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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9일 수요일

일베 사이트 폐쇄는 ‘과도한 조치’… 정치적 투쟁으로 남겨놔야

이글은 미디오늘 2013-05-28일자 기사 '일베 사이트 폐쇄는 ‘과도한 조치’… 정치적 투쟁으로 남겨놔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운영위원장

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에 역사를 왜곡하고 반인륜적인 표현들이 올라오면서 폐쇄조치를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문제로 일베 현상을 돌이켜봤을 때 사이트 폐쇄 조치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 뿐더러 과도한 조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볼 때 극우적인 의견이 나왔다고 사적영역의 커뮤니티를 제재했을 때 자유로운 정치사상과 정치적 의견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사이트 폐쇄 조치 주장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면서 "이를 허용하면 진보진영쪽에서 정치적 의견을 말할 경우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연합단체인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호중 교수는 정당한 비판 때문에 탄압을 받고있는 사회적 약자편에서 집시법 사전신고제 반대, 국보법 폐지 등 일관되게 표현의 자유를 주장해왔던 인물이다.
다음은 이호중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 일답이다.


일간베스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일베 사이트 폐쇄 논란이 한창이다. 사이트 폐쇄에 찬성하나?개별적인 게시물들이 역사 왜곡을 하거나 과도할 정도의 비방적인 표현이 문제가 된다면 게시물을 삭제하는 조치는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사이트 전체를 완전히 폐쇄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런 이유로 폐쇄한다면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개입이 매우 과도해질 우려가 있다.
- 일베 폐쇄 논란에서 핵심은 표현의 자유 문제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의 판례를 들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인간성을 말살하는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굉장히 어려운 문제지만 결국 표현의 자유 한계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 독일 같은 경우 나치의 경험이 있어서 신나치주의 사람들을 나치 추종 행위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것은 독일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우리의 경우 5.18 문제에 대해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왜곡하고 있는데 이 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왜곡문제는 처벌 규정을 만들어서 처벌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한편으론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조명할 것인가는 시대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문제여서 법적인 잣대로 이것이 진실이다 라고 하는 것도 위험한 문제다.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실을 가지고 성격을 달리 규정하는 것에 일률적으로 안된다라고 하는 것도 역사적 진실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너무 제약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 민주당이 나서 일베 사이트의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일베 현상의 논란의 극우주의 논란과 맞닿아 있어 비판을 하고 있지만 진보진영 쪽에서 나오는 정치적 의견도 똑같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친북적인 발언, 사회적 발언과 관련된 게시글 들이 있는 사이트를 규제하자는데 보수쪽이 이번 사건을 이용할 것이다. 원칙적으로 정치적 사상에 대해 관용주의를 취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처럼 해서 상대방을 차별적이고 모욕적으로 대하고 팩트를 왜곡하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를 해야 한다.
- 일베 사이트 폐쇄 조치가 곧 표현의 자유 일반을 축소시키는 행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인가?일베에 반사회적인 게시글이 있다고 해서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인정해버리면 그와 같은 논리가 더욱 많이 적용될 수 있는 쪽이 진보진영 쪽이다.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쪽에서 문제제기를 할 때도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폐쇄 조치를 하더라도 근본적인 일베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사실 사이트 폐쇄 조치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각해야 될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표현이라고 하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예를 들어서 동성애를 찬성하면 종북이라고 밀어붙이는 것은 합리적 토론을 전제인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 것이고 특정 집단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무작정 보장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결국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 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앞서 말했듯이 독일 같은 경우 나치의 경험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형사 처벌이 가능하지만 우리의 경우 어떤 기준으로 골라낼 것인지 굉장히 애매하다. 독일의 경우도 나치휘장이나, 상징, 나치식 행태들에 한정해 처벌하는 것이다. 5.18을 왜곡하거나 동성애를 비하했다고 해서 모두 처벌할 것이냐는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혐오적인 비하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규제해야 될 문제지만 정치적 사상과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정치적 투쟁의 영역으로 남겨놔야 한다.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2013년 5월 23일 목요일

조국 "일베들,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 아니다"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22일자 기사 '조국 "일베들,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5.18 희생자 모독은 민사, 형사, 행정적 제재대상"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22일 "일베들이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나를 공격하는구나. 가가대소!"라고 일축했다.

조국 교수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말한 뒤,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다. 민사, 형사불법을 저지르는 표현행위는 당연히 제재대상"이라며 5.18민주화운동 왜곡·모독행위는 사법처리 대상임을 강조했다.

