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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0일 월요일

“극우, 테러 등 실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20일자 기사 '“극우, 테러 등 실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를 퍼왔습니다.
조국 “5·18 왜곡, 언론·표현자유 밖… 헌법 전문에 5·18 이념 계승 넣어야”

조국 서울대 교수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TV조선·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의 5·18 ‘북한 개입설’과 일간베스트 등 일부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의 비하 또는 왜곡에 대해 강하게 우려하며 ‘5·18 특별법’ 제정을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교수는 특히 종편 채널의 5·18 왜곡과 관련, “말도 안 되는 역사와 부합되지 않는 상황을 몇몇 인사의 발언을 통해 보도했다는 것 자체가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완전히 져 버린 것”이라며 “(종편에 출연한 사람들이)북한 특수부대 출신이었다는 증언 자체를 믿을 수 없고 최근 조갑제 씨도 ‘북한 대규모 광주 개입은 말이 안 된다’고 요약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것이 언론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증언의 신빙성, 근거를 확인하고 보도 해야한다”며 “언론으로서의 기본 검증 자체가 없거나 또는 개의치 않는 언론 보도 체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든 헛소리를 할 수 있지만 화면을 통해서 내 보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종편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시청률을 높이고 시청률을 통해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종편의 전략”이라며 “TV조선 뿐 아니라 채널A도 광주운동을 모독하는 방송을 했지만 바로 그 다음날 동아일보는 해당 보도를 부정하는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그럼에도 채널A나 TV조선 같은 종편은 ‘그런 말’을 듣기 원하는 극우성향의 시청자를 자극적인 것으로 타겟팅 해서 그들의 열광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조국 서울대 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또한 조 교수는 극우보수사이트의 5·18 왜곡에 대해 “몰상식 그 자체”라며 “그런 행태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그런 사이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현 정부의 중요한 지지기반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그 안(일베)에 있는 실제 글은 수많은 명예훼손, 허위사실, 모욕, 사자에 대한 모독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실명이 다 공개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과 공격을 선동하는 온갖 것들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것이 보도화 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것이 표현의 자유 범주에 속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명예훼손과 각종 증오범죄 같은 표현은 표현의 자유 범위 밖”이라며 “(5·18에 대한 비이성적 비유를)왜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지, 국격, 국격 하는데 정말 나라 망신”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행법으로도 모든 민사소송이 가능하고 사안별로는 형사소송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그런 조치 이전에 방통위에서 뭐하는지 모르겠다”며 “인터넷 사이트 관련 여러 가지 규제를 관활하는 국가기구가 빨리 (대응)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실을 바라보지 않고 극우이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극단적 행동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말만 하지만 나중에 극우적인 테러 등 행동으로 자신의 이념을 실천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이번 5·18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합창이냐 제창이냐는 중요하다”며 “5·18은 국가기념일이고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추모하고 기념해야 하는 행사날로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이 행사의 의미를, 5·18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같이 불러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5·18 발발 이후 지금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실상 공식 지정기념곡”이라며 “보훈처장이 진심으로 5·18 국가기념일의 취지를 이해하는 분이라면 법을 개정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 공식제례가로 올리면 되는데 형식논리를 빌어서 지정이 안 됐다고 말하는 것은 보훈처장으로서의 직무태만”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교수는 ‘5·18 민주화 운동 특별법 개정’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제례가로 하고 극우적인 발언은 처벌토록 하며 헌법 전문에 4·19 민주화 운동을 계승한다는 것과 함께 5·18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하면 모든 논란이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3년 4월 13일 토요일

'전쟁'이라고 쓰고 '테러'라고 읽는 시대의 대북정책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12일자 기사 ''전쟁'이라고 쓰고 '테러'라고 읽는 시대의 대북정책은'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제안', 평화의 '인화점'을 만들어야
솔직히, 말해보자. 지금 북한이 두려운 것은 그들이 ‘전쟁’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것 때문인가? 아닌 것 같다. 지금 북한에 대해 갖는 공포는 그들이 일종의 ‘테러’를 가할 수도 있음에 더 가까워 보인다. 전쟁이라고 쓰고 있지만 실은 테러가 두려운 것이다.
테러는 일방적인 것이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면서 동시에 그 피해는 불특정 다수가 입게 되는 것이다. 9.11 사태가 그랬고, 연평도 포격도 그러했다. 언젠가부터 북한은 국제사회의 룰에 입각한 외교행위를 한다기보다는 점점 ‘근본주의’에 가까운 체제 원리주의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성군체제’라는 요한계시록에 따라 자신들이 심판당하면 최후의 날을 맞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를 ‘협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문제는 이제 외교적 합리성에 근거한 주고받기보다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끊임없이 미국을 향해 ‘테러’를 가하고 국제사회가 항구적으로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흡사한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높다. 다만, 신념의 근본주의가 아닌 체제의 근본주의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김정은 체제 북한의 타깃은 그래서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한국이 아니라 자신들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대상으로 상정된 미국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보다 미국에 대한 테러를 더 숭고한 것으로 보는 것과 같다. 북한 입장에서 한국은 비난과 교란의 대상일 뿐, 체제 근본주의를 해결해줄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제안을 비판하는 12일자 조선일보 4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대화를 '얕잡아 보일 수 있다'고 말하는 조선의 의도는 무엇일까? 정녕, 하고 싶은 말은 대화제의하는 박근혜도 종북주의자일까.


