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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7일 화요일

정부 ‘한-유럽 FTA뒤 삼겹살값 상승’ 보고서 감췄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6일자 기사 '정부 ‘한-유럽 FTA뒤 삼겹살값 상승’ 보고서 감췄다'를 퍼왔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한 대형마트 돼지고기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고기를 고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1.8%나 올라…의류 등 생활용품도 0.1~2%↑
나랏돈 들인 조사 숨기다 본지 청구에 공개

지난해 8월3일 기획재정부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소비자가격 동향’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지 한 달을 맞아 국내 물가에 끼친 영향을 조사한 것이었다.
결과는 매우 ‘좋게’ 나왔다. 국산 냉장삼겹살 값의 60~70% 수준이던 유럽산 냉동삼겹살 가격이 40% 수준으로 내려갔고, 이 영향을 받아 국내산 삼겹살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치즈와 버터 등 유제품 값은 두달 뒤인 10월께부터 약 10% 인하되고, 화장품·의류·주방용품 등 생활용품도 2~10% 수준의 가격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가 수차례 강조한 자유무역협정의 물가인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자, 재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에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물가 효과에 대해 1000만원짜리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삼겹살·자동차·치즈 등 총 14개 품목을 대상으로 협정 발효 전후 4개월씩의 가격을 비교한 보고서가 지난해 12월 재정부에 건네졌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정부의 기대와는 딴판으로 나왔다. 전반적으로 가격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일부 품목은 값이 오르기까지 했다. 정부가 정보공개시스템 상에 해당 보고서를 ‘공개’ 대상으로 해 놓고도, 부처의 연구보고서를 모아놓은 누리집인 ‘프리즘’(prism.go.kr)에 ‘비공개’로 설정한 까닭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처음에 어느 정도 결과값 자체가 의미있게 나오면 보도자료를 내려고 했었다”며 “조사 시기가 너무 일렀고, 기대와 달리 가격인하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고서 공개를 꺼리던 재정부는 가 지난 4일 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정식으로 정보 공개를 요청하자, 일주일 뒤인 12일 뒤늦게 자료를 공개했다. 안정될 것이라던 삼겹살 가격은 11.8%나 올랐고, 가방·의류·화장품 등 생활용품 가격은 0.1~2% 인상됐다. 13~15% 내렸다는 유럽산 와인값은 4.6% 내리는 데 그쳤고, 10% 정도 떨어질 것이라던 치즈 가격은 0.1% 인하에 머물렀다. 전체적으로 조사 대상 14개 품목 가운데 8개 품목은 값이 내렸지만, 6개 품목은 협정 발효 뒤에 거꾸로 가격이 올랐다.
보고서는 “유통업자의 부적절한 가격유지 행위 및 유통 구조의 비합리성이 발견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이 전적으로 자유무역협정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자유무역협정으로 소비자 가격이 크게 내릴 것이라고 ‘부풀리기 홍보’에 주력하다가 정작 기대치에 못미치는 결과물을 숨기려고 한 정부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주선 의원(무소속)은 “지난달 말께 재정부에 해당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납득할만한 설명을 듣지 못하다가 한겨레 공개 다음날 자료를 받았다”며 “국민적 관심사 중 하나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나랏돈을 들여 조사해놓고 공개를 꺼린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현준 류이근 기자 haojune@hani.co.kr

2011년 12월 30일 금요일

[사설] 헌재의 인터넷 선거운동 허용, 정치발전의 계기 삼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29일자 사설 '[사설] 헌재의 인터넷 선거운동 허용, 정치발전의 계기 삼자'를 퍼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어제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의 근거가 돼온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선거법의 대의에 비춰 보면 당연한 결정이다. 그동안 수사기관들이 이 조항을 빌미로 선거 때마다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적극적인 선거참여를 제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정치발전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운동을 일체 제한받고 있어 기본권 제한이 지나치다”며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사 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비판을 봉쇄해 정당정치 구현이라는 대의제의 이념적 기반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이 조항을 이유로 트위터나 인터넷 등을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막아왔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만 해도 중앙선관위가 유명인의 투표 인증샷도 불법이라며 ‘인증샷 10문10답’을 내놓았다가 여당 의원한테서까지 “투표율을 높여야 할 주무기관이 제정신인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당으로부터 자제해 달라는 경고를 듣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헌재가 “인터넷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저렴해 선거운동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정치공간”이라고 밝혔듯이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면 선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동안 선거 후보자의 누리집(홈페이지)에서만 허용되던 제한조건이 풀리면 정치 무관심층이나 젊은층의 참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기회에 금지와 규제 중심으로 복잡하게 규정돼 있는 현행 선거법을, 돈은 철저히 묶되 입은 대폭 푸는 방향으로 손보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해보기 바란다.
이번 헌재 결정은 방송통신심의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단속 강화에 나선 방통심의위의 조처가 법적 근거와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심의대상을 음란물·도박으로만 제한하자는 야당 추천 위원들의 절충안을 거부한 것은 사실상 정치심의도 하겠다는 것이어서 위헌 가능성이 크다. 방통심의위의 조직 신설은 재고돼야 한다.

