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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1일 화요일

서기호 판사 퇴임 논란, SNS 등 시끌... '부적격' 믿는 국민없어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18일자 기사 '서기호 판사 퇴임 논란, SNS 등 시끌... '부적격' 믿는 국민없어 '를 퍼왔습니다.


서기호 판사가 17일 퇴임한데 이어 이번 재임용 탈락에 대한 논란이 전국 단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도봉구 도봉동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서 판사 퇴임식에는 1백여명의 지지자들이 노란 풍선을 들고 모여 '서 판사'의 복귀를 촉구하는가 하면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해 서울 남부ㆍ서부지법에서는 잇따라 단독판사회의가 열리는 등 논란은 오히려 확대되는 모양새다.

잠시 주춤하던 법관들의 회의는 서 판사의 퇴임을 계기로 더욱 늘어나고 있다.

수원지법이 오는 21일 단독판사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데 이어 광주ㆍ대전ㆍ의정부지법에서도 다음 주 내 판사회의를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가운데 대전지법은 단독판사뿐 아니라 배석판사까지 포함한 평판사회의를 20일 오후 5시에 열기로 했다. 판사회의 참석 범위를 배석판사까지 넓힌 것은 대전지법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4시10분께부터 회의를 연 서울서부지법 단독판사들은 23명 중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법원장에 대한 건의문을 내기로 의결했다.

건의문 내용에는 근무평정 중 부적격 판단을 받은 판사에게는 매년 사유를 알려줘 의견개진 기회를 주고, 연임 적격 여부가 문제되는 판사에게는 법관인사위에 소명할 기회를 부여할 것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 논란에 가세했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17일 서 판사의 퇴임과 관련해 "서 판사가 판사로서 '부적격'해 퇴임했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고 말해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신 대변인은 "MB 추종 검찰이 '막칼춤'을 출 때 법원이 무죄 판결로 막아줘 그나마 국민들이 숨을 쉴 수 있었다"며 "정권과 법원 상층부가 서 판사를 몰아내 법원의 입을 막고 맘먹는 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법원 독립을 위해 피흘려 싸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논평했다.

신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트위터에서 수천건이 넘는 리트윗으로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으며 이후에도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과 관련한 논란은 쉬이 사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서 판사는 "자신의 재임용 탈락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변호인단을 꾸려 법적 대응 절차를 밟을 것임을 시사했다.

2012년 2월 13일 월요일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양승태 의중 가장 크게 반영”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2-13이자 기사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양승태 의중 가장 크게 반영”'를 퍼왔습니다.
“‘부러진 법원’ 나만의 문제 아냐…변호인단 꾸릴 것”

최근 재임용 탈락으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는 서울 북부지법 서기호 판사가 “(재임용 탈락은) 가장 핵심적으로 양승태 대법원장께서 추진하신 것이고 그분의 의중이 가장 크게 반영됐다”는 생각을 전했다. 서 판사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이 삽입된 글을 올린 바 있다.

서 판사는 13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사결과를 토대로 대법관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결국 최종적인 결정은 대법관회의에서 했다는 이야기니 언론보도를 통해서 보면 최종결정은 당연히 대법원장이 하셨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서 판사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다는 점에 대해 대법원에서 제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사유제시도 없었고 단지 근무평정의 하가 5번이라는 정도”라며 “그것만으로는 전 (재임용 탈락 사유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은 (페이스북에 올린) ‘가카빅엿’ 글 때문이 아니냐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 판사는 “어떤 사람이 2~3번 (근무평정)하를 연속으로 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또 하를 연속으로 주지 않는다. 하를 5번 받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순수하게 그 부분만 갖고 하면 하위 2%에 속하는 것 같기는 하다”면서도 “문제는 이 근무평정 결과에 법원장의 주관적인 평가가 굉장히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처럼 2009년도에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 주도적으로 관여했거나 SNS 활동을 한다든지, 그리고 평소에 제가 부장판사님이나 법원장님과 의견이 다를 때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면 오해가 생기고 찍힐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대평가에서 하위 2%는 무조건 재임용 탈락이냐”는 손석희 교수의 질문에 서 판사는 “작년까지 그런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손 교수가 “작년에 재임용에서 탈락한 사람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서 판사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은 없고 스스로 사직한 사람은 있다. 과거 하위 2%에 대해 심사통보를 했는지 소식을 못 들었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다른 판사들은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 판사는 “그 동안 (재임용 탈락을) 해왔다면 적어도 판사들에게는 그 사실을 알려야 되는데 법원 내부게시판이나 메일 등을 통해 연락받은 적이 없다”며 “그래서 과거에 진짜로 하위 2%에게 다 심사통보를 해서 실제로 사직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 판사는 “제 생각에는 (과거 탈락여부를) 미리 알려줘 판사들이 대비할 수 있는준비를 할 수 있게 해야 되지 않느냐”며 “과거에 연임심사에서 부적격 통보를 받아서 사직하신 분들이 정말 근무성적 때문에 그런건지, 아니면 개인 비리 같은 것 때문에 사직하신 건지도 알 수 없다”고 첨언했다. 

