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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8일 토요일

SLS 이국철 수사 종결, 입 다문 ‘지상파’


이글은 미디어스 2012-02-17일자 기사 'SLS 이국철 수사 종결, 입 다문 ‘지상파’'를 퍼왔습니다.
구속기소는 5명 뿐…유독 MB에만 너그럽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에 대한 검찰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실패한 로비’라는 게 그 결론이다. 로비자금은 ‘배달사고’로 인해 윗선까지 가지도 못했다는 것이 발표의 골자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또한 지상파 언론들도 이 ‘권력형게이트’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검찰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박배수 전 보좌관, 문환철 대영로직스 대표, 대구에서 지역사업을 하고 있는 이치화 씨를 비롯해 로비를 벌인 이국철 회장 등 5명에 대한 구속기소 사건을 종결했다.
다만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이상득 의원실의 계좌에서 발견된 7억 원의 뭉칫돈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예상했던 대로”라면서 “신재민 전 차관에 대한 수사는 미흡했고, 박영준 전 차관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수사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또한 “박배수 전 보좌관(이상득 의원실)이 6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볼 때 상급자에게는 얼마나 갔을지 궁금하다”며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 2월 16일 SBS '8뉴스' 캡처

MB정권 비리의 한 축으로 꼽혔던 SLS 이국철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종결했지만 KBS 는 단신으로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에는 간추린뉴스를 통해 ‘이상득 의원 7억 원 별도 수사 진행’이라는 문구만이 등장했다.
SBS (8뉴스)만이 ‘이국철 수사 종결…이상득 뭉칫돈 계속 수사’ 리포트로 “검찰은 이 회장이 제기한 정관계 로비 의혹이나 SLS조선 워크아웃 결정의 부당성 등 주장의 상당 부분이 근거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관련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SBS는 “일본에서 접대를 받은 의혹이 제기됐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무혐의”, “이 회장을 만났던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로비와 관련이 없다’며 조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문환철 씨를 통해 벌였다는 검찰 고위층 로비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과거 SLS 이국철 회장은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을 거론했다. 이후 이 회장이 김준규 전 검찰총장을 만났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은 커졌다. 그야말로 MB 정권에서 ‘한 자리 한다’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국철 회장의 구속수감 이후 폭로된 비망록에는 불교계 고위인사인 조계종 삼화불교 총무원장인 혜인스님이 “더 이상 폭로와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며 “구속 안 시킬 테니 다 덮자”고 회유했던 내용도 사실로 드러났다. 곧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이 이름이 등장했다. 이 의원을 측근에서 15년간 보좌한 박배수 씨가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구명로비 자금을 받아 챙겼다는 게 그것이었다. 그렇게 이국철 회장의 정ㆍ관계 구명로비는 ‘이국철 게이트’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국철 회장이 60억 원을 정ㆍ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금액 역시 40억 원만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문환철 대표에게 건네진 30억 원 중 실제 윗선에 전달된 것은 이상득 의원실 박배수 보좌관에 6억 원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 대표는 30억 원 중 나머지 돈은 회사자금이나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결론지었다. ‘배달사고’로 인해 실세에는 돈이 도달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패한 로비라는 것인데, 그 말을 100% 믿는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해명해야 할 부분은 있다.
검찰이 인정한 로비자금은 40억 원. 문환철 대표를 통해 들어간 것이 30억 원. 나머지 10억 원의 행방이 묘연하다. 신재민 전 차관에 대해서는 검찰은 1억 300만원만 인정했다. 또,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부분도 빠져있다.
검찰은 해당 3명에 대해 지난해 12월 말 “서로 진술이 엇갈리는 등 증거 부족”, “양측 주장 모두 믿을 수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권력실세 중 구속 기소된 고위직은 신재민 전 차관으로 끝났다.
지상파 뉴스들은 MB정권의 측근비리가 ‘박희태 전 국회의장’으로 옮겨갔기에 이국철 사건에는 시들했던 것일까. 그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뿔테남’이 16일 극비리에 입국해 검찰조사를 받았지만 이를 주목한 곳은 KBS 가 유일했다.
‘뿔테남’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앞서 고승덕 의원에 돈봉투를 직접 전달한, 당시 박희태 캠프 전략기획팀에서 선거운동을 담당한 곽 아무개 씨다. 다른 의원들에게도 돈 봉투가 전달이 됐는지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 유독 MB 측근 및 친인척 비리에만 너그러웠던 지상파 뉴스, 이국철 SLS 그룹 로비 수사종결에 무관심했던 것은 그 연장선이라고 봐야 할까?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만 답답하다.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사설] ‘정권 실세’ 수사, 검찰의 마지막 명예회복 기회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25일자 사설 '[사설] ‘정권 실세’ 수사, 검찰의 마지막 명예회복 기회다'를 퍼왔습니다.
현 정권 고위 인사들의 비리가 둑이라도 터진 듯 쉬지 않고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엔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의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한테서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0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이자 후원회장이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구속 이후 지금까지 청와대와 정권 실세들의 비리 행진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이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무색하게 정권 핵심 비리가 잇따라 터지고 있으나 배후와 실체가 속시원하게 밝혀진 적은 거의 없다. 검찰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거나 무능한 탓이다.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은 여럿이다.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 로비 의혹 사건과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한예진) 이사장 로비 의혹 사건은 추가 수사중이고,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도 아직 진행중이다. 서울 내곡동 대통령 사저 건립 의혹도 검찰에 계류중이다.

