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해킹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해킹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5월 12일 일요일

민족문제연구소 해킹당해…“일베 회원이 회원정보 해킹” 주장


이글은 go발뉴스 2013-05-12일자 기사 '민족문제연구소 해킹당해…“일베 회원이 회원정보 해킹” 주장'을 퍼왔습니다.
‘백년전쟁’ 관계자 “울화 치민다...엄정한 법적 대응할 것”

민족문제연구소(이하 민문연) 홈페이지가 지난 11일 해킹 당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일부 회원의 정보가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1시간여 노출됐다 삭제됐다”고 주장하며 “엄정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2일 홈페이지에 “현재 연구소 홈페이지에 대한 불법적인 해킹으로 인해 회원들의 로그인을 차단한 상태”라며 공지글을 띄웠다.
이와 관련, 민문연 방학진 사무국장은 이날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베의 한 회원이 11일 오후 11시께 900여명 회원들의 사용자정보를 해킹했다”며 “‘민족문제연구소 죄수명단’이라는 글과 함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게시판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방 사무국장은 “해킹 소식을 듣고 일베에 가서 올린 글과 댓글들의 모니터를 했다”며 “바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 의뢰 요청을 했고 일베의 관리자가 내렸는지 작성자가 내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해당 글이 삭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방 사무국장은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일베에 민문연 죄수명단이라며 올라갔기에 게시한 자가 정확히 해킹했고 글을 게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개인정보를 계속해서 유출하라는 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민족문제연구소

민문연 측은 이 연구소가 만든 근·현대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불만을 품은 보수 성향 단체의 악의적인 해킹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백년전쟁’의 한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밤 난리가 났었다”며 “일베 게시판에 연구소 회원 정보를 공개해 빨갱이라는 등 모멸감을 주었다. 정말 야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울화가 치민다”며 “엄정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일 이승만 전 대통령 측 유족은 ‘백년전쟁’이 ‘허위사실’이라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임헌영 소장을 비롯한 ‘백년전쟁’ 관계자 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에 민문연 측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해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보러가기)
‘백년전쟁’은 유투브 스트리밍, 각종 상영회 등을 통해 현재까지 350만명 이상이 관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나혜윤 기자  |  balnews21@gmail.com

2013년 4월 21일 일요일

북 “ ‘우리민족끼리’ 해킹 배후는 남한” 비난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20일자 기사 '북 “ ‘우리민족끼리’ 해킹 배후는 남한” 비난'을 퍼왔습니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0일 국제해커조직 ‘어나니머스’가 최근 ‘우리민족끼리’ 등을 해킹에 대해 배후가 남한 정부라며 맹비난했다.

조평통은 “얼마 전 ‘우리민족끼리’를 비롯한 우리의 여러 인터넷 홈페이지들이 해커범죄집단에 의해 또다시 공격받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공화국의 합법적인 인터넷 활동에 대한 엄중한 침해행위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이러한 반공화국 도발책동의 배후에 괴뢰 정보원을 비롯한 괴뢰패당의 마수가 깊숙이 뻗쳐 있다는 데 있다”며 “국제해커범죄집단까지 끌어들여 반공화국 모략대결소동을 벌이는 괴뢰 패당의 추태야말로 승승장구하는 우리의 위업에 질겁한 자들의 단말마적 발악”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

2013년 4월 17일 수요일

“우린 너를 종북이라 부르기로 합의했다”


이글은 시사IN 2013-04-17일자 기사 '“우린 너를 종북이라 부르기로 합의했다”'를 퍼왔습니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가 해킹당하면서 종북몰이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이른바 애국세력은 물론 청와대·새누리당 인사와 국정원까지 동참하고 있다.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壁)]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6·25가 터진 직후의 어느 산골 마을. 어머니와 소년이 잠든 방문을 부수듯 열어젖히고 사내 여러 명이 들이닥친다. 한국 군경일 수도 있고, 북한을 지지하는 ‘공산 비적’일 수도 있다. 이 사내들, 눈부신 전짓불을 어머니 얼굴에 내리꽂으며 묻는다.

“너는 누구 편이냐?”

어머니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다. 말 한마디에 목숨이 걸렸다. 그녀의 ‘진정한’ 정치적 입장이 ‘한국 편’이든 ‘북한 편’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보일 ‘언행’(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거짓을 말할 수도 있다)이다. 그것이 사내들의 정치적 입장과 일치해야 살해되지 않는다. 침입자는 이 허술하고 잔인한 시험에서 제출된 여인의 답변(언행)을 자기들끼리 멋대로 해석해 죽일지 살릴지 ‘합의’할 것이다.

