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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8일 월요일

"MBC 편파보도로 신뢰성·공정성 하락시켜"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0-07일자 기사 '"MBC 편파보도로 신뢰성·공정성 하락시켜"'를 퍼왔습니다.
[단독] 방문진 2011년 경영평가 보고서 입수... 평가도 회사쪽과 달라

▲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MBC노조원들이 2월 1일 오후 김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연례 업무보고가 예정된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사무실에 기자회견문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다. ⓒ 권우성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MBC 뉴스의 편파적 보도 태도를 문제삼은 보고서가 공개됐다. 방문진은 이같은 보도로 인해 MBC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크게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MBC 뉴스의 편파 보도를 놓고 시민사회단체 등의 지적이 잇따랐지만, MBC 내부 경영평가에서조차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방문진은 또 이번 보고서에서 MBC (피디수첩)에 대해 "사회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MBC 회사쪽은 '공정성' 문제를 들어 8개월째 (피디수첩)의 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 방문진 스스로 회사쪽과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명숙 의원(민주통합당)을 통해 입수한 '2011년 문화방송 경영평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문화방송 경영평가 보고서'는 방문진이 2001년부터 매년 경영평가를 실시해 발표하고 있다. 방문진은 외부전문가 4명과 함께 작년 11월부터 올 6월까지 8개월에 거쳐 경영평가를 실시했다. 이어 지난 7월11일 이사회에서 '2011년도 보고서'를 최종 심의·의결했다.

"MBC, 중요한 뉴스 아이템 다루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가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명숙 의원(민주통합당)을 통해 단독으로 입수한 '2011년 문화방송 경영평가 보고서' 자료 중 일부 내용 ⓒ 한명숙의원실

보고서에 따르면 방문진은 MBC (뉴스데스크)의 공정성·신뢰성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2011년 QI(품질평가지수)조사의 공정성·신뢰성 부문에서  KBS (뉴스9)에 1위 자리를 내준 점이 근거다. 하락 원인으로는 지난 2011년 말 불거진 MBC 편파보도 논란을 꼽았다.

보고서는 "2010년도에 (뉴스데스크)가 공정성·신뢰성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메인 뉴스의 공정성·신뢰성 점수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MBC가 전년도에 비해 평가점수가 떨어진 배경으로는 보도 부문의 공정성 논란과 관련 있다고 본다"며 "타 방송사가 메인 뉴스에서 집중 보도했던 중요한 아이템을 MBC는 다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2010년 9월 (피디수첩) 보도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라고 판결했다"며 "그럼에도 (뉴스데스크)는 9월 5일 '잘못된 정보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사과해 MBC 기자회로부터 불공정한 사례라고 지적받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MBC는 자사 기자회로부터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 불법선거운동 축소 보도' '(피디수첩) 판결 왜곡 보도' '10.26 재보선 불공정 보도' 등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후 MBC 뉴스 편파보도 논란은 노조 장기 파업의 주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방문진은 (피디수첩)과 관련해서도 사측과 180도 다른 평가를 내렸다.

"(피디수첩)은 2011년 '로비에 흔들리는 사립학교' '패스웨이 프로그램을 아십니까' 등 교육문제에 관한 획기적인 아이템을 발굴·취재해 큰 방향을 일으켰다. 또한 사회적 의제를 선도해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이어 "(피디수첩)은 여타 프로그램에 비해 교육·환경·종교 등의 영역에서 일어난 사회 문제들을 이슈화하는 특성이 강했다"며 "의제설정 기능을 충실이 이행했을 뿐만 아니라 공정성·신뢰성 면에서도 우수성이 입증된 MBC의 간판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피디수첩), MBC 간판프로그램"... 사측 평가와 엇갈려
 
▲ <오마이뉴스>가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명숙 의원(민주통합당)을 통해 단독으로 입수한 '2011년 문화방송 경영평가 보고서' 자료 중 일부 내용 ⓒ 한명숙의원실

