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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2일 화요일

이동흡, 법복 걸친 재테크의 달인?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1일자 기사 '이동흡, 법복 걸친 재테크의 달인?'을 퍼왔습니다.
[기자의 눈] '시정아치' 언어 구사하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끝까지 시인하지 않았다. 지난 1992년 분당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1995년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약 4개월간 주민등록을 분당으로 옮겨놓은 사실과 관련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결과적으로 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재산 증식을 위한 위장 전입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특위의 한 관계자는 "이걸 '주민등록법 위반을 시인했다'고 봐야 하는지…"라고 말을 흐렸다. 애매하다. 그러나 실제 이 후보자는 한 번도 실정법 위반 사실을 시인한 적이 없었다. 지난 14일 저녁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 후보자는 "1995년 분당 아파트에 전입 신고할 당시 고3 자녀 등의 교육 문제 때문에 이사를 바로 할 수 없었으며, 분양받은 분당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해 후보자 본인만 전입 신고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도 '실정법 위반에 대해 죄송하다'거나 하는 말은 없었다.

심지어 이 후보자는 언론의 각종 의혹 해명 요구에 대부분 침묵하다가 17일 (TV조선)과 한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주민등록을 해서 몇 달 정도 빈집에(빈집으로) 있었다가, 빈집에(빈집으로) 있었지만 주말에는 가족들이 와서 다 (거주)했습니다. 다른 뭐 실정법 위반한 게 없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을 수용했을 뿐, 주민등록법 위반 여부에 대해 한 번도 스스로 판단한 적이 없다. 판단한 적이 없다면, 이날 청문회에서 나온 발언보다는 지난 17일 (TV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이 이 후보자의 정확한 생각일 것이다.

 
▲ 이동흡 후보자가 21일 인사청문특위에 출석해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 후보자는 거기에 한술 더 떴다. 청문회에서 그는 "이번에 위장 전입을 했다는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위장 전입 이야기가 나오면 '어떻게 저런 걸 하나'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면서 "나중에 규정을 찾아보니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실소유주가 주민등록을 해야 소유권 이전 등기가 완료된다는 조치를 하게 돼 있었더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1995년도에 자신이 했던 행위가 '위장 전입'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1994년에 인천지법 부천지원장까지 지냈던 사람이 1995년에 주민등록을 옮기면서 실제 거주하지 않는 목적으로 하는 그 행위가 '주민등록법 위반'일 수 있다는 개념을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 수많은 판결문을 써내려갔던 그가 정말 몰랐을까? 정말 모르고 그랬다면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이미 없는 인물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어디에 가든 자신의 직업란에 '판사'라는 직함을 당당히 적어 넣었을 것이다. 이 후보자는 "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을 수용할 게 아니라, 인정하고 반성해야 맞다.

이 후보자가 '주민등록법 위반'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 상황이 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이날 청문회장에 이 후보자가 입주한 분당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1993년 (조선일보)에 난 광고를 들고 왔다. 이 광고에는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아파트 계약이 취소된다"는 경고 문구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 입주자 5000명 중 분양권을 받아놓고 임대를 줬다는 이유로 24명이 계약 취소를 당했다.

박 의원이 이를 지적하자 이동흡 후보자는 "(당시 광고에는) 취소한다가 아니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는 황당한 말을 던졌다. 그래놓고 "취소 우려 때문에 분양권 등기를 위해 그쪽으로 주소를 옮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생각도 안 나요"라고 답했다. 수시로 말을 바꾼다. 어지러울 정도다. 그의 어투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짚어볼 부분은 많다.

'시정아치'의 언어를 구사하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실정법 위반을 시인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 후보자가 '위장 전입'을 했다는 것에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후보자는 "재산 증식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자녀 교육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해명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그는 분당 아파트 분양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자녀의 '강남 학군'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자는 7억2600만 원이 된 분당 아파트를 통해 재산 증식에 성공했고, 자녀의 강남 지역 학군을 포기하지 않아도 됐다. 그는 '실리'를 쫒는 "생계형 권력주의자(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였고 "돈을 흡입한다"는 의미로 "이돈흡, 흡사마(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사람일 뿐이다.

