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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2일 월요일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하는 황교안 장관의 발언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22일자 기사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하는 황교안 장관의 발언'을 퍼왔습니다.
[비평]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 수사를 둘러싼 논란, 공안정국 조성 의도도

어나니머스의 한국지부를 자처하는 어나니머스 코리아가 지난 달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주요 사이트를 해킹해 1만 5천 명 가량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9일 5천 명 가량의 신상정보를 추가로 공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어나니머스 코리아 측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알려진 려명, 조선신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등을 해킹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이런 방식으로 공개된 명단에 대해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등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 방식으로 수사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도 심화되고 있다.

▲ 위기 시에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황교안 장관의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 22일자 기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가지고 내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삼성X파일 수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불법으로 취득된 정보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한국정부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북한과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면 조용한 수사를 통해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면서 “명단을 증거 자료로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수사를 해볼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소위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황교안 법무부장관 역시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황교안 장관은 “어나미머스의 것 말고도 여러 가지 다른 자료들이 있다”며 “이런 자료들을 활용하면 독수독과 원칙과 관계없이 수사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어나미머스가 공개한 명단은 수사상의 참고로만 이용하고 내사를 벌이겠다는 이야기다.
황교안 장관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특히 이념 문제에 대해 강고한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장관은 이 날 인터뷰에서도 “50년대 미국에선 위협의 경향성이 높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었다”라며 SNS 등의 문제적 게시물 등에 국가보안법 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보안법 7조는 이적단체 찬양·고무에 대한 처벌 규정이다.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 수사에 대한 논란

황교안 장관의 인터뷰를 참고할 때 우리민족끼리 가입 수사 논란의 논점은 결국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 여부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지 여부다.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국가보안법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으며 7조 3항은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단순 가입한 경우 이 두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공안 당국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몇몇 보도에 따르면 한 검찰 관계자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자체를 이적단체로 보기는 어렵고 어떤 글을 게시하거나 이적 표현물 등을 내려 받아 배포하는 등의 행위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또 다른 보도에 등장한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 자체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을 수사할 수 있다는 황교안 장관의 인터뷰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 22일자 기사.


두 번째 논점은 공안당국이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독수독과 원칙을 들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측과 독수독과 원칙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측이 맞서고 있으나 당국의 입장은 독수독과 논란을 비켜가면서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해킹이 국가기관이 아닌 사적 개인들에 의해 진행됐다는 점에서 독수독과 논란 자체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이 명단을 공안당국이 굳이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맹점이다. 왜냐면 이 명단을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서는 이 명단 자체가 북한이 운영하는 서버에서 유출된 것이 맞는지, 가입한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도용당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수사가 추가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서버는 북한 측이 관리할 것이기 때문에 공안당국이 이러한 수사에 대한 근거가 되는 정보를 전달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되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

이러한 어려움들 때문에 공안당국은 이 명단들을 증거로 제출하기 보다는 이 명단에 존재하는 인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적행위를 했는지를 놓고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의 가입 여부’가 아니라 ‘개인의 이적행위 여부’자체가 수사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별한 절차 없이도 ‘인지수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절차에 대한 논란도 제한적이다. 황교안 장관이나 검찰 관계자 등의 입장은 여기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는 새로운 논점과 마주하게 된다. 황교안 장관 등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 이번 논란은 ‘이미 수사 자료가 갖춰진 대상’들에 대해 이적행위 여부를 수사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수사는 실정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어나니머스 코리아의 명단 공개와는 별개로 언제든지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즉, 해킹으로 유출된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에 의거해 잡혀갈 사람은 잡혀간다는 얘기다. 그러면 우리는 하나의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건 “그렇다면 왜 지금인가?”라는 것이다.
황교안 장관이 언급한 ‘1950년대의 미국’은 흔히 우리가 ‘매카시즘(McCarthyism)’으로 부르는 반(反)공산주의 열풍이 불어오던 시기다. 매카시즘이라는 명칭은 미국 위스콘신 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인 J.R.매카시(Joseph Raymond McCarthy)가 1950년 2월 “국무부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연설을 한 것이 반공주의 열풍의 방아쇠가 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일로 인해 미국에서는 음악, 만화, 소설, 극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상검열이 진행됐고 정부, 기업, 사회단체 등에 대한 끝없는 의심이 전 사회적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그러나 1950년대를 경과하며 과도한 매카시즘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결국 매카시즘 열풍은 지적 반성의 대상이 됐다. 이런 사례를 굳이 언론을 통해 인터뷰 하며 언급한 황교안 장관의 발언은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신임 검사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의 경우도 북한에 관련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공안정국이 조성됐다. 진보정당과 사회운동단체 등은 범사회적 사상검증의 대상이 됐고 이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를 감당해야만 했다.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는 이런 조치들 때문에 정치가 퇴행적 수준이 되고 조금이나마 진보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려던 국민들의 마음도 급격하게 보수로 쏠리는 현상이 반복돼왔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실정법에 따라 사상범을 수사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언제 어떻게 어느 규모로 할지는 정권이 쥔 칼자루가 어디를 향하느냐에 달렸다. 황교안 장관의 발언과 어나니머스 코리아가 공개한 명단을 둘러싼 논란이 결국 공안정국의 조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은 합리적이란 얘기다. 최근 경제민주화 등에 있어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어디까지 후퇴할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2013년 4월 21일 일요일