보고서에 따르면, (피디수첩)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에서 2년 연속 가장 높은 QI 평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고 싶다' '믿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다룬다'의 평가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 (피디수첩)은 담당 PD 징계, 메인작가 전원 해고 등으로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이에 사측은 "시청률 하락과 공정성 시비 등으로 (피디수첩)의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칭찬 일색'인 방문진 보고서와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한명숙 의원은 "방문진 조차 MBC 뉴스보도의 편파성 인정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방문진의 평가와 다르게 오히려 김재철 MBC 사장은 (피디수첩)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만 제작하겠다는 불공정 방송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어 "방문진은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 김재철 사장에 대한 거취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불출석을 통보한 김재철 사장에 대해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22일 고용노동부 국감 자리에 김 사장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내 MBC 사태 책임을 강력히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영(imjuice)

2012년 7월 21일 토요일

아무도 안 나섰던 피디수첩 수사했던 검사 ‘영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0일자 기사 '아무도 안 나섰던 피디수첩 수사했던 검사 ‘영전’'을 퍼왔습니다.


검찰. 뉴시스


“중앙지검 보내주겠다” 제안 수락전현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MB 보은인사’ 결정판이란 평가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의 주역인 전현준(47·사법연수원 20기)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이 20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부정부패 수사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했다. ‘충성하면 보상한다’는 이명박 정부 검찰 인사의 ‘결정판’이다.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시작된 ‘피디수첩’ 수사는 ‘언론의 자유와 책임’ 문제를 검찰 수사로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았다. 청와대의 뜻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가 ‘피디수첩’ 제작진을 수사의뢰한 사실상 ‘청부 수사’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국민건강 관련 전담부서인 형사2부에 사건을 배당했고, 당시 임수빈 형사2부장은 ““‘피디수첩’이 왜곡보도를 한 부분은 있지만 정부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는 없다”며 2009년 1월 사표를 냈다.그 뒤 대부분의 검사들이 수사를 꺼렸던 이 사건을 떠맡은 사람이 전현준 기획관이었다. 법무부 특수법령과장이었던 전 기획관은 2009년 1월 인사 때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으로 옮겼다. 형사6부는 지식재산권과 공정거래 사건 전담 부서인데, ‘피디수첩’ 사건이 이곳에 재배당됐다. 형사6부는 조능희 피디 등을 체포해 조사한 뒤 같은해 6월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인사 부서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으로 갈 수 있는 사법연수원 20기 대상자 서너명한테 ‘피디수첩 수사를 하겠느냐’고 물으며, 그 사건을 맡으면 서울중앙지검으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던 것으로 안다”며 “다른 검사들은 ‘할 생각이 없다’고 거절했으나 전 기획관이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피디수첩’ 제작진은 1·2·3심에서 시종일관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렇지만 전 기획관은 승승장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을 거쳐 2010년 7월 범죄첩보를 아우르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으로 영전하더니, 한차례 연임 뒤 마침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휘하에 둔 3차장에 기용된 것이다.현 정권의 이런 인사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예전엔 수사할 때 수사 자체만 놓고 고민을 했는데, 요즘 검사들을 보면 ‘이 수사를 하면 내가 어떻게 될까’를 먼저 고민한다”며 “보은인사의 폐해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공안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에는 이금로(47·연수원 20기)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는 윤석열(52·연수원 23기) 대검 중수1과장이 임명됐다.

