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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5일 화요일

청문회 활성화가 정치개혁이다


이글은 대자보 2013-02-04일자 기사 '청문회 활성화가 정치개혁이다'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한국사회도 투명사회로 가려면 공직사회부터 맑아져야

헌재소장 후보자 이동흡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국무총리 지명자 김용준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지레 사퇴했다. 국민감정을 미루어 그 숱한 흠결을 안고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리라고 깨달은 듯하다. 인사돌풍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곤혹스런 모양이다.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죄인심문’이니 ‘신상털기’니 하는 따위의 말로 청문회 무용론을 들고 나와 역공을 시도한다. 청문회를 탓하지 말고 먼저 전문성, 지도력, 포용력, 대중성, 정직성, 도덕성, 청렴성을 따져서 발탁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이 나라 대통령은 헌법상의 권력구조와는 상관없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한다. 이런 현실에서 그나마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있어 대통령을 견제한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에야 도입되었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 후 2003년 1월 권력기관인 국가정보원,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2005년 1~3월 노무현 정권의 교육부총리, 경제부총리, 국가인권위원장, 건설교통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도덕적 흠결로 낙마했다. 그해 7월 박근혜 대표의 한나라당이 주도하여 모든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지도층의 도덕적 불감증이 국민에게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준다. 주로 불투명한 축재가 도마에 오른다. 드문 예외를 제외하고는 투기의혹, 위장전입, 농지소유, 세금탈루, 편법상속-증여, 전관예우 등등 청렴성의 결여가 용인의 범위를 넘어선다. 논문표절-이중게재, 허위학력, 병역기피, 자녀의 미국국적, 공금유용 따위로도 도덕성, 정직성의 논란을 일으킨다. 탈법의 수준을 넘어 불법의 단계에 이르렀지만 거짓말을 예사로 안다. 그 탓에 전문성, 지도력, 포용력, 대중성을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번번이 중도에 하차한다. 

2002년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두 차례나 국회인준을 얻지 못하는 바람에 김대중 정권이 정치적 곤경을 겪었다. 2002년 7월 이화여대 총장 장상이, 2002년 8월 매일경제신문 사장 장대환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첫 여성 총리’, ‘50세 총리’라는 깜짝 발탁도 그 관문을 뚫기에는 도덕적 흠결이 너무 많았다. 이명박 정권은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를 내심 잠재적 대선주자로 키운다고 ‘40대 총리'로 발탁했다. 하지만 그도 도덕적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퇴했다. 

‘최고령 총리’를 바라보던 헌재재판소장 출신 김용준는 청문회를 포기했다. 수도권 토지 집중매입, 7, 8세 두 아들의 수십억대 부동산 소유, 두 아들의 병역면제가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느꼈던 모양이다. 김용준은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는 대법관과 헌재재판소장을 역임했다. 사법부 수장을 지냈으니 행정부에 들어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한다. 사법권의 권위와 신뢰를 실추시키고 권력분립이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문제를 말이다. 이런 대법관이나 헌재재판관이라면 재임 중에 정치적 중립을 견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동흡과 김용준이 낙마하자 인수위측에서 청문회가 ‘인격살인’을 일삼는다느니 ‘성인군자’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따위로 말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미국을 들먹이며 재산-병역-세금 등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능력검증만 공개하도록 청문회 제도를 고치겠다고 나섰다. 미국도 도덕성을 먼저 본다. 냉혹하리만치 철저한 사전검증을 통과했기에 청문회가 정책-능력 위주로 운영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993년 클린턴이 첫 여성 법무장관을 발탁했지만 불법이민자를 가정부로 고용했다는 이유로 지명을 철회했다. 

한국사회는 권위주의 시대의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무한경쟁 사회가 되었다. 배금사상과 연고주의-출세주의가 팽배하면서 가치관이 전도되어 목적보다는 수단이 우선한다. 이런 현실에서 기득권층이 부패구조에 서식하면서 거대한 지배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문범위와 함께 청문기간도 늘려야 한다. 1987년 체제 이후만 보더라도 역대정권이 실패한 이유는 공인의식이 결여된 무자격자-무능력자들을 중용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는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한국사회도 투명사회로 가려면 공직사회부터 맑아져야 한다. 청문회가 공직사회에 각성제 노릇을 하고 일반사회에도 청정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자라는 세대에게 장차 공직사회에 진출하려면 학창시절부터 도덕적으로 근신하는 자세를 갖도록 시사하는 중요한 의미도 갖는다. 청문회 활성화가 정치개혁으로 가는 길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2012년 12월 22일 토요일

