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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7일 수요일

아내 잃고 딸도 포기, 이제 '김앤장'과 나홀로 전쟁!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17일자 기사 '아내 잃고 딸도 포기, 이제 '김앤장'과 나홀로 전쟁!'을 퍼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짓밟은 행복] 부인을 잃은 남편


지난 2011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가습기 살균제사건이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들었다. 일상 속의 생활용품이 영·유아 64명을 포함한 112명(2012년 3월 기준, 질병관리본부 접수 현황)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이내 사그라졌다.

하지만 무심코 가습기에 넣었던 살균제 때문에 소중한 아들딸, 아내, 남편을 잃고 남아 있는 가족도 건강이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조업체는 사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시종일관 당당하다.

정부도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 수준의 대책만 내놓은 채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다. 1994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국민은 약 874만 명(전체 국민의 18.2퍼센트)에 달한다. 실제 피해 사례가 몇 건인지는 파악조차 할 수 없는 규모인 것이다.

(프레시안)은 모두가 외면한 채 신음하는 피해자를 만나 피눈물 나는 '그들만의 싸움'을 들었다. 편집자


● 첫 번째 인터뷰 : 아내와 아기를 잃은 이 남자, "살인자는 바로…"
박창준(가명·36) 씨의 아내 최소담(가명) 씨는 30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일반 병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지기 직전 아내는 박 씨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내가 죽으면 당신 누나한테 우리 애들 좀 키워달라고 부탁해줘." 박 씨는 이렇게 답했다. "헛소리하지 마. 죽긴 누가 죽어."

그것이 마지막 대화였다. "유언 같지도 않았던" 아내의 마지막 말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는 박 씨의 손가락이 떨렸다. 아내가 죽은 후 슬픔에 몸서리치며 살아온 박 씨를 16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떨리는 입술에서 어렵게 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가득 묻어 있었다.

아이는 인큐베이터에, 부인은 중환자실에

아내 최소담 씨는 2010년에 둘째를 임신했다. 최 씨는 임신 8개월이던 그 해 12월 무렵부터 심한 감기 증세를 보였다. 박창준 씨는 제 몸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부른 배를 안고 연신 기침하는 아내를 보며 속만 끓여야 했다. 한창 임신 중이라서 병원 가기가 꺼려졌지만,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동네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당장 큰 병원으로 가라고 다급하게 재촉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최 씨가 이 병원을 거쳐 간 그 많던 '원인 미상 폐 질환 환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때만 하더라도 폐 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아내가 병원에 실려 갔으니 온 가족이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겠군요.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기고 나서 상태가 더 안 좋아졌어요. 산소 호흡기를 꼈는데도 몸속 산소 포화도가 계속 떨어지더군요. 결국 둘째 아이를 강제 분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팔삭둥이 아이 몸무게가 2.5킬로그램이었어요. 아이는 인큐베이터에 있고 아내는 더 심각한 상태로 누워 있었으니…. 정신없이 신생아 중환자실과 성인 중환자실을 오가며 지냈습니다."

결혼 전에 아동을 관객으로 하는 극단의 연극배우로 일했던 최 씨는 아이를 다 키우면 극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지 1주일 만에 의사는 그 꿈 많던 아내의 임종을 준비하라고 했다. 박창준 씨의 아내는 병원에서 약 20일을 버티다 지난 2011년 3월 사망했다.
▲ 큰딸 유정이(가명)와 30세에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목숨을 잃은 박창준(가명) 씨의 아내. ⓒ프레시안(남빛나라)


끝내 못 지킨 약속, 신혼여행

- 5살 큰 아이 또 갓 태어난 둘째 아이와 남겨졌으니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 같아요. 특히 큰딸 유정이(가명)가 충격을 받았죠?
"유정이에게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다' 이렇게는 도저히 말을 못 하겠더군요. 경기도 가평군에 가면 아내와 제가 데이트하던 시절에 즐겨 찾던 곳이 있어요. 유정이를 그곳으로 데려가서 '엄마!' 하고 크게 외쳐보라고 했지요. 그러면 엄마도 들을 수 있다고요.

어느 날 유정이가 '아빠는 왜 여기 올 때마다 엄마를 부르라고 해?' 하고 묻더군요. 그러더니 언제부터인지 거기만 가면 제가 알아서 엄마를 크게 불러요.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렇게 스스로 알게 된 것 같아요."


박 씨와 함께 사는 유정이는 이제까지 엄마를 찾은 적이 없다. 가끔 그에게 혼나면 "나 엄마한테 갈 거야" 하고 입을 삐죽이긴 하지만 그뿐이다. 그는 "애가 너무 일찍 철이 든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아내 생각이 많이 날 때는 언제인가요?

"항상 납니다. 혼자 차를 운전할 때면 저절로 눈물이 줄줄 흐르고요. 그렇지만 미안한 게 특히 더 생각나요. 우리 부부는 신혼여행을 못 갔어요. 아내는 늘 '애들 크면 애들 데리고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신혼여행 한 번 못 가고 그렇게 죽었다는 게…. 애들 키울 걱정에 돈 걱정이 너무 컸어요. 그 탓에 여기저기 놀러다니지 못하고 늘 '아끼고 모으자'고만 했던 게 참 후회됩니다."

박 씨는 당연히 아내와 몇 십 년을 함께 하리라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이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은 잠시 접어두었을 뿐인데, 그것이 그의 평생 한으로 남게 됐다.

