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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9일 일요일

운이 좋다면 피할 수 있을까, 쌍용을, 이 신자유주의를


이글은 한겨레21 2012-08-20일자 제924호 기사 '운이 좋다면 피할 수 있을까, 쌍용을, 이 신자유주의를'을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한여름날의 지옥 3년 뒤, 출소한 한상균 전 지부장과 (의자 놀이) 펴낸 소설가 공지영의 만남…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사랑한 현장으로 돌아갈, 마지막 희망이 필요하다

한 여름날의 지옥. 2009년 8월5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이 그랬다. 그 7개월 전 서울 용산 참사의 직간접적 원인이었던 경찰특공대를 태운 컨테이너가 공장 지붕 위에 상륙했다. 방패와 곤봉을 쥔 무장 특공대들의 시선은 당황한 노동자들을 토끼몰이하듯 좇았다. 마구잡이 구타. 공장 위를 맴돌던 헬기는 최루액을 비처럼 뿌려댔다. 사 쪽의 2646명 정리해고 계획을 막겠다며 76일째 옥쇄파업을 벌이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 600여 명을 진압하려는 작전이었다. 이날 조합원 100여 명과 경찰 34명이 다쳤다. 이미 열흘 넘게 전기와 물이 끊긴 공장 안에서 경찰·용역 대 조합원 간 충돌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그 다음날 한상균(51) 당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회사 쪽에 대화 재개를 요청했다. 이날 노사는 마지막까지 남은 정리해고 대상 조합원 974명 중 468명(48%)은 무급휴직 1년 뒤 생산물량에 따른 순환근무로 고용을 유지하고 나머지 52%는 희망퇴직을 하는 안에 합의했다. 그날 저녁 한 전 지부장은 조합원 한명 한명과 포옹하며 눈물의 작별 인사를 나눴다. 파업 종료 합의 뒤에도 국가와 회사는 ‘폭력시위’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소송 따위를 제기하는 등 쌍용차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가슴에 멍이 생긴 해고·무급휴직·희망퇴직자 2천여 명에겐 경제적 고통과 가정불화가 쓰나미처럼 밀어닥쳤다. 그 고통이 쌍용차 노동자·가족 22명의 목숨을 앗아갈지, 그땐 그 누구도 몰랐다.

» 한상균 전 지부장과 소설가 공지영

용산 이후 ‘도가니’로 빠져든 사회

지난 8월4일 밤 12시 한상균 전 지부장이 옥문을 나섰다. 노사 합의 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법원에서 3년형 판결을 받고 복역하다 만기 출소한 것이다. 옹근 3년이다. 그 사이 쌍용차의 경영 실적은 나아지고 있지만 복직된 조합원은 아무도 없다. 노사 합의문은 회사 쪽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그 휴지 조각이 22명의 생명줄을 끊어놓았다.
한 전 지부장은 8월6일 오전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추모 분향소를 찾았다. 이미 말라버렸다 여긴 눈물샘이 금세 차올랐다. 그날 소설가 공지영(49)은 쌍용차 파업 전후 과정을 기록한 르포 (휴머니스트 펴냄)를 출간했다. 동료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산 자와 죽은 자로, 승자와 패자로 갈라놓은 쌍용차 정리해고 전후의 사태를, 사람 수보다 모자란 의자를 차지하려고 가족과 친구를 밀어내야 하는 ‘의자놀이’에 비유한 것이다. 8월6일 저녁,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카페에서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과 소설가 공지영이 마주 앉았다. 대화의 시작점은 다시 3년 전 평택 공장이었다.

공지영 작가(이하 공) 3년 전 우연히 뉴스를 통해 쌍용차 조합원들이 경찰에 진압당하는 장면을 봤다. 그때 ‘저 사람들 처음 싸우는 사람들 같다’고 생각했다. 30초가 안 되는 그 짧은 장면을 어떻게든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실은 한 번도 잊지 않고 있었다. 늘 미안했다. 그렇지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제발 빨리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랐다. 그때 빚을 이제야 갚는 것 같다. 소설 를 쓰고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쌍용차 문제가 생겼다. 내가 예지 능력이 있는 건 아닌데, 용산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점점 ‘도가니’로 빠져들더라.

