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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2일 월요일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하는 황교안 장관의 발언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22일자 기사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하는 황교안 장관의 발언'을 퍼왔습니다.
[비평]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 수사를 둘러싼 논란, 공안정국 조성 의도도

어나니머스의 한국지부를 자처하는 어나니머스 코리아가 지난 달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주요 사이트를 해킹해 1만 5천 명 가량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9일 5천 명 가량의 신상정보를 추가로 공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어나니머스 코리아 측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알려진 려명, 조선신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등을 해킹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이런 방식으로 공개된 명단에 대해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등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 방식으로 수사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도 심화되고 있다.

▲ 위기 시에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황교안 장관의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 22일자 기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가지고 내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삼성X파일 수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불법으로 취득된 정보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한국정부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북한과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면 조용한 수사를 통해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면서 “명단을 증거 자료로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수사를 해볼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소위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황교안 법무부장관 역시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황교안 장관은 “어나미머스의 것 말고도 여러 가지 다른 자료들이 있다”며 “이런 자료들을 활용하면 독수독과 원칙과 관계없이 수사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어나미머스가 공개한 명단은 수사상의 참고로만 이용하고 내사를 벌이겠다는 이야기다.
황교안 장관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특히 이념 문제에 대해 강고한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장관은 이 날 인터뷰에서도 “50년대 미국에선 위협의 경향성이 높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었다”라며 SNS 등의 문제적 게시물 등에 국가보안법 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보안법 7조는 이적단체 찬양·고무에 대한 처벌 규정이다.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 수사에 대한 논란

황교안 장관의 인터뷰를 참고할 때 우리민족끼리 가입 수사 논란의 논점은 결국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 여부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지 여부다.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국가보안법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으며 7조 3항은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단순 가입한 경우 이 두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공안 당국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몇몇 보도에 따르면 한 검찰 관계자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자체를 이적단체로 보기는 어렵고 어떤 글을 게시하거나 이적 표현물 등을 내려 받아 배포하는 등의 행위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또 다른 보도에 등장한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 자체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을 수사할 수 있다는 황교안 장관의 인터뷰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 22일자 기사.


두 번째 논점은 공안당국이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독수독과 원칙을 들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측과 독수독과 원칙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측이 맞서고 있으나 당국의 입장은 독수독과 논란을 비켜가면서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해킹이 국가기관이 아닌 사적 개인들에 의해 진행됐다는 점에서 독수독과 논란 자체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이 명단을 공안당국이 굳이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맹점이다. 왜냐면 이 명단을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서는 이 명단 자체가 북한이 운영하는 서버에서 유출된 것이 맞는지, 가입한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도용당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수사가 추가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서버는 북한 측이 관리할 것이기 때문에 공안당국이 이러한 수사에 대한 근거가 되는 정보를 전달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되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

