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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31일 일요일

한국 사회 긴장시킬 영화가 떴다


이글은 한국일보 2013-03-31일자 기사 '한국 사회 긴장시킬 영화가 떴다'를 퍼왔습니다.

●'사회성 영화' 잇단 개봉
제주 4.3사건 다룬 '지슬'… 관객 3만명 돌파 조용한 돌풍
고 장자연 연상 '노리개' 연예계 상납비리 담아
삼성 백혈병 노동자 실화 '또 하나의 가족'
다른 영화 비해 피해자 현존… 흥행 성공땐 사회적 파장 클듯

영화 '노리개'

"예술은 삶의 위대한 자극제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이 목적이 없다거나 목표가 없다거나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고 이해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19세기부터 범람한 순수예술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니체의 말처럼 예술은 오래 전부터 어떤 목적들을 품어왔었고 때때로 그것은 사회 변혁의 형태로 나타났다. 때로는 '홍길동전'처럼 부조리한 사회 현상을 담아내며 사람들의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주기도 하고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했던 것처럼 아예 사회 그 자체를 바꾸기 위해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해온 것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예술 분야로는 미술, 음악, 문학 등 여러 장르가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는 가장 직접적이면서 강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실제로 레닌은 러시아 혁명 직후 "모든 예술 중에서 영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영화사업을 국유화했고 히틀러, 무솔리니 등도 이른바 선동영화들을 만들어 사회를 좌지우지한 바 있다. 

영화가 지닌 사회적 영향력은 때때로 세상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간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슈퍼사이즈 미', '식코' 등은 맥도널드로 하여금 다이어트 메뉴를 만들게 했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안을 내놓는데 일조했다. 

작은 변화지만 세상을 바꾸는 데 성공한 영화는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2011년 개봉한 '도가니'가 대표적이다.

광주 인화학교에서 일어난 장애아동 성범죄 사건을 다룬 도가니는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도가니법'을 이끌어내며 실제 관련 인물들을 처벌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에 앞서 2009년 개봉된 '이태원 살인사건'도 공소시효 6개월을 남기고 14년 만에 범인을 다시 재판하도록 만든 바 있다. 

최근 들어 현실과 맞닿은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거나 또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 4.3사건을 다뤘지만 강정마을과 해군기지 등 현재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슬'과 '비념', 고 장자연씨를 통한 연예계 성상납 사건을 다룬 '노리개', 삼성 백혈병 사건을 담은 '또 하나의 가족' 등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대선 직전 개봉돼 적잖은 영향을 미친 '남영동 1985', '26년' 등에 이어 줄줄이 선보이는 사회고발성 영화들이 이번에도 잠자던 현실을 깨우고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독립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는 군인 하나가 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낀 초가집의 내부를 서서히 헤치며 다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제사에 쓰이는 식기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마루를 지나 도착한 방에는 젊은 여성의 시체와 칼을 갈고 있는 군인이 있다.

방으로 들어선 군인은 다른 군인이 갈고 있던 칼을 넘겨받아 손에 든 과일을 잘라 나눠 먹는다. 이 군인들은 누구며 왜 죽어 있는 젊은 여성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과일을 먹고 있는 것일까.

제주 4.3사건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좌우익 간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사건이다. '제주 4.3 특별법'에 따르면 제주 4.3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만 1만4,000여명에 달하며 3만명 가까운 학살 피해자가 나왔다. 

'지슬'은 이처럼 제주도민 대부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제주 4.3사건을 그린 영화다. 무차별적인 민간인 학살을 피해 산속 동굴로 숨어들어간 제주도민들과 이를 쫓는 토벌대 모두가 '지슬'의 주인공이다.