성공하고 싶다면 야당을 존중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21일자 기사 '성공하고 싶다면 야당을 존중하라'를 퍼왔습니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보수가 보수에게|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박 당선인 뒤엔 절반의 반대자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은
야당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진정한 정치쇄신을 하려면
대통령 권한이 견제받아야 한다
입법·사법부가 제 역할 하고
공직사회는 공공성 회복해라
신뢰를 주면 국민은 기다려준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박근혜 당선인이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합리적 보수주의자’인 윤여준(73) 전 환경부 장관의 주문이다. 뿌리부터 보수인 그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의 국민통합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파격’을 감행했다.보수주의자가 왜 문재인을 돕는지를 얘기한 그의 문재인 방송 찬조연설은 커다란 화제를 낳았다.윤 전 장관은 인터뷰 요청에 “이긴 쪽 얘기를 들어야지, 진 쪽 말을 들어서 무엇하겠느냐”고 거절했다. “오랜 경험과 지혜를 들려주는 것이 사회 원로의 의무가 아니냐”고 간곡하게 설득한 끝에 20일 오전 서울 마포 그의 사무실에서 마주앉을 수 있었다.-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세대간 지역간 균열이 심하다. 선거전 역시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눠 치러졌다.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갈등 요인이 매우 많아 보인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나?“선거가 막판에 보수 대 진보 양자대결로 가면서 이념대결로 다시 재편됐다. 이념갈등이 살아나서 다시 극한대결 양상이 벌어지면 국민들은 또 정치권을 통째로 불신하고 혐오해서 다른 데서 대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과거 대통령들은 선거기간에는 야당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도 안 지켰다. 그래서 실패했다. 박 당선인은 현실적으로도 이걸 안 지키면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할 수가 없다. 절반의 반대자가 있고, 더구나 국회법이 고쳐져서 과거처럼 다수가 맘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도 없다. 야당을 국정동반자로 인정하고 존중하면 야당도 극렬하게 저항할 수 없고 야당이 그렇게 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도 않는다. 당선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박 당선인도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려는 생각이 강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통합 말고 또 무엇이 필요하겠는가?“중장기적으로는 정치쇄신을 해야 한다. 지금 내놓은 방안은 대통령 권력 약화인데, 이것은 근원적인 것은 아니다. 국내외적으로 위기가 상존하는 때는 지도자가 신속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대통령을 견제해서 균형을 이루느냐가 중요하다. 입법과 사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또 무너진 국가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공공성과 정치 중립성을 회복해서 관료의 효율성과 능률화를 이뤄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민주주의의 기반인 중산층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이런 것을 임기 안에 다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하면 국민들이 참고 기다릴 것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그런 일을 할 것이라는 신뢰가 무너지면 국민들은 오래 참지 않을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과거 정부 사례를 보면 첫 인사가 매우 중요한데.“인사가 제일 중요하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좌우된다. 그런데 엠비정부는 초대 내각과 대통령실을 자기와 친한 사람이나 아는 사람을 썼다. 그렇게 구성하는 바람에 거기서 민심의 반은 떠났다.”-대통령의 리더십도 중요하지 않나. 박 당선인은 소통에 문제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박 당선인은 비대위 시절 얘기를 들어보면 비대위 결정이 올라간 뒤에 이유도 모른 채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럴 바엔 왜 비대위가 필요하느냐는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유능한 측근이 있으면 자리를 주면 된다. 따로 비선을 만들어 했다가는 정말 재앙이 올 것이다.”인터뷰 도중 그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가족과 친구, 지인 등이 그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전화였다. 그는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위로받을 게 뭐 있나. 이왕이면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됐더라면 좋기는 했겠지만, 이제 끝났으니 당선인이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민주당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내부 사정은 잘 몰라도 선거에 졌으니 책임론이 나올 것이다. 이른바 친노라는 세력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책임을 모면하려다가는 책임을 결국 지면서도 비겁하게 보이게 된다. 그러니 오히려 당당하게 책임을 지는 게 낫다.전당대회에서 재정비할 텐데 내가 보기에는 지금 저 모습으로 친노가 물러나고 다른 세력이 대신한다고 해서 국민이 신뢰하겠는가? 나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한국 정치판에 지각변동이 올 것이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박근혜 후보가 됐지만 이것이 새누리당에 대한 신뢰는 아니다. 이긴 쪽도 변화를 겪는 게 불가피하다.”-안철수 전 후보가 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보나?“세력화를 안 하고 어떻게 정치를 하나. 관념세계에 있을 때는 정당을 안 만들고도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마 두달간 겪으면서 그 판단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안 후보에 대한 상당한 지지는 아직도 살아 있다. 당선된 대통령이나 양당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급속하게 다시 에너지가 살아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의 귀국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현실정치권에 다른 대안이 없다. 다만 안 교수도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 다시 등장할 때는 다른 수준의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