이러한 어려움들 때문에 공안당국은 이 명단들을 증거로 제출하기 보다는 이 명단에 존재하는 인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적행위를 했는지를 놓고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의 가입 여부’가 아니라 ‘개인의 이적행위 여부’자체가 수사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별한 절차 없이도 ‘인지수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절차에 대한 논란도 제한적이다. 황교안 장관이나 검찰 관계자 등의 입장은 여기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는 새로운 논점과 마주하게 된다. 황교안 장관 등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 이번 논란은 ‘이미 수사 자료가 갖춰진 대상’들에 대해 이적행위 여부를 수사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수사는 실정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어나니머스 코리아의 명단 공개와는 별개로 언제든지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즉, 해킹으로 유출된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에 의거해 잡혀갈 사람은 잡혀간다는 얘기다. 그러면 우리는 하나의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건 “그렇다면 왜 지금인가?”라는 것이다.
황교안 장관이 언급한 ‘1950년대의 미국’은 흔히 우리가 ‘매카시즘(McCarthyism)’으로 부르는 반(反)공산주의 열풍이 불어오던 시기다. 매카시즘이라는 명칭은 미국 위스콘신 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인 J.R.매카시(Joseph Raymond McCarthy)가 1950년 2월 “국무부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연설을 한 것이 반공주의 열풍의 방아쇠가 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일로 인해 미국에서는 음악, 만화, 소설, 극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상검열이 진행됐고 정부, 기업, 사회단체 등에 대한 끝없는 의심이 전 사회적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그러나 1950년대를 경과하며 과도한 매카시즘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결국 매카시즘 열풍은 지적 반성의 대상이 됐다. 이런 사례를 굳이 언론을 통해 인터뷰 하며 언급한 황교안 장관의 발언은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신임 검사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의 경우도 북한에 관련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공안정국이 조성됐다. 진보정당과 사회운동단체 등은 범사회적 사상검증의 대상이 됐고 이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를 감당해야만 했다.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는 이런 조치들 때문에 정치가 퇴행적 수준이 되고 조금이나마 진보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려던 국민들의 마음도 급격하게 보수로 쏠리는 현상이 반복돼왔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실정법에 따라 사상범을 수사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언제 어떻게 어느 규모로 할지는 정권이 쥔 칼자루가 어디를 향하느냐에 달렸다. 황교안 장관의 발언과 어나니머스 코리아가 공개한 명단을 둘러싼 논란이 결국 공안정국의 조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은 합리적이란 얘기다. 최근 경제민주화 등에 있어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어디까지 후퇴할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2013년 1월 25일 금요일

민변 장주영 회장 “공안정국 조성? 박근혜에게 불행한 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1-24일자 기사 '민변 장주영 회장 “공안정국 조성? 박근혜에게 불행한 일”'을 퍼왔습니다.
[진보·시민사회 신년인터뷰⑥]장주영 민변 회장

편집자=민중의소리는 2013년 새해를 맞아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에 걸쳐 주요 인사들의 인터뷰를 릴레이로 게재합니다. 올해의 전망은 물론 앞으로 범진보진영의 혁신을 위한 제언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승빈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주영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법률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주영(51) 회장은 “공안정국이 조성되면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불행한 일”이라며 “당선인이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지난 22일 (민중의소리)와 ‘대선 평가․2003년 전망’을 주제로 한 인터뷰에서 “공안정국이라는 것은 정권이 자신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직원의 진보단체 간부 미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공안정국 조성 우려가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당선인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공안정국을 조성하지 않더라도 정권 유지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힘에 의존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제도권 야당과 민중운동진영, 시민사회에 대해선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대선에서 아쉬웠던 것은 범민주진보진영이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국민의 요구에 걸맞는 정책들을 제시하고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인터뷰 내내 여러차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그는 “국민들의 입장을 잘 읽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입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이나 방향을 제시할 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선 이후 ‘사과 투어’를 한 민주당에 대해선 “쌍용자동차 등 큰 사안이 아니거나 언론의 조명을 받지 않더라도 곳곳의 갈등 현장을 방문해 세밀하게 들으려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진정성 행보’를 주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선 이후 '멘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국민의 정신이 올바로 살아있으면 그것을 무시하는 정치세력은 오래갈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 회장은 지난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계에 입문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학교법인 상지학원 이사,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한국사회 민주화와 인권 신장에 앞장서왔다.

-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패배했다. 원인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시나?

ⓒ이승빈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주영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법률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선거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쉬웠던 부분은 범민주진보진영이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그것을 범민주진보진영이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했다. 국민의 요구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또 그 자체도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 줄 수 있어야하는데 그런 역할을 못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불통’인데 민주진보진영에서도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읽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과거 민주정부가 잘못한 부분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민주정부가 잘한 것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이나 실패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원인 분석, 대안 제시가 중도층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였던 반값등록금만 하더라도 그렇다. 실제 등록금 폭등할 때가 참여정부 때 아니었나. 문재인 후보가 반값등록금 정책을 담당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 핵심 위치에 있었던 사람인데 반값등록금을 하겠다는 공약을 보고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자신들이 등록금을 올려놓더니, 이번엔 떨어뜨린다고 말한다고 하지 않겠는가.