한상균 전 지부장(이하 한) 3년 전 파업을 마무리할 당시엔 워낙 많은 생각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그걸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마지막 생각은, 살려고 투쟁하는 건데 그 투쟁 때문에 많은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을 안길 순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가장 큰 문제는 조합원들의 안전이었다. 공권력이 투입되면 수백 명이 사고를 당할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국가는 ‘설마’ 하며 별다른 고민 없이 공권력으로 밀어붙인 거 같다.

서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실체 없는 ‘유령’

 를 쓰는 동안 특이한 경험을 했다. 쌍용차 문제에 대한 상황 파악은 금방 됐다. 그런데 집필을 시작하면 잠을 못 자는 거다. 빙의 같은 현상이었다. 잠을 못 잔 지 사흘째 되던 날 하품을 하는데, 그 순간 지금까지 하품조차 한 번 안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름이 끼쳤다. 하품도 하지 않는 건 완벽한 초긴장, 병적인 상태다. 생각해보니 파업 끝나기 전 공장에 전기·물 공급 끊기고 경찰 헬기 뜨던 상황이 그랬을 거 같더라. 한 조합원한테 물어봤더니 그때 잠을 못 잔 조합원이 많았다는 거다. 조합원들이 그런 초각성 상태에서 공포까지 가중됐다면 정말 빨리 정신 상담을 받아야 했는데, 국가와 회사 쪽은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잠을 잘 수 없을 거란 두려움으로 글을 쓰지 못하던 와중에 오래전 참석을 약속한 평택역 앞 거리 미사에 갔다. 미사 도중에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한 조합원 아내한테 휴지를 좀 달라고 하니까 이 양반도 울고 있더라. 그날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섭다고 안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쓰지 않을 거면 여기서 포기하고, 그게 아니면 잠 못 자도 쓰자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약간 잠이 오더라.
 자료를 통해 77일간의 파업 과정을 파악했다고 들었는데, 어느 부분에서 몰입이 됐는지 궁금하다. 쌍용차 사태는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지 않나. 22명의 희생에 대한 동정일 수도 있고.
 이게 단순히 노동계급의 이야기가 아니라 99.9%들의 일이구나, 내 자식이나 이 사회의 흥망성쇠가 쌍용차 문제 해결에 달렸구나 싶었다. 경영이 어려워져 노동자들이 ‘자구책이 있으니 한번 해보겠다’고 하는데도 사 쪽에서는 ‘시끄러워. 너희는 나가’라며 몰아냈다. 법대 교수들한테 그런 법이 어딨냐고 물어봤더니 ‘어쩔 수가 없다. 이게 신자유주의다’라고 하더라. 그때 이게 내 문제가 되겠구나 싶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노동자와 노동자를 서로 미워하게 만들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유령, 그 유령하고 싸워야 하니까 사람들이 돌지. 선생님한테 맞은 애들은 친해질 수 있지만 선생님이 시켜서 서로 따귀를 때린 애들은 친해질 수 없다. 상대방이 잘못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말이다.
 문제의 발단은 2005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기술을 빼가는 ‘먹튀’ 경영을 한 것이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때 약속한 투자 계획을 지키지 않다가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언론 등이 이런 문제는 외면하고 노사 문제로만 몰아갔고, 공권력이 과도하게 개입했다. ‘유령’은 거기서부터 떠오른 것이다.
시민사회나 작가 단체들이 나선 건 ‘이게 내 자식이나 이웃의 문제다’라는 공분이 생겨서인 듯하다. 그런데 이런 (연대의) 싹이 자라기 전에 잘라야 한다고 여기는 집단이 있다. 양쪽 간 접점을 과연 어느 지점에서 만들지 힘겨루기 과정에 있는 것 아니겠나. 요즘 자본의 사병들이 공권력의 비호 아래 노동자들을 두들겨패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자료를 보니 쌍용차와 계약을 맺은 경비업체가 용역 1인당 하루에 24만7천원 정도를 지급했다고 신고했더라. 헬기 한 번 띄우는 데 600만원이 든다더라. 그런 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면 안 되나 싶었다. 경찰은 쌍용차 평택 공장에다 10년묵은 최루액 2천ℓ 이상을 부었고, 테이저건·고무탄 따위 온갖 무기를 시험했다.