에스엘에스그룹 사건에선 이상득 의원 비서들이 관리하던 계좌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발견됐는데도 검찰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한예진 수사에서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씨가 <교육방송> 이사 선임이나 이동통신용 황금주파수 낙찰 등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나 정씨의 해외도피로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중앙선관위 누리집 디도스 공격 사건처럼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비서’나 ‘보좌관’ 선에서 끝나고 윗선에 대해선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설득력 없는 수사결과를 내놓고는 “배후를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무기력한 검찰의 자기고백일 뿐이다.

대통령 임기 말이라 검찰이 정권과도 각을 세울 것이라는 예측이 적잖았다. 그러나 정권 초에 비해 그리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에서 늑장수사를 벌이고 대통령 가족들의 배임 혐의가 뚜렷한 내곡동 사저 건립 의혹 사건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검찰에 주어진 사실상 마지막 명예회복 기회임에도 여전히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야당들이 총선을 앞두고 일제히 검찰 개혁을 공언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검찰의 업보다. 국민들이 이해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검찰은 개혁 대상으로 국민의 심판대에 오를 각오를 해야 한다.

2012년 1월 5일 목요일

[사설] 최시중 위원장, 사퇴하고 검찰 수사 받아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04일 사설 '[사설] 최시중 위원장, 사퇴하고 검찰 수사 받아야'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 중의 실세’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사형통’ ‘방통대군’이라는 별명이 이들의 위상을 잘 말해준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막강한 위세를 부려온 게 두 사람이다.
이들을 둘러싸고는 그동안 좋지 않은 소문과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의원의 보좌관인 박배수씨가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최 위원장 역시 측근 비리 의혹이 튀어나왔다. 그의 정책보좌관이던 정용욱씨가 (EBS) 이사 선임 로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최 위원장은 이런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한다. 실제 검찰 수사는 갓 걸음마를 뗀 단계여서 최 위원장은 고사하고 정씨의 혐의에 대해서도 아직은 밝혀낸 게 별로 없다. 게다가 정씨는 사실상 해외도피중이어서 수사 결과가 이른 시일 안에 나올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의혹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과연 뇌물 제공자는 정씨 한 사람을 쳐다보고 그런 거액을 건넨 것일까. 정씨는 검은돈의 최종 종착지일까, 아니면 창구일까.
관심의 초점은 검찰이 이 사건을 어디까지 파헤칠 것인지에 모아진다. 검찰은 아직까지 권력의 심장부를 제대로 겨눈 수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만약 이번에도 몸통을 밝혀내지 못한 채 꼬리 자르기나 깃털 뽑기 정도에 그친다면 국민적 분노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최 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 자신의 ‘양아들’이라는 말까지 들어온 최측근이 엄청난 비리 혐의에 연루됐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게다가 정씨가 비리를 저지르게 된 근본 원인은 바로 최 위원장 자신에게 있다. 최고 권력실세로서 막강한 위세를 자랑하며 각종 밀실인사에다 업무 전횡을 일삼으니 측근한테 파리떼가 꼬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최 위원장은 “검찰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는 따위의 주장을 하기에 앞서 당장 사임해 검찰 수사에 충실히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 ‘만사형통’은 그나마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했는데 ‘방통대군’은 계속 자리에 남아 있겠다고 하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가.