여전히 국민들은 5~6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들의 능력 부족에 대해 일정정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지금까지 민주진보진영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른바 중도 계층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대선 이후 여전히 많은 분들이 ‘멘붕’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장 회장은 좌절하진 않았나.

“저 역시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간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측면으로 대선을 바라봤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있었고, 지자체 선거에서도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는 등 열망도 표출되지 않았나. 결과를 보고난 이후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저보단 일선 현장에서 절실하게 정권교체를 원했던 노동자들, 서민들, 중소상인들, 이명박 정부 때 피해를 입었던 분들의 실망감이 훨씬 컸을 것이다. 빨리 기운을 내서 평소 해온 민변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제도권 야당, 민중운동진영, 시민사회 등 민주진보진영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놓고 토론 중이다.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데 조언 해줄 부분이 있는가.

“솔직히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래도 한마디 하자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말하라는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하고, 그 입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이나 방향을 제시할 때,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국민들보다 반보 앞서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만 옳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옳으니까 따라오라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설령 옳은 방향, 옳은 정책이더라도 국민과 함께 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도권 야당의 경우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갈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해서 실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과를 내야 한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른바 ‘좌클릭’을 해서 문제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분법적 사고일 뿐이다. 진보 아니면 중도로 가야하고, 중도도 아니면 보수로 가야겠는가.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합리적 해결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지 ‘진보냐, 중도냐’를 나누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말려 나가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만 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군사적 요구도 분석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면 되는 것이다. 설령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더라도, 주민들의 요구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생각하거나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 진보, 보수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진보냐 중도냐’를 나누는 것보다 이분법적 사고를 통해 우리 스스로 그 프레임 안에 갇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오히려 민주당에겐 지금 진정성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에 ‘사과 투어’를 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들이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있느냐 여부다. 패배한 뒤에 형식적인 모습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하는지, 아니면 앞으로 꾸준히 경청하겠다는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민주당으로선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국민들의 요구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쌍용자동차 사태 등 큰 사안이 아니더라도 곳곳의 갈등 현장에 방문해야 한다. 언론의 조명을 받지 않거나 얼굴이 팔리지 않는 곳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2013년은 진보진영에게도 중요한 한 해다. 많은 이들이 지난해 대선에서 많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에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선 우리 사회에 진보정당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과 거리가 있는 것이 문제다. 진보정당은 옳은 정책을 말하고 있지만, 옳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서 점수가 깎이는 것이다.

대선 토론회 때 ‘박근혜를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한다거나 ‘다카키 마사오’를 언급한 것만 해도 그렇다. 다 옳은 말이지만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서 표현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저도 말조심을 한다고는 하지만 쉽지는 않더라.(웃음)

시민사회나 민중운동 진영의 경우 조직운영, 활동내용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상식 수준에서 말해야하는 한계가 있다. 그들에게도 국민들 속에 깊게 뿌리 내리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다 담아서 정치권이나 정부에게 요구할 순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정책,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정국에서 안철수 역할 등 많은 변수가 있는 상황이다. 야권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한다고 보나?

“정권교체를 원하는 모든 세력이 연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안철수든, 민주통합당이든, 통합진보당이든 다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어떤 형식이나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 매끄럽지 못하게 단일화가 됐고, 그로 인해 정권교체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들이 모두 허탈해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성찰했을 것이라 믿는다.”

ⓒ이승빈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장주영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법률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근혜 시대에 대한 예측들이 많다. 유화국면을 예상하는 분도 있고, 강경대응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선인이 경제민주화, 복지에 대한 공약을 제시한 만큼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다 할 것으론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는 유화국면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민주 진영이나 진보 진영에 대해 분리할 가능성은 있다. 당선인이 자신만의 성향이 있는데, 그 성향이나 원칙에 맞지 않는 사안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예를 들면 안보 등 새누리당의 정통적인 정치성향에 비추어봐서 수용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강경하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정원 직원의 진보단체 간부 미행 사건이 발생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공안정국이 조성될 수도 있을까?