하루아침에 빈민·빨갱이, 그리고 죽음

해외자본의 무책임과 부정, 정부의 방관, 무리한 공권력 투입,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정리해고,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뉜 노-노 갈등과 공동체 붕괴, 무력화된 노사 합의…. 쌍용차 사태는 ‘운이 좋아야 피해갈 수 있는’ 우리 사회 문제의 집합체다. 내 일이 아니라고 안도하는 사이 2천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 가운데 22명이 죽어나갔다.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이 너무 범생이였다. 별로 낮지 않은 월급을 받았고, 준법정신이 투철했다. 스스로 경찰과 대적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거지. 우린 학생운동 하며 경찰을 비난하기도 했는데, 이 사람들한테는 그런 상황이 범법인 거다. 게다가 평택이 보수적인 지역이고. 별걱정 없이 모범적으로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빈민·빨갱이가 됐고, 죽음의 경험까지 덧붙여진 거다.
 쌍용차는 다른 대공장보다 노사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돼왔던 사업장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 말살을 경험하니 모두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연결되고. 개인의 선택이지만 구조적으로 죽임을 당한 사회적 타살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국가와 회사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진압 과정에서 공권력이 ‘너희 따위는 언제든지 죽일 수 있고 벌레만도 못해’라는 메시지를 준 것 같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돈 많은 놈이 나를 때리면 공권력이 나를 보호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 커진 듯하다.
 파업 와중에 ‘한상균은 파업 끝나면 민주노총으로 간다, 누구누구는 정치한다, 조합원들만 희생양이다’ 이런 헛소문들이 돌았을 때 상처를 많이 받았다. 개개인은 나약하다. 파업을 하며 그런 면들을 낱낱이 봤지만, 지난 3년간 그 기억을 싹 지웠다. 지우지 않으면 세상 보는 눈이 비뚤어져 내가 살지 못할 것 같았다. (파업 조합원들한테 폭력을 행사하고 회사 편을 든 사람들도) 우리 조합원인데 왜 용서를 못하겠는가. 생존을 빌미로 흔들었을 때, 누구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몰고 가는 자본이 악랄한 것이다. 영혼을 짓밟는 일이다.
 여러 자료를 보며 한 전 지부장에 대해 궁금했다. 이렇게 존경받는 지도부는 처음 본 것 같다. (2009년 6월26일 관리직·비해고 노조원 3천여 명의 공장 진입으로) 처음 (노-노) 충돌이 있었을 때 노조 지도부가 사 쪽 직원들과 맞서지 말라고 방침을 내린 건가, 아니면 파업 조합원들이 착해 쇠파이프를 못 든 건가?
 같은 조합원들한테 폭력을 쓸 수 없다는 방침은 분명했다. 이를 조합원들에게 내부 방송으로도 알렸다.
 적극적으로 폭력을 쓰지 못하게 했다는 건데, 그럼 어느 순간부터 조합원끼리 맞선 건가?
 처음엔 서로 냉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것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용역들이 한 거다. 우리가 밀릴 수밖에 없는 입체적인 작전이 있었다. 그러다 노-노 간 우발적 충돌이 발생했고 감정이 격앙되게 된 것이다.
 취재할 때 그 이야기를 듣고선 ‘싸우는데 가릴 게 뭐 있어’라고 생각했다. 파업 노동자들이 전기가 끊긴 도장공장 안에 있던 비상발전기를 자동차용 페인트가 굳지 않게 하는 데 썼다고 하더라.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회사 손해 걱정하게 생겼나. 전기 끊긴 도장공장의 불을 밝히는 데 비상발전기를 써야지, 그게 싸움을 이기자는 사람들이 할 일인가. 그렇게 울컥울컥하는 심정이 들다가도 결국 이런 것 때문에 이 사람들이 이기겠구나, 이 바보 같은 패자들이 결국은 그 바보스러움 때문에 다시 승자가 되겠구나 싶었다. 사람들한테 ‘올바르게 사는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가르쳐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바보 같은 일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오히려 사람들에겐 많은 걸 준다. 뉴스에서 보던 것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았을 때 사람들은 울컥한다. 그렇게 행동해줘서 조합원들에게 감사했다.

