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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0일 수요일

노원병 보궐선거 불역열호(不亦悅乎)!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19일자 기사 '노원병 보궐선거 불역열호(不亦悅乎)!'를 퍼왔습니다.
씁쓸한 ‘앞맛’과 개운한 ‘뒷맛’이 있는 희한한 선거

▲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노원병 보궐선거는 씁쓸한 ‘앞맛’과 개운한 ‘뒷맛’이 있는 희한한 선거다. 앞맛이 씁쓸한 것은 무엇보다도 노회찬의원에 대한 유죄 판결 자체도 납득이 잘 안가지만, 투표한 유권자들도 모르지 않는 그 오래된 송사(訟事)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의원직 박탈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매년 4월과 10월에 있는 재보궐선거 그 자체다. 어김없이 ‘중간평가’ ‘심판’ ‘응징’ ‘견제’ ‘경종’의 목소리는 터져 나오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든 총・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형성된 권력 지형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입법 행위는 확실히 지체, 마비시키고, 정치의 시야는 협소하게 만들고, 국민적 관심은 좁은 지역에서 소진시킨다. 민주주의의 축제인 선거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권력과 정당과 주요 정책을 제대로 평가, 심판할 수 있도록, 2년 마다 권력 지형을 진짜로 바꿀 수 있는 큰 선거를 배치하여 재보궐 선거를 통합하자는 것이다. 헌법을 고쳐 4년 임기 국회의원을 절반씩 뽑든지, 아니면 비례대표 의원과 지역구 의원을 50대 50으로 하되, 비례의원의 임기는 2년으로 줄이는 방법 등으로!
총대선과 지방선거의 간격이 2년이니 선거주기는 적절하지 않냐고? 그렇지 않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및 정당에 대한 분노를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에게 묻는 것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들의 공과 혹은 실적으로 심판 응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방자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 아무튼 총대선처럼 권력 지형을 바꾸는 것도 아니요, 주요 정치적, 정책적 쟁점(정책)을 결정하는 것도 아닌, 몇몇 지역의 재보선을 놓고,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을 1년에 두번씩 보는 것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그런데 국민들도 강하게 요구하지 않고, 의원들은 당연히 피곤해하는 이 제도가 내 생애 내에 정착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원병 보궐선거의 뒷맛은 왜 개운하냐고?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어서? 미워하는 사람 혹은 정당이 창피를 당할 것 같아서? 전혀 아니다.
안철수 세력은 정치적 지각 변동의 진앙지 확보 차원에서 안철수가 직접 출사표를 던졌고, 노회찬과 진보정의당 역시 서울에서 유일한 정치적 거점 사수 차원에서 부인 김지선이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통합당 역시 결코 모르쇠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안철수와 김지선의 출마로 인해 주요 정치 집단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생존 투쟁을 벌이면서, 각자의 맨 살과 맨 얼굴을 보여줄 것 같아서다.
