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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2일 월요일

새누리 ‘십알단’과 국정원의 관계, 그리고 박근혜 후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22일자 기사 '새누리 ‘십알단’과 국정원의 관계, 그리고 박근혜 후보'를 퍼왔습니다.
[미디어 초대석] 국정원 사건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가늠할 중대한 사건

이제 경찰수사가 일단락되어, “최소한 국정원 직원 2명과 민간인 1명이, 대통령 선거기간을 포함한 수개월 동안, 오피스텔 등 민간 주거시설에 상주하면서 ‘상관과 조직의 승인과 지시를 받아 수행한 통상적 업무로’ , 인터넷 상에서 정부정책을 홍보하고 대통령이나 집권당, 여당 태통령 후보를 지지하거나 야당 이나 야당 후보 혹은 정부에 비판적인 지식인을 비판하는 활동을 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경찰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들이 ‘사건의 전부’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이후 검찰수사를 통해 유사한 활동을 벌인 국정원 직원들과 그들에게 협력한 민간인들의 추가 입건, 이들에게 ‘인터넷 여론조작 업무’를 지시하고 그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소위 ‘윗선’의 확인 및 국정원 외부 정치권력이나 세력의 개입 여부 확인 등이 이루어지면 보다 ‘진실’에 가까운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정훈 전 새누리당 SNS단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소위 ‘십알단(십자군 알바단)’ 등 유사한 활동을 벌인 집단과 조직의 실체 및 이들과 국정원 심리전단과의 관계 역시 의혹의 대상이다. 경찰이 4개월 여에 이른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하면서 행한 수사결과 발표에서, 국정원 직원 2명과 민간인 1명의 혐의 사실이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범죄에 해당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무리하고 이상한 친절’을 베푼 이유와 배경 역시 사건의 정확한 실체 확인을 위해 밝혀져야 한다.

경찰의 패착과 몰락

무리한 중간수사결과 발표와 어설픈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차치하고라도, 사건 초기에 현장인 오피스텔에 즉시 진입해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해 40여 시간의 ‘증거인멸’을 방조하고, 그후 임의제출 받은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을 통해 확보된 아이디와 아이피(IP, 인터넷 상 접속주소)를 이용한 검색 등 임의수사를 통해 단서를 확보한 후 즉시 서버 압수 수색 등 강제 수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 그리고 무엇보다 국정원 직원 김씨의 동료들과 상관들 및 그 조직과 기관을 수사하지 않은 점 등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

모두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 및 경찰공무원법, 경찰헌장 등에 정한 ‘성실하게,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수사’ 원칙에 어긋난다. 경찰은 익명 신고이거나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라도 범죄혐의 내용이 있다면 수사할 의무를 지고 있고, 공범자가 있는 경우 반드시 분리 수사해야 하며, 집단적 조직적 범죄일 경우 그 배후까지 반드시 수사하도록 범죄수사규칙은 요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사책임자였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과정 전반에 걸쳐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고위관계자의 압력’을 느꼈다고 토로한 부분이다. 서울청과 경찰청이 즉각 반박했지만, ‘배밭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고, 참외밭에서 짚신 고쳐신지 말라’던 선조들의 격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결과적으로 경찰 수사 과정과 결과가 왜 그리 엉망인지를 추정하게 해주는 논란이다.

검찰 수사, 믿을 수 있을까?

국민들은 검찰 수사를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다’, ‘살아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못하고 죽은 권력만 난도질 친다’, ‘정치적인 결론을 내려놓고 수사결과를 이에 짜 맞춘다’는 비난과 불신을 받아왔다. 검찰 최고의 자부심인 ‘거악 척결’의 심장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폐지를 여야가 한목소리로 요구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경찰이 끊임없이 도전하며 ‘수사권 분점’을 요구해 온 명분이기도 하다.