비상발전기로 도료 굳지 않게 한 사람들

 해고자·희망퇴직자,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조합원일지라도 쌍용차가 망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못 봤다. 그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다. 쌍용차는 강소회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활력을 찾아갈 수 있는 조건이 있는데, 경영진들이 이를 외면하면 안 된다. 차량 판매 캠페인 등 일터에 복귀할 수 있는 조건들을 찾을 수도 있다. (현재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 경영진은 그들이 강조해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면 하루빨리 해고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공지영 작가와 얘기를 마친 뒤 지하철을 타고 동료들이 있는 대한문으로 다시 향했다.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그에겐 휴대전화가 없다. 지하철 안 승객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광경도 낯설다. 진중한 말투에선 오랫동안 비워둔 아버지·남편·아들 자리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다. 3년이란 시간은 많은 걸 변하게 한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만으론 쌍용차 노동자들의 비극을 막아낼 수 없다. 다시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 잘못한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희망, 그토록 원하던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하다. 이제 의자놀이는 그만 두고, 비극의 강을 건널 희망의 징검돌을 놓는 일에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글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의자놀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한 권 사면 4200원 후원

쌍용차 정리해고 과정 및 파업 전후 이야기를 담아낸 (의자놀이)는 쌍용차 문제 해결을 열망하는 이들의 재능 기부로 만들어졌다. 대표 집필자인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인세(책값의 10%)를, 편집·디자인·마케팅 등을 맡은 휴머니스트 쪽은 수익금 전액을 쌍용차 해고노동자 후원 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독자가 (의자놀이) 한 권을 사면, 4200원을 후원하게 된다. 제작 원가와 서점 마진 등 유통 비용을 뺀 저자 인세와 출판사 수익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책이 출간된 뒤, 일부 중소 서점들도 수익금을 후원 기금에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잘못 표기된 법률 용어를 체크해주거나 인터넷에 서평을 올리는 등 책 제작과 홍보에 도움을 주려는 독자도 늘고 있다. 책 출간을 기념해 8월18일 저녁 7시 쌍용차 희생자 추모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대한문 앞에서 북콘서트‘들국화와 함께하는 공지영의 의자놀이’가 열린다.
공지영 작가는 그동안 공개된 쌍용차 관련 기록이나 기사·칼럼·인터뷰 등을 참고해 집필에 나섰다. 원문을 작성한 이들이 인용을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공 작가가 쌍용차 사태 3년의 전 과정을 직접 현장 취재한 게 아닌데도 ‘르포르타주’의 형식을 취한 탓에 일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이 르포 작가 이선옥씨의 글을 인용해 2012년 4월26일치 (경향신문)에 기고한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는 불행하다’라는 칼럼의 재인용을 둘러싼 ‘표절’ 논란이 대표적이다. 공 작가가 직접 쓰지 않고 인용한 글인데도 출처를 책의 맨 뒤에 간략하게 언급해 다수의 독자들이 공 작가의 글로 오해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1차 저작권자인 이선옥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점 등은 잘못이라는 하종강·이선옥씨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출판사 휴머니스트 편집팀은 8월9일 (의자놀이)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쌍용차 이야기를 더 울림 있게 전하고 싶어, 일부는 본문 중에 인용 출처를 밝히고, 일부는 책 뒤편에 인용 출처를 수록했고, 해당 칼럼 중 일부가 이선옥 작가 글의 재인용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며 “두 분의 요청에 따라 이후 출간되는 책에선 문제가 된 글을 삭제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2012년 2월 5일 일요일

사법 불신의 ‘인계철선’을 건드리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02.06 제896호] 기사 ' 사법 불신의 ‘인계철선’을 건드리다'를 퍼왔습니다.
의 흥행 돌풍이 드러낸 사법 불신의 현실… 전관예우·유전무죄 등 신념화된 ‘불신’ 넘는 첩경은 국민과의 소통과 교감뿐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로비에 법원 마크 모양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을 계기로 ‘사법 불신’의 그림자도 깊어지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석궁 사건’을 다룬 영화 이 2012년 벽두, 사법부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은 2007~2008년 석궁 사건의 ‘진실’을 캐는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냈다. 재판과 마찬가지로 기사에도 예단은 없어야 한다. 이번호에는 영화를 계기로 4년여 만에 다시 불거진 석궁 사건과 사법 불신을 둘러싼 여러 층위의 시각을 담았다. 법조계와 시민단체, 법대생들, 석궁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이 난마처럼 얽힌다. 활은 시위를 떠났지만 과녁에는 아직 닿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과녁’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_편집자
한국 사회에서 법원과 검찰은 불신의 대상이자 개혁의 대상이다. 더욱 앙상한 현실은,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갈등을 깔때기처럼 수렴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하는(혹은 어떻게든 봉합해버리는) 통로가 법원과 검찰이라는 사실이다. 그쪽 동네 사람들은 깔때기 대신 스스로를 ‘수챗구멍’ ‘하수구’라고 칭하기도 한다. 뒤치다꺼리를 한다는 자조가 섞여 있지만, 최고 권력까지 빨아들이는 강력한 수챗구멍이자 하수구다.
판단하는 판사 vs ‘진실’ 안다는 당사자

