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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6일 일요일

비겁의 벽 향해 날아간 작은 돌멩이의 외침


이글은 한겨레21 2013-05-20일자 제961호 기사 '비겁의 벽 향해 날아간 작은 돌멩이의 외침'을 퍼왔습니다.
[특집1] 재심 시국사건 무죄 구형으로 정직당한 임은정 검사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 취소 소송, 무죄 확실 재심 공판도 “원칙 따른 선고” 구형… 여검사는 조직의 비겁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2013년 2월,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임은정(38) 검사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4개월’ 처분을 내린다. 5·16 쿠데타 뒤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제정한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6년간 옥살이를 한 고 윤길중 재심 공판에서 검찰 지휘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달라’는 속칭 ‘백지구형’을 주장했는데, 공판을 맡은 임 검사는 무죄 구형을 주장하며 반대했다. 하지만 임 검사의 상사인 공판2부장은 공안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른 검사에게 사건을 재배당했다. 이러한 직무이전 지시를 어기고 법정 안 검사 출입문까지 걸어잠그며 무죄 구형을 강행한 그는 ‘소신을 지킨 용감한 검사’와 ‘절차를 무시한 막무가내 검사’라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소신 검사’ vs ‘막무가내 검사’

지난 5월6일, 임 검사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소장을 통해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관행적으로 하고 있는 백지구형은 적법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구형 지시를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 구형 및 항소에 관한 업무지침 제8조에 따라 피고인이 유죄라고 판단한다면 ‘죄에 상응하는 형’을 구형해야 하는데, 실체적인 내용 없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구형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 공판2부장에게 검찰청법 제7조에 명시된 이의제기권을 서면으로 제기했지만, 서면 답변 없이 일방적으로 직무이전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시는 검찰총장·검사장 및 지청장 고유 권한이므로 공판2부장의 명령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법무부가 법리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백지구형 및 직무이전 명령의 적법성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내부 게시판에 ‘징계청원’ 글을 올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라 오후 2시부터 오후 반일연가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무단으로 무죄를 구형한 뒤 반일연가를 이유로 정오께 법원에서 바로 퇴근해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등 사건 본질과는 무관한 이유까지 내세워 중징계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지난 2월 창원지검으로 인사 발령이 난 상태로, 정직 기간이 끝나면 다시 검찰로 돌아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임 검사가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한겨레21)은 징계 처분 취소 소장과 일부 첨부자료 등을 단독 입수해, 논란이 된 무죄 구형을 하기 전후의 상황을 되짚어보았다. 당사자인 임 검사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언론에 나서 의견을 피력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며 완곡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2012년 12월28일 오전 10시. 임은정 검사는 담당 사건 재판이 끝났음에도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1시간 전, 마지못해 같은 부 소속 후배 이아무개 검사에게 윤길중 재심 사건 공판 카드(공소사실과 증거관계 등을 담은 서류)를 넘긴 참이었다. 검사석으로 향한 그는 ‘징계 청원글 게시판에 올려뒀으며, 무죄 구형할 것이다’라고 쓴 메모지를 검사 출입문에 붙였다. 그리고 법정 안에서 문을 잠근다.

검찰청법이 보장한 이의제기권 행사했지만


» 2011년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은정 검사가 2007년 자신이 담당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사건은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됐다.

