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1일 수요일

변기는 꽉차고, 처참한 싱크대 "나 참 창피해서..."

변기는 꽉차고, 처참한 싱크대 "나 참 창피해서..."
[현장] '단수대란' 구미 봉곡동 아파트...서너 살 꼬마도 물통 들고 나와
김경년(sadragon)
▲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영남네오빌시티에서 교복을 입은 한 학생이 소방차로부터 급수받은 물을 받아가고 있다.
ⓒ 유성호
▲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영남네오빌시티에서 학생들이 소방차로부터 급수를 받아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유성호
   
▲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영남네오빌시티 한 가정 주방에 설거지를 못한 식기들이 싱크대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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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영남네오빌시티 한 가정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자, 화장실 변기에 물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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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11일 오후 5시 ]

처참한 싱크대, 수북하게 쌓인 빨래들
"아이고, 이거 너무 창피해서 어쩌나. 흉보지 마세요."   기자는 물을 받으러 나온 주민을 따라 집에 같이 가보기로 했다. 한사코 안된다며 만류하는 박정순씨(가명.영남네오빌.43)를 어렵게 설득해 그의 집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박씨의 집은 '처참'했다.   기자의 눈을 맨 먼저 잡아끈 것은 싱크대. 각종 음식 그릇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건드리면 그대로 쏟아져내릴 것 같아 가까이 가기가 겁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흘 동안 설거지를 하나도 못한 것이다.   "밥 지을 물도 없는데, 설거지 할 물이 어디 있어요. 우선 저렇게 쌓아두고 물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거죠."  
▲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영남네오빌시티 한 가정 베란다에 빨래를 못한 옷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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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있는 세탁기 앞에도, 거실 바닥에도 빨래를 기다리는 옷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화장실은 더 난리다. 급수 받아오는 물로 '큰 것'은 해결하지만 '작은 것'까지 매번 귀한 물을 사용해 내릴 수는 없었다. 변기에는 누런 오물이 차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도 벌어졌다. 물이 안나오니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방바닥이 싸늘한 냉골이다. 다행히 요즘 기온이 좀 따뜻해졌지만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는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 지 노심초사다.     박씨는 "단수된 뒤 워낙 집이 엉망이라서 내부를 보여주기 싫었지만, 기자님들이 이런 현실을 밖에 많이 알려서 하루빨리 이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허락했다"며 "이게 다가 아니라 시작일 거라는 보도도 있던데, 그게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다.     [2신 : 11일 오후 4시 30분]   "나흘째 생수만 사 먹고 있다"   "아이쿠, 줄이 왜케 많노. 내사 마 죽겠다."   11일 오후 2시 30분경 긴급 급수 소방차가 앞마당에 들어오자, 아파트 앞에 순간 난리가 났다.   각 동에서 빈 플라스틱 물통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부들은 큰 통, 중고등학생들은 작은 통을 들고 엄마뒤를 따라나섰다. 서너 살 짜리 꼬마들도 제각기 작은 통을 들고 나섰다. 그러나 급수차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미리 내놓은 물통들 때문에 순번을 받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경북 구미시 봉곡동 영남네오빌시티 아파트. 이 아파트 마당은 흡사 '피난처'를 방불했다. 물 한통이라도 더 받기 위해 온 가족이 동원됐다.   다행히 이날 오전 구미광역취수장 가물막이가 복구돼 구미지역 상당수 가구의 물 공급이 재개됐으나, 일부 고지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는 미치지 못해 아직도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줄을 선 주민들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익숙하게 줄을 선다. 지난 8일부터 물이 안나왔으니 오늘이 벌써 나흘째다   주민들은 기자가 물이 안나와서 가장 불편한 게 뭐냐고 묻자, 일제히 "말도 마이소. 화장실도 못 가고, 세탁기도 못 돌리고, 밥도 못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예"라며 불편사항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이곳에 거주한지 2년 됐다는 주부 김용순씨(가명.35)는 "물이 안 나오지 않아 나흘째 생수를 사먹고 있다"며 "일부 동사무소에서 나눠주는 생수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간 사먹은 생수값은 누구한테 보상받아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또 "정부에는 매일 내일이면 된다고 말하지만, 내일이면 또 똑같은 소리를 한다"며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의성소방서에서 긴급 동원돼 어제(10일)부터 물공급을 하고 있다는 한 소방관은 "오늘 오전까지도 물을 가져와 달라고 요청하는 전화가 많이 왔었는데, 오후들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1신 : 11일 오후 3시 10분]   "구미 정말 난립니다"  
▲ 4대강 공사장 가물막이 붕괴에 따른 경북 구미지역 단수 사태가 나흘째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영남네오빌시티에서 한 학생이 소방차로부터 받은 물을 주전자에 받아가고 있다.
ⓒ 유성호