경찰은 이미 국정원 사건을 통해 ‘권력적 사건에 대한 독자적인 수사 능력이 없다’는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 4개월 여 동안 경찰수사와 그 결과가 야기한 경찰의 몰락을 지켜 본 검찰의 수사결과는 당연히 ‘경찰과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얼마나 다를 것인가?’, ‘정치적 고려없이 실체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낼 것인가?’일 것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통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적어도 향후 다시 신뢰를 잃는 패착을 할 때까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수사기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책임의 끝은 어디인가?

이 사건의 법적 책임은 첫째,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한 조직적 여론조작 활동’을 계획하고 조직하고 지시하고 실행한 사람들’에게 있다. 그 경중과 적극성 및 고의성 정도에 따라 책임은 달라질 것이다. 둘째, ‘사건의 은폐와 경찰수사 축소 왜곡’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는 공직자들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은 경찰고위간부 몇 명이 거론되고 있지만, 검찰 수사 및 국정조사 등의 결과에 따라 그 대상과 범위는 확대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증거와 진술 확보 등 ‘입증의 어려움’이다. 만약에 결과적으로 입증을 못해 국민이 만족할 만한 실체의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원인이 검찰의 ‘수사의지 부족’일 지, 경찰이 지나치게 시간을 끌며 증거인멸과 공모자 및 공범들의 진술 맞춤을 도와준 때문인지, 아니면 수사기법과 기술 부족일지 여부는 사실상 확인하기 어렵다.

어쨌든 ‘의혹만 남긴 채’ 상당한 심증이 가는 불법행위자에게 그 책임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수사 및 사법 정의는 다시 ‘불신의 늪’ 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들 것이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4,19 시민혁명과 그에 따른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및 하와이 도주 망명을 초래한 ‘3.15 부정 선거’나 닉슨 대통령의 사퇴를 초래한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엄밀하게 법적으로 따지자면, ‘국정원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에 박근혜 당시 후보나 선거운동본부 측에서 개입하거나 알고도 방치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에 한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과 당선 자체의 불법성이 인정될 것이다.

만약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보호하고 그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저지른 행동이고, 야당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신과 이 대통령 및 그 측근들의 불법행위들이 드러나 위험에 처할 것을 염려해 ‘박근혜 후보나 선거운동본부와 공모없이’ 대선개입을 한 것이라면, 박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에서 가담한 선수나 감독, 심판들을 처벌하지만 경기 그 자체의 결과는 취소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국정원 사건에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대통령 선거 3일 전, 양대 후보가 TV토론 맞대결을 펼쳐 그 내용이 온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밤 11시에 갑자기 행해진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국정원 직원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대선관련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모든 테레비젼 화면 하단에 굵은 자막으로 속보가 나갔고, 다음날 조간신문 1면을 커다랗게 장식했다. 이후 박근혜 당시 후보와 새누리당은 강도높게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거짓 주장’, ‘흑색 선전’,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 등을 강도높게 외쳤고 언론과 방송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정확한 과학적 분석은 어렵겠지만, 선겨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음이 자명하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보수 논객들도 여려차례 박근혜 후보의 승리에는 ‘이정희 후보의 날선 공격’과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사건 무리수’가 크게 작용했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만약에, 박근혜 당시 후보나 그의 선거운동본부에서 국정원의 불법 여론조작 행위를 ‘전혀 몰랐다’고 가정한다면, 그리고 그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확인되고 국민이 납득한다면, 박근혜 대통령도 ‘피해자’다. 국정원의 ‘어설픈 불법적 도움 ‘없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대통령 당선 자체의 정당성에 큰 흠집이 났기 떄문이다.

더구나.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상에 버젓이 떠있는 동영상에는 박근혜 당시 후보가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소리 높이 외치고,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근거도 없는 억측을 주장하며 성추행범처럼 국정원 여직원을 괴롭혔다’고 비판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측근과 관계자가 제공한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오인하고’ 행한 잘못이기에 법적 책임은 물을 수 없겠지만 도의적 책임은 남는다. 도의적 책임에는 ‘사과’가 유일하며 가장 효과적인 답이다. 