2012년 1월 4일 수요일

'방통대군'님, '만사형통'의 길을 따르시지요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03일자 기사 '[기자수첩] 그들은 왜 '싱가포르'를 가나?'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그들은 왜 '싱가포르'를 가나?


▲ 최시중 방통위원장ⓒ연합뉴스
‘방통대군’과 ‘만사형통’이라고 했다.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말이다. ‘대통령의 멘토’라는 고상한 표현도 있지만, 약하디 약하다. 이 정권에서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위원장의 위세를 설명하는데 ‘멘토’란 단어는 격이 맞지 않는다.
차라리 ‘상왕’과 ‘전천후 요격기’라면 모르겠다. 이상득 의원의 위상은 문자 그대로 왕 위의 왕이었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권을 영일만 정권이라고 하겠는가. 최시중 위원장은 스스로의 역할을 “대통령이 어려울 때 전천후 요격기처럼 긴급 투입되는 것”(2008.02.01 조선일보 인터뷰中) 이라고 규정한바 있다. 실제, 그렇게 했다.     
‘상왕’은 이미 용퇴를 당했다. 주목할 점은 능동적 선택이 아니라 상황에 떠밀려 피동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단 점이다. 의원실의 보좌진 7명 가운데 5명이 이국철 SLS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돈을 세탁하는데 가담했단 사실이 밝혀져 어쩔 수 없었다. ‘상왕’은 불출마 형식의 용퇴를 선언하며, 더 이상의 책임은 묻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데 그렇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검찰은 이상득 의원의 메시지를 충실히 받잡을지 모른다. 하지만 행여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온다면,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도 된다면 이상득 의원은 반드시 청문회에 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이상득 의원실을 ‘도둑놈 소굴’이라고 부른다. 굳이, 야권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이상득 의원실의 수상한 점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상득 의원은 아직까지는 한 마디로 버티고 있다. 자신은 몰랐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비리란 얘기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상득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결혼식 축의금은 혼주의 것이 아니라 접수받은 사람의 것이냐고 맞서고 있다. 이상득 의원이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돈을 받은 보좌관은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에 있던 시절부터 알고 모신 보좌관이다. 계좌의 돈을 관리한 여직원 역시 코오롱 출신으로 21년째 이상득 의원의 비서를 지내고 있다. 사회에선 일반적으로 이런 관계를 ‘자식 같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비리 혐의가 폭로됐다. 아직은 ‘설’, 구체적 사실보다 정황에 가깝다. 한국일보가 단독 보도한 의혹의 개요는 그러나 간단하고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김학인 이사장이 EBS 이사가 되기 위해 최시중 위원장 측에 억대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다. 최시중 위원장 측으로 표현되고 있는 인사는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을 말한다.
정 전 정책보좌역은 기묘한 인물이다. 방통위 직원들은 그를 ‘최시중 위원장의 양아들’이라고 부른다.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이 한섬기획이라는 정치 컨설팅 회사를 하던 그는 여론조사 전문가라는 칭호를 달고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를 지내며 이 정권과 관계를 시작했다. 한국갤럽 사장을 지낸 최시중 위원장의 천거였다고 알려지는데, 얼마나 사이가 각별했는지 지난 2008년 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에 취임할 때 보직에 없던 자리를 신설해 데려왔을 정도다. 이후 ‘최 위원장의 복심’이라고 불리며 방통위의 최고 실세이자 막후 조정자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지난 해 10월 갑작스레 사표를 제출하고 현재는 싱가포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김학인 씨를 EBS이사에 선임했을 뿐, 금품 수수는 전혀 없었단 얘기다. 그러나 금품 수수는 전혀 없다는 방통위는 “정 모 정책보좌역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닮아 있다. 선긋기, 꼬리 자르기, 발 빼기다. ‘상왕’ 이상득 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설령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들 자신은 몰랐고 상관없단 얘기다. 하지만 김학인 씨는 EBS이사가 됐고, 만약 이 과정에서 돈이 건네졌다면 이게 누굴 향했던 것인지 자명한 일이다. 공식적으론 4급 연구 인력에 해당하는 직위를 가진 정 전 보좌관이 EBS 이사 선임을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상식적 판단에 맡긴다.
돈을 건넸다고 하는 사람의 혐의가 명백하다고 해도 검찰이 정용욱 씨를 부를지는 미지수다. 이번 정권에서 밝혀지지 않는다 해도 이상득 의원과 마찬가지로 최시중 위원장 역시 다음 국회에서 청문회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다. 최시중 체제의 방통위는 각종 특혜와 꼼수 그리고 반칙이 난무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당장에 최시중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남는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상왕’은 용퇴를 당했는데, ‘전천후 요격기’는 격침을 당하지 않는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명박 정부 이후 완벽하게 닮은 길을 걸고 있는 그들이라면,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그리고 또 한가지 닮은 점이 있다. 이상득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가 얼마 전 싱가포르로 이민을 갔다. 공교롭게도 최시중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며 방통위를 주물렀던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도 싱가포르에 있다고 한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조세회피지역’으로 국세청과 검찰청의 압수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이 시형씨가 다니고 있고, MB 실소유주 논란이 여전한 ‘다스’ 역시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한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냥 다 우연일까? 그렇다면 우연에 우연이 겹쳐지고 있다. 그것도 임기 말 매우 공교로운 시기에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다.