2007년 1월15일, 교수 재임용 선고를 기대한 재판에서 패소한 김명호 교수(영화에서는 김경호)는 석궁을 들고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심 재판장인 박홍우 판사(영화에서는 박봉주)의 집을 찾아간다. 영화 도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현직에 있는 한 고위 법관은 이 개봉하기 전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건 판결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밤늦게까지 고민하고 고민한다. 그런데 이런 영화가 나오면 그동안 쌓아온 노력들이 한번에 와르르 무너지니 미칠 노릇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매미 날개처럼 가벼운 것들이 쌓이고 쌓이더니 결국 큰 거 한 방에 무너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자동반사적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푸념했다. 사법부는 이 장애인 학교에서의 성폭행 사실을 다뤄 재수사와 관련자 처벌까지 이끌어낸 영화 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한다.
김 교수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 재임용 탈락이 수학 입시문제 오류를 지적한 괘씸죄 때문인지 아니면 교수로서의 자질 부족 때문인지를 두고 다툰다. 영화는 이 부분을 ‘괘씸죄’로 판단하고 시작하지만 교수지위 확인소송의 쟁점과 실제 재판 과정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둘째는 김 교수가 석궁을 의도적으로 발사했는지, 실제로 박 판사가 활을 맞았는지다. 마지막으로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라는 김 교수의 주장처럼, 석궁 사건 재판 진행(특히 항소심)이 공정성을 잃지 않고 적절히 진행됐는지다. 101분짜리 영화의 대부분이 여기에 집중하고,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 대부분은 이 부분에서 사법부에 공분한다. 이 환기한 문제의식이 단지 교수 구명운동이나 유무죄만을 다투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은 사법 불신이라는 ‘인계철선’을 건드렸다.
“말 끊지 마세요.” “끝까지 들으세요.” “이게 재판입니까? 독재입니다.”(김경호 교수)
김 교수는 “당연히 법대로 합니다”라고 답했던 재판장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교수가 형사소송법의 법리보다는 자구와 조문에 ‘집착’했다는 비판도 있다. 법리는 법률 전문가나 법 기술자의 몫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의 법 조문을 지키라는 시민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영화 속 교수의 싸움은 증인·증거 신청이 필요 없다는 석궁 사건 항소심 재판장의 거듭된 ‘기각’ 결정에서 촉발됐다. 그 자리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안도 미루기를 반복한다. 증거조사는 기본적으로 ‘사실심’인 1심에서 이뤄진다. 항소심 역시 사실심이라는 틀 안에 있지만 재판 진행은 기본적으로 1심에서 드러나고 인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영화에서는 항소심만 잘라서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재판은 3심제다. 재판에는 흐름이 있고 항소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사실관계의 범위라는 게 있다”고 했다. 와이셔츠의 혈흔 감정 신청을 기각하고 박홍우 부장판사를 다시 증인으로 세우지 않은 데는 영화에서 나오지 않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제출된 증거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판사와 ‘진실’을 알고 있다는 당사자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고 하지만 유독 약한 고리가 있다. 재벌 등 대기업과 사학재단이다. 간혹 단호한 판결이나 의미 있는 판례가 나오기는 하지만 상급심에서 곧바로 뒤집히기 일쑤다. 수백억원대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르고도 대기업 회장들은 기껏해야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달고 나온다.
당시 항소심 재판장, “부끄럽지 않은 판결”
그러나 법관이 생각하는 이런 식의 ‘합리적 판단’은 사법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윤아무개씨는 ‘사법부를 포기했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재판부는 윤씨에게 입증책임을 요구했지만 정작 자신이 제출한 입증자료들을 모두 배척해버렸기 때문이다. 윤씨는 소송 상대방이 인정한 자료까지도 재판부가 부인한 것을 몹시 억울해했다. 그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졌다. 그는 “1심에서 한번 죽이고 항소심에서 확인사살했다”는 격한 표현을 썼다. 그리고 “국민을 위한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 불과하다”며 상고를 포기했다.
“재판의 본질은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법관과 소송관계인 간의 적절한 의사소통입니다. 법관은 법정에서 성의를 다해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함은 물론,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을 어떻게,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까지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당사자를 적극 설득하고, 재판 결과를 예측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은 본래 불완전한 존재이며, 법관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법관 역시 소송관계인들과 원활한 소통을 통해 자신의 오류와 편견을 바로잡을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석궁 사건 석 달 뒤인 2007년 4월2일, 신임 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한 말이다. 석궁 사건 항소심 3차 공판이 열린 날이었다. 이 대법원장은 “국민의 법관에 대한 불신이 급기야 법관에 대한 물리적 테러까지 벌어지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같은 소통을 강조했다. 때늦은 반성일 수도, 아니면 새내기 법관들을 앞에 둔 의례적인 훈시였을 수도 있다. 대법원장의 ‘간곡한’ 요청이 있은 뒤에도 영화에 등장한 석궁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소송 당사자인 교수와의 소통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심스럽다. 실제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던 신태길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동료 판사의 피해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합리’ 하나를 20년 넘게 추구했다. 부끄럽지 않은 판결”이라고 했다.
