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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0일 월요일

네 살 아들이 살해당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20일자 기사 '네 살 아들이 살해당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를 퍼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짓밟은 행복] 아들 잃은 아버지

지난 2011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가습기 살균제사건이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들었다. 일상 속의 생활용품이 영·유아 65명을 포함한 116명(2013년 4월 21일 기준, 질병관리본부 피해 접수 현황)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이내 사그라졌다.

하지만 무심코 가습기에 넣었던 살균제 때문에 소중한 아들딸, 아내, 남편을 잃고 남아 있는 가족도 건강이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조업체는 사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시종일관 당당하다.

정부도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 수준의 대책만 내놓은 채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다. 1994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국민은 약 874만 명(전체 국민의 18.2퍼센트)에 달한다. 실제 피해 사례가 몇 건인지는 파악조차 할 수 없는 규모인 것이다.

(프레시안)은 모두가 외면한 채 신음하는 피해자를 만나 피눈물 나는 '그들만의 싸움'을 들었다.

● 첫 번째 인터뷰 : 아내와 아기를 잃은 이 남자, "살인자는 바로…"
 ● 두 번째 인터뷰 : '옥시싹싹'이 망가뜨린 이 남자, 그 기막힌 사연은?
 ● 세 번째 인터뷰 : 삶이 파괴된 남자의 눈물 "그녀를 앗아간 회사는…">
● 네 번째 인터뷰 : 지옥에서 보낸 10년! 누가 '천사'의 날개를 꺾었나?
 ● 다섯 번째 인터뷰 : 돌 지난 아기의 싸늘한 주검, "살인자는 저들인데…"
 ● 여섯 번째 인터뷰 : 아내 잃고 딸도 포기, 이제 '김앤장'과 나홀로 전쟁!
 ● 일곱 번째 인터뷰 : 16개월 손녀을 앗아간 악마! 그걸 내 손으로… "인생에 즐거운 일이 없어요. 즐거운 일이 생길수록 더 슬퍼집니다."

어린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윤건희(가명·44) 씨는 지난 2007년, 당시 4살이던 둘째 아들 현준(가명)을 잃었다. 막내아들이 떠난 지 햇수로 7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윤 씨는 여전히 멍하니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다 술에 취해 잠들곤 한다.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자식을 잃은 슬픔과 내 손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죄책감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사과 한마디 없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와 남일 보듯 수수방관해온 정부를 향한 분노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다.


▲ 씩씩하고 건강했던 현준이. ⓒ프레시안(남빛나라)

갑작스러운 '폐 섬유화' 진단에 아내는 실신

윤건희 씨 부부는 첫째 성준(가명)이를 '멋쟁이', 왕방울만 한눈을 가진 현준이는 '예쁜이'라고 불렀다. 현준이는 형보다 더 독립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이었다. 엄마가 업어준다고 해도 꼭 제 발로 걷겠다던 씩씩한 아이. 그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기침을 달고 살면서 엄마 등에 업혀 다니는 아이로 변해갔다.

- 당시 집안에 어린 아들만 둘이었네요. 두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었나요?

"2007년 당시 6살이던 큰 애(2002년 출생)와 4살이던 작은 애(2004년 출생)가 계속 기침을 하는 거예요. 그냥 감기라고 하기엔 증세가 심했지요. 큰 병원에 가야겠다 싶어서 3월부터 H대학병원에 갔습니다. 아이들이 기침하면 의사들이 늘 말하듯이 천식이란진단을 내리더군요. 큰 애는 곧 괜찮아졌는데 작은 애는 갈수록 증세가 심해졌어요. 의사는 심각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의사는 심각하지 않다고 하는데 아이는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아내는 호흡 곤란에서 폐 섬유화까지 증세가 진행되면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단 말을 어디에선가 듣고 나서 매우 불안해했다. 불안해하는 부부에게 의사는 병원을 옮기고 싶으면 옮기라고 말했다. 결국 5월,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겼다.

-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긴 뒤 차도가 있었나요.

