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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5일 토요일

[시론]일베와 국가보안법, 차별금지법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25일자 기사 '[시론]일베와 국가보안법, 차별금지법'을 퍼왔습니다.

최근 “종북주사파”는 “국가보안법에 따라 현실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어 그 호칭의 허위사용은 그 대상을 범죄자로 칭하는 것이라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는 판결이 이정희 전 의원과 전교조가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나왔습니다. 몇 달 전 대법원은 “대머리”라는 허위호칭에 대해 대머리로 알려진다고 해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지 않는다며 명예훼손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이에 비춰보면 “주사파” 등의 칭호도 평소 같으면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사상의 묘사 정도로 인정되었겠지요. 실제로 1980년대 “주사파”라는 말은 폄하 의도로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상 “주사파”가 처벌 대상이 되니 주사파가 아닌 사람을 “주사파”라고 칭하는 것은 그 사람의 평판을 범죄자 수준으로 부당하게 저하시키는 것이 되어 명예훼손이 성립되는 것이죠. 결국 국가보안법 좋아하실 분들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것이죠. 국가보안법의 역습입니다.

그런데 재역습을 당할 수도 있어요. “종북주사파” 호칭 사용이 그 대상을 국가보안법 처벌대상으로 칭한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손배·유죄 대상이 되어버리면, “매카시즘” “종북몰이”라는 호칭 사용도 똑같은 이유로 역시 명예훼손 대상이 됩니다.


최근 들어 일간베스트(일베)를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분들이 많은데 만약 일베에 대해 명예훼손 판결이 내려지면 “일베충”이란 호칭을 썼다고 해서 명예훼손 책임지는 분들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법으로 말을 규제하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명예훼손은 무한순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차별금지법의 연장선상에서 약자에 대한 차별과 피해를 초래할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을 가진 언사를 법으로 규제하는 건 찬성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이미 “장애를 사유로 장애인을 모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5·18 피해자들을 포함한 학살 피해자들은 아직도 보호대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사실 학살이 아니더라도 살인, 강간 등의 범죄 피해자들도 모두 보호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말이 단순히 허위라고 해서 그 허위주장이 어떤 피해를 미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말을 규제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지만원씨 무죄 판결은 좋은 예입니다. 5·18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공고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만원씨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고 5·18 피해자들의 평가가 낮아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타인들이 가지는 평판을 보호하려는 명예훼손 법리로 보아 올바른 판결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차별적인 언사가 약자들에게 명백하게 끼칠 정신적 피해를 방지하는 차별금지법입니다.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이 존재하고 차별금지 사유에 “국가범죄 피해 사망 사실”도 포함한다면 지만원씨의 5·18 왜곡은 달리 평가되었을 것입니다.

이런 차별금지법을 만들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베의 5·18 왜곡에 대해 법적 규제를 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잡으려다가는 무한순환 속에서 공적 사안에 대한 토론이 어려워집니다. 당장 천안함 사망자들과 천안함 의혹 제기의 관계도 위험해집니다. 이번에 일베의 일탈에 대해 법적 규제를 하고 싶다면 차별금지법부터 멋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자, 공짜는 없습니다.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 조항을 폐지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6·25전쟁 때 인민군에게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북한 입장에 대한 동조는 학살자 찬양이 되기 때문입니다. 유태인들 앞에서 나치를 찬양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결국 차별금지법으로 ‘국가범죄 피해 사망자 혐오발언’을 금지시킨다면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 조항을 폐지하기도 어려워질 겁니다. 어떤 길을 갈지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충분히 논의한 뒤에.