'지슬'은 소위 '대박'난 독립영화가 됐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슬'은 전국 115개 상영관에서 3만8,61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 1만명을 흥행 분기점으로 삼는 독립영화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상복도 터졌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4개 부문을 휩쓸었고 올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황금수레바퀴상을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지슬'을 지켜본 사람들의 관심이 65년 전 일어난 제주 4.3사건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슬'을 만든 오멸 감독은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들을 제사 지내는 영화일 뿐"이라고 못 박았지만 관객들의 시선은 1948년의 제주를 넘어 2013년의 제주까지 이어져 있다. 내용상으로 별 상관 없어 보이는 '지슬'을 통해 해군기지 건설 찬반논란이 거셌던 강정마을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4월 3일 개봉이 예정된 다큐멘터리 '비념'은 '지슬'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를 다루고 있다. 과거의 제주 4.3사건으로부터 현재의 강정마을까지 이어지는 제주도의 아픔을 다룬 '비념'은 주로 예술영화전용상영관에 걸릴 예정이지만 '지슬'의 뒷바람을 타고 주요 영화관에 진출할 계획도 지니고 있다. '지슬'과 '비념'이 얼핏 끝난 듯 보이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다시 풀어가게 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그래 봐야 계집 하나 아니요?" 연예계 상납비리를 다룬 영화 '노리개'에서 거대 권력집단을 대표하는 언론사 사주가 내뱉은 이 대사는 영화의 내용 전체를 함축하고 있다. 

고 장자연씨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 중이던 2009년 3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자살 이후 전 매니저에 의해 공개된 일명 '장자연 문건'에는 기획사로부터 술접대와 성 상납 강요에 시달려 왔다는 내용과 함께 언론사 대표, 방송사 PD, 기업체 사장 등의 실명이 담겨 있었다.

해당 문건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여성 연예인 인권유린과 관련한 사회적 파장을 낳았지만 장자연 사건의 수사는 결국 흐지부지 마무리되고 말았다. 

4월 18일에 개봉하는 '노리개'는 부당하게 희생된 한 여배우와 비극적인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 정의를 쫓는 여검사가 거대 권력 집단과의 싸움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 법정드라마다.

일어난 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은 데다 어정쩡하게 종결된 사건을 다뤘다는 측면에서 '연예계판 도가니'로 불리지만 해당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도가니'와는 상황이 다르다. '노리개'를 만든 최승호 감독 또한 "실제 공판기록을 참고했지만 영화는 가공의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노리개'는 고 장자연씨와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수많은 신인 여배우들에게는 큰 힘이 돼줄 것으로 보인다. 픽션이지만 현실 속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상대방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의 세력이지만 고 장자연씨에게는 없었던 믿음직한 조력자들을 등장시켜 함께 맞선 것도 그런 일이 머지않아 벌어지리라 기대하는 감독의 바람과 의지가 담겨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가 가해자인 언론사 사주의 수하가 된 옛 친구에게 건넨 "이렇게라도 안 하면 너희 보스 같은 사람, 겁먹기라도 하겠냐?"는 대사는 고 장자연씨를 죽음을 몰고 갔지만 여전히 편히 발 뻗고 자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감독의 메시지인 것이다.

김태윤 감독이 연출한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은 우리 사회 대표적인 권력집단으로 떠오른 재벌, 그중에서도 삼성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된 얘기가 아닌 불과 몇 년 전의 사건을 다뤘다는 점에서 '지슬'보다 시의적이고 사건을 재구성하는 대신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노리개'보다 현실적이다.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라도 이 영화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이 더욱 기대감을 모은다. 실제로 같은 사건과 인물을 다룬 만화책 도 지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 하나의 가족'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을 얻어 23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 부녀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고 황유미씨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3라인 디퓨전 공정 세척 업무를 맡은 지 1년 8개월 만인 2005년 6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일한 시간보다 더 길게 투병하다 2007년 3월 세상을 떠났다. 지난 3월 6일은 고 황유미씨의 6주기였다. 

김 감독이 '또 하나의 가족'을 찍기로 결심한 이유는 황상기씨 역을 맡은 배우 박철민의 "우리 딸이 많이 아픈데요… 진성(삼성)이 그랬는데요… 아무도 안 도와줘요"라는 대사에 잘 나타나 있다. 거대권력인 삼성에 맞서기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힘도 없는 택시기사 황상기씨의 힘이 되기 위함인 것이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황상기씨와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관계자들을 수도 없이 만나고 자료조사도 6개월 동안이나 진행했다. 