"삼성병원 의사가 H병원에서 찍었던 엑스레이 사진만 보고 깜짝 놀라더군요. 이런 애를 그냥 아빠 차로 데려왔느냐고 하면서요. H병원에서 구급차를 타고 갈지 제 차를 타고 갈지 묻기에, 현준이가 좋아하는 아빠 차를 탔던 것뿐인데요. 우리는 그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는데 의사는 이미 폐 섬유화가 진행돼서 상태가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이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쓰러졌어요."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하자고 약속했는데…

현준이는 5월 8일에 삼성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곳에는 현준이와 비슷한 이유로 실려 온 아이들이 몇 있었다. 개중에는 산소 발생기에 연결된 줄을 코에 낀 채 퇴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윤 씨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부부는 손을 꼭 잡고 공기 좋기로 소문난 과천의 주택 단지를 둘러봤다. "현준이가 퇴원하면 이곳으로 이사하자"는 말을 나누며 버텼다.

-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들은 몸이 이상해서 병원을 찾고 나서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준이는 어땠나요?

"현준이도 병원을 옮기고 채 한 달도 못 버텼습니다. 5월 31일에 세상을 떠났어요. 아내는 그때 이미 반은 살고 반은 죽은 상태였어요. 수술 한 번 못 해보고 그냥 보내니까 너무 허망했어요. 생각해보면, 참 많은 피해자가 있었어요. 그때 중환자실에 현준이와 같은 증세의 아이가 하나 또 있었어요. 그 아이도 현준이가 세상을 떠난 지 일주일쯤 뒤에 죽었습니다. 현준이의 상을 치르고 그쪽 상갓집에 갔지요."

이유 없이 죽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의사들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데 의사도 아닌 부모가 이유를 알 수 있을 리 없다.

사람으로 태어나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인, 자식을 잃는 고통을 겪은 부모들의 머릿속은 멈춰버렸다. 윤 씨 부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윤 씨는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결혼할 때 윤 씨가 '나는 절대 아이들을 남기고 일찍 죽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그런데 아들이 먼저 떠났다.

"모든 게 무(無)가 되는 겁니다."

윤 씨는 자식을 먼저 보낸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아빠, 현준이는 땅속에 있지?"

그렇지만 큰 아이인 성준이가 있었다.

- 성준이가 올해로 12살이 됐네요. 이제 철이 들고 있는 성준이에게 동생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셨나요.

"참 어렵습니다. 성준이가 어렸을 때는 그저 "하늘나라로 갔다"고만 하면 됐지요. 그런데 유치원에서 뭘 들었는지 '아빠 사람은 죽으면 땅에 묻는 거라던데 그러면 현준이도 하늘이 아니라 땅속에 있지?'라고 묻더군요. 도대체 성준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성준이가 많이 외로워하는 것 같습니다. 항상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려고 하고, 주말에 친구들이 자고 가면 굉장히 좋아해요. 얼마 전에는 갑자기 불쑥 엄마한테 '현준이 보고 싶어'라고 했다더군요. 그래서 현준이에게 그 말을 듣고 엄마가 울지는 않았는지 물었지요. 울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엄마가 화장실로 갔다고 하더군요."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와 아내는 현준이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는 좀 더 자주 현준이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내를 다독여줘야 할지, 그저 모르는 척 각자의 상처를 눈감고 못 본 체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현준이가 떠난 지 7년째, 여전히 그는 모르는 것투성이다. 이렇게 그의 삶이 망가졌다.

소송 제기하자 '김앤장'으로 맞선 기업

2011년 8월, 현준이를 죽게 한 원인이 밝혀졌다. 보건복지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원인 미상 폐 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역학 조사해 발표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 집단은 원인 미상의 폐 질환에 걸릴 확률이 미사용 집단보다 47.3배나 높았다. 가습기 살균제와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연관성을 부정하려 해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수치였다.