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사설]디도스 수사 청와대 개입 의혹 철저히 규명하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8일자 사설 '[사설]디도스 수사 청와대 개입 의혹 철저히 규명하라'를 퍼왔습니다.
지난 10·26 재·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점입가경이다. 청와대 박모 행정관이 디도스 공격의 주범 공모씨와 저녁을 함께한 것으로 밝혀진 데 이어 청와대가 수사결과를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씨가 검거된 직후부터 경찰 최고 수뇌부와 청와대가 교감을 한 뒤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 문안을 조율했다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범행 전날 회식에 참석한 사실과 디도스 공격을 둘러싼 돈거래 내역 두 가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의혹의 줄거리다. 청와대와 경찰은 의혹을 일축했지만,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두 차례의 전화 통화에서 수사 내용에 대해서만 물었다고 해명했다. 첫 번째 통화에서는 박 행정관이 재·보선 전날 1차 식사자리에 참석한 것이 사실인지를 물었고, 두 번째는 주요 참고인과 피의자들 간 돈거래에 관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박 행정관이 이번 사건과 큰 관련이 없다는 수사팀의 판단을 전해줬고, 금전거래에 대해서는 개인 간의 거래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청와대 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나온 마당에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일상적인 문의와 답변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동안의 수사 태도를 감안하면 경찰이 처음부터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고도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일부를 숨겼다고 의심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또 백번 양보해서 청와대 고위인사가 사건의 은폐를 직접 요청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사에 대한 언급 자체가 사건 축소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와대가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이 같은 의심은 경찰이 박 행정관에 대한 수사를 경찰청이 아니라 서울경찰청에 맡긴 것에서도 뒷받침된다. 박 행정관의 연루 사실을 일부러 숨기기 위해 이례적으로 다른 기관에서 수사토록 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만약 청와대 관계자가 디도스 공격에 개입하고 수사에 압력을 넣었다면 사건의 성격은 종전과 크게 달라진다. 야권에서 제기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어차피 이번 사건은 대충 무마될 수 없게 돼 있다.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 체제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마당에 여권으로서도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넘길 수는 없다. 검찰과 경찰은 디도스 공격의 진실뿐 아니라 청와대 수사 개입 의혹까지 모조리 규명해야 한다. 특히 경찰은 설득력 없는 해명으로 의심을 자초할 게 아니라 그동안 청와대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부터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국민이 의혹의 시선을 거두게 된다.

[사설] 청와대, ‘선관위 공격’ 은폐 외압 사실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18일자 사설 '[사설] 청와대, ‘선관위 공격’ 은폐 외압 사실인가'를 퍼왔습니다.
경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대한 디도스 공격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중요 사실을 숨기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뜩이나 경찰의 은폐·축소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불길이 청와대의 외압 의혹으로 더 커진 것이다.
최근호는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경찰은 애초 청와대와 협의를 한 뒤 청와대 행정관 박아무개씨가 선거 전날 디도스 공격 관련자들과 저녁자리를 함께한 사실과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공격 주범들 사이의 돈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 수석급 관계자와 경찰 최고 수뇌부 사이에 핫라인이 작동했다고 전했다. 사정당국 관계자의 발언 내용은 충격적이다. 청와대가 선관위 공격의 실체 규명에 핵심적인 두 가지 단서를 은폐할 것을 경찰에 종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사안을 경찰이 자체적으로 뒤집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청와대와 조현오 경찰청장은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 청장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두 차례 통화를 해 수사 상황을 설명한 일은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조 청장과 통화한 당사자로 알려진 김효재 정무수석 쪽도 “압력을 넣은 일이 없고 넣을 입장도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의전비서였던 김아무개씨가 범행을 주도한 공아무개씨에게 1000만원을 건넨 사실을 지난 7일 오전 청와대에 보고했고, 그날 오후에는 박 행정관의 저녁자리 동석 사실을 청와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 정무수석이 조 청장과 통화한 시점이 7일과 8일이고, 경찰 수사 결과는 그 직후인 9일 발표됐다. 두 사람의 통화가 발표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어설픈 해명으로 은근슬쩍 뭉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 외압이 사실이라면 디도스 공격 이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범죄’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에 스스로 치명적 손상을 입히는 일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외압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몰락한 것은 도청 그 자체보다 닉슨의 거짓말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 검찰도 성역 없는 수사로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