엄마 잃은 둘째 아이, 눈물 머금고 형에게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둘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둘째 아이 안부를 묻자 박 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의 둘째 유진이(가명)는 현재 형이 키우고 있다. 단순히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서류상으로도 완전히 형의 딸로 되어 있다.

- 쉽지 않은 선택을 했네요.

"애들 엄마가 죽고 나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시골로 내려가서 살았습니다. 유정이랑 유진이를 데리고 내려갔는데 정말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더군요. 이렇게 키우면 안 되겠다 싶었지요."

박 씨와 형은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난다. 그 덕에 어릴 때부터 많은 의지가 된 형이었다.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던 형네 부부가 먼저 그에게 유진이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선뜻 그렇게 하라는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유정이는 저를 닮았고 유진이는 엄마를 닮았거든요. 보고 있으면 정말 너무 예뻐요."

유진이 이야기를 하던 박 씨가 인터뷰 중 처음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그토록 예쁜 유진이가 어느 집에서 더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지 고민하다 결국 형의 딸로 호적에 올렸다.

"형이 완전히 공주님처럼 키우고 있어요. 업어 키운 자식이란 말이 딱 맞아요."

유진이의 '아버지'가 아닌 '작은아버지'로 살겠다는 박 씨의 결심은 매우 확고했다. 그는 유진이가 어두운 기억이 없는 가정에서 큰 상처 없이 밝게 자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죽고 싶었지만 첫째 아이 때문에 용케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는 둘째 아이를 위해 아버지 자리도 포기했다.

이 비극의 원인은 거의 10년 동안 사용해온 가습기 살균제였다.
▲ 심각한 폐 질환을 유발해 약 1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프레시안(남빛나라)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 다른 피해자처럼 뉴스를 보고 가습기 살균제가 죽음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나요?

"2011년 여름이었을 겁니다. 질병관리본부라는 데서 전화가 와서 '역학 조사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전염병으로 죽은 것도 아닌데 웬 역학 조사를 하나 싶어서 어리둥절했지요. 저를 만나고 싶다고 찾아와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진을 보여주는 거예요. '이걸 썼냐'고 하기에 썼다고 했지요."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옥시크린' '물 먹는 하마' '데톨' '개비스콘' 등으로 유명한 영국계 초국적 기업(레킷벤키저)의 한국 법인이다.

박 씨는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들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깨끗해지라고 쓴 건데 그것 때문에 죽었다니!" 얼마 지나지 않은 2011년 11월, 보건복지부는 1차 동물 실험 결과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의 독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2월에 이뤄진 최종 결과 발표도 마찬가지였다.

- 다른 피해자처럼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가봤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카페에 가서야 아내랑 비슷한 증세의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말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구나 싶었습니다. 양가 부모님께는 제가 알렸습니다. 딸을 잃은 장모님께서 "왜 그걸(가습기 살균제) 썼어…" 하고 말씀하시는데 아무 말도 못 하겠고 그냥 내가 죄인이구나 싶었습니다."

세상을 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살아남은 남편, 아버지, 어머니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죄책감'이다. 집에서 손쉽게 쓴 생활용품이기 때문에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은 더욱더 크다. '내가 쓰지 말라고 해야 했는데', '내 손으로 직접 넣었는데'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는 박 씨는 인터뷰 내내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죄인이에요. 차라리 제가 죽었어야 했는데. 정말 제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초국적 기업과 '김앤장'과의 두려운 싸움

그는 현재 옥시레킷벤키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기업은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소송 얘기가 나오자 그는 한숨부터 쉬었다.

"솔직히 두렵습니다."

- 사측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김앤장'으로 맞선 것으로 봐서는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일 듯합니다.

"양가 부모님 모두 그냥 잊고 살라고 하십니다. 소송에는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드니까요. 그렇지만 너무 억울해서 살 수가 없어요. 처음에 소송을 시작할 때는 1년 반 정도를 예상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훌쩍 흘렀습니다. 이제 3년, 5년을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요."

죄를 지은 자는 하늘이 두렵다고 했지만 오히려 피해자인 박 씨가 '돈'과 '시간'에 짓눌려 두려워하고 있었다. 정부의 무심함도 그를 더욱 두렵게 만든다.

-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상황을 조사하던 '폐 손상 조사 위원회'의 조사 위원 전원이 사퇴한 사실을 아시나요?(☞관련 기사 : 가습기 연쇄 살인, 복지부 진상 규명은커녕 훼방만…)
"네. 압니다. 솔직히 기업보다 정부에 더 화가 납니다. 112명이 죽었는데, 정말 착하게 살아온 서민만 죽었는데, 정부는 알아서 하라고만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고 발표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발표만 해놓고 끝입니까? 이럴 거면 그냥 다 잊고 살게 발표나 하지 말지….

발표 결과를 들은 피해자는 억울해서 죽을 것만 같은데 정부는 보고만 있습니다. 이제까지 싸우면서 정부가 피해자의 편에 서 있단 느낌이 든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박 씨가 큰딸 유정이에게 '엄마가 가습기 살균제 탓에 세상을 떴다'고 말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상처받는 것은 저 하나로 충분하니까요."

언제까지 피해자가 모든 상처를 끌어안아야 할까? 그의 상처를 보듬어줄 이는 정말로 없는가? 왜 만날 당하는 사람만 당해야 하는가?

2013년 4월 8일 월요일

박한철 후보, 김앤장 에쿠스 '공짜 취득' 의혹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4-07일자 기사 '박한철 후보, 김앤장 에쿠스 '공짜 취득' 의혹'을 퍼왔습니다.