- 처음 뉴스를 접한 뒤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대형 할인점에서 볼 때마다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샀거든요. 처음에 뉴스를 볼 때는 설마 했다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카페에 들어간 뒤에 확신했습니다. 아내에게 말하니 무슨 그런 물건이 다 있느냐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아내는 더 이상 이야기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그런다고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요."'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제조업체는 옥시레킷벤키저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옥시크린' '물 먹는 하마' '데톨' '개비스콘' 등으로 유명한 영국계 초국적 기업(레킷벤키저)의 한국 법인이다.

직접 가습기 살균제를 사서 썼다는 죄책감의 윤건희 씨를 옭아매고 있었다.

"애가 감기에 걸렸다니까 더 가습기를 틀었지요. 틀 때마다 살균제를 꼭 넣고 미친놈처럼 그걸 애 앞에서 틀어댔어요."

그가 몇 번이나 스스로 욕을 퍼부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습관처럼 죄책감이 따라다닌다.

- 사실 가장 큰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쪽은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판매 업체입니다. 기업 측의 태도를 보며 하고 싶은 말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기업 측을 상대로 한 소송을 하는 겁니다. 저는 사실 기업이 무죄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른 피해자들 앞에서도 한 말이지만, 한국은 결국 모든 피해 사실을 피해자가 증명해야 해요. 피해자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증명해야 하니까 굉장히 어려워요. 게다가 기업은 '김앤장'으로 맞대응하고 있잖아요? 국내에서 가장 큰로펌이 아무 생각 없이 소송에 꼈겠어요? 어차피 정부가 팔도록 허가해준 물건이니까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생각했겠지요."

"협조? 실망스럽다"

- 이제까지 무시 전략으로 일관해온 기업 측이 소송에서도 적극 대응하고 있으니,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책임자가 처벌받기 어렵겠네요. 그동안 정부의 태도를 보며 하고 싶으신 말이 있나요?

"이건 기업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정부가 방향을 잡아줘야 합니다. 소비자를 큰 고통에 빠트린 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은 법으로 다스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요." (☞관련 기사 : "100명 이상 희생된 연쇄 살인, 왜 처벌 못 하나?")

실제로 이 사건은 환경부(독성 물질 관리), 보건복지부(질병 관리),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 '안전 인증' 관리)가 각각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그러나 세 부처가 힘을 합치기는커녕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그나마 지난 24일에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피해자들과 면담을 한 것이, 정부가 취한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 진영 장관과 피해자들이 만났다는 뉴스를 보셨나요.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기사를 보고 실망했습니다. 진영 장관이 보건복지부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더군요. '협조'라는 말은 제3자나 쓰는 말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주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지요. 이건 교통사고도 아니고 100명이 넘는 국민이 정말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건입니다. 이런 사건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정부가 '협조'만 외치는 사이에, 벌써 2013년의 3분의 1이 지났다.

"산소 발생기를 달고라도 살아 있으면, 힘들 때도 많겠지만 그래도 기쁜 순간도 있기는 있지 않겠어요? 지금은 그저 웃는 게 죄 같아요."

이것이 그가 말하는 삶의 무게다. 이 무게를 조금이나 덜 때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이제 정부와 기업이 답해야 한다.


/남빛나라 기자

2013년 5월 16일 목요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 400건 넘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15일자 기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 400건 넘었다'를 퍼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손상을 입은 피해사례가 400건을 넘겼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5일 접수된 피해사례가 401건(사망 127건)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까지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1년여간 접수받은 피해사례는 359건(사망 112건)이었다. 그뒤 5개월간 42건이 추가 접수된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언론을 통해 다시 주목받으면서, 적극 나서지 않았던 피해자들이 신고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추가로 신고한 백모씨(40)는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낸 것은 2006년이고 당시 학계에도 보고된 바 없는 원인미상의 폐손상이라고 들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정말 열심히 썼다”면서 “아내는 우울증에 빠지고, 나도 자살기도까지 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이가 겪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증상이 다시 이슈화되는 것을 보고 이 일에 관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정부가 ‘가해자는 없다’는 식으로 나서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8명은 이날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신계륜 위원장, 장하나·심상정 의원,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을 만났다. 피해자들은 ‘폐이식 과정에서 거액의 빚을 질 수밖에 없었던 중증환자들을 정부가 지원하게끔 국회가 감독하고 가해자인 제조사에 벌을 물어줄 것’ 등을 요구했다. 또 환노위가 통과시켰으나 예산결산특위에서 삭감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예산을 2014년 정규예산에는 포함시켜달라고 촉구했다. 환경부 측은 “여전히 환경부가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장하나 의원이 제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전병헌 의원이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를 공약했다는 점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2013년 5월 8일 수요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예산, 예결위서 전액 삭감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07일자 기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예산, 예결위서 전액 삭감'을 퍼왔습니다.