김태규 김정필 기자 dokbul@hani.co.kr 

2012년 5월 17일 목요일

[사설] ‘불법사찰 몸통’ 청와대를 수사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16일자 사설 '[사설] ‘불법사찰 몸통’ 청와대를 수사하라'를 퍼왔습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브이아이피(VIP)에게 일심으로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하게 한다는 등 불법사찰의 지휘체계를 담은 충격적인 내부문건이 어제 공개됐다. 여기에는 ‘특명사항은 청와대 비선을 거쳐 브이아이피 또는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지난 3월28일 지원관실이 직보용 보고서를 따로 작성해 민정수석의 ‘윗선’으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한겨레)를 통해 보도된 적이 있지만 관련 문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명확한 증거들이 제시된 이상 몸통의 실체와 ‘브이아이피’의 역할을 밝혀내야 할 막중한 과제가 검찰에 떨어졌다. 검찰 2인자인 대검 차장검사가 직접 나서 ‘사즉생’의 각오로 수사하겠다고 해놓고 검찰은 두달이 지나도록 청와대 주변을 맴돌고 있다. 관련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검찰은 더는 주저하거나 성역을 두지 말고 몸통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건의 몸통임을 시사하는 증거와 정황은 한둘이 아니다. 지난 2008년 8월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했다는 이 문건에는 ‘브이아이피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비에이치(BH, 청와대) 비선→브이아이피(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 ‘브이아이피 보고사항은 공직윤리지원관이 비에이치 공직기강팀, 고용노사비서관과 조율한 뒤 대통령실장께 보고’라는 대목이 등장한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고서를 밤을 새우다시피 읽을 정도로 좋아했다”는 증언도 지난달 (한겨레21)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사건 관련자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하고 실장 직속의 인사행정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의 취업을 알선하는 등 사건 무마에 적극 나섰던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수감중이던 진경락 전 과장은 지난해 2~3월께 민정수석실 비서관 3명이 증거인멸의 진범이라며 그들을 “수갑 채워서 여기 데리고 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접견기록에 나와 있다고 한다.
2010년 6월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사실을 보도한 직후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지원관실 직원들과 수십차례 통화한 사실도 이미 공개됐다. 총리실 중앙징계위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람은 (청와대의) 최종석 행정관”이라고 폭로하자 민정수석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관봉된 5000만원 뭉칫돈을 보내왔다는 장 전 주무관의 주장도 있었다.
이처럼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및 은폐축소가 이뤄지는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은 바로 권재진 현 법무장관이었다. 이 사건의 비밀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핵심인물일 수밖에 없다. 만일 권 장관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수사를 지능적으로 방해한다면 그 자체가 제3의 은폐조작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검찰은 필요하다면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권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꺼려선 안 된다.

2012년 4월 2일 월요일

이명박 ‘하야론’과 박근혜 ‘심판론’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4-02일자 기사 '이명박 ‘하야론’과 박근혜 ‘심판론’'을 퍼왔습니다.
특별기획 ‘사찰공화국’ (1)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오늘을 포함해서 딱 열흘이 남았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공천과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저지른 잘못을 보면서 야권 연대가 파탄이 나리라고 보고 내심 쾌재를 불렀을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비상사태’에 부닥쳤다. 청와대가 ‘감독’하고 국무총리실이 ‘주연’을 맡은 ‘불법 사찰’의 내용과 규모가 생생하게 드러나서 최대의 총선 쟁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민간인을 불법으로 사찰했다는 사실은 2010년 6월 20일, MBC 피디수첩의 보도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KB한마음이라는 법인의 대표인 김종익이 2008년 늦봄의 ‘촛불정국’ 당시 미국 영화 (마이클 무어 감독)를 패러디한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지원관실의 사찰을 받은 끝에 직장에서 쫓겨난 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었다. 피디수첩의 보도를 계기로 청와대가 지원관실에 ‘대포폰’을 지급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 뒤 간헐적으로 언론에 오르기만 하던 불법 사찰은 이명박 정권의 앞길에 잠복해 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총선까지 미처 한 달도 남지 않은  지난 3월 13일,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해서 청와대 쪽의 ‘증거 인멸’ 의혹을 제기했던 지원관실 전 주무관 장진수가 ‘육성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핵 폭발’이 일어났다.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방송인 ‘이슈털어주는남자(이털남)’에 출연한 그는 불법 사찰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그날부터 불법 사찰에 관한 정보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어져 나오더니 마침내 3월 29일 그 실체가 드러났다.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회사 밖에서 제작해서 유튜브를 통해 방송하고 있는 ‘리셋 KBS 뉴스 9’가 지원관실 점검1팀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작성한 ‘사찰보고서’ 내용 2619건을 입수해서 공개한 것이다. 만약 새노조 조합원들이 KBS에 근무하면서 그런 기사를 써냈다면 사장은 물론이고 간부사원들이 아예 묵살했으리라는 것은 그동안의 그 회사 관행으로 보면 명백한 사실이다.

