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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9일 금요일

[사설]반교육적인 일제고사, 존립 근거 잃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8일자 사설 '[사설]반교육적인 일제고사, 존립 근거 잃었다'를 퍼왔습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요약하면,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시험은 교육의 정도를 평가하고 측정하는 수단일 터이다. 만약 수단이 목적에 위배된다면, 아니 목적을 부정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 수단은 폐기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사흘 전 전국 초·중·고교에서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그런 예가 될 듯하다. 일부 학교에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수단을 위해 목적을 내팽개친 셈이니 가치전도 현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일제고사 당일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부진한 학생을 짝짓는 식으로 자리를 바꿔 부정행위를 사실상 조장했다고 한다. 또 다른 초등학교에선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의 답안지를 교감이 나서서 고쳤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런가 하면 모 중학교에서는 상위권 학생이 자신의 문제지에 답을 크게 쓴 뒤 옆자리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것은 부정행위뿐이 아니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선 일제고사에 대비한 자체평가 점수에 따라 신, 귀족, 평민, 천민, 노예로 신분을 구분한 뒤 아이들에게 자기 신분을 큰소리로 말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반교육적 행태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일제고사의 반교육·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이른바 ‘0교시’와 야간 자율학습을 강제 실시하고, 점수가 많이 오르면 현금이나 놀이동산 이용권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교육현장의 파행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조직적인 부정행위 의혹까지 보태졌으니 일제고사의 존립 근거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본다. 내년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일제고사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맞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교육당국은 일제고사 당일의 부정행위 의혹을 모두 규명해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를 징계하는 등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지난 5년간 치러온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기 바란다. 편법과 반칙을 가르치는 시험은 시험이 아니며, 편법과 반칙을 묵인하는 학교는 학교라 부를 수 없다.

2012년 5월 21일 월요일

아이유와 김연아, 누가 진짜 '바보'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21일자 기사 '아이유와 김연아, 누가 진짜 '바보'인가?'를 퍼왔습니다.
[정희준의 '어퍼컷'] 학벌에 미친 나라

한국 사회는 정말 한 많은 20세기를 보냈다. 못 먹고 헐벗었다. 많은 이들이 한 맺힌 생을 살다 갔기에 '한의 민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우리 마음속에 가장 극명하고도 가슴에 사무치게 남아있는 한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못 배운 한'이다.

그런데 못 배운 자신에 대한 한풀이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못 배웠으면 배우면 된다. 이를 위한 통로도 다양하다. 정규 학교도 있고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수많은 학원과 강좌도 있다. 어떤 곳에서든 열심히 공부하면 가슴에 응어리진 '못 배운 한'을 해소할 수 있다. 문제는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공부는 뒷전이고 좌우간 간판만 따면 된다는 식의 세태가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편법과 특혜를 가르치는 대학

지난 주 김연아가 학업보다 광고 등 상업적 이윤 추구 활동에 더 열심인 것을 비판하는칼럼을 썼는데 그 칼럼은 비난, 비방을 넘어 욕설이 듬뿍 담긴 무수한 게시판 댓글을 나에게 선사했다. 대충 보니 국위선양을 했고 우리를 그렇게 기쁘게 해줬던 김연아인데 고작 그런 거 가지고 험담을 하냐는 것이다. 하여튼 건드리면 다치는 게 국가주의에 기반을 둔 팬덤 아닌가 싶다. (☞관련 기사 : 춤추며 맥주 마시는 선생님, 우리 김연아 선생님!)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이 김연아를 좋아하고 그에게 고마움마저 느낀다. 김연아는 그로 인해 넘칠 만큼의 보람도 얻었다. 부와 명예와 인기를 한 몸에 얻었다. 그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그가 더 많은 돈을 벌어도 전혀 문제 될 것은 없다. (한편으로 그의 지나친 상업적 활동이 혹시 이기수 고려대학교 총장이 고대 정신을 너무 '팍팍' 불어넣다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금메달과 김연아가 대학 생활을 '학칙'에 근거해 학생답게 해야 하는 것 사이엔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김연아가 (타의 모범의 되어야 한다는) 공인이고 말고를 따질 필요도 없다. 국민이 좋아한다고 해서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대충하고 졸업장을 거머쥘 자격까지 얻은 것은 아니다.