1천여만원 상당 증여세 탈루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검사장 퇴임 후 국내최대로펌 김앤장에 취업하며 에쿠스 승용차를 증여세 없이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7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지난 2010년 9월 검사장 퇴임 후 김앤장에 취업하며 1억 400만원 상당의 에쿠스 차량을 제공받았다.

그러나 이 차량은 민법상 김앤장의 자산으로 개인이 취득할 수 없어 박 후보자는 서류상으로만 본인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 기재했고, 박 후보자는 이 과정에 에쿠스 차량 증여세 1천80만원을 탈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차량이 실제로 김앤장 소유이며 김앤장 사직 후 반납했다"고 해명했지만, 명의 자체가 박 후보자로 되어 있어 이 경우에도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된다.

진 의원은 "박 후보는 에쿠스 차량을 김앤장에 반납하였다고 했지만 반납증 등의 증빙자료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에쿠스 차량은 박 후보자의 명의로 되어 있다가 2011년 11월13일 장한평 중고차시장의 한 업체가 7천600만원에 매입하여 명의이전하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후보자는 서울동부지검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09년 9월 송파 가락시영아파트 김모 재건축 조합장 고소고발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 2명이 뇌물·향응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서도 이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덮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수사중에 있고 대검 감찰본부에서도 해당 수사관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는 "당시 서울동부지검 소속 수사관들이 금품제공을 받거나 향응을 받았다는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고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 알게 되었다"며 "제가 검사장으로 재직하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인하여 사회적 물의가 빚어진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심언기 기자 

2013년 4월 1일 월요일

그때 그 검사님, 김앤장 가셨구나


이글은 시사IN 2013-04-01일자 기사 '그때 그 검사님, 김앤장 가셨구나'를 퍼왔습니다.

또다시 스폰서 검사 논란이다. 2009년 7월13일 열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는 검사의 ‘스폰서’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천 후보자는 총재산의 2배가 되는 서울 강남 신사동 아파트(28억7500만원) 구매 자금 출처를 명확히 해명하지 못했다. “가끔 연락하는” 지인 박 아무개씨에게 무담보로 15억5000만원을 빌렸다고 밝혔지만, 같은 날 같은 비행기로 골프 여행을 갔던 사실이 곧바로 드러났다. 천 후보자의 부인이 타던 고급 승용차도 도마에 올랐다. 지인 석 아무개씨로부터 리스 계약을 승계했다는 이 차의 승계 시점이 천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다음 날이었다. 무상으로 이용하다 부랴부랴 리스로 계약서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실제로 그 차는 2008년부터 천 후보자 아파트 주차장에 등록돼 있었다. 

스폰서 논란이 계속되자 천 후보자는 청문회 다음 날 자진 사퇴했다. 천 후보자는 법무법인 로월드 상임 고문변호사로 재직하다 2011년 11월부터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옮겼다. 이듬해에는 아예 ‘스폰서 검사’라는 말이 등장했다. 2010년 4월 부산·경남 지역에서 건설사를 운영하던 정 아무개씨가 25년간 그 지역 검사 100여 명에게 돈과 성을 상납한 ‘스폰서’로 활동했다고 고백했다. 이 사건은 특검으로 넘어갔고 전·현직 검사 4명이 기소되었다. 하지만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을 비롯한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당시 면직당했던 한승철 전 부장검사는 이후 면직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이겨 복직했다. 

ⓒ뉴시스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

석 달 후 사의를 표한 한 전 부장은 현재 승부조작 혐의를 받는 강동희 감독의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는 당시 스폰서 검사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다. ‘스폰서 검사’ 이후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등과 같은 사건이 줄을 이었다. 2008년 당시 정인균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부부장 검사가 자신의 고소 사건을 잘 봐달라는 건설업자 김 아무개씨로부터 그랜저와 금품 4600만원을 받은 사실이 2010년 10월 언론 보도로 밝혀졌다. 정 검사는 뇌물죄로 2년6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은 부장판사 출신인 최 아무개 변호사가 현직 검사 이 아무개씨에게 사건 청탁을 하면서 벤츠 등을 제공한 내용이다. 

1심에서 이 검사는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뒤집어졌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형천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벤츠는 사랑의 정표라 청탁 대가로 볼 수 없다는 요지였다. 2012년에도 돈과 성에 연루된 검사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등으로부터 뇌물 10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고, 전 아무개 서울 동부지검 검사는 피의자 여성과 검사실 등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피의자 여성은 불기소를 대가로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고제규·김은지 기자  |  unjusa@sisain.co.kr

2013년 3월 23일 토요일

국세청 출신 55명 ‘10대 로펌’에 재취업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22일자 기사 '국세청 출신 55명 ‘10대 로펌’에 재취업'을 퍼왔습니다.