그는 "공인에 대한 풍자와 야유, 일정한 사실에 기초한 공인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는다. 그러나 5.18 희생자 모독 같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는 민사, 형사, 행정적 제재대상"이라며 "일베가 누리고 있는 활동의 자유 역시 5.18 등 민주화운동 덕임을 알랑가 몰라? 여하튼 한계를 넘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표현행위는 제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성별, 인종, 장애 등을 이유로 타인을 비하, 모욕하는 일베의 쓰레기 수준의 반인권발언을 접하면, 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지 알게 해준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심언기 기자 

2013년 2월 4일 월요일

사찰 논란 국정원, 직원 ‘표현의 자유’만 옹호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03일자 기사 '사찰 논란 국정원, 직원 ‘표현의 자유’만 옹호'를 퍼왔습니다.

ㆍ전문가 “이중적 인권 시각”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 행사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1일 직원 김모씨(29)가 지난 대선 기간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작성한 야당 비판 글 등이 공개되자 이렇게 해명했다. 김씨도 국민의 한 사람이므로 헌법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고, 개인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국정원이 그동안 행했던 여러 가지 일을 들어 “국정원이 표현의 자유를 얘기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2010년 5월 방한 중이던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일행을 미행하다 들켰다. 국정원 요원들이 캠코더로 라뤼 일행의 동향을 찍고 다니다가 차량 번호판이 사진에 찍혀 국정원임이 탄로가 났다. 국제적으로도 망신거리였다.

지난달 9일에는 수원 진보연대 고문인 이모씨를 미행하다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 문모씨로 밝혀진 요원이 이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다니다가 이씨에게 들켜 몸싸움을 한 뒤 경찰 지구대에 붙들려온 일이다. PC방 아르바이트가 직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문씨는 국정원이 경찰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면서 국정원 직원임이 탄로났다.

지난달 23일에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국정원 직원 김씨의 댓글 사건을 비판하자 아예 명예훼손 혐의로 표 전 교수를 검찰에 고소했다. 표 전 교수가 표현의 자유를 들어 반박했으나, 국정원은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정원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이중적인 인권 시각’이라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직원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하지만 이번 사건은 국정원이 직접 연루된 것이어서 사정이 다르다”며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염치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평소에는 사찰 논란을 빚고,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에는 재갈을 물리던 국정원이 표현의 자유와 인권 등 국민이 누려야 할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을 얘기하려면 자신이 이를 얼마나 존중해왔는지 먼저 되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두·남지원 기자 phd@kyunghyang.com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무슬림의 무지’, 이것까지도 표현의 자유일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7일자 기사 '‘무슬림의 무지’, 이것까지도 표현의 자유일까'를 퍼왓습니다.
[이안의 컬처필터] 표현이 아니라 모욕이고 공격, 선전포고에 다름없는 영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 이전 까지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뒷모습으로만 재현되곤 했다. 인간이 감히 ‘신의 아들’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은 신성모독이라는 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커다란 교회 건물에 새겨진 조각이며 그림, 스테인드 글래스, 사사로이 부적 삼아 가지고 다니는 십자가며 성패에 원래 생김새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백인 꽃미남 캐릭터로 무수히 재현되어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굳이 영화로는 재현하기 꺼려한 것은 그 영향이 현실에 미치는 실제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14분짜리 영상물 하나가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독재와 인권 탄압, 정부의 부패 따위에 저항하는 시위의 물결이 이어졌던 ‘아랍의 봄’ 이후 안정을 되찾아가던 중동에서 불붙은 반미 시위와 무장 공격을 일으킨 영상물의 제목은 (무슬림의 무지)로 번역되고 있다. 처음 영어로 배포된 원래 제목은 (Innocence of Muslims).

그렇다면 ‘무지’로 번역되는 ‘innocence’란 어떤 말인가? 대개 ‘무지’보다는 ‘순수’ 또는 ‘순진함’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말은 키에르케고르에 따르면 선악의 구별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원죄 이전의 상태다. 원죄란 바로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아담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선악을 구분하게 된 이래 모든 인간은 원죄를 지니고 태어나게 되었으며, 예수 그리스도 이후 ‘세례’를 통해서만 죄사함을 받는다고 믿는다. 어찌되었든 종교든 문화든 역사든 인간은 선악을 판단하게 된 인간은 도저히 ‘순수’든 ‘무지’든 ‘innocence’한 상태에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리비아 미국 대사와 외교관들이 죽음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이집트 카이로 미국대사관이  공격당하고 튀니지, 팔레스타인 등 중동 지역 전역을 넘어 이제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번지고 대상도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서방 국가들로 반미시위의 불길이 일어나도록 한 이 제목의 영상물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분파 콥트 교도인 유대계 미국인이 제작했다는 (무슬림의 무지)는 이슬람 최고의 선지자 무함마드를 어린 아내 말고도 여러 여자를 탐하는 바람둥이, 변태적인 소아성도착자, 그러다 부인들에게 신발로 등짝을 두드려 맞는 한심한 팔푼이, 심지어 자기 할머니 팔 다리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에 내모는 잔혹한 괴물로 묘사한다. 