북 “ ‘우리민족끼리’ 해킹 배후는 남한” 비난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20일자 기사 '북 “ ‘우리민족끼리’ 해킹 배후는 남한” 비난'을 퍼왔습니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0일 국제해커조직 ‘어나니머스’가 최근 ‘우리민족끼리’ 등을 해킹에 대해 배후가 남한 정부라며 맹비난했다.

조평통은 “얼마 전 ‘우리민족끼리’를 비롯한 우리의 여러 인터넷 홈페이지들이 해커범죄집단에 의해 또다시 공격받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공화국의 합법적인 인터넷 활동에 대한 엄중한 침해행위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이러한 반공화국 도발책동의 배후에 괴뢰 정보원을 비롯한 괴뢰패당의 마수가 깊숙이 뻗쳐 있다는 데 있다”며 “국제해커범죄집단까지 끌어들여 반공화국 모략대결소동을 벌이는 괴뢰 패당의 추태야말로 승승장구하는 우리의 위업에 질겁한 자들의 단말마적 발악”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

2013년 4월 17일 수요일

“우린 너를 종북이라 부르기로 합의했다”


이글은 시사IN 2013-04-17일자 기사 '“우린 너를 종북이라 부르기로 합의했다”'를 퍼왔습니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가 해킹당하면서 종북몰이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이른바 애국세력은 물론 청와대·새누리당 인사와 국정원까지 동참하고 있다.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壁)]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6·25가 터진 직후의 어느 산골 마을. 어머니와 소년이 잠든 방문을 부수듯 열어젖히고 사내 여러 명이 들이닥친다. 한국 군경일 수도 있고, 북한을 지지하는 ‘공산 비적’일 수도 있다. 이 사내들, 눈부신 전짓불을 어머니 얼굴에 내리꽂으며 묻는다.

“너는 누구 편이냐?”

어머니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다. 말 한마디에 목숨이 걸렸다. 그녀의 ‘진정한’ 정치적 입장이 ‘한국 편’이든 ‘북한 편’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보일 ‘언행’(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거짓을 말할 수도 있다)이다. 그것이 사내들의 정치적 입장과 일치해야 살해되지 않는다. 침입자는 이 허술하고 잔인한 시험에서 제출된 여인의 답변(언행)을 자기들끼리 멋대로 해석해 죽일지 살릴지 ‘합의’할 것이다.

ⓒ뉴시스 3월26일 보수 단체들이 주최한 ‘천안함 폭침 3주기 국민 추모제’에 참가한 이들이 북한을 규탄하는 팻말과 태극기를 들고 있다.


60여 년 전에만 있었을 법한 일이 아니다. 2013년 한국에서도 ‘너는 대한민국 편이냐, 북한 편이냐’라는 질문이 특정 정치인과 불특정 대중에게 내리꽂히고, 자칫 ‘북한 정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으로 낙인찍힌다. 소설과 다른 점은, 질문자의 얼굴이 보인다는 것. 집권 새누리당의 정치인들, 국정원, ‘애국세력’이라는 민간인들….