'또 하나의 가족'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그 사회적 파장은 다른 영화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이 세상을 떠났거나 공개되지 않은 '지슬', '노리개'와는 달리 '또 하나의 가족'에는 얼굴을 드러낸 수많은 백혈병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고 황유미씨와 같은 삼성 백혈병 사망자는 58명, 발병자는 151명에 이른다.

한편 '또 하나의 가족' 이외에 삼성을 다룬 또 하나의 고발영화 '10년 전쟁'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10년 전쟁'은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시스템 대표가 삼성 SDS와 10년간 벌인 법정싸움을 다뤘다. 


제작비 마련 힘들어? 관객이 직접 나선다!

김현준기자


민감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 영화들의 경우 대기업과 매니지먼트들이 참여를 꺼리는 까닭에 제작비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관객들이 직접 돈을 모아 영화를 제작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중들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라는 뜻을 지닌 크라우드 펀딩은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자금을 충당하는 투자 방식이다. 대부분 목표액과 모금기간이 정해져 있고 기간 내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해당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에 후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홍보를 돕기도 한다. 독립영화를 비롯해 영세한 예술 분야에서 주로 이용된다. 국내 영화로는 지난해 개봉된 '26년'에서 처음 이용됐다. 

'지슬'은 총 제작비 2억5,000만원 중 상당 부분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채워 눈길을 끌었다. 촬영 단계에서는 제주도 지역 문화계 인사들과 주민들이 7,000만원의 제작비를 보탰고 후반 작업 비용 또한 온라인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의 모금액 1,430원으로 충당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후원금액에 따라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거나 DVD, 시사회 초대권, 제주산 감자로 보답했다. 

'노리개'도 소재 자체가 지니고 있는 민감함 때문에 제작과 투자, 캐스팅 등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나 2월 13일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 3일 만에 1,000만원 넘는 금액이 모여 힘을 실어줬다.

4월 18일로 개봉일이 확정된 '노리개'는 3월 15일로 고지됐던 기존 마감일까지의 모금 기간이 너무 짧다는 후원자들에 요청에 따라 3월 31일까지로 기간을 연장했다. 모금된 금액은 영화 홍보용 제작물과 광고비, 시사회 개최비용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또 하나의 가족'도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 하나의 가족'은 지난해 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071명으로부터 1억2,000만원 가까운 제작비를 모았고 지난 2월 21일에는 '제작두레'가 시작돼 다시 제작비를 모으고 있다. '또 하나의 가족' 제작진 측은 약 10억원의 전체 제작비 중 절반인 5억원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

2012년 5월 18일 금요일

"장자연 사건, <조선일보> 패소로 끝날 일 아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18일자 기사 '"장자연 사건, (조선일보) 패소로 끝날 일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민주당 "검찰, 지금이라도 철저한 재수사 해야"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이 고(故) 장자연 씨로부터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 등이 방 사장 및 조선일보사와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장자연 사건'은 방 사장의 패소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더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검찰에 촉구했다.

민주당 정은혜 부대변인은 17일 논평을 내고 "방 사장이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13억 배상 소송을 했으나 패소했다"며 "방 사장은 앞서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과 MBC, KBS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패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는 전날 방 사장과 (조선일보) 등이 박상주 (미디어오늘) 논설위원 등 5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연예계의 구조적 병폐에 대한 보도는 공공성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정 부대변인은 "고 장자연 씨는 의지할 부모도 없이 가장으로 연예인의 꿈을 키웠지만 돌아가신 부모님 제삿날에도 접대를 나가야 했다. 꽃다운 나이의 그녀는 결국 죽음을 택했다"며 "방 사장은 그녀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고 재차 지적했다.

정 부대변인은 "방 사장이 본인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한다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어야 옳았다"면서 "검찰은 지금이라도 장자연 씨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주저함 없이 나서야 하며, 장 씨를 죽음으로 내몬 자들에게 엄격한 법의 심판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부대변인은 방 사장이 '장자연 리스트' 관련 발언이나 보도를 한 정치인과 언론사를 마구잡이로 고소한 것과 관련해 "언론사를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보도의 공공성을 잊고 법을 이용해 언론의 입을 묶으려고 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부대변인은 "언론은 할 말을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방 사장도 할 말을 못하는 언론을 바라는 것은 아니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방 사장과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 건으로 제기한 소송은 이종걸 의원과 MBC, KBS 외에도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신경민 당선자(당시 앵커),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와 여정민 기자,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대표 등 10여 건에 달한다.