ⓒ뉴시스 3월26일 보수 단체들이 주최한 ‘천안함 폭침 3주기 국민 추모제’에 참가한 이들이 북한을 규탄하는 팻말과 태극기를 들고 있다.


60여 년 전에만 있었을 법한 일이 아니다. 2013년 한국에서도 ‘너는 대한민국 편이냐, 북한 편이냐’라는 질문이 특정 정치인과 불특정 대중에게 내리꽂히고, 자칫 ‘북한 정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으로 낙인찍힌다. 소설과 다른 점은, 질문자의 얼굴이 보인다는 것. 집권 새누리당의 정치인들, 국정원, ‘애국세력’이라는 민간인들….

제주 강정마을에서 나온 종북타령


새누리당 김무성 전 의원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이 본격화된 2011년 여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건설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김정일 정권의 꼭두각시 종북세력이다”라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지난해 대선 직전에는 “대한민국 발전을 저해하고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종북 좌파 세력에게 절대로 정권을 내줄 수 없기에, 죽을 각오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그 세력)가 종북 좌파라는 뜻이다.

‘종북’ 혹은 ‘반(反)대한민국 세력’이란 단어가 없으면, 칼럼 하나 쓰기 어려웠을 언론인도 있었다. 현재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씨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한 일간지에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썼다.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 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은 물론 17개 산하단체 모두 꿰찰 것이다. 법정에서만 김정일 장군 외치는 게 아니라 종북 시위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정일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는 대선 다음 날에도 ‘국가 중심세력이여 영원하라!’라는 칼럼에서 사자후를 토했다. “이번 박근혜의 승리는… 대한민국의 풍요와 발전에 거대한 불을 붙여온 ‘대한민국 세력’과 이를 뒤집으려는 ‘노무현 세력’의 일대 격돌, 거기에서 ‘대한민국 세력’이 마침내 승리했다. …‘반박근혜 세력’이 국민의 절반이나 된다는 사실부터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걸 제대로 인식하고 ‘단칼’로, ‘한 방’으로 ‘박근혜 정권’을 세워야 한다.”

국가정보원도 ‘종북세력’과의 싸움으로 지난 대선 기간을 통과했다. 대선을 8일 앞둔 지난해 12월11일 중앙선관위는 민주당 당원 등과 함께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을 급습한다. 그곳엔 국정원 여직원 김 아무개씨가 있었다. 이른바 ‘국정원녀 사건’이다. 4개월여 지난 현재 확인된 ‘팩트’는 김씨가 여러 사이트에서 다수의 아이디로 정치적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당초 김씨의 ‘댓글 작업’ 자체를 부인하다가 개입을 부정할 수 없게 되자 ‘종북세력의 추종 실태에 대응해 올린 글’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 대선 기간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된 ‘(원세훈)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폭로했다. 그 내용은, “종북세력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선전·선동하며 국정운영을 방해, 좌시해서는 안 됨” “종북세력들은 사이버상에서 국정 폄훼활동을 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함” 등이다. 국정원이 ‘종북세력’이란 개념을 지렛대로 대선 여론 조작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종북세력은 누구인가


그런데 김무성·윤창중·국정원이 싸움의 대상으로 지목한 ‘종북’은 무엇인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도 ‘종북’이란 개념은 불명확하다.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도 “일단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딱 찍어 종북세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체 맥락으로 보면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각종 비판을 종북 활동으로 간주하는 뉘앙스를 부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자료 변희재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에 대해서도 종북세력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다수의 대중이 굶주리고 외부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하는 나라다. 더욱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관련 보고서를 10%만 신뢰한다 하더라도 사회정의나 인권 차원에서 세계 최악의 국가다. 거주 이전과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고, 한 가문이 3대째 대를 이어 최고지도자 노릇을 하고 있다. ‘(김정일)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따위의 노래가 공식 유통되는 것을 감안하면, 문화적으로도 매우 뒤진 나라다. 사실 ‘종북’이라는 ‘딱지’는 대한민국 시민에게 사회적으로나 법률적으로 ‘금치산 선고’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시민 중 누군가를 공적으로 ‘종북’이라고 호명하려면 충분한 이유가 필요하다. 이를 나름 체계적으로 정리해 이른바 ‘애국세력’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어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인터넷 언론 (미디어워치)의 변희재 대표다(“진중권, 이정희 찬양하고 종북세력 은폐해” 인터뷰 기사 참조).