제주 강정마을에서 나온 종북타령


새누리당 김무성 전 의원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이 본격화된 2011년 여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건설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김정일 정권의 꼭두각시 종북세력이다”라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지난해 대선 직전에는 “대한민국 발전을 저해하고 자유민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종북 좌파 세력에게 절대로 정권을 내줄 수 없기에, 죽을 각오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그 세력)가 종북 좌파라는 뜻이다.

‘종북’ 혹은 ‘반(反)대한민국 세력’이란 단어가 없으면, 칼럼 하나 쓰기 어려웠을 언론인도 있었다. 현재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씨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한 일간지에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썼다.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 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은 물론 17개 산하단체 모두 꿰찰 것이다. 법정에서만 김정일 장군 외치는 게 아니라 종북 시위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정일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는 대선 다음 날에도 ‘국가 중심세력이여 영원하라!’라는 칼럼에서 사자후를 토했다. “이번 박근혜의 승리는… 대한민국의 풍요와 발전에 거대한 불을 붙여온 ‘대한민국 세력’과 이를 뒤집으려는 ‘노무현 세력’의 일대 격돌, 거기에서 ‘대한민국 세력’이 마침내 승리했다. …‘반박근혜 세력’이 국민의 절반이나 된다는 사실부터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걸 제대로 인식하고 ‘단칼’로, ‘한 방’으로 ‘박근혜 정권’을 세워야 한다.”

국가정보원도 ‘종북세력’과의 싸움으로 지난 대선 기간을 통과했다. 대선을 8일 앞둔 지난해 12월11일 중앙선관위는 민주당 당원 등과 함께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을 급습한다. 그곳엔 국정원 여직원 김 아무개씨가 있었다. 이른바 ‘국정원녀 사건’이다. 4개월여 지난 현재 확인된 ‘팩트’는 김씨가 여러 사이트에서 다수의 아이디로 정치적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당초 김씨의 ‘댓글 작업’ 자체를 부인하다가 개입을 부정할 수 없게 되자 ‘종북세력의 추종 실태에 대응해 올린 글’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 대선 기간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된 ‘(원세훈)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폭로했다. 그 내용은, “종북세력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선전·선동하며 국정운영을 방해, 좌시해서는 안 됨” “종북세력들은 사이버상에서 국정 폄훼활동을 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함” 등이다. 국정원이 ‘종북세력’이란 개념을 지렛대로 대선 여론 조작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종북세력은 누구인가


그런데 김무성·윤창중·국정원이 싸움의 대상으로 지목한 ‘종북’은 무엇인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도 ‘종북’이란 개념은 불명확하다.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도 “일단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딱 찍어 종북세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체 맥락으로 보면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각종 비판을 종북 활동으로 간주하는 뉘앙스를 부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자료 변희재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에 대해서도 종북세력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다수의 대중이 굶주리고 외부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하는 나라다. 더욱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관련 보고서를 10%만 신뢰한다 하더라도 사회정의나 인권 차원에서 세계 최악의 국가다. 거주 이전과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고, 한 가문이 3대째 대를 이어 최고지도자 노릇을 하고 있다. ‘(김정일)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 따위의 노래가 공식 유통되는 것을 감안하면, 문화적으로도 매우 뒤진 나라다. 사실 ‘종북’이라는 ‘딱지’는 대한민국 시민에게 사회적으로나 법률적으로 ‘금치산 선고’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시민 중 누군가를 공적으로 ‘종북’이라고 호명하려면 충분한 이유가 필요하다. 이를 나름 체계적으로 정리해 이른바 ‘애국세력’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어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인터넷 언론 (미디어워치)의 변희재 대표다(“진중권, 이정희 찬양하고 종북세력 은폐해” 인터뷰 기사 참조).

