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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8일 화요일

황석영 "점령군처럼 나대며 색깔론 매도 안돼"


이글은 노컷뉴스 2013-01-08일자 기사 '황석영 "점령군처럼 나대며 색깔론 매도 안돼"'를 퍼왔습니다.

CBS

- 朴, 선거때처럼 자상하게 소통해야 - 백척간두 민초들의 절망 직시하라 - 安, 감성정치 넘어 민생현장 다녀야 - 야권, 제3의 장소서 정치개혁 할때 

■ 방송 : FM 98.1 (07:00~09:00)■ 진행 : 김현정 앵커■ 대담 : 소설가 황석영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대통합 문제부터 인수위 논란까지. 보수와 진보, 사회원로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소설가 황석영 선생,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최근에 ‘여울물 소리’ 라는 신간을 내셨네요?

◆ 황석영> 네. 전통시대의 이야기꾼의 일생을 다룬 건데요. 50년 작가생활을 돌아보면서 소설로 쓴 작가론 비슷한 거죠. 

◇ 김현정> 올해가 등단 50주년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전국을 돌면서 힐링사인회도 하고 계시고요. 

◆ 황석영> 네. 

◇ 김현정> 이것은 책의 내용하고 연결이 되는 겁니까? 

◆ 황석영> 내용하고 연결되는 건 아니고요. 제가 50주년을 맞으면서 전업작가로서 글 쓰고 먹고 살았는데요. 50년 동안 제가 굉장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에도 한결 같이 제 책을 읽어주시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고요. 또 다른 하나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선거과정에서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단일화도 촉구하고, 국민연대도 결성하고 이러면서 부지런히 뛰어다녔는데요. 정권교체하고 사회변화를 간절히 갈망했던 사람으로서 저도 박탈감과 상실감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거는 유권행사를 했던 절반의 국민이 모두 정신적 외상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 김현정> 그런 보도들 나오더라고요. 

◆ 황석영> 네. 투표를 독려하고 그랬던 거지. 이상으로 작가로서 또 책무가 있지 않냐, 이렇게 생각한 겁니다. 

◇ 김현정> 그래서 ‘힐링사인회’ 라는 제목으로 지금 전국을 순회하고 계신거군요?

◆ 황석영> 네. 그러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대선 끝나면 언제나 당선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다른 후보들은 다 낙선하기 마련인데. 왜 유독 이번에는 그렇게 야권 지지자들의 낙심이 큰가요? 

◆ 황석영> 하다못해 자기가 응원했던 축구팀이 져도 그 후유증이 며칠 간다고 그러잖아요. 세상의 변화를 바랐던 절반의 민심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저를 비롯해서 야권 지지자들은 정권교체가 되지 않으면, 현 정권이 그동안 해 왔던 과오들을 돌아본다면 이게 더 악화될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고 걱정이 많았던 거죠. 그렇지만 한 쪽이 선거에 이겼다고 해서 세상을 모두 얻은 것도 아니고, 또 졌다고 그래서 세상이 다 끝난 것도 아니거든요. 

선거과정에서 내건 공약들이 서로 여야가 비슷한 걸로 보이는데요. 이것이 실천만 잘한다면 한 때의 걱정과 근심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걸 확인시켜주길 바라고요. 나머지 국민들도 일단 차분하게 지켜보자고 권유해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요. 지난 5년 동안처럼 역사적으로 거꾸로 간다거나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그런 보수가 되선 안 될 거고요. 진보의 가치가 분단사회의 색깔론으로 매도되어서도 안 될 겁니다. 

◇ 김현정> 색깔론이 등장해도 안 된다는 말씀? 

◆ 황석영> 네. 그야말로 좌우의 균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인데. 여권은 말 그대로 새 시대를 교체하겠다, 새 시대로 가겠다, 스스로 밝혔듯이 정말 과거와는 다른 좌우균형을 잡아야 될 때고요. 야당은 그야말로 정당이나 정치개혁 없이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으니까 국민들도 그냥 좌시하지 않겠다, 옆에서 참견하고 질책하면서 야당의 정치개혁도 바라보겠다, 이런 심정입니다. 