오전 11시, 예정된 재판이 시작됐다. 고 윤길중은 1962년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6조 위반(반국가행위)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68년 출소한다. 통일사회당 간부인 그의 공소사실은 장면 정부가 추진한 반공임시특별법 및 데모규제법 반대, 영세중립 통일을 주장하는 시위 주도 등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공무·동조했다는 것이었다. 공판 과정에서 “반공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야당 탄압 도구로 이용될 우려가 있는 2대 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를 비롯해 혁신계 정당 인사들은 쿠데타 세력에 의해 ‘불순세력’으로 지목돼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영장도 없이 체포돼 불법 구금된다. 윤길중 역시 쿠데타가 일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1961년 5월22일 체포돼 12월11일 혁명재판소에 기소될 때까지 200일 넘게 갇혀 있었다. 이러한 불법행위엔 검찰도 결부돼 있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윤길중은 항소했지만 기각된다. 당시 혁명재판소는 2심제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 김상환 재판장이 검사에게 구형을 요청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검사가 구형을 시작했다.
“피고가 북한에 동조하였다는 당시 혁명재판소의 기소 이유는 이유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내려주십시오.”
변호인의 변론 차례였다. 뜻밖의 무죄 구형을 접한 이덕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는 “20여 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교과서에서나 보던 무죄 구형을 처음 본다”는 소회를 털어놨다.
울먹이며 최후 진술을 한 재심 청구인은 고 윤길중의 손녀 윤은희(28·가명)씨였다. 그는 이날 2011년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 고 윤석인씨를 추억했다. 윤길중의 둘째아들인 윤석인씨는 2010년 도산 안창호 선생 비서실장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했던 구익균(2013년 작고·당시 102살) 선생 등 같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통일사회당 인사·유가족들과 함께 재심을 청구한다. 유죄 선고 뒤 반세기 만인 2011년 1월25일, 이들에 대한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첫 심리가 열렸다. 이날 감격에 겨워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윤씨는 다음날 새벽,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진다. 재심 청구인이 사망하면서 윤길중의 재심 심리는 중단된다. 공동 피고인인 구익균 등 5명에 대해선 재심 개시가 이뤄져 1·2심 무죄 선고 뒤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법과 원칙대로 선고해달라’는 구형을 하려던 검사가 민원인 출입문을 통해 법정에 들어섰을 땐 이미 무죄 구형이 끝난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간, 검찰 내부 게시판에는 임 검사가 미리 써둔 ‘징계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열흘간의 우여곡절이 담긴 내용이었다.
2012년 12월17일 임 검사는 재심 사건 기록 및 법리 검토를 한 뒤 무죄 구형을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를 맡은 공안1부 검사는 백지구형 의견을 제시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날 무죄 구형 변경 결재를 시도했으나, 상급자인 공판2부장은 공안1부 의견이 타당하다며 백지구형을 지시했다. 이에 임 검사는 검찰청법에 명시된 이의제기권을 구두로 행사했고 12월20일 서면으로 작성해 결재를 올렸다. “이의제기권. 예전에 검찰청법 조항을 들여다보며 이걸 누가 행사하나 했는데, 나구나.”(2012년 12월18일 미니홈피 게시글)
그의 주장은 무죄 구형을 하거나 이같은 내용으로 구형을 변경하기 어렵다면, 공판검사가 아닌 수사 담당인 공안1부 검사가 직접 구형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심 사건 구형 변경을 두고 공소심의위원회 개최 방안이 논의됐는데, 그는 ‘무죄 구형 또는 공안1부 검사 직접 관여’가 아닌 다른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에 따를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공소심의위 개최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공판2부장은 12월21일, 재심 사건을 같은 부 소속 검사에게 담당하도록 했다.
그리고 12월28일, 서울중앙지법은 고 윤길중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대 법안 반대 활동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북한에 동조하는 활동으로 볼 수 없고, 영세중립화 통일론은 ‘미소 양국 세력권에서 벗어나 영세중립화 통일조국을 수립하는 것만이 통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으로 공산주의를 제창한 것도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의 행위에 소급 적용된 특별법 조항이 ‘위헌’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며칠간 마음을 끓여온 재판은 10여 분 만에 마무리됐다.
“후환을 예상하고 오후 반가를 미리 결재받아놓은 것을 기화로 재판을 끝낸 후 계속 법원을 배회하다 점심 무렵 휴대폰을 끈 채 서울 시내의 인파 속으로 숨어들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있었지만, 그래도 겁이 나 뭘 먹어도 체하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2012년 12월29일 미니홈피 게시글)

‘법과 원칙 따라 선고해달라’는 비겁함

얼핏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달라’는 구형은 흠잡을 데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임 검사는 백지구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시 거부까지 한 것일까. 10년 넘게 검사 일을 한 그에게도 백지구형은 낯설었다. 지난해 9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대통령 긴급조치 1호와 4호를 위반한 혐의로 징역을 살았던 박형규(89) 목사의 재심 사건에 대해 구형 변경을 고민하면서 백지구형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7월26일자로 담당 재판부가 바뀌었는데, 그 무렵 박형규 목사님 긴급조치 위반 사건 재심 개시 결정이 있었다. 징역 15년의 종전 구형을 유지할 수 없는 사안이라 구형 변경을 해야 했다. 비슷한 경우 어떻게 하는지 수소문해보니 종전 구형을 원용하거나 속칭 ‘백지구형’을 하고 있었다. 대학교·사법연수원·법무연수원에서 검사는 공익의 대변자로 무죄는 무죄라고 말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사법의 암흑기에 사형 등을 구형한 사건에 대해 어떻게 똑같은 형을 다시 구형할 수 있는지, 검사의 의견 진술 및 객관 의무는 법적 의무인데 어떻게 이를 방기할 수 있는지 황당하기까지 했다.”(임은정 진술서 )
박형규 목사 재심 사건에 대한 무죄 구형 과정에서도 공안부와 의견 충돌이 있었다. 임 검사는 공판2부장·차장·검사장을 찾아다니며 구형 변경 결재를 받은 뒤 지난해 9월6일 무죄 구형을 한다. 그리고 며칠 뒤, 검찰 내부 게시판에 ‘민청학련 관련 사건 공판 소회’라는 글을 남긴다.
“그 글로 인해 뒤늦게 무죄 구형 사실을 알게 된 속칭 공안통 선배님들의 전화에 상사가 시달리고 나도 여기저기 불려다녔는데, 꾸중을 듣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네가 그 시절의 검사였다면 어떻게 할 수 있나, 달리 했겠나’란 질문을 듣고 가장 놀랐다.”(임은정 진술서)