남북관계의 매뉴얼은 어쩜 여기서 다시 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상황은 ‘북의 선 변화 vs 남의 태도 전환’이 마주보고 폭주하는 국면이 아니다. 남과 북이 돌이킬 수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국면도 아니다. 적어도 박근혜 정부는 북한을 고조할 만한 어떤 잘못을 한 바가 없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다만,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를 가늠하고 있는 중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말하며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대북정책을 천명했지만, 그 진실성을 알 수 없어 신뢰의 ‘간’을 보고 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중동의 평화는 아시다시피 전 지구적인 문제다. 중동 평화를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해야 할 일이 있고, 미국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으며 동시에 언제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입장이 있다. 한반도 관계 역시 마찬가지 양상이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주변 국가들은 모두 동시에 조금씩 다른 ‘미션’을 부여받고 있다. 각자의 역할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적당한 역할을 함으로써, 이를 수행해가는 ‘동시대의 비동시성’으로 현재 상황을 공동 관리해나가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앉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전제는 있다. 중동 평화의 전제가 이스라엘이 테러집단에 맞대응을 자제하고 상황을 이성과 대화로 풀어간단 전제 속에서 유지될 수 있듯,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라고 할 한국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제안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적절한 제스처로 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강 대 강의 ‘원리주의’로 맞설 경우 일차적으로는 미국이 그리고 순차적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국제 사회 전부가 그 틀에 갇힐 수밖에 없게 된다. 한국은 북미대화의 ‘발화점’을 만들 정도의 외교적 능력은 갖고 있지 않지만 어떤 ‘인화점’으로는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 자격과 권한을 갖고 있는 당사자이다.
다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오바마 정부 1기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까닭을 이명박 정부의 경직성에서 찾는다. 일정한 수준의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비핵화의 단계를 밟아가려했던 오바마의 플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분명치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같은 이는 노골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오바마의 플랜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됐다고 분석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가 대화로 모드를 전환한 것은 한반도 위기 국면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밑의 ‘밀월 관계’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북미관계의 이중성을 감안할 때, 한국 정부의 스탠스는 향후 전혀 예상치 못할 정도의 진전까지 상황을 끌고 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 등이 ‘우리 정부만 얕잡아 보일 수도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그래서 적절치 않은 그리고 정세를 복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내용 분석일 뿐이다. 테러는 상대를 얕잡아 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강함을 인정하기 때문에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속성을 갖는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사실상 ‘테러집단’이라고 비난해온 조선일보가 정작 그에 걸맞은 대응책이 나왔을 때는 북한을 정상적 외교를 하는 국가처럼 치부하며 외교적 해결책을 비웃는 것은 형용모순이며, 그 자체로 무지한 것이거나 무모한 것이다. 
근본주의적 입장은 보통 ‘고독한 군중’의 심리를 지니기 마련이다. 자신의 주체성을 유난히 강조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를 굉장히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기 마련이다. 북한이 최근의 위기 상황을 설명하며 ‘존엄을 짓밟고 있다’거나 한국 내 특정 언론의 논조를 문제 삼는 것은 이런 심리의 반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극단적 폐쇄성을 지닌 북한 체제의 특성에서 이런 심리는 도발을 통해 관심을 유도해 존재를 입증 받는 일종의 모순적 자기인정을 향할 수밖에 없는 회로이다. 중요한 것은 이 회로를 차단하는 것이지, 이 회로를 자극해 북한의 도발을 촉진하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
당면한 한반도 위기는 진보, 보수의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북한이라고 하는 체제를 새롭게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 속에서 판단되어야 할 문제다. 민주정부 10년, ‘햇볕 정책’을 통한 북한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롤러코스터에 북한은 얹었다. 이 과정의 실패를 교훈삼아 추동해야 할 정책적 변화는 그 극단의 강경책이 아닌 북한이라고 하는 체제의 속성에 기반 한 맞춤형 대응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관리’이고 적절한 수준의 ‘존재 인정’이다. 지금 두려워해야 할 것은 전면적 ‘전쟁’이 아닌 돌발적 ‘테러’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12월 6일 목요일

글로 테러를 하는 ‘시인’ 김지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06일자 기사 '글로 테러를 하는 ‘시인’ 김지하'를 퍼왔습니다.
[김종철 칼럼] 박근혜 지지선언한 김지하, 다른 후보 지지하는 이들 견해도 경청해야

지난 12월 4일자 조선일보 A38면에 실린 김지하의 특별기고 “한류-르네상스 가로막는 ‘쑥부쟁이’”를 무심히 읽다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바로 이런 대목부터였다.

“절절한 사연을 가진 장소가 주변에 즐비하건만 법천사·거돈사 사이에는 독초·독거미풀·쑥부쟁이가 버티고 있다. 우리 문화계도 똑같다. 곳곳에 막강한 에너지가 잠재되어 있건만 독초·독거미풀에 이어 머얼건 쑥부쟁이같이 누군가 길목을 막고 버티고 있다.”

“싸이의 말춤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참석하는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욘사마에 이어 한류의 붐이 와 있다. 한류-르네상스의 핵은 ‘시와 문학의 참다운 모심’이다. 그런데 이 못된 쑥부쟁이가 한류-르네상스의 분출을 가로막고 있다. 잘라 말한다. 자칭 한국 문화계의 원로라는 ‘백낙청’이 바로 그 쑥부쟁이다. 왜?”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김지하가 “백낙청이 한류-르네상스의 분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단언한 까닭을 생각해보았다.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싸이의 말춤’이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한류의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쑥부쟁이’처럼 그 붐을 가로막고 있단 말인가? 최근 한류 붐을 폭발시킨 주역은 싸이지만, 그 이전에 배용준(일본어 애칭 욘사마)부터 가수 비와 보아,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그리고 슈퍼주니어와 빅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콘들’의 활동이 그 붐의 동력이었다. 그런데 대중문화와는 거리가 먼 백낙청 혼자서 한류-르네상스를 가로막고 있다니···.

김지하는 그 이유로 열 가지를 들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어서 몇 가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조선일보 12월 4일자 38면

“백낙청은 한국 문학의 전통에 무식하다. 그는 한류-르네상스의 핵심인 ‘시’의 ‘모심’에서 가장 중요한 리듬, 즉 시 낭송의 기본조차 전혀 모른 채 북한 깡통들의 ‘신파조’를 제일로 떠받들고 있다. 백낙청은 수십년 동안 창비출판사에서 한 번도 시문학사의 미학적 탐색을 시도한 적이 없다. 무식 때문이다. 그는 그 긴 세월 내내 마치 한국 문화사의 심판관인 듯 행세해왔고 그 밑천을 겨우 ‘하버드대에서 영문학’, 소설가 몇 사람 공부한 것으로 내세워 왔다. 그의 사상적 스승이라는 ‘리영희’는 과연 사상가인가? 깡통 저널리스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리영희를 앞세워 좌파 신문에서 얄팍한 담론으로 사기행각을 일삼는다.”

김지하의 화두는 ‘욘사마’에서 싸이로 이어지는 ‘한류-르네상스’이다. 그는 백낙청이 ‘한류-르네상스의 핵심’인 ‘시의 모심’에서 가장 중요한 리듬조차 모르기 때문에 한류-르네상스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 그 어디에 ‘한국 문학의 전통’이 들어 있다는 말인가? 노랫말은 가벼운 운문체일 뿐이고 리듬의 바탕은 사설(辭說) 조의 서양 랩이다. 그리고 한류와 시문학사는 거리가 멀다. 요즈음 한류의 알맹이에는 한용운도 김소월도 정지용도 김지하도 들어 있지 않다.

리영희(1929~2010)가 ‘깡통 저널리스트’라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 ‘속이 텅 빈 언론인’이라는 말인가? 그의 생시는 물론이고 사후에도 많은 학자들과 일반인들이 그를 ‘사상의 은사’라고 부르고 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가 펴낸 (전환시대의 논리)(1974), (우상과 이성)(1977), (10억인의 나라)(1983), (분단을 넘어서)(1984), (역설의 변증)(1987) 등 많은 저서가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면서 민주화운동의 대열에 합류하게 만들었다. 특히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에 그랬다. 리영희는 단순한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탁월한 외신기자이자 대학교수였다. 그런데 김지하는 백낙청이 그를 앞세워 ‘좌파 신문에서 얄팍한 담론으로 사기행각을 일삼는다’고 물아붙였다.