방송과 일부 언론의 오랜 침묵, 놀라운 인내심
경찰이 수사를 일단락지으면서 결과발표를 하자 AFP, UPI 등 국제적 통신사들과 미국의 뉴욕타임즈 등 공신력 있는 해와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 경찰,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개입 확인”이라는 제목의 비중있는 기사들을 게재했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공중파 방송 대부분과 중요 언론은 침묵하거나 단신으로 처리했다.

이러다 공중파 TV나 중요 신문만 보는 국민은 국내 정치나 사회 뉴스가 아닌 ‘해외 토픽’ 난을 통해 국정원 사건의 외신 보도 내용을 전달받게 될 지도 모른다. 지난 4개월여 동안 줄곧 그래왔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모습은 아니다. 지금이 독재, 군사정권 치하도 아니기 때문에 ‘권력의 외압’이 작용한 결과는 아닌듯 하다. 해당 방송사나 언론사의 경영, 편성 혹은 편집 책임자들의 ‘정치적 줄타기’ 내기는 ‘눈치 보기’가 계속된 결과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방송과 언론의 자유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못지 않게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천명하듯,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권은희 과장이 양심선언했듯이, 방송과 언론 종사자 중에도 양삼선언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적어저 방송과 언론 내에 ‘살아있는 양심’이 있음을 알고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과 언론 학계 역시, 국정원 사건에 대한 지난 4개월 여, 그리고 앞으로 각 매체가 다루는 빈도와 비중, 깊이 및 내용을 분석해 논문으로 밝히고 예비 언론 방송인 교육 자료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 사건은 5천년 한민족 역사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건이다. 권력자 몇 명의 안위 때문에 가짓과 허위, 왜곡, 축소로 매듭지어 진다면 국가와 민족의 불행이 될 것이다. 관련 당사자들의 사심없는, 오직 법과 양심, 직업윤리에 기반한 사명감을 촉구한다.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전 경찰대 교수) | media@mediatoday.co.kr  

2011년 12월 18일 일요일

선관위 테러 수사, 검찰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16일자 기사 '선관위 테러 수사, 검찰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퍼왔습니다.
[기고]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사건으로 인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건 두말할 나위 없이 한나라당일 것이다. 만약 한나라당이나 나경원 캠프가 조직적으로 투표방해 행위를 기획하고 실행했다는 증거들이 드러난다면 한나라당은 해산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에서 주권행사의 가장 직접적이고 주요한 수단인 투표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집단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으로 정당해산의 충분한 사유가 된다. 물론 헌법상 정당해산의 심판 권한이 헌법재판소에 있으므로 함부로 예단할 일은 아니지만, 정당해산에 대한 사법심사 이전에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비난 여론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황운하 수사기획관이 선관위와 박원순 서울시장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에 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사 한나라당이 자의로 해산하거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다 하더라도 한나라당이 재창당할 것은 불문가지다. 그렇지만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해 해산했다 재창당한 정당에 표를 줄 유권자들은 예전 보다 훨씬 줄어들 확률이 높다. 쉽게 말해 한나라당이나 나경원 캠프가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한나라당 혹은 그 후신 정당의 정치적 행보는 흉험무비할 것이 확실하다. 