박경신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3년 2월 22일 금요일

방통심의위 ‘박근혜 비방 동영상’ 속전속결 처리 논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21일자 기사 '방통심의위 ‘박근혜 비방 동영상’ 속전속결 처리 논란'을 퍼왔습니다.
포털에 삭제 권고 처리…박경신 위원 “규정에 어긋나 심의거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을 비방하는 인터넷 동영상에 대해 직접 삭제 요청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통신심의위는 21일 심사소위 회의를 긴급하게 열어 박 당선인을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조웅 목사의 동영상 2건에 대한 심의를 마쳤다. 심의위는 각종 포털 사이트 등에 해당 동영상들에 대해 삭제를 권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9일 각종 포털 사이트와 SNS 등에는 조웅 목사가 박 당선인이 각종 염문에 연루돼 있다는 주장을 담은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조 목사는 해당 영상에서 자신이 5‧16 쿠데타 중앙정보부 창립 멤버이며, 황태선 간첩사건을 미(美)CIA에 제보한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당선인이 8년 전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왔으며 당시 김 위원장에게 500억 원(4500만 달러)를 갖다 줬다고 주장했다. 이 동영상은 당일 포털에서 상당시간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이에 박 당선인 측은 해당 동영상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신고했고 21일 통신심의위 심사소위 회의가 긴급하게 진행된 것이다. 박 당선인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권리침해 신고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일 포털 등에서 유포된 조웅 목사의 동영상 화면.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심사소위의 결론에 대해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박 당선인)개인의 명예훼손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2차 피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통신소위 심의에서 해당 안건이 긴급 상정 처리된 것과 관련, 절차적 규정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통신소위 소속인 박경신 위원은 해당 안건이 긴급상정된 것에 반발하며 심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제출자는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늘 아침에 해당 안건을 다룰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정치인의 명예훼손과 관련해 지금처럼 급속도로 처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안건상정과 처리과정이 회의공개에 대한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하루나 이틀 전에 안건을 공개해서 방청하고 싶은 국민들이 있으면 방청하도록 하고 위원들에게 심의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다”며 “규칙을 어겨가면서 처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심의를 거부했고 제가 퇴장한 상태에서 심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급속도로 심의가 처리된 데 대해 오는 25일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이 문제를 정리해두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방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심의 규정 제3조에 신속성의 원칙이 있어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박새미 기자 | psm@mediatoday.co.kr  

2012년 9월 8일 토요일

CBS ‘김미화의 여러분’ 제재, “자의적 단편심의의 대표적 사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06일자 기사 'CBS ‘김미화의 여러분’ 제재, “자의적 단편심의의 대표적 사례”'를 퍼왔습니다.
박경신 교수, “국가정책에 관한 프로그램은 공정성 배제해야”

‘표적·정치심의’ 논란이 제기됐던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우석훈·선대인 편에 대한 공정성 위반 여부가 법원에서 가려질 예정인 가운데, 정부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한 것은 ‘견해차에 따른 차별’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9월 6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 진선미 의원, 최재천 의원 주최로 'CBS 김미화의 여러분 법정제재와 행정소송' 토론회가 열렸다ⓒ미디어스

6일 국회에서 진행된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법정 제재와 행정소송’ 토론회에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파의 공공재적 성격에 따라 방송심의는 어느 정도 정당화되지만 논쟁적 사안의 양면성을 반드시 동시에 보도하도록 한 것은 논란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심의규정 9조는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경신 교수는 “방송심의규정에서 공정성과 관련해 균형성을 요구하면서 실제 심의위에서는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스톱워치를 들고 찬성한 사람과 반대한 사람이 동수로 나왔는지 몇 분 몇 초였는지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왜곡된 형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가 찬성이고 반대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다”며 “또, 이 같은 기이한 심의가 방송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공정성과 공공성에 포함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교수는 “공적 통제의 수위에도 헌법적 한계가 있다. 바로 ‘견해차에 따른 차별’”이라고 밝혔다. 행정기관의 공정성 심의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논쟁의 일방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군 가산점제 위헌판정과 좌편향 논란 교과서 수정명령에 대한 위법판결을 예로 들어 “공적자원을 정부에 유리하게 이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사상통제로 헌법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신 교수는 “국가가 방송의 내용을 공정성 심의를 통해 규제함에 있어서 ‘국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서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을 규제한 것은 ‘견해차에 따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심의규정 ‘공공성’ 조항에서 ‘견해차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박경신 교수는 “국가정책에 대한 프로그램에 한해 공정성 심의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CBS측 변론을 맡은 이재정 변호사는 “시사프로그램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적 공정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면서 “한쪽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그 사안 자체를 방송에서 다룰 수 없게 돼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변호사는 “특정 해설자의 지위나 자기 책임성이 심의과정에서 고려됐어야 하지만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청취자들이 (나는 꼽사리다) 출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석훈 박사의 경제정책을 잘 알고 있었던 상황이 고려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이 경우에는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지 않더라도 균형과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는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해 방통심의위의 ‘주의’ 조치를 확정했다. 이에 CBS 측은 부당함을 호소하면서 곧바로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방송사업자가 공정성 심의 문제로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통심의위의 자의적 단편심의의 대표적 사례”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이 보도가 아닌 ‘해설과 논평’ 프로그램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법원은 매체 구분 없이 사실적 주장과 구분해 의견이나 논평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성옥 교수는 “방송심의규정을 보면 어느 행위가 공정성 위반인지 아닌지 예측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명확성 원칙에 근거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낙인 방통심의위원 역시 “2기 방통심의위 출범 이후 공정성 심의 제재건수가 2배로 늘었다”면서 “방송법상에서 심의대상이나 공정성 관련 규정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성옥 교수는 또한 “CBS 사건은 방통심의위의 자의적인 단편심의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후 CBS가 추가 편성을 통해 서규용 농림부 장관 등 정부의 입장을 반영했으나 ‘우석훈·선대인 편’만을 상정해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논란 당사자이기도 한 우석훈 박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가 말한 것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심의·제재됐는데 그 과정에서 출연자에게는 소명기회가 없는 것도 문제”라면서 “헌법소원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구용회 CBS 지부장은 “게스트 초청의 범위까지 제재를 하게 되면 여론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세옥 (PD저널) 기자는 “방통심의위의 심의 잣대가 안건에 따라 달라지고 한 심의위원이 같은 성격의 안건을 두고도 다른 제재 의견을 내는 사례도 있었다”며 “심의위원들 스스로가 기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진행을 맡고 있는 김미화 씨는 토론에 앞서 “방통심의위가 우석훈 박사가 정부의 축산정책에 반하는 내용을 30초 정도 한 것을 두고 심의해서 주의 조치를 내렸다”며 “민원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심의한 초유의 일이었다”고 ‘표적심의’ 의혹을 제기했다.