자신의 SNS 글에 대한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적 중립의무는 구체적 사건 재판에서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에는 적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우려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걸 하면 안 된다, 사생활에서 하면 안 된다, SNS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좀 무리한 주장”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손 교수는 “안녕하시냐는 말씀은 제가 못 드릴 것 같다”며 서 판사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또한, “통계자료를 보니 2008년에 사건처리율이 1위였고 조정률도 1위였는데 근무 평정에 상이 없는 것으로 돼 있더라”며 “조정률 2위라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잘 됐다는 하나의 반증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로 서 판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서 판사는 13일자 에 공개된 인터뷰를 통해 “나의 연임 심사 과정을 통해 대법원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폭로됐다고 생각한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법원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바꿀 생각이다. 이를 내버려두면 사람들은 계속 법원을 ‘부러진 법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재임용 탈락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변호인단을 꾸려 법적 대응할 생각”이라며 “인사위 심의 과정에서 내 해명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는데 재임용 불가 통지문에는 나의 소명에 대한 반박이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한, 서 판사는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바보판사’였다. 부장판사, 법원장과 관계가 불편해지면 근무 평정이 안좋아질 것을 알면서도 할말을 하려했으니 바보판사였다. 신영철 대법관 사태 때도 적당히 무임승차했어야 했는데 주도적으로 나섰으니 바보판사였다”면서도 “그러나 바보판사라는 평가는 영광이다. 이제 지해롭고 현명한 바보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서 판사는 “10일 연임 불가 통지문을 받고 충격 받았다. 연임에 탈락될 거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소명도 충분히 했고 인사위원들도 내 소명에 반박하지 않았다”며 “탈락이 현실화 되니 충격이었다. 그러나 주위에서 전화와 편지 등으로 굉장히 많은 지지와 격려를 해줘 지금은 좀 회복됐다”는 심경을 전했다.

[서기호 판사] "외압과 판사 길들이기? 억측은 아니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13일자 기사 '[서기호 판사] "외압과 판사 길들이기? 억측은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이유, SNS와 '신영철 사건' 때문"

'가카 빅엿'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던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42·사법연수원 29기)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서 판사는 재임용 탈락과 관련, 12일 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이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발언과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시위 개입 사태 때 적극 항의한 전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서 판사가 근무평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하지만 언론과 SNS에서는 법원의 '정부 비판적인 판사 길들이기'와 '외압'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판사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지만 억측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6~2007년, 2009~2011년에 '하'(안 좋은 근무평점)를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며 "2006~2007년에는 부장판사와 이견이 많았고, 2009년에는 '신영철 사태'에 적극 개입해 법원장의 눈밖에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2011년에는 SNS 활동 때문에 또 한번 눈밖에 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 판사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나의 연임 심사 과정을 통해 대법원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폭로됐다"며 "관행이란 이름으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법원에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의 재임용 결정 거부에 대해 적극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판사들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 그는 "이를 내버려두면 사람들은 계속 법원을 '부러진 법원'이라고 평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판사는 지난해 3월 촛불집회 당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이 11건 중 8건을 보수적 성향 판사에게 몰아준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신 법원장은 사건을 재배당했지만 단독 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 판사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부터 SNS 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며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라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2년 2월 11일 토요일