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사설]BBK 의혹, 정봉주 유죄 확정으로 묻힐 일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22일자 사설 '[사설]BBK 의혹, 정봉주 유죄 확정으로 묻힐 일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이른바 BBK 의혹 위에서 세워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5년 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 측은 물론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박근혜 의원 측도 이명박 대통령이 BBK의 실소유주이며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검찰과 특검은 이 대통령의 혐의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면죄부를 발행했던 것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BBK 소유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고 한다. 대법원 2부가 어제 정 전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 전 의원은 구속수감되며,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내년 총선 등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도 완전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으며, 온갖 의혹들이 현재진행형으로 굴러가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들이 “야당 정치인을 탄압하려는 전형적인 정치재판”이라고 반발한 것도 공판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BBK와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증거들은 철저히 무시하는 등 법원이 보여준 편향성 때문일 터이다. 

확정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정봉주=범죄자, 이명박=피해자’라는 등식이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듯하다. 따지고 보면 BBK 의혹 제기의 강도에서 박근혜 의원은 정 전 의원보다 강하면 강했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BBK 사건을 “5500명의 투자자에게 10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자가 자살까지 했던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BBK의 실제 주인이 우리 당의 모 후보라는 비밀계약서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을 기소하고 유죄를 확정한 논리대로라면 박 의원도 기소돼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과 무관하게 BBK 의혹은 묻혀질 수도 없고, 묻혀져서도 안된다. 얼마전 SLS그룹 비리로 구속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SLS 이국철 회장에게 돈을 받아 BBK 사건 공작금으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주)다스에 대한 미국 검찰의 수사, 다스의 수상한 지분이동, 김경준 기획입국 위증의혹 등 새로이 밝혀내야 할 BBK 관련 의혹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대법원 판결은 BBK 의혹의 종결이 아니라 진실 규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

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YS정권의 말로를 쫓아가는 MB정권


이글은 대자보 2011-12-20일자 기사 'YS정권의 말로를 쫓아가는 MB정권'을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MB정권의 불법과 편법, 한나라당 붕괴해도 정신 못차려

정권말기의 MB가 YS정권의 말로를 열심히 쫓아가는 모습이다. YS는 대통령 당선까지 험로를 겪었다. 김대중과의 대적도 버거운데 돌출변수인 정주영이 그의 잠재적 지지층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범 초부터 국정전반에 걸쳐 과감한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그런 그였지만 임기를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의 노동법 날치기는 민심이반을 가속화시켜 끝내 식물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감하고야 말았다. MB의 당선은 순탄했다. 노무현 심판론은 그의 모든 허물을 덮어줌으로써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무차별 수입이 촉발한 미증유의 촛불시위를 시발로 집권기간 내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 그런 그가 임기를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날치기함으로써 한나라당이 붕괴위기에 처하는 곤경에 빠졌다. 

