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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4일 목요일

‘법복 입은 원숭이’보다 못한 검사들을 보라! ‘엿장수 검찰’ 불법사찰 윗선없다 ‘가위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4일자 기사 '‘법복 입은 원숭이’보다 못한 검사들을 보라!‘엿장수 검찰’ 불법사찰 윗선없다 ‘가위질’'을 퍼왔습니다.


윗선 못밝힌 불법사찰 재수사
 윗선 없다니…검찰은 없다
사찰 재수사 “이영호·박영준이 몸통”
이용훈 대법원장 사찰도 드러나
MB의혹 조사않고 권재진 말만 들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을 사찰 대상에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지원관실이 사회 각계각층 유력 인사들을 사찰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사찰 지시 및 보고의 ‘윗선’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검찰은 13일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지원관실을 지휘했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윗선’으로, 이미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구속된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을 지목했다. 대통령에까지 이어지는 비선 보고라인을 명시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을 발견하고도 진실을 밝히지 못한 것이다.
지난 3월24일 압수한 김아무개 주무관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나온 이 문건은 “브이아이피(VIP·이 대통령을 뜻함)께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지휘”라며 총리실에 설치된 지원관실이 이 대통령의 하명 사건을 비밀리에 처리하는 ‘엠비판 사직동팀’임을 밝혔다. “브이아이피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비에이치(BH·청와대) 비선→브이아이피(또는 대통령실장)”라고 비선 보고라인을 적시하며, 사찰 보고의 최고 윗선이 이 대통령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검찰은 문건의 비선 보고라인 가운데 ‘이인규 지원관→이영호 비서관→박영준 국무차장’까지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전 차장은 이명박 정권을 만든 창업공신으로 최고 실세 중 하나였다. 당연히 박 전 차장이 이 대통령에게 사찰 내용 등을 보고했을 개연성이 높지만, 검찰 수사는 박 전 차장에서 멈췄다.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박 전 차장은 비선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고 전했다.
검찰이 ‘윗선’ 수사에 얼마나 의지를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검찰은 관련자들이 비선 보고를 부인하고 있어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을 불러봐야 물어볼 것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에게서 “지원관실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간단한 서면답변서를 받고 수사를 끝냈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관봉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의 집이나 사무실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또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였던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수사한 과정도 심상찮았다. 검찰은 진 전 과장이 매달 지원관실 특수활동비 280만원을 이 전 비서관 등에게 상납했다는 진술을 일찌감치 받아놨다. 그러나 검찰은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진 전 과장에 대해 “참고인 신분이라 본인이 출석을 거부하면 소환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던 검찰이 총선 다음날인 4월12일 오전 갑자기 진 전 과장 체포에 나섰다. 총선만 끝나길 기다리다가 수사에 나선 모양새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즉생의 각오로 재수사를 하겠다’던 검찰의 이런 석연찮은 행보의 배경에는 권재진 법무장관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권 장관은 2009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이 시기에 불법사찰 사건 1차 수사가 시작됐다. 1차 수사의 불똥이 청와대로 튈 수 있는 위기상황에 권 장관은 이 대통령을 보호해야 하는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제 법무부 장관으로 옮겨앉아 있는 권 장관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다가, 이날 수사 발표를 하면서 권 장관이 자진해서 서면진술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외국 출장 전인 지난 8일치 소인이 찍힌 서면진술서에서 권 장관은 ‘민정수석실은 사찰과 증거인멸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 (지난 3월)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가 있기 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의혹을 부인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 중견 검사는 “장 전 주무관이 이미 지난해 1월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청와대 관련 폭로를 했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다면 민정수석이 일을 안 한 것”이라며 “민정수석으로 있던 권 장관이 장관으로 있는 한 재수사의 실패는 예견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MB·새누리정권 부정부패 청산 국민위원회’ 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와 사조직이 불법사찰과 은폐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원숭이한테 검사복을 입혀놔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쏟아졌는데도 검찰이 또 다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양승태 의중 가장 크게 반영”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2-13이자 기사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양승태 의중 가장 크게 반영”'를 퍼왔습니다.
“‘부러진 법원’ 나만의 문제 아냐…변호인단 꾸릴 것”

최근 재임용 탈락으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서울 북부지법 서기호 판사가 “(재임용 탈락은) 가장 핵심적으로 양승태 대법원장께서 추진하신 것이고 그분의 의중이 가장 크게 반영됐다”는 생각을 전했다. 서 판사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이 삽입된 글을 올린 바 있다.