[사설] 법관 길들이기용 ‘부러진 인사’, 판사들이 바로잡아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0일자 사설 '[사설] 법관 길들이기용 ‘부러진 인사’, 판사들이 바로잡아야'를 퍼왔습니다.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결국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대법원이 어제 발표한 연임 법관 113명의 명단 어디에도 서 판사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밝힌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 사유는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 판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구실일 뿐임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진짜 탈락 사유는 ‘가카의 빅엿’ 등의 글로 ‘각하’를 욕보인 죄, 촛불재판에 불법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을 앞장서 규탄한 죄,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 에 대해 “불편하지만 잘 만들었다”고 칭찬한 죄 등이다. 법원 수뇌부와 집권세력은 서 판사의 행동을 묵과하지 않고 재임용 탈락 조처로 철저히 보복했다.
서 판사 재임용 탈락은 다른 판사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기도 하다. 수뇌부의 눈밖에 벗어나는 ‘튀는 행동’을 하면 언제든지 서 판사와 똑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무서운 위협이다. 법관의 신분은 이제 ‘10년짜리 계약직 공무원’으로 전락해 버렸다. 서 판사의 재임용 탈락 조처에는 법원을 온통 온순하고 순치된 양떼들로 채우겠다는 법원 수뇌부의 강력한 의지가 깃들어 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만연한 것은 사실 서 판사와 같은 판사들의 존재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판결,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오만함,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재판 진행 등에 있다. 법정에서 재판 당사자들에게 막말을 하고 이들의 주장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척하는 일부 판사들이야말로 사법부 불신의 근원이다. 하지만 서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사람들은 그가 “항상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해온 법관”이라고 전한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사법 불신의 근원에 메스를 대기는커녕 ‘괘씸죄’에 걸린 판사를 내치는 일에만 골몰했다.
사법부의 물구나무선 풍경은 신영철 대법관과 서기호 판사의 엇갈린 운명에서도 극명히 확인된다. 법관의 독립성을 무시한채 촛불재판에 불법개입한 신 대법관은 꿋꿋이 살아남아 이번에 서 판사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대법관회의의 일원으로까지 참여했다. 이런 역설적 비극이 바로 사법부가 처한 위기의 본질이다.
주목되는 것은 젊은 판사들의 인식과 행동이다. 재임용 제도가 법원의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 판사, 윗사람들에게 도전적인 의견을 내는 법관들을 솎아내는 도구로 악용되는 한 재임용 탈락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판사는 아무도 없다. 법관 재임용 문제는 단지 서기호 판사 한 명이 법복을 벗고 안 벗는 문제를 넘어선다. 판사들이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 객관적이고 투명한 재임용 절차 마련은 사법부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지금처럼 원칙도 심사기준도 모호하기 짝이 없는 ‘부러진 인사’를 방치하는 한 사법부는 ‘부러진 신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012년 2월 6일 월요일

[사설]대법원은 석연찮은 법관 임용탈락 해명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05일자 사설 '[사설]대법원은 석연찮은 법관 임용탈락 해명해야'를 퍼왔습니다.
사법연수원을 최상위권 성적으로 수료한 변호사가 지난해 말 경력법관 임용에서 탈락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구체적 탈락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법조계에선 그가 한때 진보신당 당원이었고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상근한 점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관을 뽑을 때 연수원 성적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해당 변호사는 연수원을 마칠 때 성적 4위로 연수원장상까지 받았다. 판사로 임관될 수 있었지만 뜻한 바 있어 변호사를 택했다가 지난해 법관 임용에 지원했다. 그는 국선 전담 변호인으로 활동할 때도 실력과 인품 모두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 변호사를 면접하며 정당 가입 경력과 활동을 주로 물었다고 한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사법부가 사상 검증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만하다.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의 월급은 일반 로펌 변호사의 절반에 불과하다. 연차가 올라가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경력법관 임용에서 탈락한 변호사는 대학 시절 쪽방촌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 계기가 돼 민주노총에서 일하게 됐다고 한다. 경력법관 제도의 취지가 무엇인가. 연수원을 나오자마자 법대에 앉은 판사들이 시민적 상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계적 판결을 내린다는 비판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법관에 임용하자는 것 아닌가. 이번에 탈락한 변호사야말로 제도의 취지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대법원이 진보신당 가입을 문제삼았다면 그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실정법상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 금지돼 있음을 감안한다 해도, 한때 정당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공직 임용을 거부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이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경력법관 제도에서 더 나아가 전면적인 ‘법조 일원화’가 시행된다. 신규 판사 전원을 변호사·검사 등의 경력이 있는 법조인 중에서만 뽑게 된다. 만약 이번과 같은 밀실임용이 되풀이된다면 법조 일원화는 사법개혁의 성과가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대법원장 또는 그 대법원장을 임명한 정권의 ‘코드’에 맞지 않는 이는 임용에서 배제되고, 반면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때처럼 ‘현대판 음서제’의 혜택을 받는 이가 나올지 모른다.