‘묻지 마 정권심판’, 진보판 ‘우리가 남이가?’ 사상(진보-보수 진영적 사고), 정치적 메시아에 대한 기대와 환상, 왕년에 고생 좀 한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신뢰와 부채감 등 정치발전의 발목을 잡아온 거품 내지 족쇄들이 거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갈 것 같아서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이들이 간판 상품으로 팔아 온 새 정치, 민주, 진보, 정의의 실체가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 볼 것이다.
안철수는 타고 있던 ‘백마(白馬)’에서 내려와 금배지 하나를 위해, 노원병 지역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머리를 조아리고 손을 내밀 것이다. 누구 못지않게 치열한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았고, 오랫동안 풍찬노숙을 하면서 민주화와 노동기본권 강화를 위해 투쟁을 한 노회찬-김지선과 60년 정통 야당에다가 10년을 집권한 의석의 46%를 가진 거대 야당을 아직도 모호한 ‘새 정치’의 이름으로 눌러야 한다. 당연히 혹독한 비난, 냉대를 적지 않게 받을 것이다. 당신의 ‘새 정치’가 도대체 뭔지? 그 폭압의 시대에 뭐했는지? 지난 대선 때는 왜 그 따위로 행동했는지? 왜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남편이 억울하게 직장을 잃어 생계 위협에 노출된(?) 한 가족을 짓이기려 하는지? 등.
뼈아픈 비판, 말 되는 소리, 말도 안 되는 비난은 노회찬-김지선이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을 것이다. 세습 시비는 필연이다. 당신들이 부르짖는 진보와 정의가 도대체 뭔지? 민주노동당-진보신당-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의 노회찬의 처신이 적절했는지? 뛰어난 말재간 말고 보여준 것이 뭔지? 민주통합당에 넘쳐나는 ‘탄돌이들(탄핵에 분노한 표심에 힘입어 손쉽게 금배지를 단 의원들)’처럼, 이미 검증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묻지 마 MB심판-야권연대에 힘입어, 돌아온 한명의 ‘올드 보이’가 아닌지? 민주당 역시 안철수의 등장으로 인해 새누리당과 적대적 상호의존 체제하에서 누려온 독과점 이익이랄까 반사이익(거품)이 왕창 빠지는 사태를 맞고 있다. 생사를 건 혁신을 하든지, 죽든지 하는 상황으로 내 몰리고 있다. 이 어찌 불역열호(不亦悅乎) 소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나는 윤여준, 김종인 등 빼어난 멘토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너무 쉽게 대통령 자리와 민주당을 M&A 하려다가 실패한 안철수가, 이제 그리 매끄럽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그래도 진보 vs 보수, 호남 vs 영남의 진영 논리(영도 출마)를 벗어나서 정치의 기본 스텝을 밟으려 하니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망가지든, 신승을 하든 국민은 승리할 것 같다. 품질은 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생사를 건 일전을 벌이려는 정치인의 등장은 독과점 구조에 발목잡힌 한국 정치를 혁신시키는데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니! 그러니 어찌 불역낙호(不亦樂乎) 소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양당의 정치적 독과점 구조, 진보의 근거 없는 자부심과 게으른 성찰, 철지난 철학・가치 등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에게는 노원병 선거는 축복이다. 국민과 정치와 역사에게도 그럴 것이다. 당사자들에게는 곤혹스럽고 잔인한 싸움이겠지만......
정치 발전과 진보의 환골탈태를 고대하는 사람으로서 폼 잡고 말 좀 하자. 안철수! 노회찬-김지선-정의당! 민주당! 죽기 살기로 싸워라! 생사를 걸고 성찰하고 혁신하라! 자신이 꼭 돼야 하는 이유를 국민과 역사에게 설명하라! 이것이 정치 지도자에 관한한 너무나 박복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끝-

