 이후가 돼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프레시안 : 안 후보를 가까이서 실제로 보니 어떤가?

최태욱 : 순수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참모가 굉장히 중요하다.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알지만 구체적 경로는 사실 전문 영역이니까. 자신이 설정한 방향에 도달하는 경로에 대해 확신이 들면, 기존 정치권과 타협할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굉장히 괜찮은 정치가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가 민주당과의 협상에서 조금 더 장기적인 시야로 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단일화도 굉장히 감동적으로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두 사람이 비슷하다. 여태까지의 그 어떤 후보보다 그렇다. 하지만 후보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안 후보는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민주당이 저 상태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면 단호할 것이다. 욕을 먹더라도 밀고 나갈 확률이 높다. 그런 건 단호하다. 다만 준비 기간이 길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 아쉽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여정민 기자(=정리)

2012년 11월 7일 수요일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의 핵심은 바로…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06일자기사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의 핵심은 바로…'를 퍼왔습니다.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비례대표 전면 확대가 요체

정치개혁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야권 단일화 논의

지난 4일 문재인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나에게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다. 모든 방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다음날 오전 안철수 후보는 광주지역 언론사 대표들과의 자리에서 "단일화를 하더라도 정치개혁이 없으면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일화의 핵심 조건으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단일화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는 문 후보보다,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가'에 초점을 둔 진일보한 안 후보의 화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두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한 첫 단독 회동을 갖기로 했다. 결국 단일화의 핵심 쟁점은 정치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모인 셈이다.

▲ 문재인-안철수, 야권 대선 후보 두 사람은 6일 오후 6시 '단일화'를 위한 첫 만남을 갖는다. ⓒ뉴시스

지난 몇 주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에는 정치개혁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애초에 논쟁은 의원정수를 축소하느냐, 확대하느냐에 맞춰졌다. 하지만 지난 10월 29일 '대선후보 캠프에 묻는다-정치제도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송호창 선대본부장은 "(국회의원의) 절대적 수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서 의원 지위 누리는 사람을 빼자는 취지에서의 발언이었다"고 말하며 이와 관련해 더 이상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대신 양측의 선대본부장들은 이 자리에서 결국 정치개혁의 핵심은 '비례대표제의 전면적 확대'에 있다는 합의를 도출했다.

결국 단일화의 핵심 조건은 이미 그 중요성에 상당 부분 합의가 진척된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됐는데도 의견을 좁히기 힘든, 갈등을 유발하는 이슈에 집착해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안 후보가 제시한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방안은 진보·개혁진영의 많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캠프 내부에서조차 거센 반발을 불러온 바 있는데다 문 후보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한편 인물 쇄신은 한국정치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해결책으로 등장하는 것이지만 기존의 파벌과 제도가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그 개혁효과는 미비했을 뿐이다. 특히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접근 방식은 자칫 민주통합당 내부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와 단일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의원정수 축소나 인물 쇄신 등의 개혁안은 그 개혁 효과도 미비할 뿐만 아니라 서로 간 갈등만 증폭시켜 결국 단일화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만 높일 우려가 있다. 요컨대, 정치개혁을 최우선에 둔 단일화 과정이 진행된다면, 그 핵심 연결고리는 양측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개혁의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의 전면적 확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관점에서 비례대표제 중요성 풀어내야

그렇다면 이제 단일화를 준비하는 양 후보 진영에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비례대표제의 확대가 왜 정치개혁의 핵심인지를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다 쉽게 설명하고 그들이 이 개혁에 적극 동참토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자는 제안은 여전히 어색할 수 있다.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이 어떻게 정치개혁의 핵심이 된다는 것인가. 많은 개혁적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이 비례대표제 확대가 중요하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자고 할 때 시민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양정례 등과 같은 공천 비리 사건이다. 즉 여전히 많은 시민들에게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의 공천장사가 팽배한 영역이라는 인식이 크다는 것이다. 비례대표제 확대가 왜 정치개혁의 핵심이 되는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보다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공천 때만 되면 어김없이 공천 헌금 등과 같은 문제가 언론에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정치 불신이 더욱 커지곤 했다. 더구나 이런 비례대표 후보 공천 비리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에서는 주로 돈으로 공천 자리를 샀다는 비리가 터지는가 하면, 민주당과 진보당은 계파별 나눠 먹기로 비례대표 의석이 악용되고 있다는 기사들을 접하게 된다. 이처럼 공천 비리 문제는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 제도로부터 수혜를 받고 있는 각 정당의 기득권 세력이 비례대표 공천을 정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담합을 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 수는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이런 공천 비리 문제는 비례대표제 자체가 갖는 문제라기보다는 기술적인 보완에 의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OECD 30개 회원국들 중 대부분의 국가들, 특히 유럽 선진 복지국가들의 대부분은 비례성이 상당히 보장되는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국가들에서는 한국과 같은 공천 비리문제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이들이 한국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공천과정이 그만큼 민주적 통제 하에서 투명하게 지켜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비례대표제로 충원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선거 때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비례대표 명단이 얼마나 그 당의 정책적 지향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인원들로 선발됐는지 여부이다. 이처럼 선거의 승패가 정당명부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달려있는 상황 하에서 비례대표 의원의 공천을 금전적 이해관계나 당내 계파별 지분 등에 의해 나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한국 정치에서 비례대표의 공천 비리가 많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비례대표의 비중이 낮고,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 영역 밖에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정당 내 기득권자들이 이를 악용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리의 상당 부분은 비례대표의 의석을 대폭 확대해 시민들의 관심과 견제를 확산함과 동시에 공천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민들이 갖는 비례대표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상당 부분 비례대표제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기술적 차원에 있다는 것이다.