◇ 김현정> 여하튼 박근혜 후보가 당선이 됐고, 지금 하나하나 인수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첫 단추는 잘 끼워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황석영> 처음에 행보를 보면, 물론 아직은 이미지에 지나지는 않겠지만. 중소기업을 방문한다든가 민생을 살핀다든가 하는 행보를 보였지 않습니까? 그리고 인수위를 꾸리는 과정도 너무 일방적인 게 아니냐, 소통 좀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 현재를 두고 보면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고 그래서 선거가 끝난 뒤에도 서로 반대편 지지자를 적대시하고 공격하고 그런 게 올바른 시민의식이 아니다, 이렇게 보입니다. 요즘 보니까 인터넷 검색어 1위가 야권지지자였던 김여진 등등 연예인들의 방송출연불가조치 이런 것이 보이는데. 

◇ 김현정> 문재인 후보를 공개지지 했다는 이유로 방송출연 정지당한 것 같다, 이런 거요? 

◆ 황석영> 네. 새 정부가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정권인수의 중대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서 이제 우리 세상 왔다고 점령군처럼 나대서 앞으로 5년 내내 갈등과 불신만 깊어질 것 같은데 말이죠. 국민대통합의 실천이 있어야지. 이렇게 서로 적대시해서 되겠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대통합을 중시해 왔던 박근혜 당선인이기 때문에 대통합을 방해하는, 그러니까 지금 대두되고 있는 색깔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색깔론 같은 것?

◆ 황석영> 이제 우리 세상이니까 너희들은 찍소리 마라는 식으로 이렇게 색깔론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그러는데. 이래서 어떻게 대통합이 이루어지겠어요? 

◇ 김현정> 어느 부분에서 그런 걱정스러운 시그널, 조짐들을 느끼세요?

◆ 황석영> 대단히 보수라고 자칭하는 논객들의 SNS나 인터넷 활동들이 대개 많이 그렇게 이루어지는데, 이렇게 알려진 사람들일수록 서로 자제해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혹시 황석영 선생께서도 공격을 받으셨어요? 

◆ 황석영> 저도 일상적으로 받고 있죠. 그런데 저야 늘 옛날부터 한 50여 년 동안 겪어오던 일이라. 옛날에 잡혀가고 두드려 맞고 그런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 김현정> 윤창중 대변인 인사에 대해서는 그럼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48%는 공산화 세력이다. 국가전복세력이다.’ 이게 윤창중 대변인의 발언인데요.

◆ 황석영> 아.. 지나치고 위험한 생각입니다. 아니, 그건 스스로 자신이 알아서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죠.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사퇴? 

◆ 황석영> 글쎄, (웃음) 제가 얘기할 입장은 아니네요. 

◇ 김현정> ‘밀봉인사’, ‘밀봉인수위’ 이런 신조어가 또 나오고 있어요. 비밀엄수 이런 건데요. 이거는 어떻게 보세요? 

◆ 황석영> 제가 볼 때는 인사를 하면 인사 당사자가 나와서 국민들에게 자상하게, 그 전의 선거 때처럼 자상하게 나오셔서 설명도 하시고. 좀 더 따뜻하게 국민들과 소통하는 계기가 될 텐데. 좀 그렇지 않아서 당황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중간과정이 외부에 알려지면, 언론에 알려지면 괜히 왈가왈부하다 보니까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혼선이 빚어진다.’ 이런 의견도 있는데요? 

◆ 황석영> 네. 그런 것도 있겠죠.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런 검증 또는 그런 혼선, 그런 논란, 이런 것들 가운데에서 또 서로 고쳐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사전에 알리는 것은 혼선이 아니라 오히려 여론을 조정하는 소통의 작업이라는 말씀? 

◆ 황석영> 네. 소통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 김현정> 그런 시작, 첫 단추 끼는 작업을 보면서 앞으로 이런 것들은 좀 조심해서 했으면 좋겠다, 이런 부분 주의해라, 어떤 조언을 주신다면요? 

◆ 황석영> 저는 사실 현재 박근혜 새 대통령의 새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는데요. 그 이유는 정말 그야말로 과거의 업보를 벗어나서 새 시대로 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입장에 서 있는 당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공을 하신다면 그야말로 박정희 시대의 과오까지 전부 이렇게 탕감을 하시고. 그리고 새 시대를 여는 당사자가 되는 셈인데요. 정말 잘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부친과는 다른, 말하자면 정치적 열린 자세, 국민과 소통하는 자세,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가진.. 정치적 견해가 다른 여러 각 계층의 사람들과도 끊임없이 서로 얘기하고 대화하려는 자세, 이런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되는군요. 