변희재 대표는 3월5일 인터넷 언론 (뉴데일리)에서 자신의 ‘종북’ 개념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그에 따르면, 종북에는 협의와 광의의 개념이 있다. 일단 종북의 가장 좁은 개념(협의)은 “북한 김씨 일가를 찬양하며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이다.” 특정인이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지 아닌지, 그 속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변 대표는 “이러한 종북 개념은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라면서 비교적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오직 사람의 말과 행동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어떤 말과 행동(언행)인가. 북한의 대남적화 노선이라는 ‘국보법 폐지, 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안’에 대한 지지 여부다. 예컨대 박원순 서울시장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가 이 세 가지를 “포괄적으로 동의 및 지원”해왔으므로 ‘종북’이라는 것이다. 또한 변 대표가 ‘협의의 종북’으로 간주하는 통합진보당과 손잡은 세력도 종북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지난해 초 진보신당에서 탈당한 뒤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던 정치인인 노회찬·심상정·조승수 (전) 의원 등이 해당된다. 이로써 한국에서 새누리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은 종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지난해 총선 당시 결성된 야권연대에는 통합진보당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이에 더해 변 대표는 종북의 개념을 더욱 확장한다. 즉 ‘광의의 종북’ 개념이다. 즉, “특별한 권력욕도 없고, 북한의 적화노선을 추종하지도 않는데 종북세력의 집권에 힘을 보태는 세력”이다. 트위터에서는 이렇게 쓰기도 했다. “저는 종북이란 단어를 대중화시켜야 한다고 봐요. 깊이 없고 수준이 낮은 인물들이야말로, 종북이들의 대한민국 전복에 가장 큰 기여를 하므로, 질 낮은 인간들 자체가 다 종북인 겁니다.” 변 대표가 이에 포함시킨 인물이 바로 낸시랭이다. 변 대표는 ‘낸시랭을 종북주의자라고 주장했다’는 (경향신문) 보도와 달리 자신은 낸시랭을 ‘친노종북 세력의 새로운 희망’으로 표현했을 뿐 ‘종북’이라고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면 그렇지 않다. “낸시랭은 최극단적 광의의 개념에서의 종북입니다. 스스로 종북질을 하는 게 아니라, 총선과 대선 참패로 희망을 잃은 친노종북 세력들이 그냥 기어들어가 찬양하면서, 종북세력에 합류된 아주 독특한 경우예요.” 문장으로 보면 변 대표는 낸시랭에 대해 ‘최극단적 광의의 개념’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으나 종북으로 지칭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협의에서 광의, 극단적 광의까지 아우르는 변희재 대표의 종북 개념이다. 

그러나 이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법적으로 살인과 과실치사를 가리려면 용의자의 의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용의자의 속내를 어찌 알겠는가. 이럴 때는 용의자의 외적인 언행(말과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법정이나 방북 이후 귀환하는 과정에서 ‘김일성 수령,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쳐서 자신의 ‘종북 의도’를 확증한 사람들이 극소수지만 존재한다. 북한을 두고 고구려를 연상하거나, UFO가 북한의 비밀 병기라거나, 현대 세계사를 북한의 ‘인류 자주화 투쟁’과 이에 맞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설명해서, ‘인터넷의 재롱둥이’가 되는 ‘숭북(崇北) 인사’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종북 의도’를 전혀 밝힌 바 없는 인물이나 세력에게 ‘종북’ 같은 치명적인 낙인을 붙이려면 풍부한 ‘증거’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알리바이가 없다고 해서 살인범으로 몰아세우면 안 되는 것과 동일하다.

그런데 변 대표가 제시한 종북의 요건들은 불충분하다. ‘국보법 철폐’는 표현의 자유와 맞물려 상당히 많은 시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미군 철수’ 역시 각자의 시선에 따라 ‘즉각 철수’에서 ‘통일 이후’나 ‘예측할 수 없는 언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북한의 갑작스러운 몰락에 따른 혼란을 두려워하는 사람부터 연방제에서는 북한이 한국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이라는 시각까지 있다. 그런데도 이 세 가지 요건 중 하나 혹은 모두를 주장하는 시민에게 굳이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는 ‘마음에 들지 않는 많은 사람을 종북으로 부르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을 나타낼 뿐이다. 

