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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화요일

부산-대구까지 "박근혜, 이럴 수가 있나"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28일자 기사 '부산-대구까지 "박근혜, 이럴 수가 있나"'를 퍼왔습니다.
지방SOC 대폭 축소에 지방 반발, 새누리 "지방선거 참패"

박근혜 정부의 ‘공약 가계부’가 지방과 새누리당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향후 5년간 135조원을 조달하겠다는 '공약 가계부' 내용을 보고했다.

문제는 공약 가계부가 기초연금·무상보육 등 복지예산 중심으로 작성됐으며, 사회간접자본(SOC)을 골간으로 하는 105개 지방공약 예산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정부는 작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제시한 전체 105개 지방공약을 이행하려면 80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계했으나 이번 공약가계부에는 4분의 1인 20조원만 반영됐다. 이 20조원 또한 신규 사업은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아 최소한 10조원이 소요될 영남권 신공항 건설, 11조원이 필요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수서발 KTX노선의 의정부 연장, 등 신규 사업은 모두 빠졌다. 현재의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향후 5년간 신규 공항·도로·철도 건설은 힘들다는 얘기인 셈.

정부는 고속도로와 국도의 길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5위와 7위이기 때문에 더이상 SOC에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이날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런 식으로 했다간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지방공약 예산 대거 반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새누리당과 지방에서 거센 반발이 일자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공약가계부의 구체적 규모와 내용은 아직 협의 중”이라며 “신규 철도·도로사업에 대해 5년간 재정 투입이 중단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지방의 반발은 이미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가는 양상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27일 도청에서 열린 2014년 국비 확보 추진상황 보고회에서 “신규 철도·도로사업에 대한 투자가 5년간 중단된다는 말이 있다.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 여주~원주 복선전철은 대통령 공약인 만큼 이와 상관없이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에게 공약 이행을 압박했다. 강원은 박 대통령에게 11조원이 상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려던 부산도 발칵 뒤집혔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김해공항가덕이전범시민운동본부는 28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신공항 추진을 외면하는 박근혜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갖는다. 특히 이들은 신공항 유치를 놓고 갈등중인 5개 시도에 대해 "결과 수용을 사전합의하라"라는 정부 요구를 신공항 백지화 수순으로 보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매일신문)은 27일 '박근혜정부는 유한해도 국가는 영원하다'는 사설을 통해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향후 5년간 철도`도로 사업에는 재정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며 "한마디로 5년 이후 일은 생각하지 않겠다는 5년 단임 정부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견"이라고 박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매일)은 "박 정부가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바로 증세 없는 복지 확대라는 도그마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문가마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박 대통령은 귀를 닫고 있다. 소신은 합리적일 때만 소신이다. 자기최면에 빠진 소신은 독선이고 아집임을 알아야 한다"고 거듭 박 대통령을 원색비난했다.

이같은 지방의 거센 반발에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은 크게 당황해하며 정부에 즉각적 지방 SOC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박근혜 정부 또한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게 분명하다.

대선때 지방 SOC공약을 남발했던 박 대통령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동현, 심언기 기자

2013년 4월 26일 금요일

김무성의 뻔뻔한 말바꾸기…“해수부는 부산 아닌 세종시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25일자 기사 '김무성의 뻔뻔한 말바꾸기…“해수부는 부산 아닌 세종시로”'를 퍼왔습니다.

4·24 재보궐 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무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해양수산부 부산 설치는 (대선) 표심을 얻기 위해 주장했던 것”이라며, 해수부는 세종시에 설치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대선 당시 ‘해수부 부산 유치’를 ‘공약’으로 알고 있었던 부산 사람들로서는 뜨악한 발언이다.

4·24 재보궐 선거 부산 영도 지역에 출마해 65.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한 김 의원은, 당선 이튿날인 2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도 (대통령) 선거에 이겨야 되겠다는 욕심에, 표심을 얻기 위해 해수부 부산 설치 공약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사람”이라면서 “지금 생각하니 (해수부 부산 설치 주장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쪽은 해수부 부활과 함께 해수부 부산 유치를 공약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당시 해수부 부산 유치와 관련해) 그렇게 확실한 공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박근혜 후보가 부산에 왔을 때 부산 시민들의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것(해수부 부산 유치)을 반드시 해야 된다고 제가 강요했다. 그래서 박 후보가 지지자들의 질문에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는 거기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겠다고 굉장히 뺐는데 제가 후보를 좀 강박했다. 지금 생각하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해수부 부산 유치 공약을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김 의원은 생각을 바꾸게 된 이유로 “세종시로 정부가 분할되는 비효율에 대해 (평소) 비판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해수부 부산 유치라는) 이율배반적인 주장을 했다는 것에 부끄럽게 생각한다. 중앙부처가 다시 부산으로 별도 분리되는 것은 정부의 효율적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 다시 만들어진 해수부가 제대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역시 중앙부처가 있는 곳(세종시)에 있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부산 시민들의 반발’에 대해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국민- 투표가 권력을 이길 것"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2-19일자 기사 '"국민- 투표가 권력을 이길 것"'을 퍼왔습니다.
[D-1] 문재인, 부산 남포동에서 선거운동 마감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을 하루 앞둔 18일 저녁 부산역 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치며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최종신 : 18일 오후 11시 22분] 부산 남포동 광복로에서 거리인사로 선거운동 마감

"10,9,8,7,6,5,4,3,2,1...문재인 대통령."
 

