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최진봉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최진봉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2월 23일 토요일

방송정책, 미래부에 맡기면 안되는 이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22일자 기사 '방송정책, 미래부에 맡기면 안되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긴급기고] 최진봉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방송을 정부가 통제 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꼼수’

새 정부 출범을 이틀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 간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1·2차 시한(2월 14일과 18일)을 모두 넘기면서까지 협상에 임했지만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의 핵심 쟁점중 하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일부 기능을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 이관하는 문제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제출한 개편안대로 방통위에서 관할하던 방송정책을 미래부로 이관할 것을 주장하고, 민주당은 방송 공공성 확보를 위해 방송정책을 방통위에 남겨놓을 것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인수위에서 작성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보면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보도전문채널을 제외한 위성방송, 종합유선방송, 중계유선방송 등 유료방송의 허가권을 미래부로 이관하고, 방송과 관련된 법령의 제정권과 개정권도 미래부로 이관하도록 되어 있다. 나아가, 미디어렙 등 방송광고 관련 제반 사항과 방송발전기금, 그리고 방송광고공사 운영도 미래부에 관할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방통위는 기존의 중앙행정기관으로써 수행하던 정책기능을 모두 미래부로 넘겨주고 미래부에서 결정한 사항을 단순히 집행하는 기능만 수행하는 일반 행정위원회로 격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사회적으로 권력집단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여론형성이라는 공적책임을 수행하고 있는 방송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과 공익성을 심각하게 해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새누리당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 진흥과 방통융합 업무를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고, 방통위는 방송통신 분야의 제한된 규제기능만을 담당하는 ‘합의제행정위원회’로 위상을 격하시켰다. 이에 대해 언론3단체(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는 5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장악체제의 청산을 거부하고, 거대자본에 의한 방송통신의 공공성 파괴를 방관하는 잘못된 조직개편’이라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방통위는 여야가 추천한 방통위원들이 합의를 통해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방송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반면 신설되는 미래부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대통령의 참모로서 업무를 총괄하는 ‘독임제 행정기관’으로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행정기관에 정부를 포함해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방송의 허가권과 정책수립 및 법령 제정권을 이관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로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이 심각하게 침해 될 수 있다. 따라서 방송의 허가권과 정책수립 및 법령 제정권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합의제기구인 방통위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신설되는 미래부에는 어떤 부분을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통합규제기관으로써 방통위가 방송과 통신정책을 관할하고, 독임제 행정기구인 미래부에는 기존에 방통위에서 관할하던 통신진흥 정책을 이관하는 것이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미래부가 미래성장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순수 산업진흥 역할에 주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관광체육부 등에 분산되어 있는 ICT관련 규제와 진흥정책을 재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시절 지경부로 이관되었던 IT와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부로 이관되었던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산업 분야 등 ICT관련 산업들을 미래부로 이관해 ICT 대통합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미래성장 산업의 창출과 육성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방송정책을 독임부처인 미래부가 추진, 결정하도록 하는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방송을 정치권력의 영향력 아래로 몰아넣는 행위로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방송이 독임제 장관의 감독하에 들어가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은 심각하게 침해될 수밖에 없다.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유료방송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신설되는 미래부에 이관하도록 되어있는 케이블 방송 SO의 경우 사실상 채널편성권한이 있어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고, 개편안에 미래부에 이관하도록 되어있는 방송광고정책 역시 광고주를 통해 방송의 기획, 제작, 편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 및 분담금 부과 등으로 방송사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에 남겨 놓는 것이 맞다.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 대통령의 참모인 미래부 장관이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정책을 관할하도록 하는 것은 방송을 정부가 통제 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꼼수’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choi0126@gmail.com 