변희재 대표는 3월5일 인터넷 언론 (뉴데일리)에서 자신의 ‘종북’ 개념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그에 따르면, 종북에는 협의와 광의의 개념이 있다. 일단 종북의 가장 좁은 개념(협의)은 “북한 김씨 일가를 찬양하며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이다.” 특정인이 김씨 일가를 찬양하는지 아닌지, 그 속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변 대표는 “이러한 종북 개념은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라면서 비교적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오직 사람의 말과 행동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어떤 말과 행동(언행)인가. 북한의 대남적화 노선이라는 ‘국보법 폐지, 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안’에 대한 지지 여부다. 예컨대 박원순 서울시장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가 이 세 가지를 “포괄적으로 동의 및 지원”해왔으므로 ‘종북’이라는 것이다. 또한 변 대표가 ‘협의의 종북’으로 간주하는 통합진보당과 손잡은 세력도 종북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지난해 초 진보신당에서 탈당한 뒤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던 정치인인 노회찬·심상정·조승수 (전) 의원 등이 해당된다. 이로써 한국에서 새누리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은 종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지난해 총선 당시 결성된 야권연대에는 통합진보당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이에 더해 변 대표는 종북의 개념을 더욱 확장한다. 즉 ‘광의의 종북’ 개념이다. 즉, “특별한 권력욕도 없고, 북한의 적화노선을 추종하지도 않는데 종북세력의 집권에 힘을 보태는 세력”이다. 트위터에서는 이렇게 쓰기도 했다. “저는 종북이란 단어를 대중화시켜야 한다고 봐요. 깊이 없고 수준이 낮은 인물들이야말로, 종북이들의 대한민국 전복에 가장 큰 기여를 하므로, 질 낮은 인간들 자체가 다 종북인 겁니다.” 변 대표가 이에 포함시킨 인물이 바로 낸시랭이다. 변 대표는 ‘낸시랭을 종북주의자라고 주장했다’는 (경향신문) 보도와 달리 자신은 낸시랭을 ‘친노종북 세력의 새로운 희망’으로 표현했을 뿐 ‘종북’이라고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면 그렇지 않다. “낸시랭은 최극단적 광의의 개념에서의 종북입니다. 스스로 종북질을 하는 게 아니라, 총선과 대선 참패로 희망을 잃은 친노종북 세력들이 그냥 기어들어가 찬양하면서, 종북세력에 합류된 아주 독특한 경우예요.” 문장으로 보면 변 대표는 낸시랭에 대해 ‘최극단적 광의의 개념’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으나 종북으로 지칭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협의에서 광의, 극단적 광의까지 아우르는 변희재 대표의 종북 개념이다. 

그러나 이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법적으로 살인과 과실치사를 가리려면 용의자의 의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용의자의 속내를 어찌 알겠는가. 이럴 때는 용의자의 외적인 언행(말과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법정이나 방북 이후 귀환하는 과정에서 ‘김일성 수령,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쳐서 자신의 ‘종북 의도’를 확증한 사람들이 극소수지만 존재한다. 북한을 두고 고구려를 연상하거나, UFO가 북한의 비밀 병기라거나, 현대 세계사를 북한의 ‘인류 자주화 투쟁’과 이에 맞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설명해서, ‘인터넷의 재롱둥이’가 되는 ‘숭북(崇北) 인사’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종북 의도’를 전혀 밝힌 바 없는 인물이나 세력에게 ‘종북’ 같은 치명적인 낙인을 붙이려면 풍부한 ‘증거’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알리바이가 없다고 해서 살인범으로 몰아세우면 안 되는 것과 동일하다.

그런데 변 대표가 제시한 종북의 요건들은 불충분하다. ‘국보법 철폐’는 표현의 자유와 맞물려 상당히 많은 시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미군 철수’ 역시 각자의 시선에 따라 ‘즉각 철수’에서 ‘통일 이후’나 ‘예측할 수 없는 언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도, 북한의 갑작스러운 몰락에 따른 혼란을 두려워하는 사람부터 연방제에서는 북한이 한국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이라는 시각까지 있다. 그런데도 이 세 가지 요건 중 하나 혹은 모두를 주장하는 시민에게 굳이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는 ‘마음에 들지 않는 많은 사람을 종북으로 부르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을 나타낼 뿐이다. 

“김정일 XXX, 열 번이라도 말해주마”


변희재 대표는 “박원순까지 종북으로 몬다는 것은 종북이 뭔지 잘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이렇게 일갈한 바 있다. “애국 진영은 집에서 초상화 걸고 김일성 찬양하고 뭐고 관계없이, 외적으로, 통진 경기동부와 야합하여, 국보법 폐지, 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등 북한 김씨들과 같은 주장하면 종북이라 부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른바 ‘애국 진영’끼리 ‘합의’한 것뿐이다. 그렇다면 자신들끼리 연구하고 속삭이면 된다. 다른 시민(세력)에게 이런 별명(종북)을 공적으로 호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변희재 대표가 자신(혹은 애국세력)의 기준에 따라 종북으로 부르는 MBC 노조의 박재훈 홍보국장은 “언급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혹시 요구하면 ‘김정일 XXX’를 열 번이라도 말해줄 수 있다. 명예훼손 소송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종북이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 가지는 함의와 다른 시민에게 주는 상처를 성찰하기 바란다.”