서 판사는 13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사결과를 토대로 대법관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결국 최종적인 결정은 대법관회의에서 했다는 이야기니 언론보도를 통해서 보면 최종결정은 당연히 대법원장이 하셨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서 판사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다는 점에 대해 대법원에서 제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사유제시도 없었고 단지 근무평정의 하가 5번이라는 정도”라며 “그것만으로는 전 (재임용 탈락 사유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은 (페이스북에 올린) ‘가카빅엿’ 글 때문이 아니냐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 판사는 “어떤 사람이 2~3번 (근무평정)하를 연속으로 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또 하를 연속으로 주지 않는다. 하를 5번 받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순수하게 그 부분만 갖고 하면 하위 2%에 속하는 것 같기는 하다”면서도 “문제는 이 근무평정 결과에 법원장의 주관적인 평가가 굉장히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처럼 2009년도에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 주도적으로 관여했거나 SNS 활동을 한다든지, 그리고 평소에 제가 부장판사님이나 법원장님과 의견이 다를 때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면 오해가 생기고 찍힐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대평가에서 하위 2%는 무조건 재임용 탈락이냐”는 손석희 교수의 질문에 서 판사는 “작년까지 그런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손 교수가 “작년에 재임용에서 탈락한 사람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서 판사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은 없고 스스로 사직한 사람은 있다. 과거 하위 2%에 대해 심사통보를 했는지 소식을 못 들었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다른 판사들은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 판사는 “그 동안 (재임용 탈락을) 해왔다면 적어도 판사들에게는 그 사실을 알려야 되는데 법원 내부게시판이나 메일 등을 통해 연락받은 적이 없다”며 “그래서 과거에 진짜로 하위 2%에게 다 심사통보를 해서 실제로 사직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 판사는 “제 생각에는 (과거 탈락여부를) 미리 알려줘 판사들이 대비할 수 있는준비를 할 수 있게 해야 되지 않느냐”며 “과거에 연임심사에서 부적격 통보를 받아서 사직하신 분들이 정말 근무성적 때문에 그런건지, 아니면 개인 비리 같은 것 때문에 사직하신 건지도 알 수 없다”고 첨언했다. 

자신의 SNS 글에 대한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의무는 구체적 사건 재판에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에는 적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우려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걸 하면 안 된다, 사생활에서 하면 안 된다, SNS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좀 무리한 주장”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손 교수는 “안녕하시냐는 말씀은 제가 못 드릴 것 같다”며 서 판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또한, “통계자료를 보니 2008년에 사건처리율이 1위였고 조정률도 1위였는데 근무 평정에 상이 없는 것으로 돼 있더라”며 “조정률 2위라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잘 됐다는 하나의 반증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로 서 판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서 판사는 13일자 에 공개된 인터뷰를 통해 “나의 연임 심사 과정을 통해 대법원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폭로됐다고 생각한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바꿀 생각이다. 이를 내버려두면 사람들은 계속 법원을 ‘부러진 법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재임용 탈락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변호인단을 꾸려 법적 대응할 생각”이라며 “인사위 심의 과정에서 내 해명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는데 재임용 불가 통지문에는 나의 소명에 대한 반박이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한, 서 판사는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바보판사’였다. 부장판사, 법원장과 관계가 불편해지면 근무 평정이 안좋아질 것을 알면서도 할말을 하려했으니 바보판사였다.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도 적당히 무임승차했어야 했는데 주도적으로 나섰으니 바보판사였다”면서도 “그러나 바보판사라는 평가는 영광이다. 이제 지해롭고 현명한 바보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서 판사는 “10일 연임 불가 통지문을 받고 충격 받았다. 연임에 탈락될 거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소명도 충분히 했고 인사위원들도 내 소명에 반박하지 않았다”며 “탈락이 현실화 되니 충격이었다. 그러나 주위에서 전화와 편지 등으로 굉장히 많은 지지와 격려를 해줘 지금은 좀 회복됐다”는 심경을 전했다.