※ 본 기사는 2013년 3월 13일 한겨레 일보에 게재된 김대호 소장의 글을 일부 수정,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

김대호 /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2012년 9월 28일 금요일

'김태호 터널 디도스' 파문..."새누리, 출퇴근 막아 선거 방해"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9-28일자 기사 ''김태호 터널 디도스' 파문..."새누리, 출퇴근 막아 선거 방해"'를 퍼왔습니다.
새누리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지난해 보궐선거 당시 "김태호에 1억원 전달"

새누리당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이 지난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방해했다는 폭로를 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손모씨는 구속 직전 작성한 자필 진술서에서 이같은 내용을 폭로했다. 

진술서에는 "지난해 4.27 경남 김해을 보선을 앞두고 당으로부터 TH(김태호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하는 요청을 받고 김해를 찾아가 돈을 줬다"고 기록돼 있다. 

또 진술서에는 "(돈의 사용처는 창원) 터널을 막아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이 투표 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들었음. 그 돈으로 차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음. 오전오후에는 유권자를 실어나르고, 저녁에는 교통체증을 유발해 투표장에 못 가게 하는 전략"이라고 적혀 있다. 

손씨는 또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정 의원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아 지방의원 후보 7~8명에게 돌렸다"고도 했다. 정 의원은 총선에서 성 추문으로 논란은 빚은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을 말한다. 

손씨는 정 의원의 최측근으로 평가됐으나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정 의원은 손씨를 자신의 성추문 유포 진원지로 지목했다.

민주통합당은 손씨의 폭로를 '손○○ 게이트' 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25일 청주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데 이어서 중앙당과 충북도당이 26일과 27일 잇따라 성명을 내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박용진 대변인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해을 투표 방해, 정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 '손○○ 게이트' 수사를 촉구한다"며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저지할 목적으로 공작을 했다는 의혹은 '관위 디도스 공격'과 같은 엄중한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정우택 최고위원이 지방 의원 7~8명에게 1000만원을 뿌렸다고 진술한 지역 언론의 보도가 있다. 정 최고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또한 "손 전 위원장이 정 최고위원의 불법 성매매 의혹도 증언하고 있다"며 "지역 언론과 손 전 위원장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정 최고위원이 2007년 대만·미국 등에서 성매수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같은 날 반박성명을 통해 "4.11 총선에 이어 대선을 목전에 두고 편향적인 모 언론과 민주당의 공작정치가 전모를 드러낸 것"이라며 "날조된 허위 사실로 주민을 현혹하는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강보현 기자 rimbaud@vop.co.kr

2012년 3월 29일 목요일

[사설] 서울시립대생의 전진, 참여하면 바뀐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28일자 사설 '[사설] 서울시립대생의 전진, 참여하면 바뀐다'를 퍼왔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서울시립대 등록금이었다. 서울시가 11월 초 시의회에 낸 2012년 예산안엔 반값등록금을 위한 예산 182억원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반값등록금 요구를 박원순 후보가 공약으로 수용했고 이를 실천한 결과로 나타났다.
물론 쟁점이 비등할 때 선거가 치러졌다고 해서 이런 결과가 무조건 나오는 건 아니다. 학생들이 그만큼 치열하게 선거에 참여하고,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후보를 집중적으로 선택한 결과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도 반값등록금을 약속한 바 있지만, 이들은 지난해 등록금의 12~13% 정도에 해당하는 국가장학금을 마지못해 늘렸을 뿐이다.
대학생의 선거 참여 열기는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부쩍 높아지기 시작했다. 신청자가 한 학교당 2000명 이상일 때 대학 안에 설치하는 대학 부재자투표소가 2008년 18대 총선 땐 3곳이었지만, 2010년 지방선거 땐 17곳으로 늘었다. 대학생 부재자투표율 역시 69.1%로 4년 전(42.2%)보다 무려 26.9%포인트나 높아졌다. 학생들의 이런 폭발적인 참여로 반값등록금과 취업 문제 등 이들의 고민이 정치권의 본격적인 쟁점이 되었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일궈냈다. 국가장학금의 증액도 이런 도전의 결과였다.
승리의 기억은 다시 사람을 변화시킨다. 자신감을 갖게 하고, 한발 더 앞장서 현실의 모순과 맞서게 한다. 지난해 반값등록금을 쟁취한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이번 4월 총선을 앞두고 투표권자 6500여명 가운데 무려 2593명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2210명보다 18%나 늘어난 수치다. 참여하면 바뀐다는 진실을 체득한 것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냉소적이거나 방관하는 학생이 많은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베스트셀러 의 저자 우석훈 교수가 ‘변화하지 않는 20대’에 절망해 이 책의 절판을 선언했을까. 그는 20대가 왜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쳐야 하는지 설득했지만 실패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변화의 기대치는 누구나 다를 수 있다. 짱돌을 들진 않아도 변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열에 여섯만 취업하고, 절반은 비정규직인 현실에 안주할 순 없다.
이번 총선은 이런 청년 학생의 운명에 균열을 낼 장이다. 그들 대신 싸워줄 집단은 없다. 스스로 바꿔야 한다. 참여하면 바뀐다.