시민 분노 포용 못하는 검찰의 ‘원칙’

윤길중 재심 사건을 놓고 공안부는 무죄 선고가 확실하다고 예상하면서도 백지구형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록 등이 없어 무죄를 확신할 수 없고 법정 자백 등 증거가 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임 검사는 법정 자백에 대해 한자로 적힌 2심 판결문 내용으로 보아, 공소사실에 기재된 정치활동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일 뿐 반국가단체 활동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반박한다. 2011년 검찰은 같은 이유를 들어 구익균 재심 사건 1심 무죄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임 검사와 비슷한 해석을 내려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은 과거사 재심에 대해 지금의 기준으로 과거 법원의 판단을 재단하는 것이 옳은지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부장급 검사는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면 재심공판에서 무죄 구형을 하겠지만 과거사위처럼 다른 기관에서 조사해 재심을 권고할 때 ‘특별히 반대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백지구형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검사는 담당자도 현직에 없고, 기록 확보가 안 될 경우 무죄를 확신할 수 없어 이러한 구형이 이뤄진다고 짐작했다.
검찰은 재심 사건에서 관련 법이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았거나, 증거가 있는 경우 종전 구형을 원용하거나 백지구형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 처벌자에 대한 재심 개시와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았다. 검찰이 ‘무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윤길중 재심 선고가 있기 3개월 전, 수원지법은 이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속돼 복역했던 김정태·김을수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6조는 지나치게 자의적이어서 위헌성을 따져봐야 하지만 고령인 피고인들의 신속한 명예회복을 위해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겠다”며 “늦었지만 피고인들이 겪었던 일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덕우 변호사 역시 같은 이유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이 재심 사건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규명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증거를 발견해 무죄 구형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검사들의 ‘원칙’은 시민들의 ‘분노’를 포용하지 못해왔다. 검사 출신인 김희수 변호사는 구형의 의미에 대해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의견일 뿐이지만 검찰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국 사건과 관련해 이루어지는 재심은 형사·사법의 치욕적인 과거를 되돌아보고 정의를 다시 세우는 작업인데, 백지구형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의견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명백히 비겁하고 정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고문 피해자들이 국가배상금의 일부를 내놓아 설립한 재단법인 ‘진실의힘’의 송소연 이사는 백지구형에 대해 검찰이 공익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역사의 피해자들에게 ‘법과 원칙을 어겼다’는 암시를 주기도 하는데, 백지구형 뒤 항소하는 경우도 있다.


» 신규 임용 검사들은 누구나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수호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지녀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을 다짐하기 위해 검사선서문에 따라 선서를 한다. 한겨레 자료

“사람 우선시하는 법의 따뜻함 보았다”

2012년 12월28일 이후, 임 검사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도대체 왜, 무죄 구형에 직을 거느냐’는 질타와 질문이었다. 백지구형을 해도, 공안부의 예상처럼 무죄 선고는 뒤집히지 않았을 터다. 그가 얻으려던 것이 무엇인지 직접 물을 순 없었다. 다만 할아버지를 대신해 재심을 청구했던 손녀는 기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검사님의 무죄 구형 덕분에 저와 제 가족은 오랜 기다림 속에서 생각보다 이르게 1심에서 최종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께도 한 줄기 빛과 작은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에 무지한 일반인 입장에서는 법원의 크고 작은 결정 하나가 너무도 크고 무섭게 느껴질 뿐이지만, 검사님의 용기를 통해 저와 제 가족은 원리와 원칙만 고집하지 않고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법의 따뜻한 일면을 보았습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2013년 3월 15일 금요일

조용기 목사 고소한 장로들 무더기 징계


이글은 뉴스앤조이(NEWSNJOY) 2013-03-13일자 기사 '조용기 목사 고소한 장로들 무더기 징계'를 퍼왔습니다.
3명 제명, 25명 정직…고소인 장로들 고소 취하할 뜻 없어

여의도순복음교회가 3월 13일 교회 재판부인 당기위원회(당기위)를 열고 조용기 목사를 고소한 장로들을 징계했다. 고소에 참여한 장로 중 3명은 제명했고 25명은 정직했다. 당기위에 참석한 장로 44명 중 35명이 찬성했고 9명이 반대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올해 2월부터 조용기 목사를 고소한 장로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교회 재정을 배임·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조용기 목사를 소환해서 조사했고, 올해 2월에는 혐의를 확인했다. 검찰의 수사망이 조 목사를 시시각각 조여 오자 이 목사는 고소인 장로들에게 3월 12일까지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영훈 목사의 압박에도 고소인 장로들은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3월 12일에 열린 여의도순복음교회 윤리위원회 조사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3월 13일 당기위 회의에 출석해 최후진술을 했다. 고소에 참여한 장로들은 고소를 취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실 (raindrops89)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파업기자 ‘보복 징계’ 난무…공정보도 약속도 헌신짝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3일자 기사 '파업기자 ‘보복 징계’ 난무…공정보도 약속도 헌신짝'을 퍼왔습니다.