이렇듯 인물의 성격을 비틀고 조롱하는 것을 넘어서서 전세계 인구의 25%나 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욕으로 쓰이는 당나귀를 이슬람교도에 비유하는가 하면, 선지자인 무함마드가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율법을 어기고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쿠란을 왜곡하는 장면이나, 기독교의 신약성경과 유대교 율법 토라를 짜맞춘 것이 이슬람이라고 말하며 근본을 부정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제작자 나쿨라 배슬리 나쿨라는 유대인 100명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후원받아 이 영화를 찍었고, ‘샘 배실’이라는 지어낸 이름으로 지난 7월에 먼저 14분짜리 동영상으로 압축 편집한 영상물을 유튜브에 올렸다. 만듦새 엉성하고, 내용이며 배경이며 캐릭터까지 허술하기 짝이 없다보니 별로 주목하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영어로 된 이 영상물을 이슬람 경전을 불태우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슬람과 개신교의 갈등과 충돌을 부추기면서 매해 9월11일 ‘국제 무함마드 심판의 날’ 행사를 벌여온 개신교 근본주의자 목사 테리 존스가 앞장서 홍보하자 반 이슬람 운동가들이 아랍어판으로 만들어 퍼뜨리기 시작하면서 아랍권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미국 정부는 유튜브 쪽에 동영상 삭제를 요청했으나 유튜브를 소유하고 있는 구글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무슬림의 무지)가 '종교에 근거해 대중을 선동하거나 공격을 하게 하는 연설을 포함한 적대적 연설은 금지한다'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에 대한 제한은 정치적 압력보다는 현지 법률에 따라야 한다’며 삭제를 거부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이다.

이에 대해 미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는 이 영상물은 포르노라고 규정하며 유튜브가 아니라 테리 존스에게 자제를 당부하는 지경이 되었다. 더구나 사태가 이 지경이 되고서야 영상물이 미치는 파장을 알게 된 출연자와 제작진들은 “영화의 각본이 많이 수정되는 등 우리 모두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처음 제목은 (사막의 전사들)이었으며, 2000년 전에 이집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영화일 뿐 이슬람을 모독하는 내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슬림의 무지)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기에는 이미 큰 죄를 저지른 셈이다. 출연진과 제작자를 속여 촬영에 임하게 하더니, 만들어진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전 인구의 4분의 1을 모욕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람 대상에 대한 아무런 제한이나 안전장치 없이 배포된 것이다. 

더구나 스스로를 ‘이슬람 문제에 관심 있는 아랍 사상가 제작자’라고 밝힌 나쿨라는 미국 대사의 피습 사실은 슬프지만 영화를 만든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영화 전편을 올리는 것도 생각 중이란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과 가족이 피해를 볼까 두려워하고 있단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고 만든 영상물이 아니라 바라던 것보다 영향이 더 커진 것이 그가 몰랐던 한 가지고, 그것은 ‘순수’하지도 ‘무지’하지도 않다. 교활하고 파렴치하다.

포르노가 다루는 욕망과 배설과 음탕함이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무슬림의 무지)처럼 이토록 전방위적으로 공공연히 다른 종교에 대한 적대를 드러내고 부추기는  영상물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종교적 광기를 자극해 서양 세계의 권력과 부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면서 악명 높은 흡혈귀 ‘드라큘라’의 전설을 만들었던 십자군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평화가 무너지면 웃음 짓게 될 집단은 무기를 팔아먹어야 배가 부른 현대판 흡혈귀 ‘군수산업’이다. 이 군수산업을 틀어쥐고 있는 나라, 거기에 뒷돈을 대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아이언 맨)이 중동 무장 세력에게 무기를 팔러 갔다가 자신이 된통 당한 다음에야 정신 차리고 본 것은 군수산업으로 떵떵거리고 살아왔던 자신의 원죄였다. 심장을 다치고서야 평화를 지키려는 아이언맨을 못마땅해 없애려하는 건 군수산업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미국 정부였다. 

