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로펌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로펌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3월 22일 금요일

총리·법무부 장관·차관 이어 ‘검사 전성시대’… 검찰개혁 역행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22일자 기사 '총리·법무부 장관·차관 이어 ‘검사 전성시대’… 검찰개혁 역행'을 퍼왔습니다.

ㆍ박한철 헌재소장 지명자 둘러싼 논란ㆍ로펌서 매달 6000만원 급여… 또 전관예우 의혹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첫 검사 출신 헌재소장이 된다. 공안검사가 헌재소장이 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대형 로펌 출신이 헌재소장에 지명된 건 전임 이강국 소장에 이어 두 번째다. 헌법을 최종 해석하는 기관인 헌재는 고도의 중립성과 사회적 신뢰가 생명이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도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박 지명자의 이력은 헌재 수장이 갖춰야 할 자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박 지명자 개인에 대한 긍정적 인물평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검찰개혁 역행하는 검사 전성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다. 검찰에 주어진 과도한 권한을 빼앗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 출신이 도리어 고위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검찰개혁이 화두인 시대에 검찰 출신이 전성시대를 맞은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박 지명자는 검찰 출신 첫 헌재소장 지명자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검사 출신이다. 정치인 생활을 오래 한 이한동 전 총리를 제외하면 검사 출신이 총리가 된 것도 처음이다. 검사 출신이 헌법기관의 장과 행정부의 최고위직을 동시에 꿰찬 것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지명자가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헌재는 헌법에 대한 최종적 해석권한을 토대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갖고 있다. 대통령이나 정치권, 검찰 등의 권한을 견제하는 게 헌재의 주요 역할이다. 특히 헌재는 최근 10년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행정수도 이전 심판 등 정치·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처리해왔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헌재소장을 해선 안된다는생각 은 옳지 않다”면서도 “헌재소장은 권력을 견제하고 때로는 정부의 결정을 막는 일도 해야 하는데 검사 출신이 헌재의 그런 역할을 잘 이해하고 끌고 나갈 수 있을지, 다시 말해 권력자에게 대들 수 있을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헌재 보수화 10년 카드

박 지명자는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이력 때문에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다만, 정통 공안통과는 결이 좀 다르다. 차라리 공안·특수·기획을 두루 거친 케이스에 가깝다. 비교적 합리적이지만 성향은 매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 지명자는 2005년 서울중앙지검의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 재직 중 법조브로커 윤상림씨 수사를 지휘하면서 무려 59건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 윤씨를 기소했다.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및 ‘떡값’ 수수 검사 명단이 폭로돼 검찰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삼성비자금사건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을 맡았다.

박 지명자는 대검 공안부장으로 있던 2008년 촛불집회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박 지명자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해 거의 매일 촛불집회 현장에 나갔다. 젊은 주부들이 유모차 에 아기를 태우고 집회에 나온 것을 본 박 지명자가 경찰 병력 투입을 늦출 것을 주장해 ‘조기 진압’을 요구한 정권 핵심부의 눈 밖에 났다는 얘기도 돌았다. 박 지명자는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정통 공안통인 황교안 법무장관, 김학의 법무차관에 이어 박한철 재판관이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공안’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색깔이 확연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박 지명자의 경우 종전에 2년가량 해오던 재판관직을 승계해 소장직을 맡기 때문에 임기가 4년이다. 즉 4년 뒤인 2017년, 임기 말에 접어든 박 대통령이 임기 6년의 헌재소장을 또 지명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법학전문대 학원 교수는 “박 지명자는 헌재의 보수화를 위해 향후 10년을 보장받는 카드”라고 말했다.
 

■ ‘전관예우’ ‘회전문 인사’ 다시 논란

박 지명자는 2010년 검찰을 떠난 뒤 약 4개월간 김앤장에서 일하며 고문료와 수임료 등 2억4500만원을 받았다. 매달 6000만원씩 보수를 받은 셈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전관예우’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 황교안 법무장관도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 박 지명자의 전관예우 문제는 2011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이미 제기됐다. 당시 여야는 박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국민들의 시각에서 전관예우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데 다수의 의원들이 공감했으며, 그 보수의 지급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한 적절한 소명도 부족했다”고 적시했다.

박 지명자가 한때 몸담은 김앤장은 헌재 사건에도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예컨대 2011년 대법원이 옛 파견 법에 근거해 현대차 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선고하자 현대차는 옛 파견법에 대한 헌법소원 을 제기했는데, 이 사건의 현대차 측 법률대리인이 김앤장이다. 이 사건은 아직 헌재에 계류돼 있다. 김앤장은 박 지명자 말고도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을 배출해 ‘김앤장 전성시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2013년 3월 2일 토요일

꾸준히 잘나간 그들… ‘2012 올해의 법조인상’ 수상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01일자 기사 '꾸준히 잘나간 그들… ‘2012 올해의 법조인상’ 수상도'를 퍼왔습니다.


‘떡값 검사’로 지목된 7인

검찰-자본 유착 고발한
의원과 기자가 유죄받는 동안
검사들은 요직 두루 거친 뒤
대부분 로펌이나 변호사 개업
일부는 경제계 입문하거나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계획도

검찰을 조롱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현은 ‘떡검’이다. 개방형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서는 “떡값을 받아먹은 검찰”, 곧 떡검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새로 개업·이사를 하거나 명절이 되면 주위에 떡을 돌리는 미풍양속이 있는데, 검사로 대표되는 검찰 구성원이 기업체·유관기관·민원인 등에게 소위 ‘떡값’ 명목으로 뇌물을 받고, 그 결과 검찰이 담당한 사건 처리 등에 있어 편의를 봐주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별칭이 붙었다.”