법관윤리강령은 ‘신속하고 능률적이면서도 충실한 재판’을 규정한다. 양립하기 힘든 조건들이지만 그 최대치를 법관에게 요구한다. 소송관계인에게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할 것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설명에 따르면 “소송관계인과 일반 국민은 일차적으로 법정에서 법관의 재판 진행 태도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관의 불공정한 발언이나 태도만으로도 재판이 불공정하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니 조심하라는 취지다.
사법부의 약한 고리, 재벌과 사학재단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체감으로 느끼는 법정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원심이 유죄를 선고했다고 하여 선입견을 갖고 검사의 증거신청은 입증 취지도 묻지 않고 받아주면서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는 모두 필요 없다면서 배척하여 사실상 심리를 거부함.” 의 한 장면이 아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제출된 ‘2011년 법관 평가’ 자료 가운데 하나다. 어느 변호사는 증거신청을 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피고 대리인, 지금 여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참고 있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사학재단과 사법부의 짜웅.” “이거 2천만원짜리 전화다.”(영화 속 박준 변호사)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고 하지만 유독 약한 고리가 있다. 재벌 등 대기업과 사학재단이다. 간혹 단호한 판결이나 의미 있는 판례가 나오기는 하지만 상급심에서 곧바로 뒤집히기 일쑤다. 수백억원대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르고도 대기업 회장들은 기껏해야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달고 나온다. 판사들은 법과 양심 이외에 “한국 경제에 대한 기여”라는 모호한 단서를 든다. 시장 질서를 황폐하게 한 이들에 대한 ‘봐주기 판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에도 의연하다. 지난 1월19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미술품을 사들이는 등 3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피해액 변제, 향후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 다짐 등 개전의 정이 보인다”는 이유로 형이 줄었다. 1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법관의 판단만 달라진 셈이다.
사학비리도 마찬가지다. 비리재단은 잘못된 법과 교육관료, 사법부가 키웠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법원은 2007년 판례를 바꿔 대표적 비리재단인 상지대 김문기 전 이사 쪽이 학교에 다시 발을 딛게 해주는 판결을 내놨다. 형식적 해임 절차 등을 근거로 사립학교에서 부당하게 해임된 이들의 손을 번번이 꺾어버린 것도 사법부였다. 김 교수가 교수지위 확인소송에서 패소한 것을 “사법부와 사학재단의 짜웅”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과거 사학재단 손을 숱하게 들어줬던 사법부에 대한 불신까지 국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힘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풀려난다는 ‘유전무죄’ 신화는 사법 불신을 떠받드는 기둥이 된다.
전관이나 로비가 통한다는 ‘불신’
또 다른 기둥은 전관예우와 법조 인맥이다. 에서 박준 변호사는 “초등학교 친구라 친하다”는 판사에게 배당된 사건을 맡기로 하고 착수금 500만원을 받는다. 잘만 되면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수사 단계에서는 검찰 출신 변호사를, 기소가 돼 재판이 시작되면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기본이다. 경찰 단계 수사에서는 경찰 출신 변호사를 붙이기도 한다. 같은 건물이나 방에서 일했거나, 사법연수원 동기이거나, 고향이 같거나, 출신 대학은 물론 출신 초·중·고교까지 찾아서 엮는다. 검사는 검사가 알고, 판사는 판사가 잘 안다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판단을 받아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5년 이후 법원을 떠난 퇴직 판사 52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3명이 로펌행을 택했다. 이 가운데 김앤장·광장·태평양 등 상위 10대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판사는 168명이었다. 양질의 법률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법관들의 로펌행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대형 로펌들이다 보니 일반인들보다는 대기업·재력가 등과 관련한 송무·자문 일을 주로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용훈 대법원장, 이홍훈·박시환·김지형·김영란 대법관이 퇴임 뒤 변호사 개업이나 로펌행 대신 강단 등을 택하기는 했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고위 법관들이 거액을 받고 대형 로펌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2005년 이후로 사법부 최고 수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퇴임 대법관 9명이 로펌에 들어갔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재판 결과를 뒤집는 식의 전관예우는 이제 없다”고 말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관이나 로비는 통한다’는 일반인들의 ‘사법 불신’은 도처에 만연하다. 지난 1월26일 대법원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판검사에게 로비를 해 구속 피고인을 석방시켜주겠다고 속여 피고인 가족에게서 6억원을 가로챈 장아무개 변호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법조계 전반에 국민의 불신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불신 제공자는 누구일까.