새노조가 보도한 불법 사찰의 내용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넘어 경악을 일으켰다. 지원관실의 7개 팀 가운데 하나인 1팀이 작성했다는 보고서는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을 사임으로 몰고간 ‘워터게이트 사건’이 ‘할아버지’ 하면서 절을 할 정도로 불법과 권력 남용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사찰 대상은 참여정부에서 고위 공직을 거친 이들부터 이명박 정권에서 일하는 핵심적 인물들, 언론인들, 삼성장학재단 이사들, 서울대병원 노조, 피디수첩 작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면서도 포괄적이었다. 

한겨레가 3월 30일에 보도한 사찰보고서에는 대통령이 불법 사찰의 ‘몸통’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경찰 출신으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이던 경정 김기현의 USB에 저장됐던 그 사찰보고서의 ‘복무동향 보고 양식’에는 이런 구절이 들어 있었다. 보고서를 쓸 때, ‘단순히 발생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해당 상황에 대한 평가와 대상자의 역할에 대해 기술. 본인이 대통령 자신이라 생각하고 기술’하라는 것이었다. 보고서 내용 가운데 일부에는 ‘BH(청와대) 하명 사건’이라고 명시된 글이 들어 있었다. ‘청와대’라는 말이 대통령의 우회적 표현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통령이 ‘사찰 명령’만 내리고 결과를 보고받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으로 보아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찰의 방법은 몸이 오싹해질 정도로 끔찍하다. ‘리셋 KBS 뉴스 9’가 공개한 사찰 보고서에는 고위 공직자의 불륜 행각이 분 단위로 생생히 그려져 있다. “병맥주 2병과 과자 2봉지를 구입했으며, 계산을 하려다 내연녀가 맥주 1병을 떨어뜨려 깨뜨렸다. 당신 딸에게 뭘 사주지라고 이 간부가 묻자 내연녀는 초콜릿이면 된다고 말했다.” 아무리 귀가 밝은 지원관실 직원이라 하더라도 고성능의 감청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런 대화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기록할 수는 없을 것이다. 7개 팀 40여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원관실이 두 해 동안 그 많은 사찰을 어떻게 감당했느냐 하는 점도 큰 의문으로 떠오른다. 다른 정보·수사기관의 밀접한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영포라인(영일·포항 출신)’의 ‘이명박 직계 인물들’이 지원관실의 불법 사찰을 주도했다는 야권의 공격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 최금락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CD에는 문서 파일이 2619건 들어 있으며, 이 가운데 80%가 넘는 2200여 건은 이 정부가 아니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총리로 재직하던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사찰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국무총리실장 임종룡은 4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금락과 마찬가지로 불법 사찰의 큰 책임을 참여정부에 떠넘기려고 했다. 이에 대해 그 시절에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문재인은 ‘무서운 거짓말’이라면서 두 사람의 주장을 한 마디로 부정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나 총리실은 공직자들의 비리 부패, 탈법, 탈선 등 공직 기강 문제에 대해서만 적법한 복부감찰을 했을 뿐’이고, ‘그게 전체 자료의 몇 프로든 파사현정(破邪顯正) 차원에서 응당 해야 할 일’이었다는 것이다. 상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노무현 정부가 공직자나 민간인에 대해 불법 사찰을 했다면, 그런 자료를 고스라니 이명박 정권에 인계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국격’을 그렇게도 강조해 오던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의 품위는 물론이고 공권력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불법 사찰에 대해 4월 2일 현재까지 한 마디 말도 없었다. 민주통합당 ‘MB·새누리당 심판 국민위원회’ 위원장 박영선은 3월 31일, ‘민주통합당은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규정한 바 있다’면서 ‘이제 범국민적으로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이정희는 4월 1일 국회에서 대표단 긴급회의를 갖고 ‘이명박 대통령은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면서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할 일은 선거관리용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에서 ‘이명박 하야 또는 탄핵’의 소리가 크게 울리는 데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박근혜는 불법 사찰의 ‘주범’은 노무현 정부라는 이 정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그는 4월 1일, 부산의 한 선거유세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개된 사찰 문건의 80%가 지난 정권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밝혀진 마당에, 이런 정쟁을 벌이면서 계속 싸우면 우리 민생은 어떻게 되겠는가. 저에 대해서도 지난 정권, 이 정권 할 것 없이 모두 저를 사찰했다는 언론 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