김앤장 14명·태평양 11명 등
40명 퇴직 2년 안돼 로펌행
“세무 업무 공정성 해칠 우려”

10대 로펌에 근무하는 전직 국세청 공무원이 55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진보정의당의 박원석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대형 로펌 출신을 잇달아 중용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계기로 김앤장과 태평양 등 10대 로펌에서 고문이나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인 전직 국세청 공무원을 확인한 결과 55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발표했다.로펌별로는 김앤장이 14명으로 가장 많고, 태평양 11명, 율촌 10명, 충정 6명, 광장 5명, 세종 5명 등의 순이었다. 로펌에 근무중인 전직 국세청 공무원 중에는 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지방청장, 세무서장 등이 망라돼 있다. 김앤장에는 서영택 전 국세청장(전 건설부 장관), 허병익 전 차장, 최병철 전 국제조세관리관, 홍철근 전 국제조세관리관이 근무하고 있다. 태평양에는 이건춘 전 국세청장(전 건설부 장관)을 비롯해 오대식 전 서울청장, 조홍희 전 서울청장이 활동하고 있다. 정병춘 전 국세청 차장은 광장에, 김창환 전 부산청장은 화우에, 노석우 전 대정청장과 윤종훈 전 서울청장은 바른에서 각각 근무 중이다.로펌에서 일하는 55명 중에서 40명이 퇴직 후 2년도 안돼 재취업을 했고, 퇴직한 해에 바로 재취업한 사람도 26명에 달했다. 특히 2011년 10월 공직자 윤리법 개정으로 퇴직 공무원의 대형 로펌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뒤에도 전직 국세청 공무원 3명이 로펌에 재취업했다. 공직자 윤리법이 4급 이상 공무원(국세청은 7급 이상)은 퇴직 뒤 2년 동안은 직전 5년간 맡았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로의 취업을 제한하지만, 변호사·회계사·세무사 자격증 소지자는 예외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 세종은 회계법인을 설립해 국세청 퇴직자 2명을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박원석 의원은 “대형 로펌에 재취업한 국세청 퇴직자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이나 세무조사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국세청 업무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개정 공직자 윤리법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2012년 10월 2일 화요일

퇴직 검사 절반 로펌행, ‘전관예우’ 우려 여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01일자 기사 '퇴직 검사 절반 로펌행, ‘전관예우’ 우려 여전'을 퍼왔습니다.

지난해 퇴직한 검사 중 47%가 로펌 소속 변호사로 변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검사 64명 중 30명은 로펌에, 1명은 일반 기업에 취업했으며 나머지 33명은 개인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특히 지난해 퇴직검사들이 가장 많이 재취업한 로펌은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총 6명이 새 둥지를 틀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퇴직 검사 4명을 받아들여 뒤를 이었으며, 법무법인 화우가 3명, 법무법인 동인과 법무법인 광장이 각 2명의 퇴직 검사를 채용했다.

퇴직 검사의 절반에 가까운 수가 대형 로펌으로 취업하는 추세는 꾸준하다. 지난 2010년에는 퇴직 검사 47명 중 22명이 로펌에 취업했으며, 역시 김앤장이 가장 많은 5명을 영입했다. 

지난해 법무부가 제출한 퇴직검사 재취업 현황(2007-2010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퇴직 검사 243명의 45%인 111명이 개업을 하거나 법률사무소에 취업한 가운데 68명은 로펌행, 22명은 기업체, 8명은 학교, 6명은 정부기관에 취업했다. 또 이 기간에 로펌행을 선택한 68명 중 10명이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공직 출신의 대형 로펌 취업이 또 다른 전관예우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검사들이 퇴직하자마자 대형 로펌 위주로 재취업에 나서는 것은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를 낳을 뿐 아니라 건전한 사법질서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퇴직 검사에게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지만 '대형 로펌의 전관 모시기'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지난 2011년 10월 행정안전부는 퇴직 공직자들에 대한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김앤장과 광장, 삼일 등 대형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 37곳을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업체로 지정한 바 있다. 

또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변호사법을 개정(2011년 5월 17일 시행), 공직자가 변호사 자격 없이 로펌에 취업할 경우 로펌은 이들의 명단과 업무내역서를 매년 1월말까지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토록 했다.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사정기관에서 퇴직한 고위공직자들이 대형로펌에 취업해 자신이 속했던 기관을 상대로 ‘로비스트’ 활동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편 퇴직 뒤 로펌에 취직한 공직자의 명단과 업무내역 등 공개를 둘러싸고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조윤리협의회가 올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변호사법 부칙에는 '해당령 시행 이전에 이미 취업중인 퇴직 공직자 역시 신고 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지침이 있으나, 김앤장은 해당령 시행 이전에 취업한 퇴직 공직자들은 신고대상에서 제외하고 제출을 거부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전관예우’를 악용한 대형 로펌의 퇴직공직자 영입은 검사 출신 외의 대상에서도 활발히 이뤄진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출신 직원들이 국내 대형로펌의 고문이나 자문위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국내 M&A 법률자문 실적' 상위 6개 로펌인 김앤장,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 화우의 고문, 전문위원 등 '전문인력' 9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53명(55.2%)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세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직을 퇴임하고 로펌 취업에 걸린 기간이 짧은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들 중 90%(48명)는 퇴임 후 1년 이내에 로펌에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새미 기자 | psm@mediatoday.co.kr  

지난해 퇴직검사 47% 로펌행…김앤장 최다, 태평양·화우 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01일자 기사 '지난해 퇴직검사 47% 로펌행…김앤장 최다, 태평양·화우 순'을 퍼왔습니다.