◇ 김현정>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의 귀도 열어라, 이런 말씀이군요? 

◆ 황석영>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안고 가라, 끌어안고 가라, 이런 말씀. 

◆ 황석영>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한편 패배한 진보진영은 이제 어떻게 해야 될 건가, 여기에 대한 조언도 좀 해 주시죠. 

◆ 황석영> 이게 참 문제인데요. 그동안 한 10여 년 동안 너무 게을렀고, 그리고 민초들의 그런 풀뿌리 일상, 이런 데 너무 게을렀어요. 그리고 프로젝트 주의, 이념 또는 진영논리 이런 거 벗어나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좌우균형을 잡으면서.. 정말 현 정부도 민생을 제일 첫번째 과제로 삼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정당정치개혁을 민생과 더불어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그런 풀뿌리운동, 대중운동 이런 것들을 신경을 써야 되지 않나. 

◇ 김현정> 안철수 전 후보는 돌아오면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고 보세요? 

◆ 황석영> 글쎄요. 제가 거기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저기는 없고요. 다만, 이제처럼 감성이나 이미지로 되는 게 아니라 정말 뼈를 깎는 실천과 노력 속에서 민생현장으로 두루 다니고, 그리고 거기서 올라오는 소리 듣고. 우선 대중운동에 대한 공부를 좀 했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일단 밑바닥으로 가라, 안철수 전 후보도? 

◆ 황석영> 네. 

◇ 김현정> 일단 정치하기로 이미 결심은 했으니까요. 

◆ 황석영> 네. 정치권이 다 그런 반성하지 않겠어요? 

◇ 김현정> 안철수 전 후보의 측근들, 또 안철수 전 후보와 민주당이 야권을 위해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황석영> 저는 제3의 장소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당조직이나 정치개혁이 이루어져도 좋다고 봅니다. 그건 선거 전부터 무슨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내놓겠다거나 중앙당 폐해를 없애겠다거나 여러 가지 얘기를 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어떻게 실천되는지, 이런 것들을 좀 옆에서 감시하고, 그리고 참견하면서 시민들이 계속 간섭을 해야 될 것 같죠. 

◇ 김현정> 일단 야권이 일어서는 모양새는 제3의 지역에서 같이 뭉쳐라, 그러면서 민생현장 돌아라, 이런 말씀인가요? 

◆ 황석영> 네. 그런 얘기입니다. 

◇ 김현정> 지금 이런 주문들이 들어오는데 어떤 거냐면, 황석영 선생의 힐링메시지를 듣고 싶다. 혹시 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황석영> 네. 다른 거보다도 저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낙담에 잠겨 있고, 몇 분은 자살까지 하시고. 지금 현재에도 철탑 위에 올라가서 농성하고 계시는데요. 이런 거를 풀고 어떻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지를 않거든요. 

전 정권이 교체되면 현실이 어떻게 달라질 거라 이렇게 기대를 했다가 그 기대가 어긋나니까 좌절감이.. 야, 또 5년을 어떻게 과거처럼 어떻게 그렇게 견디면서 사냐, 이러고 낙담하고 절망하고 그러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중산층이 몰락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 양반들 보다 더 한 게 이 노동계층인데요. 정치권은 여야가 다 같이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민초들의 막바지의 절망을 정말 똑바로 직시해야 될 겁니다. 

◇ 김현정> 백척간두에 서 있는 이 민생, 서민들 돌아봐라. 이 말씀이 참 아프게 들리네요. 이 얘기가 위에도 전달돼서 아파하는 서민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힐링되는 사회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바로가기]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황석영 등 97인 "安, 우리 절충안 받아들여라"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11-23일자 기사 '황석영 등 97인 "安, 우리 절충안 받아들여라"'를 퍼왔습니다.
"협상 논란 가중되는 것은 안캠 때문"

소설가 황석영 씨 등 문화예술종교인 97명은 23일 재차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전날 제안한 적합도, 경쟁력 조사를 절반씩 반영하는 중재안을 안철수 캠프가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긴급 성명을 통해 "우리는 (어제) 두 후보에게 절충안을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측에 유리한 ‘가상대결 문항’과 문재인 후보측에 유리한 ‘적합도 문항’을 함께 넣자는 제안이었다"며 "유불리가 어느 일방에게만 쏠리지 않은 문항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의 제안에 대해 문재인 후보측은 이를 수용했다"면서도 "(그러나) 안철수 후보측은 어제 밤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절충안 제안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문재인 후보측에 ‘적합도 문항’을 ‘지지도 문항’으로 바꾸자며 역제안을 했다. 그 때문에 논란은 종식되지 않고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고 안 캠프측을 질타했다.

