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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8일 수요일

MB "불법 사금융 뿌리뽑겠다" 약속…선거용?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8일자 기사 'MB "불법 사금융 뿌리뽑겠다" 약속…선거용?'을 퍼왔습니다.
[분석]대대적 특별단속에 "출구 없는 양날의 칼" 우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역대 정권치고 '불법 사채와의 전쟁'을 거론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불법사채 근절을 약속했다는 점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정부는 17일 대통령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불법사금융 척결방안`을 발표했다.

18일부터 5월31일까지 한달 보름간 불법 사금융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일제 신고접수를 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대검 형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불법사금융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전국 5개 지검에도 지역 합동수사본부를구성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불법 사금융, 필요악이라고 방치할 수 없다"

경찰청은 전국 16개 지방청에 1600여명이 투입되는 대규모 전담수사팀을 구축한다. 특히 미등록 대부업체의 폭행과 협박, 조직폭력배와의 연계 등에 대비해 강력반 형사를 비롯한 가용인력을 총동원키로 했다.

피해신고는 금감원내 합동신고처리반(1332번)이나 경찰청(112번), 지방자치단체(120번)로 할 수 있다. 금감원(www.fss.or.kr)과 경찰청(cyber112.police.go.kr) 홈페이지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청와대 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려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형편을 악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파렴치범들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며 "불법 사금융은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불법 사금융에 대해 "필요악이라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치부하기엔 이 이상 더 방치할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면서 "악덕 사금융,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회의적인 평가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제 문제를 단속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 사금융 전쟁'이 서민을 위하는 정책이라지만, 정작 서민들은 은행과 2금융권에 대한 대출규제로 돈줄이 마른 가운데 소득은 줄어들고 있어 '급전'마저도 조달할 길이 막히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 나설 때마다 불법 사금융 오히려 창궐

역대 정권마다 불법 사채 척결을 내세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금융 이용자는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대부업 거래자는 2008년 9월 130만명 수준에서 작년 6월엔 247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불법 사금융 규모는 20조~3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포착하지도 못하는 불법 사금융과 어떻게 전쟁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단속이 강력할 수록 일단 더욱 지하로 숨어들어 버리는 게 불법 사채 시장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단속과 함께 서민금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미소금융과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3대 서민금융상품을 통해 이뤄진 총 지원규모가 4조3000억 원에 불과하고, 올해 3조 원 정도의 서민금융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에도 "사금융 시장을 보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도 잘 하지못하는 불법사금융 피해도 매년 두 배 이상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7~2008년 연 3000여건이 접수되던 상담건수는 2009년 6000여건으로 늘고, 2010년 1만3528건, 2011년 2만5535건 등으로 증가했다.

불법 사금융이 급증한 요인에 정부의 '출구 없는 대책'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법정 최고이자율이 39%로 낮아진 이후 제도권 대부업체들이 불법 영업을 저지르는 경우가 늘어났고, 대부업체들도 2007년 2만 개에 육박하다가 현재는 1만2000여 개로 쪼그라들었다.

대부업계 4대 대형업체들도 편법적인 이자율 운용이 적발돼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행정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간신히 영업이 허용된 상태다.

이때문에 불법 사채 근절 단속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저신용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과 병행되지 않는 한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승선 기자

2012년 3월 4일 일요일

‘키코의 눈물’ 뒤 김앤장의 미소가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3-01일자 기사 '‘키코의 눈물’ 뒤 김앤장의 미소가'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재벌 닮은 김앤장의 문어발식 확장 - ② 중소기업 상대 소송까지 도맡아

중소기업 부도 사태 부른 키코 사건 106건 중 78건 수임… 은행에 승리 안기며 거대 수임료 챙겨
키코 사태에서 김앤장의 활약은 대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심사에서, 금융감독원의 은행에 대한 징계, 그리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이르기까지 김앤장이 관여하지 않은 곳은 없다.