1996년 12월 26일 새벽. 서울시내 한 호텔에 집결해 있던 당시 집권당인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의원을 비롯한 친여의원 154명이 버스 4대에 분승해 국회로 들어갔다. 노동관계법 개정안 등 11개 법안을 7분만에 무더기로 날치기했다. 이것은 YS정권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말았다. 당시 양대 노총은 정리해고 등을 반대하며 노동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였다. 노동계의 반격은 즉각적이었다. 27일 88개 사업장 15만명이 동시에 파업에 돌입할 만큼 파괴력이 컸다. 이듬해 1월 6일 정부출연기관, 방송사 노조가 파업에 동조하고 여기에 야당, 시민단체들이 가세함으로써 노동법 날치기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확산되었다. 1월 21일 YS가 노동법 재논의를 지시했고 국회는 3월 10일 여야합의로 신노동관계법을 통과시켰다. 

YS는 역사적 개혁을 단행했다. 사정개혁,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실시,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해체, 국군보안사 조직축소, 12·12 군사반란과 부정축재의 책임을 물은 전두환·노태우 구속 등. YS의 과단성이 이룩한 치적이다. 하지만 노동법 날치기 이후 한보사태가 터지면서 소통령으로 행세하던 그의 차남 현철의 국정농락-부정축재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정치구호로 내세웠던 세계화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선진국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가입이 외환위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고 자본-금융시장을 활짝 열어 젖혀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터졌다. 국가경제의 파탄을 의미하는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가 도입되었던 것이다. 연쇄도산, 대량실업, 가정파탄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다. 

출범부터 촛불저항에 부닥친 MB정권의 안중에는 국민이 없다. 고환율정책, 정실인사, 언론장악, 인권탄압, 불통정치가 그것을 말한다. 중요한 사안마다 경찰의 곤봉을 내세워 국민과 싸우는 형국을 연출한다. 민심이나 여론 따위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인다. 미국산 쇠고기 무차별 수입을 허용했다가 촛불저항에 부닥치자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연령만 30개월 미만으로 낮췄다.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다 반대여론이 드세자 보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물러섰을 뿐이다. 대의-의회정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집권이후 해마다 예산안을 날치기해왔다. 언론악법을 대리투표, 재투표를 통해 날치기했다. 그것도 모자라 온갖 편법-변칙을 동원해 기어코 종합편성채널을 출범시켰다. 한-미FTA는 단순한 역내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포괄적 경제통합으로서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사회적 합의도 없이 날치기했다. 

YS-MB의 날치기에는 상이점이 있다. YS가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믿었다면 지지율 20%대의 MB는 관제방송-족벌신문의 여론조작-여론독점을 믿는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날치기를 상습적으로 그렇게 기세 좋게 밀어붙일 수 없다. FTA 날치기가 긴 포물선을 그리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서울시장 보결선거 당일 투표소 변경과 선관위 디도스 공격은 투표방해를 노린 부정선거다. 이것은 수사방향과는 상관없는 국민적 판단이다. 삽시간에 한나라당이 해체국면으로 돌입한 사태가 두 사건의 중대성-심각성을 말한다. 이제 친인척-측근 비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SLS그룹-제일저축은행의 뇌관이 그들을 겨냥하고 있다. 비리의 복마전인 판도라 상자가 권력의 중압에 눌려 닫혀있지만 권력누수기에는 외압이 내압을 견디지 못해 터지기 마련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존립기반을 확보할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보유통을 통제하려고 SNS(사회관계망) 규제-검열에 열을 올리는 게 MB정권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본지 고문

