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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3일 월요일

[사설]성추행 검사, 법복만 벗으면 그만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22일자 사설 '[사설]성추행 검사, 법복만 벗으면 그만인가'를 퍼왔습니다.
법무부가 출입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여성 기자들을 성추행한 최재호 부장검사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달 초 대검찰청이 최 부장검사에 대한 ‘중징계’를 청구한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정직’은 검사징계법상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면직·정직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이다. 같은 날 법무부는 유흥주점에서 변호사에게 수십만원대 향응을 받은 검사 2명에게 한 단계 높은 면직을 의결했다. 법무부는 공적 장소에서 여기자 2명을 성추행하고 이들이 수차례 항의하는데도 멈추지 않은 최 부장검사의 행동을 변호사에게 술접대 받은 것보다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한 셈이다.

우리는 최 부장검사에 대해 검사 징계 중 가장 무거운 해임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비리 검사가 사표 제출만 감수한다면 해임 외의 어떤 징계를 받는다 해도 실질적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해임의 경우 검사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 변호사 개업이 3년간 제한되고 퇴직금도 일부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면직 이하 징계는 변호사 개업이나 퇴직금 수령에 불이익이 없다. 정직을 받은 최 부장검사도 이미 낸 사표가 수리되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등록을 거부하지 않는 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보도자료를 보면 최 부장검사 항목에 ‘징계 혐의자가 사표 제출한 상태로서 징계 후속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리할 예정’이라고 나와 있다. 어차피 당사자가 법복을 벗겠다고 한 만큼 해임이나 면직 대신 정직하는 선에서 ‘중징계’ 시늉만 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검찰은 조직 내에서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번처럼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왔다. 다른 공직자들의 윤리적 모범이 돼야 할 검사들에게서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이 법치 구현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법무부가 성추행 검사에게 면피성 솜방망이 징계를 한 것은 그들이 비판받는 차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향후 다른 정부기관에서 공직자의 성범죄가 발생해도 ‘사표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비켜갈 여지를 만들어준 것이다.

여성인 장하나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제수 성추행’ 파문의 김형태 당선자(새누리당 탈당)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기 가족마저 짓밟는 사람이 국회 안을 걸어다니는 게 무섭고 부끄럽다.” 마찬가지로 기자들을 성추행한 검사가 변호사가 되어 법원 안을 걸어다닐 것이 무섭고 부끄럽다.

2012년 3월 30일 금요일

[사설]여기자 성추행한 최재호 검사는 해임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29일자 사설 '사설]여기자 성추행한 최재호 검사는 해임해야'를 퍼왔습니다.
현직 부장검사가 여성 기자들을 성추행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서울남부지검 최재호 부장검사는 엊그제 출입기자들과의 회식에서 여기자 2명의 허벅지를 만지고 “집이 어디냐, 같이 나가자”고 말하는 등 추행을 저질렀다. 해당 여기자들이 수차례 항의하는데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대검찰청은 최 부장검사를 광주고검으로 대기발령하고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검사가 입에 담기도 민망한 추태를 벌이다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최 부장검사가 만취 상태였다고 하나, 음주 실수로 여길 문제가 아니다. 검찰에서 유사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구모 검사는 노래방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 사법연수원생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가 면직됐다. 지난해 6월에도 박모 부장검사가 여성 검사 시보 2명에게 “블루스를 추자”며 손을 끄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해 감봉 처분을 받았다. 앞서 1999년에는 박모 검사가 여기자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었으나 ‘경근신 25일’의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검찰에서 성추행·성희롱이 계속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우선 특유의 수직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이다. 이것이 여성 비하와 왜곡된 성의식을 낳고 있는 것으로 본다. 또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파면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문제 검사를 엄중히 징계하는 것이 해법이지만, 징계는 대부분 ‘제 식구 감싸기’ 식이었다. 검찰은 이번만큼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검사징계법이 규정한 5가지 징계 중 가장 무거운 ‘해임’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피해 여기자들이 고소할 경우 철저히 수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2006년 서울중앙지검은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최연희 의원을 기소한 바 있다.
최 부장검사에게도 경고한다. 이번 사건을 호도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해서는 안된다. 술 때문이라고 변명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일부 책임을 돌리는 등 2차 피해를 입혔다가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