지난해 퇴직한 검사들의 47%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1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춘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검사 64명 중 30명이 로펌으로 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33명은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1명은 기업에 재취업했다.이 중 퇴직 검사들이 가장 많이 간 로펌은 김앤장법률사무소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앤장에는 황희철 전 법무부 차관 등 6명이 새 둥지를 틀었다. 2010년에도 로펌으로 이직한 퇴직 검사 5명 중 1명이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겨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바 있다.이어 법무법인 태평양이 4명, 법무법인 화우가 3명, 법무법인 동인과 법무법인 광장이 각 2명씩을 영입했다.이 외에 법무법인 명문·바른·양헌·민·율촌·정률·이지스·재상 등이 퇴직 검사들을 채용했다.한편 2008년~지난해 취업제한 대상 퇴직공직자는 모두 18명으로, 이 중 13명이 기업의 사외이사로 임용됐고 5명이 기업의 전무·상무·부사장 등 고위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심사 결과 이들 모두 취업에 문제될 소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시스

2012년 3월 4일 일요일

‘키코의 눈물’ 뒤 김앤장의 미소가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3-01일자 기사 '‘키코의 눈물’ 뒤 김앤장의 미소가'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재벌 닮은 김앤장의 문어발식 확장 - ② 중소기업 상대 소송까지 도맡아

중소기업 부도 사태 부른 키코 사건 106건 중 78건 수임… 은행에 승리 안기며 거대 수임료 챙겨
키코 사태에서 김앤장의 활약은 대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심사에서, 금융감독원의 은행에 대한 징계, 그리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이르기까지 김앤장이 관여하지 않은 곳은 없다.


키코 사태는 중소기업인들에게 다시 한번 약자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키코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인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이제는 모두에게 잊힌 ‘키코’(KIKO), 조금 안다는 사람에게 설명해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파생상품 이름이다. 2008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금융위기 때 수많은 중소기업을 사지로 내몬 ‘저승사자’의 이름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피해 기업만 234개 업체에, 피해 액수는 3조원이 넘는다.
키코는 ‘통화옵션 계약 상품’이다. 통화옵션은 미래 특정 시점에 특정한 통화를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매입 또는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매입할 수 있는 권리는 ‘콜옵션’(Call Option), 매도할 수 있는 권리는 ‘풋옵션’(Put Option)이라 부른다.
키코는 회사와 은행이 약정 환율과 환율 변동의 상한선(Knock-In)과 하한선(Knock-Out)을 정해놓고 계약 기간 중에 환율이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한, 상한선에 해당하는 환율로 달러화를 계약 금액만큼 매도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문제는 이 구조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만약 환율이 계약 때 약정한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계약은 무효가 된다. 즉, 일정한 환율을 터치하는 순간 계약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반면 환율이 약정한 상한선 위로 한 번이라도 올라가게 되면 회사는 계약 금액의 2~5배를 시장 가격보다 낮은 환율인 계약 환율로 매도하게 되어 회사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제로 코스트’라는 말에 속은 중소기업들
결국 은행은 계약에 따라 환율이 상승하면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반면, 은행과 계약한 기업은 환율이 약정한 환율 밑으로 하락하면 계약 자체가 해지되기 때문에 이익금을 챙길 수 없게 된다. 피해 입은 수출 중소기업들은 바로 이 부분을 계약 당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단순한 설명 의무 위반’이 아니라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출 중소기업들은 왜 키코에 가입했을까? 수출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 차이가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통화옵션 상품을 계약해왔는데, 그중 하나가 키코다.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 가입한 상품이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입한 상품이다. 파생상품을 트레이딩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일종의 적금에 가입하듯이 키코에 가입한 것이다.
2007년부터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수출 중소기업은 환헤지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갔다. 은행은 이런 기업의 어려움을 노리고 키코를 대량 판매했다.
특히 ‘제로 코스트’(Zero Cost)는 여전히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제로 코스트의 본래 의미는 계약 체결에 드는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을 지낸 오세경 건국대 교수(경영학)는 “환위험을 헤지하려면 비용이 드는데 은행들은 키코 상품이 비용이 들지 않는 제로 코스트라고 소개했다”면서 “그러나 사실상 제로 코스트도 아니었고, 헤지할 수 있는 구간도 지나치게 좁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키코 상품은 헤지 상품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중소기업들에 키코 상품을 판매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키코는 헤지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인데 헤지용으로 팔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해석은 달랐다. 법원은 “제로 코스트는 은행이 취하는 콜옵션과 기업이 취하는 풋옵션의 이론가가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라, 은행이 별도의 프리미엄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은행이 영리기업인 이상 필요 비용과 이윤을 수취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은행감독 업무 시행규칙 등에 의하면 파생상품 거래 당사자인 은행은 수수료의 구체적 규모를 공개할 의무가 없으므로, 은행이 중소기업을 기망했거나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착오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쉽게 말해서 은행은 수수료의 규모를 밝힐 법적 의무가 없고, 보통 은행과 거래할 때는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해석은 다르다. 검찰은 은행의 사기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도, “은행이 취득하는 콜옵션의 이론가를 기업이 취득하는 풋옵션의 이론가에 비해 크게 설계해 그 차액 상당액을 은행이 마진으로 수취하는 구조로 되어 있음에도 제로 코스트로 표시해, 마치 옵션 거래의 대가 지급이 없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어 기업에 일부 불리하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사기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키코에 가입한 기업에 불리한 구조라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그나마 법원보다 한결 엄격한 해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두 기관은 유명무실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견해가 다르다. 오영중 변호사(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금융 파생상품은 한번 잘못 가입하면, 중소기업은 바로 파산으로 갈 수 있어서 일정 규모 이하 기업에는 위험과 이득, 발생할 수 있는 사건과 그에 대한 손해를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키코 자체가 위험한 상품이다. 키코 상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너무 쉽게 팔았다”고 지적했다.