마이크를 잡고 유세할 수 있는 공식 선거운동 종료를 알리는 카운트다운 끝에 "문재인 대통령"이 연호됐다. 18일 오후 9시, 문재인 후보의 마지막 공식 유세가 펼쳐진 부산역 광장에는 1만5000여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패딩 점퍼와 목도리, 손난로로 무장을 해도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에 적응 되지 않은 부산 시민들은 낮게 점프하며 체온을 올렸다. 김경희(44)씨 역시 제자리에서 뛰며 문 후보 유세를 경청했다. 그는 수많은 인파에 대해 "2002년 월드컵 때보다 조금 적네요, 내 예상보다는 조금 적게 왔다"며 웃었다. 김씨는 "문 후보는 그냥 나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몰라도 대통령이 되면 나를 위해 일해 줄 거 같다"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오는 19일 누가 대통령이 될 거 같냐고 묻자 "당연히 문재인이죠"라며 "뭐 그런 당연할 걸 물어보냐"며 기자에게 퉁을 줬다. 

수많은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 연단에 오른 문 후보의 부산 연설 내용은 이제까지의 메시지와 같았다. "새로운 통합의 정치, 친구같은 대통령, 투표 독려"등이 그것이다. 다른 지역 유세 때보다 조금 더 목소리 높인 것은 NLL에 대한 것이었다. 

문 후보는 "남북 간의 정상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건 위험하고 철없는 일"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에 갔을 때 '독도,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일본 총리에게 말했다는 보도가 있어도 민주당이 한일 정상회의록을 공개하라고 한 적이 있나, 박근혜 후보가 2002년 북한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한 적이 있냐"고 날을 세웠다. 

그는 "새누리당이 선거 당리당략 때문에 남북 간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건 무책임하고 한심한 일"이라며 "새누리당이 선거 때 워낙 이상한 소리를 많이 하니 그러려니 했는데 박근혜 후보까지 그렇게 말하는 걸 보고 정말 안타까웠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쨌든 이 사실이 말해주는 건 내가 앞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마지막까지 안심하지 말고 부산시민들이 투표로 내가 확실하게 이기게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문 후보는 "마이크를 잡는 유세는 지금이 마지막이다, 지금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지난 22일 간 공식 선거운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에 부산 시민들은 "고생하셨습니다"라며 문 후보를 격려했다. 

"(투표할 거라) 믿고 가도 되겠냐"는 문 후보에 말에 시민들은 "걱정마십시오"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부산 시민들도 정권교체를 위해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해줬다, 감사하다"며 "내일 부산 시민들과 투표하고 밤에는 당선 인사를 드리겠다"고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또 다시 연호됐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8일 밤 부산 중구 광복동에서 열린 마지막 공식유세에서 환호하는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8일 밤 부산 중구 광복동에서 열린 마지막 공식유세에서 환호하는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이 같은 지지열기는 문 후보가 탄 열차가 부산역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문 후보가 오는 시간에 맞춰 열차 플랫폼부터 수백 명의 시민들이 줄을 지어 문 후보 마중에 나선 것이다. 문 후보가 탄 열차에서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을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사람들에 밀리고, 또 밀리면서도 시민들은 웃으며 문 후보를 쫓았다. 한 켠에서는 "끝장난다", "이겼다"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남매가 함께 유세장을 찾은 박영근(45)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이 나올 줄 몰랐다"며 "정말 부산이 디비졌다"고 말했다. 박씨의 누나 박미자(46)씨도 "부산 분위기가 이렇게 떴으니 문재인 당선도 따놨다"며 "지인들끼리는 카톡으로 '문재인한테 투표하자'는 얘기가 쫙 돌았다"고 말했다. 

유세의 마지막은 언제나처럼 (그대에게)가 울려 퍼지며 끝이 났다. 시민들은 브이자를 그리며, 박자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부산역에서 유세를 마무리한 문 후보는 마이크를 쓸 수 없는 밤 10시, 남포동 광복로에서 거리인사를 하는 것으로 모든 선거운동을 마감했다.  

[4신 : 17일 오후 8시] 문재인 "SNS 여론조작·국정원 NLL... 민주화 이후 최대 관건선거" 

한 50대 남성은 "아유~ 미안하다, 이것만 보고 조금 있다 갈게"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는 인파를 헤치고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 한 40대 여성은 옆에 선 지인을 툭 치며 "언니야, 저 바람개비 탐난다, 돌릴 맛 나겠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정권교체'라고 적힌 조그만 바람개비가 들려있었다. 

방금 자신이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대박"을 연신 외친 이유리(23)씨는 5박 6일의 휴가를 내 전국을 여행 중이다. 여행 마지막 날인 이날 대전을 찾은 그는 투표를 위해 내일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다. 논산 지역 고등학교 교사인 최아무개(49)씨는 퇴근 하자마자 한 시간 여를 달려 대전역에 도착했다. 친구 3명, 12살 딸과 함께였다. 

18일 오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대전역 유세장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이들의 모습이다. 50대 남성은 문 후보의 유세를 보려다 친구와의 약속에 늦었고, 40대 여성은 문 후보 유세장의 상징인 커다란 바람개비를 부러워 했다. 이씨는 문 후보가 유세장에 입장할 때 어렵사리 그의 사진을 찍은 후 흐뭇하게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딸과 함께 온 최씨는 문 후보 마지막 유세를 보러가자고 의기투합해서 친구들과 함께 대전역을 찾았다. 

최씨는 "문 후보는 살아온 것 자체가 서민의 삶이다, 아이가 보고 배울 점이 많을 거 같아서 일부러 딸을 데리고 왔다"며 "문 후보는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정의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내 주변은 이미 다 문재인인데 나이 있으신 분들은 요지부동"이라며 "그래도 충청권은 문재인이 우세할 것이라고 본다"고 예측했다. 

"투표율 높이면 확실히 이긴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서울 강남역 M스테이지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천안-대전-대구-부산까지 릴레이 유세를 펼치기 위해 서울역에서 KTX 열차에 오르며 배웅나온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남소연

이 같은 지지자 1000여 명이 모인 대전역 유세는 한껏 달아오른 채 진행됐다. 시민들은 문 후보 한 마디에 환호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했다. 그런데 단 한 번, 야유가 나왔던 때가 있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의 발언을 전할 때였다. 