“권악징선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

2005년 7월22일 이상호 당시 (문화방송) 기자는 ‘엑스파일’로 불리는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와 그 녹취록 등을 입수해 삼성이 검찰 간부 등에게 거액의 ‘떡값’을 전달해 왔다고 보도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이어 같은 해 8월18일 엑스파일에 떡값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노 대표가 밝힌 7명은 김두희·김상희·김진환·안강민·최경원·한부환 변호사와 홍석조 비지에프(BGF)리테일(옛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이었다. 한국을 뒤흔든 삼성 엑스파일 사건의 시작이었다. 기업으로부터 일없이 떡값을 받아 챙기는 검사를 가리키는 단어, ‘떡검’은 이때부터 언론에 오르내렸다.삼성 엑스파일 사건이 드러낸 것은 검찰권력과 자본권력의 음습한 고리였지만, 사건의 결말은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법감정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떡값 수수 관행을 고발한 노 대표와 이 기자는 각각 지난 2월14일, 2011년 3월17일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7인의 검사는 처벌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출세가도를 질주했다. 안진걸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이런 결과를 가리켜 “권선징악이 아니라 악행을 권장하고 착한 행실을 벌하는 ‘권악징선’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특정 기업이 떡값이라는 이름의 뇌물로 검찰권력을 길들이려 했다면 뇌물을 주고받은 이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상식인데, 이를 고발한 언론인과 야당 국회의원만 처벌하고 정작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상식과 정의가 완전히 거꾸로 선 사례로 남을 것이다.”안강민 변호사는 2005년 삼성 엑스파일 사건 당시 노 대표가 ‘엑스파일 떡값 검사 7인 실명공개’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자 그를 명예훼손과 통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당사자다. 노 대표는 엑스파일에 나와 있는 “지검장은 (떡값 리스트에) 들어 있을 테니까 연말에 또 하고…”라는 1997년 9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발언을 근거로 안 변호사 이름을 떡값 검사 명단에 올렸다.1997년 엑스파일이 만들어질 무렵 서울지검장이었던 안 변호사는 이후 대검찰청 형사부장까지 지낸 뒤 1999년 검찰을 나왔다. 변호사 개업 이후 그는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와 2008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각각 국민검증위원회, 공천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한겨레)는 대법원의 노 대표 유죄판결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28일 안 변호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지만 당사자와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대신 안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엑스파일을 봐도 다른 검사와 달리 안 변호사의 실명은 찾아볼 수 없는데, 노 대표가 이름을 공개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안 변호사 생각”이라고 전했다.엑스파일이 녹음될 당시 서울지검 2차장검사였던 김진환 변호사는 “이번에 2차장 된 부산에서 올라온 내 1년 선배인 서울 온 2차장, 연말에나 하고…”라는 홍 회장 발언 때문에 7명에 포함됐다. 이를 근거로 노 대표는 2005년 국회에서 “당시 서울지검 2차장검사로 홍석현씨의 1년 선배인 김진환 전 서울지검장은 연말에 따로 떡값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지난 28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엑스파일은 대화 당사자들이 1997년 추석을 앞두고 누구에게 ‘인사’할 것인지 논의하는 내용으로, 내 실명은 나와 있지 않고 대화 내용도 떡값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지 말자는 것인데 떡값 검사로 몰아붙이는 것은 불쾌하다”고 밝혔다.김 변호사는 엑스파일 녹음 이후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지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4년 변호사로 개업해 현재 법무법인 충정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한국형사소송법학회와 대한공증인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사법시험 동기이기도 한 김 변호사는 4월24일 치러지는 충남 부여·청양지역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 쪽 관계자는 지난 28일 “4월 재선거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비자금 사건때 변호사 맡은 사람도

사촌 관계인 김두희, 김상희 변호사는 엑스파일에 가장 적나라하게 이름을 올린 경우다. 엑스파일을 보면 홍 회장은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김두희 전 총장은 한 둘 정도는 줘야 할 거예요. 김두희는 2천 정도. 김상희는 거기 들어 있으면 500 정도 주시면, 같이 만나거든요”라고 말했다. 당시 김두희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뒤 성균관대 이사를 맡고 있었고, 김상희 변호사는 대검 수사기획관 자리에 있었다.이후 김상희 변호사는 법무부 차관까지 올랐으나 엑스파일 사건이 터진 뒤 곧바로 사퇴했다. 이후 2009년 엘지(LG)전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두희 변호사는 성대 이사를 거쳐 1999년 유민문화재단 초대 감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유민문화재단은 홍 회장의 부친 홍진기 중앙일보 설립자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법인이다.홍석조 비지에프리테일 회장에게는 ‘떡값’이 의미 없었는지 모른다. 그는 ‘범삼성 일가’다. 홍석조 회장의 아버지는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고, 그의 형과 누나가 홍석현 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다. 홍 관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이다.노회찬 대표는 엑스파일 폭로 당시, 홍석조 회장의 이런 위치 때문에 그가 삼성의 ‘떡값 배달’ 역할을 맡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엑스파일을 보면, 그의 형 홍석현 회장은 “석조(당시 서울지검 형사6부장)한테 한 2천 정도 줘서… 작년에 3천 했는데, 올해는 2천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라고 말한다.홍석조 회장은 삼성 엑스파일 사건이 불거진 이듬해인 2006년 광주고검장을 그만두고 경제계에 입문했다. 2007년 3월 보광훼미리마트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홍석조 회장은 폭로 당시 “나한테 돈을 받았다는 사람을 찾아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또한 엑스파일에는 홍석현 회장이 “그다음에 생각한 게 최경원”이라고 하자 이학수 부회장이 “(명단에) 들어 있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홍 회장은 “들어 있으면 놔두라. 한부환도 들어 있을 거고…”라며 말을 받는다.최경원 변호사(김앤장법률사무소)는 1997년 엑스파일에 이름을 올렸을 때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1998년 법무부 차관을 거쳐 2001년 장관 자리까지 올랐다. 전직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인 최 변호사는 지난 연말 검사 비리와 성추문 등 검찰 조직이 위기에 처하자, 1월11일 동우회 모임에서 “정부 수립 이후 검찰이 어려움을 맞은 적도 많았고 정부 내에서 비중이 줄어든 적도 많았지만 지금처럼 참담할 정도로 위상이 실추된 적은 없었다. 뼈를 깎는 과감한 자기혁신만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1일 전화통화에서 “떡값을 줬다는 명단이 아니라 주라는 명단이다. 삼성에 아는 사람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 주변에서 장관까지 한 사람이 나설 필요가 있냐고 해서 (명예훼손) 소송을 걸지 않았다”고 말했다.한부환 변호사는 1997년 서울고검 차장검사였고 2002년에는 법무부 차관을 맡았다. 노회찬 대표의 폭로 직후 그는 “97년 삼성 쪽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삼성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의혹을 제기해 특검 수사가 이뤄진 2008년 2월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 때 삼성 쪽 변호사에 선임됐다가 석달 만에 사퇴한 적이 있다. 지난해 말 법조언론인클럽은 “제1기 로스쿨 평가위원장을 맡아 법학전문대학원의 세밀한 평가를 주도했다”며 한 변호사를 ‘2012 올해의 법조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최성진 남종영 기자 csj@hani.co.kr

2013년 2월 20일 수요일

‘공직→로펌→공직’…회전문 인사 악순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19일자 기사 '‘공직→로펌→공직’…회전문 인사 악순환'을 퍼왔습니다.