실리에 밝은 그의 능력은 이게 다가 아니다. 영수증을 꼭 제출해야 하는 특정업무경비 월 400만 원을 자신의 통장에 넣고 사용했다. 사용 내역도 제출하지 않은 이 후보자는 "업무 목적에 맞게 썼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조차 "국회 예산 심사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게 특정업무경비 문제다. 후보자에 대해 (사용 내역은) 어떤 증빙들이 있는지 내일 헌법재판소 경리 담당 인사를 증인으로 불러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최재천 의원이 "어디에 썼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이건 세금이라는 말입니다"라고 호통을 치자 이 후보자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침묵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유리 지갑'일 수밖에 없는 고위 법관인 그의 수입 지출 내역도 '미스터리'한 수준이다. 부실한 자료 제출로 일관하고 있는 그의 해명들을 토대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아쉽지만 다음과 같다. 이를테면 헌법재판소장 시절 6년간 6억 원을 봉급으로 받고 6억 원을 저축한 것도 그의 '재테크'가 빛을 발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경우다. 홍콩에 있는 딸이 이 후보자 부부를 위해 "거의 매달 한국에 출장으로" 들어와 "250만 원을 현금으로" 주는 것도 이 후보자의 '자녀 교육'이 그만큼 훌륭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자녀 유학 경비로 3만6000달러를 보냈다고 해명했다가, 이날 청문회장에서 갑자기 5만9000달러를 보냈다고 하는 것도 그저 '실수'로 봐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겠는가.

이 후보자의 답변 태도나 삶의 태도는 도시에 사는 '영악한 소시민', 혹은 '시정아치'의 그것과 흡사하다. 그는 청문회 내내 자녀 교육과 유학비를 고민하고, 아파트 분양권을 놓칠세라 고민하는 영악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도시 중산층의 '생활 언어'를 구사하는 그는 권위적 법복을 입은 '필부필부'다. 도시에 사는 영악한 사람들은 그렇게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헌법재판소장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다른 의미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의 말은 이 후보자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표현해주고 있다.

"본인도 헌법재판소장을 할 것이라는 건 법관 생활 하면서 예측 못했죠? 그래서 평범한 법관으로 쭉 생활했는데…. 개인 의혹 문제 제기는 이 마당에서 구차한 변명은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인정하세요."


 /박세열 기자

2013년 1월 18일 금요일

이동흡 이번엔 ‘직원 셔틀’…고속도로에 직원 내려놓고 “알아서 가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17일자 기사 '이동흡 이번엔 ‘직원 셔틀’…고속도로에 직원 내려놓고 “알아서 가라”'를 퍼왔습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