내가 이 문제를 또다시 제기하는 이유는 학생 신분인 그가 중고생을 가르치는 교생 실습 기간에 다른 광고도 아닌 주류 광고에 출연했다는 점도 있지만 이것이 동시에 우리 사회 대학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학업에 충실하지 않았음은 물론 출석일수도 제대로 채우지 않은 학생이 결국 졸업장을 따게 된다면 첫째 학칙 위반이고 둘째 형평성 문제이며 셋째 졸속 학위 수여에 더해 편법에 의한 학위 남발이다.

대학엔 엄연한 학칙이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한 학기 출석의 3분의 2를 채우지 못하면 무조건 F 학점을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통의 '명문대'인 고려대는 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운동 선수 출신들이 사회에서의 사리판단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편법, 탈법, 특혜를 학교가 학생에게 가르쳐서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다.


ⓒhite.com

학업마저 마케팅 하는 김연아 기획사

김연아는 1, 2학년 때 학교를 1년에 한 번 남짓 '방문'했고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올댓스포츠는 그의 등교를 보도 자료를 뿌려가며 마케팅 기회로 활용했다.

그런 김연아가 지금 4학년이 되어 교생 실습에 나갔는데 이번에도 올댓스포츠는 김연아의 교생 실습을 마케팅 용도의 쇼케이스(새 음반이나 신인 가수를 관계자에게 널리 알리기 위하여 갖는 특별 행사)로 삼았다. 교생 실습 첫날 기자들 앞에서 공개 강의를 하게 하자고 학교 측에 계속 요구해 결국 관철된 것이다.

나도 교생 실습 나가봤지만 교생 실습에 나간 학생이 공개 강의를 하는 것은 한 달간의 실습을 거쳐 마지막 날에 하는 것이다. 진선여고에 처음 나갔는데 그가 무슨 실습을 했으며 또 무엇을 배웠다고 학생들을 가르치는가. 교생 실습을 장난으로 아는가.

내가 이제까지 김연아에 대한 글을 몇 번 썼는데 비판적인 글을 쓰는 경우 비판의 종착지는 언제나 김연아의 매니지먼트 회사였다. 김연아의 활동은 고등학생 때 슈퍼스타가 된 그보다는 매니지먼트의 책임이 크다. 올댓스포츠는 김연아의 교생 실습마저 돈벌이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교생 실습을 나가면 늦은 오후 퇴근 시간까지 교사로서의 업무도 배우게 된다. 일지도 쓰고 청소 지도까지 한다. 그러나 김연아는 자신의 강의 시간을 채우고 일찍 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상은 상업적 활동 때문 아닌가. 물론 '특별한 경우' 어느 정도의 배려가 있다. 그러나 김연아는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합숙을 하는 국가 대표도 아니다. 그에게 적용될 배려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는 편법, 탈법 배우는 곳이 아니다