박근혜가 이번 총선의 공천 과정 막판에 이명박 진영의 일부를 ‘기사회생’ 시키면서 ‘이명박근혜’라는 별칭을 얻게 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오직 ‘제18대 대통령’이 목표인 그에게는 이명박 정권이 자신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실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리고 박근혜가 말하는 ‘민생’은  또 무엇인가? 언제라도 이명박 정권의 불법 사찰을 당할 수도 있는 바로 ‘그 사람들’ 아닌가? 불법 사찰 같은 기본권 침해와 만행을 뿌리 뽑으려면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민생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박근혜가 그런 정부를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인지 아닌지는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심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부끄러움 모르는 공무원, 국격은 어디로 도망갔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18일자 기사 '부끄러움 모르는 공무원, 국격은 어디로 도망갔나?'를 퍼왔습니다.
[최강욱 칼럼] "폭군적 조작은 민주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

최강욱 변호사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법치의 표리(表裏)' 등을 통해 이미 (프레시안)에 여러 차례 글을 실은 바 있는 최 변호사의 칼럼은 월 1회 독자들을 찾게 됩니다. 최 변호사는 군법무관 재직 시 군 법무관임용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판결을 이끌었고 한미 연합사부사령관 공금횡령 사건 및 육군장성 진급비리 수사를 맡은 바 있습니다. 최 변호사는 전역 이후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 사건에 대한 헌법소원 대리, 기무사 민간인 사찰,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에서 김종익 씨의 변호인 등 군과 국가의 부당한 권력 행사에 맞서는 사건을 맡아왔습니다.

무죄 사태에 검찰이 말이 없는 이유


▲ 정연주 전 KBS사장ⓒ프레시안(최형락)

무죄 사태가 났다. 미네르바가 그렇고 피디수첩이 그렇고, 김상곤 교육감이 그렇다. 김종익 사장에 대한 대부분 공소기각도 빼놓을 수 없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정연주 사장과 한명숙 총리는 가히 무죄 퍼레이드다. 방송국의 꼼꼼한 배려 덕분에 보신각 타종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맞이한 새해는 그렇게 새날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언론을 통해 기세등등하게 공소사실을 전파하던 검찰은 아무런 말이 없다. 사과도 없다. 그 사이 법무부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과거사와 관련한 국가배상소송의 판결에 불복해 잇따라 항소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나마 과거 독재정권 시절 자행된 조작간첩 사건 등에 대한 재심사건에서는 차마 항소하지 못하고 인혁당사건, 민족일보사건 등에서도 무죄가 확정되다, 이젠 그마저 변했다는 소식까지 이어졌다.