지구 평화를 지키는 것, (어벤저스)에게 맡길 수 없는 현실이건만 (무슬림의 무지)는 기어코 분쟁을 도발하는 불을 붙였다. 이런 파렴치한 짓거리를 '영화'의 범주에 넣고 보는 게 참담하다. 이 따위는 그저 불쏘시개일 뿐인 것을.

이안 영화평론가 | angela414@paran.com  

2012년 9월 2일 일요일

이건 ‘기부’가 아니무니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09-03일자 제926호 기사 '이건 ‘기부’가 아니무니다'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국가 또는 지자체 정책에 찬성 또는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은 기부할 수 없는 법령 예고… “기부는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제주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벌이는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의 후원 계좌를 경찰이 조사하고 나섰다. 강정마을회가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인터넷 사이트에 마을회 이름의 계좌를 게시하고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게 이유다. 강정마을은 지난 5년간 후원계좌로 4억원을 모았고, 이 중 3억5천만원을 행정소송 비용과 벌금형을 받은 마을 주민 지원 등에 집행해왔다.
‘등록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다. 지자체나 행안부가 기부사업 내용을 멋대로 판단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도 따로 없다. 공무원이 결정하면 그만이다.

» 제주 강정마을은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금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정마을평화대행진에 참여한 참가자 1천여 명이 지난 7월31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해변 공장 앞에서 출발하는 모습. 서귀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등록한 기부는 1%도 안 되는데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지난 5월 언론 보도를 보고 경찰 조사 사실을 알았다. “후원금 모금은 2007년부터 해오던 일이다. 제주 지역의 각 마을은 다 그렇게 후원금을 받아 마을 일에 쓴다. 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아무런 안내가 없다가 갑자기 불법 운운하며 수사하니 황당하다.” 법률 자문을 맡은 백신옥 변호사는 “기부금 단체가 대부분 지키지 않아 사문화된 법을 수사기관이 갑자기 들고 나와 강정마을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은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적 장소에서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할 때는 지방자치단체(10억원 미만)나 행정안전부(10억원 이상)에 사전 등록하도록 돼 있다. 경찰은 강정마을회가 이 규정을 어겼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연간 기부금 총액은 10조300억원인 데 비해 기부금품법에 따라 행정관청에 등록한 기부 규모는 1145억원에 그친다. 전체 모집 시장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강정마을회 후원 계좌를 개설한 강 회장은 지난 6월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한 차례 받은 뒤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기소돼 법정에 서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성도 따져볼 계획이다. 마음에 걸리는 건 경찰이 후원금을 보낸 기부자들의 계좌까지 조회하고 신상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이다. “제주경찰청에서 은행에 금융거래 정보 제출을 요구해 강정마을 계좌의 입금자 인적 사항을 파악했다. 은행이 입금자에게 최근 이를 통보해 강정마을회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백신옥 변호사)
강정마을회는 ‘합법화’도 시도했다. 경찰 수사를 받는 중에 후원금 5억원을 목표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제주도에 신청한 것이다. 모집 목적은 ‘해군기지 문제의 민주적 해결을 위한 활동 지원’ 등으로 적었다. 제주도는 행안부의 법률 검토를 받아 ‘불가하다’고 지난 6월28일 강정마을회에 통보했다. 기부금품법이 규정한 11개 분야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강정마을회는 “기부금품법이 명시한 환경보전사업, 시민참여사업, 공익사업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지만 행안부 관계자는 이렇게 반박했다. “공익활동이라면 대다수가 찬성하고 지지해야 하는데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라서 갈등이 커질 위험이 있다. 이런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후원금을 모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애초부터 합법적으로 대중 후원금을 모집할 길이 강정마을에는 없었다는 뜻이다. 강정마을회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후원 계좌를 내렸고 후원금도 크게 줄었다. 백신옥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패소한 행정소송 탓에 제주도가 강정마을회에 소송 비용 3469만여원을 청구했다. 삼성물산 등도 업무방해죄로 주민들을 고발하고 손해배상금도 청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이 ‘빚더미’에 올라앉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기부금품법을 시민사회 활동을 억누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등록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어서다. 지자체나 행안부가 기부사업 내용을 멋대로 판단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도 따로 없다. 공무원이 결정하면 그만이다. 또 기부금품 등록 비율이 1% 미만이라서 특정 사회활동을 형사처벌하는 수단으로도 검찰이 활용한다.

