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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2일 토요일

성공하고 싶다면 야당을 존중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21일자 기사 '성공하고 싶다면 야당을 존중하라'를 퍼왔습니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보수가 보수에게|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박 당선인 뒤엔 절반의 반대자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은
야당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진정한 정치쇄신을 하려면
대통령 권한이 견제받아야 한다
입법·사법부가 제 역할 하고
공직사회는 공공성 회복해라
신뢰를 주면 국민은 기다려준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박근혜 당선인이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합리적 보수주의자’인 윤여준(73) 전 환경부 장관의 주문이다. 뿌리부터 보수인 그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의 국민통합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파격’을 감행했다.보수주의자가 왜 문재인을 돕는지를 얘기한 그의 문재인 방송 찬조연설은 커다란 화제를 낳았다.윤 전 장관은 인터뷰 요청에 “이긴 쪽 얘기를 들어야지, 진 쪽 말을 들어서 무엇하겠느냐”고 거절했다. “오랜 경험과 지혜를 들려주는 것이 사회 원로의 의무가 아니냐”고 간곡하게 설득한 끝에 20일 오전 서울 마포 그의 사무실에서 마주앉을 수 있었다.-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세대간 지역간 균열이 심하다. 선거전 역시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눠 치러졌다.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갈등 요인이 매우 많아 보인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나?“선거가 막판에 보수 대 진보 양자대결로 가면서 이념대결로 다시 재편됐다. 이념갈등이 살아나서 다시 극한대결 양상이 벌어지면 국민들은 또 정치권을 통째로 불신하고 혐오해서 다른 데서 대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과거 대통령들은 선거기간에는 야당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도 안 지켰다. 그래서 실패했다. 박 당선인은 현실적으로도 이걸 안 지키면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할 수가 없다. 절반의 반대자가 있고, 더구나 국회법이 고쳐져서 과거처럼 다수가 맘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도 없다. 야당을 국정동반자로 인정하고 존중하면 야당도 극렬하게 저항할 수 없고 야당이 그렇게 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도 않는다. 당선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박 당선인도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려는 생각이 강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통합 말고 또 무엇이 필요하겠는가?“중장기적으로는 정치쇄신을 해야 한다. 지금 내놓은 방안은 대통령 권력 약화인데, 이것은 근원적인 것은 아니다. 국내외적으로 위기가 상존하는 때는 지도자가 신속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대통령을 견제해서 균형을 이루느냐가 중요하다. 입법과 사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또 무너진 국가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공공성과 정치 중립성을 회복해서 관료의 효율성과 능률화를 이뤄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민주주의의 기반인 중산층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이런 것을 임기 안에 다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하면 국민들이 참고 기다릴 것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그런 일을 할 것이라는 신뢰가 무너지면 국민들은 오래 참지 않을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과거 정부 사례를 보면 첫 인사가 매우 중요한데.“인사가 제일 중요하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좌우된다. 그런데 엠비정부는 초대 내각과 대통령실을 자기와 친한 사람이나 아는 사람을 썼다. 그렇게 구성하는 바람에 거기서 민심의 반은 떠났다.”-대통령의 리더십도 중요하지 않나. 박 당선인은 소통에 문제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박 당선인은 비대위 시절 얘기를 들어보면 비대위 결정이 올라간 뒤에 이유도 모른 채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럴 바엔 왜 비대위가 필요하느냐는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유능한 측근이 있으면 자리를 주면 된다. 따로 비선을 만들어 했다가는 정말 재앙이 올 것이다.”인터뷰 도중 그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가족과 친구, 지인 등이 그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전화였다. 그는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위로받을 게 뭐 있나. 이왕이면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됐더라면 좋기는 했겠지만, 이제 끝났으니 당선인이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민주당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내부 사정은 잘 몰라도 선거에 졌으니 책임론이 나올 것이다. 이른바 친노라는 세력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책임을 모면하려다가는 책임을 결국 지면서도 비겁하게 보이게 된다. 그러니 오히려 당당하게 책임을 지는 게 낫다.전당대회에서 재정비할 텐데 내가 보기에는 지금 저 모습으로 친노가 물러나고 다른 세력이 대신한다고 해서 국민이 신뢰하겠는가? 나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한국 정치판에 지각변동이 올 것이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박근혜 후보가 됐지만 이것이 새누리당에 대한 신뢰는 아니다. 이긴 쪽도 변화를 겪는 게 불가피하다.”-안철수 전 후보가 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보나?“세력화를 안 하고 어떻게 정치를 하나. 관념세계에 있을 때는 정당을 안 만들고도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마 두달간 겪으면서 그 판단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안 후보에 대한 상당한 지지는 아직도 살아 있다. 당선된 대통령이나 양당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급속하게 다시 에너지가 살아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의 귀국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현실정치권에 다른 대안이 없다. 다만 안 교수도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 다시 등장할 때는 다른 수준의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2012년 6월 8일 금요일

언론 잡아먹은 ‘MB시대’, 떡고물 챙기는 박근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08일자 기사 '언론 잡아먹은 ‘MB시대’, 떡고물 챙기는 박근혜?'를 퍼왔습니다.
[기자칼럼] 박근혜가 꿈꾸는 나라, 적어도 '언론 암흑의 시대'는 아니라면…