문 후보는 "투표율 77%를 넘기면 내가 대통령이 되고 말춤을 추게 된다, 투표율 높이면 내가 확실하게 이긴다"며 "그래서 박근혜 후보 측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중간층이 투표하지 않고 투표장을 외면하게 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고 외쳤다. 그러자 시민들은 "우~"라며 김 선대본부장의 발언에 야유를 보냈다. 

이에 문 후보는 "우리가 그런 수법에 넘어가겠느냐"며 "우리 국민들은 그럴수록 더 투표한다"고 덧붙였다. 또다시 환호가 터져나왔다. 

문 후보는 "지금 새누리당이 불법 선거 사무실을 차려 SNS 여론조작을 했고, 국정원 직원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에 대해 경찰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NLL 회의록을 조사한다고 국정원과 검찰까지 나섰다"며 "이 정도면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 최대 관건 선거 아니냐"고 힐난했다. 그는 "대전 시민이 심판해 달라"며 "흔들림 없이, 투표로 선거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20여 분의 유세를 마치고 또 다시 경부선에 몸을 실으러 이동하는 문 후보를 수많은 시민이 마중했다. 한 장의 사진이라도 더 찍으려고, 문 후보의 손을 잡으려고 한꺼번에 몰린 인파에 문 후보도 떠밀리듯 플랫폼으로 향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아이돌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문 후보를 향한 지지 열기는 뜨거웠다. 

인파에 파묻혀 문 후보의 행방을 놓친 몇몇 시민들은 민주당 상징색인 '노란색' 점퍼를 입은 사람만 보면 붙잡고 "문재인 후보 어디갔어요"를 묻기도 했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천안-대전-대구-부산까지 릴레이 유세를 펼치기 위해 KTX 열차로 이동하며 부족한 잠을 채우고 있다. ⓒ 남소연

[3신 :오후 4시 50분] "열차 유세 시작한 문재인 후보, 돌아올 땐 당선자"

서울역 앞 광장이 토크 콘서트장이 됐다. 18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서울 유세에 모인 배우 권해효·김여진씨, 영화감독 변영주씨, 조국 서울대 교수가 나서 '19일 문재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설파했다. 여기에 바리톤 박경종씨가 부른 과 가수 전인권씨가 부른 도 어우러졌다. '투표 독려 콘서트'인 셈이다. 관객은 1500여 명의 시민이다.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운 이들은 역 앞 계단에도 올라 문 후보의 유세를 지켜봤다.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씨는 "오늘 문 후보는 천안, 대전, 대구, 부산까지 열차 유세를 시작한다"며 "돌아오는 길에는 '후보'가 아니고 '당선자' 이름으로 올 거라 믿는다"고 힘을 불어 넣었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고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며 "내 마음 속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을 떠나 보내고 문재인을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연단에 올랐다. 그는 "지금부터 최대한 동원해서 모든 시간을 투여해서 투표 독려를 해야 한다"며 "내일 하루가 우리 자신, 가족, 애인 모두의 5년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년간 행복했으면 1번을 찍고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미래에 투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여진씨는 "친척분이 본인은 수구꼴통인데 도저히 박근혜는 지지 못하겠으니 문재인을 왜 뽑아야 하는지 설득해 보라고 문자가 왔다"며 "나는 자신있게 '문재인의 걸어온 길을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은 항상 약한 사람 편이었고 반대편 사람에게도 너그러운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말 박빙이라고 한다, 한 표 한 표가 정말 소중하다"며 "지인 모두에게 왜 문재인 후보가 돼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영화감독 변영주씨는 서울역 광장을 찾은 '어르신'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썼다. 그는 "어르신들이 만든 소중한 이 나라를 더 멋지게 만들어 후배에게 물려주겠다, 우리를 한 번만 믿어달라"며 "문재인 후보가 안보가 불안하다고 생각들 하시는데, 손자손녀에게 부탁해 문 후보의 국방 담당 참모진 면면을 한 번 봐달라,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수 전인권씨의 지원 유세는 짧고 굵었다. 그는 "내일 날씨가 추워도 꼭 투표하라"고 말했다. 이어 허스키한 목소리의 전인권씨가 부른 가 서울역 광장 전체로 울려퍼졌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천안-대전-대구-부산까지 릴레이 유세를 펼치기 위해 서울역에서 KTX 열차에 올라 배웅나온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남소연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서울 강남역 M스테이지에서 유권자들의 지지와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고, 어려움을 함께 걱정해주는 정부를 만들고 싶다"며 "대통령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포장마차에서 서민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그런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단 한번도 없었던 그런 대통령을 내가 정말 해보고 싶다"며 "여러분이 그런 대통령, 그런 정부를 만들어 달라"고 지지를 부탁했다. 

'상생과 대통합'을 강조하는 그는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상설적으로 운영해 여야가 모두 협력하겠다"며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 광장 유세가 대통령 후보로서 마지막 서울 유세인 만큼 문 후보는 "지금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여러분도 최선을 다해 도와줬다"며 "정말 감사하다, 잊지 않겠다"며 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남겼다. 

연설의 마지막 구호는 "우리가 이겼다"였다. 시민들도, 문 후보도, 연단에 오른 연사들도 합창하듯 "우리가 이겼다"를 외쳤다. 

함께 '우리가 이겼다'를 외친 이 아무개(46)씨는 인천 집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문 후보 유세를 봤다. 그는 "오늘 유세를 보고 나니 지인들한테도 투표하라고 꼭 전화해야겠다"며 "아들이 대학교 2학년인데 등록금 문제가 너무 중요하다, 난 그래서 2번이다"라며 웃어보였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강남역 M스테이지의 '싸이 말춤' 조형물 앞에서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2신 : 18일 오후 1시 50분] 강남역 몰려든 직장인... "문재인 대통령 확신"

"부장님, 여기 올라오세요. 여기선 보여요. 문재인 후보 볼 수 있는 게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요. 대통령 되면 더 보기 힘들잖아요."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40대로 보이는 부장님을 애타게 불렀다. 난간 위에 올라가서 보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0대 여성은 난간에 양 발을 딛고 문 후보 사진을 찍기 바빴다. 잠시 머뭇거리던 부장님도 난간 위에 발을 올렸다. 