김지하가 백낙청을 ‘한류-르네상스를 가로막는 쑥부쟁이’라고 비난하는 진정한 이유는 ‘특별기고’의 뒷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계속되는 졸작 시국담에 이어 ‘2013 체제’라는 설을 내놓은, 막걸리에 소주를 섞어 먹은 것 같은 짓”을 하고도 ‘원로’냐는 것이다. 김지하는 “우선 정치관부터 바로 세워라. 그런 것도 없는 자가 무슨 정치 평을 하는가?”라고 백낙청을 꾸짖으면서 “내가 깡통 빨갱이라고 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알라!”고 말한다. 이 정도에 이르면 김지하의 ‘특별기고’는 폭력이 아니라 ‘붓으로 하는 테러’임이 명백해진다.

백낙청은 18대 대통령선거를 멀리 앞둔 지난해부터 재야인사 20여 명이 참여한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를 주도해 왔다. 2012년 4월의 총선과 12월의 대선에서 민주진보 진영이 통합해서 승리한 뒤 2013년부터 진정한 민주체제를 세우자는 뜻이었다. 그런데 김지하는 어떻게 했는가? 그는 원탁회의와는 정반대로 ‘유신독재체제의 실질적 2인자’였던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11월 2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범시민단체연합’ 주관으로 열린 시국강연회에서 박근혜를 지지하는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나는 박정희 정치에 대해 다 넘어섰습니다. 이미 독방에서요. 뭐가 문제인가요? 더욱이 여러분의 우리나라 역사지식은 일본놈, 중국놈들과 그 기타 외국지식을 뒤집어 쓴 식민지 지식인들의 그것으로 가득 찼습니다. 새 공부하는 뜻으로 여자 세상 한 번 그려보세요.”

김지하 시인 ©연합뉴스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이틀 가까이 망설였다. 리영희·백낙청 선생도 김지하 시인도 여러 해 동안 스승 또는 선배로 모시고 배우면서 깨달음을 얻어 왔기 때문이다. 리 선생은 내가 간사를 맡고 있던 한겨레신문사 논설위원실에서 자주 뵈었고, 백 선생은 내가 동아일보사에서 해직된 뒤 번역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기부터 영어는 물론이고 다양한 지식을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1982년에 내가 문학평론을 시작하도록 권유하시기도 했다. 김지하 시인에 대한 기억은 유난히 강렬하다. 1964년 3월 정치·사회적으로 문맹이나 다름없이 서울대 문리대에 들어간 나는 입학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교정에서 벌어진 ‘민족적 민주주의 장례식’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학과 학생이던 김지하는 굴욕적 한일회담을 반대하던 학생운동의 주역이었다.

근자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에 생생히 그려져 있듯이, 김지하는 1974년 봄에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뒤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서대문구치소에서 옥살이를 하던 시기에 인혁당 사건의 하재완과 통방을 하면서 그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1975년 2월 중순에 석방되자마자 당시 자유언론실천운동으로 박정희 정권의 광고탄압을 받던 동아일보에 그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다시 구속되었다가 1980년 말에야 풀려났다.

(오적)과 (비어)를 비롯한 담시(譚詩)와 저항시들을 보면서 나는 그의 놀라운 창작력과 용기에 감탄했다. 그런 그를 1978년 11월 초순 서대문구치소에서 직접 만나게 되었다. 내가 속한 동아투위 위원 10명이 당시 언론이 묵살하거나 외면하던 ‘민주·인권 사건들’을 기록한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던 것이다. ‘민주교도관들’의 배려로 감방생활에 조금 여유가 있던 그는 여기저기 갇혀 있던 ‘양심수들’을 자주 찾아다녔다. 나는 구치소 운동장이나 감방 복도에서 그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바깥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부터 건강 지식까지 자상하게 들려주었다.

전두환 정권의 폭압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1984년 4월에 창립된 민중문화운동협의회에 참여한 나는 김지하를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문학·연극·영화·마당극·노래를 포함한 모든 분야 젊은이들의 우상이자 스승이었다. 밤 새도록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온갖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나는 1991년 5월 5일자 조선일보에 김지하가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 환상을 갖고 누굴 선동하려는가’라는 글을 발표한 뒤부터 그를 만날 수가 없었다. 노태우 정권의 ‘공안통치’에 항거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던 젊은이들의 배후에 ‘정치적 목적으로 죽음을 선동하는 세력이 있다’고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21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김지하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주창하는 ‘생명철학’이 좋은 열매를 맺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오늘 폭력이나 다름없는 활자가 어지럽게 춤추는 글로 과거의 동지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는 대선 국면에서 후보를 선택할 권리가 있지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의 견해도 경청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백낙청을 한류-르네상스를 가로막는 ‘쑥부쟁이’라고 비난하거나 리영희를 ‘깡통 저널리스트’라고 매도하려면 그들의 저술이나 생애를 바탕으로 적어도 책 한 권쯤은 되는 분량의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언론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산다는 책무 때문에 이런 글을 써야 하는 나 자신이 서글프다.