“두 번 해고당한 심정을 아십니까?”
박성호 MBC 기자회장이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다. 우리는 ‘해직 기자’의 시대에 살고 있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이 아니다. 1970년대 ‘유신시대’도 아니다. 군홧발로 민주주의를 짓눌렀던, 대학교에 군인이 상주했던 그 시대 얘기가 아니다.
2012년 이명박 시대의 현주소다. 공영방송의 공정성, 공공성을 요구하는 기자에게 돌아온 것은 해직이었다. 특별히 투쟁의식이 강했던 인물도 아니고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박성호 기자회장은 해직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당했다.
언론인 개인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제2, 제3의 박성호 기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언론 본연의 ‘바른 소리’를 내고자 노력했던 이들, 그 목소리를 전하고자 했던 이들 중 해직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YTN ‘돌발영상’의 노종면 기자가 그렇고, MBC 이근행 PD가 그렇다.
권력과 자본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비판과 견제라는 기본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이 언론 현장을 떠나야 하는 현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계는 쑥대밭이 됐다.
권력에 순응에 달콤한(?) 삶을 이어갈 것이냐 국민의 편에 서서 바른 소리를 내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것이냐 선택받고 있지 않은가. 공영방송 MBC 구성원들이 파업에 나섰다. KBS 구성원들도 파업에 나선 경험이 있다. 연합뉴스와 국민일보, YTN까지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파업과 공동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CBS노컷뉴스

MBC 파업은 7일로 130일째다. 한국사회에서 다른 이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인 공영방송 MBC의 구성원들이 이미 4개월이 넘는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매일 MBC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방송 재방송 그리고 또 재방송 등 ‘보고 또 보고’ 방송이다.
MBC라는 방송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보며 가장 가슴 아파하는 이들은 MBC를 아끼는 구성원들과 그 방송의 애청자, 바로 국민들이다. 파업에 나선 MBC 구성원들은 하루 빨리 현업에 복귀해 남부럽지 않은 방송, 적어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방송을 만들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부끄러울 정도의 방송, 이런 공영방송을 도저히 놔둘 수 없다는 절박함의 반영 아니겠는가.
공영방송이 권력의 입맛에 맞추고자 ‘언론의 영혼’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상황을 보며 남부럽지 않을 월급과 처우만을 움켜쥐고 나 혼자 잘 사는 길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언론인 본연의 ‘직업정신’이 그들을 파업의 대열에 합류하게 만든 원인 아니겠는가.
문제는 공영방송이 흔들리는 동안 ‘반사이익’을 누리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바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들이 대거 파업 대열에 합류하면서 거꾸로 권력 입맛에 맞는 뉴스가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의 온갖 실정과 부패, 여권이 부끄러워해야 할 악재는 좀처럼 ‘뉴스’를 통해 전해들을 수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 방송의 훈훈한 측면 지원 속에 의외의 총선 승리를 거둔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쪽에서는 “대선까지 이대로”를 외치고 싶은 기분일까.
이명박 시대는 언론을 잡아먹은 시대로 기록되지 않겠는가. 언론의 영혼이 파괴되고 구성원들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올바른 여론을 이끌어야 할 언론, 특히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여론이 심각하게 왜곡되는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빨리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올해 대선은 역대 최악의 언론환경 속에 치러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만으로도 대선은 심각한 여론의 왜곡을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1인 정당’이 돼 버린 새누리당은 어제도 오늘도 ‘나 몰라라’ 행보이다.
이명박 정부가 ‘언론장악’이라는 사고를 쳤는데 왜 우리가(친박근혜계)가 해결하느냐는 반론일까. ‘MB시대’가 언론을 잡아먹었다면, 그 떡고물을 챙기고 있는 게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비판이 있다. 오해인가. 정말 그런가. 그렇다면 왜 MBC 파업 사태를 방치하는가.
박근혜 전 위원장 개인의 ‘결단’으로 MBC 파업사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왕조 시대가 아니다. 절대 권력의 누군가 말 한마디로 세상의 문제가 해결되는, 그 결과에 대해 누군가가 칭송의 대상이 되는 그런 세상이 아니란 얘기다. ‘공주’를 받드는 공간은 새누리당 하나로 족하다.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정치시스템 속에서 문제를 풀어갈 줄 알아야 한다. 19대 국회 임기는 이미 시작했고, 조만간 원 구성 합의와 함께 국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으뜸 순위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언론 황폐화’라는 현실을 정상화화는 일이다.

지난 4일 정오께, 언론노조 MBC본부의 최일구(왼쪽), 김수진 기자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해고기자복직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국회는 국회의 역할을 하면 된다. 언론장악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는 국회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열 수 있다. 언론장악 국정조사는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지라는 ‘비상식적인 고집’만 부리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언론을 잡아먹은 ‘MB시대’의 떡고물을 챙기려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국회의 상식적인 운영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여야 정당은 언론장악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1970~80년대에나 접했을 ‘언론인 해직 시대’가 왜 열렸는지, 흔들리는 공영방송을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영방송 MBC가 제 기능을 상실하건 말건, 내가 알 바가 아니라는 시각이나 내 대선행보를 위해 어떤 게 더 유리하냐는 시각으로 주판알을 튕기고자 한다면 정치지도자로서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자신만의 성에 갇혀 공주처럼 떠받드는 이들의 시중을 들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면 대통령이 될 것처럼 보이는가. 박근혜 전 위원장이 2002년 대선, 2007년 대선에서 연이어 실패를 맛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식에 답이 있다. 언론은, 언론인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그 길에 협조하는 게 마땅하지 않겠나. 언론인이 공정보도를 이야기한다고 해직당하는 이 참담한 세상을 바로잡는 것은 2012년 시대정신의 기본 중 기본이다.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