대선을 하루 앞둔 18일, 문 후보의 첫 유세 장소인 강남역 앞 풍경이다. 민주당은 강남을 서울 내 취약지역으로 분류해 마지막 유세의 첫 방문지로 선정했다고 하지만, 이날 유세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오후 12시 30분, 이제 막 점심을 먹었을 직장인들이 한 손에는 커피,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든 채 문 후보의 유세 대열에 합류했다. 30분 전만에도 휑했던 거리에는 20~40대 직장인과 학생 700여 명으로 가득찼다. 

녹색 목도리를 두르고 연단에 오른 문 후보는 이 같은 열기에 상기된 듯 보였다. 만면에 웃음을 띤 문 후보는 "내일 투표인데 승리가 예감 되냐, 이제 우리가 이겼다고 선언해도 되냐"고 외쳤다. 시민들은 입을 모아 "네"라 답했다. 그는 "문재인의 승리가 아니라 경제 민주화, 복지국가, 새 정치, 남북평화 모든 것의 승리다, 여러분의 한 표 한 표로 마지막 승리를 완성시켜 달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새로운 정부, 새로운 희망이 지금 바로 앞에 다가왔다"며 "의료비 100만 원이 넘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학생들 등록금은 반으로 줄고, 무상보육과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시작되고, 시민들의 필수 생활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복지국가의 시대를 우리 함께 만들어보자"고 외쳤다. 

이어 그는 "나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 대통합 내각을 구성할 때도 야당이 동의하면 협의해서 함께 하겠다"며 "서로 대결하고 증오하는 정치, 지역주의 정치, 싸움의 정치를 내가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새누리당의 흑색선전으로부터 선거를 구할 것은 국민 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선거 마지막 날까지 'SNS 여론조작, NLL 회의록 조사, 국정원 요원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 등 불법선거·관건 선거가 판을 친다"며 "선거 패배가 두려운 새누리당 정권의 마지막 발버둥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투표가 권력을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초박빙"이라며 "서울시민들에게 다 연락해서 부모님까지 모셔서 투표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유세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강아무개(33)씨는 "우리 부모님은 내가 박근혜 찍을 줄 알고 있겠지만 사람을 봐서는 문재인 후보가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집안이 보수적이라 항상 새누리당을 지지해 왔다는 강씨는 "오늘 연설하는 걸 직접 들으니 말도 잘하고 멋있는 거 같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투표하지 못하게 막아야겠다"며 웃었다. 

변현진(49)씨는 점심도 굶은 채 유세장에 나왔다. 그는 "팀원들도 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한다, 지금 분위기로는 '문재인 대통령'을 확신한다"며 "투표가 내 삶과, 내 아이에게 직접 연관돼 있다는 걸 국민들도 알 거다, 투표율이 70% 훌쩍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투표로 새 시대의 문을 열어달라"고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을 했다. 문 후보가 회견장에 들어서자 선대본부장단이 큰 박수로 문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 남소연

[1신: 18일 오전 11시 51분]문재인 캠프, 투표 독려에 총력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18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경부선에 몸을 싣는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천안·아산→대전→대구→부산을 찍는 '경부선 하행선' 유세를 펼친다. 

첫 유세 장소는 상대적 취약 지역으로 분류되는 강남역 앞이다. 마지막 유세 장소는 부산역 광장이다. 지난달 27일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직후 첫 유세 지역으로 부산을 택한 데 이어 마지막 유세도 부산에서 치르는 것이다. 부산에서 득표율 40%를 넘는 것을 목표로 삼은 만큼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오늘 유세를 강남에서 시작해 부산에서 끝내는 건, 부산과 수도권의 우세를 지키면서 승부처인 충청과 영남권을 최종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마지막 유세, 부산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부산역 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친 후 남포동 광복로에서 거리 인사를 하는 것으로 공식 선거운동을 마친다. 투표 역시 부산 사상구에서 할 예정이다. 

이날 문 후보가 유세와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할 메시지는 투표 독려다. 민주당은 투표율이 70%를 넘어야 문 후보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문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자기 자신을 더 좋은 나라에 살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투표"라며 "기권은 잘못된 지난 5년을 눈감아주는 것"이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그는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며 재차 투표 참여를 강조했다. 

한편, 안철수 전 대통령 예비후보는 문 후보가 비운 서울을 책임진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과 강남을 차례차례 방문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마지막 거점 유세 장소로 광화문을 택한 것의 맞불 성격이 짙다. 

▲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예비후보가 송호창 의원, 박선숙 전 선대본부장과 함께 17일 오후 서울시 노원구 롯데백화점 정문에서 투표참여 독려 번개를 열고 투표 도장 모양 장식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 조재현

남소연(newmoon)
이주연(ld84)

2012년 12월 9일 일요일

부산 이어 광화문 수만명 "정권교체" 외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08일자 기사 '부산 이어 광화문 수만명 "정권교체" 외쳐'를 퍼왔습니다.
문재인 "미래세력 대 과거세력의 대결"…안철수 대학로 등에서 "투표참여 통한 정권교체"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와 첫 공동유세를 6일 부산에서 가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7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수도권 민심에 지지를 호소하는 대규모 유세를 가졌다. 안철수 후보도 강남 코엑스몰과 대학로 등 젊은 층이 많은 서울 지역을 돌아다니며, 투표참여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문재인 후보는 "정권교체"를 외치는 지지자 수만 명이 운집한 광화문 광장에서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해 민주통합당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계파와 지역을 넘어 국민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화 세력을 물론 합리적 보수세력까지 함께하겠다”며 “보수와 진보, 기존의 틀을 뛰어넘어 오직 새정치와 민생만을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 광장과 그 주변 지역에 문재인후보 유세를 보기 위해 운집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연합뉴스