▲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영남네오빌시티에서 시민들이 급수를 받아가기 위해 우산을 쓴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water_mountain [구미단수4일] "아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이 안돼 단축수업을 하고 온다고 문자가 왔네요. 집에 와도 밥은 없고…. 철없는 아이들은 컵라면 먹는다 좋아하지만 그걸로 끼니를 떼우게 하는 부모마음은 아픕니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지"(○○동)

@mindgood: 4일째 단수로 <구미시민> 일부가 야산이나 강변에서 대변보는 경우도 있다고 하자 어떤 트친께서 그게 가카가 말하는 '친환경'이라고 합니다."

RT @cyi0921: RT @__BackSpace__ RT @star9956: "지금 저는 구미 인동에 있는데 물 한방울도 않나오는데 방송에는 수돗물 나온다고 사기치네 ㅡㅡ"

RT @tkfjsrks: 1. 구미시청 홈페이지 단수 항의글 폭주하자 비공개 전환 2. 생활용수 통보없이 공업용수로 돌림 3. 언론보도와는 달리 단수상황 심각 4. 보도된 기사에서 4대강 관련 제목 삭제 5. 구미시청, 수자원공사 단수통보 시점놓고 서로 늑장이라 책임전가

@JunghoonYoon "구미에서 마트하고 있는데 정말 난립니디. 동사무소에선 작은생수병 3개씩 줬지만 금방 동나고 저희 쪽에 물 구할 곳 없냐고 문의 오더군요. 지하수 앞은 새벽까지 줄이 서있고... 폭우가 쏟아졌는데 쓸 물이 없다... 아이러니합니다."
경북 구미지역 단수로 인해 트위터가 와글거리고 있다. 갑작스런 '단수 대란'을 구미지역의 일부는 물 공급이 재개됐으나, 아직도 고지대를 비롯한 일부 지역은 물 공급이 안돼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가물막이 복구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단수
▲ 11일 오후 경북 구미시 봉곡동 영남네오빌시티에서 시민들이 급수를 받아가기 위해 생수통과 양동이, 들통 등을 들고 나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수자원공사는 10일 밤부터 밤샘 작업을 벌여 4대강 사업 공사로 인해 막아놨다 무너진 구미광역취수장 가물막이를 복구했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오늘(11일) 오전 6시부터 현재 구미와 칠곡, 김천지역 17만가구 중 3만 6천가구를 뺀 나머지 가구에는 모두 정상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수장에서 정수한 물이 배수지를 거쳐 가정으로 공급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구미시 선산읍과 봉곡동 등 구미와 칠곡 일부 지역은 여전히 물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단수 대란이 나흘째에 접어들자, 물이 공급되지 않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아이디 @hamsssss는 "단수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이 어렵습니다. 초등학생들도 물병을 들고 물을 받으러 다닙니다. 용변을 해결하지 못해서 공공기관을 찾아다니며 동네슈퍼에는 생수가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라고 주민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방송인 김주하씨도 트위터에 "옆집 아이가 다쳤을 때는 위문이다 약이다 챙겨주면서 정작 우리 아이가 다쳤을 때는 나몰라라하는 부모 어떠세요?"라고 묻고 "일본 지진피해에 생수다 생식품이다 보내주면서 4일째 물이 나오지 않는 구미 시민들은 정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라고 정부의 늑장대처에 답답함을 표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kennedian3)은 "21세기 대명천지에 국공립대 등록금 14년치를 강바닥에 퍼부어 이게 뭐 하는 짓이랍니까?"라고 4대강사업 중에 일어난 사고임을 강조했다.
또 김수민 구미시의원(무소속)은 블로그 글(http://kimsoomin.tistory.com/entry)에서 "가뭄도 아닌데 웬 물난리냐"며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했다.
2011.05.11 15:06ⓒ 2011 OhmyNews
참으로 기가 막히는 노릇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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