<문화방송>(MBC) 카메라·취재 기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 사쪽이 영상취재부를 폐지하고 카메라 기자들을 취재부서별로 배치한 것에 대해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보복 인사”라고 주장하며 삭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사합의 뒤집는 언론사들
 MBC·KBS·연합뉴스·국민일보 등
해고·정직 일삼고 업무서 빼기도
박근혜 띄우기·비리사주 옹호 등
‘공정성 강화’ 외면한채 편파보도
“정권유지 판단, 노조 무력화 나서”

(문화방송)(MBC) ㄱ기자는 지난 20일부터 방송국이 아닌 서울 잠실동의 문화방송 아카데미로 출근한다. 사쪽이 지난 17일 파업 참가자 20명에게 ‘3개월 교육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첫날 대학교수가 진행하는 문학 수업을, 이튿날에는 작곡가 돈 스파이크의 대중문화 강의를 들었다. 수강자 가운데는 아카데미 원장보다 입사 선배인 경력 30년차부터 5~6년차까지 섞여 있다. ㄱ기자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 현장에서 열심히 취재해야 하는데, 업무와 관계없는 강의를 듣고 있자니 자괴감이 생긴다”고 토로했다.(문화방송)(MBC)·(한국방송)(KBS)·(연합뉴스)·(국민일보) 등 장기 파업을 끝낸 언론사들에서 보복성 인사가 잇따르면서 기자와 피디 등이 취재와 제작 현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일부 언론사에서 ‘징계 최소화’라는 노사 합의까지 무색하게 만들면서 젊은 노조원들을 보도 현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본보기 처벌 효과를 노림과 동시에 ‘공정 보도’ 요구를 무력화하려는 책략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노사 대립이 가장 첨예한 문화방송에서는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피디 다수가 본업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태다. 170일의 파업 뒤 50명이 기존 업무와 무관한 미래전략실·신사옥건설국·‘용인드라미아개발단’ 등으로 전보됐다. 신사옥건설국으로 발령받은 한 노조원은 “건설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 서핑으로 보낸다”고 말했다.한국방송도 지난 10일 김현석 새노조 위원장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리는 등 6명에게 정직, 6명에게 감봉 처분을 내렸다. 연합뉴스 역시 지난 14일 공병설 노조위원장에게 정직 12개월 처분을 내리는 등 7명을 중징계하고, 6명에게 견책 등의 조처를 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20일 ‘회사의 명예 실추와 해사행위’를 이유로 들어 노조원 1명을 해고하고, 3명은 권고사직, 5명은 정직, 4명은 감봉에 처했다.


잇따른 징계로 파업 참가자들이 사쪽과 합의한 ‘공정 보도’도 물건너가는 추세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10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경선 출정식에 맞춰 ‘박근혜는 누구인가’에서부터 ‘드레스 코드’까지 무려 20여건의 박 후보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노조는 “낯뜨거운 박비어천가”라고 반발했다. 한국방송은 최근 2008년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를 했던 조준웅 변호사 아들의 삼성전자 특혜입사 의혹 취재를 다른 언론사들보다 앞서 해놓고도 보도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 “권력과 자본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본분을 망각한 처사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철우 한국방송 새노조 홍보국장은 “언론사 사쪽이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대량 징계를 가하는 등 보복을 일삼고, 공정성 강화 장치 마련 등의 합의를 해놓고도 편파 보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언론사들이 비판적 성향의 기자·피디들을 취재·보도 현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문화방송 노조와 민주통합당 쪽에서는 애초 새누리당 쪽이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진을 통해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을 교체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현상유지를 통해 박근혜 후보에게 우호적인 방송 환경을 이어가려는 태도로 선회하지 않았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동의대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낙하산 사장들이 공정 보도를 외친 후배들을 힘으로 제압하려 하고 있다”며 “결국 여권 후보에게 유리한 언론 환경을 유지하려는 의도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은 “교육명령은 징계가 아니라 직원에 대한 투자 개념의 연수”라며 ‘보복성 징계’라는 시각을 부인했다. 한국방송 관계자는 “95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파업으로 방송 차질을 빚게 한 책임을 묻기 위해 징계가 불가피했다”며 “그러나 뒤늦게나마 파업을 접은 점 등을 감안해 재심을 통해 징계 수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2012년 6월 20일 수요일

YTN, 노조위원장 등 3명 중징계


이글은 뷰스앤뉴(Views&News) 2012-06-19일자 기사 'YTN, 노조위원장 등 3명 중징계'를 퍼왔습니다.
민주당 "참으로 어이없는 적반하장"

YTN 사측이 19일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 3명에 대해 중징계결정을 내렸다.