»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 기부금품 모집을 등록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행정안전부가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해, 민주통합당 이찬열·진선미 의원이 지난 8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입법토론회’를 열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 제공

강정마을도, 촛불시위도… 못박아 ‘거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활동이 그랬다. 서울중앙지검은 촛불집회 과정에서 회칼 테러를 당해 시민의 치료비를 모금한 김아무개(46)씨를 기부금품법 위반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1천만원 이상을 모금했는데 기부금품법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않았고 치료비 외에 택시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촛불집회와 관련한 광고를 게재하려고 기부금 1900만원을 모집한 대학생 김아무개(27)에게 세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회활동에 대해서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이제는 법률에 못박기로 했다. 행안부는 8월3일 기부금품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명분은 법률명에 ‘기부문화 활성화’를 추가하고 기부금품 모집을 원칙적으로 등록해주고 일부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 등록할 수 없는 규제 사업 항목이 문제다. △영리·정치·종교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국가 또는 지자체 정책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 △법령 위반 등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공익변호사모임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여론 형성을 원칙적으로 틀어막겠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입법예고안이 알려진 7월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맹형규 행안부 장관에게 물었다.
“시민단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하지 못하는 구석구석의 국민이 필요로 하는 부분들의 일을 하는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국가 정책이 제대로 가는지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정부 입법예고안은)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정부 정책에 찬성과 반대하는 경우에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는 걸로 돼 있다. 이유가 뭡니까?”
“정책 현안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많잖아요? 옛날의 광우병 이런 것들.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할 경우에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이렇게 만든 겁니다.”
“사실상 시민단체의 역할을 마비시키겠다는 의도인 게 너무나 명백하군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한상민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시민사회의 활동 근거, 시민의 사회참여를 아예 부정하겠다는 발상이다. 환경보호 활동하다가 정부가 이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정책을 뒤늦게 내놓으면 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박영선 참여사회연구소 실장은 기부금품법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의 자발적 기부 참여 행위를 국가가 차단하고 특정 영역에 가둘 필요가 없다. 무질서한 기부금품 요구나 난립은 형법으로 규율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사후 관리에 집중하면 된다.”

“정책 현안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많잖아요? 옛날의 광우병 이런 것들. 기부금품 모집을 허용할 경우에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에 이렇게 만든 겁니다.”-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 한겨레21 926호 표지이야기 기부금 현황
단속에 초점 맞춘 1951년 철학 그대로

기부금품법은 사실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애초에 기부활동을 금지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됐기 때문이다. ‘기부의 자유’ ‘기부의 활성화’를 열망하는 21세기 기부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1951년 한국전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민간단체들이 반강제적 모금행위를 벌여 재산권을 침해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누구든지 기부금품 모집을 할 수 없다’는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을 제정했다. 다만 ‘국제구호, 천재지변 구호, 자선사업 등 법률이 규정한 공익사업에만 기부금품 모집을 허가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문제가 발생했다. 1997년 7월 ‘북한 어린이 살리기 의약품지원본부’가 북한 주민을 도우려고 현금과 의약품을 모집하겠다고 나섰는데 정부가 불허했다. 지원본부는 행정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했다.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사정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에 대한 구호와 지원 자제를 금할 명분이 되지 못한다. 국제구호에 유독 북한 주민만 제외할 이유가 없다.” 결국 1998년 5월 이 법률은 헌법재판소에서 생명력을 잃는다.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기부행위의 허가 여부를 행정청의 재량 행위로 하며 △기부행위의 모집 목적을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기부금품법 모집 허가 범위를 넓히고 그 사용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한 개정안이 만들어졌는데, 이 법률도 2010년 헌재 심판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합헌이었다. “기부금품 모집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지 않으며 옛 기부금품법과 달리 금지가 아니라 과잉모집 규제와 적정사용에 목적을 둔” 법률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대현 당시 재판관은 위헌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기부행위는 기부자의 자유 의사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모집 목적이 위법행위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해로운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모집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법행위는 형법 등이 규제하고 있으므로 기부금품의 모집을 금지하거나 허가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 시민사회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행안부는 정부 정책에 찬성·반대하는 기부금품 모집을 규제하는 새로운 입법예고안을 냈다. 염형국 변호사는 “국민의 자유로운 기부를 국가가 지원하고 장려하는 방향으로 기부금품법을 운영해야 하는데, 기부활동을 입맛대로 규제·통제하겠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부행위는 ‘표현’이며, 기부를 규제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법률가들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기부할 것을 권고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며“상업적 거래를 권고하는 광고가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총장을 지낸 정연순 변호사는 기부행위를 “정치적 표현”이라고 진단했다. “1970~80년대는 시위하며 의견을 표현했고 시민단체가 생긴 1990년대에는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 사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관심 있는 사안에 모금을 하며 사회운동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강정마을에 후원금을 보내고 희망버스를 타며 사회에 연대감을 표현하는 거다. 특정 기부행위를 봉쇄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국가 주도 사업은 ‘기부 특혜’