대법원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는 엊그제 법조 일원화에 따른 법관 임용의 구체적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조속한 시일 내에 투명하고 공정한 임용 기준을 만들어 논란의 여지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난해 말 경력법관 임용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다.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소통 2012 국민속으로’ 같은 행사도 의미가 있지만, 사법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바로잡을 수 있는 오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2012년 2월 5일 일요일

사법 불신의 ‘인계철선’을 건드리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02.06 제896호] 기사 ' 사법 불신의 ‘인계철선’을 건드리다'를 퍼왔습니다.
의 흥행 돌풍이 드러낸 사법 불신의 현실… 전관예우·유전무죄 등 신념화된 ‘불신’ 넘는 첩경은 국민과의 소통과 교감뿐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로비에 법원 마크 모양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을 계기로 ‘사법 불신’의 그림자도 깊어지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석궁 사건’을 다룬 영화 이 2012년 벽두, 사법부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은 2007~2008년 석궁 사건의 ‘진실’을 캐는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냈다. 재판과 마찬가지로 기사에도 예단은 없어야 한다. 이번호에는 영화를 계기로 4년여 만에 다시 불거진 석궁 사건과 사법 불신을 둘러싼 여러 층위의 시각을 담았다. 법조계와 시민단체, 법대생들, 석궁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이 난마처럼 얽힌다. 활은 시위를 떠났지만 과녁에는 아직 닿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과녁’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_편집자
한국 사회에서 법원과 검찰은 불신의 대상이자 개혁의 대상이다. 더욱 앙상한 현실은,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갈등을 깔때기처럼 수렴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하는(혹은 어떻게든 봉합해버리는) 통로가 법원과 검찰이라는 사실이다. 그쪽 동네 사람들은 깔때기 대신 스스로를 ‘수챗구멍’ ‘하수구’라고 칭하기도 한다. 뒤치다꺼리를 한다는 자조가 섞여 있지만, 최고 권력까지 빨아들이는 강력한 수챗구멍이자 하수구다.
판단하는 판사 vs ‘진실’ 안다는 당사자