YTN 사측은 이날 불법파업 주도, 업무복귀명령 거부, 불법점거농성을 통한 업무방해 등을 사유로 김종욱 노조위원장에 대해선 정직 6개월 처분을, 임장혁 노조 공정방송 추천위원장에 대해선 정직 4개월 처분을 그리고 하성준 노조 사무국장에 대해선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YTN 노조의 파업은 공정방송을 수호하고자 하는 노조원들의 정당한 요구에서 시작된 것이자 전 노조 지도부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라는 요구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YTN 사측이 노조원 3명에 대해 징계결정을 내린 것은 후안무치한 작태라고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대변인은 "YTN 파업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배석규 사장 본인이다. 보도국장 추천제를 일방적으로 폐지해 뉴스보도가 형평성을 잃어버리게 만든 배석규 사장이 바로 파업이라는 사태를 야기한 장본인"이라며 "그럼에도 노조원에 대해 징계결정을 내린 것은 퇴진해야 할 사람이 칼자루를 쥐는 참으로 어이없는 적반하장의 경우라 할 것"이라고 배사장을 맹비난했다.

최병성 기자

2012년 5월 31일 목요일

권재홍 앵커 퇴근저지했다고 MBC 박성호 기자회장 해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30일자 기사 '권재홍 앵커 퇴근저지했다고 MBC 박성호 기자회장 해고'를 퍼왔습니다.
최형문·왕종명 기자 각각 정직 6개월·1개월… “보복성 징계” 대응방안 논의

MBC가 30일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하고 최형문 기자회 대변인에 대해서는 정직 6개월, 왕종명 기자는 정직 1개월의 징계 조치를 내렸다.
MBC는 지난 3월과 5월 보도국 농성과 지난 5월 16일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퇴근 저지 과정을 문제 삼아 박성호 기자회장 등 3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특히 박 기자회장은 기자들의 제작 거부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해고 통보를 받았고, 지난 4월 재심에서 정직 6개월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지만 또다시 인사위에 회부돼 해고돼 노조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노조는 해고 징계 조치는 박 기자회장이 파업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당사자라는 점에서 보복성 징계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25일 MBC 기자회가 제작거부에 들어가며 서울 여의도 MBC방송센터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박성호 기자회장(오른쪽). 이치열 기자 truth710@

MBC 기자회는 지난 3월 5층 보도국 복도에서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한 해고에 항의해 침묵농성을 벌인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시용기자 채용 계획에 반대해 보도국 농성을 벌였다. 정해진 시간에 몇차례 구호 제창이 있었긴 했지만 절제된 형식으로 농성이 진행됐고 항의 당사자였던 권재홍 본부장과 황헌 국장이 보도국 농성을 통과할 때 구호를 외쳤을 뿐 물리력 행사는 없었다.
박성호 기자회장 등 세 사람은 "동료의 해고와 대체 인력 투입에 항의하는 절박한 심정을 평화적이고 비폭력적 방식으로 표출한 것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소명자료를 밝혔다.
사측이 지난 5월 16일 기자들이 권 본부장의 퇴근길 차량을 막아서 30분간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회사 질서 문란을 이유로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신체적 접촉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고, 시용기자 채용에 대한 기자들의 정당한 대화 요구였으며 시용기자 채용 계획에 대한 답변 의사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현장을 정리했다며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성호 기자회장
MBC 기자회는 지난 3월 5층 보도국 복도에서 박성호 기자회장에 대한 해고에 항의해 침묵농성을 벌인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시용기자 채용 계획에 반대해 보도국 농성을 벌였다. 정해진 시간에 몇차례 구호 제창이 있었긴 했지만 절제된 형식으로 농성이 진행됐고 항의 당사자였던 권재홍 본부장과 황헌 국장이 보도국 농성을 통과할 때 구호를 외쳤을 뿐 물리력 행사는 없었다.
박성호 기자회장 등 세 사람은 "동료의 해고와 대체 인력 투입에 항의하는 절박한 심정을 평화적이고 비폭력적 방식으로 표출한 것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소명자료를 밝혔다.
사측이 지난 5월 16일 기자들이 권 본부장의 퇴근길 차량을 막아서 30분간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회사 질서 문란을 이유로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신체적 접촉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고, 시용기자 채용에 대한 기자들의 정당한 대화 요구였으며 시용기자 채용 계획에 대한 답변 의사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현장을 정리했다며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보도국 농성 과정에서 명백한 업무 방해 행위가 없었고, 권 본부장엑 신체적 피해르 가한 직접적 인과 역시 없으므로 이에 대한 중징계는 부당하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MBC 기자회와 노조는 박성호 기자회장은 파업 국면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보복성 징계로 볼 수 밖에 없고, 최형문 기자와 왕종명 기자의 경우도 공식직함도 없이 활동해왔는데 노조 집행부보다 더한 징계를 받은 것은 꽤심죄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MBC 기자회는 세 사람의 징계 조치가 내려진 직후 기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5월 8일 화요일

‘부끄러움 아는 자’와 ‘부끄러움 모르는 자’


이글은 대자보 2012-05-07일자 기사 '‘부끄러움 아는 자’와 ‘부끄러움 모르는 자’'를 퍼왔습니다.
[최용익 칼럼] 시민사회와 정치권,언론노조 연대파업 풀기 위한 대안내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같아요.”