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KBS, MBC의 대선 공정방송 무력화 시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2-13일자 기사 'KBS, MBC의 대선 공정방송 무력화 시도'를 퍼왔습니다.
[바심마당]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정 대선후보 당선을 지원하기 위한 공영방송 KBS와 MBC의 불공정 보도태도가 점차 노골화 되어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이 국민들의 눈치는 보지 않으면서 오로지 집권여당 대선후보의 눈치만 보는 이러한 보도태도는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저널리즘이기를 포기한 행태로 정치집단의 찌라시 언론과 다름없다.
언론관련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공영방송의 이러한 보도태도에 대해 MBC와 KBS가 “새누리당의 선거원 노릇을  자처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과거 독재정권시대에나 있음직한 방송의 행태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2012년 현재에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공영방송의 불공정 보도행태는 시민단체들의 대선방송 모니터 결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시민단체들의 대선방송 모니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KBS와 MBC는 화면배치와 이미지 조작 등 고전적인 편파방송 수법 뿐만 아니라, 기계적 중립성마저도 무시한 채 집권 여당 후보 띄우기와 야당 후보 죽이기 등 불공정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KBS와 MBC의 집권 여당 후보 지지를 위한 노골적인 편파방송과 공정한 대선 방송 무력화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 위험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KBS에서는 이사회까지 나서 대선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정부와 여당의 추천을 받아 이사가 된 여당추천 KBS이사들은 KBS가 대선 특별기획으로 제작해 방송한 의 ‘대선후보를 말한다’편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서 여당추천 KBS 이사들은 ‘대선후보를 말한다’편이 자신들을 이사로 추천한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제작되었다며 해당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김진석 KBS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을 불러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의 추천으로 이사가 되어 태생적으로 정치적인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KBS여당 추천 이사들이 프로그램 신뢰도 전반에 대한 의견개진이 아니라, 특정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책임자를 불러 왈가왈부 하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을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방송 제작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행동으로 지양되어야 할 태도다.
더 가관인 것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길환영 KBS 사장의 반응이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는 길 사장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여당추천 이사들의 지적에 대해 “프로그램에 편파성 소지가 있다”며 여당추천 이사들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면서, “게이트 키핑 과정의 강화를 통해 재발방지에 힘쓰겠다”고 발언하는 등 앞으로 대선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앞으로 KBS 경영진이 대선 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방송 제작과 편집의 자율성을 침해하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여당추천 KBS이사들의 대선후보 검증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제기와 길환영 사장의 맞장구는 KBS 대선후보 진실 검증단 소속 기자들의 표현처럼 집권여당 대선후보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정치적인 충성심에 눈이 멀어 공영방송을 망치고 KBS의 기자정신과 저널리즘을 모욕하는 짓”이라고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이번 KBS 여당추천 이사들의 ‘대선후보를 말한다’편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현과 문제제기는 KBS 대선후보 진실검증단의 활동에 제동을 걸어 집권여당 대선후보인 박근혜 후보의 취약점중 하나인 과거사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언론의 검증을 원천적으로 방해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지금 당장은 여당추천 KBS 이사들과 길환영 KBS 사장의 노골적인 박근혜 후보 편들기를 적극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게 공영방송을 집권여당의 홍보매체 정도로 여기는 몰지각한 이들을 심판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이번 대선에서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들의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 공영방송을 망쳐놓은 이들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을 우습게 보고, 국민의 방송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려는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본 때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정수장학회, MBC, 그리고 박근혜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25일자 기사 '정수장학회, MBC, 그리고 박근혜'를 퍼왔습니다.
[창비주간논평] (MBC) 민영화 시도는 도둑질과 다름없는 것

안하느니만 못한 기자회견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유신과 인혁당 사건에 이어 박근혜 후보의 왜곡되고 뒤틀린 역사인식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자리였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961년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자신의 아버지 박정희가 이듬해 봄 부산의기업인이자 정치인, 언론인이었던 고 김지태씨로부터 강탈한 부일장학회를 (비서가 건넨 쪽지를 보고 나중에 정정하기는 했지만) 강탈이 아니라 김씨가 자진 헌납했다는 취지로 발언해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조사와 법원의 판결을 통해 부일장학회는 김지태씨가 국가에 자진 헌납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정권에 의해 강탈당했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지난 2004년 11월 출범한 국정원 과거사조사위원회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오랜 기간의 조사를 통해 정수장학회는 박정희정권이 김지태씨로부터 빼앗은 장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 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박근혜 후보. ⓒ뉴시스

정수장학회는 공권력이 취한 명백한 장물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다른 많은 기업가들 중에서 유독 김지태씨가 가지고 있던 부일장학회를 강탈한 이유는 김지태씨가 운영하던 가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반정부투쟁을 하다 마산시 신포동 중앙부두 앞바다에 주검으로 떠오른 김주열의 사진을 전국 최초로 신문에 보도하면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계기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박정희정권에게 미운털이 박힌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는 박정희정권에 의해 강탈 당한 후 5.16장학회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후 박정희의 뒤를 이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1982년 박근혜 후보의 생계를 챙겨주기 위한 차원에서 5.16장학회를 정수장학회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MBC) 주식 30%와 (부산일보) 주식 100%를 사실상 박정희 일가의 사유재산으로 만들어주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 정수장학회의 MBC 주식 보유는 박정희시대 언론장악 공작과 공권력 남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공영방송인 (MBC) 경영진이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는 (MBC) 지분 30%의 매각을 비밀리에 추진하다 언론에 폭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장의 온갖 비리연루 의혹과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 대한 탄압으로 공영방송을 망치고 있는 (MBC) 경영진이 기업인수합병 전문가를 영입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수개월간 (MBC) 민영화 방안을 연구한 끝에,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주식 처분을 통해 (MBC)를 민영화하려는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하다 이번에 발각된 것이다. 그동안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온 민영화를 좀더 손쉽게 추진할 기회를 마련하고,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는 (MBC) 주식에 대한 장물 논란과(MBC)민영화에 대한 반발을 잠재울 기회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MBC)의 민영화, 국민적 합의에 부쳐야