 /곽재훈 기자

2012년 4월 25일 수요일

여배우 "어떤 회장님이 내 허벅지 만지더라"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4-25일자 기사 '여배우 "어떤 회장님이 내 허벅지 만지더라"'를 퍼왔습니다.
"회장과 장관의 룸살롱 연예인 접대, 너무 자주 듣는 얘기"

익명의 여배우가 25일 이재현 CJ회장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룸살롱 접대 논란과 관련, "너무 저는 자주 듣는 얘기들"이라고 증언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을 데뷔 3년차인 20대 초반 여성이라고 밝힌 이 여배우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과 곽 위원장의 연예인 접대 기사를 봤느냐는 질문에 "헤드라인만 봤다"며 이같이 답했다.

여배우는 구체적으로 "그냥 연기자가 또는 연예인을 하고 싶어하는 애는 그 자리에 가자마자 그 높은 사람들 권력이 있는 그 사람들 무릎에 다짜고짜 앉는다고, 이런 얘기들까지 오고갈 정도"라며 "매니저들 사이에서 있다 보면 우리 회사에 연기자 애가 그렇게 했다, 신인연기자 애가 그렇게 하더라, 이런 얘기들을 직접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나아가 “'어떤 회장님이랑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잠깐 나와서 인사만 드려라', '알겠다'고 하고 나갔는데 그런데 이제 그분들이 있다 보니까 조금 저한테 허벅지를 만진다든지 그런 일들이 조금 있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한 "그리고 한 번은 뭐 어떤 방송국 관계자를 만났는데 안녕하세요, 이랬더니 저한테 너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되냐? 허리 사이즈랑, 엉덩이 사이즈도 물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이제 제가 모르겠다, 그랬더니 뭐 이제 약간 살짝 돌려가면서 스폰서 개념의 얘기들을 좀 하시더라"며 "소개해 줄 테니, 그러면서 일단 뒤돌아서 화장실을 한번 갔다 와라. 왜 그러시냐, 그랬더니. 뒤태를 봐야겠다. 그래서 화장실 갔다 왔으니까 안 갈 거라고, 그리고 저는 이런 자리인 줄 몰랐는데 제 몸을 팔면서까지 이렇게 연예계에 발 들이고 싶은 생각 없다, 그리고 나왔죠, 저는"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역할을 주겠다 해서 이런 것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돈거래가 오가는 경우도 되게 많다고 들었다. 집을 해 주고 차를 해 주고 그냥 품위유지비를 몇백만원씩 주고... 그런데 실제로 품위유지비나 이런 것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돈이 없거나, 혹시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3년 전인 지난 2009년 고 장자연 사건으로 사회가 발칵 뒤집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렵 연예계에 입문한 이 여배우의 "여전히 비일비재하다"는 증언은 우리나라 상위 1%의 행태가 전혀 변화하지 않고 있음을 증언해주는 것이어서,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김혜영 기자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정치인들은 여전히 조중동이 두렵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8일자 기사 '정치인들은 여전히 조중동이 두렵다'를 퍼왔습니다.
[조중동과 야당 정치인] “신상털기에 보복성 기사까지… 문제 많다는 건 알지만 영향력 무시못해”