ㆍ기재부 반대에 가로막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긴급구제하기 위해 추가경정(추경)예산안에 책정했던 50억원이 7일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전액 삭감됐다. 환경부가 신설증액에 찬성했던 예산이 정부 내 다른 부처의 반대로 추경예산에서 지워져 버린 것이다. 총리실이 피해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처 간 조율과 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 간 이견과 칸막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이 가로막혔다.

기재부는 근거법이 없고 정부 내에 소관 부처도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예산 신설 증액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예산 마련을 주도한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7일 “국회에서 신규증액한 예산은 정부가 동의를 해줘야 하는데 예결위 계수조성소위원회에서 기재부가 끝까지 동의를 해주지 않아 전액 삭감됐다”면서 “이미 발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안을 6월 국회에서 통과시켜 내년 본예산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국회에서 의결한 것은 근거법이 없어도 예산을 책정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고, 환경보건법에서 근거를 찾을 수도 있다고 했더니 기재부는 소관부처가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요구했던 200억원이 환노위에서 50억원으로 깎인 것인데 이마저도 예결위에서 모두 삭감돼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하기로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폐 컴퓨터단층(CT)촬영과 폐기능 검사 등의 조사는 예정대로 이뤄진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심자에 대한 조사는 질병관리본부 예산에서 마련했기 때문에 추경예산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예정대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환경부 장관 면담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2013년 5월 6일 월요일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심사례 조사 재개

이글은이데일리 2013-05-06일자 기사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심사례 조사 재개'를 퍼왔습니다.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6일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심사례에 대한 조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폐손상 의심사례 전체에 대한 폐CT 및 폐기능 검사가 필요하다는 폐손상 조사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검사기관으로 선정하고, 검사 일정 및 소요비용 등 세부계획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피해 조사 범위는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된 피해사례 359건 외에도 시민사회단체에서 추가로 확보한 260여건까지 포함한다.

전병률 질병관리본부장은 “총리실 주관 부처관 협의 결과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조사를 재개하기로 했다”면서 “질병관리본부 내부 연구용역비를 확보해 차질없이 피해조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종원 기자 liberjjw@

2013년 4월 19일 금요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부처들 모두 “우리 소관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19일자 기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 부처들 모두 “우리 소관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ㆍ관료주의 탓 구제책 ‘구멍’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사상자가 속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직장을 잃고 수억원의 치료비에 짓눌리며 보상·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조사와 대책이 겉돈 데는 책임을 떠넘기고 소극적인 법 해석 뒤로 숨어버리는 한국의 관료주의가 있었다.