우연히 만난 어느 후배가 회사 측 임원과 간부들을 가리켜 내뱉은 말이다. 

지난 5월 4일 밤, 여의도공원에서 방송사 노조들의 연대파업 행사중 하나로 열린 시민문화제 「여의도의 눈물」 공연장에서 만난 MBC 후배기자의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그 말이 딱 맞다.’ 

파업 100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MBC노조와 60일을 넘긴 KBS노조 조합원들은 여전히 씩씩해보였다. 왜 안 그렇겠는가. 월급이 몇 달째 안 나오는 상황에서 힘이 빠질 만한데도 조합원들에 대한 잇따른 해고와 중징계, 시사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터무니없는 조직개편 등등으로 속을 박박 긁어 놓으니 파업을 접을래야 접을 수가 있겠는가? 거기에다 낙하산 사장에게 입 안의 혀같은 측근들을 지방사와 자회사 사장, 본부장 승진으로 보란 듯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앉아 있으니 약을 올려도 아주 작심하고 올리고 있는 꼴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임원들은 성과급 타령을 하고 있다니, 무노동무임금으로 고생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명색이 선배라는 회사 간부들이 정상적인 인간들로 보이겠는가 말이다. 전쟁터에서 포로로 잡힌 적군에게도 이런 식으로 모욕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후안무치도 유만부동(類萬不同)이요, 체면이나 염치와는 담을 쌓은 것 같은 인간말종(人間末種)적 작태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힐 터이다. 

탐욕에 눈이 뒤집혀 자기가 하는 일을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정신병에 반사회적 인격장애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일명 사이코패스 psychopath 라는 것이 있다. 그 증상이 앞서 열거된 낙하산 사장과 그 무리들이 보이는 행태와 비슷하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행동 양식을 반복적, 지속적으로 보인다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관심이나 걱정이 전혀 없으며, 사기(詐欺)를 일삼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것 등이 주요한 증상으로 거론된다. 앞의 후배가 지목한 간부라는 자들은 자신들이 이런 정신병 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 것일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유태계 이탈리아인 작가 프리모 레비는 종(種)으로서의 인간이 느끼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통찰력있는 관찰과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폴란드 모노비츠라는 마을에 세워진 아우슈비츠 제 3수용소에 수용돼 있던 그는 죽은 동료 유태인의 시신을 버리러(매장이 아니다!) 철조망이 쳐진 울타리 근처의 구덩이에 갔다가 우연히 철조망 건너편에서 러시아 기마병들을 발견했다. 1945년 1월 27일 정오 무렵이었다. 이 군인들은 독일군으로부터 수용소 일대의 지역을 해방시킨 러시아 군의 일원이었다. 1년 가까운 아우슈비츠 수용 생활 중 최초로 만난 독일군 이외의 외부인과의 상봉장면에 대한 묘사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들(러시아 해방군)은 널브러진 송장들과 파괴된 막사들과 얼마 안 되는 우리 생존자들 위로 낯선 당혹감에 사로잡힌 시선을 던졌다.--- 그들은 인사를 하지도,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 음울한 광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입을 봉해 버리는, 감히 무어라 할 수 없는 혼란스런 감정이 동정심과 더불어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바로 그 부끄러움이었다. 가스실로 보내질 인원 선발이 끝난 뒤, 그리고 매번 모욕을 당하거나 당하는 자리에 있어야 했을 때마다 우리를 가라앉게 만들던 그 부끄러움, 독일인들은 모르던 부끄러움, 타인들이 저지른 잘못 앞에서 올바른 자가 느끼는 부끄러움, 그런 잘못이 존재한다는 것에, 그런 잘못조차 존재하는 이 만물의 세상 속에 돌이킬 수 없이 자신이 끌어들여졌다는 것에, 그리고 자신의 선한 의지는 아무 것도 아니거나 턱없이 부족하고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는 것에 가책을 느끼게 만드는 바로 그 부끄러움이었다.”(프리모 레비 ‘휴전’, 1963, 이소영 옮김, 돌베개, 2010, 19~21쪽, 밑줄은 필자)

레비는 아우슈비츠에 수용된 유태인들과 러시아 해방군들이 조우한 최초의 순간, 양 쪽 모두에게 동일한 종류의 감정인 ‘부끄러움’이 관통했다고 증언한다. 유태인들에게 나치 독일군으로부터 온갖 망신과 모욕, 봉변을 당하면서도 죽지 못해 무기력하게 당하면서 비굴하게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다는 데 대한 수치심이 있었다면, 러시아 군인들은 유령이나 시체를 연상케하는 뼈만 남은 상태의 유태인들을 보고 그들이 당했을 고통의 무게와, 고통을 겪고 있던 그들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던 데 대한 인간적인 미안함과 그로 인한 자괴감을 가졌다고 진술한다. 그 순간 인간이라면 마땅히 느끼게 되고, 느껴야 할 정서적 공통분모가 바로 ‘부끄러움’이라는 것이다. 