두 후보가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존의 제도로부터 혜택을 누려온 당내 기득권 집단들의 강력한 반대를 이겨내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시민들로부터 개혁의 동력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일화 과정에서는 시민들이 비례대표제 확대가 왜 정치개혁의 핵심인지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비례대표제인가: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비례대표 비율은 50%까지!

두 번째는 비례대표제 확대에 대한 논의가 본래 개혁의 취지에 적합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비례대표제 확대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 정도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비례성을 충분히 확보해 규모가 작은 정책정당들도 국회로 쉽게 입성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한국의 지역주의 정당구도를 타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같은 비례대표제라는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그 개혁 효과의 정도는 천지차이가 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우선 선거구의 크기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소수정당의 과소대표 문제는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권역이 많아질수록, 즉 선거구가 작아질수록 비례성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도 지난 1994년 선거제도 개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총 500석의 의석 중 300석은 소선거구 일위대표제로, 200석(향후 180석은 감소)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뽑는 것이었다. 이 때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 전국을 무려 11개의 권역으로 나눠서 비례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미완의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소수정당의 과소대표가 심각하게 나타나 오히려 비례성이 기존보다 더 떨어졌다.

또한 선거구의 권역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지역주의 정당구도를 타파하려는 시도 역시 현저하게 약화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비례대표의 권역을 크게 수도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호남권, 충청권, 강원권 등의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권역을 이렇게 나눌 경우, 영호남을 축으로 하는 지역 정당 구도는 거의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 이미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정당들에게 득표가 몰리게 되고 결국 그 정당의 의석이 과다대표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권역별 비례대표제로는 기존의 지역주의 정당구도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제시한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늘리자는 제안은 그 개혁의 방향성 측면에서는 환영할만한 것이지만, 확대하는 비례대표 의석을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자는 제안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본래 개혁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국을 단일 선거구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즉 전국을 단일 선거구로 하게 되면, 소수정당의 과소대표 문제가 해결될 뿐만 아니라 영호남을 포함한 전국의 유권자들의 선호가 거의 여과 없이 합쳐져 의석수로 그대로 반영될 수 있으리란 것이다. 이를 통해 비로소 비례대표제 확대가 갖는 참 개혁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현재 2:1에서 1:1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례대표제가 확대될수록 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투명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OECD 선진국들 대부분은 국회의원의 50% 이상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정책에 반영시키고 있다. 요컨대,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제시한 '비례대표제의 전면적 확대'라는 정치개혁안은 단일화 과정을 통해 보다 시민들의 삶에 다가서는 언어로, 그리고 보다 개혁적 취지에 걸맞은 구체적이고 대담한 방향으로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단일화의 성공이 아니라 성공적인 단일화 돼야

최근 단일화를 둘러싼 각종 언론과 전문가들의 관심은 오로지 어떤 방식의 단일화인가에 골몰해 있다. 노무현-정몽준 식의 여론조사 단일화는 누구에게 유리한지, 박원순-박영선 식의 복합적 방식은 누구에게 유리한지, 안철수-박원순 식처럼 누군가가 전격적인 양보를 하는 것은 어떤지 등등 여러 가지 정치 공학적 분석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의 핵심은 단일화 그 자체가 아니라, 단일화 이후에 어떻게 기득권 세력의 견고한 반대를 최소한 10년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견제하면서 개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단일화 과정에선 그 무엇보다 어떤 정치개혁을 위한 단일화인지, 그리고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가치 중심의 논의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누군가가 말했듯이 '단일화의 성공이 아니라 성공적인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이다.

[취지문]

비례대표제 청년포럼은 비례대표제 포럼의 청년그룹으로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하는 개인, 청년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정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례대표제 포럼에서는 청년들이 다양성이 인정되는 속에 합의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를만들기 위해 비례성, 다양성, 공정함이 보장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얼마나 열망하는지,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조금은 거칠지만 생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열망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정치의 해인 2012년에 비례대표제 확대가 우리 사회 주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하는데 청년들의 이 작은 몸짓들이 마중물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하며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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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욱 비례대표제포럼 청년위원·국회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