키코 사태는 중소기업인들에게 다시 한번 약자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키코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인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이제는 모두에게 잊힌 ‘키코’(KIKO), 조금 안다는 사람에게 설명해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파생상품 이름이다. 2008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금융위기 때 수많은 중소기업을 사지로 내몬 ‘저승사자’의 이름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피해 기업만 234개 업체에, 피해 액수는 3조원이 넘는다.
키코는 ‘통화옵션 계약 상품’이다. 통화옵션은 미래 특정 시점에 특정한 통화를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매입 또는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매입할 수 있는 권리는 ‘콜옵션’(Call Option), 매도할 수 있는 권리는 ‘풋옵션’(Put Option)이라 부른다.
키코는 회사와 은행이 약정 환율과 환율 변동의 상한선(Knock-In)과 하한선(Knock-Out)을 정해놓고 계약 기간 중에 환율이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한, 상한선에 해당하는 환율로 달러화를 계약 금액만큼 매도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문제는 이 구조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만약 환율이 계약 때 약정한 하한선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계약은 무효가 된다. 즉, 일정한 환율을 터치하는 순간 계약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반면 환율이 약정한 상한선 위로 한 번이라도 올라가게 되면 회사는 계약 금액의 2~5배를 시장 가격보다 낮은 환율인 계약 환율로 매도하게 되어 회사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제로 코스트’라는 말에 속은 중소기업들
결국 은행은 계약에 따라 환율이 상승하면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반면, 은행과 계약한 기업은 환율이 약정한 환율 밑으로 하락하면 계약 자체가 해지되기 때문에 이익금을 챙길 수 없게 된다. 피해 입은 수출 중소기업들은 바로 이 부분을 계약 당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단순한 설명 의무 위반’이 아니라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출 중소기업들은 왜 키코에 가입했을까? 수출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 차이가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통화옵션 상품을 계약해왔는데, 그중 하나가 키코다.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 가입한 상품이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입한 상품이다. 파생상품을 트레이딩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일종의 적금에 가입하듯이 키코에 가입한 것이다.
2007년부터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수출 중소기업은 환헤지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갔다. 은행은 이런 기업의 어려움을 노리고 키코를 대량 판매했다.
특히 ‘제로 코스트’(Zero Cost)는 여전히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제로 코스트의 본래 의미는 계약 체결에 드는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을 지낸 오세경 건국대 교수(경영학)는 “환위험을 헤지하려면 비용이 드는데 은행들은 키코 상품이 비용이 들지 않는 제로 코스트라고 소개했다”면서 “그러나 사실상 제로 코스트도 아니었고, 헤지할 수 있는 구간도 지나치게 좁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키코 상품은 헤지 상품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중소기업들에 키코 상품을 판매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키코는 헤지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인데 헤지용으로 팔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해석은 달랐다. 법원은 “제로 코스트는 은행이 취하는 콜옵션과 기업이 취하는 풋옵션의 이론가가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라, 은행이 별도의 프리미엄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은행이 영리기업인 이상 필요 비용과 이윤을 수취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은행감독 업무 시행규칙 등에 의하면 파생상품 거래 당사자인 은행은 수수료의 구체적 규모를 공개할 의무가 없으므로, 은행이 중소기업을 기망했거나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착오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쉽게 말해서 은행은 수수료의 규모를 밝힐 법적 의무가 없고, 보통 은행과 거래할 때는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해석은 다르다. 검찰은 은행의 사기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도, “은행이 취득하는 콜옵션의 이론가를 기업이 취득하는 풋옵션의 이론가에 비해 크게 설계해 그 차액 상당액을 은행이 마진으로 수취하는 구조로 되어 있음에도 제로 코스트로 표시해, 마치 옵션 거래의 대가 지급이 없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어 기업에 일부 불리하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사기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키코에 가입한 기업에 불리한 구조라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그나마 법원보다 한결 엄격한 해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두 기관은 유명무실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견해가 다르다. 오영중 변호사(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금융 파생상품은 한번 잘못 가입하면, 중소기업은 바로 파산으로 갈 수 있어서 일정 규모 이하 기업에는 위험과 이득, 발생할 수 있는 사건과 그에 대한 손해를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키코 자체가 위험한 상품이다. 키코 상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너무 쉽게 팔았다”고 지적했다.