이런 가운데 4월4일 또 다른 ‘종북몰이’의 먹잇감이 던져졌다. 세계적인 해커 그룹 어노니머스(Anonymous)가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 9001명의 명단이 유출된 것.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사정당국이 이들의 이적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가운데, ‘일베’를 비롯한 보수 사이트에서는 여기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모두 ‘간첩’과 ‘종북’으로 몰며 신상털기에 나섰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2013년 4월 9일 화요일

대형마트의 꼼수, 떡볶이 못 팔면 불볶이 팔면 된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08일자 기사 '대형마트의 꼼수, 떡볶이 못 팔면 불볶이 팔면 된다?'를 퍼왔습니다.
[오늘의 소셜 쟁점] ‘어나니머스’는 도대체 누구?

어나니머스가 종북 세력 반대하는 국보법 지지자?

인터넷에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간베스트(일베)를 중심으로 몇몇 누리꾼들이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에 등장한 사람들에 대한 신상 털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상 털기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몇몇 누리꾼들은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을 공개해 신상 털기를 촉발한 어나니머스를 비판했습니다.



어나니머스에 대한 비판은 어나니머스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국제해커집단을 지향하는 이들이 태극기를 트위터 계정 메인화면에 걸고 활동하는 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또한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에 맞서 이집트 정부의 웹페이지를 공격하고 미국의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 법안에 맞섰던 이들이 고작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을 공개해 이것이 신상 털기에 이용되도록 놔두진 않았을 거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몇몇 누리꾼들은 누군가 어나니머스를 사칭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북한에 사이버전쟁을 선포하고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한 ‘어나니머스 코리아’는 ‘어나니머스’와 다른 집단이라는 겁니다.



그러던 와중에 어나니머스코리아가 “종북 세력을 색출하라”는 내용의 글과 우리민족끼리 회원을 국보법으로 처벌하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어나니머스코리아는 문제가 되자 트윗을 지우고 “어나니머스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향 합니다”라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반복되자 어나니머스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네요.




떡볶이 못 팔면 불볶이 팔면 되지~

오늘 SNS에서 ‘불볶이’가 화제였습니다. 새로운 먹거리가 아니라 우리가 매우 잘 아는 떡볶이의 일종입니다.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떡볶이 대신 불볶이를 팔고 있다고 합니다. 일전에 홈플러스는 합정역 인근에 점포를 개설하는 조건으로 망원동 시장 상인들과 15개의 품목은 판매하지 않기로 합의했었습니다. 그 15개 품목 안에는 떡볶이, 국거리용 쇠고기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홈플러스


하지만 홈플러스가 사실상 합의를 어기고 떡볶이와 국거리용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네요. 홈플러스 합정점에 국거리용으로 쓰이는 한우 사골이 ‘탕용’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떡볶이는 없지만 ‘불볶이와 튀김범벅’이라는 매장에서 떡볶이 국물과 국물을 얹은 튀김이 판매되고 있다네요. 이 소식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gatsby_0927 불볶이가 떡볶이지 뭐야. 이것들이 장난하나
@nasaji17 판매제한 품목을 교묘히 피하는 꼼수영업이 문제.


불볶이 논란이 이어지던 가운데 서울시가 대형마트 판매품목 제한 방안을 일부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형마트의 판매품목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은 물론 대형마트에 물건을 대는 농어민과 중소상인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비판에 결국 한 발 물러난 겁니다. 서울시는 “판매 제한은 유통업체가 신규 출점하는 등 영업을 확장함으로써 기존 상권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한해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처음에 대형마트 판매품목 제한 방안을 제시했을 때도 SNS 여론은 팽팽하게 나뉘었습니다. 대형마트의 지나친 문어발식 확장을 제어해야 한다는 찬성 측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거라는 반대 측 의견이 대립했었죠. 이번 서울시의 발표에도 찬반 의견이 대립했습니다.