지난해 12월 민변이 2주 만에 4억8097만원(9038명)의 후원금을 모은 일명 ‘쫄지마 기금’이 그런 사례다. 정식 명칭은 ‘표현의 자유 옹호 및 증진을 위한 공익변론기금’인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다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피소된 시민들을 변론하려는 기금이다. 팟캐스트 에 출연하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1년 징역형을 받아 수감된 게 계기였다. 민변은 기부금품법에 따라 지난해 11월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서울시에 신청했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입법 예고된 기부금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쫄지마 기금’과 비슷한 공익변론기금은 앞으로 등록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개정안에는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등록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기부금품의 또 다른 문제는 형평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정치자금법,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문화예술진흥법, 한국장학재단설립법 등 10개 법률에는 기부금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가 주도하거나, 국가 정책에 따른 성금이나 기부금은 손쉽게 모집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는 셈이다. 반면 매년 주무 관청에 사업보고서를 내고 국세청의 공시 의무도 이행하는 공익법인은 기부금품법을 추가로 따라야 한다.

‘개별 사업 건별로 등록해야 하는데 각 사업이 1천만원이 넘을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건별로 등록할 인력도 없다. 기부금품법은 모집 비용을 최고 15%만 쓰라고 하는데 단체 규모가 작을수록 지킬 수 없는 규정이다.”-기부금 단체 관계자

» 기부금품을 행정청에 등록하는 비율이 전체 기부금 규모의 1% 수준에 그친다. 가수 이효리씨가 후원한 동물보호단체도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공익단체도 등록을 거의 하지 않는다. 2010년 기준으로 정부에 등록된 기부금 단체는 2만9132개, 공익단체는 3164개인데, 불특정 다수에게 1천만원 이상을 모집한다고 등록한 건수는 97건에 그쳤다. 기부금 단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법을 따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개별 사업 건별로 등록해야 하는데 각 사업이 1천만원이 넘을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건별로 등록할 인력도 없다. 기부금품법은 모집 비용을 최고 15%만 쓰라고 하는데 단체 규모가 작을수록 지키기 어려운 규정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15∼25%)에도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도 처벌 강도는 날로 높아진다. 기존의 3천만원 이하 벌금형, 3년 이하의 징역에서 올해부터는 지정기부금단체 자격 취소까지 가능하게 됐다.
‘잠재적 범죄자’가 넘쳐나다 보니 고소·고발이 잇따른다. 지난해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도민추진위원회’가 관련 캠페인을 열어 후원금 56억7200억원을 모금했는데 기부금법에 따라 행정관청에 등록하지 않았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만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조사하자 제주 시민단체들이 부만근 범도민추진위원장을 고발했다. 지난 3월 정아무개씨가 노무현재단, 아름다운재단 등을 불법 모금단체로 고발했고 동물보호단체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박아무개씨가 적법한 모금과 투명한 모금 사용을 목적으로 동물보호단체 20곳을 8월24일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가수 이효리씨가 에세이 의 인세를 전액 기부해 화제를 모았던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서울시에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경찰에 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달부터 등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부금 단체의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8월23일까지 등록 신청한 건수가 44건으로 지난해(41건)보다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기부금 규모의 1%도 되지 않는 수치다.