김미화 씨는 “시민단체에 계신 분이 서규용 농림부장관이 나와 30분 동안 정부정책을 이야기한 것을 두고 (같은 잣대로 하면 공정성 위반이라며)민원을 제기했는데 방통심의위는 심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CBS 측은 (김미화의 여러분)에 대해 재심을 요청했는데 그 조차도 여당 몫 6분과 야당 몫 3분(방통심의위)이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웃기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9월 1일 토요일

“‘실명제는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 헌재 결정 혁명적”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31일자 기사 '“‘실명제는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 헌재 결정 혁명적”'을 퍼왔습니다.
박경신 교수 “자의적 수사 가능성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 선관위도 “실명제 폐지가 바람직”

인터넷 게시판에 실명인증 의무를 부과한 인터넷 실명제(정보통신망법상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한 위헌 결정은 ‘범죄자취급=실명제’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명확하게 실명제의 위헌성을 규정한 만큼,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도 같은 취지에 따라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30일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인확인제는 자의적인 수사가능성으로 사람들을 위축시킨다”며 헌재가 이 점을 명확하게 지적했다고 말했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한다”고 밝힌 대목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사전제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실과 진보네트워크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참여연대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박 교수는 헌재가 위축효과를 발생시키는 규제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인터넷 실명제가 ‘사전검열’이 아니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위축효과를 발생시키는 ‘사전제한’인 만큼,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없는 한 사전검열이나 사전제한이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논리라는 이야기다.

박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가 ‘소용없는 규제’였다는 점을 헌재가 인정한 대목도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헌재가 “우리 법상의 규제가 규범적으로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아니하는 통신망이 존재”한다고 밝힌 것은 “결국 인터넷망이나 정보에 직접적인 규제를 가하는 소위 ‘대정보규제’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던 해외 서비스나 SNS에 대해 ‘더 강한 규제’ 대신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가 토론하고 있다. 오른 쪽은 이날 발제를 맡은 박경신 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인터넷 실명제가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재의 결정도 높이 평가했다. 박 교수는 “헌재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권 관련 법익의 침해도 명백히 인지하고 있다”며 “수사편의 등에 치우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한다”는 헌재의 결정문을 인용했다. 실명제로 축적된 정보가 수사기관에 전달되는 등 ‘수사편의’를 위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가능성을 헌재가 폭넓게 인정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선거법 하나만을 위해서 인터넷의 익명성을 없애버린다는 것은 어느 법원의 형량을 통해서도 합헌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인터넷 게시판에 후보자 관련 정보를 게시할 경우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헌재 결정 직후 이 같은 제도에 대해 폐지 의견을 모으고,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 교수는 “실명제는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를 감시자와 감시대상으로 만들려는 여러 제도들 중 가장 중요한 제도”라며 헌재의 이번 결정이 “범죄자취급=실명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이 ‘기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한편, 이번 결정에 따라 수사편의를 위한 여타 실명제는 존립 근거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해석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헌재가) 거의 완결적인 형태로 인터넷에서의 익명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선언했다”고 말했다. 또 헌재가 개인정보 유출 위험 등을 인정한 대목을 들어 “익명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차원에서 향후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악플’에 대해서는 “외국의 보편적인 규제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주요 포털들이 가입돼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측도 “인터넷 실명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제였다”고 지적했다. 최민식 정책실장은 “이번 결정이 국내 인터넷 기업의 경쟁력을 제한하는 규제 개선의 물꼬를 튼 것”이라며 “인터넷 업계에 자율적인 규제 권한이 주어진 만큼, (실명제 폐지로 인한) 우려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회원사들과 함께 공통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영수 법제과장은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며 “선거법상 실명제도 그런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실명제는) 사실상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도 “법 개정이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선관위는 사후조치를 엄격하게 하는 방안과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법 등을 실명제 폐지 이후의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2년 5월 25일 금요일