조윤호 기자 | ssain@mediatoday.co.kr  

2013년 4월 7일 일요일

우리민족끼리 해킹 명단, 검찰 독수독과론 이중 잣대


이글은 참세상 2013-04-05일자 기사 '우리민족끼리 해킹 명단, 검찰 독수독과론 이중 잣대'를 퍼왔습니다.

매카시즘 광풍에 9천명 개인정보 노출 방치 논란도


국제해킹집단 ‘어노니머스(Anonymous)’가 북한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남한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자 검찰 등이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5일 언론 등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국정원이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국내 이용자에 대해 가입 경로와 이적성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들의 신속한 불법해킹 자료에 대한 대응은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 어노니머스가 핵위협 중단, 김정은 사임 등을 주장하며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해킹했다고 동영상을 통해 알렸다. [출처: 유투브 화면 캡쳐]


검찰은 안기부 X파일 (삼성X파일)에 실린 떡값 검사 명단을 두고 불법으로 도청된 명단이기 때문에 수사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 이론(毒樹毒果,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에 의해 발견된 2차적 증거에까지도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이론)을 내세우면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안기부 X파일에 떡값 검사 명단이 공개 됐을 당시 명단 공개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 의원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은 불법으로 도청된 명단이라도 공익을 위해 수사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이번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은 9천 여 명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인터넷에 유포되고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상황인데도 수사기관들이 이적성 수사부터 하겠다고 나와 문제가 심각하다.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검찰은 X파일 떡값 검사 명단이 불법적 방법으로 획득했기 때문에 수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우리민족끼리 해킹 자료를 가지고 수사를 하겠다는 것은 당시 입장과 모순된다”며 “검찰이 사안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다 보니 중립성의 의심을 받는다. (현재 입장이면) 떡값 검사 명단도 수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떡값 검사 명단이야 말로 중요한 공익적 사안이지만, 우리민족끼리 가입명단이 수사하고 처벌할 만큼의 공익적인 사안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자유주의 헌법을 가진 한국은 언론과 사상의 자유 등 다양성에 기반한 사회”라며 “우리민족끼리 명단을 통한 간첩 딱지 붙이기는 다양성을 파괴하고, 특정 색채를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배제하는 행위로 공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매카시즘 광풍에 민감한 개인정보 무더기 노출은 방치
▲ 어노니머스가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정보라며 9001명의 아이디와 개인정보 등을 공개했다.


어노니머스가 공개한 명단이 보수인사들과 일간베스트 같은 보수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식 인권침해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유출, 프라이버시 침해 등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노니머스 공개 명단에 가입자의 이름과 아이디, 비밀번호, 이메일 주소, 생년월일까지 담겨 있다. 일간베스트에선 이메일 주소를 구글링 검색을 통해 죄수번호, 간첩번호 등의 말머리를 달며 사진도 공개하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이를 두고 ‘종북명단이 공개됐다’며 대대적인 종북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개인정보 유출과 명예훼손 문제가 심각한데도 경찰은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얼마 전 고위공직자 등의 별장 성접대 명단 인터넷 유포 등에대해선 개인정보 유출과 명예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처벌을 거론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출처: 일베저장소 화면 캡쳐]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어노니머스가 공개한 개인정보 명단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제 3자에게 계속 제공하고 있는 셈”이라며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상 프라이버시 침해로 삭제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사정당국이 해당사이트 가입 사실만으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은 상황을 신 매카시즘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불법적인 해킹에 의해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과거의 구태의연한 방식이다. 우리민족끼리 회명명단으로 색깔론을 조성하고 전교조 등 진보단체를 탄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허영일 민주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여론몰이를 하고 모든 사람들을 친북으로 낙인찍는 것은 한반도 긴장고조 상황에 편승한 ‘광기’”라고 지적했다.
김용욱 기자

2013년 4월 6일 토요일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 수사, 부당한 이유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05일자 기사 ''우리민족끼리' 회원명단 수사, 부당한 이유는…'을 퍼왔습니다.