정청래 전 의원이 지난 13일 MBC 에서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과 ‘맞짱’을 떴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조중동의 신뢰도는 2003년 당시 19%로 나타났다”, “(가 뜬 것은)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수구 언론 등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등 맹공을 퍼부었다. 정 전 의원처럼 조중동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치하는 인물은 야권 내 몇 명이나 될까. 민주통합당은 앞으로 그럴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정권이 조폭적 언론과의 전쟁선포도 불사해야 한다.”
정치인 가운데 본격적으로 조중동과의 싸움을 시작한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지난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이와 같은 말을 한 그는 이듬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한 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절한다.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은 그들과의 싸움이 외롭고 험난한 길임을 보여줬다. 이들 신문의 표적이 된 그에게 집권여당조차 결국 등을 돌렸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종합편성채널 탄생을 막기 위해 미디어법을 결사적으로 저지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싸움이 외로웠듯이, 지금도 “전쟁 불사”를 외치는 이는 소수다. 언론개혁에 앞장서는 동료의원들을 말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지지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대체적인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굳이 자기 손에 피를 묻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로 거대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는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2004년부터 신문법 개정에 앞장섰던 정청래 전 의원은 “의원 열 명이 함께 이 일에 뛰어들었다면 나만 표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보복당하고 보니 ‘이런 것이 무서워서 안했구나’ 라고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술회했다. 정 전 의원은 ‘모가지 발언 사건’을 대서특필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의 보도 이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결국 허위보도로 판결났지만 신문법 개정을 주도했던 그가 ‘표적’이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내 보수적인 인사들이 조중동을 ‘메이저 언론사’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신문을 타 언론사보다 우대하고 국정감사 자료와 같은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극히 일부지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조중동을 통로 삼아 정보를 흘리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인사들도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한 김대중 정권 때는 이들 언론과의 관계가 크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 이전 인사들은 조중동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지적을 한 다수 인사들은 “언론에 표출되기 싫어하는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며 “이들은 조중동의 문제를 모르지는 않지만 언론 개혁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미디어법 반대 투쟁에는 당내 모든 인사들이 나섰다. 그래도 민주당이 조중동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다. 하지만 다소 박한 평가도 적지 않았다. 당내 보수 인사들이 이 투쟁에 나선 것은 종편이 출범하면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해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이들은 조중동으로부터 각개격파당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분위기에는 조중동의 직간접적인 압박과 순치도 작용됐다. 정 전 의원의 예는 ‘찍히면 죽는다’는 이들 신문의 압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압박의 형태는 다양하다. 표적 취재가 대표적이다. 정 전 의원의 경우 신동아가 3개월 동안 일종의 ‘신상털기’를 했다.
탤런트 고 장자연씨에게 성접대를 받은 인물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실명을 거론했던 이종걸 의원 역시 각종 압박에 시달렸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주필은 통화로 만나자고 청한 뒤 이 의원에게 “방상훈 사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주필은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대표적인 보수 논객이다.
조선일보가 칼럼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어느 일본 국회의원이 결국 투신자살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이종걸 의원이 나가타 소식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한 일은 꽤나 유명하다. 이 의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마디로 죽으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디어법 처리 당시에도 조중동이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개개별로 접촉했다는 것이 후문이다.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 의원 관계자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지나가면서 몇 차례 ‘너무 그러지마라’고 말했다”며 “농담 삼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가히 (기분이)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보좌관 출신의 한 서울시의원은 “그때 당시 조중동이 직접적으로 압박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중동은 존재 그 자체가 압박이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법 투쟁에 앞장섰던 천정배 전 최고위원도 “조중동이 대서특필하면 (정치인에게) 득이 될 것 없고, 상처를 입는다.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조중동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조중동은 자신들에 비판적인 정치인들에게는 순치시키려고도 한다. 이른바 ‘띄워주기성’ 보도다. 언론에 노출되기를 원하는 정치인으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언론개혁을 내걸고 17대 총선에 나가 당선되자 중앙일보에서 나에 대해 (원고지) 5매 정도의 기사를 써주겠다고 했다. 조선일보에서도 연락이 왔지만 거절했다”며 “나를 순치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신문은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해 종종 단체의 이름을 빌리기도 한다.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은 2004년 특정인의 신문사 소유 지분을 제한하는 신문법 개정에 나선 적이 있다. 그러자 한국신문협회보는 그 시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자본집중과 시장 독점 현상은 언론계의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으나 자연 증가하는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해당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을 제한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협회보를 발간했던 당시 한국신문협회장은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정치인들이 자기 검열 과정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신문에서 사설이나 칼럼 등을 통해 당에 비판을 가장한 주문을 하면 많은 이들이 영향력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는 여야 모두가 ‘조중동포비아’를 가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종편사들의 본격적인 방송 활동과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가세한 광고 직접 영업으로 내년 언론 환경은 더욱 척박해질 전망이다. 이런 시점에 민주당은 ‘종편 재검토’를 강령으로 내걸었다. 이러한 당내 분위기 속에서 또 한 번 소수 의원들만의 자기희생만으로 이 막중한 사안을 해내려는 것일까.
외부 환경은 17대 국회 때보다 더 유리해졌다. 조중동 보도에 대해 시민들이 SNS를 통해 평가하고 오보를 걸러내는 작업이 실시간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조중동 비판이 전국민적 스포츠”가 됐다. 이로써 ‘조중동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는 일반적으로 자리 잡았다.
낮아진 신문구독률도 간접적으로 이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들 신문은 통상적으로 기사 배열·배치 등과 같은 편집을 통해 어젠다를 설정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하는 추세가 늘어나다보니 이 기능의 효과는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의 변화만으로 민주당이 언론개혁의 과제를 수행해낼 수는 없다. 결국 문제는 인적 구성이다. 조중동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치하려면 ‘제대로 된 공천’이 답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정치 구조는 자수성가한 사람보다는 사회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영입하거나 낙하산이 많다. 이미 기득권을 쥔 사람들이라 조중동 개혁을 꺼려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천정배 전 최고위원은 “언론개혁은 개혁 진영이 가진 최대 과제다. (이를 위해)결국 제대로 사회를 바꿔보자는 명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야당을 주도하는가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조중동은 정말 문제가 많다. 국회의원들이 불쌍하다. 거대언론이 정론을 펼쳤다면 국회가 이렇게 파행적으로 운영되지 않았을 것이다. 바른 언론이 바른 권력을 만난다.”