»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한 장면. 사법부는 “법관도 불완전한 존재”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 법관은 신과 같은 ‘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전치 3주에 징역 4년은 과했다”
“판단은 재판장이 합니다.”(박봉주 판사)
지난 1월1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 선고가 있었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의 자리가 간만에 꽉 찼다. 국회 동의가 늦어져 대법관 자리 두 석이 한동안 공석이었는데, 최근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이 뒤늦게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대법관석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오른쪽에서 네 번째, 신영철 대법관의 자리다. 대법관이 되기 전, 그러니까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사건의 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어영부영 대법관 자리를 보전하기는 했지만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는, 사법부 독립을 믿고자 하는 ‘소박한 기대’는 뿌리부터 흔들렸다. “재판을 윗사람이 지시하는 대로 하는군요?” 부장판사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사법개혁을 주장해온 문흥수 변호사는 자신의 책 에서 신 대법관 사건 직후 사건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썼다. 법관의 신분은 법으로 보장된다. 권력에 흔들리지 말고 제대로 재판하라는 취지인데, 이는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버틴 신 대법관을 내칠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고 해도, 신 대법관 사건은 사법부가 사법부 스스로를 ‘징치’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피해자가 고법부장이었던 석궁 사건에서도 사법부는 사법부 스스로를 다루는 데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당시에는 아직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지금이었다면 국민참여재판으로 석궁 사건을 다뤘을 것이다. 사법부가 사법부를 판단하는 문제는 조심했어야 한다. 당시에도 좀더 세심하게 재판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에게 확정된 징역 4년도 ‘감히’ 사법부를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 부장판사는 “사법 테러라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긴 하지만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전치 3주에 징역을 4년이나 때린 것은 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1월26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한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집 앞으로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가 “법복을 벗겨라”는 현수막을 들고 집으로 달걀을 던졌다. “국민 저항권 차원”이었다는 석궁도, 이념에 따른 달걀 세례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이른바 ‘분노사회’에서 대중이 찾는 분노의 대상은 MB가 될 수도, 검찰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사법부 차례”라고 했다. 그는 “사법부의 권위도 신성한 법전 속에서 세속의 차원으로 내려왔다고 봐야 한다. 공정성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섬기지 않으면 권위를 확립하기 어렵게 됐다”며 “한 개인, 하나의 사건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사법은 사회질서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메커니즘이다. 한 단계 더 높은 단계로 고양시켜야 한다”고 했다.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이른바 ‘분노사회’에서 대중이 찾는 분노의 대상은 MB가 될 수도, 검찰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사법부 차례”라고 했다. 그는 “사법부의 권위도 신성한 법전 속에서 세속의 차원으로 내려왔다고 봐야 한다. 공정성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섬기지 않으면 권위를 확립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당신이 심판받기 원하는 방법으로 심판하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법조일원화, 양형기준 마련, 지법-고법판사 이원화 등을 통해 사법개혁 요구에 응해온 대법원은 최근 전관예우를 막으려고 평생법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은 결국 국민과의 소통, 교감의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월27일 오후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김형두 부장판사에 대한 보수단체 회원들의 집단행동 및 영화 과 관련한 공식 견해를 한데 묶어 발표했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재판 당사자가 재판장에게 가한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이러한 사태는 재판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특히 해당 영화는 기본적으로 흥행을 염두에 둔 예술적 허구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법 테러를 미화하고 근거 없는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어서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영화에 대해 말하고 싶어도 차마 못하고 있었는데 뺨 때려줘서 고맙다는 꼴이다.
일본 법정영화 (2006)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인권법)의 말을 빌리면 “교과서 같은 영화”다. 억울한 피고인이 나오고 판사는 증거신청을 기각한다. 사법 피해자들이 등장하고 피고인의 주변인들은 어느덧 형소법 절차 전문가가 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부디 당신이 심판받기를 원하는 그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주시기를.”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2011년 12월 10일 토요일