이들은 "각 후보가 자신에게 불리한 문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상식적으로 각 후보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문항을 공정하게 하나씩 넣고 국민의 뜻을 물어 단일후보가 되는 방식으로 나가면 될 일"이라며 "안철수 후보에게 촉구한다. 어제 우리가 긴급성명에서 제안했던 절충안을 수용하고 그것에 관한 실무적인 논의가 당장 시작될 수 있도록 결단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안 후보를 압박했다.

이들은 "국민에게 약속했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 시간을 넘기면, 지나가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며 "안철수 후보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거듭 안 후보를 압박했다.

김동현 기자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전향 권하는 사회


이글은 레디앙 2011-12-16일자 기사 '전향 권하는 사회'를 퍼왔습니다.
박정희, 김영삼, 김지하, 김문수, 황석영, 진중권…그들은 왜?

제가 잘 아는 어떤 현명한 이가 한번은 "자만보다 자학이 훨씬 낫다. 자학에는 병폐도 있지만, 적어도 자학하는 자에게 미래가 있는 반면, 자만하는 이에게는 현재만 있지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반박하기 어려운 명언 같은데, 북조선에 대해서 남한 주민의 절대 다수는 확실히 '미래가 없는 자만'을 택하는 것 같습니다.
남한 주민의 북조선에 대한 자만
공개적으로야 '꼴통'의 딱지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북조선에 대한 논평을 삼가하곤 하지만, 사석에서는 대다수가 북조선을 "배울 게 없는 나라", "실패작"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약 5년 전인가, 제가 그 당시에 관계를 맺었던 한 진보적인 잡지의 발행인을 인사동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세상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행을 많이 하고 견문이 넓은 제 상대방은 저에게 그가 말했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의 존재 자체는 우리 민족의 하나의 수치다. 우리와 같은 한민족인데,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한 우상을 받들고 그 획일주의에 하등의 저항도 못하는 것은 정말 최악의 민족적 수치다. 아니, 한국학 하는 입장에서, 도대체 한민족의 어떤 특성 때문에 이러한 괴물 같은 사회가 한반도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좀 분석해달라." 

진보를 지향하는 분이신지라 당연히 북조선의 강제적 '민주화'(?)나 대립의 악화 등등을 절대 바라지 않으시고 햇볕 정책을 적극 지지하셨는데, 북조선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이라고는 이 정도였습니다. 저는 남한에서 이런 분들을 무수히 많이 봤는데, 이러한 대중화된 대북 자만심에 대한 제 생각을 성경책에서 나오는 말, 즉 "남의 눈에 티끌을 보기 전에 자기 눈에 대들보를 보라"는 말로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꽤나 다원적이었던 1940~50년대의 북조선의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사회가 그 뒤로 주체사상을 유일사상으로 삼아 대대적으로 획일화된 것은 역사적 비극이었다면 비극입니다. 한데 획일화 차원에서는 남한이 북조선보다 더 하면 더 하지 절대 덜하지 않습니다. 단, 우리가 이 부분에 익숙해져 신경 안쓸 뿐입니다. 