2007년 1월15일, 교수 재임용 선고를 기대한 재판에서 패소한 김명호 교수(영화에서는 김경호)는 석궁을 들고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심 재판장인 박홍우 판사(영화에서는 박봉주)의 집을 찾아간다. 영화 도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현직에 있는 한 고위 법관은 이 개봉하기 전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건 판결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밤늦게까지 고민하고 고민한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나오면 그동안 쌓아온 노력들이 한번에 와르르 무너지니 미칠 노릇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매미 날개처럼 가벼운 것들이 쌓이고 쌓이더니 결국 큰 거 한 방에 무너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자동반사적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푸념했다. 사법부는 이 장애인 학교에서의 성폭행 사실을 다뤄 재수사와 관련자 처벌까지 이끌어낸 영화 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한다.
김 교수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 재임용 탈락이 수학 입시문제 오류를 지적한 괘씸죄 때문인지 아니면 교수로서의 자질 부족 때문인지를 두고 다툰다. 영화는 이 부분을 ‘괘씸죄’로 판단하고 시작하지만 교수지위 확인소송의 쟁점과 실제 재판 과정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둘째는 김 교수가 석궁을 의도적으로 발사했는지, 실제로 박 판사가 활을 맞았는지다. 마지막으로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라는 김 교수의 주장처럼, 석궁 사건 재판 진행(특히 항소심)이 공정성을 잃지 않고 적절히 진행됐는지다. 101분짜리 영화의 대부분이 여기에 집중하고,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 대부분은 이 부분에서 사법부에 공분한다. 이 환기한 문제의식이 단지 교수 구명운동이나 유무죄만을 다투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은 사법 불신이라는 ‘인계철선’을 건드렸다.
“말 끊지 마세요.” “끝까지 들으세요.” “이게 재판입니까? 독재입니다.”(김경호 교수)
김 교수는 “당연히 법대로 합니다”라고 답했던 재판장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교수가 형사소송법의 법리보다는 자구와 조문에 ‘집착’했다는 비판도 있다. 법리는 법률 전문가나 법 기술자의 몫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의 법 조문을 지키라는 시민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영화 속 교수의 싸움은 증인·증거 신청이 필요 없다는 석궁 사건 항소심 재판장의 거듭된 ‘기각’ 결정에서 촉발됐다.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안도 미루기를 반복한다. 증거조사는 기본적으로 ‘사실심’인 1심에서 이뤄진다. 항소심 역시 사실심이라는 틀 안에 있지만 재판 진행은 기본적으로 1심에서 드러나고 인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영화에서는 항소심만 잘라서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재판은 3심제다. 재판에는 흐름이 있고 항소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사실관계의 범위라는 게 있다”고 했다. 와이셔츠의 혈흔 감정 신청을 기각하고 박홍우 부장판사를 다시 증인으로 세우지 않은 데는 영화에서 나오지 않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제출된 증거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판사와 ‘진실’을 알고 있다는 당사자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고 하지만 유독 약한 고리가 있다. 재벌 등 대기업과 사학재단이다. 간혹 단호한 판결이나 의미 있는 판례가 나오기는 하지만 상급심에서 곧바로 뒤집히기 일쑤다. 수백억원대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르고도 대기업 회장들은 기껏해야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달고 나온다.
당시 항소심 재판장, “부끄럽지 않은 판결”
그러나 법관이 생각하는 이런 식의 ‘합리적 판단’은 사법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윤아무개씨는 ‘사법부를 포기했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재판부는 윤씨에게 입증책임을 요구했지만 정작 자신이 제출한 입증자료들을 모두 배척해버렸기 때문이다. 윤씨는 소송 상대방이 인정한 자료까지도 재판부가 부인한 것을 몹시 억울해했다. 그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졌다. 그는 “1심에서 한번 죽이고 항소심에서 확인사살했다”는 격한 표현을 썼다. 그리고 “국민을 위한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 불과하다”며 상고를 포기했다.
“재판의 본질은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법관과 소송관계인 간의 적절한 의사소통입니다. 법관은 법정에서 성의를 다해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함은 물론,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을 어떻게,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까지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당사자를 적극 설득하고, 재판 결과를 예측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은 본래 불완전한 존재이며, 법관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법관 역시 소송관계인들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자신의 오류와 편견을 바로잡을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석궁 사건 석 달 뒤인 2007년 4월2일, 신임 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한 말이다. 석궁 사건 항소심 3차 공판이 열린 날이었다. 이 대법원장은 “국민의 법관에 대한 불신이 급기야 법관에 대한 물리적 테러까지 벌어지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같은 소통을 강조했다. 때늦은 반성일 수도, 아니면 새내기 법관들을 앞에 둔 의례적인 훈시였을 수도 있다. 대법원장의 ‘간곡한’ 요청이 있은 뒤에도 영화에 등장한 석궁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소송 당사자인 교수와의 소통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심스럽다. 실제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던 신태길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동료 판사의 피해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합리’ 하나를 20년 넘게 추구했다. 부끄럽지 않은 판결”이라고 했다.