김종철·언론인 | cckim999@naver.com  

2012년 9월 1일 토요일

천안함 신상철 “이명박 개XX” 칼럼 무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31일자 기사 '천안함 신상철 “이명박 개XX” 칼럼 무죄'를 퍼왔습니다.
 남부지법 “권력자 비판일 뿐 협박·테러 아냐…표현자유 중요성”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를 수사한다는 소식에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이명박 개××, 노정연을 그냥 놓아누라’며 거친 표현을 담은 칼럼을 쓴 이유로 검찰에 기소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천안함 민군합조단 민간위원)가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주목된다.
판사는 부적절한 욕설이나 경멸적 언어가 반복되는 표현에 대해 도덕적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넘어서 국가의 형벌로 의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최고 권력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실명제 위헌 판결을 통해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취지와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김영식 판사는 31일 모욕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신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 같이 판결했다.
김 판사는 욕설이 담긴 신 대표의 글이 본인(이명박 대통령)에게 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 형사소송법 307조를 들어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에 의해서여야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 게시판과 조선일보의 일부 보도,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서프라이즈에 실었다는 이유 만으로는 이 대통령이 이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구속요건이 되는 사건이려면 피해자 조사를 통해 입증돼야 하는데 피해자(이 대통령)가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않아 피해자가 이를 인식했거나 피해를 봤다고 보기어렵다”며 “이는 검찰의 증거부제출에 의한 탓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의 글이 이 대통령에 전달돼 그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 판사는 또하나의 쟁점인 ‘협박’의 근거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느냐에 대해서도 “신 대표의 글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수사를 제기할 경우 국민의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로 볼 수 있을 뿐 해악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 대표는 글을 씀으로 비판할 뿐 위해를 가하거나 폭력을 가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신 대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유명 정치웹진 사이트를 운영하는 언론인이며,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며 “노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기된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분노해 글을 게시했다는 경위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대통령에게)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국제테러단체의 암살과 동일하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김 판사는 “언론인으로서 건전한 정치비판을 해야 함에도 신 대표의 글이 부적절한 욕설과 경멸적 언어를 반복해 도덕적, 사회적 비난을 받을 소지는 다분하다”면서도 “그러나 국가 최고권력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돼야 하며 견제와 비판을 업으로 하는 언론인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을 썼다 해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선 국가 형벌로 의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실명제 위헌을 통해) 표현의 자유가 갖는 중요성을 다룬 것과 같다”며 “그러므로 피고는 무죄”라고 선고했다.
김 판사는 이날 판결하면서 신 대표의 의사를 물어본 뒤 무죄 판결 요지를 일간지에 공시하기로 한다고 선언했다. 김 판사는 신 대표에게 “내가 한 것은 여기까지이며 검찰이 기소할 것이니 항소심에서 재판 잘 받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협박과 모욕의사가 없는 취지의 글이라는 것을 판사가 직접 확인해준 것”이라며 “자유로운 비판에 대한 재갈을 물리기 위해 무리하게 남발하고 있는 검찰의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의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신 대표는 “국민들의 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특히 언론의 비판 기능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해준 명판결”이라며 “무죄를 예상했으나 판사의 판결을 듣는 내내 감격스러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이명박 정권 들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경찰과 검찰에 불려다니는 등 고통을 받아왔다”며 “반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기관인 검찰·사법부가 권력에 눈치보는 모습에 급급해 많은 국민이 절망해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기고]유신체제, 고문·테러·암살·세계 최저임금의 독재체제였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31일자 기사 '[기고]유신체제, 고문·테러·암살·세계 최저임금의 독재체제였다'를 퍼왔습니다.

‘박정희 유신체제’는 전형적인 개발독재다. 개발독재라는 말은 그냥 독재보다는 용서받을 수 있는 명분이 인정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일쑤다.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한 독재라고 하니까 그렇다. 박정희 독재 아래서 국민들은 ‘먹고 살기 위한 고육책’으로 불법구금, 고문, 테러, 강제해직, 암살, 그리고 일상의 감시들을 감수해야 했던 셈이다. 독재정권의 그런 체제 폭력은 1977년부터 3년여간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비델라에 의해 자행돼 ‘더러운 전쟁’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더러운 전쟁’은 1960년대부터 이어진 한국의 박정희 체제가 훨씬 선배였다. 체제 폭력에서 박정희 정권은 부끄러운 세계 최고였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 의원의 최측근인 홍사덕 전 의원은 그런 박정희 유신독재가 “자기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출 100억달러를 위해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박정희 정권 내내 수출신장과 경제개발을 통치 이데올로기로 삼은 것과 같은 내용이다. 박정희는 3선개헌을 하면서도, 유신쿠데타를 하면서도 ‘선 경제성장, 후 민주주의’를 내세웠다. 그렇다면 성장 후에는 민주화를 했던가?

박정희 정권 아래서 연평균 경제성장률 10여%, 수출 100억달러 등과 같은 총량적 수치 외에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경제지표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지표에 관해 공신력을 가진 세계자료은행(WDB)의 자료를 보면 박정희 정권 아래 성장 수치의 허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첫째, 실제 국민의 생활경제와 직결되는 인플레 및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박정희 정권 시기는 역대 정부 중 최악이었다. 정권 별 연평균 물가지수를 보면 박정희 유신정권(1973~79) 15.6%, 전두환 10%, 노태우 7.4%, 김영삼 4.8%, 김대중 3.6%, 노무현 3.3%이다.

둘째, 국민 생활의 실상을 알려주는 중요한 경제지표가 실업률이다. 국가경제의 총량지표가 좋아도 실업률이 높으면 국가경제와 아무런 연관성을 갖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전두환 정권기인 1980년부터 제공된 각 정권 별 연평균 실업률을 보면 전두환 4.11%, 노태우 2.8%, 김영삼 2.6%, 김대중 4.8%, 노무현 3.6%이다. 박정희 시기는 전두환 때보다 더 안 좋아 역시 역대 정부 중 최악이었다. 김대중 정부기의 수치는 IMF 관리 사태 때문이었고 그것이 전 정권에서 물려받았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셋째, 박정희가 수출 100억달러를 이루기 위해 유신을 했다는 그 수출도 매년 적자였다. 유신독재 7년간 무역수지 적자가 연평균 213만8137.7달러로 출혈 수출이었다. 이것도 IMF사태 직전인 1990년대 초·중반 외에는 역대 최악이었다. 기업들이 적자수출을 감행한이유는 무엇일까. 수출 총량만 올리면 정부가 정책 금융지원의 특혜를 주었기 때문이다. 특혜 금융지원이란 국민부담으로 기업을 키우는 결과가 된다.

이런 지표들은 유신독재가 애초에 경제개발과 국민의 가난 추방보다도 박정희 자신의 종신집권이 그 본질적 목표였다는 의미로 종합된다. 그 과정에서 고물가, 고실업, 출혈 수출, 세계 최장 노동시간, 세계 최저 임금 등으로 국민의 피와 땀 위에 키워진 대기업들이 오늘날 국민의 삶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경제민주화와 사회경제적 신평등주의가 시대 과제로 등장한 대선정국에 ‘수출 100억달러’ 얘기는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둔사(遁辭)가 아닐 수 없다.

김재홍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2012년 8월 18일 토요일

[사설] 죽음의 진실 앞에서 유불리 따지는 어리석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17일자 사설 '[사설] 죽음의 진실 앞에서 유불리 따지는 어리석음'을 퍼왔습니다.