뉴스분석|정홍원·윤병세·황교안 논란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박근혜 정부 첫 조각에서 국무위원 후보자 4명이 ‘회전문 인사’ 시비에 휩싸이면서 공직과 로펌 등을 오가며 거액의 수익을 올리는 고위 공직자들의 처신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한번 쓴 사람을 또 쓴다는 비유로 사용되는 ‘회전문 인사’는 본래, 퇴직한 공직자가 민간기업에서 일하다 다시 공직으로 복귀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퇴직 공직자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된 뚜렷한 규정이 없어, 역대 정부의 주요 인사 때마다 이 문제가 논란이 돼왔다.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법조계에 횡행하는 ‘전관예우’ 논란을 빚고 있다. 황 후보자는 2011년 8월 부산고검장 퇴임 직후인 9월,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 자리를 맡았다. 이곳에서 일한 17개월 동안 황 후보자가 받은 보수는 16억원(세전)에 이르러, 한 달에 약 1억원씩을 받은 셈이다.역시 법조인 출신인 정홍원 총리 후보자는 2004년 5월 법무연수원장에서 퇴임한 뒤 ‘로펌(로고스)→공직(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로펌→공직(총리 후보자)’ 행보를 반복했다. 정 후보자는 로펌에서 일할 때 매달 3000여만원을 받았다.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008년 2월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 수석에서 물러난 지 1년 만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맡아, 지난 1월까지 일했다. 4년 동안 김앤장에서 받은 돈은 모두 5억여원이다. 윤 후보자는 고문으로 일할 당시인 2010년 12월, 박근혜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김앤장으로선 ‘예비 장관’을 고용한 셈이다.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2008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서 퇴임한 뒤인 2010년 7월~2012년 6월, 무기수입 중개업체 유비엠텍에서 비상근 고문으로 일하면서 2년간 2억1500만원을 받았다. 유비엠텍은 독일 군수업체 엠티유(MTU)사 제품의 국내 판매를 중개하는 업체다. 그런데 국산전차 케이(K)2의 파워팩(엔진과 변속기) 국산화를 검토하던 군 당국은, 공교롭게도 김 후보자가 이 회사에 근무할 당시인 지난해 4월 엠티유사의 제품을 장착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는 군의 독일제 파워팩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별로 한 일이 없다”고 했지만, 아무 일도 않고서 2억원을 받았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대형 로펌이나 민간기업이 거액을 주면서까지 퇴임한 고위 공직자를 채용하는 건, 이들이 공직 생활에서 쌓은 인맥과 경험을 동원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라는 게 정·관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현직 공직자는 퇴임한 공직자와의 친분 관계 때문에 이들의 로비나 청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번처럼 퇴임한 이들이 언제든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등 자신의 인사권을 지닌 상관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온존해 있다.민간업체에서 이런 활동을 하던 사람이 공직자로 발탁되면, 정책 결정·실행 과정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 캠프에서 고위 당직자로 일했던 한 인사는 “공직 생활을 끝낸 뒤 로펌이나 기업으로 가는 건 ‘이젠 돈을 좀 벌자’는 보상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고, 로펌 등이 이들을 정·관계 로비스트로 활용한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들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이명박 정부에서도, 로펌 활동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로 2011년 1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가 낙마한 적이 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이런 관행을 끊으려면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는 “‘회전문 인사’가 위법은 아니지만,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갔다는 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공직 퇴임 뒤 업무와 유관한 곳으로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고, 회전문 인사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현행법의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미국에서도 ‘회전문 인사’는 논란거리다. 최근에도 ‘회전문 인사를 끊겠다’고 다짐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의 금융회사들을 변호하는 대형 법무법인의 메리 조 화이트 변호사를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해 비판이 일었다. 일각에선 공직에 있다가 민간기업으로 가서 높은 연봉을 받을 경우, 일정 기간 동안 50~75%의 고율의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외교 분야의 경우, 퇴임 후 학교나 싱크탱크 등에서 연구활동을 계속하며 전문성을 높인 뒤, 다시 공직에 복귀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2013년 2월 17일 일요일

황교안, 로펌서 한달에 1억씩 벌어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16일자 기사 '황교안, 로펌서 한달에 1억씩 벌어'를 퍼왔습니다.
고검장 그만두고 바로 로펌행, 전관예우 논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부산고검장에서 퇴임 직후 로펌에 근무하면서 매달 1억원에 가까운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전관예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15일 국회에 제출한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2011년 8월 부산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퇴임한 지 불과 한달 뒤인 그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로 재직해왔다.

그가 17개월 동안 태평양에서 받은 급여 총액은 15억9천31만원으로, 월 평균 9천만원이 넘는다. 특히 지난해 10월에 한 달에 3억여원을 받았다. 

그 결과 태평양 재직 시절 그의 예금은 크게 늘어나 2011년 9월 8천여만원에서 현재 6억7천만원이 됐고, 같은 기간 배우자의 예금액도 5천여만원에서 2억6천여만원으로 늘었다.

그가 신고한 재산총액은 25억8천900여만원으로, 6명의 각료 후보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밖에 황 후보가 장남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황 후보자의 장남은 2012년 8월 30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0차아파트 약25평(76.3㎡) 전세를 3억원에 계약했으나 2011년 7월 군 제대 후 KT에서 근무를 시작한 황 후보자 장남의 2012년 연봉은 3천500만원에 불과했다. 

서 의원은 “자신의 연봉에 10여 배에 달하는 전세를 얻었지만 그에 대한 증여세 납부나 채무관계는 인사청문요청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며 “전세자금을 불법증여 받은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행 증여세법에 따르면, 직계존속간 증여도 성인인 경우 3000만원 이내의 경우만 증여재산공제가 되어, 후보자가 장남에게 증여를 했다고 할 경우 2억7천만원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김동현 기자 

2013년 2월 16일 토요일

황교안, 로펌행 후 16개월 동안 15억원 벌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15일자 기사 '황교안, 로펌행 후 16개월 동안 15억원 벌어'를 퍼왔습니다.
서영교 의원, 전관예우 관행에 따른 수임료…공직자 자격 없어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가 28년 검찰 공직을 퇴임한 후 신고한 재산과 비교해 퇴임후 불과 2년 동안 법무법인 고문직으로 2배 가까운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 퇴임 뒤 로펌행을 택한 황 내정자가 전관예우 관행에 따라 수십억원의 돈을 벌어들인 것이라는 비판 여론과 함께 공직자 자질이 없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소속으로 황 내정자 인사청문위원인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은 인사청문 요청안 자료를 분석해 황 내정자가 퇴임 직후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가면서 16개월 동안 15여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1년 8월 부산고검장 끝으로 해서 퇴임한 시점에 황 내정자의 재산 신고액은 13억 6839만원이었지만 로펌행 이후 2013년 2월 시점에 재산은 25억 8925억으로 확인됐다. 
황 내정자는 지난 2011년 9월 로펌에 입사한 이후 그해 12월까지 불과 석달 동안 2억 7천여 만원을 급여로 받았고 2012년 한해동안 12억 8천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영교 의원실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소득원천징수 결과 황 내정자가 순수하게 로펌에서 받은 급여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

서영교 의원은 “1년 반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본인의 재산보다 많은 수임료를 받았다는 것은 ‘전관예우’차원에서 지급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아무리 전관예우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수임료”라고 지적했다.
전관예우 관행에 따라 전관예우 금지법까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황 내정자가 관행을 이용해 재산을 늘렸다면 공직자로써 자질이 의심된다는 것이 서영교 의원의 주장이다.
서 의원실은 황 내정자가 로펌행을 결정되는 시기에 언론에 "(황 내정자가)각종 형사 사건 등에서 인지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태평양은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돼 "대형사건에 대해 사실상 전관예우을 노린 로펌의 스카우트였다는 설명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도 퇴직 후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뒤 7개월 동안 약 7억원을 돈을 받은 것이 문제가 돼 낙마한 바 있다"면서 "황교안 후보자 역시 과도한 수임료가 드러난다면 정동기 후보자의 사례와 다를 수 없다"고 지적해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강도높은 검증을 예고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12월 9일 일요일

한국, 자본의 법정에 서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12-10일자 제939호 기사 '한국, 자본의 법정에 서다'를 퍼왔습니다.
[특집] 식민지 해방되자 투자한 자본 보호하려 제국주의가 고안한 ISD,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소송 제기…한국에 불리한 판례 있고 정부 대리했던 로펌까지 론스타 변호, 사법주권·공공정책 벼랑 끝에

론스타는 잃을 것 없는, 한국은 잃을 것밖에 없는 투자자-국가 소송(ISD)이 시작됐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11월21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센터(ICSID)에 ISD 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난 5월22일 한국 정부의 차별적 조처로 수십억유로(수조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중재의향서를 낸 론스타가 냉각(협의) 기간 6개월이 끝나자 하루도 지체하지 않고 본격적인 국제중재에 돌입한 것이다. 그만큼 자신만만하고 철저히 준비했다는 의미다. 이로써 한국은 1967년 ICSID에 가입한 이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ISD를 당하게 됐다.