법관윤리강령은 ‘신속하고 능률적이면서도 충실한 재판’을 규정한다. 양립하기 힘든 조건들이지만 그 최대치를 법관에게 요구한다. 소송관계인에게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할 것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설명에 따르면 “소송관계인과 일반 국민은 일차적으로 법정에서 법관의 재판 진행 태도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관의 불공정한 발언이나 태도만으로도 재판이 불공정하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니 조심하라는 취지다.
사법부의 약한 고리, 재벌과 사학재단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체감으로 느끼는 법정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원심이 유죄를 선고했다고 하여 선입견을 갖고 검사의 증거신청은 입증 취지도 묻지 않고 받아주면서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는 모두 필요 없다면서 배척하여 사실상 심리를 거부함.” 의 한 장면이 아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제출된 ‘2011년 법관 평가’ 자료 가운데 하나다. 어느 변호사는 증거신청을 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피고 대리인, 지금 여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참고 있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사학재단과 사법부의 짜웅.” “이거 2천만원짜리 전화다.”(영화 속 박준 변호사)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고 하지만 유독 약한 고리가 있다. 재벌 등 대기업과 사학재단이다. 간혹 단호한 판결이나 의미 있는 판례가 나오기는 하지만 상급심에서 곧바로 뒤집히기 일쑤다. 수백억원대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르고도 대기업 회장들은 기껏해야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달고 나온다. 판사들은 법과 양심 이외에 “한국 경제에 대한 기여”라는 모호한 단서를 든다. 시장 질서를 황폐하게 한 이들에 대한 ‘봐주기 판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에도 의연하다. 지난 1월19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미술품을 사들이는 등 3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피해액 변제, 향후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 다짐 등 개전의 정이 보인다”는 이유로 형이 줄었다. 1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법관의 판단만 달라진 셈이다.
사학비리도 마찬가지다. 비리재단은 잘못된 법과 교육관료, 사법부가 키웠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법원은 2007년 판례를 바꿔 대표적 비리재단인 상지대 김문기 전 이사 쪽이 학교에 다시 발을 딛게 해주는 판결을 내놨다. 형식적 해임 절차 등을 근거로 사립학교에서 부당하게 해임된 이들의 손을 번번이 꺾어버린 것도 사법부였다. 김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소송에서 패소한 것을 “사법부와 사학재단의 짜웅”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과거 사학재단 손을 숱하게 들어줬던 사법부에 대한 불신까지 국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힘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풀려난다는 ‘유전무죄’ 신화는 사법 불신을 떠받드는 기둥이 된다.
전관이나 로비가 통한다는 ‘불신’
또 다른 기둥은 전관예우와 법조 인맥이다. 에서 박준 변호사는 “초등학교 친구라 친하다”는 판사에게 배당된 사건을 맡기로 하고 착수금 500만원을 받는다. 잘만 되면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수사 단계에서는 검찰 출신 변호사를, 기소가 돼 재판이 시작되면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기본이다. 경찰 단계 수사에서는 경찰 출신 변호사를 붙이기도 한다. 같은 건물이나 방에서 일했거나,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고향이 같거나, 출신 대학은 물론 출신 초·중·고교까지 찾아서 엮는다. 검사는 검사가 알고, 판사는 판사가 잘 안다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판단을 받아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5년 이후 법원을 떠난 퇴직 판사 52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3명이 로펌행을 택했다. 이 가운데 김앤장·광장·태평양 등 상위 10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판사는 168명이었다. 양질의 법률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법관들의 로펌행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대형 로펌들이다 보니 일반인들보다는 대기업·재력가 등과 관련한 송무·자문 일을 주로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용훈 대법원장, 이홍훈·박시환·김지형·김영란 대법관이 퇴임 뒤 변호사 개업이나 로펌행 대신 강단 등을 택하기는 했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고위 법관들이 거액을 받고 대형 로펌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2005년 이후로 사법부 최고 수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퇴임 대법관 9명이 로펌에 들어갔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재판 결과를 뒤집는 식의 전관예우는 이제 없다”고 말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관이나 로비는 통한다’는 일반인들의 ‘사법 불신’은 도처에 만연하다. 지난 1월26일 대법원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판검사에게 로비를 해 구속 피고인을 석방시켜주겠다고 속여 피고인 가족에게서 6억원을 가로챈 장아무개 변호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법조계 전반에 국민의 불신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불신 제공자는 누구일까.