귀 뒤쪽에 손바닥만한 함몰이 선명한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이 공개됐다. 37년 동안 가려져 있던 타살의 진실을 웅변하는, 정교한 인위적 파손이다. 하지만 그 앞에서 ‘도대체 누가, 왜?’라는 분노보다는 참괴함의 떨림이 앞선다. 도대체 살아남은 이들은 무엇을 했는가, 자책 때문이다. 선생은 자주독립, 민주화, 평화통일을 위해 한평생 사선과 백척간두의 삶을 살다가 결국 비명횡사했는데.그 죽음 앞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와 그 측근들의 허무맹랑한 말들은 분노를 깨운다. 물론 주군에게 쏠리는 따가운 시선을 차단하려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버지 일을 왜 딸에게 묻는가’, ‘연좌제 적용인가’ 따위의 용렬한 짓을 할 상황이 아니다. 박 후보 자신도 ‘진상조사위에서 조사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하니, 오십보백보다. 타살의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닌데, 지레 방어막부터 치고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가 옹색하긴 하다. 그러나 장준하의 죽음은 광복과 민주화를 향한 위대한 역정의 돌연한 중단이었다. 민족적 비극이었다.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들이라면, 그 앞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박 후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장준하의 죽음은 일제하 일본군에 의한 독립군 토벌의 연장이었으며, 해방된 조국에서 일본군 부역자의 광복군 지휘관에 대한 저격이었고, 민주·민족세력에 대한 군사독재·친일세력의 테러였다. 그 막중한 무게를 알고 있었기에 박 후보는 2007년 선생의 부인을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을 것이다. “아버지 시대에 희생당했던 분께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평소대로 애매하고 정형화된 말이었지만, 그 의지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아버지 박정희 치하에서, 그의 수족과도 같은 기관에 의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컸으니 그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게다.아비의 역사적 죄과를 사과하는 딸에게 돌을 던질 사람은 없다. 1975년이면 그가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구실을 했으므로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건 유치한 비약이다.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 위에서 대권을 꿈꾸는 이가 아버지의 잘못을 고백하는 건 용기이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건 역사적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실을 드러내는 용기다. 역사 앞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것만큼 졸렬한 소인배는 없다. 집권당의 사실상 오너로서 장준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 협력하기 바란다. 이제 주검이 웅변하는 타살의 진실을 되돌릴 순 없다. 아버지 유산에 매몰돼 있다면 그에게 미래는 없다.

2012년 8월 6일 월요일

에스제이엠과 만도 침탈에 맞서 금속노조의 대반격을 실행하자


이글은 레디앙 2012-08-04일자 기사 '에스제이엠과 만도 침탈에 맞서  금속노조의 대반격을 실행하자'를 퍼왔습니다.

*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활동가 조직인 ‘금속노동자의 힘’ 비대위 의장인 김우용씨가 에스제이엠과 만도에 대한 야만적 폭력과 탄압에 맞서는 금속노조의 힘있고 책임있는 실천을 촉구하는 기고 글을 보내와서 게재한다.(편집자)—————————————-
 7월 27일 에스제이엠과 만도에서 벌어진 직장 폐쇄와 용역깡패의 조합원 테러는 이 나라 지배자들의 합작품인 것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경찰은 완전무장한 깡패들이 우리 동지들을 죽도록 패는 것을 지켜 보며 비호했다. 심지어 죽음의 공포를 느낀 여성 조합원이 112에 신고를 했는데도 묵살했다. 이 범죄를 저지른 컨택터스 회장 문성호는 새누리당 간부이고 컨택터스는 이명박·박근혜도 경호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집권 여당의 간부가 정부와 경찰의 비호 속에서 깡패를 부리며 사장들을 도와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는 일로 돈을 벌어 온 것이다. 그러니 이 범죄자들이 올린 해명 글은 정부와 집권당, 그리고 그들과 한통속인 현대차 정몽구와 경총의 협박문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저희 같은 업체가 일부 오해에 의한 희생양이 돼 ‘허가 취소’ 등으로 사라지게 된다면 앞으로 사업장에서 어떠한 불법행위가 일어나도 사업주는 속수무책이 될 것”이란다.
피투성이가 된 동지들을 붙잡고 오열하는 우리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노동자의 보장된 권리인 파업이 ‘불법 행위’라고? 이 잔혹하고 교만한 자들이 ‘희생양’인가?

7월 27일 침탈에 맞서 긴급하게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사진=금속노동자)

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에스제이엠 사장은 살인 폭력으로 빼앗은 공장을 불법 대체인력으로 가동하고 있다. 만도의 사장은 직장폐쇄로 조합원 출입을 막아놓고, 파업 불참과 민주노조 탈퇴를 약속해야 공장에 들어올 수 있다면서, 어용 노조를 만들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아닌가. 지난해 유성에서 봤고, 그 전 해에는 경주 발레오만도에서 봤고, 또 KEC와 대림자동차에서 봤던 광경이다. 87년 7~9월 대파업 이후 25년 동안 민주노조 운동의 선봉이던 금속노조를 향해 저들의 술책과 폭력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조를 향한 적개심으로 무장한 채 뭉치고 있는 저들에게 우리 노동자들이 돌려줘야 할 답변은 무엇인가. 돈으로 국회의원직을 매관매직하는 주제에 우리를 ‘고소득 노조’라고 비난하는 자들에게 금속노조가 돌려줘야 할 것은 무엇인가.

금속노조 지도부와 활동가들에게 호소한다.

직장폐쇄와 용역 테러, 어용노조라는 정권과 자본의 민주노조 죽이기 3종 세트에 맞선 강력한 투쟁을 지금부터 만들자. 우리의 분노와 힘, 투지를 저들에게 똑똑히 보여 주자.
공장 담벼락과 정파, 현장조직의 차이를 뛰어 넘어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 주자. 에스제이엠과 만도의 동지들이 빼앗긴 공장과 민주노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이를 위해 첫째, 8월 5일 열리는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연대 파업 등 강력한 반격을 결정하고 실행하자.
둘째, 8월 11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최대한으로 조합원들을 조직해서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아무리 민주노조라도 협상을 통한 실리 위주 노선만으로는 사장들의 반동적 기습 공격에 무력해지고, 실리마저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최근 우리는 경험해 왔다. 상황이 어렵다고 후퇴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사장에게 더 많은 동지들을 짓밟아도 된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
저들이 테러로 협박하면, 우리는 더 강도 높은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저들이 직장 폐쇄로 협박하면, 우리는 공장 점거로 맞서야 한다. 저들이 어용노조 분열 공작을 펴면, 우리는 민주노조 연대 투쟁으로 맞서자.
지금, 에스제이엠과 만도에서 벌어진 용역깡패들의 폭력과 집권당 간부 연루 의혹에 대한 대중의 공분이 크다. 이명박 범죄 집단은 부패와 비리로 말미암은 레임덕으로 피투성이가 되고 있고, 박근혜도 친박계의 ‘공천 헌금’ 비리가 드러나면서 곤경에 처하고 있다.
저들이 훈련된 폭력 경찰 대신 깡패 사병들을 동원한 것은 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져 더는 경찰 폭력이 역효과만 일으킬 것을 두려워해서다.
저들은 완성차가 중심이 된 금속노조의 파업을 두려워하고 있다. 금속 파업이 민주노총 8월 투쟁의 도화선이 돼 레임덕 정권에 타격을 가해 재집권 야욕이 분쇄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금속노조 1, 2차 파업 때는 찌그러져 있다가 올림픽과 휴가를 이용해 야비한 공격을 한 것이고, 한편에서 금융노조에게는 큰 양보를 해 준 것이다.
휴가 기간을 이용해 에스제이엠과 만도를 짓밟아서 금속노조의 중간 허리들을 끊어놓고, 완성차는 적당한 수준에서 타결을 추진한 다음, 결국 금속노조를 야금야금 밑둥부터 무너뜨리는 길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따라서 완성차 노조가 대반격의 중심에 서야 한다.