“김정일 XXX, 열 번이라도 말해주마”


변희재 대표는 “박원순까지 종북으로 몬다는 것은 종북이 뭔지 잘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이렇게 일갈한 바 있다. “애국 진영은 집에서 초상화 걸고 김일성 찬양하고 뭐고 관계없이, 외적으로, 통진 경기동부와 야합하여, 국보법 폐지, 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등 북한 김씨들과 같은 주장하면 종북이라 부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른바 ‘애국 진영’끼리 ‘합의’한 것뿐이다. 그렇다면 자신들끼리 연구하고 속삭이면 된다. 다른 시민(세력)에게 이런 별명(종북)을 공적으로 호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변희재 대표가 자신(혹은 애국세력)의 기준에 따라 종북으로 부르는 MBC 노조의 박재훈 홍보국장은 “언급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혹시 요구하면 ‘김정일 XXX’를 열 번이라도 말해줄 수 있다. 명예훼손 소송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종북이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 가지는 함의와 다른 시민에게 주는 상처를 성찰하기 바란다.”

이런 가운데 4월4일 또 다른 ‘종북몰이’의 먹잇감이 던져졌다. 세계적인 해커 그룹 어노니머스(Anonymous)가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 9001명의 명단이 유출된 것.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사정당국이 이들의 이적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가운데, ‘일베’를 비롯한 보수 사이트에서는 여기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모두 ‘간첩’과 ‘종북’으로 몰며 신상털기에 나섰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2013년 4월 12일 금요일

'북한 공격' 어나니머스, 21세기 의적일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12일자 기사 ''북한 공격' 어나니머스, 21세기 의적일까'를 퍼왔습니다.

[분석] 어나니머스, 해킹, 그리고 핵티비즘


한반도 긴장이 높아가는 가운데 과거 남북 관계에서 찾기 힘들었던 현상이 벌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버 공격의 등장이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방송사·금융업체 6곳의 PC를 파괴한 악성 코드 공격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해킹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북한을 향한 사이버 공격은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어나니머스 코리아'라는 해커 집단의 '대리전'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한 한국에서 사이버 공격은 피싱 사기 등 이윤을 노린 범죄 수단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았다. 포털이나 경매 사이트 등에서 가입자의 개인 정보가 누출돼 피싱에 쓰이거나, 특정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마비시킨 후 돈을 요구하는 범죄가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들어 2011년 농협 디도스 공격 사건 등이 터지면서 사이버 공격의 중심에 국가 차원의 조직이 배후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3.20 전산망 마비' 사건 역시 피해 기관의 자료 유출 피해는 크지 않은 반면, 전산을 마비시켜 보도 및 금융 기능에 혼란을 주려는 목적이 컸다. 기술적인 연결 고리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보 당국은 북한의 해커 인력이 배치됐다고 알려진 북한 국방위원회 산하의 '정찰총국'이 대남 사이버 공격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공격해 회원 정보를 빼냈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은 어나니머스 코리아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하는 해커들의 모임으로 추정된다. 어나니머스 코리아는 공개 성명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사임 △직접 민주주의 도입 △핵무기 생산 중지 및 핵 위협 중단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6월 25일에는 북한의 내부망인 '광명'을 해킹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북한의 핵 시설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 '익명'을 뜻하는 어나니머스는 17세기 영국에서 의회 의사당 폭파 시도를 했던 가톨릭교도 가이 포크스를 상징하는 가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도 등장하는 이 가면은 이름 없는 민중의 저항을 의미한다.


'어나니머스'는 어떤 단체?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익명의'라는 뜻의 형용사로 인터넷에서는 개인의 익명성과 자유, 개방성을 부각시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국제적으로 각국 정부나 기업 등의 홈페이지를 해킹해 자신들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해커들의 집단을 '어나니머스'로 총칭하지만, 특정한 조직 체계를 갖추지는 않으며 전 세계 해커들이 점조직 형태로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사이트 해킹을 주도했다고 밝힌 어나니머스 코리아의 정체를 밝히려는 언론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나니머스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는 트위터 아이디 'Anonsj'는 지난 9일 "어나니머스는 그룹의 개념일 뿐, 정식 그룹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어나니머스 코리아의 정체에 대한 언론 보도를 부정했다.