박근혜의 힘? 선거법 위반 엄광석 위원 두둔하는 방통심의위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24일자 기사 '박근혜의 힘? 선거법 위반 엄광석 위원 두둔하는 방통심의위'를 퍼왔습니다.
박경신 위원에게 경고성명서 채택하더니…'무죄추정'이라며 무조치

▲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미디어스
방통심의위가 박근혜 대선 예비후보를 위해 인천지역 주민에 식사를 대접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1심)받은 엄광석 위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게 됐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랐다지만 박경신 위원에 대한 경고성명서 채택을 했던 전례에 비춰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통심의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엄광석 위원에 대한 논의는 회의가 끝난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엄 위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엄 위원은 사퇴여부에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심의위 또한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송경근)는 지난달, 엄광석 위원과 관련해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인천희망포럼’의 고문”이라며 “18대 대선에 출마하려는 박 비대위원장을 위해 희망포럼을 홍보하고 주민들을 가입시키기 위해 식사를 대접한 것”이라며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엄 위원은 방통심의위원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8월 옹진군의 한 식당에서 영흥면 주민 19명을 상대로 회 등 7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지난 8월 방통심의위는 심의로 삭제된 남성성기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던 야당 추천 박경신 위원에 대한 경고성명서를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여당추천위원 6인은 박 위원의 블로그 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기고 등을 문제 삼아 “위원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여당추천위원들은 박경신 위원에 대해 ‘위원회 명예실추’, ‘위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 ‘업무상 비밀 의무 위반’ 등의 의견을 종합해 경고성명서를 채택한 바 있다. 당시 회의는 공개적으로 진행됐고 박경신 위원에게는 소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박만 위원장, “2심 재판 중으로 무죄추정 원칙이다”
비공개 논의에 앞서 야당 추천 위원들은 엄광석 위원의 공개소명을 요청했지만 ‘엄 위원이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택곤 상임위원은 “방통심의위의 중립성 등 위상에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발언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장낙인 위원 역시 “박경신 위원의 경우처럼 공개논의하자”고 동조했다.
이에 대해 박만 위원장은 “엄광석 위원 건은 2심 재판 중으로 무죄추정 원칙이다”라며 “벌금형 선고의 경우, 심의위원 자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두둔했다.
박만 위원장은 “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에 손상을 가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엄 위원이 회의가 끝나고 입장 표명을 한다고 하니 의사를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박경신 위원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박 위원의 경우는 방통심의위 직무에 관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1년 12월 25일 일요일

정봉주 유죄, 세계적 유례없는 엉터리 판결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3일자 기사 '정봉주 유죄, 세계적 유례없는 엉터리 판결'을 퍼왔습니다.
[기고] 박경신 고려대 교수 "진실 입증 못하면 유죄? 기독교인들 다 잡아갈 건가"

국가가 모든 걸 통제하고 개입할 필요는 없다. 상대성 이론은 국가개입 없이 발견되었고 아이폰은 국가지원 없이 잘 만들어졌다.
사법부가 모든 말의 진위 여부를 결정할 필요도 없다. 안기부 X파일 검사가 실제로 떡값을 받았는지 조선일보 사장이 장자연의 성상납을 받았는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등등 어떤 명제들은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제인 ‘신은 존재한가?’도 그 진위도 결정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수천년을 잘 살아 왔다. 가장 신실한 기독교인들의 신실함은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의 강도로 결정된다.
국가가 국민이 한 말이 허위라고 해서 잡아가두거나 국가가 독점하는 기타 강제력을 행사하려면 우선 그 말이 허위임이 입증되어야 한다.