서구의 많은 대학 선수들은 운동과 학업을 '제대로' 병행하느라 고생을 한다.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대회 출전 기간뿐인데 이마저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외로 가는 청소년 선수들 경우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시험도 예외가 없다. 그래서 한국에 왔던 외국 선수들이 시합 전날에도 호텔방에서 시험 공부한다는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 선수가 되는 경우 아무리 스타플레이어라도 예외가 없다. 학업을 병행할 수 없으면 자퇴한다. 마이클 조던(노스캐롤라이나 대학)도 그랬고 개인 종목인 골프의 타이거 우즈(스탠포드 대학)도 학교가 조금만 봐주면 될 듯했지만 자퇴했다. 한국의 대학들처럼 유명 선수라는 핑계로 봐주는 경우는 없다.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한 미셸 위는 학업을 위해 출전 대회 수를 최소화 했고 올해 6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한 골프 전문가는 남녀 통틀어 올해 돌풍을 일으킬 선수로 졸업과 함께 공부의 부담을 덜게 될 미셸 위를 지목하기도 했다. 또 메릴랜드 대학에 재학 중이던 농구 선수 최진수는 한 과목에서 1점 차이로 정규 학점을 채우지 못해 다음 학기 출전권이 박탈됐고 그래서 결국 한국행을 택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망 운동선수들이 우리처럼 특례로 명문 대학에입학하기도 하지만 학업을 게을리 할 경우 학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 학생 선수들은 스스로 시합 일정과 훈련 시간에 맞춰 시간표를 짜는 것이 기본이다. 어린 나이에 '탁구 신동'으로 불리며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후쿠하라 아이는 와세다 대학을 다니다가 학교 측이 전지 훈련 등 대표 팀 훈련에 학점상의 배려를 주지 않자 결국 자퇴했다. 본인으로서는 매우 안타까울 3학년 때 벌어진 일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학교의 명예를 위해선지 '입학 장사'를 위해선지 많은 연예인들을 특례 입학 시키고 있다. 요즘 특기에 따른 다양한 전형 방식이 있으니 특례 입학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들 연예인들이 수업에 안 들어가도 죄다 졸업을 시키고 있다. 심지어 4년 내내 수업에는 오지도 않는데 학교 홍보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조건으로 졸업을 하는 '유령 대학생'들도 있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연예인들도 다양한 전형을 통해 와세다 대학이나 게이오 대학 같은 명문대에 입학하기도 한다. 아이돌 스타들이 많이 다니는 호리코시 고등학교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도 연예 활동이 바빠지면 결국 휴학하거나 자퇴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연예인들은 '졸업'이 대부분인 반면 일본은 '중퇴'가 많다. 한국과 일본의 대학의 수준 차이는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iloen.com

아이유 "대학은 열심히 공부하는 곳"

현재 최고의 인기인이면서 막강한 '삼촌팬'을 거느린 아이유는 올해 대학에 진학할 나이였다. 그러나 그는 방송에 출연해 "대학은 노력한 사람이 가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바쁘면 대학 생활도 소홀히 하게 될 것"이라며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대학은 더 열심히 공부하는 곳"이라고 말한 그는 대학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엔 전교회장을 했고 중학교 때엔 전교 석차 20위권이었던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공부에 전념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능을 봐도 아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며 "나중에 잘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을 때 수능을 쳐서 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친구들이 대학에 다니는 동안 화성악도 배우고 작곡 공부도 열심히 해서 더 멋진 사람이 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대학을 가기 위해 데뷔한 게 아"니고 또 특례로 입학할 경우 대학 입학은 "부가적으로 얻는 특혜 같은 거라 고마운 줄도 몰랐을 것"이라고 설명한 아이유는 "뭔가를 배울 때도 비싼 걸 사놓으면 포기하기가 아까운 것처럼, 대학을 갈 때도 어렵게 들어가면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의 노력으로 대학 진학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실 그가 대학 진학을 마음만 먹었다면 입학은 물론 졸업까지 보장하며 장학금까지 주겠다는 대학은 아마도 줄을 섰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유는 '바보'인가.

'진짜'보다 좋은 '가짜', '가짜'보다 못한 '진짜'

아이유의 대학 입학 포기 (또는 연기) 선언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왜? 한국 사회는 개인의 능력이나 내면보다는 간판과 껍데기가 더 중요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명품으로 승부하지 않는가. 가짜 명품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아닌가. 그러다 보니 진짜보다 가짜가 더 진짜 같고, 더 출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7년의 '신정아 파문'은 한국 사회에 거대한 '학력 위조 태풍'을 몰고 왔다. 장미희, 김옥랑, 이창하 같은 교수에서부터 윤석화, 최화정, 강석, 오미희, 최수종, 주영훈, 심형래, 다니엘 헤니 등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가짜'가 드러났다.