그렇다면 왜 (MBC) 경영진은 민영화 추진에 매달리는 것일까? 우선 민영화를 통해 (MBC)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MBC)가 사기업이 되면 노조의 활동이 많은 부분 위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기업의 경우 노조에 가입해 사측에 반대하는 행동을 하거나 파업을 주도하면 경영진에게 찍혀 평생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국민이나 노조의 반발이 심한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 통제보다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 자본에 의한 방송 통제를 추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공영방송 (MBC)가 민영화되면 자본에 종속된 대부분의 상업방송들이 겪고 있는 것처럼 방송 내용의 상업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공영방송과 달리 상업방송은 이윤추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기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MBC) 경영진의 민영화 계획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MBC) 민영화는 경영진이 단독으로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공영방송 (MBC)의 실질적인 주인인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민영화 추진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없이 비밀회담을 통해 정수장학회를 앞세워 (MBC)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민영화 추진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경영진의 생각은 주인이 관리를 맡긴 물건을 주인의 허락도 없이 고용관리인이 일방적으로 처분하려는 시도로 도둑질과 다름없는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MBC 기자들의 자기반성에 경영진은 답하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6일자 기사 'MBC 기자들의 자기반성에 경영진은 답하라'를 퍼왔습니다.
[기고]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국민들로부터 조롱받는 자신들의 뉴스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MBC기자들이 나섰다. 일선에서 제작하던 기자들이 편파보도와 친정부 성향의 뉴스제작으로 인한 공정성 추락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MBC 뉴스 프로그램의 정상화를 주장하며 25일 이른 아침부터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무기한 제작 거부에 들어간 것이다. 

일선 기자들의 요구사항은 MBC 뉴스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인 보도본부 간부들의 퇴진과 공정 보도를 통한 뉴스 정상화이다. MBC 기자들이 공정한 보도를 요구하며 전면적으로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제작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지금 MBC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기자로서의 자괴감과 위기감이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뉴스 프로그램은 일반 연예 오락 프로그램과 달리 보도 내용의 공영성과 공정성이 높을수록 시청률이 높다.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시청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로 작용하지만,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내용을 다루는 만큼 보도내용의 공정성이 시청률 결정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런데, 최근 MBC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무늬만 공영방송인 KBS는 물론 상업방송인 SBS에도 뒤쳐져 주요 지상파 방송사중 꼴찌로 주저 앉았다.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 첫날인 25일 아침 기자들이 로비에서 출근길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렇게 MBC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추락한 이유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이후 MBC 뉴스 프로그램이 정부 여당에 유리한 편파 왜곡 보도를 일삼아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현 정권에 껄끄러운 내용을 다루려는 MBC의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 제작진을 강제로 제작현장에서 쫓아내고, 5월에는 이에 항의하는 제작진에게 보복인사와 본보기 징계를 통해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포기했었다. 그리고 급기야 9월에는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PD수첩)‘미국산 쇠고기’편 제작진을 징계하고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를 통해 정권에 굴종적인 사과방송까지 내보냈다.

이러한 편파보도로 인해 MBC 뉴스 프로그램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이는 곧바로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MBC 뉴스 프로그램의 이러한 공정성과 신뢰도 추락의 불똥은 고스란히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일선 기자들에게 튀었다. 예전에 KBS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편파보도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당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정권 편향적인 MBC 뉴스 프로그램에 반발한 시민들이 MBC 기자들을 취재 현장에서 쫓아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MBC 기자들의 제작 거부 전면 파업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직접 느낀 위기감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방송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과 공영성을 잃어버린 MBC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몸소 느낀 기자들이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조롱받는 뉴스를 만들 수 없다는 처절한 몸부림인 것이다. 이제 MBC 뉴스 프로그램를 이지경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자신들의 후배들인 기자들의 처절한 외침에 답해야 할 때다. 왜, 기자들이 사규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MBC 경영진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뉴스 프로그램의 제작을 거부하고 나섰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이 상태에서 MBC 뉴스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도 회복은 보도본부의 인적 쇄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MBC 뉴스 프로그램의 신뢰도 추락의 장본인인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이들은 이미 이번 달 초 실시한 기자들의 불신임 투표에서 절대다수인 86.4%로부터 불신임을 받았다. 이러한 투표결과는 MBC의 내부 구성원인 기자들이 뉴스 제작과정에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 얼마나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자세로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느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쯤되면,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은 안쓰럽다 못해 추하다. 지금이라도 깨끗이 물러 나는게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로 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김재철 사장도 이제 겸허하게 기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징계 운운하며 국민이 주인인 MBC라는 공영방송을 살리기 위해 개인적인 불이익까지 감수하면서 제작거부에 나선 기자들을 협박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조직을 위한 충정어린 요구에 사심을 버리고 국민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하고 답해야 할 것이다. 정권은 짧고 역사는 길다.  