문 후보는 또한 “ 이번 대선은 민생을 살리는 국민연대와 민생을 파탄시킨 특권연대의 대결이며 문재인,안철수,심상정의 새정치냐 박근혜,이회창이인제의 낡은 정치냐의 대결이며, 미래세력 대 과거세력의 대결이며, 특권 재벌을 대변하는 세력과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세력 간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와 투표참여를 호소하며 시민과 악수하는 안철수 전 후보 ⓒ연합뉴스

문 후보는 “이명박 민생에 실패했다”며 “이 실패에 대해 박근혜 후보 책임 없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은 부자감세 100조원 4대강 예산 10조원을 썼다”며 “부자감세와 4대강을 위해 115개의 법안이 날치기 통과됐는데, 박근혜 후보의 동조 없이 된 것이냐”고 되물었다.
문 후보는 “지난 5년 새누리당 정권의 바깥주인은 이명박 대통령이었으며, 안주인은 박근혜 후보였다”며 “정권교체로 국민 절망시대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 후보 지지 공연을 보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한편, 이 날 문 후보의 유세에 앞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유세전을 펼쳐졌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지는 단일화로는 민생을 해결할 수 없다며 문안 단일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윤성한 기자 | gayajun@mediatoday.co.kr  

2012년 12월 8일 토요일

안철수, 부산에서 '미친 존재감'…주말엔 서울이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7일자 기사 '안철수, 부산에서 '미친 존재감'…주말엔 서울이다'를 퍼왔습니다.
安 "문재인 도와주는 게 옳다 생각…새정치 위해 끊임없이 노력"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고향 부산에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가 가는 곳마다 몰려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7일 부산을 방문한 안 전 후보는 부산 서면역 인근 지하상가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합동유세를 가진 후, 남포동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과 부산역 앞 광장에서 각각 시민들과 만남을 갖고 오후 8시30분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오후 8시경 부산역 앞에서 가진 '번개' 행사에서 "어제(6일) 아침에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정당쇄신 그리고 정치개혁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며 "그 말씀을 듣고 새정치를 바라는 저와 저의 지지자들을 위해 문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안 전 후보는 이어 "제가 처음 정치에 나온 것도 정치혁신, 정치쇄신, 새로운 정치 그리고 민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 때문"이라며 "그 초심 잃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짧은 인사말을 마쳤다. 부산역 앞에는 최소 1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그를 보기 위해 모였다.

안 전 후보는 인사말 이후 시민들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멀리 있는 지지자들에게는 손을 흔들어 주며 웃음지었다.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열차를 타는 곳까지 200여 명의 시민과 지지자들이 그를 따라다니며 "안철수! 안철수!"를 연호했다. 대단한 인기였다. 안 전 후보는 몰려든 지지자들을 위해 즉석에서 부산역 구내 벤치 위에 올라서서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안 전 후보와 악수를 나눈 한 20대 여성은 돌아서서 친구에게 "(안 전 후보가) '감사합니다' 하는 데 눈물이 나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지지자도 '19대 대통령은 안철수'라는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안 전 후보를 따라다녔다. 기차를 타러 가는 그의 등뒤로 일부 지지자들은 "정권교체!"를 연호했다. 앞서 서면역 지하상가에서도 다양한 피켓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5년 뒤 대통령은 안철수', '꼭 #19' 등 19대 대선 출마를 권유하는 내용도 있었고 '문-안, 우리가 남이가!'처럼 후보단일화를 반기는 것도 있었다.

 
▲부산 남포동 BIFF 광장에서 목마를 탄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손을 들어 몰려든 지지자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뉴시스

목마 탄 안철수 "꼭 투표해 주세요!"

이에 앞서 오후 6시경 남포동 BIFF 광장에서는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운 사람들 때문에 안 전 후보가 몇 번씩이나 걸음을 멈추는 상황도 빚어졌다. 불과 수백 미터를 걸어가는 데 30분이나 걸릴 정도였다. 안 전 후보가 걸어가는 동안 그의 바로 곁에서 동행한 기자의 시선이 미치는 범위는 모두 사람으로 메워져 있었다. 매순간 500~600명은 돼 보이는 인파였다.

안 전 후보는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고 간간이 두 손을 모아 입에 대고 "꼭 투표해 주세요"라고 여러 차례 외치기도 했다. 키가 큰 편이 아닌 안 전 후보와 모여든 지지자들을 위해 허영 비서팀장이 두 차례 목마를 태워 올리기도 했다. 안 전 후보는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 치켜올리기도 했다.

안 전 후보에게는 "큰 정치 해 주세요", "5년 후 대통령은 안철수", "악수 한 번 하입시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등 지지자들의 갖가지 주문과 요구가 쏟아졌다. 그를 촬영하려는 휴대폰 카메라의 물결도 물론이었다. 한 시민은 즉석에서 안 전 후보에게 주황색 목도리를 선물했고, 안 전 후보는 웃으며 이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남포동 거리를 걸었다.