2012년 1월 4일 수요일

[사설]법관의 품위와 국민 신뢰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03일자 사설 '[사설]법관의 품위와 국민 신뢰'를 퍼왔습니다.
법관의 품위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법관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우리가 이런 해묵은 질문을 새삼스레 던지는 까닭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엊그제 시무식에서 바로 이러한 주제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양 대법원장은 “국민은 법관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지혜롭고 공정하며 품위와 자질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이런 국민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법관과 재판에 대한 신뢰가 싹틀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언급은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교과서적인 모범답안이며, 일선 법관들이 재판의 지침으로도 삼을 만하다. 문제는 그가 법관의 품위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으며, 법관에 대한 국민 신뢰 형성을 위해서는 법관 개개인에게 그 무엇을 요구하기 이전에 자신을 포함한 법원 수뇌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양 대법원장이 ‘품위 없는 법관’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얼마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날치기를 비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뼛속까지 친미’ 등으로 표현한 인천지법 최은배 판사와 ‘가카새끼 짬뽕’ 등의 대통령 패러디물을 페이스북에 올린 창원지법 이정렬 판사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치편향적이거나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에 대해 대법원장이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는 대법원 관계자의 언급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우리도 법관이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할 경우 품위를 잃을 수 있으며, 법관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관의 품위는 법정 밖에서의 말 몇마디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고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그러한 고민을 양심과 소신에 따라 얼마만큼 재판에 녹여내고 있는가 등이 법관의 총체적인 품위와 국민 신뢰를 결정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런 측면에서 최 판사와 이 판사는 최근에 문제가 된 ‘흠결’을 몇배 상쇄하고도 남을 전향적인 판결로 우리 사회에 기여했다고 본다. 

양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 수뇌부는 신영철 대법관 파동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신 대법관은 촛불집회 재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일선 판사들로부터 사실상 탄핵을 당했으며,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그는 ‘뼛속까지 친미’ 등의 ‘품위 없는’ 표현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과연 어느 누가 그를 품위 있는 법관으로 여기고, 존경과 신뢰를 보내겠는가.

2011년 12월 3일 토요일

[사설]김하늘 판사의 ‘FTA 사법부 역할론’ 공감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2일자 사설 '[사설]김하늘 판사의 ‘FTA 사법부 역할론’ 공감한다'를 퍼왔습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法諺)은 판사가 재판과 관련된 사안을 판결문 밖에서 언급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극도로 자제하라는 행동규범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언이 판사는 판결 이외의 모든 사안에 대해 침묵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즉 판사도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국가의 사법체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는 적극적 견해 표명의 의무마저 진다고 할 수 있겠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엊그제 법원 내부게시판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불평등 조약일 수 있는 만큼 사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김 판사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써 법원행정처에 FTA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의 글은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나라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을 잊지 않겠다”는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의 글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열린 직후에 나온 것이다. 

우리는 김 판사의 글이 여러 가지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으며, 경청할 대목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김 판사가 자신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를 지지했던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한 점에서 FTA를 비판하는 판사들을 ‘반미주의자’ ‘극소수 좌편향 법관’ 운운하며 색깔론 공세를 펼쳤던 수구언론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그의 글에 판사 116명이 지지 댓글을 올린 것이나, ‘윤리위에 회부돼야 할 이들은 수구언론 기자들’이라는 법관들의 목소리가 이를 증명한다. 

김 판사의 글 가운데 “처음에는 막연하게 FTA에 찬성했지만 비준안 날치기 통과 이후 FTA를 들여다보니 법률전문가이며 애국자인 법관들의 연구와 결론 도출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대목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애국적 보수주의자이며 최고의 법률전문가인 판사가 “막연하게 찬성했을” 정도라면 일반인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FTA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찬성했을 것인가. 김 판사와 같은 법관들이 뒤늦게나마 FTA의 치명적 독소조항을 꿰뚫어보고 문제해결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FTA는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이 조약을 포함한 법률의 최종적 해석권자인 법원이 이제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김 판사의 ‘사법부 역할론’도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사법환경의 재앙적 변화를 고민하는 법관이라면 당연히 표명할 수 있는 견해라고 본다. 우려스러운 것은 아직도 법원 수뇌부가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을 걱정하는 법관들의 진심을 잘못 알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회 일각의 주장을 여론이란 이름으로 실체를 왜곡하는 시도가 있다”는 언급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실체를 왜곡한 것이야말로 수구언론이며, 이들의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이야말로 대법원 수뇌부가 아니던가. 김 판사의 진심어린 충정이 FTA의 실체를 제대로 알리고, 재협상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