법원 직원, 내부통신망에 고발게시글로 비난
“톨게이트에서 30분 걸어서 돌아와야 했다”
부장판사 시절, 여직원에 법복 벗기게 하기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부장판사 재직 시절 여직원에게 자신의 법복을 입히고 벗기게 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지난 14일 법원 내부통신망에는 ‘이동흡씨보다 훌륭한 법원서기가 많습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직원은 이 후보자가 1998년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일하던 때, 부속실 여직원을 시켜 법복을 벗기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이 후보자가 “재판 들어가기 전에는 양팔을 벌렸”고, “재판이 끝나고 돌아와서도 여비서 앞에서 양팔을 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이 직원은 이 후보자가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가면서 직원에게 톨게이트까지 관용차를 운전하게 한 뒤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내리게 했다고도 말했다. 이 직원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주말부부로 생활했던 이 후보자는 토요일마다 서울에 올라가면서 ‘피곤하다’며 시내운전을 직원에게 시켰고, 톨게이트까지 가서야 운전석을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그후 “운전원은 30분 가까이 위험한 도로를 걸어서 돌아와야” 했다고 한다. 톨게이트가 있는 지점은 택시를 타기 어려운 지역이라 걸어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또 이 후보자는 ‘황제 테니스’를 즐겼다고 이 직원은 전했다. 이 후보자는 법원 안 테니스 코트에서 경기를 할 때마다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했다고 한다. ‘막강 권력자’인 이 후보자와 함께 경기하면서 진짜 경기를 할 사람이 누가 있었겠냐는 것이다. 이 직원은 글에서 간혹 눈치없이 열심히 승부하는 사람과 경기할 때는 라켓을 내던지는 방법으로 이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에게 이 후보자는 “왕처럼 생활”한 상사였다.이 후보자를 성토한 이 직원은 지난 16일 오후 다시 한 번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렸다. 이 후보자가 운전 중 속도 위반을 하고 과태료를 물게 되자 총무과에 대신 납부해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는 제보를 덧붙였다. 당시 직원들은 “끝까지 대납을 거절했다”면서 이 직원은 “법원 사람들은 그에게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고 덧붙였다.글을 올린 이 직원은 “사회제도의 근간으로서 헌법의 해석기준을 세우는 막중한 소임을 가진 당신에게는 티 없는 청빈함과 훌륭한 인품이 요구된다”며 이동흡 재판관을 가리켜 “신영철 대법관과 쌍벽을 이루는” 이라고 표현했다. 신영철 대법관은 지난 2008년 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맡고 있던 판사들에게 전화 또는 이메일을 보내 재판에 관여한 문제로, 2009년 대법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법관으로 재직 중이다.한편, 이 후보자가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수원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관용차 운전사에게 자녀들의 등하교ㆍ출퇴근ㆍ개인적 모임을 위해 운전을 시켰다는 의혹이다.

조애진기자jiny@hani.co.kr

2012년 6월 14일 목요일

‘법복 입은 원숭이’보다 못한 검사들을 보라! ‘엿장수 검찰’ 불법사찰 윗선없다 ‘가위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4일자 기사 '‘법복 입은 원숭이’보다 못한 검사들을 보라!‘엿장수 검찰’ 불법사찰 윗선없다 ‘가위질’'을 퍼왔습니다.