2011년 12월 30일 금요일

[사설] 헌재의 인터넷 선거운동 허용, 정치발전의 계기 삼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29일자 사설 '[사설] 헌재의 인터넷 선거운동 허용, 정치발전의 계기 삼자'를 퍼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어제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의 근거가 돼온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선거법의 대의에 비춰 보면 당연한 결정이다. 그동안 수사기관들이 이 조항을 빌미로 선거 때마다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적극적인 선거참여를 제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정치발전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운동을 일체 제한받고 있어 기본권 제한이 지나치다”며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사 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비판을 봉쇄해 정당정치 구현이라는 대의제의 이념적 기반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이 조항을 이유로 트위터나 인터넷 등을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막아왔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만 해도 중앙선관위가 유명인의 투표 인증샷도 불법이라며 ‘인증샷 10문10답’을 내놓았다가 여당 의원한테서까지 “투표율을 높여야 할 주무기관이 제정신인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당으로부터 자제해 달라는 경고를 듣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헌재가 “인터넷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저렴해 선거운동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정치공간”이라고 밝혔듯이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면 선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동안 선거 후보자의 누리집(홈페이지)에서만 허용되던 제한조건이 풀리면 정치 무관심층이나 젊은층의 참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기회에 금지와 규제 중심으로 복잡하게 규정돼 있는 현행 선거법을, 돈은 철저히 묶되 입은 대폭 푸는 방향으로 손보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해보기 바란다.
이번 헌재 결정은 방송통신심의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단속 강화에 나선 방통심의위의 조처가 법적 근거와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심의대상을 음란물·도박으로만 제한하자는 야당 추천 위원들의 절충안을 거부한 것은 사실상 정치심의도 하겠다는 것이어서 위헌 가능성이 크다. 방통심의위의 조직 신설은 재고돼야 한다.

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꼼수정권’의 훤히 들여다보이는 꼼수들


이글은 대자보 2011-12-19일자 기사 '‘꼼수정권’의 훤히 들여다보이는 꼼수들'을 퍼왔습니다.
[김주언의 뉴스레이다] 이명박 정권, 남은 임기라도 원칙과 정도를 찾아라

올해 가장 인기와 화제를 몰고 온 ‘나는 꼼수다’는 ‘각하 헌정방송’이다. 말 그대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꼼수’란 이름을 지은 김어준 총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날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나꼼수는 성역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여 비판과 풍자의 칼날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에서 ‘나꼼수를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나꼼수는 국내를 넘어 미국 등 해외에서도 성가를 높이고 있다. 

나꼼수의 영향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1억원 피부숍 사건’을 폭로해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 커다란 공을 세웠다. 특히 선거일 선거관리위원회 해킹사건이 ‘나 후보 당선을 위한 것’이란 특종으로 화제를 몰고왔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후보 시절 불거졌던 BBK 사건을 재조명하여 다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내곡동 사저 문제’ 등 퇴임 후 주거문제까지 이대통령과 관련해서라면 모든 게 풍자대상이다. 

나꼼수의 이러한 인기는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방송을 장악하여 정권 홍보방송에 열중하고 인터넷 통제에 열을 올려 비판적인 여론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언로가 막히면 자연히 유언비어가 떠돌기 마련이다. 유언비어 중에는 사실로 확인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보수신문과 이명박 정부는 이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비판세력을 ‘종북 좌파’로 매도해왔다. 자신에 불리한 정보를 차단하려는 ‘꼼수’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불통 정부’를 넘어 ‘꼼수 정부’로 불러야 할 것 같다. 