당시 변명도 다양했다. 철없던 어릴 시절 만들어진 가짜, 나도 모르게 만들어진 가짜, 매니저가 만든 가짜, 악의는 없었던 가짜,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한 가짜가 등장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가짜'들은 지금도 '진짜'보다 더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는 정녕 '진짜'일까. 학교에 제대로 나가지도 않고 거머쥔 졸업장은 과연 진짜일까. 수업도 별로 안 들어가고 보고서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교사가 되고 교수가 되면 과연 진짜일까. 어차피 이것도 저것도 다 가짜 아닌가. 학교는 가짜를 만들어 내보내고 가짜들은 학교를 팔고. 대학이 바로 한국 사회 가짜의 근원 아닐까.

유명 운동선수나 연예인을 학생으로 입학시켜 홍보의 도구로 여기는 대학이 많아졌고 이를 위한 편법적, 탈법적 특혜가 아무렇지도 않게 관행화 됐다. 결국 대학이 이 학생 아닌 학생, 즉 '유령 학생'들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입학 장사'다. 그러나 대학은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유가 말했던 것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김연아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고 아이유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누가 진짜인가.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2012년 5월 1일 화요일

[단독]주관부서도 “파이시티 부적절” 반대했다


이글은 2012-05-01일자 기사 '[단독]주관부서도 “파이시티 부적절” 반대했다'를 퍼왔습니다.

ㆍ서울시 도계위, 2008년 시설계획과 공문 받고도 허가 결정

2008년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파이시티) 건축 과정에서 업무시설(오피스텔)을 많이 짓게 해달라는 시행사 측 요청을 서울시 주관부서에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그러나 최종 인허가 과정에 파이시티 업무시설 비율은 6.8%에서 20%로 3배 가까이 올라갔다. 서울시의 한 고위간부는 “당시 주관부서는 특혜 시비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고위층의 주문에 따라 도시계획위원회로 책임을 떠넘겨 통과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관부서의 의견도 묵살된 채 편법으로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가 처리된 셈이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안-서초구 양재동 225 일대 화물터미널’ 공문을 보면 주관부서인 시설계획과는 “현행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상 유통업무설비에 설치할 수 있는 ‘부대시설 및 편익시설’ 종류에 업무시설은 포함되지 않으므로 건축심의 신청 내용에 포함된 업무시설 설치는 적절치 않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공문은 다만 “유통업무설비의 세부시설에 제공되는 각 시설과 관련된 ‘사무소’가 포함돼 있었던 점을 감안해 볼 때 같은 기능을 한다면 ‘사무소’와 ‘업무시설’은 유사한 시설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도계위에서 ‘업무시설’을 ‘사무소’와 유사하다고 판단해 심의·의결할 경우 설치 가능”이라고 덧붙였다.

공문은 이어 “업무시설을 사무소로 봐 설치가 가능한 경우 그 용도는 주시설인 화물터미널, 대규모 점포, 창고 기능을 보조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결국 파이시티 부지에 업무시설을 짓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도계위가 ‘업무시설=사무소’로 굳이 해석하면 업무시설을 짓더라도 규정 위반은 피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담당부서에서는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낸 것”이라며 “(위의) 압력에 부담을 느껴 도계위에 결정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실무자들은 이 사업에 부정적이었다”며 “그러나 고위층이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08년 8월20일 소집된 도계위는 담당부서가 제시한 방안대로 업무시설을 부대시설의 일종으로 판단했다. 당시 도계위 소속 민간위원들은 서울시 고위층의 의견에 반발했다. 서울 강남에 업무시설이 대거 몰리면 교통난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시행사에 수천억원대의 개발이익을 안겨주는 특혜 시비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정된 사업계획은 같은 해 10월 건축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통과됐다.

파이시티 안건을 통과시킬 당시 도계위원장은 최창식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현 서울 중구청장)이다. 앞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55)는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최 전 부시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우리 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고 말했다.