2011년 12월 17일 토요일

[사설] 김준규 전 총장의 정권 협박성 발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16일자 사설 '[사설] 김준규 전 총장의 정권 협박성 발언'을 퍼왔습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재임 시절 로비스트인 문환철씨의 소개로 이국철 에스엘에스(SLS) 회장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 총수가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의 피고인을 만난 것부터 부적절하기 짝이 없지만 더욱 해괴한 것은 그의 변명 태도다.
그는 엊그제 기자회견을 자청해 “총장으로서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매우 묘한 말을 남겼다. “내가 열 받아서 (총장 때 일을) 다 까버리면 국정운영이 안 된다”는 발언이다. 전직 검찰총장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발언이다. 예전에 장세동씨가 “내가 입을 열면 국가와 국민이 불행해진다”는 말을 한 적도 있지만, 김 전 총장의 발언은 이에 못지않다.
김 전 총장의 발언은 아무리 봐도 현 정권과 검찰에 대한 경고 내지 협박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검찰로서는 이 회장이 비망록을 통해 주장해온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불가피한 형편이 됐다. 원칙적으로 김 전 총장도 수사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게다가 김 전 총장은 “1심 재판이 끝난 시점에 이 회장을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한번 만났다”고 주장했으나,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남산의 한 클럽과 강남의 고급식당에서 두 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창원지법에서 1심 재판이 끝난 것이 2010년 11월19일이었으니 김 전 총장은 1심 재판이 진행중인 시점에도 이 회장을 만난 셈이 된다. 이런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확인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전 총장은 누구보다도 현 정권의 비밀과 구린 구석을 시시콜콜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재임 시절 다룬 사건만 대략 꼽아봐도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한상률 전 국세청장 수사, 에리카 김에 대한 면죄부 등 핵폭탄급 사건들이 널려 있다. 하나같이 진실이 밝혀지면 정권의 명운을 뒤흔들 사건들이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이 재임중 취득한 비밀을 개인의 방패막이로 삼는다면 너무나 비겁하고 치졸하다. 정말 묵과할 수 없는 정권의 잘못이 있었다면 이를 낱낱이 밝혀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는 게 오히려 올바른 태도다. 검찰 역시 김 전 총장의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이 사건의 흑막을 얼마나 철저히 파헤칠지 지켜보겠다.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검·경, MB 입김 벗어날까? 스스로 채운 족쇄 탓에…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16일자 기사 '검·경, MB 입김 벗어날까? 스스로 채운 족쇄 탓에…'를 퍼왔습니다.
[분석] 정권 말, 위기의식에 휩싸인 검찰과 경찰의 속내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후배인 조현오 경찰청장과 한상대 검찰총장이 버티고 있는 경찰과 검찰이 모두 난관에 처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두 권력기관은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인진 몰라도, 나름대로 권력 핵심에도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의 영향력이 옛날만 못하다. 실무선에서 거침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말까지 들렸다. 하지만 양 쪽 다 구태의연한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수사하다가 한나라당 의원 비서 연루사실을 밝힐 때 만해도 경찰에 대해선 긍정적 측면에서 "의외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연루자들의 석연찮은 금전거래를 "문제없다"고 덮고 지나간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역시나"로 바뀌고 있다. 역시 권력 앞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것.

검찰도 마찬가지다. 이국철 SLS회장의 폭로 직후인 지난 9월 29일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신빙성을 깎아내렸지만 결국 검찰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쪽에 칼을 들이댔고 영부인의 사촌오빠까지 구속시켰다. 참으로 오랜만에 권력핵심에 다가간 것. 하지만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로비스트인 문환철 대영로직스 대표의 주선으로 이국철 회장을 만나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국철 비망록에는 수억 원을 줬다는 검찰 간부가 몇 명 적시되어있다.

이런 까닭에 양 기관 관계자들은 "지금은 정권과 관계 수뇌부가 어떻게 되느냐 차원이 아니라 우리 조직 전체에 대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지난 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장 밖에 경찰 인사들이 붙여놓은 대자보ⓒ프레시안

"우리가 봐도 할 말 없는 면이 있다"는 경찰

먼저 경찰에선 허탈한 표정까지 읽힌다. 한나라당 비서 연루 사실을 밝혀내고 즉시 공개한 것은 경찰 입장에선 상당한 개가였다. 한 때 열린우리당 영입설이 나왔을 정도로 경찰 내 개혁적 인사인 황운하 경무관이 수사기획관으로 수사를 총괄한데 대해선 야권에서도 높은 평가가 나왔었다.