송호창 의원과 조광희·금태섭 변호사 등 10여 명의 수행단은 이날 안 전 후보에게 몰려드는 인파를 막아내고 길을 내느라 거의 탈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 전 후보를 무등 태웠던 허 팀장은 앞서 서면 일정 중 북새통에 안경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일정을 마친 이후 "전혀 힘든 것 없었다. 갑자기 힘이 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시종 여유를 보였다. 사람들에게 밀려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서면역 지하상가에서 문 후보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와중에도 문 후보와 동행해 온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게 "언제 오셨습니까"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안철수, 주말엔 서울이다

한편 안 전 후보는 주말인 8~9일에는 서울 등 수도권 일정에 나선다. 8일에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과 강남 코엑스를 찾을 계획이다. 대선 출마선언을 앞두고 유민영 대변인이 '언제 출마하시나'를 묻는 기자들에게 "안 (당시) 원장은 한 번 결심하면 무섭게 움직인다"고 한 말은 그의 대선 후보 사퇴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옛 안철수 선거캠프 사무실은 문 후보의 서울시 선거연락사무소로 등록되기도 했다. 부산 일정에서는 옛 안철수 캠프 공보실장과 문재인 캠프 공보실장이 함께 취재진을 인솔하는 광경도 연출됐다.


 /곽재훈 기자(=부산)

2012년 11월 13일 화요일

‘고향’ 부산 찾은 안철수, 박근혜 향해 맹공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1-12일자 기사 '‘고향’ 부산 찾은 안철수, 박근혜 향해 맹공'을 퍼왔습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2시 부산대학교 경암체육관에서 '과거에서 미래로 갑니다'라는 주제로 진행한 강연을 마치고 나오면서 학생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12일 부산 일정을 소화하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향해 맹공을 폈다. 그간 '기성정치권' 전체와 대립각을 세우는 데 주력했던 안 후보지만, 이날은 박 후보에 대한 공격에 주력했다. 박 후보의 주요 지지기반이자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부산을 찾아, 박 후보의 기반을 흔드는 동시에 야권단일화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동구 부산일보 인근 찻집에서 이정호 전 부산일보 편집국장과 만나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입장 발표를 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런 후속조치가 전혀 없다"며 "대선이 한 달 남았는데 그냥 밀고 가겠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수장학회 중심에 박 후보가 있다는 걸 모든 국민은 알고 있는데 박 후보는 자신의 책임을 정수장학회 이사진에 떠넘겼다"면서 "대선 과정을 전 세계 언론에서도 다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국격이나 품위를 위해서도 박 후보가 스스로 해법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를 꺼내들고 박 후보를 향해 맹공을 펼친 것은 박근혜 후보와의 대립각을 확실하게 세워 야권후보로의 위치를 공공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2시 부산대학교 경암체육관에서 '과거에서 미래로 갑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새누리, "安 단일화 경쟁에서 탈락 않으려 선명성 경쟁 중"

한 시간 뒤 부산상공회의소로 자리를 옮겨 상공인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경제정책을 도마위에 올렸다. 안 후보는 전날 박 후보가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에 반대 입장을 밝힌데 대해 "'유신은 어쨌든 지난 역사니까 그냥 넘어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또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박 후보가 부산을 찾아 해양수산부 부활을 공약한 것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2008년 해양수산부를 없애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분이 박근혜 후보"라며 "해양수산부 가치를 간과하고 작은 정부를 만든다고 해양수산부를 없앴는데 지금 와서 다시 부활을 하겠다고 하면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를 향한 안 후보의 날선 비판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그는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초청 특강에 참석해 박 후보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반대 입장을 재차 비판했다. 안 후보는 "(박 후보의 말처럼 되면)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여러분들이 아실 것"이라며 "바뀌는 건 전혀 없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뻔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안 후보는 전날 새누리당 측에서 '안 후보가 여론조사 기관에 돈을 풀었다는 얘기가 돈다'고 로비설을 제기한 것과 관련 "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본다"며 "아마 그 사람들이 옛날 경험을 되돌아보고 그랬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안 후보는 "단일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기는 단일화"라며 "본선에서 누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냐는 관점, 누가 미래를 가져올 수 있고 상식을 복원시킬 수 있고 그런 관점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비교해 '후보 적합도'에서는 뒤쳐지지만 '경쟁력'에서는 앞선 여론조사 결과를 의식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부산 방문 일정 동안 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집중하고 '이기는 단일화'를 강조한 것은, 단일화합의 후 '적임자' 보다는 '이길 수 있냐'는 데 초점을 맞춰 경쟁력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히는 대목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안 후보의 이같은 행보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안 후보가 단일화 경쟁, 후보 탈락경쟁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야권 성향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며 "박근혜 후보에 맞설 수 있는 강한 후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심한 표현들, 또 억지표현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2012년 11월 4일 일요일

무르익는 세계 넘버원 허브항의 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01일자 기사 '무르익는 세계 넘버원 허브항의 꿈'를 퍼왔습니다.
Cover Story ● 아시아 물류 패권 다투는 부산·도쿄·상하이- ① 동북아 항만물류의 요충지 부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해양산업을 정보기술·우주개발·생명공학과 함께 제3의 물결을 주도할 4대 핵심 산업으로 꼽았다. 동북아시아와 미주를 연결하는 해양물류의 요충지 부산이 중국의 부상과 더불어 크게 기지개를 펴고 있다. 20년 가까이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21세기 해양혁명 시대를 맞이해 아시아의 중심 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해양물류 산업뿐만이 아니다. 아시아 각국에서 사람·돈·화물이 밀려들면서 관광·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까지 활짝 피어나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서울·상하이·도쿄·오사카 등 아시아의 일류 도시들이 비행기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다. 더 이상 부산은 '한국 제2의 도시'가 아니다. 아시아의 중심이 점점 부산에 가까워지고 있다. _편집자

유리한 입지와 환적 조건으로 떠오르는 부산항… 북극항로 열리면 최대 수혜

21세기 해양혁명 시대의 중심에 부산이 있다. 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에 비해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 덕분에 중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항만으로서 부산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북극항로까지 열리면 부산은 싱가포르와 맞먹는 항만물류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국제도시 부산의 원대한 미래를 조명해본다.