1994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선보일 때 허가·관리 주체는 모호했다. 공산품의 안전관리를 맡는 곳은 기술표준원(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이다. 실제 일부 가습기 살균제는 기술표준원이 부여한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부 김필구 제품안전정책국장은 “해당 제품은 가습기를 닦는 세정제로 신고됐다”며 ‘가습기 살균제’ 형태로 유통된 데 대해 “그 제품에 세정제 기능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피해사례가 이어지자 뒤늦게 보건복지부가 나서 역학조사·독성실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복지부 역시 ‘내 소관이냐, 아니냐’를 따졌다. 추가로 피해신고를 접수한 뒤 민·관 합동 폐손상조사위를 출범시켰으나, 이들의 추가보완조사 요구엔 “복지부가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복지부는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환경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역시 책임지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조은희 화학물질과장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도 (추가보완조사를 지원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환경보건법상의 ‘환경성질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도 논란을 불렀다. 환경성질환으로 지정되면 피해자들은 소송절차 없이 배상받을 수 있지만 ‘특정지역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돼 발생한 질환은 아니’라고 소극적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업무 조정을 해야 할 국무총리실도 형식적으로 대응했다. 2011년 11월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거론하고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나 총리실은 이 지시를 향후 화학물질 관리에만 초점을 맞춰 해석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총리실에선 피해자 구제책을 놓고 부처 간 회의를 연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밝혔다. 결국 각 부처가 책임을 최소한으로 좁히는 논리를 내세우는 사이 피해자를 위한 행정은 완전히 뚫려 있었던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18일 늦게나마 생계곤란 피해자들을 우선 지원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송윤경·김기범 기자 kyung@kyunghyang.com

2013년 4월 17일 수요일

아내 잃고 딸도 포기, 이제 '김앤장'과 나홀로 전쟁!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17일자 기사 '아내 잃고 딸도 포기, 이제 '김앤장'과 나홀로 전쟁!'을 퍼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짓밟은 행복] 부인을 잃은 남편


지난 2011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가습기 살균제사건이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들었다. 일상 속의 생활용품이 영·유아 64명을 포함한 112명(2012년 3월 기준, 질병관리본부 접수 현황)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이내 사그라졌다.

하지만 무심코 가습기에 넣었던 살균제 때문에 소중한 아들딸, 아내, 남편을 잃고 남아 있는 가족도 건강이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조업체는 사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시종일관 당당하다.

정부도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 수준의 대책만 내놓은 채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다. 1994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국민은 약 874만 명(전체 국민의 18.2퍼센트)에 달한다. 실제 피해 사례가 몇 건인지는 파악조차 할 수 없는 규모인 것이다.

(프레시안)은 모두가 외면한 채 신음하는 피해자를 만나 피눈물 나는 '그들만의 싸움'을 들었다. 편집자


● 첫 번째 인터뷰 : 아내와 아기를 잃은 이 남자, "살인자는 바로…"
박창준(가명·36) 씨의 아내 최소담(가명) 씨는 30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일반 병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지기 직전 아내는 박 씨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내가 죽으면 당신 누나한테 우리 애들 좀 키워달라고 부탁해줘." 박 씨는 이렇게 답했다. "헛소리하지 마. 죽긴 누가 죽어."

그것이 마지막 대화였다. "유언 같지도 않았던" 아내의 마지막 말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는 박 씨의 손가락이 떨렸다. 아내가 죽은 후 슬픔에 몸서리치며 살아온 박 씨를 16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떨리는 입술에서 어렵게 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가득 묻어 있었다.

아이는 인큐베이터에, 부인은 중환자실에

아내 최소담 씨는 2010년에 둘째를 임신했다. 최 씨는 임신 8개월이던 그 해 12월 무렵부터 심한 감기 증세를 보였다. 박창준 씨는 제 몸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부른 배를 안고 연신 기침하는 아내를 보며 속만 끓여야 했다. 한창 임신 중이라서 병원 가기가 꺼려졌지만,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동네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당장 큰 병원으로 가라고 다급하게 재촉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최 씨가 이 병원을 거쳐 간 그 많던 '원인 미상 폐 질환 환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때만 하더라도 폐 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아내가 병원에 실려 갔으니 온 가족이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겠군요.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기고 나서 상태가 더 안 좋아졌어요. 산소 호흡기를 꼈는데도 몸속 산소 포화도가 계속 떨어지더군요. 결국 둘째 아이를 강제 분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팔삭둥이 아이 몸무게가 2.5킬로그램이었어요. 아이는 인큐베이터에 있고 아내는 더 심각한 상태로 누워 있었으니…. 정신없이 신생아 중환자실과 성인 중환자실을 오가며 지냈습니다."

