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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0일 화요일

청와대, 인권위 ‘진보인사 축출’에 개입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08일자 기사 '청와대, 인권위 ‘진보인사 축출’에 개입'을 퍼왔습니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석달뒤 ‘좌편향 분류 직원 명단’ 건네당시 사무총장 “시민사회비서관실이 10명 안팎 기록 줘”

지난 2009년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소속 일부 직원을 ‘좌편향’으로 분류해, 이들의 인사기록이 담긴 문건을 당시 인권위 사무총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청와대가 독립 기구인 인권위를 통제하기 위해 내부 인사에까지 개입한 것이어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0월 초 인권위 사무총장에 취임해 7개월 만에 사퇴한 김아무개 변호사는 9일 (한겨레)와 만나 “2009년 10월 말께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 소속 한 행정관이 연락을 해와 시내 모처에서 만났더니, 인권위 직원 10명 안팎의 인사기록이 적힌 문건을 건네줬다”며 “정황상 소위 ‘문제 있는 직원들’ 정보를 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가 받은 문건에는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전 인권위 인권정책과장), 남규선 전 인권위 시민교육팀장, 김아무개 인권위 조사관 등 주로 시민사회단체 출신 직원들의 주요 경력 등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나중에 업무를 하다 보니 인권위의 청와대 공식 접촉라인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 쪽이어서, 왜 그때 시민사회비서관실 쪽에서 연락을 해왔는지 의아했다”며 “(문건을 준) 행정관이 시민사회비서관 모르게 일을 처리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었던 현진권 아주대 교수(경제학)에게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문건 전달은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취임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이뤄진 일이다. 인권단체들은 현 위원장 취임 뒤 인권위가 사회 현안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등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평가한다.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2009년 12월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 관련 의견 표명 안건을 부결시켰으며, 2010년 4월엔 국가정보원이 박원순 변호사(현 서울시장)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관한 의견 표명도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2010년 11월 현 위원장의 독단적 인권위 운영에 반발해 정책자문위원·전문위원 60여명이 연쇄 사퇴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2007년 1월부터 2009년 8월까지 인권위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김칠준 변호사는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전까지는 청와대 어느 곳에서도 인권위 인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없다”며 “만약 청와대에서 직원 명단을 건넸다면 어떤 배경이든 인사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2011년 12월 3일 토요일

[사설]김하늘 판사의 ‘FTA 사법부 역할론’ 공감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2일자 사설 '[사설]김하늘 판사의 ‘FTA 사법부 역할론’ 공감한다'를 퍼왔습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法諺)은 판사가 재판과 관련된 사안을 판결문 밖에서 언급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극도로 자제하라는 행동규범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언이 판사는 판결 이외의 모든 사안에 대해 침묵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즉 판사도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국가의 사법체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는 적극적 견해 표명의 의무마저 진다고 할 수 있겠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엊그제 법원 내부게시판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불평등 조약일 수 있는 만큼 사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김 판사는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써 법원행정처에 FTA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의 글은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나라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을 잊지 않겠다”는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의 글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열린 직후에 나온 것이다. 

우리는 김 판사의 글이 여러 가지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으며, 경청할 대목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김 판사가 자신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를 지지했던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한 점에서 FTA를 비판하는 판사들을 ‘반미주의자’ ‘극소수 좌편향 법관’ 운운하며 색깔론 공세를 펼쳤던 수구언론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그의 글에 판사 116명이 지지 댓글을 올린 것이나, ‘윤리위에 회부돼야 할 이들은 수구언론 기자들’이라는 법관들의 목소리가 이를 증명한다. 

김 판사의 글 가운데 “처음에는 막연하게 FTA에 찬성했지만 비준안 날치기 통과 이후 FTA를 들여다보니 법률전문가이며 애국자인 법관들의 연구와 결론 도출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대목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애국적 보수주의자이며 최고의 법률전문가인 판사가 “막연하게 찬성했을” 정도라면 일반인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FTA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찬성했을 것인가. 김 판사와 같은 법관들이 뒤늦게나마 FTA의 치명적 독소조항을 꿰뚫어보고 문제해결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FTA는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이 조약을 포함한 법률의 최종적 해석권자인 법원이 이제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김 판사의 ‘사법부 역할론’도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사법환경의 재앙적 변화를 고민하는 법관이라면 당연히 표명할 수 있는 견해라고 본다. 우려스러운 것은 아직도 법원 수뇌부가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을 걱정하는 법관들의 진심을 잘못 알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회 일각의 주장을 여론이란 이름으로 실체를 왜곡하는 시도가 있다”는 언급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실체를 왜곡한 것이야말로 수구언론이며, 이들의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이야말로 대법원 수뇌부가 아니던가. 김 판사의 진심어린 충정이 FTA의 실체를 제대로 알리고, 재협상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