MBC, KBS, YTN 등 방송 3사와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사들의 동시 연대파업은 한국언론 역사상 초유의 사태이다. 여기에 독선적인 교회권력에 대항해 파업을 벌이고 있는 국민일보와 박정희가 5.16쿠데타를 일으킨 뒤 강탈한 재산을 모태로 설립된 정수장학회의 사회환원을 외치며 농성중인 부산일보 등 언론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공영언론사 연대파업의 원인 제공자는 이명박(MB) 정권이다. 이 정권이 내려꽂은 낙하산 사장들의 전횡으로 공영방송, 공영언론은 지난 4년간 완전히 초토화됐다. 방송에서 뉴스다운 뉴스나 본격 다큐멘터리, 심층탐사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텔레비전을 켜도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뉴스보도는 정권찬양 일변도로 흐르고 있고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은 폐지되거나 축소, 왜곡됐으며 말을 잘 들을 만한 사람들로 주요보직을 채우게 되니 회사 내부의 민주주의가 시들어간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박정희나 전두환의 군사독재 이후, 적어도 90년대 초반의 김영삼 정부 때부터 약 15년간 착실히 쌓아온 방송민주화의 성과를 과신했던 방송인들은 설령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바뀐다고 해도 방송사 내에서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되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MB정권이 들어서자 낙하산 간부들의 지시에 저항적이거나 반발하는 방송인들은 해고, 정직 등 중징계에서부터 지방이나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등의 대규모 인사조치로 전면적인 물갈이가 이루어졌다. 이 정권 들어 이 같은 막무가내식 인사이동으로 피해를 본 방송인들만 3사를 통틀어 일천 명에 육박하고 있다. 


▲ 언론인들이 불법 언론장악! 불법 조중동 방송! 사태를 규탄하고 나섰다. ©임순혜

정치권력과 그 하수인인 낙하산 간부들의 부당하고 무도(無道)한 언론자유 탄압과 횡포를 견디다 못해 4년 만에 집단적인 항거의 움직임으로 나타난 것이 이번 파업이다. 이 정권들어 언론장악의 주범들은 대통령 수하의 홍보수석과 문화부 장관, 또는 방통위원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은 말 그대로 대리인 역할을 했을 뿐, 최종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MB는 무슨 일만 생기면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무책임하고 엉뚱하며 유체이탈적 발언을 하는 것으로 이골이 난 터이지만 결국 그가 결단을 내리거나, 내리도록 외부에서 강제하지 않으면 파업은 끝나기 힘들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파업사태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언론사 노조의 파업을 유발한 상대방-파업의 원인을 제공했고 따라서 파업을 풀어야 할 책임이 있는-인 MB를 비롯한 현 정권의 주요인물들이 도대체 예의나 염치와는 거리가 먼 ‘철면피족’이라는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정권이 투하한 공영언론사 사장들과 이 사장들이 임명한 본부장, 국장 등 간부들 또한 후안무치 면에서 난형난제다. 

결국 현재 일어나고 있는 방송 3사를 비롯한 공영언론사 동시파업은 MB정권 들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알릴 의무를 수행하지 못해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언론인들이 언론장악을 통한 지배집단의 유지, 강화를 꿈꾸는 MB정권을 상대로 벌이는 대회전(大會戰)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저항을 시작한 것이다. 승패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역사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의 승리를 기록하고 있다.

프리모 레비는 그의 저작에서 ‘부끄러움’이 가해자(압제자)와 피해자(생존자) 사이를 예리하게 가르며 영원한 상처로 남는다고 말했다. 언론인들의 파업이 오래 가면 오래 갈수록 파업을 유도한 낙하산 간부들과 MB정권에 대한 언론인들의 증오는 더 커질 것이고 이것이 후일 더 큰 후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언론노조 연대파업을 풀기 위한 대안을 만들어 내야할 필요성이 큰 이유다.

최용익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사설]성추행 검사, 법복만 벗으면 그만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22일자 사설 '[사설]성추행 검사, 법복만 벗으면 그만인가'를 퍼왔습니다.
법무부가 출입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여성 기자들을 성추행한 최재호 부장검사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달 초 대검찰청이 최 부장검사에 대한 ‘중징계’를 청구한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정직’은 검사징계법상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면직·정직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이다. 같은 날 법무부는 유흥주점에서 변호사에게 수십만원대 향응을 받은 검사 2명에게 한 단계 높은 면직을 의결했다. 법무부는 공적 장소에서 여기자 2명을 성추행하고 이들이 수차례 항의하는데도 멈추지 않은 최 부장검사의 행동을 변호사에게 술접대 받은 것보다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한 셈이다.