금속노조의 중심인 완성차 노조를 최종 타겟으로 해서 거듭 좁혀오는 올가미를 언제까지 못 본 척 했다가는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 명백하지 않은가.
저들의 탄압과 테러가 지나 온 궤적을 보면 저들은 완성차 노조의 파업을 막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부품 업체들의 파업이, 주간 2교대제 도입이 현대와 기아차의 투쟁을 자극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 투쟁이 비정규직 등 더 열악한 노동자들의 투지를 고무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올해 우리 투쟁은 심야 노동을 없애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자는 정당한 투쟁이다. 우리의 정당성을 이제 투쟁으로 증명하자. 피투성이가 된 우리 동지들의 억울함을 이제 투쟁으로 갚아주자.

By 김우용 / 금속노조 중앙위원, 기아차 ‘금속노동자의 힘’ 비대위 의장

2012년 1월 21일 토요일

"반미는 '공기'처럼 필요하다"


이글은 레디앙 2012-01-20일자 기사 '"반미는 '공기'처럼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미, 이란 원유수입 감축 요구와 한국의 집권 노예 계급들

어렸을 때에 배운 역사교과서에서는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되는 한 가지 사진이 있었습니다. 1917년10월 혁명 이후에, 평생 최초로 글을 배우기 시작한 농민 부인들은 칠판에 쓰여진 대로 공책에다가 잘 따르지 않는 손으로 어렵게 어렵게 씁니다: "우리들은 노예가 아니다. 노예는 우리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는 소련 정권 초기의 최초의 교과서 중의 하나인 (Долой неграмотность: Букварь для взрослых, 1919)에서 따온 문구였지요.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인 러시아의 역사교과서에서 그 사진이야 나올 리가 없지만, 인터넷에서 그 사진을 만날 때마다 왠지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비록 그 때의 해방은 몇 년 가지 않아 결국 스탈린주의적 관료체제는 봉기를 단행한 인민으로부터 그 자유의 상당 부분을 회수(?)해버리고 말았지만, 그 순간이 엄연히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한 기억 그 자체가 아주 중요합니다.
경제문제 이상의 것
1945년 8월 이후의 조선 각지에서의 인민위원회 설립 등 일시적인 '직접적 인민 민주주의' 출현이나 1946년 10월 항쟁, 지리산 등지에서의 빨치산 투쟁에 대한 기억들은 한반도 남반부 민중들에게 중요하듯이 말입니다. 그러한 기억을 가진 인민들을, 잠시 다시 노예화시킬 수 있어도, 노예 상태를 벗어나려는 그 의지들을 완전히 꺾을 수 없는 거죠. 

그런데 요즘 국내 소식을 듣노라면 아무래도 지금의 우리 상태는 집단적 노예상태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예컨대 최근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에 대한 소식을 생각해보시지요.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란을 경제적으로 질식사시키려는 상전나라에서 후국(侯國) 한국에다가 "50%로 이란산 원유수입을 줄여라!"라고 엄명(?)을 내리고, 천자의 혜명(惠命)을 받들어 모시는 남조선후(南朝鮮侯) 명박(明博) 전하의 장상(將相)들은 "천자의 성은이 망극하옵니만, 저희 살림살이의 어려움을 돌봐주셔업소서, 부디 30%만 줄이도록 은혜로운 명령을 다시 고쳐내려옵서소"라고 천사(天使: 천자의 사절) 앞에서 무릎을 꿇어읍소하는 꼴입니다.
남조선 후왕 (侯王)의 뛰어난 충성에 힘입어, 천자의 사절은 이제 보다 덩치 큰 후국 일본에 가서 역시 "이란에 대한 경제적 토벌에의 동참"을 비슷한 방식으로 명령할 셈입니다. 그런데 한국이라는 한 나라의 국가적 독립성이나 자주성은 물론 그 나라의 여권을 갖고 사는 모든 시민들의 개인적 자존감까지도 완전히 뭉개버리고 마는 이 소식은, 국내 매체들은 대개 "경제뉴스"로 다루어주었습니다.
경제보다 훨씬 더 일차적이고 중요한 부분들이 관계되는 일이지만, 이미 주인님과의 명령/복종 관계에 익숙해진 노예들에게는 그 관계틀 속에서는 돈밖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왜 개인적 자존감의 문제인가요? 아무리 가난하게 살아도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데에 대해서 나름대로 자긍을 하고, 자존의 의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 (1759-1796)의 명시 "사람은 사람이다, 등등"에서 이야기하듯이, "정직한 가난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자는 그저 비겁한 노예, 우리는 그를 상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가난하게 살 용기가 있다 등등" 이지 않습니까?
미국은 왜?
그런데 미 제국의 "이란 고사 작전"에 동참하는 이상, 우리는 더이상 "정직하다"고 자긍할 수 없습니다. 미 제국이 이란에 대해 별의별 경제 제재를 하고, 이스라엘의 모사드라는 첩보조직과 협동해 벌써 이란 핵과학자 4명의 목숨을 테러적 방법으로 빼앗고, 나아가서 아예 이란과의 전면전이라도 벌이려고 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권?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란 국회를 보시면 여성 의원 아홉 명 정도 보이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 공격을 준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국회는 물론 없고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아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란의 우파적인 신정(神政) 독재는 여성 등 여러 약자 집단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전폭적으로 지지, 지원하는 사우디 등등의 걸프 지역의 보수적 왕국에서는 이란과 같은, 전체 대학생 중에서 여성이 65%나 차지하는 역동적 사회를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거죠.
핵 폭탄 제조의 위험? 핑계에 불과합니다. 중동 유일의 진짜 핵무장은 바로 미국의 "우방 이상의 우방" 이스라엘이 갖고 있으며, 대다수의 객관적인 관찰자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란은 아직도 핵폭탄 제조 수준 가까이도 못갔습니다. 간다 하더라도 무엇이 달라지나요? 파키스탄에 핵무기가 있다고 해서 주변 지역의 지정학적 지도는 과연 크게 바뀌었나요? 