한 검사가 민청학련 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데 반발해 제출한 상고이유서의 내용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내용이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긴급조치는 비교적 단기간에 걸쳐 시행되었다가 … 즉시 해제된 점, 당시 대통령은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인식하면서 긴급조치를 발령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 긴급조치가 유신헌법에 의하더라도 위헌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독재시절의 상황논리를 대변하는데서 시작하더니, "피고인 내지는 민청학련 관련자들에 대한 가혹행위는 … 사법경찰관 단계의 조사 내지는 검찰관 단계에서의 조사 과정에서 이뤄졌지 공판 과정에서도 이뤄졌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자료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이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은 존재하지만 … 피고인의 법정진술 내용을 듣고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끌고 중앙정보부로 가 그 진술 내용을 번복하라고 시켰다거나 그 공판기일 전 피고인에 대해 가혹행위를 하여 조서를 부인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취지의 조사내용이 전혀 없"으므로 당시의 유죄판결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악행에 심신에 깊은 상처를 입고 끝내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김근태 의장의 사건에서, 그가 호소하던 고문을 철저히 외면한 선배 법조인의 논리와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모른다. 대대로 내려오는 검찰 차원의 매뉴얼이 있는지 의심할 정도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여론 앞에 적법한 업무수행을 내세우던 당대의 공안검사 김원치 씨도 "고문사실에 대하여는 피의자 김근태의 주장만이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할 하등의 자료가 없었으며, 관련 재판부에서도 이러한 피의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강변하였던 것이다.

정부 관계자가 김종익씨에게 사과 했다는 이야기 들어봤나

사정이 이러하니 이들에게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역사 앞에서의 두려운 참회는 찾아볼 수 없다. 수십년만의 재심 무죄 선고에 상소하지 않던 입장을 뒤집어 정권이 바뀌자 판결에 불복함은 물론이고, 당시 시대 상황을 들먹이며 여전히 처벌하는 게 맞다고 강변하는 행태가 계속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연주 사장의 무죄 확정에도 불구하고, 그를 해임하는데 앞장선 이들 역시 그 악행에 대한 책임은 나몰라라 한다. 물론 피해자가 납득할만한 진심어린 사과조차 없다. 아예 그가 몸담았던 회사에선 사장의 무죄 확정 소식을 보도하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뉴스를 시작한지 50년이 되었다고 홍보한다. 참으로 가관이다.

총리실의 불법사찰로 인해 삶을 파괴당한 김종익 씨에 대하여 정부 관계자 가운데 단 한사람이라도 사과했다는 소식은 '당연히' 없다. 사과를 종용하던 의원들에게 국무총리실장 권태신 씨가 확정판결이 없으니 사과할 수 없다고 버티던 '예의'는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머릿속에 든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앞세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조차 거부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재단되어진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이쯤 되면, 이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무엇인지, 헌법이 명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지위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4대강 사업, 세종시 이전, 무상급식 문제 등과 관련하여 하루 아침에 말을 바꾸는 '영혼없는 공무원'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저 그 비루함에 대한 탄식만 난무할 뿐이다. 이쯤 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우리 헌법도 그저 가냘픈 숨결만 이어갈 뿐, 더 이상 어쩌지 못할 처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 조직인의 자세를 앞세우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만 불안한 눈빛으로 되뇌이는 공무원의 처지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벌써 수십년 전 이러한 미래를 후예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분투 헌신한 한 사람의 기억은 그래서 소중하다. 헌법의 가치를 수시로 짓밟았던 대통령 이승만에 견결하게 맞서며 사법적 정의를 통해 행정부의 오만과 횡포를 견제한 김병로 대법원장 말이다.

그는 "폭군적인 집권자가, 마치 정당한 법에 의거한 행동인 것처럼 형식을 취해 입법기관을 강요하거나 국민의 의사에 따르는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은 민주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법부의 독립뿐이다."라고 강조하였다. 연이은 무죄 판결에 약이 바짝 오른 이승만이 볼멘소리를 하자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또한 인공 치하에서 '빨갱이'들에게 부인을 잃었음에도, 과잉 형벌을 규정한 국가보안법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며 초지일관 폐지하라고 외친 사람이었다. 채 전쟁이 끝나지도 않은 1953년 4월에 말이다.