어나니머스가 유명세를 탄 것은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등장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지지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던 위키리크스에 페이팔(Paypal) 등의 국제 온라인결제 업체들이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자 어나니머스는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을 벌여 위키리크스에 대한 지지를 표출했다. 위키리크스를 검열 대상으로 삼으려던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격을 받은 일도 있었다.

어나니머스는 미국의 이민자 정책에 항의해 각 주 정부 전산망을 공격하는가 하면, '아랍의 봄'이 벌어졌던 중동에서는 시위대를 지지하면서 중동 국가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독일 저작권 단체가 유튜브 사이트에 올리는 뮤직비디오에 제한을 두려 하자 인터넷의 개방성을 옹호하는 의미로 이 단체를 공격하기도 했다.

최근 이들의 해킹 공격이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은 2011년 어나니머스의 분파로 알려진 룰즈섹이 활동했을 때다. 폭소(Laughing out loud)를 축약한 인터넷 용어 룰즈(Lulz)와 보안(security)이라는 단어를 합성해 만든 이들은 그 이름처럼 공격 대상의 보안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활약'했다.

이들이 활동한 2011년 5~6월 동안 일본의 게임 업체 소니는 고객 정보를 탈취당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미국 의회 홈페이지도 공격에 시달렸다. 미국 공영방송 (PBS), 미국 연방수사국(FBI) 협력 업체도 공격을 받았고, 강력한 이민자 정책을 추진하던 애리조나 주 안전부는 내부 문서를 탈취당해 일반에 공개되는 일을 겪었다.

룰즈섹은 또 영국에서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매체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불법 도청 사건이 터지자 머독이 소유한 다른 영국 언론 (더 선) 홈페이지를 해킹해 머독의 부고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약 50일간 해킹을 하던 룰즈섹은 각국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안티섹(AntiSec)이라는 유사 단체가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 연구 기관 스트랫포를 해킹해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이처럼 어나니머스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해커들은 인터넷의 자유와 개방성을 지지하면서 국가 기관이나 단체를 공격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정치적 메시지를 높이 사 핵티비즘(Hacktivism) 단체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항상 명확한 정치적 노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올해 2월 어나니머스는 미국 의회가 사이버 보안을 이유로 정부가 개인 정보를 무한대로 열람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는 데 항의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연설 온라인 생중계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나니머스는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인터넷 통제에 반대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모순이 생긴다.
▲ 어나니머스가 게시한 김정은 풍자물.


어나니머스는 또 인권이나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혐의'가 딱히 없는 기업을 공격하기도 했다. 중심 지도층이 없는 집단의 특성상 벌어지는 일탈 행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활동을 '온라인판 의적 활동'으로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공격 대상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모습이 부각될 때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커들이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 대중의 주목을 받는 사안에 개입해 해킹을 저지른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룰즈섹의 한 해커는 "우리를 부각시킨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닌 언론"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해커들의 범행이 항상 신출귀몰한 것도 아니었다. 룰즈섹의 해킹이 벌어진 뒤 영국과 미국 수사 기관에서는 어나니머스 및 룰즈섹 소속으로 추정되는 해커 십여 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계속)
 

/김봉규 기자 

2013년 4월 6일 토요일

소라넷을 '종북 사이트'라고 부를 것인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05일자 기사 '소라넷을 '종북 사이트'라고 부를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비평]해킹의 결과물로 '종북놀이' 나선 언론과 불법 수사 나선 정부

▲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nymous)의 해킹을 토대로 종북몰이에 나선 5일자 조선일보 1면.


‘해킹’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사회적 물음

지난 1월, 인터넷 공유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웹사이트에 업데이트된 정보를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도 자신의 PC에서 쉽게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형식)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던 천재 프로그래머 에런 스위츠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유족들은 3월 시작될 재판에 대한 부담감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검찰과 MIT대학을 규탄했다.
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지향했던 스워츠는 2010년 유령계정을 통해 MIT 대학이 운영하는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제이스토어(JSTOR)에서 480만 건의 논문을 내려 받아 공유했다. 애초 MIT대학은 스워츠를 기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를 기소하겠다는 미국 검찰의 입장은 강경했고 결국 기소됐다. 미국 검찰은 그를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물건을 훔친 테러범’ 취급했다고 한다.
스워츠의 자살은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그에게 해킹 당했던 제이스토어 마저 추모를 할 정도였다. 제이스토어는 그의 죽음 이후 “학술적 지식에 대한 폭넓은 접근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우리 조직이 이번 기소에 끌려들어 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발표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현행 법률 상 그는 학술 논문을 해킹한 범죄자였지만, 그가 한 행위 공익성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막는 현행 법률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nymous)는 스워츠의 죽음을 추모하며 MIT대학의 홈페이지를 해킹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국내에 널리 알려진 그 해커집단이다.