하지만 디도스 공격 전날 식사 자리에 있던 한나라당 보좌진, 청와대 관계자 누락, "9급 비서 공 모 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 발표,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 모 씨와 이미 구속된 사건 연루자 사이 1억 원 돈 거래 사실을 포착해놓고도 덮어준 것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조현오 청장이 수사발표에 손을 댔다"고까지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의 한 소장그룹 간부는 "딴 건 몰라도 조 청장이 발표문에 손 댔다는 주장은 정말로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 간부는 "황(운하) 수사기획관도 그렇고 '수사권 조정도 있는데 우리가 누구 봐주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있는대로 가자'는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간부는 "이른바 정무적인 부분이나 수사 부분 모두 미흡한 것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1억 원 돈 거래 부분, 청와대 행정관과 일부 보좌관의 식사 사실을 처음에 밝히지 않은 것 등 언론과 야당이 지적하는 사실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 간부는 "그냥 눈에 보이는 것, 나오는 증거와 진술만 보고 수사하는데 급급했다는 생각도 든다. 좀 더 크게 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9급 비서 단독소행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인심 잃을 일만 남았다"

현재 디도스 문제와 관련해선 국회 주변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추가적 그림이 나돌고 있다. 이 간부는 "민주당 쪽에도 상당히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면서 "검찰도 꽃놀이패 아니냐. '끝'까진 안 간다하더라도 우리보다 플러스 알파만 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의 다른 간부도 "정권 초 같으면 한나라당 비서 연루 사실조차 제대로 안 나왔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전 같으면 디도스 공격 루트가 중국이나 필리핀 쪽이라 더 이상 추적이 안 된다는 식으로 넘어갔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간부는 "그럴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정치적 부담을 지고 나름대로 세게 간 것인데, 모양이 이렇게 돼서 화가 난다"면서 "조현오 청장이 어쩌고, 다음 청장이 누구고 문제를 떠나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덤으로 수사권조정 문제에서도 명분을 더 세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완전히 물 건너 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선거철에 선거사범, 각종 SNS 신고, 시위진압까지 겹치면 인심 잃을 일만 쌓여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권력에 칼 들이댄다. 그런데 검찰 간부 관계 되는 건 빼고"

이상득 의원 직접 소환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검찰에 대해선 "더 세게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요즘 나오는 측근 비리, 권력형 비리에 대해 세게 간다는 분위기더라"면서 "청와대가 한상대 검찰총장하고는 잘 통하는지 모르겠는데, 그 아래 쪽하고는 잘 안 통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의 칼이 이상득 의원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서초동 검찰 청사와 국회 주변에선 "털기 시작하면 이전 사안들도 다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민간인 뿐 아니라 이상득 의원에 각을 세운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 주변을 사찰한 영포라인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문제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지시 의혹 등 초대형 정치적 사안들이 재점화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설이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지금 나오는 비리 건들이야 세게 붙겠지만 그런 문제를 지금 다시 파고들진 못할 것이다. 그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현직 간부들이 관련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노 전 대통령 관련 사안 등은 이미 검찰이 면죄부를 준 사안일뿐더러 욕 먹으면서 그 사건 담당한 사람들이 모두 승승장구해서 지금 고위직에 있으니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에야 건드릴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결국 힘이 빠져가는 권력에는 메스를 들이대지만 자신들이 관련되는 사안은 우회해 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른 법조계 인사도 이같은 시각에 동의하면서 "문제는 이국철 게이트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정치권 인사야 나오는데로 처리하면 되지만 현직 검찰 간부는 어떻게 할 것이냐가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국철 비망록의 나비효과가 검찰개혁?

이 인사는 "이국철 비망록에 현직 간부들이 몇 억 씩 먹었다고 나와 있다는 것 아니냐. 야당도 치고 여당도 치는데 검찰이 자기 식구들만 못 건드린다? 이건 검찰 조직을 위기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찰이 청와대에 종속됐었다는 비판은,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곤 항상 듣던 말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정권이 바뀌고 나면 수뇌부 물갈이로 대응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국철 게이트 는 다른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먼저 지방청의 토호밀착형 검사들이 스폰서 받는 차원을 넘어 본청 간부들이 벼락부자형 사업가로부터 수억 원 씩 받은 것은 일단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검찰이 이 의혹을 뭉개고 갈 경우 수사권 조정에 불리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차기 정부가 대대적으로 검찰 조직 자체를 수술할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는 말이다.