결혼 전에 아동을 관객으로 하는 극단의 연극배우로 일했던 최 씨는 아이를 다 키우면 극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지 1주일 만에 의사는 그 꿈 많던 아내의 임종을 준비하라고 했다. 박창준 씨의 아내는 병원에서 약 20일을 버티다 지난 2011년 3월 사망했다.
▲ 큰딸 유정이(가명)와 30세에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목숨을 잃은 박창준(가명) 씨의 아내. ⓒ프레시안(남빛나라)


끝내 못 지킨 약속, 신혼여행

- 5살 큰 아이 또 갓 태어난 둘째 아이와 남겨졌으니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 같아요. 특히 큰딸 유정이(가명)가 충격을 받았죠?
"유정이에게 '엄마를 다시 볼 수 없다' 이렇게는 도저히 말을 못 하겠더군요. 경기도 가평군에 가면 아내와 제가 데이트하던 시절에 즐겨 찾던 곳이 있어요. 유정이를 그곳으로 데려가서 '엄마!' 하고 크게 외쳐보라고 했지요. 그러면 엄마도 들을 수 있다고요.

어느 날 유정이가 '아빠는 왜 여기 올 때마다 엄마를 부르라고 해?' 하고 묻더군요. 그러더니 언제부터인지 거기만 가면 제가 알아서 엄마를 크게 불러요.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렇게 스스로 알게 된 것 같아요."


박 씨와 함께 사는 유정이는 이제까지 엄마를 찾은 적이 없다. 가끔 그에게 혼나면 "나 엄마한테 갈 거야" 하고 입을 삐죽이긴 하지만 그뿐이다. 그는 "애가 너무 일찍 철이 든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아내 생각이 많이 날 때는 언제인가요?

"항상 납니다. 혼자 차를 운전할 때면 저절로 눈물이 줄줄 흐르고요. 그렇지만 미안한 게 특히 더 생각나요. 우리 부부는 신혼여행을 못 갔어요. 아내는 늘 '애들 크면 애들 데리고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신혼여행 한 번 못 가고 그렇게 죽었다는 게…. 애들 키울 걱정에 돈 걱정이 너무 컸어요. 그 탓에 여기저기 놀러다니지 못하고 늘 '아끼고 모으자'고만 했던 게 참 후회됩니다."

박 씨는 당연히 아내와 몇 십 년을 함께 하리라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이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은 잠시 접어두었을 뿐인데, 그것이 그의 평생 한으로 남게 됐다.

엄마 잃은 둘째 아이, 눈물 머금고 형에게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둘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둘째 아이 안부를 묻자 박 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의 둘째 유진이(가명)는 현재 형이 키우고 있다. 단순히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서류상으로도 완전히 형의 딸로 되어 있다.

- 쉽지 않은 선택을 했네요.

"애들 엄마가 죽고 나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시골로 내려가서 살았습니다. 유정이랑 유진이를 데리고 내려갔는데 정말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더군요. 이렇게 키우면 안 되겠다 싶었지요."

박 씨와 형은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난다. 그 덕에 어릴 때부터 많은 의지가 된 형이었다.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던 형네 부부가 먼저 그에게 유진이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선뜻 그렇게 하라는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유정이는 저를 닮았고 유진이는 엄마를 닮았거든요. 보고 있으면 정말 너무 예뻐요."

유진이 이야기를 하던 박 씨가 인터뷰 중 처음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그토록 예쁜 유진이가 어느 집에서 더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지 고민하다 결국 형의 딸로 호적에 올렸다.

"형이 완전히 공주님처럼 키우고 있어요. 업어 키운 자식이란 말이 딱 맞아요."

유진이의 '아버지'가 아닌 '작은아버지'로 살겠다는 박 씨의 결심은 매우 확고했다. 그는 유진이가 어두운 기억이 없는 가정에서 큰 상처 없이 밝게 자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죽고 싶었지만 첫째 아이 때문에 용케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는 둘째 아이를 위해 아버지 자리도 포기했다.