“조중동과 인터뷰하고 싶진 않지만…”
야당 의원들, 조중동 딜레마

민주통합당(민주당)에 있어 조중동은 비판의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척할 수도 없다. 어찌됐든 ‘언론’이기 때문이다. 국민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창구로서 조중동은 활용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민주당 인사들에게 이는 좌절의 경험으로 다가온다. 특히 개혁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인사일수록 개혁 진영의 시선은 따갑다.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월간조선과 인터뷰한 것을 두고 영화배우 명계남 씨가 지지를 철회하는 등  ‘노사모’의 지지율이 반 토막 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신문에 가깝다고 인식되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다. 의 정봉주 전 의원도 종편 출범으로 ‘조중동매’에 속한 MBN에 출연하려다 비판 여론에 취소했다. 현재까지 종편사들의 뉴스·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민주당 인사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당내 평가가 엇갈린다. 정치인들의 언론 출연까지 왈가왈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는 반면, 이들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종편은 물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와는 인터뷰하지 않는다는 개별 원칙을 세운 정치인들도 더러 있다.   
조중동과의 ‘위험한 동거’에서 이들 정치인들이 가지는 가장 큰 고민은 개별 기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회사와 기자를 분리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적대적인 관계가 있다고 해도 자주 마주치다 보면 기자들과 인간적인 정이 쌓인다.
이에 대해 현재 문방위에서 활동하는 한 의원의 관계자는 “조중동과 민주당이라는 집단과 집단으로는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조중동 출입금지’를 써 붙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고 기자 개개인과 인간적인 관계는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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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5일 일요일

정봉주 유죄, 세계적 유례없는 엉터리 판결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3일자 기사 '정봉주 유죄, 세계적 유례없는 엉터리 판결'을 퍼왔습니다.
[기고] 박경신 고려대 교수 "진실 입증 못하면 유죄? 기독교인들 다 잡아갈 건가"

국가가 모든 걸 통제하고 개입할 필요는 없다. 상대성 이론은 국가개입 없이 발견되었고 아이폰은 국가지원 없이 잘 만들어졌다.
사법부가 모든 말의 진위 여부를 결정할 필요도 없다. 안기부 X파일 검사가 실제로 떡값을 받았는지 조선일보 사장이 장자연의 성상납을 받았는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등등 어떤 명제들은 과학적으로 현실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제인 ‘신은 존재한가?’도 그 진위도 결정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수천년을 잘 살아 왔다. 가장 신실한 기독교인들의 신실함은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의 강도로 결정된다.
국가가 국민이 한 말이 허위라고 해서 잡아가두거나 국가가 독점하는 기타 강제력을 행사하려면 우선 그 말이 허위임이 입증되어야 한다.