"트위터는 유력한 선동매체 도구"라는 경찰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한 네티즌이 친북 사이트의 트윗을 (비꼬려는 의도에서) '리트윗'했다는 것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더구나 경찰이 검찰과 법원을 염두에 두고 정성스레 제시한 압수수색영장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박정근이 사용하는 트위터라는 SNS서비스는 4명만 팔로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선동매체도구이다. 7월 현재 박정근의 팔로워는 2000여명에 육박한다." 시대착오적인 망동도 이 정도면, 이근안의 말마따나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 해주고 싶다.

김병로 대법원장은 하늘에서 후배들이 벌이는 이 코미디를 보고 뭐라 할까. 왜 전쟁 당시의 반공주의자와 휴전 후 60년이 흐른 오늘의 후예는 이토록 다른 생각을 할까.

영혼이 오염된 공무원의 행태도 추하긴 마찬가지일 뿐, 세종시 원안 폐기를 그토록 강력하게 주장하던 권태신 씨의 예를 보자. 세종시의 입안과 추진과정이 '사회주의적'이라며 주어진 '소임'을 완수하고자 박근혜 의원에게까지 색깔론을 들이대던 사람이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과 OECD대사까지 지냈고, 2005년 세종시법이 통과될 당시에는 청와대 경제정책 비서관으로 세종시 법안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위치에 있었다. 말하자면 사회주의에서 사회주의 정책 만들던 권태신이 이명박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 정책을 설파했던 셈이다. 이 관료의 기이한 영혼을 도대체 어찌 설명할 것인가.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행정부처 이전이 끝날 때쯤이면 이뤄질 때면 공무원을 안 할 테니까 '나는 모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다. 뻔뻔함도 이 정도는 돼야 '고수'라는 비판에 이어, 당시 한 신문사의 논설위원은 감명깊은 '명언'이라조소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들이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면서 오로지 '국리민복'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솔직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책 결정 과정에 공무원의 사적 이기심이 끼어드는 경우는 비일비재할 터이다. 아니, 지금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앞의 이해관계'가 아닐까. 이기심은 형태만 달리할 뿐 계속 진화하는 법이다. 평생을 관료사회에서 살다 높은 자리까지 쟁취한 이들이 잇따라 튀는 발언을 하는 것도, 따져보면 그것이 최고권력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달리 어떤 논리로 이 '불편한 진실'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김하중 전 주중대사의 '간증'

이런 사람은 또 있다. 노무현 정부의 주중 대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 된 김하중 씨.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을 거쳐 참여정부에서도 주중 대사를 역임한 사람으로서 '햇볕정책의 전도사'를 자임했던 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지난날 통일부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눈높이를 맞추지 못함으로써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자아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과거 그의 행적을 기억하는 한 정당의 대변인은 그에게 '동명이인'이냐고 물었었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선지 이 사람은 장관을 그만 둔 뒤 엘리트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책을 내고 간증을 통한 기독교 신앙 전도에 열심이다. 이제는 꽤 알려진 그 발언을 보면, 우리 '엘리트 공직자'가 갖는 영혼의 일단을 알아챌 수 있다.

"장관, 총리, 돈 많다는 사람, 명예 높다는 사람들을 전부 만나봤다. 내가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사람들의 특징이 있었다.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 돈을 갖기 위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모른다. 겉만 번지르르할 뿐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그 사람들은 강퍅하고 교만해서 함부로 아랫사람들을 대하고 욕하고 비판한다."

김하중 씨는 신도들에게 "왜 그런 줄 아냐"고 반문하며 다시 학벌 좋은 엘리트들의 실상에 대한 증언을 이어 간다.

"세상의 사람만 쳐다보고 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돈 많이 벌 수 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승진할 수 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잘 보이면 쥐꼬리만한 권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사람 앞에서 눈치 보고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하는 짓을 보면 완전히 그 사람 종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고도 집에 와서는 권력과 자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능력 있고 지혜가 있어서 그 자리에 갔겠느냐? 그 사람들 만날 한다는 게 좋은 학교 타령만 한다"

"저도 막말로 좋은 학교 나왔다. 그래서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 잘 안다. 그 사람들 만날자기 출세하는 것만 생각한다. 남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좋은 아파트, 좋은 차, 좋은 음식 얘기만 한다. 머리와 마음속에는 시기, 질투, 교만, 불안, 근심 등이 가득하다. 그런 사람들을 리더라고 한다. 그게 무슨 리더인가?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그건 세상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들 속에서 살아봐서 안다."