‘먹튀’ 론스타, 두 가지 손실 주장

»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늦춰 수조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는 론스타가 자초한 일이라고 반박한다.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이라는 중대 범죄를 저질러 2011년 10월에야 유죄판결이 최종 확정됐기 때문이다. 2008년 1월12일,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중앙)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론스타는 2003년 한국에 설립한 론스타코리아를 통해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2008년 벨기에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인 ‘LSF-KEB홀딩스’로 운영 주체를 바꾼 뒤 2012년 1월 하나금융그룹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 매각액은 3조9156억원. 론스타가 투자한 원금 2조1549억원을 웃돌 뿐 아니라, 지난 9년간 배당 등을 통해 회수한 2조9027억원까지 합치면 투자수익률은 200%를 훨씬 넘는다. ‘먹튀’ 논란이 거셌지만 정부는 양도소득세 3915억원만 거둬들이고 론스타를 풀어줬다.
그런데 론스타가 자신들이 아직도 더 챙겨야 할 몫이 있다고 지난 5월 돌아왔다. 손에는 ISD라는 칼을 들고 말이다. ISD란 상대국 정부가 투자협정상 의무를 위반해 외국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을 경우, 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청구하는 제도다.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동의를 앞두고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바로 그 제도다. 한국은 한-미 FTA를 포함해 6개 FTA, 81개 투자보장협정(BIT)에 ISD를 허용하고 있다. 론스타는 1976년에 체결해 2011년 3월에 개정한 한-벨기에 투자협정을 근거로 삼았다.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실은 두 가지다. 첫째, 2003년 10월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0억원에 매입한 론스타는, 2006년 KB금융지주, 2007년 싱가포르의 DBS은행, 2007년 HSBC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려고 잇따라 주주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한국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늦췄다는 것이다. “론스타의 수익 창출을 여론이 ‘먹튀’라고 비판하자 한국 정부가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 법적으로 매수자의 적정성만 따지면 되는데 매도자인 론스타의 자격을 문제 삼아 매각이 여러 차례 좌절됐다.” 그 결과 2조4천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둘째, 낼 이유가 없는 세금을 내서 손실을 입었단다.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주체는 벨기에 회사인 LSF-KEB홀딩스인데, 벨기에와 한국은 조세조약(이중과세 방지협정)을 맺고 있다. 이 협정을 보면, 벨기에 회사가 한국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 벨기에 정부가 과세권을 갖는다. 하지만 벨기에는 해외 주식투자 소득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아 론스타는 결과적으로 어디에도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기반을 둔 론스타가 벨기에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한국에 우회 투자한 이유다.

엑손모빌·머피오일 vs 캐나다 정부

론스타는 이런 주장을 내세워 앞서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모두 패소했다. 정부가 ISD에 대해서도 “120% 승소”를 자신하는 이유다. 매각 승인 지연의 경우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가조작이라는 중대 범죄를 저질러 자초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며 금융 당국에 매각 승인을 보류해왔고, 2011년 10월에야 론스타의 유죄가 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그 이후에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금융 당국이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과세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이 7년간 소송 끝에 국세청에 승소 판결한 바 있다. 2004년 12월 서울 강남 스타타워빌딩(강남파이낸스센터) 주식을 매각한 뒤 론스타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고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벨기에 법인은 론스타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해 한-벨기에 조세조약의 혜택을 입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24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부당이득 환수 추진을 위한 주주 모집’ 기자회견을 열었다(왼쪽). 하지만 투자수익률 200%를 달성한 론스타는 투자자-국가 소송(ISD)으로 추가 이득을 얻어낼 심산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동의를 앞두고 ISD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2011년 10월 국회 끝장토론이 열렸을 때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사진 왼쪽)은 “ISD는 한국에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박종식, 한겨레 강창광

한발 더 나아가 시민사회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인데도 이를 숨기고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얻었기에 원천 무효라고 주장한다. 당시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금융기관 주식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외환은행 소액주주가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론스타는 산업자본에 해당함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기대처럼 한국의 사법적 판단을 ISD가 존중할까? 그동안의 판례를 보면 불행히도 아니다. 미국 정유업체인 엑손모빌과 머피오일이 캐나다 뉴펀들랜드주를 상대로 낸 ISD 사건을 보자. 캐나다 주정부는 엑손모빌 등이 뉴펀들랜드의 래브라도반도와 섬 주변에서 유정 개발 사업을 하며 발생한 이익금의 일부를 지역사회를 위한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도록 했다. 이에 반발해 미국계 정유업체는 캐나다 법원에 소송을 냈다. 캐나다 법원은 국내법에 따라 이들의 주장을 세 차례나 기각했다. 결국 이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위반이라며 6천만달러를 요구하며 ISD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 5월 캐나다 주정부의 행위가 ‘이행요건 부과 금지’(투자인가의 조건으로 투자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을 금지)에 해당한다며 미국계 정유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캐나다의 사법적 판단이 무력화된 것이다.
한국 대법원은 ‘사법주권’ 침해의 위험성을 이미 경고했었다. 대법원은 2006년 6월 한-미 FTA 협상 당시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ISD에 관한 검토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 투자자의 중재 청구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제소에 따른 대응 등 상당한 부담이 작용한다. 중재 청구 대상에 사법부의 재판을 배제할 수 없다면 극심한 법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미국의 재판 절차와 판결을 중재판정부가 심판한 로언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캐나다 장의업체인 로언이 1995년 미국 미시시피 주법원에서 5억달러를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받자, NAFTA 위반이라며 ISD를 청구했다. 중재판정부는 절차상 문제를 들어 기각 결정을 내지만 사법부 판결이 중재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ISD는 이처럼 투자를 받는 국가에 부담이 되는 제도다. 다국적 투자자가 현지 판결·공공정책 등을 무력화하는 무기로 ISD를 휘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ISD를 둘러싼 전선은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자본 대 국가’로 그어진다. 특히 ISD에서 가가 패소하면 대자본이 요구한 손실보상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시장적 남미나 당하는 소송이라더니

