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8일 금요일

포내천 생태탐방, 자연이 이끈 동심 여행동심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의 물바람숲블로그에서 퍼온글입니다.

어럼풋한 안개 낀 8km 돌고 돌아 그때 그 풍경
추억의 먼지 털어내고 불러낸 들꽃, 새,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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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내천 뚝방길을 걷고 있다.

한강 하구에 위치한 김포시는 '한반도 안의 반도'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16개의 하천과 55개의 소하천을 가지고 있는 평야지대이다. 7월2일 포내천을 탐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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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내천 하류 모래톱이 쌓여 있다.

통진면 옹정리에서 시작되어 6개의 소하천을 거느리고 있는 포내천은 평야를 사이에 두고 한강과 만나는 김포 하천의 특징과 달리 모래톱도 있고 야산을 끼고 감돌아  8㎞를 흘러가 월곶면 포내리 염하강과 만나는 하천이다.

지루했던 장마가 잠깐 물러가 날씨는 흐렸지만 탐방하기엔 덥지도 않고 어렴풋이 안개가 껴 분위기 있는 날이었다. 탐방 길에 나선 30여 명의 사람들도 너무나 즐거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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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러미엉컹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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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태어나 손톱 크기의 아주 작은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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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까치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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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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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쑥부쟁이

포내천 둑길에는 들꽃이 활짝 피어 있었고 어린 청개구리도 보였다. 하천엔 흰뺨검둥오리, 쇠백로, 왜가리. 중백로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이 보인다.

괭이갈매기가 물고기 한 마리를 주웠다. 손바닥 만한 큰 놈이다. 괭이갈매기에게는 횡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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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를 주운 괭이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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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가마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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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뺨검둥오리

뚝방에 핀 꽃 이름을 일행인 남영애씨가 물어본다. 김선화씨가 성의껏 답해 준다. 어린 시절 무심코 지나갔던 식물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모두들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 하나 꽃 이름을 외운다.

포내천을 따라 내려가다가 포내리 동네를 지나 논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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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름을 설명하는 김선화씨, 모두들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벼가 제법 포기가 커져 힘차게 자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렁이, 거머리, 달팽이, 소금쟁이, 벗풀이 있고 개구리밥이 논물을 가리고 있다. 유난히 우렁이가 많아 이 지역은 무농약 농법을 하는 곳으로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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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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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실잠자리. 다리에 타원형 방패 모양의 부속기관이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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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 옆에 우렁이 새끼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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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먹이를 노리는 대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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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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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한참을 걸어 논길을 벗어나니 염하 강이 보인다. 철책으로 막혀있는 염하 강 옆길을 따라 걷는다. 철책 아래 토종 흰 민들레와 토종 민들레가 보인다. 왠지 반갑다.

서양민들레에 밀려 보기 힘든 토종 민들레를 만났기 때문이다. 김선화씨가 설명한다. 토종민들레는 꽃받침이 위로 올라가 있고 서양민들레는 아래로 쳐져 있다고. 박주가리 잎에 중국청남색잎벌레가 화려한 색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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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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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청남색잎벌레

철책선이 마음에 걸린다. 분단의 현실 때문일까? 괭이갈매기는 자유롭게 철책을 넘나든다.

포내천이 끝나는 수문 앞에 도착했다. 폐쇄된 옛날 강화대교가 철책선 사이로 보인다. 이곳이 포내천과 염하 강이 만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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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선 너머 폐쇄된 옛 강화대교가 보인다.

1시간 40분 정도 걷다 보니 휴식도 필요하고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메밀 막국수 집으로 향했다. 감자전에 시원한 막걸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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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으러 가는 길.

선 목부터 축이기로 했다. 모두들 잔을 들고 '자연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곧 이어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모금 막걸리는 청량제와 같았다. 모두들 시원해한다.

점심을 마치고 월곶면 포구곶리 둠벙으로 향한다. 둠벙은 논가에 있는 웅덩이를 가리키는 친근감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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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잡으러 어디로 갈까? 둠벙으로 향하는 일행들.

둠벙은 농수로가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농경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 아직도 포구곶리, 성동리, 용강리는 농수로 없이 저수지와 둠벙 물을 이용하고 있다. 

농수로가 설치되고 경지정리가 되기 전, 둠벙이 있는 논은 논에서 논으로, 논에서 밭으로 물을 흘려주는 생명의 근원이었다. 대부분 우물보다는 크고 깊이는 1m 이상, 가장자리는 돌이나 흙으로 쌓았다. 그런 둠벙이 사라져 가고 있다. 

지금의 관 농수로는 생물들이 빠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한다. 농수로가 발달하고 경지정리가 진행되면서 둠벙 논은 물구덩이 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이라면 농사철이면 물을 공급해주고 물고기를 잡던 둠벙의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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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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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따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지금 40~50대 장년층으로 시골에 살았던 이들에게 둠벙의 생태계는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었다. 둠벙은 수서곤충과 어류들이 모여드는 곳이며 생명이 탄생하는 소우주이다. 

걷던 도중에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보았다. 우르르 그곳으로 달려간다. 한욱큼씩 따서 입에 넣는다.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돌아간 것 같다. 자연은 우리에게 순수한 마음을 심어주는 것 같다. 나이를 구별하지 않고 받아주는 자연은 우리들 마음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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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길씨가 둠벙을 열심히 뒤지고 있다.

족대를 들고 최구길 씨가 둠벙으로 들어가 몰이를 한다. 박남순씨가 도움을 준다. 모두들 긴장된 모습으로 무엇이 나올까 지켜본다. 족 대를 들어 올렸다.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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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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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에서 잡은 수서곤충, 어류를 설명하고 있다.

미꾸라지, 붕어, 우렁이, 잠자리 애벌레, 참개구리 올챙이가 보인다. 장마 중이라 그런지 많은 종의 어류와 수서곤충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들 한다. 어린 시절 하지 못한 체험을 이제 하면서 무척이나 즐거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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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개구리 올챙이 뒷다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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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태어난 참개구리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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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

검문소에서 통과절차를 받고 철책 밖에서 유도를 관찰하였다. 유도는 염하강, 예성강, 한강, 임진강이 합치는 곳이며, 법적으로 한강수계가 끝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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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의 초병,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유도는 바위로 이루어진 55만 2750㎡ 규모의 섬이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산1번지가 주소다. 활엽수, 침엽수가 혼재해 있고 남한 쪽으로 갈대가 잘 형성되어 있다. 비무장지대인 유도는 사람들에게는 아픔의 섬이지만 새들에게는 평화의 섬이다. 떠내려 가던 섬이 머물러 생겼다는 뜻에서 머물 류(留)와 섬 도(島)자를 써 유도(머무루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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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

유도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저어새가 번식하는 곳이지만 4년 전 부터 보이지 않는다. 민물가마우지와 백로류의 숫자가 증가되면서 번식할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간혹 농경지를 찾아드는 저어새가 관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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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에 유도가 어렴풋이 보인다.

고라니가 새끼를 데리고 외출했다. 차창 밖을 내다보며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탐방자들의 얼굴은 자연을 닮아 있었다. 자연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힘을 가졌나 보다.

윤순영/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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