▲ BBK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 선고에서 징역1년을 선고받은 뒤 지지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번 정봉주 전 의원의 유죄판결은 이 당연한 원리를 송두리째 무시한 판결이다. ‘BBK가 이명박 소유가 아니다’라는 입증이 없는 상황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네 말이 진실이라고 입증하지 못했으니 유죄’라는 판결은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판결이다.
대륙법과 영미법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도 진실인지 입증하지 못한 명제의 책임을 그 말을 한 사람에게지우는 나라는 없다. 그런 논리라면 전세계의 기독교인들은 야훼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한 죄로 모두 감옥에 가야 할 것이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입을 다물라’는 것인데 이런 규범하에서 문명이 어떻게 발전하고 사상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노회찬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는 다행히도 우리 대법원이 정확하게 말했다. 

“안강민, 홍석현, 이학수가 법정에 출두해서 ‘우린 떡값을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고 증언이라도 하지 않는 이를 입증하지 못한 책임을 노회찬에게 지울 수 없다”고. 노회찬 대법원의 판결의 원리를 완전히 뒤집은 이번 이상훈의 판결은 우리나라 사법부의 수준이 얼마나 저열한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깊게 우리 속살을 도려내야 하는지 보여준 판결이다.
이상훈 대법관은 ‘BBK가 이명박 소유이다’라는 명제가 허위인지를 판시하지 않고 정봉주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틀림없이 죄목은 허위사실공표인데 허위인지를 판시하기 전에 정봉주가 자신의 한 말의 근거가 없다고 유죄를 때렸다.
이렇게 하게 된 이유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형법 제307조제1항이 진실인 경우에도 명예훼손의 성립을 인정하기 때문에 진실이든 허위이든 어차피 유죄이니 기소죄목에서는 ‘허위’가 위법성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진위여부를 판정하기도 전에 말한 사람이 얼마나 근거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따진다. 피고가 한 말의 진위를 밝힐 생각은 안하고 ‘피고 너 그런 말할 자격있냐’를 묻게 되는 것이다.


▲ 22일 오전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이 나오자 그의 지지모임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회원들이 대법원 앞에 모여 판결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렇게 되어버리면 권력비리는 캘 수가 없다. 권력비리는 침묵과 어둠의 장막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이들은 이런 장막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막을 뚫고 간신히 올라오는 단서들은 당연히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단서들을 제시할 수 없다면 비리의 고발은 불가능하다.
장자연이 남긴 유언장과도 같은 문서, 안기부가 본의 아니게 남긴 X파일, 외국 과학자들과 언론이 광우병에 대해서 한 말, 네티즌들이 황우석의 테라토마 사진을 보고 제기한 의혹들이 바로 그러한 단서들인데 이 단서들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다고 해서 감옥에 가야 한다면 누가 비리 고발을 하겠는가. 정봉주도 BBK의 소유주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이 침묵의 장막으로 차단된 상황에서 어렵게 어렵게 얻어낸 단서들을 국민들과 공유한 것 뿐이다. 정봉주가 한 일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들 중에서 BBK와 이명박 사이의 관계에 대한 정보들을 공개한 것 뿐이다.
지금 할 일은 두 가지이다. 첫째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진실임에도 명예훼손 책임을 지우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을 꼭 폐지해야 한다. 물론 이번 유죄조항은 선거법 조항이지만 명예훼손 논리를 대입하였음이 분명하다. 

둘째 사법개혁이다. 법관소환 제도만으로 불충분하다. 법관이든 검사이든 국민의 위임 범위 안에서 활동한다는 명제를 확실히 상기시켜줘야 한다. 국민은 누구에게도 국민의 말이 진실임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국민을 처벌할 권한을 준 적이 없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박 교수의 동의를 받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