문재인 혁신과통합 상임대표는 는 책까지 냈다. 야당에는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뭐니뭐니해도 검찰은 확실히 손을 봐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검찰 스스로가 차곡차곡 명분을 제공해주는 모양새다.



/윤태곤 기자

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사설]“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겠다”는 검사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9일자 사설 '[사설]“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겠다”는 검사들'을 퍼왔습니다.
부산에서 발생한 ‘벤츠 여검사’ 사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제의 검사가 벤츠 승용차와 540만원짜리 샤넬 명품 백을 받은 데 이어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인사를 청탁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그제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그룹을 살리기 위해 검사장급 11명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비망록이 공개되고, 검찰이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며 또 다른 여검사가 사표를 제출해 검찰의 명예가 그야말로 땅에 떨어졌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검찰이 맞고 있는 현 상황은 ‘총체적 위기’라는 상투어로도 표현이 부족하다. 이런 검찰에 어떻게 거악척결과 정의구현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국민들의 장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국민의 분노와 우려를 아직도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은 이미 7월에 진정이 접수돼 있었음에도 4달 가까이 사실상 감찰 조사를 벌이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사건이 터진 뒤에도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은 채 사표를 받았다. 비위 공직자 처리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사건을 묻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한상대 검찰총장이 내부 비리 척결을 외친 것이 시늉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안이한 태도는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부산지검의 태도에서도 묻어난다. 부산지검은 여검사가 벤츠를 제공한 변호사를 통해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제대로 규명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뒤늦게 어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지만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며 여검사가 사표를 내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검찰은 묵묵부답, 오불관언의 태도다. 검사의 도덕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검찰의 엄정한 중립은 검사들의 높은 도덕성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제 검찰은 스스로가 다른 조직보다 우월하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검찰은 수사권 다툼을 벌일 때마다 경찰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뇌물과 사건 조작이 횡행할 위험이 있다고 하지만 국민의 눈에 비친 모습은 난형난제다. 검찰의 중립성과 도덕성 유지는 감찰을 통한 내부 감시나 검사들의 자정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이번 사건은 입증하고 있다. 결국 해결책은 검찰에 대한 외부 견제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개인의 선의에 맡길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진정 “얼굴을 들고 다니기 부끄럽다”면 검찰은 이런 견제 장치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사설] 이번엔 벤츠검사, 도덕성 마비된 ‘불감 검찰’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7일자 사설 '[사설] 이번엔 벤츠검사, 도덕성 마비된 ‘불감 검찰’인가'를 퍼왔습니다.
검사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한테서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와 그랜저 검사 사건으로 그렇게 국민적 비난을 받더니 이번에는 벤츠 검사인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사건이 검사와 스폰서 관계의 일반적 유형과는 다른 점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으나 어쨌든 현직 검사로서 그런 대접을 받은 사실은 틀림없어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검사들의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곤 했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은 “검사가 스폰서를 두는 건 옛날 얘기이고 요즘엔 다 없어졌다”고 해명했다. ‘피디수첩’을 통해 사건을 처음 폭로한 제보자가 나중에 책까지 펴내성매매 검사들의 실명까지 공개했을 때도 검찰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로 간단히 넘겨버렸다. 그러나 검사들이 책 내용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삼았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불과 2년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스폰서 의혹으로 낙마한 것을 보면 과연 그런 관행이 지금은 없어졌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에도 건설사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지방의 검사장이 사표를 냈는가 하면, 고소인한테서 현금 2800만원과 술접대를 받은 전직 검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일도 있었다. 검찰의 도덕성이 경찰보다 낫다고 주장할 아무런 근거가 없어 보인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검찰 내부의 적과의 전쟁 등 3대 전쟁을 선언했으나 과거와 달라졌다고 느낄 만한 변화는 드러나는 게 없다. 이국철 에스엘에스그룹 회장이 비망록에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통해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했으나 수사에서 명쾌하게 밝혀진 건 아직 없다. 한 총장 취임 이전 일이긴 하나 과거 그랜저 검사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노골적인 부실수사를 했던 검찰 간부들 역시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검찰은 여당마저 불편해할 정도로 편파수사를 펴온 탓에 정치검찰로 지탄받고 있다. 여기에 내부 비리마저 근절하지 못하면 도덕성이 마비된 ‘불감 검찰’이란 별명까지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