부산·상하이·도쿄=김연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10월7일 새벽 2시, 경남 창원시 안골동의 부산신항 한진해운 터미널. 한진해운 소속 8600TEU(1TEU는 가로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뉴욕 롱비치호가 어둠을 헤치고 육중한 뱃머리를 드러냈다. 곧바로 입항을 알리는 거대한 뱃고동 소리가 습기를 머금어 축축하게 가라앉은 새벽 바다의 적막을 깼다. 롱비치호가 안전하게 접안을 마치자 터미널의 자동 하역 시스템이 굉음과 함께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빌딩 30층 높이(90m)의 크레인이 갑판 위의 컨테이너를 집어올려 야적장으로 향하는 셔틀 트랙터에 내려놓았다. 멀리 터미널 초입에서 바라본 하역 풍경은 마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를 부둣가에 옮겨놓은 것 같았다. 롱비치호에 실린 컨테이너가 하나둘 내려지는 사이 뒤편 터미널로 잇따라 또 다른 화물선이 접안했다. 반대쪽 터미널에서는 전날 새벽 중국 선전에서 들어온 중국 차이나시핑컨테이너라인(CSCL) 소속 컨테이너선이 선적을 마치고 미국 롱비치항을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동아시아 전역이 깊은 잠에 빠진 새벽, 부산신항은 낮보다 바빴다. 전세계의 화물이 24시간 쉴 새 없이 가동되는 부산신항에 도착해 동이 터오기 전 또 다른 목적지로 향했다. 중국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해운사마다 북중국 항구까지 대형 컨테이너선을 들여보내지 않고 소형 컨테이너선으로 중국 화물을 부산항으로 가져오는 '피더'(Feeder)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예컨대 5천TEU급 이하 선박이 중국 항구에서 화물을 싣고 와 부산신항에 내려놓으면 롱비치호 같은 대형 컨테이너선이 이를 싣고 북미와 유럽 등지로 떠나는 식이다. 여기에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 기항을 피하는 선박의 부산 입항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취급 물동량은 신항 개항 이전인 2003년 연간 900만TEU에서 2011년 2배 가까이 늘어난 1600만TEU에 달한다. 최철희 부산항만공사 홍보실장은 "5~6년 전만 해도 선박들이 부산항을 들르면 용량의 절반도 채우기 쉽지 않았지만, 신항이 들어선 뒤부터는 90% 이상 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7km 해상 고속도로 상하이항의 위용

동서고금을 통틀어 세계를 지배했던 나라는 한결같이 바다를 지배했다. 바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달라진다. 현재 해양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7% 수준이다. 해양산업이 창출하는 연간 부가가치 총액은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항만물류 산업은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처리하는 기간산업으로 자동차·반도체 산업 등과 함께 3대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항만물류 산업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으면서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항만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아시아 물류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한·중·일 3국의 쟁탈전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동아시아 항만물류의 싸움터는 크게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3개 권역으로 나뉜다. 한국이 속한 곳은 동북아권이다. 한국의 부산항·광양항, 중국의 상하이항·칭다오항, 일본의 도쿄항·한신항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에서 전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3%가 소화되고 있다.

부산항은 중국 상하이항과 일본 도쿄항에 비해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 덕분에 동북아 허브항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 북항 컨테이너 부두 전경. 부산항만공사 제공

한국은 부산항을 '아시아의 물류 허브'로 키운다는 계획 아래 1995년부터 국가 미래의 명운을 걸고 신항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동북아 허브항의 꿈을 꾸는 것은 부산뿐이 아니다.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물량 경쟁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항만을 압도한다.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한 '2011 세계 10대 컨테이너 항만의 처리 실적'을 보면 상하이항은 지난해 3170만TEU를 처리해, 싱가포르항(2994만TEU)을 제치고 2년 연속 1위 항만에 올랐다. 이어 홍콩항이 2438만TEU로 3위, 중국 선전항이 2257만TEU로 4위, 부산항이 1618만TEU로 5위를 기록했다.
2005년 완공된 상하이신항(양산항)은 물류 왕국을 꿈꾸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양산항은 상하이 남쪽 루차오항에서 직선거리로 27.5km 떨어진 양산섬에 건설됐다. 양산항으로 들어가려면 육지와 이곳을 잇는 길이 31km의 왕복 6차선 고속도로 둥하이대교를 건너야 한다.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 공사는 현대의 토목 기술로는 분명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둥하이대교는 그 규모에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서울∼인천 거리의 바다를 왕복 6차선으로 연결하는 다리를 한번 상상해보라. 취재진을 안내한 한진해운 상하이 아주본부 신용호 차장은 "현지에서는 둥하이대교 공사를 만리장성 이후 최대 역사로 추앙할 정도"라며 "아시아의 물류 허브를 차지하려는 대륙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둥하이대교를 찾은 9월24일 육지에서 둥하이대교를 바라보니 다리 끝이 수평선에 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바다 위 다리를 쉬지 않고 30분가량 달리고 나서야 양산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양산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신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컨테이너 터미널은 규모에서 부산항을 압도했다. 컨테이너 처리 능력만 놓고 보더라도 양산항(2500만TEU)은 부산항(804만TEU)의 3배 규모다. 주오홍웨이 양산항관리사무소 책임자는 "양산항은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허브항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하이항만 경쟁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도 '슈퍼 중추항만 육성계획'을 만들어 동북아 허브항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본 항만 산업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국제경쟁력을 차츰 상실해 한국과 중국에 허브항만의 지위를 내줘야 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 정부는 2005년 항만 산업의 부흥을 위해 대형 허브항을 육성하는 슈퍼 중추항만 계획을 마련했다. 그리고 2008년 도쿄항과 요코하마항을 합친 게이힌항, 오사카항과 고베항을 통합한 한신항을 슈퍼 중추항만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항만국의 세야 루미코 물류혁신과장은 "최첨단 물류 서비스를 구축해 하역·선적 비용을 30% 정도 줄여 부산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고 처리 시간도 싱가포르항과 같은 1일로 단축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차츰 예전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산항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해운·항만 업계 전문가들은 "물동량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야 부산항이 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항만들과 물동량 순위 경쟁을 벌이는 것은 승산이 없다는 얘기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무엇보다 항만 체질을 개선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같이 고부가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로테르담항의 지난해 취급 물동량은 1187만TEU로 세계 10위 수준이지만, 이곳을 세계 최고의 항만으로 꼽는 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는다. 부가가치 창출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로테르담항의 항만물류 산업이 2011년 창출한 부가가치는 370억달러로 네덜란드 GDP의 20%에 달한다. 부산항은 지난해 8조2천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부산 지역 총부가가치액의 20.3%를 차지했다.

