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6일 일요일

4대강 현장의 아찔한 수해 대비

이기사는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의 물바람숲블로그의 글을 퍼왔습니다.

위험천만한 작업 현장, 굴삭기 물살에 쓸려갈라
봄 수해 이후 그나마 있던 '자연'은 '인공'으로 바뀌어


엊그제 중부 지방에는 본격적으로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은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만, 다행히 남한강 일대에는 30mm 안팎의 비가 내렸습니다. 남한강 4대강 사업 공사현장이 걱정이 되어 다녀왔습니다.

현장은 기상청의 '최고 150mm 비' 예보에 부랴부랴 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 예보만큼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참사가 일어날 만큼의 아찔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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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댐 건설현장입니다. 6월 23일 현재까지도 강물의 반 이상을 막아 두고 두 개의 수문 사이로만 물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현'과 '대'의 기둥 사이로만 물이 흐르고 있고 '건'자 오른쪽으로는 물이 막혀 있습니다. 그 안쪽으로는 두 개의 수문과 소수력 발전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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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과 '설' 사이의 수문은 완성이 되었는지 그 앞의 임시 물막이는 걷어내고 있었습니다. 철거작업을 하는 포크레인은 굉장히 위험해 보였으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강 속으로 고꾸라질 것만도 같았습니다. 또, 발파석으로 된 부분을 걷어내고 흙 부분만 남게 되었을 때 비가 많이 온다면 그대로 유실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비가 한 번에 많이 오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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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더 위험하게 작업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수문 바로 아래서 임시 물막이를 철거중인 굴삭기가 있었습니다. 수문에서 흘러나오는 강한 물살이 임시물막이 아랫 부분을 침식해 굴삭기를 쓸어가 버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 위로 비가 많이 와 임시 물막이가 약해진다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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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을 반대편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수면에서 1m도 안 되는 임시 물막이 위에 굴삭기와 트럭이 위태롭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올 때 순식간에 물이 불어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작업은 '미친 짓'입니다. 20명 이상 목숨을 앗아간 4대강 현장입니다. 이곳에서 그들이 얼마나 생명을 경시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작업을 지시한 업체는 작업자의 위험을 전혀 생각지 않는다는 것을 이곳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보 대로 150mm 의 비가 쏟아졌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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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댐 아래에서 합류하는 금당천입니다. 작년 추석 때 비로 완성되었던 하상유지공이 다 무너졌던 곳입니다. 올 봄에 다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합수점 준설량이 많고, 자체 유량이 많은 편이라 이 정도의 유지공은 다시 무너질 거라 예상이 됩니다. 그나마 비가 많이오기 전에 완공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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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서 흘러나오는 섬강입니다. 이곳도 돌 망태로 된 유지공을 설치해 두었습니다. 많은 비가 올 때 유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곳 역시 유지공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하천토목 전문가인 박창근 관동대 교수님은 '아주 튼튼한 콘크리트로 만들지 않는 한 이 정도의 유지공은 견딜 수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미 크지 않은 비에 유실되는 모습을 본 저로서 이것이 유실될 것이란 예상이 어렵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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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천 합수부입니다. 이곳 상류에는 멸종위기 어류인 흰수마자가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래강에서 살아갑니다. 즉, 이곳은 모래유출량이 엄청난 곳이죠. 사진에 보이는 모래들은 준설이 끝난 뒤 다시 쌓였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이 모래들은 이곳에만 머물지 않고 남한강 본류로 대거 흘러 들어갈 것입니다. 흘러 들어가는 양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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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륵사 맞은 편 고층 호텔 공사장입니다. 원래는 버드나무와 수변식물들로 가득한 제방이었지만 공사를 시작하며 인공제방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끝냈어야 하는 것을 콘크리트 블럭을 아직까지도 반도 못채운 상태입니다. 수위가 조금만 올라와도 다 유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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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댐 건설 현장입니다. 은색찬란(?)한 구조물을 기둥 위에 얹어 두었습니다. '데코레이션'을 하는 건 공사가 거의 끝나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아이보리색의 수문도 다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왼쪽의 소수력 발전소 부분엔 아직 높은 임시 물막이가 쳐 있고, 5개의 수문 앞에도 아직 임시 물막이가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부분은 가장 오른쪽의 수문 한 곳밖에 없습니다.

비가 많이 온다면 아직 임시 물막이가 철거되지 않은 다른수문으로 강물이 흐를 텐데, 자연적으로 임시 물막이를 철거하려는 것일까요?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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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비에 유실되었던 부분입니다. 자연형 어도, 생태광장, 문화광장 등이 있던 곳입니다. 유실되기 전에는 기초가 대부분 흙으로 된 상태였습니만, 지금은 거대한 발파석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비교적 생태적인 시설에서 인공적인 시설로 변경한 것 같습니다. 

수문을 한 개만 열어둔 상태라면 다시 이곳으로 강물이 몰릴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유실이 될 것입니다. 또한 무너졌던 건너편 제방의 경우도 콘크리트로 보강을 하고 있습니다만,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겨우 반 정도 완성한 상태입니다. 수문이 있는 부분을 빨리 완공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무너질 우려가 있습니다. 

안전 생각해 장마철이라도 공사 중단해야

올 봄 정부에서는 6월까지 준설공사와 댐(보) 건설공사를 마치고 장마를 대비한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장을 많이 다니던 저로서도 '그 정도 기간에 지금까지의 밀어붙이기 속도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6월 말로 치닫고 있는 현재 보는 아직도 완공 전으로 임시 물막이가 강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준설은 거의 다 했다고 하는데 곳곳에 다시 쌓인 곳이 보입니다. 

4~5월의 봄비에 무너졌던 구간의 보강공사는 대부분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자연'은 사라지고 '인공'만 남게되었습니다. '살리기'라는 말은 거짓 그 자체인 셈이죠. 

오늘도 비가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장마전선은 다소 아랫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번엔 낙동강, 금강, 영산강이 걱정이네요. 곧 태풍 '메아리'가 닥친다고 합니다. 6월에 오는 태풍은 대체적으로 약했다고는 하지만 한반도에 머물고 있는 장마전선과 겹쳐진다면 얘기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큰 비를 대비한다며 임시물막이를 부랴부랴 철거하는 등 위험한 상황을 많이 연출하는데요. 당연하게도 그 대비는 이미 했어야지요. 너무 급하게 진행한다고 노동자의 안전은 생각지도 않는 대기업, 정부의 모습에 너무 화가 납니다. 비가 오는 강에서 작업을 계속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완공 단계에 있지만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장마기간 동안이라도 잠시 멈추어주시기 바랍니다.

김성만/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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