윗선 못밝힌 불법사찰 재수사
 윗선 없다니…검찰은 없다
사찰 재수사 “이영호·박영준이 몸통”
이용훈 대법원장 사찰도 드러나
MB의혹 조사않고 권재진 말만 들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을 사찰 대상에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지원관실이 사회 각계각층 유력 인사들을 사찰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사찰 지시 및 보고의 ‘윗선’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검찰은 13일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원관실을 지휘했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윗선’으로, 이미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구속된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을 지목했다. 대통령에까지 이어지는 비선 보고라인을 명시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을 발견하고도 진실을 밝히지 못한 것이다.
지난 3월24일 압수한 김아무개 주무관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나온 이 문건은 “브이아이피(VIP·이 대통령을 뜻함)께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지휘”라며 총리실에 설치된 지원관실이 이 대통령의 하명 사건을 비밀리에 처리하는 ‘엠비판 사직동팀’임을 밝혔다. “브이아이피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비에이치(BH·청와대) 비선→브이아이피(또는 대통령실장)”라고 비선 보고라인을 적시하며, 사찰 보고의 최고 윗선이 이 대통령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검찰은 문건의 비선 보고라인 가운데 ‘이인규 지원관→이영호 비서관→박영준 국무차장’까지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전 차장은 이명박 정권을 만든 창업공신으로 최고 실세 중 하나였다. 당연히 박 전 차장이 이 대통령에게 사찰 내용 등을 보고했을 개연성이 높지만, 검찰 수사는 박 전 차장에서 멈췄다.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박 전 차장은 비선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고 전했다.
검찰이 ‘윗선’ 수사에 얼마나 의지를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검찰은 관련자들이 비선 보고를 부인하고 있어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을 불러봐야 물어볼 것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에게서 “지원관실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간단한 서면답변서를 받고 수사를 끝냈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관봉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의 집이나 사무실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또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였던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수사한 과정도 심상찮았다. 검찰은 진 전 과장이 매달 지원관실 특수활동비 280만원을 이 전 비서관 등에게 상납했다는 진술을 일찌감치 받아놨다. 그러나 검찰은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진 전 과장에 대해 “참고인 신분이라 본인이 출석을 거부하면 소환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던 검찰이 총선 다음날인 4월12일 오전 갑자기 진 전 과장 체포에 나섰다. 총선만 끝나길 기다리다가 수사에 나선 모양새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즉생의 각오로 재수사를 하겠다’던 검찰의 이런 석연찮은 행보의 배경에는 권재진 법무장관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권 장관은 2009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이 시기에 불법사찰 사건 1차 수사가 시작됐다. 1차 수사의 불똥이 청와대로 튈 수 있는 위기상황에 권 장관은 이 대통령을 보호해야 하는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제 법무부 장관으로 옮겨앉아 있는 권 장관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다가, 이날 수사 발표를 하면서 권 장관이 자진해서 서면진술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외국 출장 전인 지난 8일치 소인이 찍힌 서면진술서에서 권 장관은 ‘민정수석실은 사찰과 증거인멸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 (지난 3월)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가 있기 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의혹을 부인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 중견 검사는 “장 전 주무관이 이미 지난해 1월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청와대 관련 폭로를 했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면 민정수석이 일을 안 한 것”이라며 “민정수석으로 있던 권 장관이 장관으로 있는 한 재수사의 실패는 예견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MB·새누리정권 부정부패 청산 국민위원회’ 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와 사조직이 불법사찰과 은폐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원숭이한테 검사복을 입혀놔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쏟아졌는데도 검찰이 또 다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사설]성추행 검사, 법복만 벗으면 그만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22일자 사설 '[사설]성추행 검사, 법복만 벗으면 그만인가'를 퍼왔습니다.
법무부가 출입기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여성 기자들을 성추행한 최재호 부장검사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달 초 대검찰청이 최 부장검사에 대한 ‘중징계’를 청구한 데 따른 조치라고 한다. ‘정직’은 검사징계법상 중징계에 해당하는 해임·면직·정직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이다. 같은 날 법무부는 유흥주점에서 변호사에게 수십만원대 향응을 받은 검사 2명에게 한 단계 높은 면직을 의결했다. 법무부는 공적 장소에서 여기자 2명을 성추행하고 이들이 수차례 항의하는데도 멈추지 않은 최 부장검사의 행동을 변호사에게 술접대 받은 것보다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한 셈이다.

우리는 최 부장검사에 대해 검사 징계 중 가장 무거운 해임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비리 검사가 사표 제출만 감수한다면 해임 외의 어떤 징계를 받는다 해도 실질적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해임의 경우 검사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 변호사 개업이 3년간 제한되고 퇴직금도 일부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면직 이하 징계는 변호사 개업이나 퇴직금 수령에 불이익이 없다. 정직을 받은 최 부장검사도 이미 낸 사표가 수리되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등록을 거부하지 않는 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보도자료를 보면 최 부장검사 항목에 ‘징계 혐의자가 사표 제출한 상태로서 징계 후속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리할 예정’이라고 나와 있다. 어차피 당사자가 법복을 벗겠다고 한 만큼 해임이나 면직 대신 정직하는 선에서 ‘중징계’ 시늉만 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검찰은 조직 내에서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번처럼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왔다. 다른 공직자들의 윤리적 모범이 돼야 할 검사들에게서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이 법치 구현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법무부가 성추행 검사에게 면피성 솜방망이 징계를 한 것은 그들이 비판받는 차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향후 다른 정부기관에서 공직자의 성범죄가 발생해도 ‘사표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비켜갈 여지를 만들어준 것이다.

여성인 장하나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제수 성추행’ 파문의 김형태 당선자(새누리당 탈당)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자기 가족마저 짓밟는 사람이 국회 안을 걸어다니는 게 무섭고 부끄럽다.” 마찬가지로 기자들을 성추행한 검사가 변호사가 되어 법원 안을 걸어다닐 것이 무섭고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