키코 피해기업 대책위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대책위 사무실에서 금융감독원의 키코 판매 은행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글로벌 스탠더드는 어디에
독일연방대법원은 지난해 3월 이른바 ‘CMS 스프레드 래더 스와프 계약’ 사건에서 “CMS 스프레드 래더 스와프 계약처럼 복잡한 구조로 된 금융상품의 경우, 은행은 이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는 고객이 높은 위험을 감내할 용의가 있다는 전제에서 곧바로 출발해서는 안 된다”며 “고객의 투자 목표에 실제로 부합하는 적합한 상품만 추천해야 하는 것이 투자 조언자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검찰은 키코와 비슷한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인도의 중앙수사국도 이런 은행들을 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고, 이에 은행들은 피해 기업들과 합의를 추진했다. 일본 법원은 50%의 책임을 인정했다.
걸핏하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우리나라만 달랐다. 위험천만한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은행에 대해 검찰·법원·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는 한결같이 관대한 모습이었다.
심지어 축소·은폐 수사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파생상품의 원조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견을 조회했다. 그 결과, 키코가 ‘사기적 행위’라는 회신을 받아놓았음에도 이 문서를 감춰뒀다. ‘대외비’로 지정해놓고 수사 목록에서 누락했다.
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주임검사는 검찰 수뇌부와 네 차례 충돌 끝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금융범죄 척결’을 강한 목소리로 외치던 한상대 검찰총장은 키코 사건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법원은 검찰보다 한술 더 떴다. 의욕적으로 수사하던 검찰의 힘을 빼버린 게 법원이다. 일반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은 구속영장과 달리 큰 문제가 없으면 발부해준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0%를 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압수수색은 수사의 출발선이고, 법원도 이같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키코 사건에서는 달랐다. ‘자유 의사에 따른 계약이기 때문에’ ‘수사의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아서’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버렸다. 키코 판매 과정과 키코 사태 이후 은행에서 벌어진 일을 알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해버린 것이다. 수사의 필요성 때문에 압수수색을 하는데, 수사의 필요성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연 뺨 치는’ 조연이 등장한다. 바로 김앤장이다. 김앤장은 ‘로펌계의 삼성’으로 불린다. 부장판사·부장검사 출신의 쟁쟁한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법원과 검찰에 학연·지연 등으로 얽혀 있다. 그리고 공정위, 금감원, 국세청 등의 전직 고위 관료들도 김앤장에 대거 포진해 있다. 김앤장에 잠시 둥지를 틀었다가 다시 관직으로 복귀하기도 한다. 힘없는 전직 관료가 결코 아니다.
키코 사태에서 김앤장의 활약은 대단했다. 공정위의 약관 심사에서, 금감원의 은행에 대한 징계, 그리고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이르기까지 김앤장이 관여하지 않은 곳은 없다.
김앤장은 얼마를 벌었을까
2008년 11월3일부터 2010년까지 제기된 106건의 키코 소송 가운데 김앤장은 78건의 소송을 도맡아서 처리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홍성준 사무국장은 지난 2월6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앞 집회에서 “언제나 그렇듯 키코 소송에서도 김앤장과 맞닥뜨렸다”며 “전관과 전직 고위 관료가 즐비한 김앤장은 숨어 있는 권력, 마피아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0년 11월29일 한날한시에 100여 개 기업이 모두 소송에서 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는 김앤장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 정황과 심증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키코 사태 덕분에 김앤장이 막대한 수임료를 벌어들인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 액수는 김앤장만 알고 있겠지만.

글 권순욱  정치경제부장 kwonsw87@etomato.com

2012년 2월 3일 금요일

안랩, 정치주 운용도 ‘안철수식’이 정답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 2012-02-01일자 기사 '안랩, 정치주 운용도 ‘안철수식’이 정답'을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코스닥 위협하는 정치 테마주

투기종목으로 지정된 회사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보유 주식 처분을 금지하는 입법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영진이 앞장서서 자기 주식의 투기종목 지정 해제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영진이라면 전혀 이익도 없으면서 불명예만 잔뜩 떠안게 되는 상황을 방치할 리 없다.