한마디로 정리하면 ISD는 이처럼 투자를 받는 국가에 부담이 되는 제도다. 다국적 투자자가 현지 판결·공공정책 등을 무력화하는 무기로 ISD를 휘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ISD를 둘러싼 전선은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자본 대 국가’로 그어진다. 공공정책·경제민주화를 요구할 권리를 가진 다수의 국민과, 시장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대자본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ISD에서 국가가 패소하면 대자본이 요구한 손실보상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나 의회가 입법주권과 사법주권을 제한한다며 ISD 반대에 적극적인 이유다. 미국 주의회, 오스트레일리아 의회, 브라질 의회 등이 대표적이다.
자본의 이득을 보호하는 건 ISD의 태생적 숙명이다. ISD는 1960년대부터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신생국가들이 옛 식민지 자본을 국유화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자본의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 김익태 미국 변호사는 저서 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어찌 보면 식민지 지배에 실패한 점령국이 떠나면서 자신들이 식민 지배를 통해 착취한 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도리어 그간 투자한 금액에 대해 보상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고안해낸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일본 점령군이 36년 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하다가 2차 대전의 패배로 본국으로 도망가면서 그동안 식민지 조선에 투자한 금액을 보전해주길 기대하는 경우와 유사하다”고 평했다.
이런 ISD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모르지만 한국은 국외 투자가 드물던 1967년에 덥석 ICSID 회원국에 가입했다. 게다가 ISD가 포함된 투자협정 81건을 체결하며 독일·일본과의 협정을 제외하고는 국회 비준 절차도 밟지 않고 정부가 발효했다. 국가별 국제투자협정 체결 수를 순위로 매겨보면 영국·독일·프랑스·중국에 이어 한국이 5위를 차지한다.

‘특혜’의 비밀이 지난 5월 론스타가 공개한 중재의향서에서 밝혀졌다. ISD를 제기하겠다는 ‘협박’ 편지를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세 차례나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7월9일과 2009년 2월11일, 2012년 1월17일이었다. 마지막 서신이 도착한 지 열흘이 지난 1월27일, 금융 당국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최종 승인했다.

‘피소 가능성 0%’라더니 겁먹은 정부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무사태평이었다. 2011년 외교통상부가 낸 ‘ISD 우리에게 필요한 제도입니다’라는 자료에는 “정부 조치가 정당하고 미국 투자자에게 비차별적인 경우에는 ISD 피소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돼 있다. 그리고 ‘피소 가능성 0%’라고 적었다. “일부 남미국가가 제소를 당한 것은 대부분 정당한 보상 없이 실시한 국유화 등 반시장적 조치 때문이다. 시장경제 원칙을 따르고, 안정적인 법체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67년 ICSID에 가입한 이래 ISD에 피소된 사례가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막대한 비용과 중재 판정이 내려지기까지 2∼3년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업이 무분별하게 상대국 정부를 제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외교부의 설명과 달리 ISD는 급증하는 추세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간하는 연간 보고서 ‘ISD의 최근 현황’을 보면, 2011년에 발생한 ISD 사건은 46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ISD 누적 발생 건수는 450건에 달하고 1개 이상의 ISD에 휘말린 국가는 89곳이다. UNCTAD는 “대부분 ISD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 공공정책에 대한 다국적기업의 제소가 많아진 것에 주목했다. 미국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강력한 금연법을 제정한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를 상대로, 스웨덴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바텐팔이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한 독일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한 것이 그 사례다. 론스타도 조세 등 공공정책을 문제 삼고 있다.
‘피소 가능성 0%’를 공언하던 그들은 론스타의 ISD 사건에 대해 무엇이라고 해명할까? “흥분할 필요 없다. 상대편이 소송을 제기해왔으니까 아주 냉정하게 대응을 해서 패소를 시켜버리면 된다. 정부의 규제가 정당하고 비차별적이라면 ISD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이 11월28일 YTN 라디오에서 한 말이다. 1년 전에는 기업이 무분별하게 제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안심시키더니, 이제는 기업이 무분별하게 제소한 것이니 한국 정부가 승소하리라 자신한단다.
그 자신감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이미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작전’에 휘말리고 있어서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부터 산업자본이라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금융 당국은 론스타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이행하지 않았다. 시민사회의 거듭된 요구에 떠밀려 뒤늦게 심사한 뒤 2011년 3월에야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부 소유의 투자전문회사인 테마섹홀딩스가 2004년 5월 하나은행의 주식을 취득할 때 사전에 엄격히 심사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또 법원이 2011년 10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론스타에 대한 벌금 250억원 선고를 확정했는데도 금융 당국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막대한 주식매각액을 얻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줬을 뿐이다.
이런 ‘특혜’의 비밀이 지난 5월 론스타가 공개한 중재의향서에서 밝혀졌다. ISD를 제기하겠다는 ‘협박’ 편지를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세 차례나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7월9일과 2009년 2월11일, 2012년 1월17일이었다. 마지막 서신이 도착한 지 열흘이 지난 1월27일, 금융 당국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최종 승인했다.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판단해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리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따르지 않은 것은, 나중에 혹시라도 론스타가 ISD를 제기할 경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엉겁결에 ‘된서리 효과’(Chilling Effect)를 고백한 거다. ‘서부시대 총잡이의 총처럼’ 기업이 ISD라는 무기를 만지작거리면 정부가 움츠러드는 현상이다. 제도적·관행적 장벽을 없애고 상대국 정부를 길들이려고 다국적기업이 활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기울어진 운동장, 빼앗긴 베테랑

한국 정부의 전략을 잘 아는 로펌도 론스타가 스카우트했다.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인 미국계 다국적 로펌 ‘시들리오스틴’ 얘기다. 시들리오스틴은 지난 7월까지 5년간 한국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통상분쟁 관련 자문계약을 맺고 그 대가로 7억9천여만원을 받아갔다. 또 한-미 FTA와 관련해 주미 대사관과 법률자문 계약을 2010년에 맺어 지난 6월30일까지 유지했다. 그 대가는 월 1만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통상정책과 분쟁 대책을 소상히 알고 있는 이 로펌이 론스타가 ISD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지난 5월부터 론스타의 편에서 칼끝을 겨누고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외교부가 6월16일 문제제기를 했고 7월16일 로펌은 한국 정부와의 자문계약을 해지했다. 김행선 미국 변호사는 “한국 정부를 오래 대리해 많은 정보가 있는 로펌이 그 정보를 사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베테랑 선수까지 빼앗긴 상황, 혹독한 신고식이 한국을 기다린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10월 2일 화요일

퇴직 검사 절반 로펌행, ‘전관예우’ 우려 여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01일자 기사 '퇴직 검사 절반 로펌행, ‘전관예우’ 우려 여전'을 퍼왔습니다.

지난해 퇴직한 검사 중 47%가 로펌 소속 변호사로 변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검사 64명 중 30명은 로펌에, 1명은 일반 기업에 취업했으며 나머지 33명은 개인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특히 지난해 퇴직검사들이 가장 많이 재취업한 로펌은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총 6명이 새 둥지를 틀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퇴직 검사 4명을 받아들여 뒤를 이었으며, 법무법인 화우가 3명, 법무법인 동인과 법무법인 광장이 각 2명의 퇴직 검사를 채용했다.

퇴직 검사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대형 로펌으로 취업하는 추세는 꾸준하다. 지난 2010년에는 퇴직 검사 47명 중 22명이 로펌에 취업했으며, 역시 김앤장이 가장 많은 5명을 영입했다. 