진짜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북조선이나 시리아,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란은 미 제국의 후국이 되려 하지 않거나 될 수 없는 나라들의 그룹에 속합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의 이란은 실제로 종교적 보수주의 방향으로 가고 인민들의 많은 기대들을 배반했지만, 그 혁명의 결과로 그나마 대외적인 자율성 정도는 따낼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야말로 미국 집권자들의 눈엣가시가 되고, 혁명의 "혁"자만 봐도 벌써 겁과 증오에 치를 떠는 사우디와 같은 나라들의 지배자들을 자극시킵니다. 이란이 혁명을 거친, 자원에 대한 민족주의적인 국가적 통제를 확립시킨 나라이기에 그 유전을 싼 값에 임대해 그 자원을 더이상 쉽게 약탈할 수 없게 된 유럽 열강들도 기본적으로 이란을 회의적으로 보고, 미 제국의 반(反)이란 책동에 아주 쉽게, 비교적으로 지율적으로 동참합니다.
자존심 상하는 일
예컨대 과거에 이란을 반(半)식민화시킨 영국 같으면 그러한 동참은 자연스럽기까지 하죠. 그런데 한국은 영국과 같은 식민주의 침략의 역사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영국과 달리 이란 혁명으로 그 자원 약탈의 기회를 잃은 것도 전혀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 시민 대다수가 공유하는, 일제시절에 대한 집단 기억에 기반을 두는 반(反)식민주의적 정서로 봐서는, 이란혁명의 성과에 박수갈채라도 보낼 부분들은 많고, 굳이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에너지집약적 제조업 국가 한국의 특징상 이란과 차후 아주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같은 피해자 대열에 속한다는 역사적인 동류의식이나, 미 제국의 전횡과 범죄(여태까지 4명의 이란 핵물리학자를 암살시킨 것은 분명히 국제범죄입니다!)에 대한 도덕적 분노 등을 다 나몰라라 하는 우리 후국은, 미 제국의 공범으로 아주 아주 쉽게 나서는 것입니다. 한국 여권을 갖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 아무래도 자존심은 좀 상하지 않으십니까? 

1980년대식, 단순한 "양키여, 물러가라! 통일하자!"식의 반미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있습니다. 남북한 양쪽 지배자들부터 시작해서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부터 문제죠. 통일문제보다 계급문제가 일차적으로 해결돼야 된다는 말씀이죠.
그런데, 이와 같은 단순한, 감상적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형태는 아니더라도, 노예상태에 묶여 있는 우리에게는 "반미"는 공기처럼 필요합니다. 미 제국의 국제범죄에 공범으로 나서게 되는 만큼, 우리들은 우리 자신들의 인간적 본성, 기본적 자존부터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물처럼, 공기처럼 필요한 반미
또 주인님들의 요구가 어디까지일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죠. 정말 미 제국이 이란을 침략하게 된다면 또 파병을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또 거기에 가서도 제국의 총알받이 노릇을 해야 한단 말인가요?
반미는 공기, 물처럼 필요한 것이고, 또 한국이 미 제국과 적당히 거리를 두자면 현실적으로 수많은 방편들은 있습니다. 남북 공동 군축으로 주한, 주일 미군의 주둔 명분부터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고, 또 중국과의 안보차원 협조를 토의해, 미군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중-북-남의 공동안보협력의 시대를 향해서 적어도 한두 걸음을 걸어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 생각 같으면, 아주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양쪽의 영세중립과 한반도에서의 일체 외국군 철수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방향"입니다. 문제는, 노예화가 지나친 나머지 오웰의 말대로 "노예상태는 바로 자유"라고 생각하기에 이른 한국의 지배층이죠.
"오렌지 발음"으로 한반도 "원주민"들을 줄세우고 계급으로 나누는 저들은, 상국(上國)으로부터 그렇게 쉽게 떨어져나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오렌지 발음"이 별로 좋지 않은 가난한 "원주민"들을 주인님들에게 총알받이로 계속 공급하려 할 것 같습니다. 

2012년 01월 20일 (금) 10:21:01 박노자 / 오슬로대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선관위 테러는 단독범행? 보수언론의 여론조작 무섭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12일자 기사 '선관위 테러는 단독범행? 보수언론의 여론조작 무섭다'를 퍼왔습니다.
[용가리통뼈뉴스] "친구 한두명, 수십만원이면 저렴하게 된다"

조현오의 경찰은 ‘10.26 선관위 사이버 테러 사건’을 ‘술김에 저지른 우발적 단독 범행’이라고 결론 내렸다. 주범으로 지목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씨 외에 국회의장의 비서, 친이계 전현직 의원의 비서들, 여기에 현직 청와대 행정관, 전직 검찰 수사관까지 범행 전에 공씨가 만나고 일부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아무 일도 아니었단다. 범행에 가담했거나 그렇지 않았다는 인사들 대부분이 최구식 의원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진주와 얽혀 있지만 아무 일 아니란다. 하물며 최구식 의원의 사촌형이대검 중수부장인들 아무 일이겠는가?

경찰이 밝히지 못했거나 아예 밝힐 마음이 없었던 건 배후뿐만이 아니다. 최소 수백대의 좀비 PC를 동원해 국가기관에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는 ‘비싼 일’을 그냥 해줬단다. 공씨가 체포되기 전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다 뒤집어 쓰게 생겼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입막음을 했는지, 애초에 잘못 전해진 말인지 아무 일 아닌 것으로 되었다. 공씨가 몇달 전부터 디도스 공격에 대해 물었다는 공범측의 진술도 언론에 한줄 나오고 그만이었다.


10.26 재보선 당일날 있었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대해 9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자, 그럼 경찰 발표대로 스물일곱살인 국회의원의 9급 비서가 그저 잘 보이려고 술김에 아는 사람 동원해서 국가기관의 전산시스템을 정교하게 특정 기능만 2시간 동안 마비시키는 일이 하루 만에 가능한 일인지 따져보면 될 일이다.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하고, 언론이 전문가를 취재해 보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KBS는 12월4일만 해도 이렇게 보도했다. “규모로 봐서는 하루 만에 준비하기 어려울 것… 아마도 사전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의 보안 전문가 중 한 명(권석철 대표)이 내놓은 평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며칠 뒤 KBS의 전문가 인터뷰는 달라졌다. 12월7일 이름을 숨긴 보안 전문가의 말은 이랬다. “그런 친구 1~2명만 있으면 서로 맡은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이틀 뒤 경찰은 ‘단독 범행' 결론을 내렸고 KBS는 더이상 전문가를 찾지 않았다.


중앙일보 12월7일 3면 .