지난 1월8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말했다. “주식을 산다는 건 그 회사를 사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인기 투표장이지만, 장기적으론 언제나 저울이다.” 한국의 투자자들에겐 다소 현실성이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주식투자와 관련해 이만큼 진실된 말은 없다.
한국 주식시장은 지금 ‘정치주식’의 투기 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8개 종목이 이른바 ‘정치 테마주’로 활개치고 있다. 약 12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MB 정권에서 만개한 ‘정치 테마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가 대주주로 있는 EG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설립한 안철수연구소(안랩)의 주식이 각각 순이익의 180배(EG)와 100배(안랩)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답게 정상 가치의 10배가 넘는 ‘도박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리 낯설지 않다. 10여 년 전 코스닥 시장 초기에 벤처 열풍이 불 때도 질풍노도와 같은 투기판이 주식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정치주식이 투기판의 주요 메뉴로 본격적으로 떠오른 건 이명박 정부 들어서다. ‘자전거 주식’ ‘4대강 주식’ ‘자원개발 주식’이 순식간에 1천% 고지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말할 필요 없이 이 투기 광풍에 편승한 주식투자자는 거의 개인들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감독 당국도 마냥 팔짱 끼고 지켜볼 순 없다. 뒤늦게 금융감독원이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긴급조치에 나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미 투기종목에 물려 큰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들은 대부분 투기 피해를 염려하는 게 아니라 투기시장의 위축을 걱정한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이미 판이 커질 대로 커졌는데 지금까지는 뭐하다가 누굴 죽이려고 이제야 끼어드나?”
이 투기판은 금감원 정도의 의지와 신뢰로는 규율되지 않는다. 잠시 위축되긴 하겠지만, 이미 도박과 투기장으로 변모한 정치주식 열풍을 잠재우기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지금까지 한국의 금융 당국이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의지와 행동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고, 성과도 없었다. 언제나 시장이 달아올랐다가 제풀에 식기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십 년간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 열풍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으로 얼마의 재산이라도 늘려야 정상인 취급을 받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다. 고관대작들의 축재 비결은 언제나 부동산 투기였다. “땅을 사랑하고 땅으로 생일선물을 준다”는 어느 인사청문회 후보자의 고백은, 불법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대한 활용해 투기에 매진했음을 자백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영원불패’처럼 보였던 부동산 투기 신화도 최근 몇 년을 거치면서 막장에 다다른 분위기다. 불로소득과 투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여전한데 그것을 실현해줄 판이 실종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발견된 투기 테마가 바로 정치주식이다. 한국의 정치주식과 투기시장은 뚜렷한 사회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안철수연구소, 너마저도?
그렇다면 자기 회사 주식이 투기 도박판으로 변질됐을 때 해당 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어떻게 해야 할까? EG의 오너와 경영진은 이미 모범답안을 들고 행동하고 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으나, 쉬지 않고 틈만 나면 수백억원의 불로소득을 열심히 챙기고 있다. 단 한 번도 투기적 과열로 투자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 적이 없다. 현재의 경영 성과나 미래 전망과는 전혀 무관하게 전개되는 주가 폭등임을 누구보다 소상히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투기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보유 주식 처분을 금지하는 입법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경영진이 앞장서서 자기 주식의 투기종목 지정 해제를 위해 무언가 조처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대주주와 경영진이 자기에겐 전혀 이익도 안 되고 불명예만 잔뜩 떠안게 되는 상황을 그냥 놔두고 방치할 리 없다.
대부분의 투기종목 사례를 살펴보면 대주주와 경영진의 협조 내지 방조가 곁들여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그 판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익을 취하려 든다. 상품으로 소비자를 만나던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피땀을 가로채는 주식 장사꾼이 된다. 이 게임에서 경영진은 절대적으로 이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 안랩의 경영진 또한 주식 폭등 장세를 이용해 주식장사 대열에 합류하는 일을 저질렀다. 그들이 주주들에게 취한 조처는 단 한 번의 ‘투자 주의’ 경고다. 인색하다. 이들이 ‘안철수 대권 열풍’이 아닌, 회사에 대한 성장성과 시장의 기대치가 반영된 주가 상승 국면에서 보유 주식을 팔았다면 5만원이 아니라 50만원에 처분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누가 봐도 ‘안풍’에 따라 전개된 투기 도박 장세에 그들은 보유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 현재 안랩의 향후 성장성을 감안한 적정 주가는 3만~5만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정치 테마주가 되기 전에 6~7년 동안은 주가가 2만원대에 머물렀다. 그게 시장의 평가다.
안철수 원장이 기부를 약속한 지분 18.5%를 적정 가치로 환산하면 약 550억~900억원이 된다. 그런데 이 주식의 현재 거래 가격은 3배에서 최대 5배를 넘나들고 있다.
안철수가 왜 국민적 존경을 받고 있는가? 지금까지 한국을 지배해오고 있는 몰상식과 편법에 맞서 어느 정도의 상식과 정의를 되찾아줄 희망과 기대를 품게 만들기 때문이 아닌가? 이를 안다면 안철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안랩의 경영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그들은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주식을 시장가격에 파는 게 뭐가 문제인가? 오히려 자사주나 대주주, 경영진의 지분 매각이 투기 과열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나?”
천만의 말씀이다. 어떤 오묘한 논리를 갖다댄다 해도 결코 바뀌지 않는 사실은 지금의 안랩 주가는 투기적 상황에 따른 것이며, 바로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훨씬 이를 잘 이해하고 있을 경영진이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안철수연구소다운 게 아닐까?

버핏이 주는 교훈
워런 버핏이 2008년 말 중국의 BYD라는 회사의 지분 10%를 매입했을 때 주가가 순식간에 10배 이상 폭등했다. 전세계적인 ‘전기차 열풍’에 더해 버핏이라는 세계적 투자자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후 어떻게 했을까? 한 주도 안 팔고 지금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살 때는 향후 5년 동안 그 주식시장이 폐장되는 셈치고 산다. 주식을 산다는 건 그 회사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버핏의 대답이다. 