▲ 북한의 사이트가 해킹당했다는 내용을 전한 3월 31일자 외신 보도 화면 캡처.



북한 사이트 해킹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는 누구인가?

‘어나니머스’는 2003년 미국에서 결성된 국제 해커그룹으로 알려진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들은 “인터넷 검열 반대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정의를 주장하며 갖가지 범죄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간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위키리크스의 금융 활동을 차단한 금융회사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에 대한 디도스 공격’, ‘IMF와 FBI 해킹’, 파일 공유 사이트 폐쇄에 대한 항의 활동으로 ‘미 법무부와 정부 관련 사이트 디도스 공격’ 등이 있다. 이들이 북한 정부 사이트와 대남선전사이트 등을 해킹하며 요구한 것은 ‘핵무기 개발과 핵을 통한 전쟁 위협을 멈출 것’,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퇴진’ 등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향후 “사이버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애초, ‘어나니머스’의 북한 사이트 해킹은 제대로 보도지지 않은 채, 소셜 사이트의 관심자들을 중심으로 정보가 먼저 퍼져나갔다. ‘어나니머스’의 북한 공격은 지난 달 29일 우선 북한 정부의 영문 사이트와 문화 관련 부서 및 고려항공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시작됐고, 2일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해킹하는 공격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 역시 빨랐는데, 지난 달 30일 이미 북한은 ‘사이버 전시 상황’을 선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국 언론은 이 상황이 한국을 향한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한국 정보당국이 ‘어나니머스’의 북한 사이트 해킹을 어느 시점에 파악하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한국 언론이 관련 내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늦게 인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도 ‘어나니머스’가 북한 정부 사이트 등에 디도스 공격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세계 최강 해킹조직, 북한이 해킹 당했다는 ‘통쾌함’

외신 등을 통해 ‘어나니머스’의 해킹 사실을 먼저 접한 이들은 소셜 사이트들을 통해 뭔가 ‘통쾌한’ 감정을 나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굵직한 사이버 문제들이 죄다 북한 소행의 해킹 사건으로 지목되던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해킹 집단은 그렇다면 북한이냐’는 자조가 횡횡하던 터에 북한이 역으로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게다가 국내에선 생소한 ‘어나니머스’라는 해커집단의 집단이 정보 공개에 있어 더 신비로운 북한의 뭔가를 빼내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신세계였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것마저 북한의 소행이 아니냐’는 이중의 음모론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국내 언론의 경우 관련 보도를 2일에 이르러서야 몇 군데가 외신을 인용해 간헐적으로 했고, 본격적인 보도는 4일이 되어서야 나왔다. 그리고 하루 만인 5일에 이르러 일간지의 1면을 장식하는 기사로 쏟아지고 있다. 국내 언론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은 것은 사건이 최초 알려진 당시와는 사뭇 달라졌는데, 북한의 정부 사이트 등이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우리민족끼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들을 바탕으로 한 ‘종북몰이’에 치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조선일보는 ‘충격’이라는  말머리만 달지 않았을 뿐, “통진당 전교조 등 상당수 회원 확인”이란 제목의 1면 탑 기사를 통해 대남 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상당수의 생활인들이 가입해 마치 대단한 간첩행위라도 하고 있는 듯 ‘암약’하고 있단 부풀리기에 나섰다.


▲ 5일자 중앙일보 1면.‘어나니머스’(Annymous)가 해킹했다는 '우리민족끼리' 가입 명단에는 다수의 언론사 계정의 메일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종북몰이’의 도구가 된 해킹 내용