지난해 법무부가 제출한 퇴직검사 재취업 현황(2007-2010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퇴직 검사 243명의 45%인 111명이 개업을 하거나 법률사무소에 취업한 가운데 68명은 로펌행, 22명은 기업체, 8명은 학교, 6명은 정부기관에 취업했다. 또 이 기간에 로펌행을 선택한 68명 중 10명이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공직 출신의 대형 로펌 취업이 또 다른 전관예우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검사들이 퇴직하자마자 대형 로펌 위주로 재취업에 나서는 것은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를 낳을 뿐 아니라 건전한 사법질서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퇴직 검사에게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지만 '대형 로펌의 전관 모시기'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지난 2011년 10월 행정안전부는 퇴직 공직자들에 대한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김앤장과 광장, 삼일 등 대형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 37곳을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업체로 지정한 바 있다. 

또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변호사법을 개정(2011년 5월 17일 시행), 공직자가 변호사 자격 없이 로펌에 취업할 경우 로펌은 이들의 명단과 업무내역서를 매년 1월말까지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토록 했다.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사정기관에서 퇴직한 고위공직자들이 대형로펌에 취업해 자신이 속했던 기관을 상대로 ‘로비스트’ 활동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편 퇴직 뒤 로펌에 취직한 공직자의 명단과 업무내역 등 공개를 둘러싸고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조윤리협의회가 올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변호사법 부칙에는 '해당령 시행 이전에 이미 취업중인 퇴직 공직자 역시 신고 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지침이 있으나, 김앤장은 해당령 시행 이전에 취업한 퇴직 공직자들은 신고대상에서 제외하고 제출을 거부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전관예우’를 악용한 대형 로펌의 퇴직공직자 영입은 검사 출신 외의 대상에서도 활발히 이뤄진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출신 직원들이 국내 대형로펌의 고문이나 자문위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국내 M&A 법률자문 실적' 상위 6개 로펌인 김앤장,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 화우의 고문, 전문위원 등 '전문인력' 9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53명(55.2%)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세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직을 퇴임하고 로펌 취업에 걸린 기간이 짧은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들 중 90%(48명)는 퇴임 후 1년 이내에 로펌에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새미 기자 | psm@mediatoday.co.kr  

지난해 퇴직검사 47% 로펌행…김앤장 최다, 태평양·화우 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01일자 기사 '지난해 퇴직검사 47% 로펌행…김앤장 최다, 태평양·화우 순'을 퍼왔습니다.

지난해 퇴직한 검사들의 47%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1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춘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검사 64명 중 30명이 로펌으로 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33명은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1명은 기업에 재취업했다.이 중 퇴직 검사들이 가장 많이 간 로펌은 김앤장법률사무소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앤장에는 황희철 전 법무부 차관 등 6명이 새 둥지를 틀었다. 2010년에도 로펌으로 이직한 퇴직 검사 5명 중 1명이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겨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바 있다.이어 법무법인 태평양이 4명, 법무법인 화우가 3명, 법무법인 동인과 법무법인 광장이 각 2명씩을 영입했다.이 외에 법무법인 명문·바른·양헌·민·율촌·정률·이지스·재상 등이 퇴직 검사들을 채용했다.한편 2008년~지난해 취업제한 대상 퇴직공직자는 모두 18명으로, 이 중 13명이 기업의 사외이사로 임용됐고 5명이 기업의 전무·상무·부사장 등 고위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심사 결과 이들 모두 취업에 문제될 소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시스

2012년 8월 9일 목요일

MBC, 로펌끼고 KBS ‘시사기획 창’ 심의 요구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08일자 기사 'MBC, 로펌끼고 KBS ‘시사기획 창’ 심의 요구'를 퍼왔습니다.
KBS 인터뷰 거절하고 이제와서 “불법파업 언급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권혁부)는 8일 MBC 사측이 “노조의 입장을 옹호했다”며 KBS (시사기획 창) ‘2012 노동자의 삶’ 편에 제기한 민원에 대해 의결을 보류했다. 또한 이날 소위에서는 (시사기획 창)의 의견진술 청취 여부를 놓고 공방이 오갔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KBS (시사기획 창)은 MBC·YTN·KBS 등 언론사 파업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KBS (시사기획 창)은 MBC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한 쪽은 MBC였다. 하지만 MBC 사측은 뒤늦게 “김재철 낙하산 사장이 방송을 망가뜨렸다”는 노조 측의 입장만을 전달했다며 편향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 7월 10일 방영된 KBS '시사기획 창' 캡처

이날 소위에서 야당 추천 김택곤 상임위원과 장낙인 위원들은 “문제없음” 의견을 밝혔다. KBS 프로그램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때는 이미 KBS의 파업은 종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정부여당 추천 권혁부 소위원장과 엄광석·박성희 위원이 제작자에 대한 의견진술 청취를 요구하면서 공방이 이어졌다.
엄광석 위원은 “판단이 모호한 경우에도 의견진술을 들었다”며 “소위원회에서 제작자의 의견진술을 들을 것인지조차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성희 위원도 “KBS (시사기획 창)이 문제가 있다는 의견과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50%”라고 가세했다.
김택곤 상임위원과 장낙인 위원들은 “의견진술을 들을지 말 것인지를 전체회의에서 결정하자”며 ‘권재홍 허리우드 액션’, ‘백선엽 다큐’, ‘정율성 다큐’ 등의 처리절차를 선례로 들었다. 해당 안건들에 대한 의견진술 여부를 전체회의에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장 위원은 “합의가 안 되면 그동안 전체회의에 올라갔던 게 관례”라면서 “하던 대로 하라”로 촉구했다.
의견진술 청취 여부를 놓고 설전이 이어지자 의견진술을 주장하던 권혁부 소위원장은 “안건을 보류하겠다”며 회의를 끝냈다.

해당 안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보도·교양방송 특별위원회는 KBS (시사기획 창)과 관련해 5명이 “문제있음”을, 4명이 “문제없음” 의견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결로 심의가 진행될 경우 제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MBC 사측은 KBS (시사기획 창)에 대해 로펌을 통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KBS도 90일간 똑같은 이유로 파업을 했다. 그런데 자사의 문제는 한 줄로 그치면서 경쟁사에 대해서는 몇 배의 양에 해당하는 것을 방송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해당 프로그램에서 (MBC 파업이)‘불법’이라는 말은 한 마디도 없다”고 문제삼았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3월 4일 일요일

직원 빼가고 소송 상대방 염탐하고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3-01일자 기사 '직원 빼가고 소송 상대방 염탐하고'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재벌 닮은 김앤장의 문어발식 확장 - ① 추락하는 시장 신뢰



