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6일 토요일

"MB정부, 서민들 '삥' 뜯어 부동산 투기꾼들 배불리는 꼴" [기고] "3.22 대책, 취득세 전쟁이 벌어진 이유"

정부의 '3.22 부동산 대책'을 보면 국내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주범이 실은 정부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번 대책 내용은 크게 당초 예정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과 주택 취득세 절반 감면, 분양가 상환제 폐지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3.22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평은 생략하겠다. 다만, 이 가운데 취득세 감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취득세 전쟁'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중앙정부의 취득세 감면 정책 자체부터가 어처구니가 없다. 이미 87조 원 규모의 '부자감세'와 4대강사업 등 무리한 토건부양책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공적 채무가 2009년 이후 410조 원 이상 늘어난 상태다.

더구나 기획재정부의 주장대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세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낮추는 게 기본원칙이라면 부동산 보유세를 함께 올리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는 거의 무용지물이 됐고, 재산세도 미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집없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다주택 투기자와 건설업계를 지원해주는 대책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부의 취득세 감면 방침을 둘러싸고 지자체가 강렬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24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의 취득세 감면 철회를 요구했다. 사실 지금도 지자체 재정난이 심각한 상태다. 이런 판에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지방세수의 약 30% 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취득세를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 지자체들이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도표1>을 참고로 국내 지자체들의 전반적인 세입 구조부터 보자. 전국 지자체의 총세입은 순계 기준으로 2000년 65.1조 원이던 것이 갈수록 급증해 2008년에는 144.5조 원까지 이르렀으나 2009년에는 137.5조 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세외수입이 줄어드는 한편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고 국고보조금 증가도 주춤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국 지자체 총세입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2000년 이후 지방세 수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세외수입이 늘어나다가 2007년과 2009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양여금은 2004년까지 지급되다 2005년부터 지방교부세로 통합돼 지급되고 있는데, 지방교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를 배정받은 것과 종합부동산세 세수 전액인 부동산교부금을 포함한 액수다. 이 같은 지방교부세는 2005년부터 꾸준히 늘다가 부동산교부금 등의 증가로 2008년에는 전년대비 9.2조 원 가량 급증한 30.7조 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09년에는 다시 26.5조 원으로 다시 4.2조 원 가량 줄어들었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내국세 세수 감소와 종합부동산세 감면에 따른 부동산교부금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계속 늘어나던 보조금도 2009년에는 미미한 증가에 그쳤는데 이 또한 감세 정책과 중앙정부 지출 급증에 따른 대규모 적자재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도표1> 지자체 총세입 및 지방세수입 내역별 현황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 총세입에서 지방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0.9%에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08년 31.2%로 떨어졌으나 2009년에는 34.2%로 급증하고 있다. 지자체의 세외수입과 지방교부세 및 보조금 등 중앙정부 지원이 줄면서 지자체의 재정 규모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이 지방 재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도표2> 지방세 세목별 세수 현황 및 전국 아파트 거래량 추이


이처럼 지자체 총세입 가운데 지방세 비중은 커지고 있으나 향후 지방세 수입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도표2>에서 광역시도에서 걷는 지방세 총액의 세목별 세수 추이를 통해 설명해보자. 참고로 지방세수는 광역지자체 세입과 기초지자체 세입으로 나눠 잡히는데 광역지자체 세입이 매년 전체 지방세수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광역지자체 지방세수를 세목별로 보면 취득세와 등록세(현재는 취득세로 통합)가 매년 전체 광역지자체 지방세수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교육세와 주민세, 재산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취득세는 주택 등 부동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미 부동산가격이 대세하락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 또한 장기간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실제로 취득세는 부동산 거래가 급증했던 2006년 이후 2007년부터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가 전체 지방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각각 16.6%, 22.8%였으나 2008년에는 15.2%, 15.7%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불과 5년 만에 두 세금의 합계 비중이 39.4%에서 30.9%로 8.5%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2009년에는 현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거래가 다소 증가했지만 2008년 7월 대구시부터 시작되어 전국 각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취득세 한시 감면(50% 감면) 혜택 시행으로 취득세 수입은 더욱 감소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이미 장기 대세하락 흐름에 접어들어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말 이후 장기간 구조적인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지방 재정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한시 감면했던 취득세를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3.22 부동산 대책'에서 다시 부활키로 했다. 이런 상태에서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나설 수밖에 없다.

사실 중앙정부가 재정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도 심각한 상태에서 재정 보전 대책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것임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정작 더 분노해야 하는 것은 정직하고 성실한 일반 납세자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경제 규모는 7500조 원,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규모는 1064조 원에 이른다. 자산경제 규모가 생산경제보다 7배 크지만, 부과되는 세금은 생산경제 쪽이 4배 이상 많다. 근로소득에 불로소득보다 30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셈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특검에서 밝혀진 것만 4조50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세금 한 푼 안 냈고, 한화태광 등 다른 기업에서도 비자금을 통한 탈세 소식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주식에서 수천, 수억 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연봉 수천만원인 근로소득자는 연간 수백만 원의 세금을 원천징수당한다.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세금계산서 없는 거래를 통해 자영자들의 탈세도 매우 심각하다.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자는 고소득자가 많지만, 지역가입자중 고소득자는 멸종위기종으로 보일 정도로 탈세가 만연해 있다. 더구나 부패와 각종 비자금의 온상 건설업계에서는 매년 10조~20조 원씩 비자금이 조성돼 수조원의 탈세가 횡행하고 있다.
▲ ⓒ프레시안(조형·사진=손문상)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정책으로 오히려 전속력으로 역주행했다. 국세 수입의 3대 축 가운데 법인세, 소득세수는 주는데 모든 국민이 소득수준 상관 없이 내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고 떠벌렸던 감세정책 이후 고소득의 경상조세 부담은 확 준 반면 저소득층의 부담은 확연히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3.22 부동산 대책은 또 다시 성실한 납세자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걷어 부동산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지원해주는 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삥'을 뜯고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친서민'이니 '공정사회'라는 립서비스만 요란한 정부를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들만 '봉'이 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때다. 이 땅에 진정한 조세재정구조개혁, 즉 세금혁명이 지금 필요한 이유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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