사실, ‘어나니머스’의 요구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것으로, 현실적으론 ‘철없다’고 해도 무방한 것이다. 철옹성 같은 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몇 번의 해킹으로 붕괴되리란 상상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결국 북한이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상식을 위배하는 국가이며, 전 지구적 민주화 흐름에 반하는 매우 낙후된 나라라는 것을 고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통쾌함'은 이들의 행위가 '공익적'인 것으로 인지됐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상징적인 것이라면, 우리민족끼리에서 유출된 개인 정보들이 한국사회에 만들어낼 파장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조갑제 같은 이는 우리민족끼리의 정보 유출은 “역사를 바꿀 대특종”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결과적 비대칭이 발생하는 셈인데, 이에 대해 이른바 진보진영은 심란한 경계심과 함께 매우 까칠한 냉소를 내놓고 있다. 여기 검경이 반나절 만에 유출된 명단을 토대로 수사에 나서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기름을 부었다. 이번 해킹 사건은 그래서 어느덧 ‘이번 기회에 종북주의자를 몰아내자’는 선동과 ‘우리민족끼리 명단을 토대로 한 간첩 딱지 붙이기는 헌법 정신을 위배한다’는 반응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
물론, 검찰의 수사 방침은 여러모로 무리하며,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행동 이전의 단계에선 처벌하지 않는 근대 형법의 정신이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가입했단 사실은 그 자체로 특별한 불법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며, 이적 행위 여부가 판단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인지 수사가 공리적 법리에 부합하는지도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삼성 X파일’ 사건을 ‘불법도청사건’으로 규정하며 ‘불법적 방법으로 획득한 정보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던 사법당국이 그야말로 불법적 방법으로 획득되고 유포된 정보에 기반 해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표변에 가깝다. 이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미국에 부역행위를 한 고위 관료를 처벌하자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시, ‘해킹’을 어떻게 볼 것이냐고 묻는다

앞서, 말한 자살한 해커 스워츠의 사례는 해킹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물음을 던지는 사건이다. 모든 국가에서 해킹은 불법이다. 하지만 사회적 성숙도에 따라 그 불법은 법이 외면하는 어떤 권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해킹의 경우 그 해킹 행위가 어떤 맥락과 의미 속에서 진행된 것인지를 논쟁적으로 살피는 것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행위의 공익성에 대한 논쟁이다. 해킹을 법이라고 하는 조항에 묶어 강제할 경우, 스워츠의 사례처럼 극단적으로 불행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떤 해킹들의 경우 논쟁으로 끝내야지 이를 무리하게 실정법의 세계로 끌고 올 경우 전혀 다른 사건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대한 해킹은 스워츠의 사례와는 정반대의 극단적 불행이 될 공산이 점점 커 보인다. 해커의 결과물로 개인들의 프라이버시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할 정부는 역설적이게도 도리어 불법 해킹된 내용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해커의 윤리’를 물어야 마땅할 정부가 오히려 해킹된 내용을 토대로 ‘국민의 윤리’를 묻겠다고 나선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에 공공연히 돌아다니고 있는 명단을 보면 지하(!) 야동 사이트의 맏형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소라넷’의 운영자도 우리민족끼리의 회원이었다고 한다. 가입 여부의 진위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이미 공공연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를 수사하겠다는 경찰의 방침에 따르면 그도 이제 ‘종북’으로 몰리게 된 셈이다. 검경의 수사가 본격화된다면 어쩜 우린 ‘종북야동사이트’라고 하는 전혀 새로운 지평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 이제, 어쩌면 '종북야동사이트'가 될지도 모를 야동 사이트의 맏형 격인 소라넷.


소라넷 사이트를 ‘종북’이라고 할 것인가?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가입자 가운데서는 정부기관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거나 국책연구기관 이메일 계정도 많다. 조중동을 비롯해 언론사 계정도 여럿이고, 언론사 대표메일도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종북’인가? 우스운 노릇이다. ‘어나니머스’가 해킹한 내용을 토대로 국민의 윤리에 문제가 있다고 나서는 정부의 행태는 그동안 정부가 국내의  해킹 사건을 모두 ‘북한의 소행’이라고 말해왔던 것을 왜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았는지를 스스로 입증하는 모양새일 뿐이다.
이번 사건은 북한을 해킹한 국제 해커그룹의 요구가 어떤 방식으로 국제 사회에 메아리칠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유의미하다. 거기까지가 이 사건의 '공적 지점'이다. 그걸 넘어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활용하고 심지어 그걸 현행법으로 다스리겠다는 소아적 태도는 그저 미성숙한 의식의 발현일 뿐이다. 소라넷 사이트가 종북이 되는 세상은 조갑제 닷컴이 좌파 사이트가 되는 것만큼이나 얼마나 상상하기 어려운 비약이냐 말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3년 4월 3일 수요일

방송국 기자들 손으로 기사 쓴 날


이글은 시사IN 2013-04-03일자 기사 '방송국 기자들 손으로 기사 쓴 날'을 퍼왔습니다.
3월20일 KBS·MBC·YTN이 해킹을 당하면서 특히 보도국의 피해가 컸다. 기자들은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 정부가 조사에 착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들은 ‘북한 테러 가능성’을 떠들었다.