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YS정권의 말로를 쫓아가는 MB정권


이글은 대자보 2011-12-20일자 기사 'YS정권의 말로를 쫓아가는 MB정권'을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MB정권의 불법과 편법, 한나라당 붕괴해도 정신 못차려

정권말기의 MB가 YS정권의 말로를 열심히 쫓아가는 모습이다. YS는 대통령 당선까지 험로를 겪었다. 김대중과의 대적도 버거운데 돌출변수인 정주영이 그의 잠재적 지지층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범 초부터 국정전반에 걸쳐 과감한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그런 그였지만 임기를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의 노동법 날치기는 민심이반을 가속화시켜 끝내 식물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감하고야 말았다. MB의 당선은 순탄했다. 노무현 심판론은 그의 모든 허물을 덮어줌으로써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무차별 수입이 촉발한 미증유의 촛불시위를 시발로 집권기간 내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 그런 그가 임기를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날치기함으로써 한나라당이 붕괴위기에 처하는 곤경에 빠졌다. 

1996년 12월 26일 새벽. 서울시내 한 호텔에 집결해 있던 당시 집권당인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의원을 비롯한 친여의원 154명이 버스 4대에 분승해 국회로 들어갔다. 노동관계법 개정안 등 11개 법안을 7분만에 무더기로 날치기했다. 이것은 YS정권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말았다. 당시 양대 노총은 정리해고 등을 반대하며 노동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였다. 노동계의 반격은 즉각적이었다. 27일 88개 사업장 15만명이 동시에 파업에 돌입할 만큼 파괴력이 컸다. 이듬해 1월 6일 정부출연기관, 방송사 노조가 파업에 동조하고 여기에 야당, 시민단체들이 가세함으로써 노동법 날치기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확산되었다. 1월 21일 YS가 노동법 재논의를 지시했고 국회는 3월 10일 여야합의로 신노동관계법을 통과시켰다. 

YS는 역사적 개혁을 단행했다. 사정개혁,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실시,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해체, 국군보안사 조직축소, 12·12 군사반란과 부정축재의 책임을 물은 전두환·노태우 구속 등. YS의 과단성이 이룩한 치적이다. 하지만 노동법 날치기 이후 한보사태가 터지면서 소통령으로 행세하던 그의 차남 현철의 국정농락-부정축재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정치구호로 내세웠던 세계화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선진국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가입이 외환위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고 자본-금융시장을 활짝 열어 젖혀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터졌다. 국가경제의 파탄을 의미하는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가 도입되었던 것이다. 연쇄도산, 대량실업, 가정파탄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다. 

출범부터 촛불저항에 부닥친 MB정권의 안중에는 국민이 없다. 고환율정책, 정실인사, 언론장악, 인권탄압, 불통정치가 그것을 말한다. 중요한 사안마다 경찰의 곤봉을 내세워 국민과 싸우는 형국을 연출한다. 민심이나 여론 따위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밀어붙인다. 미국산 쇠고기 무차별 수입을 허용했다가 촛불저항에 부닥치자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연령만 30개월 미만으로 낮췄다.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다 반대여론이 드세자 보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물러섰을 뿐이다. 대의-의회정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집권이후 해마다 예산안을 날치기해왔다. 언론악법을 대리투표, 재투표를 통해 날치기했다. 그것도 모자라 온갖 편법-변칙을 동원해 기어코 종합편성채널을 출범시켰다. 한-미FTA는 단순한 역내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포괄적 경제통합으로서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사회적 합의도 없이 날치기했다. 

YS-MB의 날치기에는 상이점이 있다. YS가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믿었다면 지지율 20%대의 MB는 관제방송-족벌신문의 여론조작-여론독점을 믿는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날치기를 상습적으로 그렇게 기세 좋게 밀어붙일 수 없다. FTA 날치기가 긴 포물선을 그리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서울시장 보결선거 당일 투표소 변경과 선관위 디도스 공격은 투표방해를 노린 부정선거다. 이것은 수사방향과는 상관없는 국민적 판단이다. 삽시간에 한나라당이 해체국면으로 돌입한 사태가 두 사건의 중대성-심각성을 말한다. 이제 친인척-측근 비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SLS그룹-제일저축은행의 뇌관이 그들을 겨냥하고 있다. 비리의 복마전인 판도라 상자가 권력의 중압에 눌려 닫혀있지만 권력누수기에는 외압이 내압을 견디지 못해 터지기 마련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존립기반을 확보할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보유통을 통제하려고 SNS(사회관계망) 규제-검열에 열을 올리는 게 MB정권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본지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