“공안정국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공안정국이 조성되면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불행한 일이고, 일반 국민들도 불행한 일이다. 공안정국이라는 것은 정권이 자신 없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공안정국을 조성하지 않더라도 정권 유지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반발이 커질수록 ‘힘에 의존한 정치를 해야한다’는 유혹에 시달릴 수 있는데 당선인이 그런 쪽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많다. 민변 회장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이동흡 후보자 지명 자체가 박근혜 당선인의 뜻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동흡 후보자가 지금 개인 비리나 자질 문제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인사가 만사인데, 박근혜 당선인이 신뢰를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명박 정권도 고소영 내각으로 질타를 많이 받았고, 그런 측면들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이동흡 후보자의 임명이 강행될 경우 향후 인사에 있어서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의 정권 초기에 불신을 할 경우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민변에서 올해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는가

“민변은 지난 대선에서 각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의견서를 냈다. 올해엔 그 의견서를 바탕으로 당선인이나 야당이 내건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입법과정을 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의견을 낼 것이고 부족하거나 후퇴할 경우 비판할 것이다. 그 외에도 기존의 시국사건 변론 활동이나 시민사회에 대한 법률적 지원은 계속할 것이다.”

-아직도 대선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박 당선인이 국민들의 뜻으로 당선된 만큼 그 뜻을 수용한 필요가 있다. 당선인이 제시한 공약이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잘 실현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공약을 제대로 실현하지 않거나 이행에 소극적일 경우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 않겠나. 이성적으로 대응해 나갔으면 좋겠다.

국민들의 정신이 올바로 살아있을 경우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세력은 오래갈 수 없다.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정혜규 기자 jhk@vop.co.kr

2012년 5월 24일 목요일

통합진보당 탄압에 이어서 해방연대 습격 공안정국 조성 시도를 저지하자


이글은 레프트21 2012-05-22일자 기사 '통합진보당 탄압에 이어서 해방연대 습격공안정국 조성 시도를 저지하자'를 퍼왔습니다.

이 글은 5월 22일 ‘노동자연대 다함께’가 발표한 성명이다. 
이명박 정부와 검찰이 통합진보당 내부 혼란을 이용해 신 공안정국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조중동은 날마다 ‘통합진보당은 간첩 소굴’, ‘진보진영의 활동은 북한 지령에 따른 것’ 식의 색깔론과 황당무계한 소설을 써대며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에서 두 차례나 ‘종북주사파의 국회 등원을 막을 방법’을 논의해 왔고, 21일에는 원내대표 이한구가 민주당과 협의해 이것을 추진하겠다고 확인했다.
결국 검찰은 21일 통합진보당 당사와 서버 업체 압수수색을 시도해 폭력으로 당원들을 짓밟으며 당원 명부를 탈취해 갔다.

△5월 23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사회주의 활동의 자유 보장! 노동해방실천연대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 규탄!’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곽세영