정부도 "단순 접속은 문제 안돼" 확인, 대리가입도 얼마든지 가능


국제 해커집단 '어노니머스'의 일원이라고 밝힌 인터넷 사용자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했다면서 이 사이트 가입자 9001명의 명단을 인터넷상에 공개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수사'를 시작했다는 것은, 사이트 가입이 범죄행위를 구성한다는 판단이 있음을 의미한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대북 수사 전담 부서를 통해 공안수사 기능이 있는 국정원과 경찰의 수사를 지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가입자들의 활동내역을 추적해 이적성이 있는 활동을 했는지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개된 계정들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점이 보이는지 살펴보고 나서 혐의가 드러나는 계정이 발견되면 공식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접속자들을 대상으로도 접속 경위와 가입 이유 등을 확인할 것"이라는 경찰 관계자의 전언도 보도됐다.

그러나 수사는 근본적인 두 가지 질문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이 과연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으로 수사 대상이 되냐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도 "인터넷 사이트 자체를 이적단체로 보기는 어렵다"며 "어떤 글을 게시하거나 이적성 문건을 내려받아 배포한다든지 하는 행위가 나와야 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사이트 가입이 문제가 아니라 그를 계기로 국보법에 저촉되는 활동을 한 부분을 문제삼는 것이라면 회원 명단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기소 때마다 양심의 자유 침해, 국보법 폐지 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지금도 하고 있는 통상적 수사 범위 안에 들어 있는 것일 뿐 굳이 해킹이라는 불법행위를 계기로 더 나설 일은 아니다.

또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는 한국민의 행위에 대해 1차적인 관할권을 가진 것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통일부다. 통일부 당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사이트를 방문, 열람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글을 남기거나 이메일을 주고받아 대북 접촉을 하는 경우에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통일부 장관의 승인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인터넷 사이트 회원가입도 통일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북한 주민 접촉행위'에 해당한다. 통일부의 승인 없이 북한 주민과 접촉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은 해당 법 시행령에 따르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다. 과태료는 행정벌이지, 형사벌이 아니다. 검찰이 움직일 사안이 아니다.
▲'우리 민족끼리' 웹사이트 화면캡쳐(자료사진). 이 사이트는 5일 현재는 접속이 불가능하다.


둘째, 입증 가능성이다. 검찰 스스로 밝혔듯 회원가입 자체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이 사이트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자료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추가 수사해야 한다. 통상 이를 위해서는 서버 압수수색을 해야 하나, 사이트 운영자는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 조직인 조평통이고 사이트 서버는 중국 선양(瀋陽)에 있다. 사실관계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방향을 틀어 가입자들에 대한 수사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즉 인터넷에 공표된 가입자 명단이 진실하다는 전제로, 가입자로 알려진 사람들을 경찰서나 검찰청에 불러 놓고 '사이트 가입을 한 것이 맞느냐? 왜 했느냐? 어떤 활동을 했느냐?'라고 물어 보는 식의 수사다.

하지만 수사의 '전제'인 명단의 진실성부터 문제가 된다. 일부 언론은 국정원 관계자가 이 명단이 '우리민족끼리'의 가입자 정보가 맞다고 확인했다는 보도를 냈지만, 국정원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를 부인했다. 국정원 대변인은 "확인을 했다 해도 수사 관련 사안은 언론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대변인이 아닌 국정원 직원이 언론에 그런 얘기를 했다면 색출해서 징계할 사안"이라고 했다.

익명의 제보자가, 그것도 인터넷을 통해 제보한 내용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공식 수사에 나서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불법 해킹으로 얻은 정보를 수사의 근거나 재판의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역시 논란거리다.

명단이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서 빼낸 것이 맞다고 확인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회원가입 양식은 명의자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는 란은 아예 없으며, 휴대폰 번호로 본인 인증을 거치지도 않는다. 사이트가 요구하는 자료는 성명, 생년월일, 직업, 전화번호, 주소, 전자우편이 전부다. 인터넷에 흘러나온 명단에 이름이 있다고 해서, 꼭 본인이 가입했다고 할 수도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마녀사냥' 도 넘어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나 사이트 가입만으로도 국보법 위반이라는 국정원 관계자의 확인되지 않은 발언 등은 이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부추기고 있다.

일부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이용자들은 가입자 회원번호를 '죄수번호'로묘사하며 신상 털기에 나섰다. 명단에 이름이 있는 사람의 미니홈피 주소, 사진 등을 올리며 '검거 완료'라고 신을 내는 식이다. 명단 가운데 태반의 전자우편 주소가 특정 포털의 것이라면서 해당 포털을 '종북'으로 묘사하거나, 유명인의 이름을 명단에서 찾아내고 '역시…'라며 감탄까지 한다.