키코 피해기업 대책위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대책위 사무실에서 금융감독원의 키코 판매 은행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글로벌 스탠더드는 어디에
독일연방대법원은 지난해 3월 이른바 ‘CMS 스프레드 래더 스와프 계약’ 사건에서 “CMS 스프레드 래더 스와프 계약처럼 복잡한 구조로 된 금융상품의 경우, 은행은 이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는 고객이 높은 위험을 감내할 용의가 있다는 전제에서 곧바로 출발해서는 안 된다”며 “고객의 투자 목표에 실제로 부합하는 적합한 상품만 추천해야 하는 것이 투자 조언자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검찰은 키코와 비슷한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인도의 중앙수사국도 이런 은행들을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고, 이에 은행들은 피해 기업들과 합의를 추진했다. 일본 법원은 50%의 책임을 인정했다.
걸핏하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우리나라만 달랐다. 위험천만한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은행에 대해 검찰·법원·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는 한결같이 관대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축소·은폐 수사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파생상품의 원조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견을 조회했다. 그 결과, 키코가 ‘사기적 행위’라는 회신을 받아놓았음에도 이 문서를 감춰뒀다. ‘대외비’로 지정해놓고 수사 목록에서 누락했다.
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주임검사는 검찰 수뇌부와 네 차례 충돌 끝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금융범죄 척결’을 강한 목소리로 외치던 한상대 검찰총장은 키코 사건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법원은 검찰보다 한술 더 떴다. 의욕적으로 수사하던 검찰의 힘을 빼버린 게 법원이다. 일반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은 구속영장과 달리 큰 문제가 없으면 발부해준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0%를 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압수수색은 수사의 출발선이고, 법원도 이같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키코 사건에서는 달랐다. ‘자유 의사에 따른 계약이기 때문에’ ‘수사의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아서’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버렸다. 키코 판매 과정과 키코 사태 이후 은행에서 벌어진 일을 알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해버린 것이다. 수사의 필요성 때문에 압수수색을 하는데, 수사의 필요성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연 뺨 치는’ 조연이 등장한다. 바로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로펌계의 삼성’으로 불린다. 부장판사·부장검사 출신의 쟁쟁한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법원과 검찰에 학연·지연 등으로 얽혀 있다. 그리고 공정위, 금감원, 국세청 등의 전직 고위 관료들도 김앤장에 대거 포진해 있다. 김앤장에 잠시 둥지를 틀었다가 다시 관직으로 복귀하기도 한다. 힘없는 전직 관료가 결코 아니다.
키코 사태에서 김앤장의 활약은 대단했다. 공정위의 약관 심사에서, 금감원의 은행에 대한 징계, 그리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이르기까지 김앤장이 관여하지 않은 곳은 없다.
김앤장은 얼마를 벌었을까
2008년 11월3일부터 2010년까지 제기된 106건의 키코 소송 가운데 김앤장은 78건의 소송을 도맡아서 처리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홍성준 사무국장은 지난 2월6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앞 집회에서 “언제나 그렇듯 키코 소송에서도 김앤장과 맞닥뜨렸다”며 “전관과 전직 고위 관료가 즐비한 김앤장은 숨어 있는 권력, 마피아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0년 11월29일 한날한시에 100여 개 기업이 모두 소송에서 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는 김앤장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 정황과 심증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키코 사태 덕분에 김앤장이 막대한 수임료를 벌어들인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 액수는 김앤장만 알고 있겠지만.

글 권순욱  정치경제부장 kwonsw87@etomato.com

직원 빼가고 소송 상대방 염탐하고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3-01일자 기사 '직원 빼가고 소송 상대방 염탐하고'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재벌 닮은 김앤장의 문어발식 확장 - ① 추락하는 시장 신뢰