김앤장은 ‘법조계의 삼성’이라 불린다. 경쟁업체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탁월한 영업력과, 스스로 시장의 거대한 권력이 되어 시장 질서를 흐리는 두 얼굴은 영락없는 삼성의 모습이다. 
김앤장처럼 오랜 기간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로펌도 드물다. 흉악한 범죄인이라도 그의 변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투철한 직업의식이 결과적으로 론스타를 비롯한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국부 유출을 낳았다.
하지만 김앤장은 억울해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국내 로펌업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세계적인 로펌과도 당당히 겨룰 수 있도록 토양을 다져놓은 대가치고는 가혹한 평가라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외국자본이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차별받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의의 여신’ 디케의 가르침에도 어긋난다고 그들은 항변한다. 
김앤장은 과연 근거 없는 ‘미운털’이 박힌 걸까. 가 살펴봤다. _편집자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에 비판 목소리 높아져… 의뢰인뿐 아니라 시장 믿음 얻으려 노력해야
경쟁 로펌은 물론 중소 컨설팅업체까지 ‘1등 로펌’ 김앤장을 비난하고 있다. 마치 못된 대기업처럼 법률시장을 어지럽힌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참여자들의 비난을 외면하면 결코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1등도 지키지 못한다.
무역 및 해외투자 관련 컨설팅업체인 무역투자연구원(ITI)이 최근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상대로 일전을 벌이고 있다. 이 업체 소속의 회계사 전원이 김앤장으로 이직을 시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무역투자연구원은 김앤장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이직 문제가 공정위 제소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역투자연구원 쪽의 설명은 이렇다. 문제의 회계사들은 무역투자연구원의 주요 매출 활동 가운데 하나인 무역구제 업무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력들이었다. 이들은 국내 업체가 해외시장에서 반덤핑 제소를 당하거나, 거꾸로 해외 업체를 반덤핑 제소할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졌다고 한다.
중소 컨설팅업체의 하소연
정동식 무역투자연구원장은 “우리 회계사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무역구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이 김앤장으로 모두 옮기면 무역투자연구원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무역구제 업무를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회계사들이 하고 있던 일은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한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역투자연구원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거래처를 통째로 김앤장에 빼앗기는 것이다. 회계사들이 그동안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가 고스란히 김앤장으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연간 200억원 규모에 불과한 무역구제 시장을 김앤장이 독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 원장은 “김앤장처럼 덩치가 큰 로펌이 들어오면 무역구제 시장에서 다른 중소 로펌이나 컨설팅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 관계자는 “무역구제 업무는 이미 김앤장에서도 하고 있던 일”이라며 “회계사들은 무역투자연구원에 계약직으로 고용돼 있었는데, 계약 기간이 끝난데다 본인들이 원해서 옮기는 것일 뿐 인력 빼가기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무역투자연구원은 김앤장을 공정거래위윈회에 제소할 생각이지만, 스스로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공정위 전직 고위 간부들이 김앤장에 고문으로 영입돼 있기 때문이다. 김앤장에는 김병일, 김병배 전 부위원장과 이동규 전 사무처장, 김원준 전 경쟁정책국장 등 전직 핵심 간부들이 포진해 있다.
핵심 인력 빼가기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 2010년 5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 채용하여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 하나로 규정했다. 무역투자연구원은 이 규정을 들어 김앤장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앤장은 펄쩍 뛴다. 배현태 변호사는 “회계사나 변호사가 갖고 있는 노하우는 개인의 자산이지 회사의 자산이 아니다”라며 “무역투자연구원의 사례는 불공정거래행위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회계사들이 설계도나 특허 기술과 같은 회사의 자산을 빼돌린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에 소송을 낼 경우에는 어떨까?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무역투자연구원이 참고할 만한 가처분 결정이 최근에 나왔다.
지난해 10월 삼일회계법인은 김앤장으로 이직한 전직 파트너를 상대로 경업금지가처분 소송을 내서 이겼다. 삼일회계법인은 28년 동안 함께 일했던 이 전직 파트너가 김앤장으로 이직해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똑같은 일을 시작하자,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경쟁업체로 이직해 같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다”며 소송을 냈다. 이 파트너는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려고 한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결국 삼일회계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파트너가 삼일회계법인에서 취득했던 정보나 노하우, 신뢰관계 등은 공인회계사로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면서 습득한 노하우 등은 보호받아야 할 이익이 충분히 있으므로, 피신청인은 1년(2011년 1월1일~12월31일) 동안 김앤장에서 근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회사 일을 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는 회사의 자산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 노하우를 가진 인력이 경쟁업체로 이직하는 것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다.


론스타 사건은 김앤장을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론스타를 대리한 김앤장은 결과적으로 투기자본 론스타에 의한 수조원대의 국부 유출을 도운 셈이 됐다.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 모습. 한겨레 박승화.