존망의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과는 반대로 야당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재를 잡은 셈이다. 투표행위를 근간으로 하는 선거제도를 부정하는 정당과의 경쟁은 한결 손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어부지리를 얻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초대형 행운이 야당측에 깃든 건 자명해 보인다.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사건이 야당에게만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던 검찰에게도 선관위 홈페이지 사건은 재기의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다. 검찰입장에서는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사건의 일차 수사를 맡은 경찰의 수사가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점이 크게 다행한 일일 것이다. 수사권 독립에 조직의 사활을 걸고 있는 경찰이 이 사건의 실체를 대략이나마 규명한 상태에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면 검찰의 활약이 돋보일 여지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테니 말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경찰수사는 상식과 이치에 어긋난 데다 갈팡질팡을 거듭했다. 경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수사권 독립을 지지하는 여론을 형성하는데 철저히 실패하고 있는 틈을 타 검찰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건을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인 공아무개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던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수사는 방향과 기법에서 사뭇 다른 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공씨 개인의 우발적 단독범행이 아니라 다수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로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망이 더 촘촘해지고 수사의 범위가 더 넓어질수록 선관위 홈페이지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사건의 최말단 소총수에 불과한 공씨로부터 출발한 수사의 촉수가 어떤 기관과 어느 선까지 도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이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사건의 실체와 의혹을 증거에 입각해 낱낱이 밝혀낸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검찰은 아래로만 향하고 있는 국민들의 신망과 기대를 반전시킬 동력을 단번에 확보하게 될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를 검찰이 부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를 포함한 검찰 내부에서 검찰 최상층부를 포함한 제 세력으로부터 혹여 쏟아질지도 모를 일체의 외압을 단호히 이겨낼 결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쉴새 없이 터져나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들을 둘러싼 비리와 추문들에 대한 엄정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고 필요한 일이겠지만, 검찰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데다 레임덕에 허덕이는 대통령의 주변만 단속한다는 의심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자칫하면 검찰이 새로운 정치권력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저무는 권력을 사납게 몰아세운다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검찰이 불편부당한 공권력의 집행자인지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아니라, 한국정치지형에서 상수(常數)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이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다.

모쪼록 대한민국 검찰이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엄격하며 합법적인 수사를 통해 정치검찰의 오명을 조금이나마 씻어내길 바란다. 국가형벌권의 집행을 전속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검찰이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조롱과 불신과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너무나 불행한 일이다. 

2011년 12월 8일 목요일

[사설]디도스 테러, 민주체제 전복 측면에서 접근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7일자 사설 '[사설]디도스 테러, 민주체제 전복 측면에서 접근해야'를 퍼왔습니다.
근대적 민주공화국에서는 주권자들이 그 공동체를 운영할 대리인을 선거를 통해 뽑는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곧 선거라고도 할 수 있다. 자유롭고도 민주적인 선거가 실시되는지의 여부가 한 국가의 민주주의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지표가 되는 셈이다. 각급 선거에서 모든 행정조직과 정치깡패까지 동원해 부정선거를 저지른 이승만 정권이나 체육관에 ‘거수기 대의원’을 모아놓고 대통령을 뽑은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두고두고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선거의 민주성을 원천적으로 파괴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등이 연루된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테러’ 사건을 단순히 국가기관에 대한 사이버 범죄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전복 행위로 규정한다. 선관위라는 헌법기관에 사이버 테러를 감행해 투표율을 낮추고, 여당 후보의 당선을 획책했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민주적 질서 자체를 뒤엎으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도 일부 여당 관계자들은 자신들을 향해 몰려오는 거대한 민심의 ‘쓰나미’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당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판국에 ‘파도가 칠 때도 있고 잠잠할 때도 있다’는 등의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 수사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이미 구속된 최 의원 비서 공모씨가 서울시장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 10월25일 저녁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모씨와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를 지낸 박모씨 등 5명과 함께 술자리를 함께한 사실을 밝혀 낸 것이다. 이들은 경찰에서 “사업 얘기만 했다” 운운하면서 선거의 ‘선’자도 끄집어내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는데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선거를 업으로 삼는 정치권 인사들이 선거 직전 만났다면 ‘선거 당일의 거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경찰은 모임의 성격과 내용 등을 면밀히 파악해 이들의 범죄 연관성을 밝혀내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어차피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특별검사를 통해 규명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고, 한나라당에서도 중진의원들까지 이에 호응하는 등 ‘특검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찰은 특검이 추가적으로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수사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것이 수사권 독립의 지름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