▲ BBK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에서 징역1년을 선고받은 뒤 지지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번 정봉주 전 의원의 유죄판결은 이 당연한 원리를 송두리째 무시한 판결이다. ‘BBK가 이명박 소유가 아니다’라는 입증이 없는 상황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네 말이 진실이라고 입증하지 못했으니 유죄’라는 판결은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판결이다.
대륙법과 영미법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도 진실인지 입증하지 못한 명제의 책임을 그 말을 한 사람에게지우는 나라는 없다. 그런 논리라면 전세계의 기독교인들은 야훼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한 죄로 모두 감옥에 가야 할 것이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입을 다물라’는 것인데 이런 규범하에서 문명이 어떻게 발전하고 사상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노회찬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는 다행히도 우리 대법원이 정확하게 말했다. 

“안강민, 홍석현, 이학수가 법정에 출두해서 ‘우린 떡값을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고 증언이라도 하지 않는 이를 입증하지 못한 책임을 노회찬에게 지울 수 없다”고. 노회찬 대법원의 판결의 원리를 완전히 뒤집은 이번 이상훈의 판결은 우리나라 사법부의 수준이 얼마나 저열한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깊게 우리 속살을 도려내야 하는지 보여준 판결이다.
이상훈 대법관은 ‘BBK가 이명박 소유이다’라는 명제가 허위인지를 판시하지 않고 정봉주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틀림없이 죄목은 허위사실공표인데 허위인지를 판시하기 전에 정봉주가 자신의 한 말의 근거가 없다고 유죄를 때렸다.
이렇게 하게 된 이유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형법 제307조제1항이 진실인 경우에도 명예훼손의 성립을 인정하기 때문에 진실이든 허위이든 어차피 유죄이니 기소죄목에서는 ‘허위’가 위법성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진위여부를 판정하기도 전에 말한 사람이 얼마나 근거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따진다. 피고가 한 말의 진위를 밝힐 생각은 안하고 ‘피고 너 그런 말할 자격있냐’를 묻게 되는 것이다.


▲ 22일 오전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이 나오자 그의 지지모임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회원들이 대법원 앞에 모여 판결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렇게 되어버리면 권력비리는 캘 수가 없다. 권력비리는 침묵과 어둠의 장막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이들은 이런 장막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막을 뚫고 간신히 올라오는 단서들은 당연히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단서들을 제시할 수 없다면 비리의 고발은 불가능하다.
장자연이 남긴 유언장과도 같은 문서, 안기부가 본의 아니게 남긴 X파일, 외국 과학자들과 언론이 광우병에 대해서 한 말, 네티즌들이 황우석의 테라토마 사진을 보고 제기한 의혹들이 바로 그러한 단서들인데 이 단서들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다고 해서 감옥에 가야 한다면 누가 비리 고발을 하겠는가. 정봉주도 BBK의 소유주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이 침묵의 장막으로 차단된 상황에서 어렵게 어렵게 얻어낸 단서들을 국민들과 공유한 것 뿐이다. 정봉주가 한 일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들 중에서 BBK와 이명박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정보들을 공개한 것 뿐이다.
지금 할 일은 두 가지이다. 첫째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진실임에도 명예훼손 책임을 지우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을 꼭 폐지해야 한다. 물론 이번 유죄조항은 선거법 조항이지만 명예훼손 논리를 대입하였음이 분명하다. 

둘째 사법개혁이다. 법관소환 제도만으로 불충분하다. 법관이든 검사이든 국민의 위임 범위 안에서 활동한다는 명제를 확실히 상기시켜줘야 한다. 국민은 누구에게도 국민의 말이 진실임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국민을 처벌할 권한을 준 적이 없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박 교수의 동의를 받아 게재합니다.)

2011년 12월 3일 토요일

"1% 불법 막으려고 99% 합법 금지시키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2일자 기사 '"1% 불법 막으려고 99% 합법 금지시키나"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방통심의위원 박경신 교수 "SNS·앱 감시팀, 애플이 권고 안들어주면 어쩔 것인가"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박경신 고려대 교수 겸 방통심의위 야당 추천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조직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를 했다. 그걸 막으려고 했고,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의사봉을 들고 뛰쳐나갔다."