나꼼수가 꼼수 정부의 꼼수를 파헤쳐 알려주니까 국민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한해 동안 꼼수 정부의 꼼수는 넘쳐났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몇몇 사건에서는 이러한 꼼수가 빛을 발한다.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꼼수를 그들은 ‘묘수’인 것처럼 낯에 철판을 깔고 떠벌린다. 바둑판에서의 꼼수는 웬만한 하수가 아니라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국민은 하수가 아니다. 나꼼수가 ‘수읽기’를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최구식 한나라당의원 보좌관 등의 선관위 해킹(디도스)공격은 꼼수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동안 정부기관과 농협에 대한 두 차례의 디도스공격에 대해 수사기관은 북한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기는 했지만 이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해킹공격을 감행한 이들도 자신들이 저지른 해킹공격을 북한소행으로 묻힐 사건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수사기관이 북한소행이라고 발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보수신문의 한 논객과 한나라당 의원조차도 “북한소행인 줄 알았다”고 고백할 정도였으니까. 

이러한 꼼수는 경찰수사로 들통 나고 말았다. 그러나 경찰수사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국민의 이목이 쏠린 사건에 대해 경찰은 ‘술김에 저지른 우발적 사건’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1억원의 돈거래가 밝혀지면서 경찰 고위층의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의 또 다른 꼼수가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이제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어디까지 밝혀내느냐에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선관위 해킹공격은 ‘4.19혁명을 불러온 3.15부정선거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여당을 ‘빅뱅’으로 몰고 간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몇몇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꼼수가 불러온 후폭풍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꼼수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 지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꼼수 정권의 꼼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도 꼼수가 불어온 화근 중의 하나이다. 꼼수가 들통 나면서 허겁지겁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아직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불법․편법 의혹까지 덤으로 불거져 나왔다. ‘재임 중 형사 고발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는 꼼수가 가져온 부작용의 하나일 뿐이다. 

그동안 ‘상왕정치’를 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의원의 불출마 선언도 눈에 보이는 꼼수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쇄신을 위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동안 저질러온 비리연루 의혹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게 세간의 평가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출마 요구를 거부해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5년 지기 보좌관 박배수씨의 7억원 수뢰혐의가 불거지자 서둘러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한다.

이상득 의원은 그동안 ‘모든 일은 형을 통하면 된다’는 만사형통의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했다. 박씨에게 뇌물을 건넨 이국철 SLS사장도 “이의원을 보고 돈을 주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검찰의 칼끝이 이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난형난제라고나 할까. 이 의원의 친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한 적이 있다. 사촌처남인 김재홍씨마저 수뢰혐의로 구속된 마당에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나꼼수의 지적대로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숨기려는 꼼수였을까.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에 종합편성 채널을 허가한 것도 꼼수였음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육성과 채널 선택권의 확대 등을 종편 허가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채널의 종편이 개국하면서 사실은 ‘보수정권의 재창출’이 근본이유였음이 드러났다. 종편 4개 채널은 개국 때 동시에 박근혜의원을 인터뷰하면서 ‘박비어천가’를 읊어댔다. 오죽하면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아부성 찬사마저 흘러나왔겠는가. 나꼼수는 자칭 ‘가카 헌정방송’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종편은 ‘수첩공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공주마마 방송’ 쯤 될 것이다. 

나꼼수는 국민에게 꼼수정권의 꼼수를 읽어내는 방법을 속속들이 ‘까발려’ 주고 있다. 꼼수정권인 이명박 정부로서는 얼마나 나꼼수가 미울 것인가. 그래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동원했다. 방통심의위는 ‘사적 통신을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여론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SNS 심의를 강행했다. 누가 보더라도 나꼼수를 잡아들이기 위한 꼼수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나도는 음란물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사례를 색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명불허전일 뿐이다. 이를 미끼로 나꼼수 같은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수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드물다. 

참여정부 말기에 ‘노무현 씹기는 국민 스포츠’라는 말이 있었다. 이제는 이에 빗대어 ‘이명박 조롱하기는 국민 오락’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꼼수정권의 훤히 들여다보이는 꼼수 때문이다. 여기에는 나꼼수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원칙과 소통을 외면한 채 꼼수를 부려서는 국민의 비판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 나꼼수가 없어지면, 제2, 제3의 나꼼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니 국민 모두 나꼼수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 1년 동안이나마 원칙과 정도를 되찾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에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언론광장 감사, <시민사회신문>(http://www.ingopress.com)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