22일에는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가 급진좌파 단체인 ‘노동해방실천연대’를 덮쳤다.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이메일 계정 압수수색을 하고, 회원 4명을 구속했다.
이처럼 집권 우파들이 필사적으로 공안 탄압에 나서는 이유는 좌파를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정치 위기를 덮어 버리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정권 핵심부의 추악한 부패가 끝없이 폭로되고 있다. 파이시티 비리를 덮으니 저축은행 비리가 터져 나오는 식이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들은 거의 대부분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정권의 도덕적 붕괴는 레임덕 위기와 집권당의 분열 위기를 가속하고 있다.
집권당을 장악한 박근혜는 이런 이명박과 선을 그으려는 시도가 우파의 분열을 낳을까 봐 걱정되지만, 그렇다고 동반 추락할 수는 없다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단절하지 않아도 분열과 지지도 추락 위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진짜 문제는 이런 정치 위기를 배경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이 확대될 조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정과 현안들을 놓고 6월과 8월에 총파업을 벌이겠다며 나서고 있다.
이명박의 언론 장악에 맞선 언론 파업은 1백 일을 훌쩍 넘어 굳건히 지속되고 있고, 쌍용차 해고자들은 재건되는 사회적 연대 속에서 다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차곡차곡 쌓여 온 불만과 분노가 부정부패에 대한 항의나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투쟁을 계기로 터져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이들은 필사적으로 통합진보당의 내부 선거 부정 문제에 달려들어 진보진영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을 매도하고 광기어린 마녀사냥을 자행하려 한다.
이를 통해 진보진영의 투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탄압의 빌미를 잡으려 한다. 또 정권에 대한 진보의 예봉을 무디게 하며, 분열을 조장하려는 것이다.
즉, 지금의 탄압은 통합진보당만이 아니라 노동운동과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공격인 것이다.
그러나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부패 우파들은 진보진영을 탄압은커녕 도덕적으로 비난할 자격도 없다.
뼛속까지 부패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돌려 표를 매수한 자들이 바로 새누리당이고, 이런 자들의 추악한 실체를 덮어 준 것이 바로 검찰이다. 이번 압수수색을 지휘한 서울지검 공안1부 이상호는 당시 사건 혐의자들이 다 숨은 뒤에야 압수수색을 벌였고, 대충 수사를 덮었던 장본인이다.
이런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법무장관 권재진은 파이시티 건축 허가 비리와 청와대 불법 사찰 건 등 온갖 권력형 비리에 죄다 이름을 올려 온 당사자다.
지난해 취임하면서 ‘종북좌파의 전쟁’을 선언했던 검찰총장 한상대는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위장전입, SK 스폰서 의혹 등 뼛속까지 친기업적이고 부패한 자로서 BBK사건 은폐 수사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2010년 7월 청와대 불법 사찰 관련 압수수색 때는 사실상 미리 증거 인멸 시간을 준 뒤, 압수수색 시늉만 했던 자들이 이번에는 기초 수사도 없이 전광석화처럼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와 선거 부정 의혹 때문에 수사를 미룰 수 없다고 떠들지만, 그 사건들과 통합진보당의 당원 명부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숨 쉴 때마다 부패의 악취가 나는 자들이 공안 탄압을 위해 당원 명부를 입회인도 없이 불법 폭력으로 강제 탈취해 놓고는 “법치국가의 일원이 되라” 운운하는 것은 역겨울 뿐이다.
‘13년 동안 입당ㆍ탈당한 20만 명의 명부’를 가지고 공안 탄압과 마녀사냥의 ‘살생부’로 악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런 것은 이런 탄압과 마녀사냥 시도가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는 점이다.
조중동과 새누리당은 왕재산 ‘조직’이 받은 지령대로 통합진보당이 움직였다며 ‘종북좌파’ 소설을 쓰고 있다. 왕재산 관련 구속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법원마저 왕재산이란 ‘조직은 없다’고 판결했지만, 우파는 대선을 앞두고 더 큰 조직 사건과 마녀사냥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진보정당의 선거 부정 사태 등은 유감스런 일이었고 진보진영 자체 정화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진보정치의 쇄신은 결코 우파의 도움으로 해결될 수 없다. 수만 배는 더 더러운 자들에게 진보의 정화를 맡길 순 없는 것 아닌가.
우파와 공안당국의 개입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오히려 진정한 쇄신을 가로막을 뿐이다.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은 오로지 진보진영 내부에서 원칙과 대의에 입각해서만 가능하다. 애초에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도 그 당 내부에서 밝혀낸 것이고 그것도 자체 해결 과정에 있었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권과 우파의 마녀사냥과 탄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노동해방실천연대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도 즉각 중단돼야 하고, 구속자는 석방돼야 한다.
진보진영뿐 아니라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은 함께 힘을 모아서 공안 탄압과 마녀사냥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