막무가내 고소·고발 잇따라

시민사회단체도 대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시민사회 대화마당을 8월27일 아름다운재단 1층에서 열어 시민사회 활동을 위축시킬 개정안의 ‘등록 금지 조항’을 전면 폐지하고 기부문화를 활성화할 새로운 대안 법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9월11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이라서 시민사회가 의견을 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8월 14일 화요일

<뉴욕타임스> "한국은 인터넷 검열국가"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14일자 기사 '(뉴욕 타임즈) "한국은 인터넷 검열국가"'를 퍼왔습니다.
한국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 제한된 사례 보도

▲ "한국은 인터넷 검열중. 어딘지 헷갈리나요? 바로 남한입니다." 1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누리집. 한국에서 인터넷이 검열되고 있음을 보도하고 있다. ⓒ 뉴욕타임스 갈무리

"대통령을 욕하는 뜻의 트위터 아이디를 사용하던 누리꾼은 계정을 접속차단 당했다. 논란이 일었던 해군기지건설 승인을 '해적'에 비유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던 사람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글을 썼던 판사는 보복으로 해고되었다." - (뉴욕타임스) 기사 중에서 

12일(현지시각), 미국언론 (뉴욕타임스) 기사의 첫 문단이다. '2MB18nomA'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썼다 접속차단 당한 송아무개씨,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했던 '고대녀' 김지윤씨, '가카새키짬뽕' 등의 글을 트위터에 올려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던 서기호 의원의 이름이 떠오르는 글이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대한민국,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졌던 일이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최근 몇년 동안의 한국에서 생긴 사건들을 예로 들면서,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검열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 대한민국 인터넷 검열실태 폭로 

"한국은 인터넷 검열중. 어딘지 헷갈리나요? 바로 남한 이야기입니다."

기사는 제목에서, 인터넷 검열이 벌어지고 있는 국가가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고, 서울 지하철에서도 인터넷을 자유로이 서핑할 수 있다"고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칭찬했지만, 이어서 인터넷 검열의 실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국이었다면 놀라울 게 없지만,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번성한 나라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강력한 인터넷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국경없는 기자회'는 한국을 인터넷 감시국으로 선정했으며, 러시아나 이집트처럼 '반대의견에 편협한 국가'로 분류했다."
"1980년대 독재에 항거했던 길거리 시위를 대신하여 소셜미디어는 저항의 새로운 분출구가 되었다. 그렇기에 어렵게 얻은 자유를 내쳐버리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들어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이후 감시가 고조되었고, 인터넷 게시물 삭제나 접속차단 조치가 2008년 1만5000건에서 지난해인 2011년에는 5만3000건으로 약 3배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게시글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블로그가 차단된 사람중에는, (오마이뉴스)에서 4대강 관련 기사로 알려진 최병성 시민기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기사에서는 "정부의 환경정책 비판가인 최병성 목사가 자유발언이 약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고 그의 발언을 언급했다.

"그들(정부)은 벼룩을 잡기 위해 건물을 다 불태우고 있어요"라는 최병성 시민기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유해폐기물을 원료로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의 유해성을 폭로한 블로그 글이 삭제된 것에 맞서 싸운 사람으로 최 시민기자를 소개했다.  

그리고 전임자였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주의를 줄이기로 결정했었고, 그로 인해 누리꾼들의 비판을 더욱 수용하는 편이었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검열 당합니다"... 서기호 판사 등의 사례 보여주며 풍자까지


▲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검열당합니다." <뉴욕타임스>누리집에서 기사 외에 따로 마련한 페이지. '트위터' 상에서 올린 글로 인해 검열되거나 비판받은 한국인들의 사례를 모아놓았다. ⓒ 뉴욕타임스 갈무리

(뉴욕 타임즈)는 기사 외에 또 다른 페이지를 마련했다. 언론사의 누리집에 온라인 공간인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검열되어 계정을 차단 당하거나 다양한 불이익을 받은 사례들을 별도로 모아서 보여준 것이다.

▲ <뉴욕타임스> 누리집. 한국의 트위터 검열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 뉴욕타임스 갈무리

(뉴욕 타임즈) 누리집의 이 페이지에서는, '2MB18nomA'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계정을 차단당한 송아무개씨, 강정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던 김지윤씨, 판사였던 당시 '가카' 트윗글을 올렸던 서기호 의원, 그리고 북한계정의 트윗글을 리트윗했다 구속되었던 박정근씨 등 다양한 인터넷 검열관련 사례들을 볼 수 있다.