"좋은 대학 나왔다는 사람들 전부 이기주의자다. 하나님 믿는다고 하면서 전부 자기 이익만 찾아다닌다. 좋은 대학 나왔다는 사람치고 나라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다. 전부 자기 학벌과 인적 네트워크만 생각하는 사람이 어떻게 엘리트냐? 어떻게 하면 좋은 차를 계속 탈지, 비서 있는 사무실을 계속 쓸지, 공금으로 좋은 음식을 계속 먹을지, 그딴 생각만 하는 사람이 무슨 엘리트냐? 여러분들은 그렇게 살지 말라."

저들의 궤변과 악행을 기록해야 한다

법조인을 포함한 이런 공직자들이 엘리트라며 뻐기는 나라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러면서 매번 우리는 일본 왕이 침략과 식민지배의 추악한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유감'이니 '통석'이니 말장난이나 한다며 분노한다. 그나마 이번 정부에선 그런 비판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 '국격'엔 그 나라 공무원의 품격이 당연히 포함된다. 대체 이 정부가 늘 주워섬기는 '국격'이란 놈은 어디로 도망쳤을까?

언젠가 반드시 제대로 된 사법개혁과 행정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렇듯 선명한 '오염된 영혼'이 토해낸 궤변과 악행을 철저히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의 후배에게 그 조직과 선배의 부끄러운 역사를 속속들이 가르치는데서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을 몰아가며 조중동은 그에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 했다. 대체 이들이 말하는 부끄러움이란 오늘은 어떤 것인가? 나는 눈빛 맑은 아이들에게 대체 무엇으로 부끄러움을 설명할 것인가.



/최강욱 변호사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사설] 이번엔 벤츠검사, 도덕성 마비된 ‘불감 검찰’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7일자 사설 '[사설] 이번엔 벤츠검사, 도덕성 마비된 ‘불감 검찰’인가'를 퍼왔습니다.
검사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한테서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와 그랜저 검사 사건으로 그렇게 국민적 비난을 받더니 이번에는 벤츠 검사인가.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사건이 검사와 스폰서 관계의 일반적 유형과는 다른 점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으나 어쨌든 현직 검사로서 그런 대접을 받은 사실은 틀림없어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검사들의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곤 했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은 “검사가 스폰서를 두는 건 옛날 얘기이고 요즘엔 다 없어졌다”고 해명했다. ‘피디수첩’을 통해 사건을 처음 폭로한 제보자가 나중에 책까지 펴내성매매 검사들의 실명까지 공개했을 때도 검찰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로 간단히 넘겨버렸다. 그러나 검사들이 책 내용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삼았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불과 2년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스폰서 의혹으로 낙마한 것을 보면 과연 그런 관행이 지금은 없어졌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에도 건설사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지방의 검사장이 사표를 냈는가 하면, 고소인한테서 현금 2800만원과 술접대를 받은 전직 검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일도 있었다. 검찰의 도덕성이 경찰보다 낫다고 주장할 아무런 근거가 없어 보인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검찰 내부의 적과의 전쟁 등 3대 전쟁을 선언했으나 과거와 달라졌다고 느낄 만한 변화는 드러나는 게 없다. 이국철 에스엘에스그룹 회장이 비망록에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통해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했으나 수사에서 명쾌하게 밝혀진 건 아직 없다. 한 총장 취임 이전 일이긴 하나 과거 그랜저 검사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노골적인 부실수사를 했던 검찰 간부들 역시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검찰은 여당마저 불편해할 정도로 편파수사를 펴온 탓에 정치검찰로 지탄받고 있다. 여기에 내부 비리마저 근절하지 못하면 도덕성이 마비된 ‘불감 검찰’이란 별명까지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