김앤장은 ‘법조계의 삼성’이라 불린다. 경쟁업체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탁월한 영업력과, 스스로 시장의 거대한 권력이 되어 시장 질서를 흐리는 두 얼굴은 영락없는 삼성의 모습이다. 
김앤장처럼 오랜 기간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로펌도 드물다. 흉악한 범죄인이라도 그의 변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투철한 직업의식이 결과적으로 론스타를 비롯한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국부 유출을 낳았다.
하지만 김앤장은 억울해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국내 로펌업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세계적인 로펌과도 당당히 겨룰 수 있도록 토양을 다져놓은 대가치고는 가혹한 평가라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외국자본이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차별받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의의 여신’ 디케의 가르침에도 어긋난다고 그들은 항변한다. 
김앤장은 과연 근거 없는 ‘미운털’이 박힌 걸까. 가 살펴봤다. _편집자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에 비판 목소리 높아져… 의뢰인뿐 아니라 시장 믿음 얻으려 노력해야
경쟁 로펌은 물론 중소 컨설팅업체까지 ‘1등 로펌’ 김앤장을 비난하고 있다. 마치 못된 대기업처럼 법률시장을 어지럽힌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참여자들의 비난을 외면하면 결코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1등도 지키지 못한다.
무역 및 해외투자 관련 컨설팅업체인 무역투자연구원(ITI)이 최근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상대로 일전을 벌이고 있다. 이 업체 소속의 회계사 전원이 김앤장으로 이직을 시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무역투자연구원은 김앤장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이직 문제가 공정위 제소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역투자연구원 쪽의 설명은 이렇다. 문제의 회계사들은 무역투자연구원의 주요 매출 활동 가운데 하나인 무역구제 업무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력들이었다. 이들은 국내 업체가 해외시장에서 반덤핑 제소를 당하거나, 거꾸로 해외 업체를 반덤핑 제소할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졌다고 한다.
중소 컨설팅업체의 하소연
정동식 무역투자연구원장은 “우리 회계사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무역구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이 김앤장으로 모두 옮기면 무역투자연구원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무역구제 업무를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회계사들이 하고 있던 일은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한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역투자연구원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거래처를 통째로 김앤장에 빼앗기는 것이다. 회계사들이 그동안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가 고스란히 김앤장으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연간 200억원 규모에 불과한 무역구제 시장을 김앤장이 독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 원장은 “김앤장처럼 덩치가 큰 로펌이 들어오면 무역구제 시장에서 다른 중소 로펌이나 컨설팅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 관계자는 “무역구제 업무는 이미 김앤장에서도 하고 있던 일”이라며 “회계사들은 무역투자연구원에 계약직으로 고용돼 있었는데, 계약 기간이 끝난데다 본인들이 원해서 옮기는 것일 뿐 인력 빼가기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무역투자연구원은 김앤장을 공정거래위윈회에 제소할 생각이지만, 스스로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공정위 전직 고위 간부들이 김앤장에 고문으로 영입돼 있기 때문이다. 김앤장에는 김병일, 김병배 전 부위원장과 이동규 전 사무처장, 김원준 전 경쟁정책국장 등 전직 핵심 간부들이 포진해 있다.
핵심 인력 빼가기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 2010년 5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 채용하여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 하나로 규정했다. 무역투자연구원은 이 규정을 들어 김앤장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앤장은 펄쩍 뛴다. 배현태 변호사는 “회계사나 변호사가 갖고 있는 노하우는 개인의 자산이지 회사의 자산이 아니다”라며 “무역투자연구원의 사례는 불공정거래행위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회계사들이 설계도나 특허 기술과 같은 회사의 자산을 빼돌린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에 소송을 낼 경우에는 어떨까?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무역투자연구원이 참고할 만한 가처분 결정이 최근에 나왔다.
지난해 10월 삼일회계법인은 김앤장으로 이직한 전직 파트너를 상대로 경업금지가처분 소송을 내서 이겼다. 삼일회계법인은 28년 동안 함께 일했던 이 전직 파트너가 김앤장으로 이직해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똑같은 일을 시작하자,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경쟁업체로 이직해 같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다”며 소송을 냈다. 이 파트너는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려고 한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결국 삼일회계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파트너가 삼일회계법인에서 취득했던 정보나 노하우, 신뢰관계 등은 공인회계사로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면서 습득한 노하우 등은 보호받아야 할 이익이 충분히 있으므로, 피신청인은 1년(2011년 1월1일~12월31일) 동안 김앤장에서 근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회사 일을 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는 회사의 자산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 노하우를 가진 인력이 경쟁업체로 이직하는 것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다.


론스타 사건은 김앤장을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론스타를 대리한 김앤장은 결과적으로 투기자본 론스타에 의한 수조원대의 국부 유출을 도운 셈이 됐다.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 모습. 한겨레 박승화.