상하이보다 규모 작지만 경쟁력 뛰어난 부산항

항만물류 산업을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크게 환적화물 처리와 물류기업 유치로 나뉜다. 무엇보다 허브항만의 부가가치는 환적화물에서 나온다. 환적화물이란 소형 화물선인 피더선에 실려 들어왔다가 대형 컨테이너선에 실려 다른 항만으로 운송되는 화물을 말한다. 피더선이 항구에 들어오면 일단 입항비와 하역료를 내야 한다. 또 잠시라도 화물을 보관하려면 보관료를 내야 하고 이를 다시 대형 컨테이너선에 실을 때 선적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컨테이너선이 하루 동안 항만에 머물게 되면 급유, 선박 수리, 선박 용품 구입 등 30가지가 넘는 항목에 총 10억원가량을 쓴다. 허브항에는 매일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수십 척씩 드나든다. 결국 허브항을 가진 나라는 이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부산항은 상하이항이나 도쿄항과 견줘 환적항으로서의 경쟁력이 월등하다. 올해 상반기 부산항이 처리한 환적화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17.1% 늘어난 407만TEU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에서 환적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44.1%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전체 물동량 취급 기준으로는 5위지만, 환적화물 취급 물량은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다. 반면 상하이항은 환적화물 비중이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최철희 부산항만공사 홍보실장은 "부산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동량을 유발하는 중국과 일본의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어 지리상 환적항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을 거치는 컨테이너선 정기 항로는 일본 70개, 중국 45개, 동남아 72개, 북미 46개 등 전세계에 걸쳐 368개에 달한다. 이는 물동량 처리 1위인 상하이항(352개)을 앞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여기에 항만의 안정성도 뛰어나다. 반면 중국 항만들은 짙은 안개 등 기상 악화로 항만 운영이 매우 불안정하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상하이항은 기상 악화로 모두 27일 동안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칭다오항은 35일 동안 폐쇄됐다. 이 기간에 부산항은 한 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최철희 홍보실장은 "항만이 폐쇄되면 해운사들은 항구 주변에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만큼 수백만달러의 손해를 보게 된다"며 "여기에 부산항의 국제 환적 가격은 상하이보다 20%가량 저렴해 해외 주요 선사들이 환적항으로 부산항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항 아오미 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과 중국에 허브항만 지위를 빼앗긴 일본은 항만산업의 부흥을 위해 대형 허브항을 육성하는 슈퍼 중추항만 계획을 마련했다. 도쿄도 항만국 제공

환적화물이 늘면 자연스럽게 배후에 물류 산업이 발달한다. 현재 170만4천m² 규모로 조성이 완료된 부산신항 북컨테이너 배후단지에는 30개 다국적 물류 기업이 입주했다. 이들의 초기 투자 금액만 4천억원에 달하고, 약 2400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됐다. 부산항만공사는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총 6514억원을 투자해 670만4천m²의 배후단지를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다. 배후단지는 단순히 화물을 보관해놓는 창고 개념을 벗어나 조립·수리·재포장 등 가공센터로 이용된다. 이를테면 굴뚝만 없을 뿐이지 공단 하나가 새로 들어서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2009년 입주한 세계적 다단계 마케팅 업체 암웨이는 이곳을 동북아시아의 거점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암웨이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의 암웨이 본사에서 들어온 제품은 이곳 물류기지에서 재가공·포장 등을 거쳐 아시아 각지로 다시 보내진다"고 말했다.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항만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단순히 하역기지 역할에서 벗어나, 화물의 포장·보관·육상운송·통관·하역·해상운송 등을 연결한 국제 물류기지로 발전해야 한다"며 "값싼 임대료와 다양한 세제 혜택을 통해 항만 배후단지에 유수한 물류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꿈의 항로'로 불리는 북극항로의 선점은 앞으로 10년 뒤 항만 패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항만·물류 산업 전문가들은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뚫리면 부산항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북극항로에서 부산항은 아시아와 유럽을 가장 가깝게 잇는 루트다. 북극해를 통하면 부산항에서 유럽의 허브항인 로테르담항까지의 거리가 1만2700km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운항 기간으로 치면 열흘이나 짧아지는 셈이다. 유럽 항로를 잇는 아시아의 거점이 지금의 싱가포르항에서 부산항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면 부산항은 세계 1위의 환적항인 싱가포르항의 역할을 이어받아 세계 최대의 환적 허브로 거듭나게 된다.

북극항로 뚫리면 세계 최대 환적항 가능
그러나 부산항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우선 컨테이너 화물 의존도가 너무 높다. 부산항이 지난해 처리한 화물 가운데 컨테이너는 90%를 차지한다. 반면 로테르담항·싱가포르항·홍콩항 등 세계 선진 항만들은 컨테이너 외에 유류·화학·벌크 등 다양한 부두 구성을 갖고 있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더 이상 컨테이너 물동량이 항만의 절대 평가 기준이 되지 못하는 만큼 그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필수적인데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며 10년 넘게 존속했던 해양수산부가 현 정부 들어 해체된 이후 신항 개발이 탄력을 잃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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