북조선에서의 (외피적인) 획일성은, 북조선보다 수천 배의 경제력과 수백 배 더 많은 핵탄두를 가진 미-일-한 이라는 세계 주요 제국주의적/아류제국주의적 야수들의 블록과의 투쟁을 배경으로 한 정권의 강제에 의해서 유지되는 측면은 있습니다.
가진 자의 여유?
자국의 노동자와 중국, 월남, 필리핀 등 수많은 나라 민초들의 피땀을 빨아 지금과 같은 규모가 있는 괴물이 된 남한의 경우에는, 1990년대 초반부터 북조선에 대한 '우월성'에 안주한 통치배들은 더이상 피치자들에게 그 이데올로기를 꼭 강제하지 않아도 될 여유를 즐깁니다.
학생과 같은 미천한(?) 신분으로 감히(?)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자본주의 연구회'를 만들거나, 한진중공업과 같은 이 사회의 큰 오야붕들에게 성공적으로 대들면 물론 감옥행은 어느 정도 보장돼 있지만, 이 체제는 더이상 노동운동가나 사회주의자, 반군사주의자/평화주의자 등을 "완전하게 박멸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예컨대 반군사주의 투사, 즉 병역거부자 같은 경우에는 전과자로 만들어서 평생 이등시민이라는 신분으로 묶어 차별대우하면 하지, 1970년대처럼 강제 입대를 시켜놓고 거기에서 집총거부할 경우에는 때려 죽이지는 않거든요. 덩치가 훨씬 더 큰 인도나 호주 만큼의 총국민생산액을 자랑하는 세계 14위 경제대국인데, 몇 명의 보잘것없는(?) 반체제 투사들을 때려죽이지 않고 "그냥" 평생 괴롭힐 만큼의 아량(?)을 베풀 만합니다. 

한데, 이렇게도 좋아진 세상에 과연 5천만 명 인구의 대한민국에서는 비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은 그 역사상 몇 명 정도 될까요? 넉넉 잡아 예비거부자까지 포함해도 40~50명 정도 될까 말까 합니다.
병영에 끌려가면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는 절대 복종 체계 속에서 인격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국 군대란 국토 지킴이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유사시에 미-일-한 블록의 지배자들이 북조선과 중국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면서 대량으로 소모시켜야 할 총알받이에 불과하다는 점도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지만, 반군사주의적 의지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이 '자유 대한'(?)에서 그토록 어려운 것입니다.
전향을 모르면 한국사회 이해할 수 없어
아니면, 노동운동이나 사회주의 운동 등을 보십시오. 실제 거기에서 활약하는 활동가의 수는, 1990년대 초반에 비해서 줄었으면 줄었지 별로 늘지 않았습니다. 사회는 덜 탄압적으로 되지만, 오히려 '골수' 체제 반대자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 거죠.
그리고 상층 활동가들을 보면, 20년 내지 25년 전에 운동판에서 뛰었던 사람들의 상당수를 그 자리에서 더이상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대신 그들은 국회의사당에 보수정당 의원으로도 가 있고, 도지사 사무실, 청와대 등에 가 있고, 각종 대학의 교수로도 재직돼 있고 보수언론에서 문호 대접도 받는 것입니다.
그들이 소위 '전향'을 한 것이죠. 전향이라는 정치문화적 코드를 빼고서 한국 사회를 아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전향, 즉 일정한 거래를 전제로 하는 획일화된, 자발성이 강한 주류에의 '귀환'은, 극도로 보수적 사회인 한국에서는 하나의 '문화'라면 문화입니다. 