애당초 이들에게 동명이인일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생년만이라도 확인하는 기본적인 판단력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겠지만, 명단에 올라 있는 일부 가입자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언론사의 계정으로 된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특정 포털 사이트나 노동조합, 지역 대학 등에 대한 공격에 열을 올리는 것은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베의 무차별 신상털기, 잡을 수 있을까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05일자 기사 '일베의 무차별 신상털기, 잡을 수 있을까'를 퍼왔습니다.
사진·전화번호 공개 이어 욕설전화 피해 속출... 하지만, 회원 검거 어려워
▲ 5일 일간베스트저장소 정치 게시판에 올라온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 관련 게시글들 ⓒ 이주영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북한의 대남 선전용 누리집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정보 9000여 개가 포함된 명단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이 마녀사냥식 '신상 털기'를 벌이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들은 가해자 대부분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추고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누리꾼들의 무차별적 '신상털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 해도 사실상 구제받을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일베 회원들, 개인 신상 무차별 유포... '빨갱이 검색기'까지 등장

▲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홈페이지(http://www.ctrc.go.kr/) ⓒ 이주영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아래 일베) 회원들은 이번에 공개된 회원 정보를 "간첩 명단"이라고 퍼트리며 신상 털기에 나섰다. 5일 일베 게시판에 올라온 '우민끼(우리민족끼리) 회원으로 활동하는 남녘 사람들의 정체'라는 제목의 글에는 이번에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계정 소유자들의 이름·직업·소속기관 등이 자세히 공개돼 있다. 해당 글을 작성한 일베 회원은 명단 속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토대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다수의 일베 회원들도 우리민족끼리 계정 소유자 일련번호를 '죄수번호' '간첩번호'라고 부르며 신상을 공개했다. 일부 일베 회원들은 '죄수' '간첩'으로 지목된 사람들의 사진·전화번호·근무처까지 전부 게시했다. 심지어 개인 블로그 등에 게시한 글이나 사진까지 갈무리해 올렸다. 

일베 회원들은 이들을 '간첩'이라 부르며 국가정보원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신고하고 있다. 현재 일베는 "XX를 국정원에 신고했다"며 이름과 소속 등이 그대로 공개된 '간첩 신고'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는 중이다. "이참에 간첩들 전부 잡아들이자"고 주장하는 회원도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빨갱이 검색기'라는 프로그램까지 올라왔다. 이 프로그램은 어나너머스가 공개한 계정 소유자 명단을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이메일을 검색해 신상을 쉽고 빠르게 수집한다. 

이같은 신상 털기를 두고 심각한 명예훼손·인권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개된 회원 명단의 정보만으로 그 사람 본인이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신상 털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 가운데 본인 가입이 확인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계정 소유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베에 사진까지 공개된 한 피해자는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기억이 없는데 어느 순간 '종북'이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이외에도 계정 소유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 중 "빨갱이" "종북" 등의 욕설 전화 피해를 입는 사례도 속출했다.

경찰 관계자 "일베 회원 검거 어렵다... 마음 먹으면 신분 숨기고 범행 가능"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피해를 입을 경우 명예훼손으로 상대를 고소할 수 있다. 설사 가입된 사실이 맞다 하더라도 본인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신상이 공개되면 명예훼손 고소가 가능하다.

온라인상 피해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대표전화 182)에 사이버 범죄로 신고하면 된다. 그러나 가해 혐의 대상이 일베 회원일 경우 사실상 검거가 쉽지 않다고 경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사이버범죄 수사 전담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베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운영자에게 정보를 요청해도 이름과 생년월일 정도만 받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IP로 범인을 추적하지만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베에는 국외 프록시 서버를 이용하는 '전문 논객'들도 많다"며 "국외 서버의 경우 수사가 더 어렵다, 이처럼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글을 올리면 범인을 잡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unheim)를 통해 '신상 털이'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집단광기"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집단광기, 나라가 정신병동"이라는 글과 함께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신상 털기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링크했다. 이어 "이 우익분자들의 준동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자신의 사생활조차 안심할 수 없는 전체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주영(imju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