3월20일 오후 2시가 조금 안 된 시각. 서울 여의도 MBC 본사 7층에서 일하던 라디오 작가 박세훈씨(31)의 컴퓨터가 갑자기 재부팅됐다. 평소에도 종종 있던 일인지라 크게 놀라진 않았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재부팅 이후 컴퓨터가 먹통이 된  것이다. 박 작가의 연락을 받고 온 사내 인터넷 담당 직원은 “지금 7층, 8층 컴퓨터가 갑자기 다 이렇다”라고 말했다. 곧이어 “컴퓨터 전원을 모두 꺼달라. 복구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사내 방송이 나왔다.

오후 방송을 준비 중이던 박 작가와 동료들은 크게 당황했다. 작가들은 대본을 출력하기 위해 황급히 가까운 PC방으로 향했다. PD는 큐시트를 손으로 직접 그렸다. 전화 연결이 예정돼 있던 인터뷰 상대에게 예상 질문지를 보내주기도 난감했다. 결국 이메일 대신 휴대 전화 문자로 질문을 전달했다. 몇 십 분 뒤, 박 작가는 언론 속보를 통해 YTN과 KBS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단 소식을 접했다. 국내 주요 방송사 컴퓨터가 한날한시에 멈춰버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타 부서에 비해 내부 인트라넷 의존율이 높은 보도국들은 피해가 더 컸다.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영상과 음성을 주고받는 ‘보도정보 시스템’이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전산망 마비 피해를 입은 기자들은 손으로 기사를 쓰고, 리포트를 녹음한 음성파일을 직접 USB에 담아 제작실에 전달했다. MBC 정혜경 기상캐스터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weatherjung)에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갔다. 손으로 날씨 기사 써주고 라디오국에 넘겨줌” “해킹 안 당한 에스본부 부럽다” 등의 글을 남겼다. 운이 좋은 기자들은 개인 노트북으로 작성한 기사를 중계차에 싣고 다니던 휴대용 프린터로 출력하기도 했다.

ⓒ뉴시스 3월20일 오후 KBS 보도국의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보안업체 “물증 없이 북한과 연결 짓는 건 비약”

신한은행·농협·제주은행 등 3개 금융사의 전산망도 마비됐다. 방송사 컴퓨터들이 멈춰버린 시각과 거의 비슷했다. 공격받은 은행들의 영업점 창구 업무와 인터넷 뱅킹이 중단되고, 현금 자동 입출금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 방송사 사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YTN 기자는 “밖에서 취재를 하다 전산망이 마비됐단 이야기를 듣고 회사에 왔는데 여전히 무슨 일인지 파악이 안 된다. 전산실도 너무 바빠서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KBS 기자는 “회사에서 컴퓨터를 다시 켜지 말라고 해서 내 컴퓨터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평소 취재원들 전화번호나 제보받은 내용을 컴퓨터에 저장해놨는데 큰일이다”라고 말했다. 

MBC의 장애 PC 복구 가이드.


정부가 합동대응팀을 만들어 원인 조사에 착수한 시간은 이날 오후 2시37분이었다. 현장에 급파된 해킹 대응 전문가들이 악성코드 샘플을 채취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피해 방송사들은 이미 북한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속보를 내보냈다. 사고가 나자마자 “이번 전산망 마비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자사의 전산망 마비 소식을 전한 것이다. 언론들도 인터넷 속보로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피해 방송사와 은행들은 북한의 사이버 테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YTN 해직기자인 노종면씨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nodolbal)에 “‘최근 북한 내 전산망 마비는 오늘 대남 사이버공격 위한 자작극 가능성’ 보도까지 나왔다. (중략) 호들갑 좀 떨지 말자. 호들갑 떤 만큼 안보가 튼튼해졌더냐”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사고 다음 날인 3월21일, 보수 신문과 종편 프로그램들은 “전산망을 마비시킨 악성코드가 중국에서 유입됐음이 밝혀진 만큼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라고 보도했다.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 당시 북한이 중국의 IP 주소를 경유해 공격했다는 근거도 들었다. 그러나 보안전문업체 빛스캔의 전상훈 이사는 “IP가 공격에 이용됐다는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 연결 짓는 것은 비약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