»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한 장면. 사법부는 “법관도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 법관은 신과 같은 ‘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전치 3주에 징역 4년은 과했다”
“판단은 재판장이 합니다.”(박봉주 판사)
지난 1월1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선고가 있었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의 자리가 간만에 꽉 찼다. 국회 동의가 늦어져 대법관 자리 두 석이 한동안 공석이었는데, 최근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이 뒤늦게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대법관석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오른쪽에서 네 번째, 신영철 대법관의 자리다. 대법관이 되기 전, 그러니까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사건의 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어영부영 대법관 자리를 보전하기는 했지만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는, 사법부 독립을 믿고자 하는 ‘소박한 기대’는 뿌리부터 흔들렸다. “재판을 윗사람이 지시하는 대로 하는군요?” 부장판사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사법개혁을 주장해온 문흥수 변호사는 자신의 책 에서 신 대법관 사건 직후 사건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썼다. 법관의 신분은 법으로 보장된다. 권력에 흔들리지 말고 제대로 재판하라는 취지인데, 이는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버틴 신 대법관을 내칠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고 해도, 신 대법관 사건은 사법부가 사법부 스스로를 ‘징치’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피해자가 고법부장이었던 석궁 사건에서도 사법부는 사법부 스스로를 다루는 데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당시에는 아직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지금이었다면 국민참여재판으로 석궁 사건을 다뤘을 것이다. 사법부가 사법부를 판단하는 문제는 조심했어야 한다. 당시에도 좀더 세심하게 재판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에게 확정된 징역 4년도 ‘감히’ 사법부를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 부장판사는 “사법 테러라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긴 하지만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전치 3주에 징역을 4년이나 때린 것은 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1월26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한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집 앞으로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가 “법복을 벗겨라”는 현수막을 들고 집으로 달걀을 던졌다. “국민 저항권 차원”이었다는 석궁도, 이념에 따른 달걀 세례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이른바 ‘분노사회’에서 대중이 찾는 분노의 대상은 MB가 될 수도, 검찰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사법부 차례”라고 했다. 그는 “사법부의 권위도 신성한 법전 속에서 세속의 차원으로 내려왔다고 봐야 한다. 공정성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섬기지 않으면 권위를 확립하기 어렵게 됐다”며 “한 개인, 하나의 사건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사법은 사회질서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메커니즘이다. 한 단계 더 높은 단계로 고양시켜야 한다”고 했다.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이른바 ‘분노사회’에서 대중이 찾는 분노의 대상은 MB가 될 수도, 검찰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사법부 차례”라고 했다. 그는 “사법부의 권위도 신성한 법전 속에서 세속의 차원으로 내려왔다고 봐야 한다. 공정성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섬기지 않으면 권위를 확립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당신이 심판받기 원하는 방법으로 심판하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법조일원화, 양형기준 마련, 지법-고법판사 이원화 등을 통해 사법개혁 요구에 응해온 대법원은 최근 전관예우를 막으려고 평생법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은 결국 국민과의 소통, 교감의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월27일 오후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김형두 부장판사에 대한 보수단체 회원들의 집단행동 및 영화 과 관련한 공식 견해를 한데 묶어 발표했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재판 당사자가 재판장에게 가한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이러한 사태는 재판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특히 해당 영화는 기본적으로 흥행을 염두에 둔 예술적 허구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법 테러를 미화하고 근거 없는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어서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영화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차마 못하고 있었는데 뺨 때려줘서 고맙다는 꼴이다.
일본 법정영화 (2006)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인권법)의 말을 빌리면 “교과서 같은 영화”다. 억울한 피고인이 나오고 판사는 증거신청을 기각한다. 사법 피해자들이 등장하고 피고인의 주변인들은 어느덧 형소법 절차 전문가가 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부디 당신이 심판받기를 원하는 그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주시기를.”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