이 비극의 원인은 거의 10년 동안 사용해온 가습기 살균제였다.
▲ 심각한 폐 질환을 유발해 약 1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프레시안(남빛나라)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 다른 피해자처럼 뉴스를 보고 가습기 살균제가 죽음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나요?

"2011년 여름이었을 겁니다. 질병관리본부라는 데서 전화가 와서 '역학 조사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전염병으로 죽은 것도 아닌데 웬 역학 조사를 하나 싶어서 어리둥절했지요. 저를 만나고 싶다고 찾아와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진을 보여주는 거예요. '이걸 썼냐'고 하기에 썼다고 했지요."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옥시크린' '물 먹는 하마' '데톨' '개비스콘' 등으로 유명한 영국계 초국적 기업(레킷벤키저)의 한국 법인이다.

박 씨는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들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깨끗해지라고 쓴 건데 그것 때문에 죽었다니!" 얼마 지나지 않은 2011년 11월, 보건복지부는 1차 동물 실험 결과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의 독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2월에 이뤄진 최종 결과 발표도 마찬가지였다.

- 다른 피해자처럼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가봤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카페에 가서야 아내랑 비슷한 증세의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말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구나 싶었습니다. 양가 부모님께는 제가 알렸습니다. 딸을 잃은 장모님께서 "왜 그걸(가습기 살균제) 썼어…" 하고 말씀하시는데 아무 말도 못 하겠고 그냥 내가 죄인이구나 싶었습니다."

세상을 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살아남은 남편, 아버지, 어머니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죄책감'이다. 집에서 손쉽게 쓴 생활용품이기 때문에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은 더욱더 크다. '내가 쓰지 말라고 해야 했는데', '내 손으로 직접 넣었는데'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는 박 씨는 인터뷰 내내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죄인이에요. 차라리 제가 죽었어야 했는데. 정말 제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초국적 기업과 '김앤장'과의 두려운 싸움

그는 현재 옥시레킷벤키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기업은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소송 얘기가 나오자 그는 한숨부터 쉬었다.

"솔직히 두렵습니다."

- 사측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김앤장'으로 맞선 것으로 봐서는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일 듯합니다.

"양가 부모님 모두 그냥 잊고 살라고 하십니다. 소송에는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드니까요. 그렇지만 너무 억울해서 살 수가 없어요. 처음에 소송을 시작할 때는 1년 반 정도를 예상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훌쩍 흘렀습니다. 이제 3년, 5년을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요."

죄를 지은 자는 하늘이 두렵다고 했지만 오히려 피해자인 박 씨가 '돈'과 '시간'에 짓눌려 두려워하고 있었다. 정부의 무심함도 그를 더욱 두렵게 만든다.

-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상황을 조사하던 '폐 손상 조사 위원회'의 조사 위원 전원이 사퇴한 사실을 아시나요?(☞관련 기사 : 가습기 연쇄 살인, 복지부 진상 규명은커녕 훼방만…)
"네. 압니다. 솔직히 기업보다 정부에 더 화가 납니다. 112명이 죽었는데, 정말 착하게 살아온 서민만 죽었는데, 정부는 알아서 하라고만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고 발표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발표만 해놓고 끝입니까? 이럴 거면 그냥 다 잊고 살게 발표나 하지 말지….

발표 결과를 들은 피해자는 억울해서 죽을 것만 같은데 정부는 보고만 있습니다. 이제까지 싸우면서 정부가 피해자의 편에 서 있단 느낌이 든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박 씨가 큰딸 유정이에게 '엄마가 가습기 살균제 탓에 세상을 떴다'고 말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상처받는 것은 저 하나로 충분하니까요."

언제까지 피해자가 모든 상처를 끌어안아야 할까? 그의 상처를 보듬어줄 이는 정말로 없는가? 왜 만날 당하는 사람만 당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