우리는 최 부장검사에 대해 검사 징계 중 가장 무거운 해임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비리 검사가 사표 제출만 감수한다면 해임 외의 어떤 징계를 받는다 해도 실질적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해임의 경우 검사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 변호사 개업이 3년간 제한되고 퇴직금도 일부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면직 이하 징계는 변호사 개업이나 퇴직금 수령에 불이익이 없다. 정직을 받은 최 부장검사도 이미 낸 사표가 수리되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등록을 거부하지 않는 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보도자료를 보면 최 부장검사 항목에 ‘징계 혐의자가 사표 제출한 상태로서 징계 후속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리할 예정’이라고 나와 있다. 어차피 당사자가 법복을 벗겠다고 한 만큼 해임이나 면직 대신 정직하는 선에서 ‘중징계’ 시늉만 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검찰은 조직 내에서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번처럼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왔다. 다른 공직자들의 윤리적 모범이 돼야 할 검사들에게서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이 법치 구현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법무부가 성추행 검사에게 면피성 솜방망이 징계를 한 것은 그들이 비판받는 차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향후 다른 정부기관에서 공직자의 성범죄가 발생해도 ‘사표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비켜갈 여지를 만들어준 것이다.

여성인 장하나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제수 성추행’ 파문의 김형태 당선자(새누리당 탈당)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기 가족마저 짓밟는 사람이 국회 안을 걸어다니는 게 무섭고 부끄럽다.” 마찬가지로 기자들을 성추행한 검사가 변호사가 되어 법원 안을 걸어다닐 것이 무섭고 부끄럽다.

2012년 1월 31일 화요일

KBS, 엄경철 정직6개월 등 대거 중징계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30일자 기사 'KBS, 엄경철 정직6개월 등 대거 중징계'를 퍼왔습니다.
"2010년 7월 불법파업에 단호한 법집행"…노조 "정치적 의도있어"

KBS 새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쳤음에도 단체협상이 끝내 결렬되자 2010년 7월 한달간 진행한 합법파업에 대해, KBS 사측이 뒤늦게 정직 6개월 등의 대거 중징계를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 2010년 7월 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개최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총파업 출정식 모습. 당초 출정식은 본관 1층의 민주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KBS 사측이 "KBS본부의 파업은 불법파업"이라며 KBS본부 조합원과 취재기자의 본관 출입을 막아 본관 앞에서 약식으로 진행됐다. ⓒ곽상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는 2010년 3월 공식 출범 이후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을 KBS 사측에 요구했으나, KBS 사측이 '이미 KBS노동조합과 공정방송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거부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그해 5월 말 단체교섭이 결렬된 바 있다.
이후 KBS본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총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그해 7월 '임단협ㆍ공정방송 쟁취와 조직개악 저지'를 기치로 내걸고 한달간 총파업에 돌입했었다.
파업 당시 "(파업의) 실질적 목적이 경영권에 해당하는 조직개편, 인사 등에 반대하는 것으로서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방송 도중 '불법파업' 자막까지 내보냈던 KBS 사측은 30일 해당 파업의 책임을 물어 엄경철 당시 KBS본부장에게 정직 6개월을 내리는 등 KBS본부 집행부 13명에 대해 대거 중징계를 결정했다. 정직은 해임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의 징계다.
이내규 부본부장 정직 6개월, 성재호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보도부문 간사 정직 5개월, 권오훈 정책실장ㆍ김경래 편집국장 정직 4개월, 윤성도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제작부문 간사ㆍ김우진 홍보국장ㆍ민일홍 PD 정직 1개월, 이재후 조직국장ㆍ김성철 복지국장 감봉 6개월, 정수영 조직부장 감봉 3개월, 김강훈 PDㆍ김덕재 전 PD협회장 감봉 2개월 등이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대거 중징계를 내린 이유에 대해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법집행이며, 바람직한 노사 관행 정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업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역시 "KBS 새 노조의 파업은 목적, 절차, 방법 등의 측면에서 합법파업"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어, 이번 중징계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사자들도 "명백한 합법파업에 대해 뒤늦게 중징계를 내린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엄경철 전 KBS본부장은 "명백한 합법파업에 대해 뒤늦게 중징계를 내린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불법파업이었어도 이렇게 대거 중징계를 내린 전례가 없다"며 "고대영 보도본부장에 대한 불신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는데, 이 움직임이 조만간 김인규 KBS 사장을 겨냥하게 되는 것을 앞두고 새 노조를 향해 반격의 무기로 중징계를 내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엄 전 본부장은 "2010년 7월 파업에 대해 회사 측은 그해 12월 인사위원회를 열었었다. KBS 사규에 따르면, 인사위원회가 열린 1개월 이내에 절차를 마무리하게 돼 있다"며 "사측의 이번 징계는 (절차적인 면에서) 사규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오늘(30일) 오후 3시, 징계자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