그 수많은 당쟁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약을 받아마시면 받아마시지 '전향'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일제에 의한 식민지적 근대화는 전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조선 땅에 이식시켰습니다. 조선 토착 사회 지도층의 협력 없이 효율적 통치를 할 수 없었던 일제 지배자들은, 온갖 당근들을 제시하면서 보수적인 양반귀족(민병석, 민영휘와 같은 민씨 척족 출신의 갑부들부터 시작해서)부터 신흥 민족주의자나 온건 사회주의자까지 열심히 자기 편에 끌어들이려 노력했습니다.
보수적 양반들은 물론이거니와 민족주의자나 온건 사회주의 활동가까지도 주로 유산층 출신 아니면 유식층, 도일/도미 유학생층 출신들이었기에, '가진 자' 모두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켰던 일제로서 그들을 포섭하는 게 그리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민족지도자 33인의 그 이후
비참하게도 일제 말기에 이르러 1919년의 그 유명한 '민족지도자 33인' 중에서는 영양실조로 죽어도 배신을 하지 않은 한용운만 제외하고서 다들 전향하거나 적어도 민족진영에서 이탈했습니다. 인정식, 백남운 등 엘리트 온건 사회주의자들도 마찬가지이었습니다.
끝내 전향하지 않은 박헌영이나 이현상, 이관술, 김상룡, 이주하와 같은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을, 나중에 남한이나 북조선 권력자들은 물론 다 죽이고 말았습니다. 자기 배신과 획일적 주류에의 합류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구조에, 지조를 지킨 공산주의자들이 도대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향 거부자들을 거의 모조리 죽이거나 주변화시킨 사회는, 그 다음에 전향자들을 아주 전면에 배치시켜놓았습니다. 남로당 동료들을 배신해 그 명단을 형리들에게 넘긴 다카키 마사오(박정희)부터 3당 합당으로 야당 정치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배신한 김영삼이나, 반노동 입법으로 노동변호사라는 자신의 경력을 배신한 노무현, 1965년 한일수교 반대 데모했다가 전향한 아키히로(明博)까지, 대부분의 남한 최고 권력자들은 전향자 출신들입니다.
이재오/김문수/손학규부터 신지호까지 1970~80년대 사회주의 혁명가나 노동운동가들의 기나긴 전향사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알지만, 가장 놀랍고 안타까운 전향은 지식인들이나 문인들에게 나타났습니다.
1970년대의 저항의 상징이었다가 전두환 정권의 어용 지식인이 된 천관우 같은 경우들은 하나의 효시이었지만, 황석영이나 김지하의 전향은 그들의 문학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쳐 저처럼 한국문학을 외국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큰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진중권 전향 과정 심층적 고찰 필요
황석영이나 김지하보다 강도는 훨씬 더 약하지만, 실제로 2000년대에 접어든 박노해의 변신도 일종의 '준(準)전향'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더욱더 안타까운 경우지만, 전 진보신당 당원인 진중권씨의 점차적 전향을 우리가 바로 지금, 그의 각종 사회참여적 발언들을 통해 여실히 잘 지켜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전향이라는 과정의 연구자 분들께, 트위터와 블로그 글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 전향의 과정을 심층적으로 고찰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도 많은 우수한 대한민국의 두뇌들은 사회주의 등등의 '위험 사상'을 철저하게 버리고 우리 위대한 경제대국의 순량한 국민들의 즐거운 대오에 이렇게도 잘 합류하는가요? 사형을 피해 대신 남로당 동료들의 목숨이라는 대가를 치른 다카키의 케이스는 오히려 인간적으로 이해라도 됩니다. 잘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니까요.
그런데 지금 과거 '전진'그룹 등 좌파 운동가들을 맹비난하고, 귀족화된 예술인 정명훈을 옹호하는 진중권을, 그 누구도 죽이려 하지 않지 않습니까? 1990년대에 이루어진 김지하의 전향과 2000년대에 점차적으로 이루어진 황석영의 전향도 그 어떤 강제도 개입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대한민국에서는 주류에 속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고생스러운 일입니다. 춥고 배고픈 측면도 있지만, 일단 같은 학력자본을 소유하는 선후배들의 동정적 시선부터 참기가 힘들죠. 그런데 과거 저항이라는 경력을 성공적으로 팔아서 주류에 합류하기만 하면, 세상은 당장 바뀝니다.
문인 같으면 경우에는, 아예 새로운 천하가 열리는 거죠. 국가의 여러 기관에서 외국어 번역 알선부터 노벨상 은근한 로비까지 다 도맡아주고, 외국 투어도 보내주고, 국내에서는 가장 우수한 언론들이 높은 가격으로 글을 사주고... 성공한 자본주의 국가의 성공한 엘리트의 대열에 들어가는 입신출세의 극적인 경우죠.
피와 잉크
그 입신출세를 위해서 딱 한 가지 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혼을 철저하게 죽여, 획일화된 대한민국의 '상식/통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민주화를 자랑하는 '자유 대한'에서 절대 다수의 유명지식인들은 바로 그런 방식으로 그 공적인 인생을 마감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역사상의 수치가 아닌가요? 

소련 시절의 저항 시인 알렉산드르 갈리치의 유명한 노래 "악마와의 대화"에서 악마와 계약을 맺어 체제에 영혼을 팔려는 자는 그 계약의 종이를 보면서 "이게 피로 쓰여진 것이냐"고 묻습니다. 악마의 답은 "잉크일 뿐"입니다. 이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피가 거의 보이지 않네요. 잉크밖에 안보입니다. 

2011년 12월 16일 (금) 08:37:33                                                                         

                    박노자 / 오슬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