 /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naengsu@hanmail.net

2012년 1월 27일 금요일

[사설] 다이아몬드 게이트 깃털 아닌 몸통 밝혀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912-01-26일자 사설 '[사설] 다이아몬드 게이트 깃털 아닌 몸통 밝혀야'를 퍼왔습니다.
감사원이 어제 이른바 ‘다이아몬드 게이트’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둘러싼 씨앤케이(CNK)의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의 해임을 요구하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검찰도 이에 발맞춰 씨앤케이 본사와 오덕균 대표 집,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집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미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견 정부의 엄벌 의지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해 초에 이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공허하기 짝이 없다.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이 사건을 가장 집요하게 추궁해온 정태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총리실, 외교부, 지식경제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그 이후 모든 사정기관이 쉬쉬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정 의원의 8월 국회 질의를 통해 사건을 감추기가 불가능해지면서부터였다. 이미 ‘사악한’ 무리가 시세차익을 챙기고 순진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뒤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 금융감독원 등은 왜 그때 사건의 내용을 포착하고도 우물쭈물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 사건을 무마하려는 조직적인 압력이 없었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실제 국회 감사청구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맹렬하게 반대를 하고, 외교부도 조직적으로 반대 로비를 펼쳤다고 한다. 그 배후로 거론되는 인물이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당시 국무조정실 차장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유례없이 20여명의 대규모 ‘민관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현지를 방문해 카메룬 정부와 다이아몬드 협상을 했고, 씨앤케이의 오 대표는 사석에서 공공연히 ‘나의 뒷배경이 박영준’이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검찰은 뒤늦게나마 칼을 뽑은 만큼 배후를 둘러싼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길 바란다. 수사의 범위를 감사원이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이나 수사의뢰에만 한정해 몇몇 드러난 사람만 처벌하고 끝난다면 ‘꼬리 자르기’를 위한 설거지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이 제대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회가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꼭 밝혀야 한다.

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론스타 사태 '새국면'…2003년 외환은행 인수 결정, 결국 엉터리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3일자 기사 '론스타 사태 '새국면'…2003년 외환은행 인수 결정, 결국 엉터리'를 퍼왔습니다.
금융당국, 산업자본 심사 제대로 안 해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융감독원의 부실한 론스타 심사자료가 공개되면서 외환은행 문제가 새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22일 밤 MBC 는 경제개혁연대가 4년 간의 소송 끝에 확보한 외환은행 매각 결정 당시 금감원의 론스타 펀드 비금융주력자 심사자료를 입수해, 당시 론스타가 동일인으로 신고한 23개 회사 중 해외 2곳의 대차대조표만 보고 이들을 금융자본으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대차대조표를 제출하지 않은 회사의 자본총액과 자산총액을 심사하는, 불가능한 과정을 거쳐 금감원이 론스타의 자본 성격을 판단해 내고, 이들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도록 허용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제출된 두 개의 대차대조표 중 하나는 회계감사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론스타 측은 승인신청서에 "2003년 6월 말과 3월 말 기준의 재무현황"을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제출한 대차대조표는 2002년 12월 말 기준이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외환은행 불법매각 저지 및 농협 신경분리 중단 촛불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이는 그간 외환은행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등이 밝혀낸 론스타의 자본 성격이 사실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7일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03년 9월 26일, 2003년 10월 29일, 2011년 11월 18일 당시 모두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 상태였다"며 금감원의 론스타 자본성격이 완전히 엉터리였다고 비판했다.

2003년 9월 26일은 론스타 동일인에 대해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의결한 날이며, 2003년 10월 29일은 동일인이 새로 변경된 시점이다. 그리고 올해 11월 18일은 금융위가 론스타에 주식매각명령을 발동한 시점이다.

이들 시기에서 국내에 누락된 스타타워, 론스타가 보유한 미국의 레스토랑 체인 등을 모두 합하면 론스타의 비금융회사 자산 합계가 2조 원을 초과하고, 비금융회사의 자본비율도 25%를 넘는다. 이처럼 비금융주력자로 판명날 경우, 은행법에 따라 의결권은 아무리 많은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4%로 제한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 자체가 엉터리였다는 점이 수사를 통해 확실해지면, 외환은행 매각 절차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원천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강제매각 명령,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절차 등을 모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수사를 통해 제대로 2003년 당시의 불법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23일 "(금융당국이) 어떻게 대차대조표 없이 신고서 상에 자본총액과 자산총액을 기재했을지 신통방통하다. 참으로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외환은행 매각을 즉각 중단시키고, 검찰에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수사 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외환은행 매각 결정 당시 론스타 해외법인 심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삼정 KPMG와 법무법인 김앤장 관계자들도 검찰수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