중앙일보는 디도스 공격의 저렴성에 대해 지면을 연일 할애했다. 12월6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돈을 조금만 받고 해줄 수도 있다'는 고려대 교수 인터뷰를 실었고, 12월7일자 신문에서는 ‘디도스 공격, 수십만원 주면 OK… 저렴하게 해드립니다’라고 보도했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에 거품 물던 중앙일보가 유독 이 사건에서는 양아치급 범죄 집단이 인심 좋은 이웃 상인쯤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어지간한 전문가들은 선관위 사이버 테러의 3대 성공 조건으로 ‘실력과 준비 시간, 돈’을 꼽는다. 3박자가 갖춰져도 2시간 동안 특정 기능만 마비시키는 것이 가능할 지 의심한다. 그리하여 ‘제3의 조력'이 필요하다고본다. KBS와 중앙일보뿐 아니라 방송과 조중동은 결코 깊게 다루지 않는 내용이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거가 집권 여당 관계자에 의해 사이버 테러를 당했는데 경찰은 배후도, 모의도, 검은 돈도 없었다며 아무 일 아니란다. 거대 언론은 아무 일 아닐 수 있는 논거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경찰을 도왔다. 아·무·일, 아주 무서운 일이다. 

2011년 12월 9일 금요일

청와대까지 번진 ‘선관위 테러’ 의혹, 몸통 떨고 있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09일자 기사 '청와대까지 번진 ‘선관위 테러’ 의혹, 몸통 떨고 있나'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조현오 경찰’, 꼬리 자르기 부실수사…윗선개입 의혹, 서둘러 진화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돕는 것이 최구식 의원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젊은층 투표율이 선거에 영향을 많이 줄 것으로 보고 투표소를 못 찾게 하면 투표율이 떨어지지 않겠나 생각했다.”
서울시장 ‘선거 방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수행비서 출신 공아무개씨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다. 10월 26일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자행됐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선거캠프 ‘홈페이지 테러’ 사건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의 목적은 ‘젊은층 투표율을 떨어뜨리기’,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돕기’ 등이라는 얘기다. 핵심은 누가 뭐래도 이번 사건의 배후, 진짜 ‘몸통’을 찾는 일이다. 경찰은 예상대로 꼬리 자르기 부실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12월 9일 오후 공씨의 '단독범행'이라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정치권 안팎의 많은 인사가 경찰 수사를 예견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가 주도한 단독범행인 것처럼 결론을 내리고 윗선은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예측은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언론은 12월 8일 오후 ‘속보’라는 타이틀까지 달면서 공씨가 단독범행을 자백했다는 경찰 주장을 전했다.


©CBS노컷뉴스

그러나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수행비서 한 명이 윗선의 지시 없이 수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고, 최고 10년형에 이를 정도의 사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중범죄’를 술자리 말장난처럼 추진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소설 같은 얘기’를 믿을 사람들은 거의 없다.
검찰이 대규모 수사팀을 구성해 경찰 수사를 사실상 재수사하겠다는 전하는 것도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오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조직의 중차대한 문제의 방향타가 될 수도 있었던 이번 수사를 예상대로(?) 꼬리 자르기 부실수사로 결론을 내리면서 스스로 궁지에 몰렸다.
경찰이 윗선 개입 의혹을 서둘러 진화한다고 논란이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경찰 발표는 한나라당도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공씨의 입에 의존한 결과 발표는 근본적인 한계를 담고 있다.
게다가 ‘선관위 테러’ 사건을 풀어줄 중요한 열쇠인 10월 25일 저녁 술자리에 박희태 국회의장 김아무개 비서는 물론 청와대 박아무개 행정관도 있었던 게 드러났다. 경찰은 청와대 박아무개 행정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박 행정관은 박희태 국회의장실 김아무개 비서 등과 저녁 자리에 동석했으며 김 비서는 자리를 마친 이후 강남 룸살롱으로 공 비서를 불러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행정관은 강남 룸살롱에는 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저녁 술자리에서 선관위 테러 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 여부 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수행비서가  강남 룸살롱 자리에서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에게 ‘선관위 테러’ 문제를 상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한겨레 12월 9일자 6면.

10월 25일부터 10월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저녁 자리와 강남 룸살롱 자리 등에 청와대 행정관(룸살롱은 가지 않았다고 주장),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수행비서 등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수행비서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사표를 제출했다고는 하지만 사건 당시 그들의 직책은 엄연히 국회의장 비서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수행비서였다.
경찰은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검찰 수사도 예고돼 있고, 국회 국정조사나 특별검사제 도입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12월 9일자 사설에서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야권이 요구하는 방식에 따라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받겠다고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진짜 몸통’을 찾는 작업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승수 의원은 “경찰은 사건의 몸통인 '윗선 개입'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또 한 번 무능함을 증명했다. 이 건은 결국 경찰이 여전히 '정권의 시녀'이자 '검찰의 도우미'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사설]디도스 테러, 민주체제 전복 측면에서 접근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7일자 사설 '[사설]디도스 테러, 민주체제 전복 측면에서 접근해야'를 퍼왔습니다.
근대적 민주공화국에서는 주권자들이 그 공동체를 운영할 대리인을 선거를 통해 뽑는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곧 선거라고도 할 수 있다. 자유롭고도 민주적인 선거가 실시되는지의 여부가 한 국가의 민주주의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지표가 되는 셈이다. 각급 선거에서 모든 행정조직과 정치깡패까지 동원해 부정선거를 저지른 이승만 정권이나 체육관에 ‘거수기 대의원’을 모아놓고 대통령을 뽑은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두고두고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선거의 민주성을 원천적으로 파괴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등이 연루된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테러’ 사건을 단순히 국가기관에 대한 사이버 범죄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전복 행위로 규정한다. 선관위라는 헌법기관에 사이버 테러를 감행해 투표율을 낮추고, 여당 후보의 당선을 획책했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민주적 질서 자체를 뒤엎으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도 일부 여당 관계자들은 자신들을 향해 몰려오는 거대한 민심의 ‘쓰나미’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당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판국에 ‘파도가 칠 때도 있고 잠잠할 때도 있다’는 등의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수사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이미 구속된 최 의원 비서 공모씨가 서울시장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 10월25일 저녁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모씨와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를 지낸 박모씨 등 5명과 함께 술자리를 함께한 사실을 밝혀 낸 것이다. 이들은 경찰에서 “사업 얘기만 했다” 운운하면서 선거의 ‘선’자도 끄집어내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는데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선거를 업으로 삼는 정치권 인사들이 선거 직전 만났다면 ‘선거 당일의 거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경찰은 모임의 성격과 내용 등을 면밀히 파악해 이들의 범죄 연관성을 밝혀내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어차피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특별검사를 통해 규명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고, 한나라당에서도 중진의원들까지 이에 호응하는 등 ‘특검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찰은 특검이 추가적으로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수사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것이 수사권 독립의 지름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