또한, 'BBK저격수'로 불리던 정봉주 전 의원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중이라고 덧붙이면서,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한국에선 이렇게 쓰면 검열당한다"는 페이지의 제목에서 보듯이, (뉴욕 타임즈)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검열실태의 심각함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2012년 대한민국, 추락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

▲ 7월 4일 CNN 누리집. 북한관련 게시물을 올린 이유로 구속된 박정근씨를 보도한 CNN 누리집 기사. ⓒ CNN 갈무리

외신들이 한국의 '표현의 자유제한'을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4일, CNN에서도 트위터 게시글을 이유로 구속되었던 '박정근씨'를 인터뷰하고 인터넷 검열 문제를 보도했다. (관련 기사 : CNN "한국에선 농담 잘못하면 감옥행")

그뿐만 아니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2010년에는 프랑크 라 뤼 UN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표현과 언론자유 후퇴를 조사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었다. 당시 라 뤼 보고관은 심각하게 침해당한 '표현과 언론자유'의 상태를 우려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제의했으나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한국정부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돌아간 그는 보고서를 통해 (피디수첩)에 관한 검찰조사, YTN 기자 해직과 KBS 사장 교체 등 당시 언론부문 현안들에 대해서 "대한민국은 지난 15년간 인권 부분에서 혁혁한 성취를 세워왔으나,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체제의 국가에서 정치인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이기에, 국민과 소통하여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소통은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 두려워하거나 움츠러들지 않도록,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부와 대통령이 국민과 진정 소통할 생각이 있다면, 외신과 UN 보고관이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더 이상 외신에서 대한민국 국격이, 언론자유가 추락했다는 소식이 아닌 더 나아진 대한민국의 뉴스를 다시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준수(deckey)

2012년 5월 5일 토요일

고등법원, "방통심위의 일방 삭제 결정, ‘표현의 자유' 침해" 판결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04일자 기사 '고등법원, "방통심위의 일방 삭제 결정, ‘표현의 자유' 침해" 판결'을 퍼왔습니다.
법원의 항소 ‘기각’에 최병성 목사 “무책임한 칼질 말아야”

서울고등법원은 3일 방통심의위가 최병성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이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행정처분이라는 주장을 재차 받아들였다.

▲ 최병성 목사의 미디어 다음 블로그에 해당 글이 삭제된 모습

지난 2008년 방통심의위는 최병성 목사가 자신의 다음 블로그에 ‘쓰레기시멘트’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올린 4건의 글에 대해 ‘불법정보’라며 삭제를 결정했다. 이에 최 목사는 “방통심의위의 행정처분은 한국양회공업협회의 일방적 요청에 의한 것으로 공정하지 않은 심의결과”라며 “국민의 표현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행정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2009년 4월 서울행정법원은 “최병성 목사의 글은 공익적 목적이 있기에 명예훼손 대상이 아니다”며 행정처분의 취소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통심의위의 행정처분은 한국양회공업협회의 일방적 요청에 의한 공정하지 않은 심사결과로, 국민의 표현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행정지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방통심의위 주장에 대해서도 “포털사에게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으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 최병성 목사ⓒ오마이뉴스 유성호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최병성 목사가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게시물 삭제 시정 요구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항소에서 재차 최 목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최병성 목사는 “방통심의위는 민간기구라는 이름으로 광우병의 위험성을 다룬 MBC 등 정부에 불리한 방송 프로그램 및 게시글에 대해 책임 없는 칼질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은 방통심의위가 행정처에 해당해 향후 무책임한 심의를 하지 말라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성 목사는 “이번 고등법원의 ‘기각’ 결정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나 알권리를 제한해온 방통심의위의 존재를 바로 잡으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최병성 목사와의 전화인터뷰 내용이다.
최병성 목사 “방통심의위,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민간이양”
- 고등법원의 ‘기각’ 결정의 의미는?

“방통심의위는 그동안 민간기구라는 이름으로 광우병의 위험성을 다룬 MBC 이나 천안함 사건을 소재로 한 KBS 등의 방송프로그램에 대해 온갖 칼질을 해왔다. 또, 인터넷 상에서는 정부에 불리한 글들을 삭제해왔다. 그러면서도 자기들은 민간기구로 ‘권고’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었는데 법원의 이번 판결은 방통심의위가 더 이상 무책임한 칼질을 하면 안 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하기도 했는데….

“헌재가 말도 안 되는 정치적 판결을 했던 것이다. 이것을 다시 고등법원에서 바로잡아준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아직은 법원이 살아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기회에 표현의 자유 및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해 온 방통심의위의 존재를 바로 잡아야 한다. 민간기구가 아닌 행정청으로 법을 바꾸거나 방통심의위 기구를 민간이양하도록 하거나 해야 하지 않겠나”
- 행정청으로 법개정하거나 민간이양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은?

“지금과 같이 방통심의위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정권에 유리한 방송·통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용하는 합법도구로 기능하게 된다면 폐지하고 민간자율로 운영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