지난 1일 오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만 위원장)에서 여당 추천위원들이 SNS.앱 심의팀 신설안을 강행처리하려 하자 이에 반발해 의사봉을 들고 회의실을 뛰쳐나온 박경신(고려대 교수) 야당 추천위원의 변이다.

박 위원은 2일 와 통화에서 전날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SNS와 앱을 심의하는 '뉴미디어 심의팀' 신설안을 다수결로 강행처리한 데 대해 "이제 방통심의위는 불법정보 규제기구가 아니라 합법정보 규제기구로 전락했다'며 "공식적으로 스스로 '검열자'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이번 안건 통과를 '조직 파괴행위'라고 규정했다. 방통심의위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이날 통신심의국 산하에 앱.SNS를 심의하는 뉴미디어 정보 심의팀, 지상파 라디오 심의팀, 종합편성채널을 심의하는 방송심의 2팀이 신설되는 안이 담긴 '방통심의위원회 사무처 직제규칙' 개정안을 다수결로 강행처리했다.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은 ▲헌정질서 위반 ▲범죄 기타 법령 위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국제 평화질서 위반 등이다. 결과에 따라 인터넷 사업자에게 ▲해당 게시물 삭제 ▲사이트 이용 해지 ▲접속 차단 등이다. 

박 위원은 SNS 심의.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크게 두가지를 들었다. 첫번째는 "SNS가 다른 인터넷서비스와 달리 대부분의 정보전달이 기존에 만들어놓은 관계망에 있는 사람에게만 이뤄지기 때문에 완전한 공적소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불법트윗 하나 때문에 계정 전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법정보' 규제가 되지 않고 '합법정보' 규제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박 위원이 특히 문제삼고 있는 건 '합법정보 규제'다. 이는 SNS규제의 실효성과도 연관된다. 박 위원은 이와 관련해 "불법정보 1%를 지우기 위해 합법정보 99%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며 "SNS전담 심의팀을 공식적으로 만든 건 '합법정보 차단기구'임을 만천하에 선언하는 꼴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합법정보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최근 트위터 계정 2MB18NOMA의 경우 계정 이름이 이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한다고 해 계정 내 수많은 트윗들이 차단됐다. 어떤 폐북 계정은 김일성 찬양글이 올라왔다는 이유로 차단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정치법 수용소를 비난하는 글도 같이 차단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SNS 계정 내에 올라와 있어도 내용상 서로 연관성이 없고 작성자들도 제각각이다. 정보가 내용에 따라 조직되는 게 아니라 인맥에 따라 조직되는 것"이라며 "결국 그 사람의 계정에 글들의 내용을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콩이 가득 든 부대에서 썩은 콩을 한알씩 골라내듯, 팔로워가 많은 사용자의 트윗이 수십만개로 복제되는 상황에서 과연 이것이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여야 추천위원의 비율이 6:3인 방통심의위 구성의 특성상 여당 추천위원들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박 위원은 SNS 심의팀이 만들어짐으로 인해 발생할 각종 폐해들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타협안을 네차례나 냈지만, 모두 묵살됐다.

박 위원은 "세번의 양보와 네번의 타협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표결이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다른 인터넷 규제를 전과 동일하게 하는 대신 최소한 SNS규제만큼은 방통심의위가 하지말자 ▲SNS 규제 범위를 음란물, 도박물로 한정하자 ▲게시자에게 심의참여 기회를 주자 ▲심의팀을 만들지 말고 기존대로 SNS규제를 하자는 네가지 안을 차례로 냈지만 모두 6:3으로 부결됐다.

'나는꼼수다'와 같은 인기 팟캐스트 규제여부에 대해 박 위원은 "그런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드로이드폰과 같이 앱 형태로 제공되는 팟캐스트 규제에 대해선 "트위터같은 사적 공간이 아니라 앱스토어라는 열려진 공간을 통해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하는 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스마트폰 앱 심의에 대한 가장 큰 문제로 '실효성'을 들었다. 그는 "앱 심의는 실효성 문제가 가장 크다"며 "구글이나 애플사에서 방통심의위 권고를 들어줘야 하는데, 그쪽에서 들어줄 지, 안 들어줄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qwereer@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