전무후무한 로펌 간 진정 사건
김앤장은 이 판결도 탐탁해하지 않는다. 권오창 변호사는 “김앤장에서도 변호사나 회계사가 다른 경쟁 로펌으로 많이 옮긴다. 그래도 김앤장은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이직은 시장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김앤장의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경쟁업체들이 김앤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김앤장의 ‘업보’와 관련 있다.
김앤장은 종종 과도한 영업활동으로 경쟁 로펌들의 지탄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6년 12월에 벌어진 김앤장과 법무법인 광장 간의 진정 사태다.(1) 당시 김앤장은 광장 소속의 한 변호사를 상대로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김앤장은 “피진정인이 김앤장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과 명예훼손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상을 조사해 적절한 조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변호사가 김앤장을 비방한 내용은 이렇다. “김앤장은 비법률적 활동(로비)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우면서 변호사 윤리를 저버린다.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을 비법률적인 영역에서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변호사 직업윤리에 반하는 쌍방대리를 일삼기도 한다. 김앤장 고문의 역할은 브로커다.” 김앤장은 이런 비방이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과 영업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듬해 1월 김앤장을 상대로 대한변협에 진정서를 접수시키며 맞대응했다. 김앤장이 “변호사법에 근거가 없는 특이한 조직 형태로 사업을 하면서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고, 변호사법의 여러 규제를 무력화한다”고 공격했다.
이 사태는 대한변협이 ‘불문종결’ 처리하면서 싱겁게 끝났지만, 김앤장에 대한 로펌업계의 부정적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때마침 김앤장 소속의 한 직원이 소송 상대방의 사무실을 염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김앤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극에 달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일본의 상위 20개 로펌 가운데 17개가 김앤장과 비슷한 합동법률사무소(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김앤장이 법무법인 형태가 아니라고 해서 마치 불법적인 활동을 하는 것처럼 비방하는 것은 악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또 ‘싹쓸이식 스카우트’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해마다 판사와 검사, 회계사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 출신 고위 관료를 두루 영입하는 과정에서 경쟁 로펌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최근에는 소장 판사 10여 명을 한꺼번에 영입해 다른 로펌들의 반발을 샀다. 또 공정위의 전직 고위 간부 영입 문제를 놓고 경쟁 로펌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금호 형제의 난’ 개입했나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김앤장은 다른 어떤 로펌보다 막강한 진용을 꾸리는 데 성공했다. 고위 법관과 검찰 간부는 물론이고,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이 대거 영입됐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승수 전 총리, 한덕수 전 주미대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최근까지 관가를 호령하던 이들이 김앤장을 거쳤거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문제는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이들이 김앤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보수를 받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특정 사건과 관련해 대가를 목적으로 문서 작성이나 중재, 대리, 청탁, 상담 등의 활동을 할 경우에는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
따라서 합법적 영역에서 고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김앤장의 고문들은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한 로비나, 사건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그러나 김앤장은 “고문들은 변호사를 보조하는 활동을 한다.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앤장을 둘러싼 또 하나의 해묵은 논란은 ‘쌍방대리’다. 쌍방대리는 하나의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를 동시에 대리하거나, 매수인과 매도인을 동시에 대리하는 것으로 변호사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경쟁 로펌들은 김앤장이 지금과 같은 조직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쌍방대리를 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김앤장은 쌍방대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양쪽의 동의를 받아 문제가 없다”거나, “법률적인 검토만 하는 것은 쌍방대리가 아니다. 또 변호사끼리 정보 교류를 막는 방화벽을 치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피해갔다. 하지만 2007년 1월 한국방송 에 보도된 ‘외환카드 대 라이나생명’ 사례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외환카드는 2004년 2월 외환은행과 합병되면서 업무가 은행과 보험 업무로 축소됐고, 기존 보험상품 판매를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라이나생명 등 보험사들로부터 받던 수수료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됐는데, 그 액수가 무려 1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김앤장에서 “보험 수수료를 받는 게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고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김앤장이 외환은행에 자문을 해주기 3개월 전에 이 건과 관련해 라이나생명에도 법률자문을 해줬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앤장은 라이나생명과 5년간 거래를 해오던 상황이었다. 결국 동일한 사안에 대해 두 분쟁 당사자 모두에게 법률자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소송 사건이 아닌 법률자문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의 동의가 있으면 양쪽을 모두 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 대한변협의 유권해석을 인용해, “같은 사건에 대해 어느 한쪽과 상담하고 다시 상대방과 상담한 후 수수료를 받는 것은 변호사법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보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법무부는 2007년 10월 쌍방대리 금지 대상을 김앤장과 같은 공동법률사무소로 확대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국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김앤장은 여전히 쌍방대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재계를 시끄럽게 했던 ‘금호그룹 형제의 난’ 때도 김앤장이 쌍방대리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2009년부터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는데, 2011년 6월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박찬구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의혹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 있다며 형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최경원 변호사에게, 박찬구 회장은 법무부 보호국장을 지낸 윤동민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받았다는 말이 나돌았다. 최 변호사와 윤 변호사는 김앤장의 막강한 형사팀을 만든 원로 변호사들이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두 변호사가 금호그룹의 형제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어서 도움을 줬을 뿐, 쌍방대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문을 해준 사건도 형제간 분쟁이나 검찰 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김앤장은 지난해 여름 소속 직원이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2011년 7월 수도권 신도시 부근의 한 대형할인점에서 냉방기를 고치던 인부 4명이 가스 유출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김앤장은 당시 할인점과 책임을 다투던 설비업체를 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앤장 소속 직원 2명이 경찰로 가장해 할인점의 기계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할인점 직원들에게 붙잡혀 신분이 들통난 것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당시 할인점에서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현장 사진을 찍기 위해 직원들이 갔던 것”이라며 “신분을 속인 것은 잘못했기 때문에 해당 직원들을 문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로펌업계는 김앤장이 이처럼 ‘오버’하는 것을 과도한 실적주의 탓으로 해석한다. 실적을 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도태시키는 문화가 직원들을 일탈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1973년 설립 이후 줄곧 지켜온 1위 로펌의 위상이 최근 흔들리자 위기감까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앤장은 2010년까지 형사 및 민사 소송은 물론 인수·합병(M&A), 조세, 노무, 공정거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내 로펌 가운데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M&A 분야에서는 법무법인 광장에 1위를 내줬다.
미국의 종합 미디어그룹 가 집계한 2011년 한국 M&A 법률자문 순위(거래총액 기준)에 따르면, 광장은 총 189억2300만달러의 거래를 자문해 시장점유율 36.4%를 기록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2010년 1위였던 김앤장은 165억2300만달러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특히 김앤장의 변호사 규모(430명)가 광장(252명)에 비해 170여 명이나 많다는 점에서 광장의 실적은 더욱 빛났다. 그만큼 김앤장으로서는 뼈아픈 성적표인 셈이다. 김앤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김앤장은 변호사와 회계사, 변리사 수가 800명에 이를 정도로 그동안 회사 규모를 엄청나게 키워놨는데, 다른 로펌과의 격차가 점점 줄고 있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앤장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권오창 변호사는 “M&A 실적은 그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며 “김앤장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 당장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데, 지금까지 직원을 계속 늘려왔지 않느냐. 앞으로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위기설을 일축했다.
시장의 신뢰는 포기했나
김앤장은 그동안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의 공개적인 비판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들의 비판이 오히려 김앤장의 ‘1등 프리미엄’을 견고하게 지켜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김앤장은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줘, 재벌 총수를 비롯한 ‘큰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로펌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김앤장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 로펌에서부터 중소 컨설팅업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김앤장을 비난한다.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김앤장도 이젠 고객의 이익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에도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글 / 이춘재 부편집장  cjlee@hani.co.kr

2012년 2월 6일 월요일

[사설]대법원은 석연찮은 법관 임용탈락 해명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05일자 사설 '[사설]대법원은 석연찮은 법관 임용탈락 해명해야'를 퍼왔습니다.
사법연수원을 최상위권 성적으로 수료한 변호사가 지난해 말 경력법관 임용에서 탈락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구체적 탈락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법조계에선 그가 한때 진보신당 당원이었고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상근한 점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관을 뽑을 때 연수원 성적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해당 변호사는 연수원을 마칠 때 성적 4위로 연수원장상까지 받았다. 판사로 임관될 수 있었지만 뜻한 바 있어 변호사를 택했다가 지난해 법관 임용에 지원했다. 그는 국선 전담 변호인으로 활동할 때도 실력과 인품 모두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이 변호사를 면접하며 정당 가입 경력과 활동을 주로 물었다고 한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사법부가 사상 검증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만하다.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의 월급은 일반 로펌 변호사의 절반에 불과하다. 연차가 올라가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경력법관 임용에서 탈락한 변호사는 대학 시절 쪽방촌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 계기가 돼 민주노총에서 일하게 됐다고 한다. 경력법관 제도의 취지가 무엇인가. 연수원을 나오자마자 법대에 앉은 판사들이 시민적 상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계적 판결을 내린다는 비판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법관에 임용하자는 것 아닌가. 이번에 탈락한 변호사야말로 제도의 취지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대법원이 진보신당 가입을 문제삼았다면 그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실정법상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 금지돼 있음을 감안한다 해도, 한때 정당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공직 임용을 거부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이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경력법관 제도에서 더 나아가 전면적인 ‘법조 일원화’가 시행된다. 신규 판사 전원을 변호사·검사 등의 경력이 있는 법조인 중에서만 뽑게 된다. 만약 이번과 같은 밀실임용이 되풀이된다면 법조 일원화는 사법개혁의 성과가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대법원장 또는 그 대법원장을 임명한 정권의 ‘코드’에 맞지 않는 이는 임용에서 배제되고, 반면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때처럼 ‘현대판 음서제’의 혜택을 받는 이가 나올지 모른다.

대법원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는 엊그제 법조 일원화에 따른 법관 임용의 구체적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조속한 시일 내에 투명하고 공정한 임용 기준을 만들어 논란의 여지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난해 말 경력법관 임용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다. 오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소통 2012 국민속으로’ 같은 행사도 의미가 있지만, 사법 불신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바로잡을 수 있는 오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