동아 종편, A씨 동영상으로 연일 시청률 낚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08일자 기사 '동아 종편, A씨 동영상으로 연일 시청률 낚시'를 퍼왔습니다.
성매매 관광호텔·도가니 성폭행 육성 등 '옐로우 저널리즘' 논란

동아일보 종편 채널A가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 ‘도가니 증언’, ‘A씨 섹스 동영상’, ‘트로이의 하얀 묵시록’ 등 개국 이후 각종 선정성 보도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채널A의 ‘섹스 동영상’ 리포트의 심의여부에 대한 자체 검토에 들어갔다.
채널A는 지난 4일 (일요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6년전 도가니 증언’을 단독 입수했다며 성폭행 현장을 목격한 학생이 당시 성폭행 상황을 적나라하게 진술한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그 이튿날(5일)부터 채널 A는 본격적으로 선정적인 소재를 연일 메인뉴스에서 리포트했다. 방송인 A씨로 추정되는 섹스 동영상과 관련 사진이 블로그와 누리꾼 사이에 퍼지자, 채널A는 사흘에 걸쳐 방송했다. 채널A는 5일 에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단신뉴스를 냈고, 6일엔 ‘폭로자 C씨가 추가 폭로를 했다’고 보도했으며, 7일엔 ‘C씨가 다른 사이트를 개설해 영상을 추가 공개하자 경찰이 공식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으로 속보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 6일과 7일에는 방송인 A씨로 추정되는 섹스 동영상과 나체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만 한 채 그대로 방송해 관음증을 자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A씨가 C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해 진위여부조차 아직 가려지지 않았는데도 이 종편 방송은 A씨의 입장이 일체 반영하지 않은채 사흘 연속 메인뉴스에서 보도하면서 논란을 확대재생산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저녁 방송된 <채널A>

이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실무적인 차원에서 규제여부를 검토중이다. 김형성 방통심의위 유해유료방송심의1팀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무처에서 자체 모니터링 통해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언론보도가 되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 심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채널A는 지난 5~6일 강남 논현동에 있는 한 관광호텔이 외국관광객들의 성매매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리포트를 저녁 메인뉴스의 톱뉴스 등으로 비중있게 배치했다.
채널A는 개국 첫날 메인 뉴스부터 ‘선정적 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채널A는 1일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 영상을 단독 입수했다며 “강호동이 지난 1988년 고교 씨름선수로 활동할 당시 일본 야쿠자와 국내 조직폭력 조직의 결연식 행사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이 나간 후 채널A 홈페이지에는 “선정적 보도”라는 비판과 “종편 출연을 거부한 보복의  신호탄”이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누리꾼 정아무개는 “자극적인 걸로 시청률을 올리려고 하는 거냐”고 지적했고, 이아무개는 “이딴 기사 작성해서 광고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냐? 수준이 겨우 조폭수준이냐”고, 다른 이아무개는 “그야말로 시청자들과 팬들을 우롱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지난 5일 방송된 채널A <뉴스830>

또한 지난 1~3일 방송한 채널A 개국 특집 다큐멘터리 은 ‘개가 산채로 개를 뜯어먹는 장면’ 때문에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다. 동물자유연대는 5일 성명에서 “채널A 개국특집 다큐멘터리 ‘트로이의 하얀 묵시록’이 수위를 넘어서는 학대 장면을 방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며 재방송 중지와 사과방송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 방송을 동물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중석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실위원장은 지난 7일 오후 “도가니 증언이나 A씨 동영상, 최근 성매매 관광호텔 등 성과 관련된 뉴스를 전면에 배치하는 것을 보면, 옐로우저널리즘의 전형”이라며 “콘텐츠가 없으니 선정적인 소재를 키우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명건 채널A 경영총괄팀장은 8일 “(섹스 동영상에 대해 묻자) 선정적이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며 “(채널A의) 어떤 보도도 선정적이라고 판단한 적이 없으며, 그와 관련해 검토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차수 보도본부장과 김정훈 사회부장은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방송된 채널A <뉴스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