전무후무한 로펌 간 진정 사건
김앤장은 이 판결도 탐탁해하지 않는다. 권오창 변호사는 “김앤장에서도 변호사나 회계사가 다른 경쟁 로펌으로 많이 옮긴다. 그래도 김앤장은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이직은 시장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김앤장의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경쟁업체들이 김앤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김앤장의 ‘업보’와 관련 있다.
김앤장은 종종 과도한 영업활동으로 경쟁 로펌들의 지탄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6년 12월에 벌어진 김앤장과 법무법인 광장 간의 진정 사태다.(1) 당시 김앤장은 광장 소속의 한 변호사를 상대로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김앤장은 “피진정인이 김앤장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과 명예훼손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상을 조사해 적절한 조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변호사가 김앤장을 비방한 내용은 이렇다. “김앤장은 비법률적 활동(로비)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우면서 변호사 윤리를 저버린다.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을 비법률적인 영역에서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변호사 직업윤리에 반하는 쌍방대리를 일삼기도 한다. 김앤장 고문의 역할은 브로커다.” 김앤장은 이런 비방이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과 영업방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듬해 1월 김앤장을 상대로 대한변협에 진정서를 접수시키며 맞대응했다. 김앤장이 “변호사법에 근거가 없는 특이한 조직 형태로 사업을 하면서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고, 변호사법의 여러 규제를 무력화한다”고 공격했다.
이 사태는 대한변협이 ‘불문종결’ 처리하면서 싱겁게 끝났지만, 김앤장에 대한 로펌업계의 부정적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때마침 김앤장 소속의 한 직원이 소송 상대방의 사무실을 염탐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김앤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극에 달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일본의 상위 20개 로펌 가운데 17개가 김앤장과 비슷한 합동법률사무소(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김앤장이 법무법인 형태가 아니라고 해서 마치 불법적인 활동을 하는 것처럼 비방하는 것은 악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또 ‘싹쓸이식 스카우트’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해마다 판사와 검사, 회계사는 물론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 출신 고위 관료를 두루 영입하는 과정에서 경쟁 로펌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최근에는 소장 판사 10여 명을 한꺼번에 영입해 다른 로펌들의 반발을 샀다. 또 공정위의 전직 고위 간부 영입 문제를 놓고 경쟁 로펌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금호 형제의 난’ 개입했나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김앤장은 다른 어떤 로펌보다 막강한 진용을 꾸리는 데 성공했다. 고위 법관과 검찰 간부는 물론이고,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이 대거 영입됐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승수 전 총리, 한덕수 전 주미대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최근까지 관가를 호령하던 이들이 김앤장을 거쳤거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문제는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이들이 김앤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보수를 받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특정 사건과 관련해 대가를 목적으로 문서 작성이나 중재, 대리, 청탁, 상담 등의 활동을 할 경우에는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
따라서 합법적 영역에서 고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김앤장의 고문들은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한 로비나, 사건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그러나 김앤장은 “고문들은 변호사를 보조하는 활동을 한다.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앤장을 둘러싼 또 하나의 해묵은 논란은 ‘쌍방대리’다. 쌍방대리는 하나의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를 동시에 대리하거나, 매수인과 매도인을 동시에 대리하는 것으로 변호사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경쟁 로펌들은 김앤장이 지금과 같은 조직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쌍방대리를 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김앤장은 쌍방대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양쪽의 동의를 받아 문제가 없다”거나, “법률적인 검토만 하는 것은 쌍방대리가 아니다. 또 변호사끼리 정보 교류를 막는 방화벽을 치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피해갔다. 하지만 2007년 1월 한국방송 에 보도된 ‘외환카드 대 라이나생명’ 사례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외환카드는 2004년 2월 외환은행과 합병되면서 업무가 은행과 보험 업무로 축소됐고, 기존 보험상품 판매를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라이나생명 등 보험사들로부터 받던 수수료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됐는데, 그 액수가 무려 1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김앤장에서 “보험 수수료를 받는 게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고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김앤장이 외환은행에 자문을 해주기 3개월 전에 이 건과 관련해 라이나생명에도 법률자문을 해줬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앤장은 라이나생명과 5년간 거래를 해오던 상황이었다. 결국 동일한 사안에 대해 두 분쟁 당사자 모두에게 법률자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소송 사건이 아닌 법률자문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의 동의가 있으면 양쪽을 모두 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 대한변협의 유권해석을 인용해, “같은 사건에 대해 어느 한쪽과 상담하고 다시 상대방과 상담한 후 수수료를 받는 것은 변호사법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보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법무부는 2007년 10월 쌍방대리 금지 대상을 김앤장과 같은 공동법률사무소로 확대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국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김앤장은 여전히 쌍방대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재계를 시끄럽게 했던 ‘금호그룹 형제의 난’ 때도 김앤장이 쌍방대리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2009년부터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는데, 2011년 6월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박찬구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의혹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 있다며 형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최경원 변호사에게, 박찬구 회장은 법무부 보호국장을 지낸 윤동민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받았다는 말이 나돌았다. 최 변호사와 윤 변호사는 김앤장의 막강한 형사팀을 만든 원로 변호사들이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두 변호사가 금호그룹의 형제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어서 도움을 줬을 뿐, 쌍방대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문을 해준 사건도 형제간 분쟁이나 검찰 수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김앤장은 지난해 여름 소속 직원이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2011년 7월 수도권 신도시 부근의 한 대형할인점에서 냉방기를 고치던 인부 4명이 가스 유출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김앤장은 당시 할인점과 책임을 다투던 설비업체를 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앤장 소속 직원 2명이 경찰로 가장해 할인점의 기계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할인점 직원들에게 붙잡혀 신분이 들통난 것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당시 할인점에서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현장 사진을 찍기 위해 직원들이 갔던 것”이라며 “신분을 속인 것은 잘못했기 때문에 해당 직원들을 문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로펌업계는 김앤장이 이처럼 ‘오버’하는 것을 과도한 실적주의 탓으로 해석한다. 실적을 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도태시키는 문화가 직원들을 일탈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1973년 설립 이후 줄곧 지켜온 1위 로펌의 위상이 최근 흔들리자 위기감까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앤장은 2010년까지 형사 및 민사 소송은 물론 인수·합병(M&A), 조세, 노무, 공정거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내 로펌 가운데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M&A 분야에서는 법무법인 광장에 1위를 내줬다.
미국의 종합 미디어그룹 가 집계한 2011년 한국 M&A 법률자문 순위(거래총액 기준)에 따르면, 광장은 총 189억2300만달러의 거래를 자문해 시장점유율 36.4%를 기록하면서 1위로 올라섰다. 2010년 1위였던 김앤장은 165억2300만달러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특히 김앤장의 변호사 규모(430명)가 광장(252명)에 비해 170여 명이나 많다는 점에서 광장의 실적은 더욱 빛났다. 그만큼 김앤장으로서는 뼈아픈 성적표인 셈이다. 김앤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김앤장은 변호사와 회계사, 변리사 수가 800명에 이를 정도로 그동안 회사 규모를 엄청나게 키워놨는데, 다른 로펌과의 격차가 점점 줄고 있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앤장은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권오창 변호사는 “M&A 실적은 그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며 “김앤장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 당장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데, 지금까지 직원을 계속 늘려왔지 않느냐. 앞으로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위기설을 일축했다.
시장의 신뢰는 포기했나
김앤장은 그동안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의 공개적인 비판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들의 비판이 오히려 김앤장의 ‘1등 프리미엄’을 견고하게 지켜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김앤장은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줘, 재벌 총수를 비롯한 ‘큰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로펌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김앤장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 로펌에서부터 중소 컨설팅업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김앤장을 비난한다.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김앤장도 이젠 고객의 이익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에도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 이춘재 부편집장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