2012년 1월 2일 월요일

"미디어렙법은 종편 특혜의 결정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01일자 기사 '"미디어렙법은 종편 특혜의 결정판"'을 퍼왔습니다.
[기고]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졸속 통과 안 된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등 보수신문들이 운영하는 종합 편성채널(이하 종편)이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앞으로 2년간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여당인 한나라당과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는 처사다. 여태껏 날치기로 처리된 미디어법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펼치며 종편의 저지를 외치던 민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종편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한나라당의 방침을 대부분 수용하며 미디어렙 법안 처리에 졸속으로 합의한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종편은 태생부터 현 정부의 보은으로 갖가지 특혜를 받아 논란이 됐다. 정부와 여당은 선진국에서도 여론 독과점을 우려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하고 있는 것에는 아랑곳 없이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 언론사들에게 방송사를 허가해 주기 위해 온갖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날치기로 미디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더 나아가 종편이 성공적으로 방송시장에 안착 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지상파 방송과 달리 주로 시사, 코미디, 드라마, 여행 등 전문분야별로 특성화된 채널로 운영되는 케이블 방송에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종합편성 채널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할 수 있게 허가해 지상파 방송사와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채널 배정에서도 지상파 방송의 채널과 인접한 채널 번호를 배당해 주어 지상파와 같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기틀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방송광고 영업도 미디어렙의 규제없이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기 위해 종편이 광고영업을 미디어렙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는 것을 2년 동안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앞으로 2년 동안 종편은 합법이라는 미명 아래 약탈적인 광고영업을 직접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개국과 동시에 신문사라는 힘을 이용해 기업들에게 자신들이 운영하는 종편에 광고를 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편의 광고영업을 미디어렙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는 것을 2년동안 유예하면 종편들의 약탈적인 광고영업이 더 활개를 치게 될 것이고, 이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보수 신문사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방송 광고시장이 혼탁해 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MBC의 광고 직접영업을 막기 위해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은 허용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사진은 지난달 28일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등 기자회견 장면. 이치열 기자 truth710@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후도 문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미디어렙 법안을 보면 종편의 자유 방송광고 영업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후, 이들 종편의 방송광고 판매를 위탁 판매하게 될 민영 미디어렙 지분의 40%까지 한 개의 방송사가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종편들이 2년후 자사 미디어렙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결국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난후 종편들이 자사 민영 미디어렙을 설립해 운영하게 되면 종편들이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게 광고영업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마치 2년 후에는 종편들이 민영 미디어렙에 속하게 되어 광고영업의 규제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법안을 근거로 하면 이는 눈속임에 불과할 따름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종편들은 2년 후나 지금이나 동일한 조건하에서 광고영업의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미디어렙 법안은 종편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특혜 법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종편에 일방적인 특혜만 주는 민영 미디어렙 법안을 민주당이 졸속으로라도 처리하려 하는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민주당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 언론노조는 이번 여야 합의로 “MBC와 SBS의 자사 민영 미디어렙 추진에 제동이 걸렸고, 종편이 2년후 민영 미디어렙에 위탁되는 것을 정당하다는 사회적 확인을 받기 위해서” 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종편이 자유 광고영업 유예기간 2년이 지난 후 광고영업을 민영 미디어렙에 위탁을 하게 되더라도 신생 민영 미디어렙의 지분을 종편이 40%까지 소유하게 되면, 이는 결국 형식적으로는 종편이 광고영업을 민영 미디어렙에 위탁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자사가 소유하고 있는 민영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판매를 대행하게 되므로 자유 방송광고 판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다.                                

결국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한 민영 미디어렙 법안은 MBC의 직접광고 영업을 막는 것이 주 임무이다. MBC의 직접 광고영업을 막기 위해 종편에게 또 다른 특혜를 주는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는 즉시 시정되어야 한다.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 아니라 여론의 다양성과 방송의 공정성, 그리고 공영성이 확보되는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종편이 온갖 특혜를 통해 방송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게 되면 이는 여론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결국 부메랑이 되어 야당인 민주당을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